하루 한 꼭지 초등 세계사 1 - 고대~중세 하루 한 꼭지 초등 세계사 1
정헌경 지음, 뭉선생.윤효식 그림, 전국역사교사모임 세계사 분과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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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부터 먹음직스러운(?) 간식단 4총사 스트로베리, 초코, 쿠앤크, 바닐라가 뭉쳤다. 세상의 모든 간식을 먹고 싶어 하는 이들이 낯설지만, 이들이 건네는 인사는 낯설지 않다. 알고 보니 시리즈인 하루한꼭지 초등 한국사 책이 먼저 나와있었다. 다른 차원에서 온 시간여행자가 이번에는 세계사 속 탐험을 요청했다. 세계사를 여행하면서 세계의 맛있는 간식을 먹어볼 수 있다는 말에 홀딱 넘어간 이들은 여행을 시작한다. 총 3권으로 구성된 하루한꼭지 초등 세계사의 1편은 고대부터 중세 시대까지의 세계사 속 굵직한 사건들이 정리되어 있다. 제목처럼 하루 한 꼭지(2페이지) 면 그날의 세계사를 정리할 수 있다. 사실 책과 친하지 않은 성인들을 위해 365 시리즈나 퇴근길 인문학처럼 길지 않은 분량으로 꾸준히 책을 접할 수 있게 구성된 책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데, 아이들 역시 2페이지 분량의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자연스레 세계사의 흐름과 변천사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어른보다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을 위해 각 꼭지 별로 4컷 만화와 어휘력까지 키워주는 낱말 체크, 바닐라와 함께하는 흥미로운 사진과 설명, 유튜브 느낌의 내용 중 중요하면서 궁금했던 부분이 따로 서술되어 있고, 책의 내용을 꼼꼼하게 읽었다면 풀 수 있는(설렁설렁 읽으면 헷갈릴만하다.) 문제들까지 담겨있으니 오늘 읽은 내용은 오늘 확실히 정리하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큰 주제가 끝나게 되면 역사 탐험 보고서를 통해 앞에서 배운 내용을 요약해서 기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 간식 타임이라는 제목으로 암호 풀이를 통해 중요한 키워드를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다. 여기서 얻은 글자를 조합하면 암호를 맞출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계사 퀴즈왕! 난이도 자체가 마치 세계사 시험문제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솔직히 앞의 내용을 안 읽고 문제만 봤을 때는 어른들도 이 정도 상식을 가지고 있으면 꽤나 세계사 공부를 열심히 했구나! 싶을 만한 문제들이다. 초등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문제들이니 말이다.(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나옴직한 문제들도 상당하다.)




두 페이지지만 이 안에 세계사를 꿰뚫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아이들을 위한 학습만화지만, 성인들이 읽어도 흥미롭고 도움이 될 것 같다. 참고로 나 역시 함께 책을 읽으며 몰랐던 주옥같은 상식(가령 메소포타미아문명을 이룬 수메르인들은 태음력을, 나일강 문명을 이룬 이집트인들은 태양력을 만들어냈는데 이 둘은 다른 달력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만화와 칼라로 구성되어 있기에 더 흥미롭고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특히 책의 순서는 세계사의 흐름대로 연결되어 있는데, 총 200꼭지(3권)를 읽고 나면 세계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순서대로도 읽을 수 있고, 궁금하고 헷갈리는 부분을 찾아서 다시 읽어볼 수도 있게 구성되어 있는 것도 장점이다.

사실 세계사를 좋아하지만, 중반부 정도 가면 헷갈리기 시작해서 결국은 애매하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참 많았다. 특히 세계사를 교과서로 먼저 마주했기 때문에 시험에 나오는 중요한 내용만 외웠던 것의 폐해가 결국은 뒤죽박죽 섞여서 오히려 안 배운 만 못한 결과가 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성인들도 함께 읽으며 전체적으로 세계사의 순서를 정리하고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기에 이번 기회에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세계사의 흐름을 다시금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온 가족이 함께 읽고 책에 나온 문제나 키워드 등을 가지고 가족 세계사 퀴즈대회를 열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런 게 일석이조가 아닐까? 공부도 하고, 가족 간의 즐거운 시간도 가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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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속의 여인
로라 립먼 지음, 박유진 옮김, 안수정 북디자이너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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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으로 살다가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몇 개월의 공백 후 재취업을 했다. 쉽지 않았다. 가장 큰 제약은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야근도 쉽지 않고, 이른 출근도 쉽지 않다는 것. 그렇기에 원하는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2024년을 사는 지금도 사회생활은 쉽지 않다. 과거에 비해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아졌음에도 여전히 여기저기 눈치를 본다. 하물며 1960년대라면 어떨까?

20대 초반 로스쿨 2년생인 밀턴 슈워츠와 결혼을 한 매들린 슈워츠(매디)는 밀턴과의 사이에 세스라는 아들을 두고 있다. 꽤 부유한 생활을 하는 매디는 저녁식사에 초대되었던 동창이자, 자신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던 윌리스 라이트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당시는 그리 눈에 띄는 남자가 아니었던 윌리는 그 사이 유명한 방송인이자 앵커가 되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매디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안정적인 가정을 떠나 독립을 선언하고 밀턴을 떠난다. 자신을 따라올 거라는 생각과 달리 아들 세스는 남편 곁에 남기로 한다. 아들을 통해 남편으로부터 어느 정도 재정적인 도움을 받을 줄 알았던 매디는 계획과 어긋난 상황에 결국 결혼반지를 팔아야 할 지경이 된다. 하지만 글을 쓰고 싶었던 자신의 꿈을 되찾기 위해 독립한 것이기에 그녀는 볼티모어 신문사로 향한다.

책의 시작부에는 호수 속의 여인이라 불리는 클레오 셔우드라는 여인이 매디에게 협박 아닌 협박이 담겨있다. 근데 그녀의 이야기는 뭔가 좀 이상하다.

살아 있을 적에 나는 클레오 셔우드였어요.

죽어서는 호수 속의 여인, 추운 겨우내 분수대에 잠겨 있다가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는 계절인 봄에서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에

물에서 꺼내진 흉물이 되었죠.

매디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자꾸 뭔가 걸리는 단어들이 발목을 잡았다. 유대인, 흑인, 여성...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는 이 단어들은 자꾸 걸림돌이 된다. 여성이기에, 유색인종이기에 이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마치 덫처럼 더 이상의 진전이 될 수 없게 꽁꽁 얽어매는 기분이 든다. 바로 매디가 그랬고, 호수 속의 여인이 그랬다. 11세 소녀의 실종 이야기를 들은 후, 매디는 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녀는 글을 쓰고 싶다는 과거의 꿈을 이루어 기자가 된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특히 30대 후반의 이혼녀인 그녀에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매디는 이뤄내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가 사용한 방법은 안쓰럽고 안타깝다. 누군가는 매디를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는 살기 위한, 사건을 파헤치기 위한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기에 그녀의 선택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 매디와 같은 시기를 살았던 레슨인 케미스트리의 여성 화학자 엘리자베스 조트가 책을 읽는 내내 겹쳐 보였다. 능력 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엄마라는 이유로, 또 그 밖의 다른 이유로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사실 가족들조차 그런 그녀의 선택을 비난하는데, 남은 말해 뭐 할까 싶기도 하다.

호수 속 여인과 매디의 관계가 무척 궁금했다. 과연 매디가 파헤치는 사건과 그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사건을 풀어가는 내용을 한 편에 두고, 1960년대 시대상을 반대편에 두고 읽다 보니 여러 생각에 가닿게 되었다. 그저 스릴러나 추리소설은 아니라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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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과학 공부 - 볼 것 많은 요즘 어른을 위해 핵심 요약한 과학 이야기
배대웅 지음 / 웨일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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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과학자가 쓴 책을 읽었는데, 그 시작은 과학과 인문학의 접점에 관한 이야기였다. 한참 연예인들도 부캐 바람이 불었고, 직장인도 투잡을 넘어 N잡러시대여서 그런지 멀티적인 요소가 가미된 책도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이 책 역시 과학을 중심으로 각 학문과의 접점을 찾아 연결하면서 과학의 색다른 맛을 마주할 수 있다. 사실 과학은 어렵다는 것에 대해 저자는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자는 쉬운 과학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과학 자체가 난해한 학문인데, 어떻게 쉽게 그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이 말에 한편으로 두려움을 느낄 수 있겠지만, 한 편으로는 억지로 쉬운 척하지 않고 실제적인 과학 이야기를 솔직하게 접할 수 있겠구나 하는 양가의 감정이 들었다.

책 속에는 의학, 정치, 경제, 철학과 과학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과학이 본격적으로 급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과학만큼 사회적인 모습도 변화된다. 그리고 저자는 바로 그 과학의 발전이 만들어 낸 타분야와의 콜라보를 통해 또 다른 의미의 성장을 이야기한다. 그 시작은 의학이다. 그중 해부학이 그 시작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인기 없는 과는 단연 외과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의학 드라마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흉부외과 등이 등장하는 외과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외과의 천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면 씁쓸하기만 하다. 과거의 외과의는 이발소와 동격으로 사용되었다. 의사는 생리학을 공부한 내과의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외과의로 나뉘었는데, 후자보다 전자가 훨씬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의 외과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바로 해부학과 마취제의 발명 때문이다. 그중 마취제 발명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가장 대단한 발견인데, 출산 시 사용하는 무통마취제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했었다고 한다. 바로 여성에게 주어진 출산의 고통이 종교적 형벌 때문이라는 의식 때문이었다. 그 모든 비판을 단숨에 잠재운 일이 벌어졌는데, 바로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출산 시 무통분만으로 왕자를 낳았기 때문이다.

정치의 이야기에서는 원자력에 관한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다. 현재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중 가장 작은 양으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핵이다. 핵분열에 대한 이야기에서 아인슈타인을 만날 줄이야...! 독일보다 먼저 핵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은 편지에 서명을 한다. 그리고 역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필요한데, 핵 개발의 가장 큰 동기부여는 군이었다. 특히 이 장의 제목에는 그리스 로마신화의 불을 인간에게 전해준 프로메테우스가 등장하는데, 마지막 장을 넘기며 정말 제목을 잘 붙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은 인간에게 참 많은 능력을 주었다. 그리고 그 불은 신의 것이었다. 핵 또한 인간의 생활에 큰 역할을 감당하고 있지만, 잘못 관리하게 되면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 밖에도 경제와 철학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발전은 또 다른 학문의 발전을 꾀하였으며, 반대로 타 학문의 발전은 과학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면에서 과학을 빼놓고 우리의 삶을 논의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과학도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것인지라, 당장의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봤던 발전이 오히려 인류를 고통 속에 빠뜨리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가 되기도 하는 걸 보면, 과학 또한 어떤 면에서는 인문학의 범주와 결을 같이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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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맘의 밥태기 없는 아이주도 유아식 - 보기 좋아 손이 가고 맛있어서 다 먹는 완밥 레시피 탐탐 9
서윤맘(정윤지)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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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뭘 해 먹어야 하나?!' 엄마라면 매일 같이 하는 고민이 아닐까 싶다. 어렸을 때는 먹고 싶은 게 참 많았는데, 막상 엄마가 되니 왜 이리 떠오르는 게 없을까? 특히 시간 싸움을 하는 워킹맘에게는 하루하루가 고민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순식간에 훅훅 해낼 수 있는 주부 9단도 아니니 거실 한 편에 요리책을 쌓여만 간다. 그렇다고 반찬가게를 이용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막상 반찬가게에 가면 생각보다 살 게 없다. 매일 똑같은 반찬을 먹일 수도 없고... 오늘도 한숨만 늘어간다.

다행이라면 우리 아이들은 대놓고 반찬투정을 하지는 않는다. 작은 아이는 밥을 너무 좋아하고, 매일같이 콩나물 반찬만 있으면 만사 ok! 큰 아이는 나물 반찬을 좋아하지만, 밥을 싫어한다. 그래도 엄마 마음에 영양을 고루고루 해서 먹이고 싶다. 적어도 고기반찬 혹은 단백질이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를 고민한다. 그렇다고 매일 계란 프라이만 먹일 수도 없으니 고민이다.



서윤맘의 밥태기 없는 아이주도 유아식을 보고 살짝 고민이 되었다. 우선 비슷한 류의 요리책이 책장 한 칸을 채울 정도로 상당했고, 큰 아이는 올해 학교를 가는 나이니 유아식을 졸업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궁금해진 것은, 늘 아이 반찬과 어른 반찬을 나누어서 해야 하는 데 대한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서윤 맘 유아식의 최대 강점은 아이도 어른도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담겨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책에 담겨있는 재료의 양은 아이와 (엄마가) 몇 회 먹을 수 있는 양이라는 표현이 매 요리마다 쓰여있다. 물론 아이를 위한 유아식 책이기 때문에 아이 위주의 요리법이 담겨있지만, 요리 아래 Tip이라는 칸을 통해 어른들을 위한 요리방법(생각보다 간단하다. 따로 요리하지 않고 일부만 덜어서 무언가를 넣으면 된다.)이 담겨 있으니 참고하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요리 재료의 경우 한번 사면 여러 끼를 먹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상당하다. 똑같은 요리를 계속해 줄 수도 없는 상황인데, 이 책 안에는 사실 처음보다는 요리도 상당히 많았다. 집에 늘 비치되어 있는 요리 재료들을 가지고 만드는 요리도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만 허락해 준다면 충분히 한 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다. 유아식 뿐 아니라 간편식이나 수류, 한 그릇 요리, 국물요리, 반찬, 고기와 생선요리 그리고 특별식에 이르기까지 같은 재료로 다양하게 만들어 볼 수 있기에 활용도도 좋을 것 같다. 각 요리 방법은 5~6개의 사진으로 정리되어 있다. 각 사진 아래 담겨있는 설명을 통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지 나와있기에 그대로 따라 하면 무리 없이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전체적인 요리에 필요한 시간이나 요리 재료의 양을 조금 더 편리하게(티스푼이나 어른 밥숟가락, 종이컵 등) 구성되었다면 조금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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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지구력 - 삶의 경로를 재탐색하는 발칙한 끈기에 대한 이야기
윤홍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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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어쩌나?

저자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다. 이 말은 일부러 그 저자의 책을 찾아 읽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물론 나 역시 한참 좋아하는 작가가 있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책에서의 언행과 실제 삶에서의 큰 불일치를 마주하고 큰 상처를 받은 후부터(인간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지만...;;) 굳이 어떤 작가의 충성스러운 팬이 되지 않게 되었다. 근데 윤홍균이라는 이름은 왠지 낯이 익었다. 그리고 책 제목도 떠올랐다. 미안하지만, 내가 읽은 그의 전 작은 생각보다 엄청 좋지는 않았다.(기대가 컸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의 책과 이름이 떠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적어도 그가 쓴 책이 어떤 분야인 지는 알았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참고로 내가 읽었던 책은 "자존감 수업"이다.)

마음 지구력이라는 제목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지구력은 다른 말로 인내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버티는 힘이라고 썼으면 안 읽었을 텐데, 마음 지구력이라고 쓰니 또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새롭고 달랐다. 저자는 이 책을 성공학 책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이 성공의 의미가 "돈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는" 그 성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데 방점이 있다. 앞에서 말한 성공이 이 책의 충분조건은 될 수 있지만, 필요조건은 아닐 수 있다.

참고로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 워킹맘이다. 내가 지구력이 딸린다는 이야기는 앞에서 했지만, 우리 엄마도 나처럼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내가 내 발로 걷기 시작할 즈음부터 일을 하셔서 지금까지 40년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하셨다. 가끔(아니 상당히 자주) 나는 엄마를 호출한다. 때론 아빠도 호출한다. 이유는 단연 아이들 때문이다. 아이가 아프거나, 뭔가 일이 생기면 우리 부모님은 5분 대기조를 자청하고 내 몫을 기꺼이 해주신다. 근데 돌이켜보자면, 우리 엄마는 일을 하면서도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1도 받지 못하고(네 분 다 엄청 먼 거리에 사셨다.), 우리 자매를 키우셨다. 살림은 기본, 양육도 기본, 당연히 일도 하면서... 그래서 나도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하하하;;; 객관적으로 보기에 우리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편한 시대에 살고 있다.(각종 기계들의 도움을 받고, 어린이집도 있고, 병원도 많다.) 근데 왜 우리는 이렇게 힘들까? 기성세대들은 자녀 세대를 보고 정신력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한다. 나 역시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저자는 여기서 그 정신력의 이야기를 꺼낸다. 우선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이다. 세대가 다른 것도 있지만, 체력의 문제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험의 문제도 무시 못 한다. 과거부터 유독 우리의 부모들은 "정신력"을 운운했다. 왜냐면 찢어지듯 가난한 나라에서 유일하게 핑계(?)를 댈 수 있는 게 정신력 뿐이었지 때문이다. 그조차 없다면 도대체 어떤 핑계를 대며 현실을 이겨내야 했을까? 몇십 년 사이에 정신력이 옅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린 늘 그렇게 자라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참 바쁘게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을 타고났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면, 또 겨울이 다가온다. 수시로 바뀌는 계절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근면. 성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유가 없다. 당장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환경 속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동네가 아이들을 함께 돌보았고, 조부모나 여러 가족들을 통해 여러 가지 삶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핵가족, 부모 외에는 삶의 방편들을 보고 배울 수 없다. 농사를 짓던 과거에는 일을 많이 하는 만큼 농번기를 통해 놀고 쉬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핸드폰과 키즈카페 정도가 아닐까?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놀고 쉬는 방법을 체득하지 못하고 계속 끌어올리는 일에만 집중하게 되면서 우리는 어느 순간 방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만큼만 읽어도 충분히 공감이 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 그랬구나! 적어도 이게 우리 세대의 잘못이나 우리의 약함에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 때문이다.

저자는 이어서 마음 지구력을 키워갈 수 있는 방법들을 조곤조곤 설명한다. 공감 능력, 방어력 그리고 적응력까지... 첫 번째 장이 우리가 왜 마음 지구력이 떨어지는 것 같이 느껴지는가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면, 두 번째 장은 마음 지구력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우리의 몸도 그렇지 않은가? 면역성이 떨어지면 작은 병균에도 쉽게 노출되고 일주일 아플 걸 한 달 넘게 골골거리게 된다. 우리의 마음 역시 그렇단다. 공감력이 마음을 다독이는 시작점이라면, 방어력은 마음의 면역을 높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적응력은 마음 지구력을 계속 다잡기 위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재미있었다. 이해가 쏙쏙 되었다. 그래서 나도 한번 해보고 싶어졌다. 나도 마음 지구력을 키워보고 싶어졌다. 참고로 전 작 보다 훨씬 좋아졌다. 그만큼 저자의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내 기대치가 낮아져서 일 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읽어보라고 감히 추천해 본다. '아'와 '어'는 다르다는 것. 같은 표현도 예쁘게 표현해 주니 더 위로가 된다. 지금 번아웃의 상태인가? 어떤 의지도 생겨나지 않는가? 그 번아웃은 당신을 살리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니 아주 조금의 의지를 들여보자. 이 책이 바로 당신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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