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틈새
마치다 소노코 지음, 이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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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읽고 쓴 리뷰입니다.



남은 눈물을 닦으면서 나는 또 깨달았다. 맞다. 


그것이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소중한 사람을 보내는 시간. 지금까지 나는 이 시간을 의식의 하나로만 생각했었다.


소중한 사람과의 마지막 시간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했다.


 요 근래 비슷한 주제의 책을 연거푸 읽게 된다. 그 주제는 바로 죽음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프지만, 자신의 역할을 가장 잘 해는 것 중에 하나가 죽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구나 한번은 갈 수밖에 없는 길이 바로 죽음이다. 인류는 세상에 등장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더 오래 사는 법을, 죽음을 지연시키는 법을 위해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늙으면 죽어야지!"가 세계의 3대 거짓말 중 하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죽음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공포감은 정말 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죽음이 있기에 인간의 모든 삶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본다. 끝이 있기에 우리가 사는 모든 시간을 그만의 가치가 있고, 그 만의 색이 있는 것일 테니 말이다. 



 이 책은 가족장 전문 장의사인 게시미안과 그와 연결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져있는 연작소설이다. 죽음이라는 굵직한 주제 안에서 또 다른 하나의 주제가 등장한다. 바로 편견이다. 책의 배경이 일본이기에, 우리와 색이 좀 다르긴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주제들은 우리와 닮아있다. 그래서 더 진한 향을 주었던 것 같다.



 


 절친인 세 친구 에나가 나쓰메, 다카세 후코, 사쿠마 마나. 얼마 전 후코의 결혼식이 열렸다. 상대는 후코보다 연하인 에이타라는 남자였다.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후코였지만, 나쓰메와 마나는 결혼식의 모든 것에 화가 났다. 친구인 후코는 누구보다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컸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드레스의 형태부터 장식 등 모든 것)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후코의 결혼식의 모든 것이 그동안 후코가 꿈꿨던 것과 너무 달랐다. 에이타의 집에서 경비를 일부 보조해 주었다고 들었는데, 이 정도 일 줄이야...!



 한편, 게시미안에서 9년째 장례지도사로 일하는 사쿠마 마나는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하다. 오래 사귄 연인 스나마라로 부터 청혼을 받았지만, 썩 기쁘지 않았다.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에 대해 스나마라는 좋게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직업을 찾아보거나, 차라리 전업주부가 되는 것은 어떠냐는 말과 함께 단도직입적으로 시체를 만지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다. 그는 스나마라 뿐 아니라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답답한 마음에 친구인 나쓰메에게 전화를 걸지만, 자신을 찾아오는 손님 때문에 같이 술을 마실 수 없다는 말을 하는 나쓰메. 그리고 얼마 후, 게시미안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리고 고인이 나쓰메라는 말을 전해 듣게 된다.



 나쓰메는 『섬광에 그을린 여름』이라는 소설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던 작가였다. 하지만 후속작을 좀처럼 내지 못하던 나쓰메는 딜리버리 헬스라는 성매매 업소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날, 자신을 찾아오는 손님과 함께 자살을 택한다. 나쓰메의 자살 소식과 함께 신문에는 그녀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다 손님과 동반자살을 했다는 기사가 난다. 가족과도 인연을 끊고 살았던 나쓰메는 자신의 장례식을 마나에게 부탁하고 참석할 친구로 후코를 적어두지만,  


얼마 전 결혼을 한 후코의 남편인 에이타가 나쓰메의 직업을 운운하면서 극도의 반감을 드러낸다.  




 그 밖에도 책에는 게시미안의 조화 장식을 만드는 거래처 크리스탈 플라워의 치와코와 그녀의 딸인 아마네의 이야기, 게시미안의 막내 직원 스다의 이야기, 그리고 후코의 이야기 등 게시미안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각 장을 채우고 있다. 그 안에는 저마다의 상황과 편견 그리고 상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의 제목인 새벽의 틈새가 무슨 뜻인가 참 궁금했다. 하루 중 가장 어두울 때가 바로 새벽의 동이 트기 직전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타인의 판단과 생각에 삶을 잠식당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등장인물들의 삶은 바로 그 새벽의 가장 어두운, 고통스러운 일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들은 편견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찾는다. 비로소 동이 트는 아침을 마주하는 것처럼 말이다. 잔잔한 일상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무수한 슬픔과 어려움이 움돋아 있다. 타인의 삶을 평가하고 재단할 힘이 내게 있는가? 마찬가지로 타인이 내 삶을 평가하고 재단할 수 있는가? 둘 다 아니라고 대답하지만, 그게 내 가족이라면, 내 자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만큼 나 또한 편견 속에 갇혀서 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어 씁쓸했다. 이 책 덕분에 조금이나마 내 삶 또한 이중적인 편견 속에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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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따지는 변호사 - 이재훈 교수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이재훈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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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

왠지 법과 예술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법은 이성적이고, 예술은 감성적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또 법은 딱딱하고, 예술은 부드럽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 따지는 변호사라는 제목에 궁금증이 생겼다. 변호사라면 법을 다루는 사람인데, 그의 눈으로 그림을 "평가"한다는 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안 어울리는 둘의 교집합에서 어떤 이야기가 등장할지 기대도 되었다.



알고 보니, 저자는 이미 그림을 살피며 그에 해당하는 법적 지식을 이야기하는 글을 13년째 연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글 중 일부를 이렇게 책으로 엮어냈다.(차후 계속 시리즈로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의 만남을 한번 구경해 보자!



총 5가지 큰 주제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첫 장부터 흥미로웠다. 진주 귀걸이 한 소녀라는 그림을 바탕으로 진주가 귀금속인가 아닌가?를 내용으로 법적으로 조망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림 또는 화가의 삶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서 법의 잣대에서 들여다보고 설명하는 것 자체가 꽤나 신선했다. 물론 법이 등장하고, 당연히 법조문이나 용어들이 나오기에 좀 딱딱한 면은 없지 않아있다. 하지만 그동안 접하지 못했고,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이라서 꽤 흥미로웠던 것 역시 사실이다.



가령 여전히 이슈가 되고 있는 NFT(대체 불가능 토큰)와 훈민정음 NFT에 관한 내용이라든가, 요즘도 문제가 되는 양육비 이슈(배드 파더스), 길고양이 문제, 스토킹과 기후 위기까지 정말 다 방면의 내용들이 책 아예 등장한다. 이미 오랜 과거의 그림들과 화가들의 이야기인데, 왜 현재와 그리 다르지 않은 걸까? 인간사는 문화와 시대가 달라도 계속 반복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를 법으로 풀어낸 저자의 능력에 또한 고개가 끄덕여진다.




​총 25개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어우러진 자녀들의 의사에 관한 부분이었다.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자녀들이다. 소위 엄마랑 살래? 아빠랑 살래?에 관한 부분 말이다. 이와 어우러지는 사건이 한여름 밤의 꿈이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헤르미아와 데메트리우스의 문제다. 헤르미아의 아버지는 아테네 법에 따라 딸에게 데메트리우스와 결혼을 하던가, 죽던가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이 무슨 황당한 상황인가?) 물론 목숨을 걸어야 하는 선택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선택의 문제 역시 그만큼 고통스러울 것이다. 당연히 아이들의 선택 여부에 따라 부모를 따라갈 수 있을 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우리 법은 아이들의 의사가 필수 선택은 아니라고 한다. 어디까지나 재정적이나 여러 면에서 아이들을 더 잘 키울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부모의 손을 들어주니 말이다. 글쎄... 객관적으로 보이는 것이 정말 정답일까?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법과 예술. 그 둘의 접점을 잘 연결해서 풀어낸 그림 따지는 변호사. 앞으로도 계속된다고 하니 다음 권을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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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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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읽고 쓴 리뷰입니다.

사람이란 말이야. 당연히 누군가를 좋아하고 싫어해.

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사람을 좋아해서 얻는 건 많지만 싫어해서 얻는 건 거의 없다는 사실이야. 

그렇다면 굳이 사람ㅇ르 미워할 필요가 없지.

p.141


다작 작가이자 추리소설계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비정근. 장편소설이라 하지만, 연작소설 느낌이 물씬 풍긴다. 주인공은  비상근 교사(우리 입장에서는 비정근 보다는 기간제 교사라는 말이 더 익숙할 것 같다.)다. 특이한 것은 추리력(추리소설가를 꿈꾸던 인물인지라)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출산휴가를 간 담임을 대신해서, 병가를 낸 담임을 대신해서, 갑자기 사망한 담임을 대신해서(다음 담임이 올 기간 동안만 임시로 봐주는) 등의 사유로 비상근 교사로 일하게 된 주인공. 어떻게 가는 곳마다 사건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리고 사건을 정말 어렵지 않게 풀어내는 능력도 대단하다. 


 사실 제목을 읽고 사이코패스의 미치광이 비정근 교사인가?를 의심했다. 왜냐하면 부제에 "감정 없는"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보니 감정 없는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임시직으로 2~3개월 정도 일하는 기간제 교사였기에 감정이 얽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정말 처음부터 그랬을까? 처음 일을 하면서 상처를 받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을 하고, 결과적으로 그런 감정을 배제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는 상황이 사건을 풀어가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사건마다 특이한 점은 주인공 주변에서 혹은 주인공이 속한 반에서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이고, 초반에 등장한 3건의 사건의 경우 해당 사건의 단서가 수식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물론 남겨져 있던 증거들이 수학기호나 수식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 사건을 풀어가면서 수식이 아닌 다른 의미라는 것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총 6건의 사건과 2건의  히든트랙이 담겨있는데, 각 사건마다 드러나는 이야기와 그에 대한 원인들이 엮여있다. 왕따나 불법 도박 등의 사건들처럼 실제 초등학생들의 학교생활의 어려움들이 사건과 연결되어서 표면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그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는 주인공 덕분에 사건과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개인적으로 4번째 등장한 몰 콘 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담임의 갑작스러운 병으로 인해 주인공은 이번에도 비정근교사로 부임한다. 유난히 모범적인 반이라서 더욱 눈이 가는 주인공.(애들이 얌전하고 말을 잘 들으면 편하다는 생각만 할 텐데, 그 또한 다르게 바라보는 당신은 정말 추리소설가나 탐정이 어울린다.) 그날따라 반 안에 흐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혹시나 싶어 옆 반 담임에게 물어보지만, 별 관심 없는 옆 반 선생의 담임에 그냥 마음을 접는다. 근데, 수업 시간에 눈에 띄던 학생 4명이 한 맨션 앞을 서성이는 게 눈에 띈다. 그리고 얼마 후 나가세 아키호라는 여학생이 위험하게 베란다에 서 있는 모습을 목격한 주인공은 급하게 그곳으로 발을 옮긴다. 나가세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던 차에 폐지를 실은 트럭을 발견한 주인공. 하지만 그 시간 트럭의 운전자가 베란다에 서 있는 나가세를 발견하고 소리를 지르고, 그 소리에 나가세는 밖으로 몸을 던지는데...


 그러고 보니 나 역시 과거에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매주 토요일(당시는 토요일도 학교를 갔다.) 우리 반은 학급회의를 했는데, 그때 그 주의 착한 어린이와 나쁜 어린이를 투표했다. 누군가 해당되는 아이를 추천하고, 그렇게 추천받은 아이들을 놓고 거수를 해서 그 주의 착한 어린이와 나쁜 어린이를 뽑았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런 투표를 했나 싶다. 몰 콘 역시 그런 투표의 일종이라는 사실과 나가세가 몸을 던진 것과 4인방의 일이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주인공. 주인공의 기지로 사건 해결은 물론, 목숨을 잃을 뻔한 나가세까지 살리게 된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에게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인데다, 나 역시 해당 투표로 마음이 상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더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던 것 같다.


  학교와 살인사건이 동시에 등장해서 자극적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 드러나는 사건은 결국 그런 결과로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더 안타까웠다. 물론 사건과 실제 범인이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결국 주인공 덕분에 문제가 드러나게 되니 결국은 매 상황마다 두 사건을 모두 해결(실제 문제와 해당 사건) 하는 멋진 탐정 역할을 하는 비정근 교사였다. 물론 소설을 소설일 뿐이지만, 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어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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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세계사 365 - 역사책 좀 다시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요나스 구세나에르츠.벤저민 고이배르츠.로랑 포쉐 지음, 정신재 옮김 / 정민미디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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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참 365 일력 같은 책들이 공전의 히트를 거두었다. 시작은 매일매일 상식을 채워주는 한 페이지 분량의 책 들이었고, 다음으로 등장한 것이 일력처럼 매일 넘기면서 보는 상식이나 단어, 한자어 등 아이들이 공부하기 좋게 만들어진 책이었다. 


  뉴스의 한 꼭지로 과거의 오늘 있었던 일들을 영상으로 그린 세계의 역사를 소개하는 내용을 보면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바로 이 책이 그 영상의 책 버전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가십 성보다는 역사를 중심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에 더 깊이 있다. 매일매일 오늘 일어난 세계사 속 이야기들이 그려지고, 해당하는 사진도 담겨있는데 분량은  딱 한 페이지다. 길면 부담되는데, 한 페이지 분량이기에 다 읽는 데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물론 암기하고 시험 보는 것 아니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사실!

 2월 12일은 영화 마지막 황제로도 잘 알려진 청나라 선통제 푸이의 퇴위일이었다. 영화를 보진 못했지만, 2살의 어린 나이에 황제가 된 그는 6살에 강제로 퇴위된다. 그 이후 푸이는 어떻게 살았을까? 물론 자신의 의사가 아닌 옹립과 퇴위를 또 겪는다. 책 아래에는 퇴위 이후의 삶이 그려져있는데 너무 안타까웠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안중근 의사의 사형 집행일(의거일)이 둘째의 생일과 같은 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시간은 달랐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과거의 오늘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책 안에는 특히 중요한 하나가 등장하는데, 읽고 나면 세계사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할 수 있기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

과연 내 생일에 일어난 일은 무엇이었을까? 기왕이면 좋은 일이면 좋겠는데 싶었는데...! 다행히 전쟁은 아니지만, 잉카문명 마추픽추의 발견이 있던 날이란다. 잉카문명이 알려진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끔찍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문화재가 약탈된 것은 가슴 아프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은 미국 교수 하이럼 빙엄 3세에 의해 우연히 마추픽추를 발견하게 된다. 도굴꾼의 위험으로부터 이 멋진 문화유산을 지키고 싶었던 빙엄은 이 사실을 대중에 공개한다.

사실 나 역시 잉카제국이나 마추픽추에 대한 내용을 여러 매체와 책을 통해서 접해서 그런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또 내 생일이랑 이렇게 우연히 마주하게 되니 꼭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든다.




세계사 속에 우리의 역사는 들어있을까?(책의 저자는 외국인들이다.)가 궁금했는데, 두 편을 발견했다. 을미사변과 5.18민주화운동이 바로 그 내용이다. 사실 떠올려지는 날짜들이 많은 게 과연 좋은 것일까 싶긴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날짜들은 기쁜 일 보다 슬픈 일이 더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했다.

매일매일 꾸준히 읽는 것도 좋겠고, 특별한 날을 떠올리며 그날의 있었던 세계 곳곳의 역사를 만나는 것도 꽤 매력적이고 흥미로울 것 같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도 과거에는 하나의 역사가 될 텐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을 어떻게 살면 좋을까? 기왕이면 씁쓸한 역사보다는 향기 나는 역사로 남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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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안중근
박삼중.고수산나 지음, 이남구 그림 / 소담주니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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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


현빈 주연의 영화 하얼빈 덕분에 안중근 의사의 삶이 조명되고 있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생각보다 적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일본 총독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 역에서 저격하여 사망케 한 큰일을 한 사람이라는 것 외에 그의 삶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참 적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영웅 안중근을 읽으며 나 또한 안중근 의사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귀중한 시간이었다.

입학하면서 빠지지 않고 1년 동안 방과 후 역사 수업을 들은 아이는 자신이 배운 것을 꼭 내게 이야기해 준다. 소담 주니어 출판사에서 영웅 안중근이라는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흥분한 이유는 얼마 전 수업 시간에 안중근 의사에 대해 배웠기 때문이다. 아이가 물어오는 안중근 의사에 대해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차역(하얼빈 역인지도 기억이 안 났다. 책을 읽고 나니 왜 영화 제목이 하얼빈인 줄 알게 되었다;;)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는 것과 손도장 정도가 전부였기에 민망하긴 했다. 어쩌면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룬 안중근 의사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위인전과는 달리, 이 책은 안중근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있다. 놀랍게도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가족이나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이었다. 안중근 의사의 담당 간수였던 지바 도시치를 비롯하여 교화승인 쓰다 가이준, 만철 이사인 다나카 세이지로, 관동도독부 고등법원장 히라이시 우지히토가 그들이다. 총 7명 중 4명이 일본인이고, 그들은 대부분 안중근을 뤼순 감옥에서 만난다. 그들의 시작은 자신들의 영웅인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원수로 안중근을 대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안중근을 만난 그들의 생각은 달라진다. 안중근이 한 일에 대해 이해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안중근의 사형집행을 가슴 아파하는 일도 있었다. 왜일까? 왜 그들은 안중근을 만난 후, 생각이 변하게 된 것일까?

나조차도 책을 읽으며 그의 매력에 빠졌다. 사실 일본인의 입장에서 안중근은 원수 중의 원수일 거라 생각했고, 당연히 사형! 을 집행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책 안에는 좀 더 구체적인 정황들이 담겨있다. 당시 일본의 국제적인 상황을 토대로 보자면, 안중근은 일본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심각한 피해를 본 나라의 국민으로 상대국의 원수(元首)를 향해 총을 겨누고 살해하는 일은 어떤 면에서는 정당방위로 비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랬기에 일본은 이 상황을 빨리 덮고자 노력을 한다. 특히 고등법원장 히라이시 우지히토는 본국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안중근을 독대해서 항소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항소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안중근의 한마디에 그는 자신의 나라가 지고 말았다는 말을 하게 된다.

책 안에 인물들이 만난 안중근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굽히지 않는 민족애와 이토 히로부미와 일본이 한 잘못과 일본인들을 다르게 생각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일본이 밉지, 일본인이 미운 것은 아니라는 안중근의 말은 정말 웬만한 배포를 가진 인물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이런 모습은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에게도 보인다. 어떻게든 아들을 살리고자 하는 게 어미의 마음 아닌가? 엄마로서는 가슴이 찢어지지만, 나라를 위해 옳은 일을 한 것이니 비굴하게 항소하여 일본에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죽으라는 편지를 읽으며 손이 떨렸다. 내가 조마리아 여사였으면 절대 그렇게 이야기하지 못했을 것 같다. 역시 그 어머니의 그 아들이라는 말로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30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나라를 두 어깨에 짊어지고 그렇게 큰일을 해낼 수 있었던 그의 모습에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나 역시 독립유공자의 자손으로, 안중근 의사를 비롯하여 많은 분들의 희생으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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