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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ㅣ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8월
평점 :
고독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쓸쓸함은 사랑을 약하게 만든다.
슬픔은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거기에 젊음이 더해지면 모든 것이 위태로워진다.
밝은색을 잃어버린 화가가 그린 그림과 같았다.
p.104
몇 년 전, 같은 제목의 공지영 작가의 책을 읽었다. 같은 상황이지만, 겪는 사람마다 자신의 상황이 다르기에 이를 어떻게 표현하는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자신의 입장에서 쓴 책을 같이 읽으며 독자들은 좀 더 입체적으로 이들의 상황을 마주할 수 있어서 꽤나 매력적인 구성인 것 같다.(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냉정과 열정 사이를 이 책 보다 먼저 읽었는데, 그때도 참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작가인 아오키 준고(윤오)는 자신의 책 "한국의 친구, 일본의 친구"가 한국에서 꽤나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상황이기에 출판사의 요청으로 방한한다. 그리고 공항에서 자신을 마중 나온 최홍(베니)과 마주친다. 서로 당황한 이들의 눈빛. 과거 홍과 준고는 연인 사이였다. 공원에서 러닝을 하던 홍과 전 연인 고바야시 칸나와 이별에 아파하던 준고는 우연히 마주친다. 그리고 홍이 떨어뜨린 인형을 주워든 준고. 둘은 첫 만남에서 서로에게 빠져들 것을 예상한다. 그렇게 둘은 연인이 된다. 둘이 동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준고의 전 연인이었던 칸나가 준고를 찾아온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말을 전하는 칸나는 준고 옆에 서 있는 홍을 마주한다. 그리고 준고로 부터 연인 홍이 생겼다는 말을 전해 듣는 칸나.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다.
홍과 준고는 통하는 게 많은 연인이었다. 하지만 둘 사이는 가장 행복했을 시점을 기점으로 조금씩 벌어진다. 시작은 준고의 아르바이트였다. 넉넉한 집안의 딸인 홍은 일본으로 유학을 왔다. 스스로 벌이를 하지 않아도 생활의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준고는 달랐다. 유명한 피아니스트 어머니와 첼리스트 아버지를 두었지만, 어머니가 집을 떠난 후 준고는 차마 아버지에서 손을 벌릴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다. 자연스레 아르바이트는 늘어나고 홍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갔다. 준고는 홍이 자신을 이해해 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홍 또한 향수병에 시달리며 낯선 일본에서 유일한 안식처인 준고가 자신과 더 많은 시간을 같이해주길 바랐다. 둘의 생각 차이 때문일까? 이렇게 벌어진 둘 사이는 결국 한 사건으로 깨지고 만다. 홍은 다시 한국으로 떠났고, 준고는 홍과의 이별을 되새기며 둘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펴낸다. 물론 이 책을 통해 홍이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다행히 책이 한국에서 출판되고, 홍과 이별한 지 7년. 준고는 한국에 온다. 그리고 그날, 출판사 통역사로 나온 홍을 마주한 것이다.
사실 홍은 출판사 사장인 최한의 딸이었다. 갑작스레 통역사가 나오지 못해 홍이 대신 나왔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준고가 본명이 아닌 필명 사사에 히카리를 썼기 때문에 홍은 저자가 준고일거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렇게 재회했지만 둘 사이는 살얼음판이었다. 준고는 홍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통역사가 교체된다. 홍의 집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준고의 사인회에 한 남자가 다가온다. 자신은 홍의 약혼자로 오늘 밤 홍에게 청혼을 하려고 한다는 말을 전한다. 과연 준고는 홍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와닿았던 것은 사랑은 상대가 마음을 받아주었을 때 진정한 사랑이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상대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나의 사랑을 전하려고 열심히 노력하지만, 상대가 그것을 사랑이 아닌 부담으로 받아들인다면 과연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준고와 홍 그리고 칸나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다시금 발견했던 시간이었다.
사실 처음 읽을 때, 냉정과 열정 사이와 같은 내용(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남녀)일 거라 생각했는데, 헤어진 연인의 재회는 맞지만 상황은 달랐다. 츠지 히토나리 버전에서는 남주인공인 준고 입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낸다. 이번에는 홍의 입장에서 쓰인 공지영 작가의 버전을 읽어봐야겠다. 과연 홍은 어떤 감정과 상황을 겪어냈을까?
참고로 이 작품은 쿠팡 플레이에서 방영될 작품의 원작 소설이다. 소설을 읽고 드라마를 마주한다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고독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쓸쓸함은 사랑을 약하게 만든다.
슬픔은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거기에 젊음이 더해지면 모든 것이 위태로워진다.
밝은색을 잃어버린 화가가 그린 그림과 같았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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