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세상의 완벽한 남자
C. J. 코널리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의 집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직업은 그녀의 직업이 아니었다.

자신의 남편은 그녀의 남편이 아니었다.

자신의 죽은 오빠는 살아있었다.

P.205

타임슬립을 넘어 다른 차원에 내가 또 존재한다면 어떨까? 제목 그대로 또 다른 세상의 내 삶과 지금 내 삶이 어떤 사고로 인해 뒤바뀌게 된다. 나라는 존재는 그대로인데, 나를 둘러싼 중요한 사람들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들은 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문제는, 뒤바뀐 세상의 내가 누리는 상황들이 그동안 꿈꿔왔던 완벽한 삶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쓸까?

부동산 관련 라디오 방송인 토크 뉴욕의 오픈 하우스의 진행자로 일하는 조시 캐번디시는 오늘 36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방송 직전 핸드폰이 울리고, 겨우 방송 사고를 모면하고 내려온 조시. 오빠 데이비드의 생일 축하 문자였다. 데이비드는 지금 여행 중이지만, 동생을 끔찍이 사랑하기에 생일 문자를 보낸 것이다. 현재 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조시는 같은 합창단에서 활동하는 피터를 짝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피터는 동거하고 있는 여친 미셸이 있다. 그런 어느 날, 피터가 조시에게 연락을 한다. 미셸과 계속 싸우고 있고, 조만간 헤어지려고 한다는 말에 마음이 설레지만 환승 연애나 양다리 남친은 사절이라며 자신의 마음을 꿋꿋하게 전하는 조시에게, 조시의 생일에 함께 저녁을 먹자고 약속을 한다. 약속 시간에 맞춰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선 조시는 건널목에서 사고를 당한다. 몇 년 전에도 같은 자리에서 사고가 났었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필름이 끊긴다. 정신을 차린 조시는 병원에 있다. 근데, 뭔가 낯설다. 친구 수지가 한쪽 손을 잡고 있는데, 반대쪽 손을 잡고 있는 남자는 누구일까? 낯설 디 낯선 이 남자가 조시의 남편 롭(로버트)이란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둘은 결혼한 지 2년이 넘었다니 더 당황스럽다. 사고로 머리를 다쳐 기억을 잃은 게 아닐까 싶지만, 롭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기억에 있으니 놀랄 노릇이다. 연락을 받고 온 엄마와 동생 로라는 보이지만, 왜 데이비드는 안 보이는 걸까?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면 전화라도 올 텐데 말이다. 다행히 외상이 심하지 않아서 퇴원을 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고급 펜트하우스 18층이 자신의 집이란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집도, 남편이라는 롭도 낯설기만 하다. 그 와중에 롭은 돈도 많고, 외모도 상당히 준수하고, 조시를 너무 사랑하는 남자다. 이렇게 완벽한 남자가 남편이라니...! 근데 데이비드 소식을 듣고 조시는 패닉 상태에 빠진다. 2년 전 하와이에서 열린 조시의 결혼식에 참여했던 데이비드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단다. 사랑하는 오빠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은 조시에게 큰 충격이었다.

한편, 같은 곳에서 사고를 당하고 깨어난 조시는 오래전 가지고 있던 가방과 구형 핸드폰을 보고 당황한다. 남편 롭과 약속이 있었는데, 자신의 소식을 모르는 롭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핸드폰에서 롭의 번호를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자신은 분명 할스타인 앤드 파우스트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맨해튼에 있는 펜트하우스에 살고 있었는데, 지금의 조시는 이름만 같을 뿐 직업도 다르고 결혼도 하지 않았단다. 그리고 남편인 롭은 다른 재벌 상속녀와 연애를 하고 있다니...! 다행이라면 2년 전 사망했던 오빠가 살아있다는 점이다. 데이비드에게 문자를 보내자 답이 바로 왔다. 문자를 보고 조시는 가슴이 뛴다. 사랑하는 오빠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롭이 너무 그립다. 낯선 지금의 상황이 이해 가지 않을 뿐이다.

두 차원의 조시가 번갈아가면서 등장하는데, 서로의 존재를 어렴풋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브로클린의 조시는 맨해튼의 조시의 것을 자신이 빼앗은 것 같아 죄책감을 가지고 산다. 사랑하는 오빠 데이비드의 죽음에 죄책감도 가지고 있다. 자신이 하와이에서 결혼하지 않았다면 오빠가 하와이에 오지 않았을 것이고 죽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한편, 맨해튼의 조시는 낯선 피터와의 만남에 다가가는 것이 힘들다. 사랑하는 남편 롭은 다른 여성과 연애 중인 것도 그녀에게는 고통이다. 다행이라면 둘 다 자신의 원래 자리를 그리워한다는 사실이다. 과연 이 둘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모든 게 뒤죽박죽된 것 같지만, 생각지 못한 반전도 기다리고 있다. 같은 사람이 다른 평행 우주 속에서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내용 자체가 신선했다. 나라면 어떨까? 너무 완벽한 삶에 매료되어서 그저 그 자리를 지키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브로클린의 조시는 너무 순진하고 착한 것 같아서 괜히 좀 아쉽기도 했다.


자신의 집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직업은 그녀의 직업이 아니었다.

자신의 남편은 그녀의 남편이 아니었다.

자신의 죽은 오빠는 살아있었다. - P2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나 자신만의 특별한 관점을 뽐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은 체스가 주제다. 여러 권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만났지만, 이번 작품은 기존의 작품들과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우리의 삶 혹은 과거의 역사의 접점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선들이 책 안에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책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니콜 오코너와 모니카 매킨타이어라는 두 소녀다. 두 소녀 다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아빠의 목장에 간 니콜은 양들의 운명을 듣게 된다. 이미 양들의 운명은 얼마 후 죽게 되는 걸로 결정되어 있었고, 주인 또한 정해져 있었다. 양들을 탈출(?) 시키고 싶었던 니콜은 어린 시절같이 지내던 목동 걔를 유인해 낭떠러지로 향하게 한다. 개를 쫓아간 양들 역시 개처럼 모두가 죽고 만다. 니콜의 아버지는 니콜의 생각을 바꿔주고자 체스를 알려주는데, 니콜은 체스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빠른 속도로 체스를 습득하게 된다.

한편, 많은 무리 속에 있는 걸 힘들어하는 모니카 매킨타이어는 이름처럼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타인과 함께 있을 때는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는 모니카. 반의 대표를 뽑는 자리에서, 자신의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던 모니카는 대표에서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보다 능력이 없음에도 대표가 된 친구의 머리를 자르는 것으로 복수를 한다. 이 일로 학교에 호출된 엄마는 니콜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한다. 모니카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시작한 체스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모니카. 그렇게 주니어 대회를 석권하고 세계대회로 향한다. 천재적인 체스 실력을 가진 그녀들은 결국 세계대회에서 격돌하게 된다. 체스를 잘 둔다는 공통점 외에 그녀들은 생각부터 가치관, 성격까지 다른 부분이 더 많았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걸 힘들어하는 모니카는 대회의 결승전에서 니콜을 만난다. 이미 그녀들의 실력에 주위 사람들은 그녀들을 둘러싼다. 극도의 답답함을 느끼는 와중에 게임까지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급기야 니콜에게 지고 마는 모니카는 게임을 마치자마자 일어나 니콜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른 후, 그녀들은 재 대결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모니카가 승리를 하지만, 이번에는 먼저 번 보다 더한 끔찍한 상황이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그녀들은 어떤 일을 겪게 될까?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작품에는 특이하게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니콜과 모니카를 감싸고 있다. 소련 붕괴와 냉전체제, 9.11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서로 척을 지고 있는 세계사의 문제들이 마치 니콜과 모니카의 관계를 의미하듯 등장한다. 물론 그녀들의 세 번째 만남은 극단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 속에서 펼쳐지니 말이다. 이념과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가 빚어내는 대결들이 세계사 속 사건의 양쪽 진영의 이야기로 옮아가니 더 피부에 와닿았던 것 같다. 과연 집단과 개인에서 누가 옳고 그를까? 아니 이 둘은 과연 정답이 있는 것일까? 읽는 내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재였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나 자신만의 특별한 관점을 뽐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은 체스가 주제다. 여러 권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만났지만, 이번 작품은 기존의 작품들과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우리의 삶 혹은 과거의 역사의 접점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선들이 책 안에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책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니콜 오코너와 모니카 매킨타이어라는 두 소녀다. 두 소녀 다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아빠의 목장에 간 니콜은 양들의 운명을 듣게 된다. 이미 양들의 운명은 얼마 후 죽게 되는 걸로 결정되어 있었고, 주인 또한 정해져 있었다. 양들을 탈출(?) 시키고 싶었던 니콜은 어린 시절같이 지내던 목동 걔를 유인해 낭떠러지로 향하게 한다. 개를 쫓아간 양들 역시 개처럼 모두가 죽고 만다. 니콜의 아버지는 니콜의 생각을 바꿔주고자 체스를 알려주는데, 니콜은 체스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빠른 속도로 체스를 습득하게 된다.

한편, 많은 무리 속에 있는 걸 힘들어하는 모니카 매킨타이어는 이름처럼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타인과 함께 있을 때는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는 모니카. 반의 대표를 뽑는 자리에서, 자신의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던 모니카는 대표에서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보다 능력이 없음에도 대표가 된 친구의 머리를 자르는 것으로 복수를 한다. 이 일로 학교에 호출된 엄마는 니콜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한다. 모니카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시작한 체스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모니카. 그렇게 주니어 대회를 석권하고 세계대회로 향한다. 천재적인 체스 실력을 가진 그녀들은 결국 세계대회에서 격돌하게 된다. 체스를 잘 둔다는 공통점 외에 그녀들은 생각부터 가치관, 성격까지 다른 부분이 더 많았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걸 힘들어하는 모니카는 대회의 결승전에서 니콜을 만난다. 이미 그녀들의 실력에 주위 사람들은 그녀들을 둘러싼다. 극도의 답답함을 느끼는 와중에 게임까지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급기야 니콜에게 지고 마는 모니카는 게임을 마치자마자 일어나 니콜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른 후, 그녀들은 재 대결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모니카가 승리를 하지만, 이번에는 먼저 번 보다 더한 끔찍한 상황이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그녀들은 어떤 일을 겪게 될까?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작품에는 특이하게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니콜과 모니카를 감싸고 있다. 소련 붕괴와 냉전체제, 9.11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서로 척을 지고 있는 세계사의 문제들이 마치 니콜과 모니카의 관계를 의미하듯 등장한다. 물론 그녀들의 세 번째 만남은 극단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 속에서 펼쳐지니 말이다. 이념과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가 빚어내는 대결들이 세계사 속 사건의 양쪽 진영의 이야기로 옮아가니 더 피부에 와닿았던 것 같다. 과연 집단과 개인에서 누가 옳고 그를까? 아니 이 둘은 과연 정답이 있는 것일까? 읽는 내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재였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진 아내가 차려 준 밥상 매드앤미러 2
구한나리.신진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드 앤 미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두 작가의 작품이 한 권에 담겼다. 이 둘의 접점은 한 문장이다.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사라진 아내가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궁금했다. 이 한 줄이 작품 안에서 어떻게 풀어질지 말이다. 두 작품의 분위기나 시대가 좀 달라 보이는데, 첫 작품이 전통 민간신앙 혹은 오컬트의 느낌이 풍긴다면, 두 번째 작품은 호러의 요소를 담은 타임슬립이라 해야 할까? 차원을 달리하는 세상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묏맡골이라는 마을에 한 만삭의 여인이 들어왔다. 혼자 걷지도 못하는 몸으로 들어온 그녀가 임신 중이었기에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내치지 않는다. 그렇게 그녀는 그곳 사람들의 도움으로 아들을 출산한다. 묏맡골은 예부터 삼인상이라는 형태로 신을 섬기고 있었다. 무당으로 보이는 당골은 매년 상달고사를 지낸다. 예부터 이어져 내려온 풍습인지라, 마을 사람들은 당골의 말에 따라 상달고사도, 삼인상도 정성을 다해 차려낸다. 당골에게는 수와 연, 현이라는 세 딸이 있었는데, 나는 현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 말고도 수철 형이 현을 좋아한다. 내 마음을 전하지 못한 상태다 보니, 나는 수철형이 계속 신경 쓰인다. 그러던 어느 날, 현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녀는 후대 당골로, 당골은 딸 밖에 낳지 못한다. 자신이 낳은 딸 중 하나가 자신을 이어 당골이 된다. 문제는, 당골이 태어나서 걷기 전에 남편이 죽고 만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어머니는 나와 현의 결혼을 반대한다. 마을에서는 일정 나이가 되면 일을 맡긴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자신이 잘할 수 있을 찾는 것인데, 나는 대장간의 나루아재 아래에서 대장 기술을 배운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돌아가니 어머니가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며칠 후 돌아가신다. 어머니는 내게 현과 결혼을 하면 안 된다는 유언을 남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모르고 있던 차에,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서는 현은 얼굴이 눈물투성이다. 그리고 현의 말에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 알게 된다. 마을에 갑작스럽게 군인들이 들이닥친다. 피투성이로 마을에 들어왔다가 당골의 큰 딸 수와 함께 사라진 남자 때문이었다. 신국의 장군은 그렇게 묏맡골 남자들에게 군역을 지우고, 그날 이후 묏맡골의 남자들은 끌려가 장애를 입고 돌아온다. 그 중 유일하게 군역을 지지않는 사람은 나와 나루 아재뿐이었다. 그들에게 화척의 피가 흐른다는 장군의 말 때문이었다. 그날부터 나는 다시금 외지 사람처럼 마을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된다. 그리고 이번에는 월국에 장군이 들이닥쳐 여자들을 강제로 데려가는데...

두 번째 작품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한민규와 진승희의 이야기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민규는 피를 흘린 채 옆 좌석에 있는 승희를 마주한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차 밖으로 나와 119에 신고를 하려고 하지만, 이상하게 전화의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 승희의 전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인가를 찾아 나선 둘은 길을 가다가 눈처럼 보이는 것을 잔뜩 달고 있는 버섯을 보고 기겁을 한다. 길을 걷다가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마주하게 된 민규는 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자 가까이 가는데, 가까이서 본 여자는 아까 본 버섯처럼 눈을 잔뜩 달고 있고, 괴이하게 생긴 몸체로 민규에게 달려드는 것이다. 급하게 자리를 피한 민규와 승희는 겨우 민가처럼 보이는 곳을 발견하고 들어서는데, 그곳은 다 무너져가는 절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일행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먼저 머물고 있었다. 그중 한 아이가 아까 민규가 본 괴물에게 물려서 큰 상처를 가지고 있는 걸 보게 되는데...

두 작품의 접점을 찾는 재미가 은근히 쏠쏠하다. 요즘 매미가 자주 보여서 그런지, 두 번째 작품의 제목에 매미가 들어가서인지, 첫 작품에서도 매미가 등장한다. 갑자기 매미가 많아져서 시끄럽게 울어대던 때가 있었다는 문장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작품의 공통점을 찾아가는 것도 꽤 흥미를 돋우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모든 게 좋을 때는 마냥 좋던 사람들이, 어긋난 하나의 상황을 통해 척을 지고 상대에게 날을 세우는 모습들 속에서 나는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떠올려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학이 차린 밥상 - 소설로 맛보는 음식 인문학 여행
정혜경 지음 / 드루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식구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반찬들이 차려져있는 밥상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밥상에 차려져 있는 반찬들에도 눈이 가기 마련이다. 아무리 핵가족이 되었다 해도, 우리는 밥상머리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에 여전히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겠지만 그만큼 우리의 삶 또한 그와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식품영양학을 오래 연구하고 강의를 했던 저자인지라, 아무래도 직업병(?) 적인 것 같긴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더 신선했던 것 같다. 우리의 장편소설이나 대하소설 속에 담겨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책 한 권으로 엮여져 있기 때문이다. 최명희의 혼불, 박경리의 토지, 박완서의 미망, 심훈의 상록수, 판소리 속 음식 문화가 각 장에서 소개된다. 책에서 소개된 작품들을 여럿 읽었지만, 생각보다 기억나는 장면들이 없어서 당황스럽기는 했다. 음식을 다룬 다른 작품들(조정래의 태백산맥)도 생각나긴 했는데(태백산맥에는 워낙 주된 무대가 벌교라서 그런지 꼬막 이야기가 주를 이루긴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한다고? 하는 생각에 더 흥미로웠다.

특히 몇 년에 걸쳐 야금야금 읽고 있는 박경리의 토지의 경우 두 장에 걸쳐 소개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읽어나가면서 이 책에서 만난 대목을 마주하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날 것 같다. 1장에 등장한 혼불 속 음식 이야기에는 유난히 죽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단다. 그리고 우리는 쉽게 생각하는 죽이 생각보다 여러모로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근데 나 역시 어떤 면에서는 공감한다. 죽처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 없다는 것. 죽은 불 앞에 서서 계속 신경을 써서 저어주지 않으면 타거나 눌어붙기 때문이다. 요즘은 죽 전문점도 많고, 별미로 먹기도 하지만 여전히 죽은 몸이 좋지 않거나, 소화력이 약한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이 끓이게 되는 음식이기에 더 그렇다. (오죽하면 죽 전용 냄비가 나왔을까 싶다.) 혼불 속에 등장한 죽 역시 그렇다. 특히 가장이 먹을 죽은 절대 하인들에게 시키지 않고 부인, 며느리, 딸이 끓여서 낸다고 한다. 그만큼 정성을 기울인다는 사실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죽은 부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면 할수록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우유를 넣어 끓이면 타락죽, 전복이나 해산물을 넣어 끌이면 전복죽, 각가지 채소와 고기류, 버섯과 견과류 등 재료가 무엇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죽은 맛과 모양을 달리한다. 나 역시 두 아이의 이유식을 만들며 다양한 채소와 고기 등의 식재료를 사용해서 질리지 않으면서 다양한 맛을 보게 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 그런 면이 혼불 속에는 다양하게 등장했던 것 같다. 그 밖에도 술안주와 나물류, 김치와 떡 등 다양한 음식들의 사진을 같이 곁들여져 있다. 때론 작품 속에 나오는 음식들을 한 상에 차려두기도 한다. 단지 음식에 대한 소개가 아닌, 음식 안에 깃들여진 사회상과 시대상이 음식과 더불어 등장한다. 자연스레 문학과 영양학, 역사학과 문화학까지 다양한 인문학의 이야기를 한 상에서 맛볼 수 있다.

책을 읽고 보니, 읽다 멈춘 혼불도, 아직 읽어보지 못한 미망과 어리석은 석반도 기회가 되면 읽어보면서 복습(?)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여전히 먹고 있다 하지만, 음식 또한 시대를 거치며 새롭게 변화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바뀌어 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편으로는 잊히고, 잃어버린 음식 문화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소설이 남듯 그 시대 속 음식도 작품 속에 남겨져 있다. 이제는 보릿고개나 소나무 껍질을 먹고 살던 시대의 이야기들은 마치 전래동화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품 안에 담겨있는 음식문화와 시대상은 여전히 작품을 통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