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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 제4개역판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어문학사 / 2016년 7월
평점 :
■ 근육을 키워라?
2019년은 유난히 저자 강연, 북토크, 독서 모임 등등 부지런히도 돌아다녔다. 특히 작년 가을 허먼 멜빌의 자칭 연구자이신 영문학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두 시간 동안 <모비 딕>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알려주셨다. 마지막 말씀. ˝올 겨울에는 꼭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미루고 있다가 12월 31일부터 읽기 시작했다. 벽돌책 그대로였다. 벽돌을 깨기 위해 새벽에 일어났다. 그래야 고래를 제대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10일 만에 완독할 수 있었다. 물론 주석의 내용은 건너뛰고... 작가들은 어렵고 두꺼운 책을 읽으면 독서의 근육이 생긴다고 말한다. 이해 못 하는 부분도 상당했지만 다음 책을 읽을 때는 보다 용이했다.
■ 마침표가 없어요?
마침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3권을 다 읽고 있었는데 두꺼운 책에 자꾸 욕심이 생겨 고르다가 마침내 벽돌책의 원조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김종건, 생각의 나무)를 덜컥 구입했다. 5월 15일 스승의 날에 맞추어 읽기 시작했다. 비로소 나의 문해력이 바닥임을 실감했다. 하지만 물러설 수는 없었다. 어차피 이해 안 되는 것 밑줄이라도 치자 하며 돈키호테가 되었다. 마지막 18장에서 ‘무지‘란 단어를 절감했다. 1217쪽에서 1283쪽까지 단 하나의 ‘마침표‘가 없었다. 글쓰기 수업받을 때 선생님들의 공통적인 문장. ˝짧게 쓰세요, 간결하게 쓰세요.˝ 아니 67쪽이 하나의 문장인데 그럼 제임스 조이스가 글을 잘 못쓰는 작가인가? 아무튼 18장은 모든 문장을 밑줄을 그으며 눈으로 훑어보았다. 읽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끝났다는 안도의 한숨만 나왔다.
■ 백과사전?
1882년 출판된 이 책에는 종교에서부터 문학, 철학, 과학, 음악, 미술 등등 거의 모든 분야가 망라되어 있다. 본문만 1283쪽이며 주석만 4460여 개나 된다. 가장 분량이 많은 15장에는 649개나 되는 주석이 나온다. 주석에 눈이 가있다 보면 어느새 장면이 바뀌고 대사가 바뀌어 있다. 그렇다고 ‘의식의 흐름‘을 따라간다고 안심이 되지 않는다. 금방 책 속에서 미아가 되기 때문이다.
■ 책 속으로...
이 책은 1884년 6월 16일 ‘더블린에서의 하루‘이야기다. 정확히 말하면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18시간 동안 등장인물들이 숙소, 학교, 해변, 목욕탕...스티븐의 집까지 돌아다닌다. 주요 인물로는 헝가리 출신의 유태인이며 직업이 신문광고업인 리오폴드 블룸. 소프라노 가수임 애칭은 몰리인 블룸의 아내 마리언 블룸, 그리고 초등학교 선생이며 문학청년인 스티븐 데덜러스. 블룸은 지적인 삶을 원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반대로 행동한다. 블룸의 아내 몰리는 많은 남성들과 관계했고, 현재는 보일런과 연애 중이다. 스티븐은 자존심이 강하며 아버지와 사이가 썩 좋지 않다. 가톨릭 신자였던 어머니의 임종시 부탁을 저버리고 방탕한 생활을 한다. 스티븐과 친구들이 아침 풍경으로 시작되고, 몰리의 의식의 흐름이 진행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마지막 장에서 조이스의 천재성이 빛을 발한다.
■ 뒷 담화
제임스 조이스는 1918년부터 미국 잡지에 <율리시스>를 기고했는데 편집장이 재판에 서게 된다. 이유는 ‘외설적‘이었다. 다행히 1년 뒤 초판이 발행된다. 내용을 거의 이해 못 하는 까닭에 어느 부분이 ‘외설적 혹은 저질적인 글‘ 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마지막 페이지까지 밑줄 쳤다는 것에 만족해야겠다. 제임스 조이스가 이 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표현한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모쪼록 용기가 있는 분들의 무모한 도전을 응원한다.
나는 <율리시스> 속에 너무나 많은 수수께끼와 퀴즈를 감춰 두었기에, 앞으로 수세기 동안 대학교수들은 내가 뜻하는 바를 거론하기에 분주할 것이다. 이것이 자신의 불멸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제임스 조이스, p.16>
■ 차례
제1부
제1장 탑(텔레마코스[Telemachus] 에피소드)
제2장 달키의 초등학교(네스토르[Nestor] 에피소드)
제3장 샌디마운트 해변(프로테우스[Proteus] 에피소드)
제2부
제4장 이클레스가 7번지(칼립소[Calypso] 에피소드)
제5장 목욕탕(로터스-이터즈[Lotus-Eaters] 에피소드)
제6장 장례 행렬과 묘지(하데스[Hades] 에피소드)
제7장 신문사(아이올러스[Aeolus] 에피소드)
제8장 더블린 시 한복판(레스트리고니언즈[Lestrygonians] 에피소드)
제9장 국립도서관(스킬라와 카립디스[Scylla and Charybdis] 에피소드)
제10장 거리(배회하는 바위들[The Wandering Rock] 에피소드)
제11장 오먼드 호텔(세이렌[Sirens] 에피소드)
제12장 바니 키어넌 주점(키클롭스[Cyclops] 에피소드)
제13장 샌디마운트 해변(나우시카[Nausicaa] 에피소드)
제14장 홀레스가의 산부인과 병원(태양신의 황소들[Oxen of the Sun] 에피소드)
제15장 밤의 거리(키르케[Circe] 에피소드)
제3부
제16장 역마차의 오두막(에우마이오스[Eumaeus] 에피소드)
제17장 이클레스가 7번지(이타카[Ithaca] 에피소드)
제18장 침실(페넬로페[Penelope] 에피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