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신체 -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선다는 그 위태로움에 대하여
우치다 타츠루 지음, 오오쿠사 미노루.현병호 옮김 / 민들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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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치다 타츠루⭐

철학자. 무도인. 작가
📚 주요 저서: <하류 지향>, <교사를 춤추게 하라>, <스승은 있다>,<푸코, 바르트, 라캉 쉽게 읽기>, <어른 없는 사회>..
* 심리학자, 철학자들의 이론을 제시하며 커뮤니케이션의 의미를 풀어낸다.

■ 단상
이 책의 저자는 40여 년 동안 합기도 수련. 레비나스 철학 연구. 100권의 책 저술. 신체와 윤리의 관련성에 대해 연구해오고 있다. 2개월 전에 <하류 지향>이란 책을 읽고 인상에 남아있다. 일본 청년들이 공부와 노동으로부터 도피하는가?라는 주제로 쓴 책이다. <소통하는 신체>는 커뮤니케이션의 정의와 철학적, 심리학적 관점에서의 의사소통에 대한 필자의 사상이 빼곡히 적혀있다.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는 1장과 2장 즉, 독서와 관련된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다. 신체로 책 읽기라는 어구는 생소하면서도 몸의 철학자 퐁티를 생각나게 하였다. 머리로만 쓴 책은 감흥이 없다는 대목에서는 공감하는 바가 컸다. 3-5장은 다소 철학, 심리, 종교에 관한 부분으로 심적 거리가 멀었다. 신체의 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겠다.

신체로 책 읽기 - 텍스트의 신체에 나의 신체가 반응하고 있는 것이지요. 읽는다고 하는 행위는 진실로 거기서 시작합니다. 호흡, 리듬, 촉각 같은 텍스트의 신체성을 경유하여 이윽고 의미성에 다다르는 것입니다. 훌륭한 텍스트는 그런 것을 경험하게 해 줍니다. 거꾸로 말하면, 범상한 텍스트는 신체성이 없는 텍스트라는 말이 됩니다. 메시지가 선명하고 멋진 말들이 정연하게 쓰여 있는데도 읽고 나서 마음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은 '신체'가 없는 것입니다. 글을 쓴 사람이 자신의 몸으로 쓴 것이 아니라 머리로만 쓴 것입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도 머리로 읽게 될 뿐입니다.(p.94)

지적 직관-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의 외모나 심리 묘사가 아주 세밀한데도 그 인물상이 전혀 그려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반대로 묘사다운 묘사가 없는데도 단 하나의 동작, 하나의 형용사로 인해 그 인물의 체감과 호흡, 감정의 기복까지 생생하게 떠올라 거기에 동조하면서 마치 그 사람의 인생을 내가 사는 것 같은 현실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베르그송은 이런 경험을 '지적 직관'이라고 불렀습니다.(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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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장 이야기 - 63세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노동 일지 우리시대의 논리 27
조정진 지음 / 후마니타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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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진⭐
38년 공기업. 2016년 퇴사. 버스 회사 배차 계장, 아파트 경비원. 현재 주상복합건물 경비원

"아빠, 저 경비 아저씨, 참 힘들겠네."
아빠가 대답했다.
"응, 많이 힘들 거야.
너도 공부 안 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
그러니 공부 열심히 해야 돼."
p.103


■ 임계장의 뜻은?
임계장이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이란 뜻이다. 임계장은 '고·다·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르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르기도 쉽다고 해서 붙은 말이라고 한다. 매연과 미세먼지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 병에 걸리면 '노환'이다 하여 해고당하기도 하고, 24시간 격일제 근무가 많았다고 한다. 최저임금이 조금 오르면 고용주들은 업무량은 그대로 두고 인원을 줄인다. 필자는 노령화 시대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임계장 같은 분은 점점 더 늘어나고 시급 노동자들의 겪고 있는 아픔과 고단함을 밝히고자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 이 책을 읽고 나서...​
알라디너인 이웃님의 소개로 책을 읽었다. '임계장'이란 제목에 회사의 계장을 의미하는 줄 알았다.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의 프로필을 보면 선입견이 생겨 그냥 읽는 편이다. 표지를 보니 63세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노동 일지라고 쓰여있었다. 퇴직하신 분의 일기임을 금방 알 수 있었지만 근무환경이 이렇게 열악할 줄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더욱 불편해졌다.

이 책은 2016년 6월 1일부터 2018년 8월 31일까지의 근무 일기이다. 공기업에서 38년간 정규직에서 일한 후 2016년, 60세의 나이에 퇴직하였다. 4번의 직장을 옮겨 다니며 그동안의 일들을 가감 없이 진솔하게 적어 나갔다. 단순 노무직은 장시간의 노동, 비인간적인 대우, 비위생적인 근무환경 속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살아간다는 고발서이기도 하다. 필자는 7개월간 투병 생활 후 지금 주상복합 건물의 경비원 겸 청소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책을 읽고 지난 5월에 입주민의 폭행과 감금 그리고 협박에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이 있었다. 이 외에도 사회 각층에서 '갑질 문화'가 너무 팽배해 있다. 임계장의 이야기가 단지 퇴직한 분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런 사건들이 터지면 느지막이 대책을 내놓는다. 정부의 뒷북행정에 이젠 고개를 흔든다. 제발 땅을 쳐다보며 살았으면 한다. 오늘도 우리 아파트 경비를 서시는 분들이 이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재초 작업에 열을 올리신다. ㅂ카스 한 병 드리면서 "수고 많으세요."라는 인사를 건네야겠다.

임계장님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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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7-12 2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은 사람들이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퇴직하게 되는데, 퇴직 이후에도 생활을 위해서 직업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요. 또는 일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요. 그런데 이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좋지 않은 현실이 있어요. 처음 책 소개를 읽었을 때, 임계장이, 계장님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잘 정리된 리뷰 잘 읽었습니다.
초록별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비가 오고 덥지 않은 일요일이예요.
편안한 밤 되세요.^^

2020-07-24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그대를 잊으면 - 트루먼 커포티 미발표 초기 소설집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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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는 건,
그가 나를 잊지 않는 거야.
내가 바랄 권리가 있는 건 그것뿐이겠지.
-p.72-

🔹️투루먼 커포티(1924~1984)미국.소설가
📚 주요 작품 【미리엄 · 마지막 문을 닫아라 · 다른 목소리, 다른 방 ·풀잎 하프· 티파니에서 아침을 · 인 콜드 블러드 · 내가 그대를 잊으면】


■ 황순원의 <소나기>가 연상되는...
나는 한국 단편 소설 중에서 황순원의 『소나기』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나의 학창 시절의 이야기와 거의 같기 때문이다. 비가 올 때면 가끔 생각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한다. 어제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 읽다가 몇몇 작가 중에 트루먼 커포티란 이름이 있어 오늘 아침 바로 그의 책을 읽었다.

■ 작가는...
트루먼 커포티는 1924년 9월 30일 뉴올리언스에서 '트루먼 스트렉퍼스 퍼슨스'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는데 네 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앨라배마 주 먼로빌의 친척 집에서 자란다. 9세 때 새아버지를 따라 쿠바에 가게 된다. 그때 새아버지의 성을 따라 '트루먼 커포티'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고등학교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단편 『미리엄』을 시작으로 다른 작품들이 유명 잡지에 실리며 일약 이름이 알려지게 된다. 그의 작품 중에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영화화되었다.


■ 작가 사후 30년이 지난 2015년 뉴욕 공립 도서관에서 발견된 커포티의 10대 단편집
무라카미 하루키가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그의 작품 중에서 그가 10대에 썼다는 단편집이다.

' 그레이스는 한 시간가량 포치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 그날 오후 시내에서 그를 보았을 때, 그는 8시면 도착할 것 같다고 말했었다.'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녹색 눈에 주근깨가 있는 그레이스를 잘생긴 그가 좋아해 준다는 생각에 자랑스럽고 행복했다. 고등학교 시절엔 그레이스를 무도회에 초청했고, 질투 난 여자애들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내일이면 이모댁이 있는 뉴올리언스로 떠난다는 그. 그레이스는 그가 자기를 데리려 올 것이라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언덕 위 풀밭에 앉아 그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레이스. 마지막 문장이 백미다. "내가 바라는 건, 그가 나를 잊지 않는 거야. 내가 바랄 권리가 있는 건 그것뿐이겠지"라고 어둡지만 달이 가득 채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단문으로 군더더기 없이 써 내려간 글이지만 장중한 느낌이 든다. 14편의 단편 중 나머지 글들은 조금씩 아껴가며 읽어야겠다. '사랑'하면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레이스의 독백이다. "내가 바라는 건, 그가 나를 잊지 않는 것뿐이야." 진정한 사랑이란 내 마음속에 꼭꼭 숨겨두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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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끼호떼 1 - 기발한 시골 양반 라 만차의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민용태 옮김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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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뒤집어 봐도
<돈키호테>보다
더 숭고하고 박진감 넘치는
픽션은 없다.
- 도스토예프스키 -

■ 돈키호테와의 10일 여행...
앙드레 말로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치범 수용소에서, 포로 수용소에서, 유대인 수용소에서, 또는 감옥에서 풀려난 사람들이 세상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 문학서로 도스토엡스키의 <백치>와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그리고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뽑았다고 한다. 또한 미국 문화 평론가 라이오넬 트릴링은 <돈키호테> 이후의 모든 산문은 <돈키호테> 주제의 변주곡이라고 말했고, 프랑스 비평가 르네 지라르는 <돈키호테> 이후에 쓰인 산문은 <돈키호테>를 다시 쓴 것이나 그 일부를 쓴 것이라고 전한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카잔차키스는 자신의 작품의 헌사를 산초 판사에게 바쳤다고 한다. 이렇게 <돈키호테>에 대한 찬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과연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였는가? 10일에 걸쳐 읽었던 돈키호테 1권의 모험담에서 물러서지 않고 꿋꿋하게 나아감을 보았다. 3가지로 느낀 바를 적어본다. 첫째로, 정의의 실현이다. 돈키호테가 결투하는 이유는 불의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다.정의란 진실에 입각한 공평성, 동정심과 자비와 인정을 말한다. 둘째로, 진실한 사랑이다. 돈키호테가 마음에 두고 있는 둘시네아를 비롯하여 1권에 등장하는 커플의 아름다운 사랑이 계속 이어진다. 셋째로, 평등사상이다. 다양한 등장인물을 묘사하는데 있어 세르반테스는 편견을 부여하지 않는다. 각기 자신의 신분에 맞추어 살아가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그린다.

비록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돈키호테이지만 어떤 역경에서도 씩씩한 모습은 용기의 비타민이다. 또한 산초의 성품은 어떠한가. 순박함 그 자체이다. 이상의 돈키호테와 달리 현실의 산초이다. 나는 세르반테스가 두 인물을 대조적으로 그림으로써 독자들에게 중도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보았다. 현실이라는 땅에 발을 굳건히 대고 이상이라는 하늘을 마음에 품고 씩씩하게 나아가야 겠다. 조금 틈을 두고 2권을 읽어나가야 겠다. 마지막 대목에서 잠을 자고 있은 돈키호테. 비록 꿈에서만이라도 다치지 말고 정의를 위해 멋진 활약을 펼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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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20-09-14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록별 님의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관한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 소설에 매료되어 이런 저런 글들을 여러 번 썼더랬습니다.
급기야 이 작품을 소개하는 동영상도 (2017년작, 돈키호테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게 되네요.
한가하실 때 구경 한번 해보세요~
https://youtu.be/wkO5h2o2lU4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 환경과 생태를 이해하는 인문학적 상상력 아우름 16
최원형 지음 / 샘터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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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생명이 서로 의존적이기에 어느 생명에게든 깨져 버린 평화는
돌고 돌아 결국 내 평화마저도 깨고 말 것입니다.
나만을 위한 탐욕이 사라진 자리에
모두의 평화가 깃들 수 있습니다.
-에필로그 중에서-



■ 내가 오늘 사용하는 물건은 어디에서...
우리가 매일 쓰는 비누, 치약에서부터 휴대폰, 자전거, 자동차 심지어 전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런 물건들이 어디에서부터 생겨났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가끔 식사를 할 때 식재료가 어떻게 키워졌는지를 이야기 나누곤 하지요. 정작 농사짓는 분들이나 광물을 캐는 분들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아서 체감하기는 힘들지요. 그래서 물건을 함부로 낭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모든 존재하는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제목의 책을 꺼내들었습니다.


■ 이 책은...
잡지사 기자와 방송작가를 거쳐 현재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 소장이고, 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회 위원으로 생태 에너지 기후변화에 대해 활동을 하고 계신 최원형 씨가 쓴 책입니다. <세상은 보이지 않은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 소중히 아끼고 보살피자˝라는 내용입니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인과因果에 대한 성찰과 환경 문제를 생각하여 이성과 논리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내 주변을 살피는 생태 감수성을 기르자고 말합니다.


■ 이 책을 읽고 나서...
제가 하루 생활하면서 쓸데없는 낭비를 하는 것 중 하나가 물입니다. 평소 물은 충분하다는 의식이 마음속에 자리 잡아 물을 펑펑습니다. 우선 작은 것부터 절약하는 습관을 길러보고자 합니다. 더불어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지난주에 읽었던 <커피밭 사람들>에서도 나왔듯이 커피콩이 집에 도달할 때까지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다는 것이지요. 먹고 마실 때마다 감사 기도를 올려야겠습니다. 장미 한 송이를 키우기 위해 10리터의 물이 필요하고,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140리터, 즉 2리터 페트병 70개가 소요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책을 백 권 읽는 것보다 한 권이라도 읽고 마음의 변화가 생겨 행동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씀이 귀에 쟁쟁합니다. 오늘부터 아끼고 감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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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4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