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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레이철 조이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해럴드는 퇴직을 한 후 아내 모린과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레 편지 한통이 도착한다. 예전에 같은 회사에 근무했던 퀴니가 쓴 편지인데 암이 라는 것이었다. 해럴드는 답장을 쓰고 우체국에 편지를 부치러 나간다. 수거 시간을 놓쳐 다음 우체국에 가다가 해럴드는 퀴니가 있는 요양원에 전화를 하고, 충동적으로 자기가 갈테니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때부터 해럴드의 순례가 시작된다. 아무 준비도 예고도 없이..
모린에게는 몇일 지난 뒤에 전화를 해서 걸어서 퀴니가 있는 곳까지 가겠다고 했다. 내가 모린이었어도 어이가 없었을 것 같다. 유부남이 남자도 아닌 옛 동료인 여자를 만나기 위해 그 어마어마한 길을 걸어가겠다고 한다면 정말 이해가 안 될 것이다. 그 여정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던 중 해럴드는 신문이며 방송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해럴드의 순례가 보도가 된 것이다. 가는 길에 같이 걷고 싶다고 동행자가 나타난다. 개도 나타나지만 모두 떠났다. 해럴드는 지쳐 30km를 남겨둔 지점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졌다. 모린에게 포기하고 싶다고 전화를 걸었지만, 모린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북돋는다. 의외였다. 모린은 오매불망 해럴드를 기다리고 기다렸기 때문이다. 결국 해럴드는 퀴니를 만나게 된다. 많이 야위었고 암으로 인해 흉한 몰골이었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해럴드 때문에 더 오래 버틸수 있지 않았을까?
여정이 길고 살짝 지루했지만 뒤에 반전이 있었다. 그동안 숨겨 왔던 이야기들..
해럴드의 순례는 퀴니를 살리고자 해서 시작된 여행이었지만 몰랐던 이야기를 알았을 때 단순히 퀴니만을 위한 여행이 아니었다. 아내 모린과 아들 데이비드는 여정 내내 이야기에 등장했었다. 아들이 죽고 난 후 모린과 해럴드는 서로에게 심한 말을 하고 각방을 쓰며 남처럼 살았다. 겉으로는 퀴니를 위한 여정 인 듯 했지만 해럴드 자신과 모린, 그리고 데이비드를 많이 생각할 수 있는 여행이었다. 결국 순례로 인해 모린과 해럴드는 화해하게 된 것이다.
해럴르가 그런 힘든 여정을 택한 계기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옛 동료가 아파서가 아니라 퀴니는 오래전 자신의 잘못을 뒤집어 쓰고 해럴드 대신 회사를 그만 두었었다. 그것도 모자라 집에 찾아와 해럴드를 위로하려 했다.
여행의 목적이 여러 가지 일수 있다. 재미를 위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해럴드는 지나온 과거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한 것이다. 다만 그 여행이 예고 없이 온 한통의 편지로 시작 되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