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성
김덕년 외 지음 / 교육과실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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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교육의 실패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주도성이 없다는게 가장 큰 원인일 수도 있다. 주도성은 글자 그대로 문제나 과제에 직면했을 때 자신이 주체가 되어 흥미와 집착성, 도전의식을 갖고 그것을 계속 추구하며, 실행과정에서 수정보완을 하는 적극적 태도다. 한국은 교육에 있어, 능력주의와 관주도의 획일적 교육을 실행하기에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교육에 주도성을 상실한 상태다. 특히 학생이 주도성이 적다는 증거는 대학교육에서의 낮은 성취률과, 특히 해외대학에 진학 시 높은 탈락율로 나타난다. 초중고는 뭔가 상당히 주어지고 입시라를 압박이 있지만 그것이 모두 해제된 대학, 특히 해외대학에선 주도성이 없기에 매우 낮은 성취률과 높은 탈락율을 보이는 것이다.

 현재 세계 각 나라는 교육에서의 주도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으며 한국 교육에서도 나라의 명운을 위해 각 교육주체, 특히 학생의 주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당면 과제다. 책 '주도성'은 이 부분에 주목하여 주도성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제시하고, 주도성의 특징, 주도성이 잘 작동하는 교육현장의 사례를 제시한다.

 먼저 주도성의 정의는 어떤 일에 주체가 되어 이끌거나 부추기는 행위다. 본인이 주도성을 행사했다는 증거는 자신이 중심에 있는가, 그리고 자신이 변화를 가지고 왔는가로 판별한다. 주도성을 보는 관점은 3가지 인데 개인적 차원, 사회구조적 차원, 생태적 차원이다. 개인적 차원은 주도성을 개인의 특질로만 보는 것이며, 사회구조적 차원은 사회구조안에서 주도성을 보는 것이고, 생태적 차원은 개인이 속한 상황이나 맥락에서 주도성을 보는 것이다. 사실 주도성은 개인이 처한 맥락과 상황이 중요하다는 면에서 생태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적절하다. 

 2022개정 교육과정과 미래교육은 학생 맞춤형 교육을 중시한다. 이 맞춤형 교육은 주도성과 관련한다. 교육에서 학생의 주도성이 잘 발휘되게 교육을 실시하는게 학생 맞춤형 교육이 되기 때문이다. 즉, 학생 맞춤형 교육이란 학생이 교육의 전 과정에서 주인이 되게 하는 것이다. 다음은 주도성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1. 교사나 관리자는 학생이나 교사가 선택할 수 있게 기회를 제공했는가

2. 그 선택을 존중했는가

3. 선택에 따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자율성이 있는가

4. 실패한 경우 다시 일어서도록 격려했는가


그리고 다음은 학교장이 교사나 학생이 무언가에 주도성을 발휘하겠다고 할 때 해야 할 일이다.

1. 지원하지 못할 이유를 찾지 못하면 그게 무엇이든 지원한다.

2. 실패하더라도 마음 껏 해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3. 학생의 교육적 성장을 위해서는 교사가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4. 이를 위해서는 벽을 허물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이 주도성을 발휘하려면 아래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1. 자기 성찰

2. 자율성이 보장되는 환경

3. 지속적인 주도성의 발휘


그리고 학생의 주도성이 잘 발휘되는 환경이다.

1. 삶과 진로를 연결짓는 수업

2. 정규교과과정 외의 다양한 학습 경험

3. 외부 강사 초빙 시 세대 차이 없는 인물 초빙

4. 협의 공간의 제공과 간단한 예산 지원


 교육현장은 학생의 주도성은 강조하면서도 정작 그 주 관련자이자 실행자인 교사의 주도성엔 상당히 무관심하다. 이는 과거 관 주도의 암기식 획일적 교육에 교사의 권위가 강했기 때문인데 설사 그 때조차도 교사는 교육에서의 주도성은 없었다. 그저 학생에게 권위가 막강한 획일적 교육의 말단 실행자였기에 그렇게 착시가 일어날 뿐이다. 때문에 교사의 주도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학생주도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의 주도적인 수업과 평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별교사는 주도적으로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성취기준을 재구조화하여 수업을 디자인해야 학생 주도성이 발휘된다. 그리고 과정엔 주체로서 교사의 주도성이 필요하다. 

 주도성의 특징은 자유와 상호작용, 성장이다. 즉, 다른 사람과 충분히 상호작용 할 수 있으며, 높은 자율성을 갖고 과제와 문제를 해결해가며 본인이 타인과 더불어 성장할 때 주도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주도성을 성장시키는 수업엔 다음과 같은 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 학생의 자율권 존중, 학생들의 참여와 의견수렴, 자기 평가와 피드백 제공, 협력적 학습 환경제공, 성장의 경험 제공이다. 

 교사는 학생을 주도적으로 만들기 위해 3가지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 학생의 성향을 이해하고, 성공경험을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피드백하며, 학생이 자신을 잘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야 학생은 자신에 맞게 문제 해결을 위해 시간, 자원, 타인과의 협력을 조절하고 여기에 적절한 피드백을 주어 성공경험을 제공할때 자신감을 갖고 매사에 주도적으로 뭔가를 계획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주도성을 위해서는 프로젝트 학습이 적절하다. 프로젝트 학습을 위해서는 어려운 질문과 지속적인 탐구, 실제성, 학생의 의사와 선택권, 성찰, 비평과 개선, 공개적 결과물이 필요하다. 여기서 프로젝트 결과물이 실제성이 높아 그것이 세상에 실제적인 개선 효과를 주는 것이라면 학생의 동기는 크게 높아진다. 그래서 프로젝트 학습에서는 결과물을 반드시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런 공유기회는 학생으로 하여금 최선을 다하게 하여 주도성을 높인다. 

 결과물을 보는 사람인 청중에 따라 위계를 갖는데 상위로 갈수록 현실에 도움이 되고 실제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학생의 동기와 참여도를 높여 주도성을 높인다. 단계는 교사의 과제-부모님께 보이는 과제-학교 공동체에 보이는 것-학교 너머 일반 청중에게 보이는 것-비평하는 사람에게 보이는 것-세상에 도움외 되는 것의 순이다. 

 생산적인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학생에게 최대한 많은 책임감을 부여하고 학생이 프로젝트의 목표를 인식하고 실행해야 한다. 교사는 프로젝트를 위해 수업을 철저히 디자인하면서도 학생이 익숙해지면 서서히 책임을 이양해야 한다. 이것을 학습에 대한 점진적 이양이라고 하는데 교사의 시범보이기에서 교사학생의 상호작용, 학생의 독자적 실행 적용으로의 순이다.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교사의 코칭도 중요한데 이런 형성평가 시스템으로 피드업과 피드백, 피드포워드가 있다. 피드업은 어떤 목표를 향해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고, 피드백은 지금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언과 점검, 피드포워드는 다음 단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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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 - 원서 3판 전면개정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클라우스 도즈 지음, 최파일 옮김 / 교유서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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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정학은 두 번의 위기를 겪었다. 지정학은 오래된 학문으로 유럽에선 독일에서 강했다. 이는 후발주자로 독일의 특성과 그들이 유럽중앙에 위치하여 사방으로 둘러싸여 지리적 요건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에서 번성한 지정학은 2차대전 히틀러와 연결되어 오랫동안 나치의 학문으로 서구권에서 치부되었다. 지정학은 이후 다시 부활하는데 구소련이 붕괴되며 다시 위기를 맞는다. 여러 학자들은 세계의 전쟁이 끝났다고 보았고, 전 세계가 자본주의, 민주주의로 뒤덮일 것으로 보았다. 때문에 지정학은 다시 폐기될 위기에 놓인다. 

 하지만 지금 지정학은 완벽히 다시 부활하고 중요해보인다. 세계적 연결은 점차 끊어지고 있고 각자도생의 시대에 그들이 처함 지리적 위치와 그에 따란 지정학적 조건이 다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정학은 3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공간과 영토에 대한 영향력과 권력 문제, 세계 정세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리적 틀의 제공, 지정학적 변화에 따른 미래의 틀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정학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고전 지정학과, 비판 지정학이다. 고전 지정학은 국력과 영토적 관계에 따란 지리적 환경의 상호 관계에 주목하는 것으로 결정론적인 편이다. 반면 비판 지정학은 담론과 이데올로기에 주목한다. 영토, 자원, 입지보다는 인적인 요소와 물적인 요소간의 상호작용에 초점은 둔다. 즉, 지정학은 움직이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지정학 중 하나로 대중 지정학이 있다. 이는 시민들이 자신들이 사는 고장과 나라, 지역, 그리고 더 넓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미디어 및 그 밖의 형태의 대중문화를 포괄하는 것이다. 대중지정학의 본질은 그래서 이미지와 사운드의 힘에 기반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대중지정학은 뉴스나, 신문, 영화같은 레거시 매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최근에는 SNS와 유튜브 등의 새로운 매체도 대중지정학의 새로운 요소로 거듭나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들은 서로 다른 정보원천을 잘 생산하고 유통하며 접근할 수 있다. 그들은 이를 통해 과거나 지금도 특정한 것을 뉴스로 생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어떤 것이 가치가 있는지를 결정한다. 그리고 이는 대중에 영향을 주며 특정 대중지정학을 형성한다. 하지만 SNS를 비롯한 최근의 미디어 플랫폼은 쌍방향적이고 모든 집단이 뉴스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비정부기구나 환경단체 같은 긍정적인 단체들도 있지만 극우파나 테러집단도 이를 이용하며 영향을 준다. 2017년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70%가 SNS로 뉴스에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대개 나이가 많고 교육수준이 낮으며 비백인인 경향이 높았다. 새로운 미디어가 주의해야할 부분인 것이다. 

 과거 미국은 자신들이 가진 소프트파워를 이용해 본인들에게 유리한 대중지정학을 조성해왔다. 그들은 특정배우와 캐릭터를 생성하여 불굴의 투지와 지도력, 힘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지배적인 지정학적 상상을 전 세계에 적극적으로 체현해왔으며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미국은 1940-1960년 사이 무려 4천편 이상의 영화를 제작했는데 이 중 전쟁에 대한 미국의 인식, 공산주의의 위협을 과장하는 것이 많았고, 이를 비판하는 영화는 극소수였다. 때문에 당시 미국 영화계는 제작과 예산 부분에 있어 군과 정부의 많은 지원을 받았다. 이는 지금도 진행중인데 80년대 개봉한 영화 탑건은 세계에 대한 미국의 인식과 공산권에 대한 위협을 잘 드러내며, 미해군에 의해 막대한 지원을 받았다. 

 디지털의 부상으로 대중지정학은 과거보다 더 쉽게 간섭과 왜곡에 빠질 수 있게 되었고 시민과 공동체는 더욱 쉽게 양극화되고 고립되게 되었다. 때문에 최근의 대중지정학은 오히려 비대중지정학이나 포퓰리즘 지정학으로 탈바꿈할 위기에 처하고 있다.

 지정학은 근본적으로 자신과 타인 사이의 차이를 상상하고 표명하는 문제이기에 정체성과 관련한다. 정체성엔 타인에 대한 정서와 감정이 중요하게 작용되는데 이 정동은 조종될 수 있다. 비판지정학은 국가정체성에 대한 관심과 그런 전통의 발명이 인간과 장소 관계에 근거하고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그래서 국가는 전통적 미디어와 학교차원 교육에 대한 통제와 모니터링을 통하여 국가적 자아 정체성의 창출과 유지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는다. 그리고 정체성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국가는 갈수록 국민과 영토를 철저히 지도화하고 조사하고 측정하며, 평가한다. 

 이런 국가정체성은 국가적 서사, 영토지도, 느낌의 구조, 정서에 대한 호소를 이용하여 정체성 기반의 지정학에 일정한 역할을 하나 반대급부로 그것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배제하게 된다. 많은 유럽정부에서 배제된 것은 무슬림 공동체다. 그래서 이들은 무슬림 공동체의 소외감이 국가의 문제로 작동한다. 지금의 이슬람은 상당히 호전적인데 이를 고취시킨 것 역시 유럽이다. 호전성은 다양한 맥락과 원천이 존재하지만 식민지배에 대한 기억과 서구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인종주의적 성격에 대한 반감이 이 호전성의 주 원인으로 작용한다. 

 지정학엔 구조물이 중요한 요소다. 국가는 타국가와 비국가기구가 영토의 흐름과 교차에 작용하는 경계를 내부나 외부, 자국과 타국, 국내와 국제사이에 설정한다. 국민국가는 이런 지정학적 구조물을 튼튼히 하였는데 현대정부도 이런 구조물로 국경통제에 심혈을 기울인다. 국경은 한 국가 영토의 진입과 진출 지점을 제공하며 국경의 통제는 사실상의 주권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경계 설정은 묘한 역사성을 띤다. 과거엔 이것이 매우 느슨하다, 국민국가란 개념이 발명되고 나서는 매우 강해졌는데 2차대전과 이후 냉정은 경계세움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동구권이 붕되되고, 인적, 비인적 사안의 지구화가 심해지면서 경계는 매우 느슨해졌다. 최근엔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 등 다극적 갈등이 심해지면서 다시금 민족주의와 군사력에 기반한 지정학으로의 귀환이 이뤄지고 있다. 

 국가의 경계는 꼭 국가를 대상으로만 하진 않는다. 미국의 멕시코 및 남미에서의 유입을 막기 위해, 유럽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의 난민을 막기 위해 장벽과 방벽을 설치한다. 이는 유입을 막는 효과적 방법이지만 이것을 통과하기 위한 국내외 각종 범죄와 부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가는 이처럼 적극적으로 특정집단을 막기 위한 방벽을 세우지만 반면 어떤 것은 적극 유치한다. 투자와 숙련된 인력, 사상의 특정한 흐름이 그런 것이다. 이 경우 국가는 주권의 침해를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이처럼 국민국가는 뚜렷한 경계와 영토를 갖고 있기에 사람과 상품, 사상, 기술, 질병 같은 대상이 그 선을 넘나들 때 이를 어떻게 관리, 운영하는지에 고민을 갖는다. 하지만 이런 국가의 경계는 다른 국가에 의해 부정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때론 자발적이기도 한데, 국가 정부가 감당하기 힘든 인권 침해와 고통에 직면할 경우 인도적, 군사적 개입의 호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가가 그런 민간인의 생명을 해치는 경우 국제사회에서 이를 보호하기 위해 주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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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죽지 마세요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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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교사들은 학교나 교사가 을은 커녕 병도 아닌 '정'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권한이 없고 동네북이란 셈인데 교사에게 갑은 악성 학부모와 교육청, 교장, 교감 등의 관리자다. 2023년 서이초 교사 자살사건을 계기로 이런 교사의 처지는 시민 사회에 알려져 교권 4법이 제정되는 계기를 가져왔지만 아직 큰 틀에서 교권이 온전히 보호 받진 못한다.

 이 책은 중학교 교사가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와 학교에서 부딪힌 각종 적폐에 대해 말하는데 하나하나 놀랍기 그지 없다. 중등교사는 고교까지 근무하기에 필연적으로 이 나라의 가장 큰 병폐인 입시와 부딪힌다. 학생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그걸 교사에게 풀어낸다. 각종 사건사고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수업을 전혀 듣지 않는다. 수시로 가는 애들은 수시가 끝나면 안 듣고 정시로 가는 애들은 수시 반영이 끝나면 수업을 듣지 않으며, 공부를 포기한 애들은 그 것대로 수업을 듣지 않고, 평소에도 학원 및 다른 공부를 핑계로 수업을 듣질 않는다. 

 이걸 지도라도 하려 들면 학생은 학생대로 저항하며, 학부모는 어처구니 없게 입시로 고생하는 아이 학대하지 말라한다. 교사는 입시에서 학생의 안전을 위해 하나라도 하향안정 지원을 하게 하려 한다. 하지만 학생은 늘 성적 이상의 학교를 원한다. 나중엔 다들 교사의 시각을 인정하지만 당시엔 자신의 실력을 몰라준다고 섭섭해들 한다. 그게 교사에겐 또 상처로 다가온다.

 미국에서 온 한 학생이 이런 붕괴한 한국의 교실을 보고 어이 없어 하는 일화가 있다. 미국에선 수업 방해행동을 하거나 교칙을 어기면 학교 경찰에 끌려가거나 부모가 소환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런 것에 아무런 제재가 없다. 최근에서야 비로소 교사의 인권과 다른 학생의 수업권을 신경쓰기 시작했는데 만시지탄이다. 

 중등에선 초등과 달리 절반 정도의 인원만 담임교사를 해야하기에 담임을 안 맡는 것이 갈등의 요소가 된다. 누가봐도 수업만 하고 담임을 하지 않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물론 담임수당이란게 있긴 하나 당연히 충분한 요인이 되지 않기에 안하고 만다. 여기에 업무도 문제다. 업무는 학교마다 다소 다르고 절대 공평하지 않다. 때문에 중등에선 누가 담임을 하고 누구 조금 더 어려운 업무를 맡으며 그리고 누가 더 수업을 적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담임을 하게 된다면 다소 적은 수업시수와 적은 업무가 배정되야 하지만 누군가는 모두를 가져가고 누군가는 모두를 잃는다. 저자는 한 관리자의 농간으로 자신이 담임에 많은 수업시수에 업무까지 가져가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을 토로한다. 

 책에서 안타까운 부분은 학생의 자살을 다룬 부분이었다. 청소년 자살 1위의 대한민국인만큼 교사로 근무하며 자신의 학생이 자살하게 되는 일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저자는 늘 학생들에게 자살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꼭 자신에게 연락하라고 약속을 받아내곤 했다. 그리고 몇년 후 한 학생에게 전화가 왔는데 그날 업무가 과다해 그만 받지 못했다. 그렇게 있고 있었는데 향후 찾아온 제자들을 통해 그 아이가 자살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전화는 아마 자살 직전의 전화였을 것이다. 

 저자는 여러 스트레스로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고 병휴직을 하게 된다. 병휴직을 하면서 우울증 진단과 각종 정신병 진단을 받게 되었는데 책의 거의 절반 부분이 이런 정신 질환에 대한 것들이다. 아무래도 책의 제목처럼 자신같이 정신병을 앓는 교사들에게 직접 도움을 주고 싶어 이렇게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 같은데 학교의 병폐에 대해서 더 많이 쓰는게 좋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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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손이 두부 - 제1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수상작 일공일삼 107
모세영 지음, 강전희 그림 / 비룡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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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손이는 왜란 전 진주에 살던 조선인 아이다. 막손이의 아버지는 진주의 유명한 도공이고, 막손이는 감각이 뛰어나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는다. 막손이에게 맛있는 두부를 해주곤 하던 어머닌 막손이가 어려서 죽고, 아버지도 왜란이 일어나 포로가 되어 끌려가다 육지를 밟지 못하고 배에서 죽는다. 

 막손이는 진주에서 끌려온 도공들의 보호를 받으며 허드렛일로 버티나 그들을 잡아온 도사번의 번주는 한푼이 아까운 나머지 막손이를 하급 무사의 노비로 보내버린다. 하급무사의 아내인 신지부인은 세 아이의 어머니로 매일 상급무사 아내들의 잡일을 도와주며 연명하는 처지다. 때문에 모든 집안일과 아이를 돌보는 일은 소위 '마그소니'의 일이 되어 버린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던 막손은 나무를 하러 간 산속에서 조선인 호재 아저씨와 마주한다. 그는 원래 경상도의 양반으로 의병으로 싸우다 포로가 되어 막손이 처럼 노비러 전락한다. 양반임에도 평민인 막손이에게 호재는 정성을 다했고 막손은 그런 그가 아버지처럼 여겨진다. 호재 아저씨의 주인은 이에무라 부인이었는데 그녀는 신지부인과 다르게 착한 마음의 소유자였다. 

 당시 일본은 도자기 뿐만 아니라 두부 만드는 기술도 형편없었던 듯 한데 막손은 호재 아저씨를 도와 맷돌을 이용해 두부를 만들게 된다. 이에무라 부인은 이를 시장에서 팔게 되고 두부는 없어서 못파는 지경에 이른다. 이에무라 부인은 가난에서 벗어나 곧 가게도 차릴 수 있을 정도로 형편이 나아진다. 하지만 두부소식을 들은 도사번 번주의 수하 가와치와 그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겐조는 음모를 꾸민다.

 겐조는 두부를 만들어 내는게 막손임을 알게 되고 그를 납치하여 두부를 만들게 한다. 겐조는 그 두부를 팔아 가와치와 더불어 막대한 돈을 벌게 된다. 사라진 막손을 찾던 호재아저씨와 아키라는 막손을 납치한 것이 겐조임을 알게 되고 그를 구해낸다. 막손은 다시 호재아저씨와 두부를 팔게 되게 겐조와 가와치는 번주의 벌을 받게 된다. 

 왜란 때 일본의 군사력은 막강했지만 문화적인 부분에서는 조선에 뒤쳐지는게 많았는데 끌려간 도공에게서 두부를 상상한 것이 재밌는 소설이었다. 어른 보다는 청소년용으로 재밌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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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 코끼리와 코요테 인생그림책 28
나현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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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코끼리를 따라다니는 코요테. 코끼리는 그에 저항할 힘도 없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다. 그런 코끼리에게 코요테는 죽음은 사라짐이 아닌 다른 것으로의 순환이라는 것을 깨우쳐주고 깨달음을 얻은 코끼리는 편하게 잠들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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