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생이 운다 - 꼰대의 길목에 선 리더를 향한 위로와 공감 EBS CLASS ⓔ
박중근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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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작년에 인기가 좋았다. 한창 인기가 좋을 때 읽었는데 시대가 만들어낸 90년생의 주요 특징과 그것을 받아 줄 수 있는 사회적 주문과 성숙도가 골자였던 것 같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그러면 그 90년생을 받아주는 세대에 대해서도 다뤄야 하는게 아닐까란 생각이었다. 70년생은 자신들의 생각을 했을 것이고 이제 슬슬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60년생도 아마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저자는 90년생과 가장 부딪히는게 70년대 생이라 생각한 것 같다. 그럴만한 것이 80년대 생은 아직 관리직에 이르지 못하고, 90년대생과 문화적 격차도 아주 크진 않을 것이고 60년대생은 임원직 이상이거나 퇴임을 앞둔 사람들로 직접 90년대생과 대면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무래도 남는건 70년대생 뿐이다. 한창 부장이나 팀장급의 직위일 것이고 그룹의 리더로 실무자인 그들을 관리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90년대생에겐 한창 꼰대로 보이겠지만 사실 70년대생은 한국 역사상 최초로 X세대라고 명명된 신세대였다. 압구정 오렌지족에 배꼽티, 댄스음악과 레게에 열광하고, 질투나, 파일럿, 마지막 승부같은 드렌디 드라마와 농구를 좋아했다. 당시 독재정권에서 벗어나 대학가엔 시대적 과제해결로 낭만과 소비문화가 팽배했다. 사회전반적으로도 소득이 크게 향상되어 무척이나 트렌드한 분위기였다. 

 책은 그런 그들이 50년대생과 부딪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IMF라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자신들의 자유분방함을 꺽고 사회에 순응할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사실 별로 설득력이 없었다. 그런면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70년대생은 자유분방함이나 개인주의가 90년대생보다 훨씬 약했다는게 정답일 것이다. 90년대생은 대부분 고향이 대도시이고 선진사회에서 도시문화 속에서 자라났으며 부모역시 대부분 도시 출신이다. 하지만 70년대생은 어려선 군사정권 그리고 가난한 나라 혹은 농촌에서 태어났다. 도시로 왔어도 농촌에서 자라나다 이전한 경우이고, 부모세대는 거의 확실히 농경문화에서 자라난 사람들이었다. 즉, 70년대생은 한국최초로 도시문화를 가진 사람들이었지만 거의 반 이상은 농경문화의 영향을 상당히 받았다. 때문에 완전한 도시세대인 90년대생들과는 다르게 보다 유교적이고 집단적인 문화를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에 진출했을 때 개성을 발휘하며 저항하기보다는 사회에 녹아드는것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으로 보는게 더 타당해 보인다.

 책이 조금더 아쉬웠던 점은 70년대생들의 특징을 충분히 설명하기보다는 90년대생들에게 맞추기 위해 더 나은 리더로 거듭나라는 주문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도 해결책이겠지만 90년대생들도 70년대생의 특징을 잘 분석한 책을 보고 그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는 책이 더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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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버린 세계 지구종말 시리즈 2
J. G. 밸러드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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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 빠진 세계 이후 두 번째 지구 종말 시리즈다. 물에 빠진 세계, 불타버린 세계, 크리스탈 세계, 이 3부작을 읽기로 했을때 검색해보고 순서대로 읽기 시작했는데 다 부질없다. 3개의 작품은 아무래도 독립된 세계관을 가진 연결이 없는 작품이다. 물론 지구가 망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원인은 다 다르다. 

 불타버린 세계는 불에 탔다기보다는 정확히는 가뭄이다. 원제 제목도 그냥 가뭄이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전작과 대비되는 극적 효과를 위해 이렇게 작명한게 아닌가 싶다. 주인공은 또 박사인데 찰스 랜섬으로 의학박사이다. 인류는 바다에 매년 수백만톤의 쓰레기를 쏟아부었다. 그냥 공해상에 배를 끌고가 대놓고 버린 나라도 있고, 하천을 통해서 버린 나라도 있다. 하여튼 이 엄청난 폐기물들은 급기야 바다에 아주 얇은 화합물 막을 만들어 버린다. 이 막은 공기는 투과시키지만 물처럼 큰 분자는 통과하지 못하게 한다. 

 그 말은 바다와 대기간 기체 수준의 교환은 일어나지만 물분자 수준의 교환은 안 일어난다는 즉, 바다로부터의 증발이 사실상 봉쇄되었음을 의미했다. 그렇게 대륙의 모든 강과 저수지, 호수가 말라간다. 물론 화합물 막은 바다 전체를 뒤덮은건 아니었다. 주로 폐기물이 많이 쏟아진 연안을 막아 버렸는다. 대륙의 물이 마르자 대륙에선 더 이상 비구름이 생겨나지 않았고, 먼 바다에서 생겨난 구름대는 대륙으로 이동했지만 화합물 막으로 막혀 건조해진 해안 대기를 만나면 곧장 비를 모두 연안에만 쏟아버렸다. 사람들은 호위선단과 배를 동원해 화합물 막을 갈라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물에 뜬 기름막을 손으로 휘저어봐야 잠시 뿐이다.

 랜섬박사는 호수가 있는 소도시에 살고 있었다. 수년에 걸쳐 폭이 수백미터인 강마저 말라버리자 랜섬박사는 일련의 사람들과 같이 바다로 가기로 결정한다. 그래도 그는 오래 버틴 편이다. 하지만 마을의 존슨 목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할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마을을 지키고 버티며 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랜섬은 존슨의 광기를 느끼며 더 늦기 전에 바다로 향한다. 가면서 사람들이 버린 자동차를 타고, 고장나면 갈아타기를 반복하며 먼 거리의 바다로 도착한다. 그렇게 십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사람들은 많이 죽어간다. 모든 사회시스템은 붕괴된지 오래고, 사람들은 물고기와 해산물, 해초류에 연명했다. 바다 사람들은 바다물을 계속 증류시켜 물을 얻었기에 해안 인근은 증류후 남은 소금으로 가득했다. 

 그런 바다 생활에 신물이 난 랜섬은 같이 떠나왔던 무리들과 같이 마을로 돌아간다.가서 두고 온 사람들과 조우했고 마을엔 저수지가 생겨서 생각보다 물이 많았지만 충분치 않았다. 그리도 양 집단은 서로 너무나도 야만적으로 변해있었다. 

 랜섬은 마을에서의 소동을 뒤로 하고 더 내륙으로 향한다. 이게 소설의 끝이다.

 밸러드의 종말 시리즈 두 권을 보면서 느낀점은 배경과 장면 하나하나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세밀하다는 점이었다. 잘 그려지지 않기도 했고 다 일일히 읽기 피곤하기도 한다. 하여튼 대단하다. 그리고 종말은 맞아 사람들은 광기에 빠지기도 하지만 굉장히 무개성해지기도 한다. 전작품이나 이번 작품이나 인물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이번작은 더 심했다. 그래서 좀 재미가 떨어진달까. 거기에 종말을 맞은 주인공이 결국은 더 종말에 가까운 지역으로 향한다는 점이다. 물에빠진세계에선 과거 중생대의 기억으로 회귀하며 주인공은 더욱 덥고 습한 생존불가능의 지역으로 향했고, 이번에도 가뭄에 더 심한 내륙으로 물을 향해가는게 그렇다. 물론 의외로 이 지역들이 더 희망있는 지역이라는 느낌은 작품에 풍겨지긴 한다. 종말 시리즈의 마지막인 크리스털 세계는 어떻게 그려질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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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문학동네 청소년 51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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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티비에선 올림픽 개막식이 진행중이다. 입장객도 없고 일년이라는 고정비용을 더 치룬 탓인지 역대급으로 저렴해보이는 개막식이다. 물론 뒤는 어떨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비싸 보였던 개막식은 베이징 올림픽이었는데 둘을 비교해보면 정말 극적일 것 같다. 음악감독이 문제를 일으켜서인지 선수단 입장식에 일본 게임음악을 사용했다. 그리스가 입장할때 게임 드래곤퀘스트의 메인테마를 사용했는데 그 게임을 어린 시절 즐겨한 사람으로써 느낌이 색달랐다. 마지막에도 틀지 않을까 했는데 주최국 일본이 입장하게 마지막으로 그 음악을 다시 썼다. 일본인에게 드래곤퀘스트란 게임이 의미하는 바가 이런듯 하다. 

 오늘 읽은 책은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이란 책으로 거주하는 지역 올해의 권장도서다. 아동문학으로 아동학대를 다룬다. 중2라는 질풍노도시기에 학생들의 이야기엔데 무거운 주제를 가볍고 흥미있게 풀어냈다. 

 나오는 중심 아이들은 4명이다. 형수와 우영, 은재, 타노스다. 형수와 우영은 남자아이로 서로 친하다. 우영은 좀 찌질하단말을 주변 아이들로부터 듣고 사는 아이고 아이에게 모든 걸 투사한 엄마로 인해 끊임없이 고통받으며 살고 있다. 형수는 그런 우영의 친한 친구로 아버지가 여자중학축구부감독이다. 7살짜리 동생이 있는데 이 녀석의 성숙함과 바른 말이 예사롭지 않아 상당히 성가신 상태다. 타노스는 형수, 우영, 은재의 반 반장이다. 워낙 무서워서 별명이 무려 그 '타노스'다. 어벤져스에서 단신으로 대부분의 어벤져스를 묵사발낸 그 타노스말이다.

 형수와 우영은 pc방을 다니는데 같은 반 아이들이 둘을 너무 무시하고 자꾸 천원 이천원씩 빌리고 갚지도 않는 일이 일어나 일부러 후진 pc방을 방문한다. 거기서 같은 반 은재를 만나고 뒤를 밟는다. 그리고 놀랍게도 은재가 한 오래된 아파트의 복도 창문 방범창을 뜯고 침입하는걸 발견한다. 둘은 도둑질이라 생각하고 다시 은재가 아파트를 침투하는걸 촬영하지만 그 집은 은재의 집이었다. 은재는 매일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피해 창문을 너나들었던 것.

 그리고 형수는 장난으로 우영에게 타노스에게 고백을 하게 한다. 그런데 웬걸 타노스가 이걸 받는다. 당황한 우영은 같이 다니는 학원에서 이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거부당할 것으로 생각하고 공주라고 까지 칭하며 타노스에게 꽃을 바치며 재고백한다. 그런데 타노스는 이것 마져도 받는다. 아무래도 타노스는 찌질한 우영을 좋아한듯 하다. 그러게 둘은 본의 아니게 사귀게 되어 정말 서로 좋아하게 된다. 

 은재는 우연히 축구 감독인 형수 아버지의 눈에 띈다. 마침 선수부족에 시달리던 형수 아버지는 은재의 빠른 발에 감탄해 축구를 권한다. 하지만 은재는 고민한다.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을께 뻔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육상을 하겠다고 했다 죽지 않을 만큼 맞은 기억이 있다. 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처럼 은재의 인생도 꺾어버리고 싶어한다. 

 책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은재는 용기를 내어 경찰서를 찾아가고 축구를 계속하게 된다. 위기를 맞은 우영과 타노스의 교제도 계속된다. 서로의 마음은 더 강해진다. 쉽게 볼 수 있는 아동도서로 아이들이 볼만하다. 잊을 뻔 했는데 책 제목의 행운은 책에서 화자 역할을 하는 행운을 지칭한다. 이 행운은 아이들을 바람으로 살짝 민다던게 혹은 고민의 순간에 자연의 힘을 이용해 바람이나 비등으로 특정인을 보게하여 운명의 방향을 조금 더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행운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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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세계 지구종말 시리즈 1
제임스 G. 발라드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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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케런즈는 40세 정도 되었다. 2154년의 지구에 살고 있는데 지구는 사실상 멸망했다. 그런데도 그는 최고급 리즈호텔의 스위트룸에 살고 있다. 모든게 최신식이고 쾌적하다. 과거 이름 모를 부자를 위해 준비된 곳이다. 다만 그 호텔엔 그 혼자 살고 있고, 이 호텔 역시 반쯤 침수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구는 물에 잠겼다. 이유 모를 태양의 변덕에 강한 태양풍이 몰려들었고 이게 지구 자기장을 망가뜨려 태양복사에너지가 그대로 밀려들었다. 기온이 극적으로 상승해 극지방의 기온은 무려 90도 가까이 치솟았다. 자기장이 망가져 방사능도 밀려들었다. 높은 기온에 방사능의 영향으로 지구 동식물들은 극적으로 빠르게 진화한다. 커져버린 곤충들이 들끓었고 포유류는 거의 절멸했으며 속씨식물들도 거의 사라지고 거대 양치식물이 지구를 뒤덮기 시작했다. 파충류는 전성기를 다시 맞았다. 

 기온이 높아지고 열대를 중심으로 점차 폭풍우가 지구 각지를 덮쳤다. 극 지방들의 얼음은 모조리 녹아 해수면을 수미터 높였는데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이 주로 해안지역인 만큼 많은 중심도시들이 수장되어 석호로 변해버렸다. 그런데 무너진 얼음들과 함께 동토층의 토사들도 바라도 밀려들어 해수면 상승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육지의 표면적은 늘어버렸다. 낮게 퍼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바다는 오히려 지구 전체의 2/3에서 1/2정도로 감소한다.

 사람이 살기 적합한 지역은 극지방만으로 한정되었다. 러시아 북부의 그린란드, 남극대륙 정도다. 서식지도 줄어들었지만 방사능때문인지 기후변화 때문인지 동물들의 생식력이 크게 감소했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어서 부부 열쌍중 겨우 한쌍이 간신히 한명 정도의 아기만 갖는게 허락되었다. 세계인구는 500만으로 감소했다. 이게 케런즈가 살고 있는 세계고, 작가가 묘사한 물에 잠긴 세계다.

 케런즈가 있는 지역은 한낮에 무려 60도까지 올라가고 습하며, 한방만 물려도 타격이 큰 거대 말라리아 모기와 이구아나떼들, 악어떼들로 가득차있다. 그런데 여기가 런던이다. 북위 50정도의 지역인데 이 지경이다. 런던엔 당연히 사람이 살고 있지 않고 케런즈를 비롯한 일련의 군인무리들이 생물연구를 위해 파견나왔다. 이들은 거의 2년가까이 체류하다 열대폭풍우의 곧 이지역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 철수는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케런즈는 지옥같은 이 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 그리고 파견중인 군인 대부분이 중생대 지구의 꿈을 꾸기 시작한다. 바드킨 박사는 이걸 우리 인류가 오래도록 진화해온 생물의 과거 기억이 재현되는 걸로 판단한다. 사람의 유전자에 생물로 진화해온 과정의 기억이 각인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인지 죽음을 반드시 보장하는 남쪽으로의 탈영병도 등장한다.

 그리고 케런즈는 연인 달과 바드킨 박사와 런던에 남는다. 이후 스트랭맨이랑 이상한 녀석이 일당과 함께 등장한다. 스트랭맨은 점차 부하들과 함께 광기에 휩싸이고 석호의 한편을 막고 펌프를 이용해 수미터 물에 잠겨 있던 런던을 다시 육지로 만들어낸다. 물속에 잠겨 신비함을 불러오던 런던에 막상 물이 빠지니 하수구이자 무덤이나 다름없었다. 

 이후의 이야기는 이 스트랭맨 일당과 케런즈의 갈등, 그리고 케런즈가 이 일련의 일이 해결됨에도 런던을 다시 수장시키고 남쪽으로 향하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며 마무리된다.

 소설은 무척 흡입력이 있다. 나온지 오래되었고 세계 종말 3부작의 첫 작이다. 작가인 밸러드는 일단 첫 작에선 세계를 물에 빠뜨리고 다음 작에선 불에 태우며 마지막 작에선 태양풍을 굽는다고 한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기후변화가 심상치 않아 더욱 경각심을 갖으며 읽었다. 유전자에 각인된 생멸의 기억 이란 개념도 재밌다. 더운 여름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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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교육 미래를 말한다 - 창의와 지성을 추구하는 맘에드림 혁신학교 이야기 8
서용선 외 지음 / 맘에드림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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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에 혁신교육이 도입된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혁신교육은 외형적으로 많은 걸 바꿨다. 수업과 교육과정이 학교행정업무보다 우선이라는 생각, 교원의 업무정상화를 도울 행정실무사의 도입, 교육과정의 재구성, 배움중심 수업, 교사별평가, 전문적학습공동체, 블록타임수업시간운영, 중간놀이시간 등이다. 이는 분명 혁신교육 이전 생각하기 어려웠던 것들이다. 교육에서 수업과 교육과정이 보다 우선시되고 학생이 중심으로 이동했으며, 교사는 행정의 하부 말단에서 점차 자율성을 지닌 교육전문가로 하나의 독립된 기관화하고 있다.

 이런 혁신교육에 대해 논한 책이다. 혁신교육 미래를 말한다.이다. 책은 좀 오래되었다. 2013년쯤에 나온 책으로 그래서 좀 오래된 용어도 있지만 아직도 혁신교육의 많은 논리를 관통하는 쓸만한 책이다. 

 혁신교육의 철학적 배경은 우선 복잡성 교육철학이다. 복잡성 교육 철학에서 학습은 일정한 조건하에서 사람들이 새로운 지식의 원천을 찾고 그 과정에서 가능성을 갖는 것이다. 복잡성 교육철학에서는 교육현상과 행위를 통해 어느 누가나 수준 도약이 가능하다. 

 다른 배경은 존 듀이다. 듀이는 고교시절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고 대학에서도 교양에서 한 번쯤, 그리고 사범계열이라면 반드시 들어봤을 교육학자다. 듀이하면 교육에서 경험주의 사조의 대표자인데 듀이는 교육을 그 어떤 외부적이고 인위적인 목적도 부과할수  없는 성장 그자체로 보았다. 교육이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듀이는 학교를 하나의 작은 사회로 보고 가장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이 교육적으로 이뤄지는 곳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학교라는 하나의 작은 사회에서 아동의 삶이 학습, 교과, 교육과정을 통해 지역사회학교, 민주주의 학교가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시민성 교육이 이뤄진다고 보았다.

 듀이는 민주주의 3원칙으로 인간본성에 대한 신념, 개인이 누릴 자유의 가치, 자치에 대한 인식을 제시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단순한 고정된 민주주이가 아닌 창조적 민주주의를 주장했는데 개개인이 경험하고 탐구하여 민주주의를 익히는 과정을 통해 그것이 가능하다. 

 듀이에게 있어 경험은 지속의 문제로서 경험이 아닌 경험과 환경의 교섭이고 경험의 주관성과 객관성을 모두 중시하고, 과거의 범주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실험과 변화로 미래를 지향하는 경험이며 질적, 역동적, 연속적이고 사고와 반성이 충만한 것이다. 듀이의 탐구는 불확정적 상황에서 문제를 설정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자료를 확정하고 추론한 후 사실의 의미를 검토하고 상식과 과학적 탐구를 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듀이의 사상을 읽으면 읽을수록 오늘날 한국의 혁신교육과 상당히 유사하며 철학적 기반을 제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100년전의 사상이 그 당시 오래 빛나지 못하고 학문본질주의와 교과주의에 자리를 내주며 지금에서야 다시 빛을 보낸게 무척 안타깝다.

 역량은 학문중심교육과정이 이론과 실제, 명제적 지식과 방법적 지식을 분리하여 가르침으로써 개발된 능력이 실제 생활에서 발휘되지 못하고 대학졸업장이 실제 유능을 의미하지 못하면서 주목받았다. 

 역량은 특정 지식이나 전공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갖춘 기본 능력이고, 학습을 통해 습득되며, 명시적 지식과 암묵적 지식, 기술과 기능, 동기, 태도, 판단, 의지등을 포함한 복합적 종합적 능력이고 실제 수행과정에서 가동되는 능력이란 특성을 지닌다. 하지만 최근 주목받는 역량에 대한 비판도 있다. 우선 역량이 결과를 보이는 것을 중시함으로써 행동주의 심리학에 기반한다는 비판이다. 그리고 환원주의 오류다. 역량을 분절해 정리해도 총합인 현실은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역량중시로 표준화에 대한 우려가 있고, 가장 큰 비판은 역량이 자본의 요구에 의해 생성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량중심교육과정은 학생을 교육의 중심으로 놓으려는 지금의 흐름과 맞는다. 역량중심 교육과정은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하게 해주고, 반성적 사고력등 고등사고력이 자리한다. 거기에 교육과정은 디자인하는 관점을 제공하고, 학교를 졸업할 학생이 갖출 역량과 그것을 위한 교육활동을 유기적으로 배치하기에 매우 좋다. 그래서 역량중심교육과정에는 주제통합학습, 프로젝트학습, 교과통합학습이 이뤄진다. 

 다음은 변혁적 리더십이다. 한국의 전문직 직업 만족도에서 초등교장은 무려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편하면서도 시간이 있으며 마음대로 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반증은 그 교장과 함께하는 초등교사의 직업만족도가 고작 90위라는데 있다. 자율성이 없고 교장에 당하는 입장이며 시간이 없고 마음대로 할수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 우리나라 교장에 대한 행정적 리더십과 수업적 리더십에 대한 연구결과는 양자가 매우 낮은 수준임을 밝혔다. 

 이는 교장이 대부분 거래적 리더십을 갖기 때문이다. 거래적 리더십은 조직의 위계를 중시하는 산업화시대의 리더십으로 조직구성원을 지시와 명령의 객체로 여기고 추종자로 대한다. 교사를 함부러 다른 사람에게 우리 직원으로 명명하여 소개하고 교사 스스로도 교장을 모셨다라고 하는 칭호는 이런 거래적 리더십을 매우 잘 드러낸다. 이런 리더십은 직무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교사 효능감과 직무만족도를 저해하며 구성원을 수동적 존재로 저해시킨다. 장기적 비전도 없으며 근시안적 자세이다. 교원의 승진체계인 승진점수부여도 이러한 거래적 리더십에 기반한다.

 이와 정반대에 있는게 변혁적 리더십이다. 변혁적 리더는 비전과 목표설정을 하고 권한 위임을 통해 구성원의 자율성을 높이고 참여의식을 고양하며 지시나 명령보다는 자율을 강조한다. 그리고 도덕성을 혁신의 중심으로 본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한국 교사들은 한국 교장의 도덕성을 매우 낮게 평가한다. 하여튼 변혁적 리더십은 인간존중과 솔선수범, 변화선도, 교수학습실천을 이뤄낸다. 

 마지막은 평준화에 대한 논의다. 최근 자사고 취소에 대한 교육청의 패소판결로 평준화는 다시 중대한 기로에섰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평준화 폐지 국가에 가까운데 이미 전국과 수도권의 특목고와 자사고의 수가 과거 비평준화시절 초특급 명문고의 수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이 학교들은 단위학교 선발권을 갖는데 이로 인해 공부잘하는 학생이 학교에 집중된다. 이 학교들은 어떤 교육적 목표나 특색을 갖고 있지 않은데 이는 오로지 입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문대 진학률로 학생진학을 높이고 그래야 높은 수업료의 학교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학교들은 결국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의 이익을 챙겨주는 도구로 전락한다. 특색있는 학교가 갖는 교육적 장점인 수월성 교육이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닌 돈 있는 소수를 위한 수월성 교육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한편 평준화 학교는 거기대로 문제다. 평준화 학교는 평준화라는 이름하에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포기했다. 때문에 저자는 고교 선택제 도입을 주장한다. 다만 이 선택제는 별도의 선발권이 아닌 추첨형식을 갖는 체제다. 학군제가 아니라 학군이 아닌 원거리 학교더라도 지원할 수 있고 점수가 아닌 추첨에 의해 선발하자는 것이다. 이로 힌해 평준화 학교간에 입시가 아닌 교육적 특색에 의한 자극과 질높은 평준화가 가능할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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