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 인지 과학이 밝힌 진보-보수 프레임의 실체
조지 레이코프 & 엘리자베스 웨흘링 지음, 나익주 옮김 / 생각정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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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정치, 사회, 문화, 인권, 교육 여러 면에서 보수와 진보의 양극단 사이의 어느 스펙트럼에 위치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런 평소 성향, 그리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들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또는 다른 사람을 보수적 혹은 진보적이라고 칭한다. 이처럼 사람은 누구나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러한 진보와 보수적 성향이 왜 생겨나는 것일까? 

 인지과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자신의 제자인 엘리자베스 웨흘링과 대담하는 구조의 이 책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제시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모든 인간은 자신의 초기5년간 신체경험에서 비롯되는 경험을 통해 생성된 초기개념을 활용한 은유를 통해 다른 개념을 이해하며, 인간의 진보적, 보수적 성향은 어릴적 양육환경에서 얻은 개념을 이용한 은유에 기대어 형성된다는 것이다. 

 조지레이코프는 인간은 자신의 사고에 대해서 4가지 잘못된 가정을 범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선 자신의 사고가 의식적이라 가정하는 것이고, 둘째로 인간의 합리성은 신체와 독립적이라는 것이며 셋째는 추론은 보편적이라는 것이고 마지막은 인간은 사물을 존재하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인식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대부분의 사고(98%)를 무의식적으로 행하며, 합리성은 물리적 실체인 뇌와 자신의 신체에 기반하며, 추론은 개인의 성향 그리고 문화적,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며 사물은 은유에 기반하여 이해한다.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세계를 개념적 은유를 통해 이해한다. 은유에는 두 가지 영역이 필요한데 하나는 사유하고 이해하기 위한 인지영역이며 다른 하나는 그 영역을 이해하기 위해 내가 이미 경험을 통해 쉽게 이해하고 있는 영역이다. 전자를 목표영역이라고 하며 후자를 근원영역이라고 한다. 근원 영역은 대부분 어려서의 신체경험을 통해 형성되며 매우 구체적이다. 목표영억은 근원영역을 통한 은유를 통해 이해되며 보다 추상적인 영역이다. 

 예를 들어 양과 수직성을 은유한다. 인간은 어려서 물이 차오르거등 무언가 많아지는 것을 높이로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세계공통적으로 양과 수직성이 은유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거나 내린다는 표현, 주식이 오르거나 내리는 표현, 성적이 오르거나 내리는 표현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실제 양과 수직성은 뇌의 다른 영역에서 다루며 논리적으로도 상관이 없다. 많음은 반드시 수직성과 연결하지 않는다. 또한 사람과의 관계를 온도와 은유것도 그렇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사랑이 식었다던가 관계가 차가워졌다 등의 은유를 사용하며 반대로 사랑이 불타오른다던가 등의 식으로 관계와 온도를 은유한다. 이는 어려서 부모나 보호자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과정에서 밀접한 신체접촉이 이루어지고 자연히 따스함을 느끼면서 생겨나는 은유이다. 

 이처럼 은유는 사람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은유의 기반은 근원영역이 의지하여 목표영역을 이해하므로 근원영역은 사실상 목표영역에 어떤 윤곽을 부여할 수 있으며 목표영역에 내재하는 것을 감추거나 부각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어떤 은유적 사상이 더 자주 사용되고 공적일수록 이러한 은유는 강화되어 사람을 특정한 성향이나 이해로 몰아가는 것이 가능하다. 이 과정은 무의식적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공적인 토의와 정책결정의 기반이 되는 이런 은유적 구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다. 

 그리고 인간은 근원영역을 형성하는 경험을 대부분 어린 시절 가정에서 하게 된다. 때문에 유년기 가정에서의 경험은 향후 개인이 세계를 바라보는 이해틀이 되는 은유구조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로 개인은 국가를 이해하고 바라보는데 있어 국가-가정 은유를 사용한다. 모국이나 조국이라는 표현, 국가의 아들딸, 건국의 아버지 같은 은유는 이러한 반증이다. 진보적 보수적 성향에 대한 레이코프의 생각도 여기에 착안했다.

 레이코프가 보기에 보수 혹은 진보의 주장은 도무지 논리적 일관성이 없다. 보수는 미국에서 낙태를 반대하고, 자유경제를 옹호하며, 세금감면에 찬성하고, 총기사용에 찬성하며, 인종차별적이며, 성적소수자를 비정상으로 보고, 복지에 전체적으로 반대하고 범죄에 대해 징벌적이다. 반면 진보는 낙태에 찬성하고, 수정 및 관리되는 경제를 옹호하며, 부자에 대한 세금증세에 찬성하고, 총기사용에 반대하며, 인종평등적이고, 성적 소수자를 인정옹호하며, 복지에 찬성하고, 범죄에 대해 교화적이다. 이런 입장을 우린 평소 당연히 일관되게 접해서 논리적 일관성이 있다고 착각하지만 자세히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낙태의 반대와 자유경제는 무슨 상관이며, 복지에 대한 반대와 범죄에 대한 징벌은 대체 어떤 관련이 있을까? 접점을 찾기 어렵다.

 이에 대해 레이코파가 알아낸 해법은 이러한 보수, 진보적 성향이 이럴적 가정양육환경에서 형성된 근원영역에 대한 은유라는 것이다. 레이코프의 의하면 인간의 가정양육환경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엄격한 아버지 모형과 자애로운 부모유형이다. 

 엄격한 아버지 모형은 보수로 은유되는 가정양육환경이다. 이 모형에서 아버지는 가정의 수장으로 합법적 권위를 가지며 권위에 대한 도전을 허락치 않는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권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존재에 불과하다. 아버지에게 이런 도덕적 권위가 허락되는건 이 세계가 위험한 곳이기 때문이다. 가정을 제외한 다른 세계를 악으로 가득찬 세계이며 아버지는 악에 대항해 가정을 보호한다. 세계는 경쟁적이며 선악 이분법적으로 구분된다. 아버지와 가정의 역할을 이런 위험한 세계에 대응하여 자녀가 세상과 경쟁할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자녀는 절제를 해야하며 부모는 자녀의 행동을 통제하고 역량과 자제력을 배양하기 위해 상벌제도를 강요한다. 자녀 자체도 악하게 태어나기에 상벌로 옳고 그럼을 가르쳐야 하며 상보다 벌을 더 강조한다. 이를 통해 자녀는 자신만의 힘을 길러 세계와 싸워 이기는 힘인 절제를 갖게 된다.

 이런 경험을 통해 보수는 절제로 누구나 세상에서 승리하고 성공할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 그러므로 성공은 개인의 노력에 달린 것이고 실패하는 사람의 책임은 개인의 절제력 부족으로 귀결된다. 때문에 보수에게 빈곤은 악이며 빈곤에 처한 자는 게으른 사람이 된다. 보수가 복지에 반대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절제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오히려 절제력을 발휘해 마땅한 성공을 거둔 사람의 부를 빼앗게 되는 것이고 퍼주기로 인해 빈곤한 사람이 더욱 절제력이 없는 사람이 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범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역시 절제력이 없는 사람이므로 징벌이 마땅해진다. 시장에 대해서도 여기에 함부러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절제력을 발휘해 성공을 이룬 기업가를 방해하는 행위가 된다. 법인세를 그토록 싫어하는 이유다. 총기 역시 세계는 위험한 곳이기에 우리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마땅히 필요한 것이 된다.

 자애로운 부모 유형은 진보로 은유되는 가정양육환경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감정이입하고 자애롭게 베풀며 개인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모두 강조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모범을 보이며 자애로운 태도를 보이고 이를 통해 자녀를 자애로운 사람으로 양육한다. 부모는 특정 성공을 강조하기 보다는 자녀게 스스로의 꿈을 쫓도록 권한을 위임한다. 성공보다는 개인적 탁월함에 대한 강조다. 타인과의 관계도 경쟁보다 협동을 중시하며 타인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타인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역량을 갖게 한다. 위계적 의사소통이 없으며 자녀의 눈높이에 맞춘 열린 의사소통을 한다. 이를 통해 자녀는 부모에 대해 사랑과 존경을 느끼게 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진보는 세계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시각을 갖게 된다. 세계는 경쟁해서 성공해야하는 곳이기 보다는 서로 협력해야하는 세계이며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곳이다. 때문에 복지가 필요하다. 사람의 실패는 그사람의 귀책이라기보다는 개인의 환경, 사회적 상황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인의 성공도 마찬가지다. 이는 다양한 사람과 사회에 의존한 것이므로 오로지 그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부자증세와 법인세등으로 빈곤층을 부양하는 사회복지에 찬성하게 된다. 성소수자나 다른 인종 및 종교에 대해서도 관용적이게 되며 범죄자에게도 징벌보다는 교화에 초점을 두게 된다. 총기는 나와 우리, 그리고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규제되어야 한다. 

 이처럼 엄격한 부모유형과 자애로운 부모유형을 근원 영역으로 보고 사람들의 보수적 성향과 진보적 성향을 은유하면 완벽에 가깝게 들어맞는다. 책은 중도는 없다고 말하는데 사람은 누구나 엄격한 부모유형과 자애로운 부모유형을 갖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둘 중 하나를 이용하여 정치사회문제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책은 미국에서 보수가 강한 이유로 보수가 도덕성이나 자유 등의 여러 주요 가치를 선점하고 이를 자신들의 가치를 설파하는데 이용하기 때문으로 본다. 예를 들어 자유시장경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데 보수는 자유시장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진보의 시장정책은 규제라는 프레임을 뒤집어 씌움으로써 싸움에서 불리하게 만든다. 때문에 진보와 보수라는 두 이해의 템플릿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이중개념자들에게 보수가 더 설득력있게 다가오게 된다고 주장한다. 진보는 보수가 짜놓은 프레임이 흔들리기보다는 자신들만의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보수성과 진보성에 대해 설명한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었고, 설득력이 있었다. 레이코프는 인지과학자로 탁월한 통찰로 은유개념을 통해 인간의 진보성과 보수성의 근원영역으로 가정양육환경을 생각해냈다. 하지만 더 근원적으로 인간의 가정양육환경이 어째서 엄격한 아버지 모형과 자애로운 부모유형으로 크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고찰이 아쉽다. 이는 필경 진화심리학에 의지해야하는 부분인데 이에 대한 접근은 책에 없었다. 있었다면 더 깊이 있지 않았을까. 두 유형이 나타난건 생각해보면 매우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다. 생명체 본연의 목적인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 세계는 개인에게 맞서 싸워 버텨내야하는 곳이다. 이런 위험한 곳을 악으로 생각하는 관념과 이겨내기 위한 노력과 절제력 획득을 위한 엄격함은 반드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반면 생존과 번식을 위해 개인적 경쟁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물은 같은 종 심지어 다른 종과도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협력을 한다. 협력이 생존가능성을 크게 높여주기 때문이다. 협력을 위해선 다른 개체를 이해하고, 감정이입해야하며 서로 믿고 도와야 한다. 때문에 이런 감정이입과 다양성에 대한 이해는 협력을 역시 반드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이런 사실 때문에 개인을 키우는 부모의 가정양육형태는 양방향으로 다소의 치우침과 적절한 섞임속에 나타날 수 밖에 없으며 이것이 진보적 성향과 보수적 성향으로 은유되는 것도 나타날수 밖에 없는 현상이다. 이것에 대한 부작용을 줄이자면 책에서 레이코프가 언급한 것처럼 자신이 이런 은유에 의지해 세상을 인식함을 인지하고, 자신도 모르게 남이 짜놓은 프레임에 휘둘리기 보다는 사실에 집중하여 사안을 이해하고 올바른 정치적 판단을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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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전쟁 - 나도 크리에이터가 될 거야!, 1인 미디어 세상 작은 씨앗 큰 나눔
양은진 지음, 류한서 그림 / 엠앤키즈(M&Kids)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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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초등학생 직업 1위는 유튜버다. 한 십년전엔 드라마의 영향으로 파티쉐가 많았는데 이젠 유튜버가 단연 대세다. 그래서 이렇게 유튜브를 소재로 한 아동도서도 나왔다. 아이들이 관심이 많고, 영향도 많이 받으며 실제 유튜버로 활동도 하는 만큼 시의적절한 도서다.

 주인공은 마리라는 아이로 초등 5학년이다. 엄마가 돌아가셨고, 병치레가 길어서 아버진 병원비를 갚느라 밤낮없이 일한다. 외동인 마리는 집에서 늘 홀로 지낸다. 친구도 딱히 없다. 그져 유튜브를 보는 것과 얼마전 외진 동네골목에서 발견한 길고양이 츄츄를 돌보고 그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게 삶의 전부다.

 그러다 전교부회장 유진과 알게된다. 유진은 마리의 유튜브를 우연히 보게되어 마리와 친해진다. 그리고 유진은 호진이란 이란성 남자 쌍둥이 동생이 있다. 호진은 유튜브가 무척 되고 싶어하는데 자신이 콘텐츠를 만들고 마리가 편집을 해주면 유튜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리는 탐탁치 않지만 호진을 돕기로 한다.

 그런데 호진이 만드는 영상이 하나같이 재미가 없다. 그러자 호진은 다른 못된 어른 유튜버들처럼 재미만 있고 악한 화제성 동영상을 찍기로 한다. 그리고 며칠후 반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한 아이의 급식 미역국에서 벌레가 나온 것이다. 아이와 담임선생님은 놀랐지만 급식선생님이 확인해보니 이건 장난감 벌레였다. 그리고 진이라는 아이가 갑자기 괴로워하며 울면서 교실을 뛰쳐나가는 일이 생긴다. 악담을 퍼붓는 편지를 받은 것이다.

 이 모든 일은 호진이 벌인 일이었다. 호진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사건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그리고 마리에게 편집을 부탁하지만 마리는 이를 거절한다. 그러자 호진은 츄츄가 있는 외진 골목의 영상을 함부러 찍어 자신의 유튜브에 올린다. 츄츄는 최근 여러마리의 새끼를 낳은 터라 마리는 무척 걱정이되었다. 가보니 이미 츄츄와 새끼들은 사라졌다. 며칠 뒤 츄츄는 쥐약을 먹어 죽은체로 발견되고 새끼한마리만은 간신히 찾아낼수 있었다.

 이 일로 호진은 자신의 행위를 크게 반성한다. 호진은 급식건으로 크게 혼나고 진이에 대해서는 진이 부모님께 호진의 부모님이 사과를 드려야만했다. 그리고 마리는 츄츄의 새끼고양이를 키우기로 한다. 그리고 마리의 삶은 외톨이에서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책은 초등4학년 정도에 적합해보이는 책으로 내용이 단순하고 무척 쉽다. 거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튜브의 위험성에 대해 잘 다룬다. 유튜브를 많이 사용하고 유튜버로 활동하는 아이들이 많은 만큼 한 번 읽어보며 자신의 행위와 받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주는 책으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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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빛 하늘 아래
마크 설리번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의철학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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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사는 승자의 기록만 남긴다. 승자가 쓸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2차대전의 최대 승자는 미국이고, 그들은 세계를 지배하고 영화라는 막강한 미디어까지 장악했기에 이전의 승자보다 역사를 쓸 권한을 더 크게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린 2차대전에서 큰 피해를 입고, 전쟁의 향방을 좌우하고 크게 승리한 것을 미국이라 생각하지만 2차대전에서 미국의 참전시기는 짧고, 전사자는 생각보다 적다. 최대 전사자는 소련이 기록했고 그 수는 미국의 무려 50배에 달한다. 

 같은 승자도 이럴진데 패자는 어떨까. 물론 그들은 침략을 당한 패자도 아닌, 침략을 감행한 패자였기에 더욱 역사를 쓸 권리를 박탈당했다. 패자는 독일, 일본, 이탈리아다. 그래도 독일과 일본은 강력했던 패자들이기에 승자에 의해 많이 가해자로 다뤄지기도 하며 자신들도 부끄러운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이지 않았던 이탈리아는 언급되지도,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는다. 2차대전 하면 무솔리니와 너무 무기력해서 히틀러를 짜증나게 했던 나약한 이탈리아군대만이 생각날 뿐이다. 

 그런 2차대전에서의 이탈리아의 모습을 소설 '진홍빛 하늘 아래'에서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패전국 이탈리아 사람들은 2차대전에서 나치에 적극 협력하는 파시스트들, 어쩔 수 없이 전쟁에 휘말려가며 협조해야했던 대다수의 대중들, 그리고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게릴라들로 나뉘어졌다. 전쟁은 독일이 일으킨 만큼 이탈리아의 대중들은 전쟁에 상당히 소극적이고 반감을 갖는 모습도 많이 그려졌는데 이것이 당시 이탈리아 사람들의 다수의 모습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전황이 불리하게 바뀌어가고 고통이 가중됨에 따라 긍정적 태도에서 비관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로 바뀌어나가지 않았을까?

 소설의 주인공은 피노렐라다. 때는 1943년으로 사실상 전쟁막바지의 시점으로 전황이 뒤집히는 시점이었다. 공세였던 독일은 동서 양방향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아프라카전선에서도 독일과 이탈리아는 물러났는데 이탈리아는 독일의 남부지역 방어선으로서 그리고 인력과 병참기지로 중요한 지역이었다. 그 유명한 피아트가 이때도 있어서 독일에게 전투기와 탱크등을 제조해 공급하고 있었다. 

 피노렐라가 사는 지역은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로 아름다운 코모호수가 있는 곳이다. 피아트 공장도 있고, 패션도 유명했다. 피노의 부모님은 밀라노에서 가죽 공예품을 가는 가게를 운영한다. 1943년 피노렐라는 키도 185에 달할 정도로 컸지만 불과 18세로 아직 철없는 어린아이였다. 피노는 친구들 그리고 동생 미모와 밀라노 시내에 나갔다가 안나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난다.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접근해 저녁 영화를 같이 보기로 한다. 신이 난 피노는 저녁에 동생 미모와 함께 안나를 보러 나가지만 결국 바람맞았고 하필 그날 최초로 밀라노에 연합군의 폭격이 시작된다. 극장도 폭격을 당했고 집에 돌아와 보니 부모님의 가게도 폭격을 당했다. 

 가게가 무너져 모든 걸 잃은 피노의 부모는 절망하나 곧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을 스위스 국경 인근 알프스의 카사 알피나로 보낸다. 카사 알피나에서 피노는 레 신부를 만났고, 카사 알피나로 가는 길에 장래 레이서가 꿈인 알베르토 아스카리도 만난다. 카사 알피나에서 레 신부는 이상하게도 피노에게 매일 산행을 시킨다. 산을 타는 요령도 이상하다. 최대한 남의 눈에 띄지 않게이며, 체력과 자신감이 찰 때만 특별하고 위험한 코스를 등산시켰다. 수개월후 피노가 알프스의 카사 알피나에서 알프스로 넘어가는 여러 코스를 숙달한 후 레 신부는 자신의 계획을 털어놓는다. 레 신부는 그간 밀라노의 슈스터추기경과 결탁하여 유대인들을 피신시키고 있었고 카사알피노로 온 유대인들을 스위스로 대피시키고 있었다. 

 피노는 이 위험한 일을 수락한다. 그리고 수 개월간 피노는 수십에서 수백의 유대인들과 함께 산을 넘는다. 다들 피노처럼 산행에 익숙치 않았고 노인에 임산부, 아이들까지 있어 매우 위험했지만 단 한번의 실패도 없었다. 이 일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곧 유대인들이 몰리게 되었고 이에 레신부는 다른 아이들까지 훈련을 시켜 피노의 일에 동참시켰다. 한편 피노는 산행과 더불어 쉬는 날이거나 휴일 혹은 돌아오는 길에 알베르토 아스카리에에게 운전을 배웠다. 그는 운전 실력이 매우 뛰어났고, 자동차에 대해서 잘 알았다.

 수개월이 흘러 피노의 부모가 피노는 밀라노로 불러낸다. 피노는 자신의 일을 더이상 하지 못하는게 아쉬웠지만 부모의 편지 내용이 너무나도 단호해 돌아갈수 밖에 없었다. 밀라노에서 부모를 만난 피노는 더이상 철부지 소년이 아니었다. 수개월간 피노는 체력이 매우 강해졌고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겼으며, 여러 사람의 생명을 살린 사람이었다. 부모가 피노를 부른 이유는 피노가 나이가차 곧 징집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고심끝에 피노의 부모와 외삼촌은 그를 독일군에 입대시키기로 한다. 단 손을 써서 밀라노에 주둔하는 비전투부대에 배치시키기로 한다. 전방으로의 입대는 당시 전황으로 곧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피노는 자신이 하던 일과 정반대의, 적의 일을 하게 되어 탐탁치 않았지만 부모의 단호한 설득에 어쩔수가 없었다. 특히나 게릴라 활동을 하는 외삼촌마저 그리 주장하니 딱히 답이 없었다. 피노는 밀라노의 기차역에 주둔하다 폭격을 당한다. 운이 좋게 살아남았지만 손가락 두개가 거의 절단당할 뻔한 위기였다. 그러다 곧 독일군 장군 레이어스의 눈에 들게된다. 피노의 뛰어난 운전실력과 자동차정비능력, 프랑스어에 능통하고, 인근 지역의 지리를 꿰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어스 장군은 이탈리아 지역의 군수담당이었는데 이탈리아의 고딕 방어선을 구축하고, 지원하며 독일전방으로 군수지원을 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때문에 피노는 그와 같이 돌아다니며 독일군의 대비태세와 주요 병참계획, 방어지역, 이동계획등을 자연히 사전에 알게된다. 그리고 이는 피노의 외삼촌을 통해 게릴라와 연합군으로 넘어가게 된다. 피노는 겉으론 나치였지만 어느새 연합군 첩자노릇을 하게 된것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피노는 꿈에 그리던 안나를 만나게 된다. 아직도 어리지만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피노를 안나는 처음에 알아보지 못한다. 안나는 레이어서장군의 정부의 가정부였다. 둘은 서로 친해지고 안나는 피노가 첩자 노릇까지 하는 것을 알게되며 그를 좋아하게 된다. 

 한편 피노는 레이어스를 따라다니며 온갖 악행을 보게 된다. 놀랍게도 무솔리니를 만나기도 했고, 게릴라 이탈리아인과 유대인들을 온갖 토목공사에서 노예처럼 부리는 광경도 보게 된다. 나치는 그들에게 이렇다할 물과 음식도 제공하지 않으며 일을 시켰다. 나치가 구축한 방어선과 온갖 기지는 모두 이들이 만든 것이었다. 거기에 잡힌 유대인들을 집단처형시키고, 유개화차에 아이들과 부모들을 싫어 아우슈비츠로 보내는 장면도 목도한다. 레이어스는 보통 기계처럼 잔혹하고 자신의 임무에만 철저했지만 간혹 끔찍한 장면을 보기 힘들어하기도 하고, 한번은 이상하게도 아우슈비츠로 보내는 아이들중 몇몇을 구해 손수 스위스 국경에 풀어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구해준 것이 자신임을 몇번이고 강조하며 아이들의 뇌리에 새기는걸 잊지 않기도 했다. 아마도 패전을 직감한 레이어스가 보험을 들어둔 것이리라.

 마침내 1945년이 다가왔고, 로마에 이어 이탈리아 북부의 밀라노도 연합군에 점령된다. 피노는 게릴라들의 요청으로 레이어스를 손수 체포하여 넘겼는데 이로 인해 제시간에 스위스 인스부르크로 대피하지 못한 레이어스의 정부와 안나가 성난 대중들에 붙잡히기 만다. 나치의 치하에서 벗어난 밀라노는 격노에 휩싸였는데 파시스트와 그 부역자들의 숙청되었다. 나치와 놀아났던 여자들은 모두 속옷차림에 머리를 밀어버리고 우스꽝스럽게 립스틱을 바르고 이마에 창녀라는 글자를 새겨넣은후 조롱하다 처형시켰다. 그 와중에 안나도 휩쓸려 희생된다. 피노는 그 과정을 목도하고 아무런 저항도 못한 자신을 원망하고 후회한다. 하지만 피노 자신의 목숨도 위험했다. 연합군 주요인사나 게릴라 주요인사들은 피노가 첩자란걸 알지만 일반 대중은 그렇지 않았다. 약간의 의심만으로도 사람들은 특정인을 파시스트나 부역자로 몰았고 쉽게 희생되었다. 

 도망다니던 피노는 미군으로부터 특별임무를 부여받는다. 놀랍게도 레이어스장군을 스위스로 인도하는 것이었다. 독일의 항복에도 불구하고 스위스와의 인접지역엔 아직 잔존세력의 저항에 계속되고 있어 매우 위험한 임무였다. 히틀러이전에도, 히틀러시대에도, 히틀러 이후에도 자신은 잘 살아남을거라던 레이어스는 아마도 패전을 직감하고 연합군에 일종의 보험을 넣어둔 것이 분명했다. 연합군에 레이어스 장군은 영웅취급을 받고 있었고 그의 신병은 중요했다. 심지어 레이어스는 피노의 암호명인 관찰자라는 칭호마저 알고 있었다. 복잡한 심경으로 피노는 레이어스 호송 임무에 착수한다.

 이 소설은 무려 650페이지에 달한다. 많이 두껍지만 가독성이 높았다. 향후 영화로도 제작된다니 재미는 보장된 책이다. 저자는 실화를 바탕으로 책을 썼는데 그래서 마지막 십여페이지에 걸쳐 소설의 주요인물들이 전쟁 종료 후 어떻게 인생을 살아갔는지가 서술된다. 마치 밴드오브 브라더스나 실제 전쟁영화 마지막 무렵 주인공들의 이후 삶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책을 보면서 2차 대전이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고, 어떻게 다가왔는지를 조금이라도 볼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패자, 특히, 전쟁을 일으킨 패자의 입장에서 전쟁을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으로 혹은 저항을 하지 못해서 일어난 전쟁에 휩쓸려 피해를 보게된 패전국 다수 일반사람들의 고통을 그들의 시선을 통해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된다. 그래야 전쟁의 참상을 계혹 기억하고 전쟁에 반대할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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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08 15: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 축하 합니다

주말 멋지게 보내세요. ^ㅅ^

닷슈 2021-10-11 15:0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스콧님도 당선 축하드려요.

mini74 2021-10-08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려요. 불금 즐겁게 보내세요 ~~

닷슈 2021-10-11 15:01   좋아요 1 | URL
미니님도 당선 축하드립니다.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10-08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닷슈님

닷슈 2021-10-11 15:01   좋아요 0 | URL
그레이스님 당선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강나루 2021-10-08 1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쇼님 당선 축하합니다.^^

닷슈 2021-10-11 15:02   좋아요 1 | URL
이번엔 리뷰일등하셨군요. 알라딘에선 공식 발표는 안하지만 아무래도 게시는 순번대로인듯합니다. 축하드려요.

서니데이 2021-10-08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닷슈 2021-10-11 15:02   좋아요 1 | URL
늘 감사드립니다. 글 항상 잘 보고있습니다.

이하라 2021-10-08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닷슈 2021-10-11 15:0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님. 역시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초딩 2021-10-13 0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선정 축하드려요 ^^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닷슈 2021-10-13 10: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공부머리 독서법 -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독서교육의 모든 것 공부머리 독서법
최승필 지음 / 책구루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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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익부 빈익빈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성경에 나오는 마태효과가 있다. 이는 교육학에도 인용되는데 바로 모국어에 적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어가 되는데 국어를 모르면 당연히 다른 과목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져 모든 교과에서 학습부진에 빠지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면 자연 다른 과목을 학습하는데도 도움이 되어 성적이 올라가기 쉬워진다. 그야말로 교육계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는 교과인셈이다.

 그런가하면 국어는 정반대의 성질도 같고 있다. 만점을 바라는 우등생에게는 항상 고득점을 취하거나 성적 향상이 매우 부담스러운 교과인 반면 공부를 놔버린 학생에게는 별다른 노력없이도 50점가까운 고득점을 보장하는 마법의 교과인 것이다. 이는 국어교과가 언어능력을 측정하는 교과이며 이 언어능력이라는 것이 다른 교과처럼 단순 암기나 개념이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열등생은 공부를 안할 뿐이지 늘 일정수준의 언어사용을 하고 심지어 언어능력도 다른 교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기에 어느정도 점수가 나와준다. 

 이런 언어능력을 올리는 방법으론 누구나 알고 있는 독서가 있다. 기본적으로 많이 읽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문학도 좋지만 지식도서도 중요하고, 학습만화의 사용도 많이 권장된다. 하지만 독서를 통한 언어능력의 향상, 더나아가 학업성취도 전반의 향상에 대한 책은 거의 본적이 없는데 책 공부머리 독서법이 이를 정리해놓았다. 

 사실 이 책을 읽기전 뻔한 내용이 아닐까라고 지레짐작하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교육 부분에서 많은 도움이 된 책이었다. 저자는 논술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자신이 얻은 경험, 그리고 학창시절 독서를 통해 성적을 향상시켰던 경험을 통해 책을 썼다. 학원에 오는 아이들을 항상 언어능력테스트를 하였는데 고등학생에게는 수능 언어시험을 그대로 치루었고, 초등생이나 중등생에게는 어려운 고대어 부분이나 고교수준의 지문 부분을 제외하고 적용하였다. 이는 수능언어영역 시험이 언어능력의 다양한 부분을 점검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양상을 드러내었는데 예상대로 학업성취도가 우수하면서도 언어능력이 부진한 아이들 그리고 학업성취도는 낮지만 언어능력이 높게 나타난 아이들이 독특했다. 전자의 학생들은 대개 상급학교에 진학하면서 학업성취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자신감을 잃었으며 반대의 아이들은 학업성취도가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 향상되었다. 그리고 저자는 이를 언어능력의 차이로 설명한다. 

 책이 제시하는 언어능력이 낮은 학생을 위한 처방은 이야기책 읽기다. 이야기책을 재미있게 읽으면 주요장면과 줄거리, 인물과의 관계 같은 정보가 하나의 집처럼 머릿속에 구축이 된다. 물론 처음엔 이렇게 하는 것도 상당히 힘이들지만 일단 서너권이 이야기책을 위 과정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읽으면 이런 작업이 향후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이는 이야기들이 모두 상황제시-갈등시작-갈등의 고조-갈등해소의 단계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 수준으로 책을 읽어내면 이런 단계파악이 가능해 다른 이야기책도 쉽게 빠져들고 이해할수 있게 된다. 

 수능같은 시험을 보기 어려운 초등학교 저학년에겐 다른 언어테스트 방법이 있다. 초등1년 수준의 책을 읽힌 후, 줄거리를 물어본다. 학생이 줄거리를 상세하고 정확히 알고 있다면 1학년 우수 수준이고 단순하게만 안다면 평균, 줄거리를 잡아내지 못한다면 평균 이하가 된다. 여기서 평균, 평균 이하 학생에게 다시 대략 줄거리 관련 문항 10개를 내서 모두 맞춘다면 역시 평균수준, 그리고 3개이상틀리면 평균 이하, 그리고 5개 이상 틀리면 읽기 열등상태로 판별한다. 

 초등 읽기 열등상태의 학생에게는 간단한 이야기책이라도 읽기가 매우 힘든 상태이므로 초반 1/3을 반복적으로 읽어주는 활동을 해야 한다. 초반 1/3은 이야기의 도입부로 이야기가 본격시작되고 주인공에게 문제가 발생하는 시점이다. 여기를 잘 넘겨야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고 빠져들수 있으므로 도입부를 반복적으로 읽어주어 고비를 넘겨주고, 이해시켜주면 이후 부분에 대한 자발적 독서가 가능해진다. 

 독서지도에서는 명심해야 할 7가지 있다.

1.재미있는 독서가 좋은 독서다.

2.독서시간을 정해 매일 읽는다.

3.지식 독서를 강요하지 않는다.

4.일주일에 한 번은 도서관이나 서점에 간다.

5.스마트폰과 컴퓨터는 늦게 접할수록 좋다.

6.학습만화는 금물이다.

7.천천히, 많이 생각하며 읽을수록 똑똑해진다. 이다. 

 한국은 조기교육 열풍으로 어린 나이부터 학습을 강조한다. 때문에 아이들은 어린 나이부터 어려운 용어나 지식을 알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뇌의 성장과 사고력의 성장, 언어능력의 성장을 방해한다. 인간의 뇌는 적어도 7-8세까지는 지식 학습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시기다. 때문에 유아동기에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이시기는 대뇌변연계가 발달하는데 부모의 품에 안겨 책을 읽고, 부모의 과정된 연기와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연기자가 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감정과 부모의 사랑을 느낄수 있는 경험을 갖는게 중요하다.

 핀란드는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해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전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학교의 사서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좋은 책을 고르는 법, 책을 재미있게 읽는 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핀란드의 학교는 지식 위주의 시험을 보지 않고 독서능력진단검사만을 시행하며 이를 매우 중요시한다. 즉, 학생이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읽는냐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핀란드는 교과서를 읽은 후 연관된 과제를 부여하고 그 과제를 지식도서를 읽으며 해결하는 수업을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지식의 나무를 머릿속에 심게 되고 이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룬다.

 반면 한국의 독서지도는 상당히 실패하고 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독서량이 급감하는 경향이 현저하고, 독서량을 유지한다해도 속독하는 아이들이 많으며, 아이의 책을 부모가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독서지도의 종착이 학습만화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부모, 그리고 심지어 아이조차 독서를 지식의 축적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식도서는 방대한 분량의 지식이해, 상호개념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머릿속에 지식처리전송망을 형성한다. 때문에 하나의 양질의 지식도서를 여러차례 읽어 완전히 소화한 학생의 언어능력과 학습능력은 비약적으로 향상한다. 실제로 지식도서다독가들은 이러한 능력이 발현되어 소수의 도서를 계속 보기보다는 여러 책을 다양하게 보는 편이다. 이는 이들이 지식도서의 다독으로 폭넓고 탄탄한 기초지식, 높은 수준의 언어능력, 지식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향이 매일 새로운 지식을 자양분으로 삼아야만 살아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런 지식도서 다독가는 4가지 유형이 있는데 활자중독형, 탐구형, 마니아형, 활용형이다. 활자중독형은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 싶은 욕구와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며, 탐구형은 한 부분에 호기심을 갖고 계속해서 탐구하며 책을 읽는 사람들이고, 마니아형은 열광하는 분야의 책을 보는 사람들이며, 활용형은 현재 직면하거나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의 책을 지속적으로 읽어나가는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단기간에 언어능력을 대폭 끌어올리는 방법이 나온다. 슬로리딩, 반복독서, 필사, 초록이다. 슬로리딩은 책을 오래도록 읽어나가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책에 대한 이해도를 큰 폭으로 올리는 것이다. 반복 독서는 자신의 언어수준을 넘어서는 책을 계속 반복해서 읽으며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 필사는 책을 베껴쓰는 것으로 기계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문장구조와 개념이해까지 충실히 느끼며 저자가 왜 이렇게 책을 썼는지까지 느껴가며 쓰는 것이다. 전체를 쓰기보다는 도입부를 중심으로 필사한다. 초록은 책의 주요부분을 요약정리한는 것이다. 책의 주요개념과 줄기를 잡아나갈수 있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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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9-01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록도 도움이 되는군요. ^^

닷슈 2021-09-01 14:35   좋아요 1 | URL
초록 많이 하실 것 같습니다만
 

이 책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간 본성에 대한 것이다. 책 파리대왕과 홉스는 인간의 본성을 기본적으로 악하다고 본다. 파리대왕에선 섬에 갇힌 아이들이 처음엔 젠틀하고 규칙이 있지만 상황이 악화될수록 야만에 가까워져가는 모습을 그렸고, 홉스 역시 인간의 자연상태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루소는 다르다. 루소는 자연상태의 인간을 선으로 보며 오히려 문명으로 인해 인간의 본성이 악해진다고 본다. 

 이처럼 인간 본성에 대해선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과 악의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많았다. 루소나 공자, 맹자, 장자는 선성설에 기반하며, 홉스나 순자, 한비자등은 성악설에 기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인간의 양면을 강조하고 후천적 환경을 중시하는 백지설과 성무성악설도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인간의 본성은 선악으로 논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인간 생의 목표는 본연적으로 생존과 번식, 그리고 행복의 추구에 있고 이것들에 대한 적합성을 높이는 방향이 때론 선할수도 있고 악할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선악보다는 생존과 번식, 행복의 추구를 본성으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거기에 선악의 구분은 사실 매우 모호하다. 유기체는 자신의 생존과 번식, 행복을 추구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나 행동이라면 가치를 선하다고 부여하고 그 반대의 작용을 하는 것이라면 악하다고 부여한다. 하지만 선한 가치를 부여하는 행동이라도 그것이 다른 유기체에게 악한 가치로 작용한다면 역시 선하다고 보기는 어려워진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에겐 손해가 되는 악한 행동이 다른 유기체에게 선하게 작용한다면 어떻게 보아야할까? 그리고 매우 힘들겠지만 양방향의 작용이 등가적이라면 어떻게 판단해야할까?

 이처럼 선악은 판단하기가 매우 모호하고 복잡한 문제지만 놀랍게도 인간이나 다른 유기체들은 개체간의 다소 혹은 큰 차이가 있겠지만 이를 어떻게든 빠르게 판단해낸다. 그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론적인 혹은 기준의 모호함에도 인간이 판단하는 선악을 대부분 분명히 판단되며 실생활에 존재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간은 이토록 놀랍게 번성하고 생존과 행복추구에 다른 어떤종보다도 인상적으로 성공하고 있음에도 스스로의 본성을 매우 부정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현대사회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민주주의로 이념으로 설계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이 세 가지 사상은 인간 본성에 대한 부정적인 가정에 기반한다. 자본주의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매우 이기적이고 탐욕적이라는 생각에 기반하며, 사회주의 역시 계급투쟁적인 면에서 그러하며, 민주주의 역시 권력은 기본적으로 부패한다고 보기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중시한다.

 책 휴먼 카인드는 이런 인간의 본성의 선한 측면에 주목하고 사실 우린 생각보다 선한 존재이며 이런 선함에 주목하여 사회조직과 원리를 개편해나갈때 더욱 생존에 성공할수 있음을 주장하는 책이다. 워낙 이런 책이 희귀하기에 무척 인상적이었다. 

 




1. 인간은 선하게 진화했다.

 책은 인간을 호모 퍼피로 명명한다. 강아지 인간이란 뜻이다. 이는 인간이 강아지처럼 스스로를 가축화하고 호전성보다는 협력성과 그를 위한 선함을 갖는 방향으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구소련의 류트밀라에 의한 은여우 실험은 야생의 동물을 짧은 시간안에 가축화하는데 성공한 실험으로 유명하다. 시베리아의 은여우는 매우 사납고 호전적인 동물로 은여우를 대하는 사람들은 두께 5cm가량의 장갑이 필요할 정도로 무는 힘이 강하다. 류트밀라는 이 은여우들 중 그나마 덜 호전적인 개체들을 교배시켰는데 불과 4-5세대가 지나자 가축화가 진행되었다. 가축화한 은여우들은 개처럼 변화했다. 꼬리가 말려올라가고 크기는 작아졌으며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고 사람에게 친근하게 굴었다. 

 책은 인간 역시 스스로를 가축화했다고 본다. 가축화하면 우호적 행동이 증가하고,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의 분비가 증가하며, 청소년기가 매우 길어지고, 외모가 더욱 여성스러워지고 젊어지며 소통능력이 증대하는데 네안데르탈인과 비교할때 호모사피엔스의 이런 성향은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가축화가 되면 동물은 뇌가 작아진다.(실제 인간은 네안데르탈보다 뇌가 작다) 과거 이는 야생에서 필요할 능력을 상실하며 지능이 낮아진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오히려 은여우 실험결과 가축화한 은여우는 여러 지표면에서 지능이 야생상태의 은여우보다 나았다. 이외에도 협력적으로 진화한 증거로 인간만의 특별한 신체적 특징도 있는데 서로의 표정을 잘 알수 있게 얼굴에 털이 사라진 것과, 협응을 위해 흰자위가 생겨나 서로의 시선을 공유할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눈썹뼈가 낮아져 다양한 표현의 구현이 가능해진 점 등이 있다. 

 호모사피엔스는 호모퍼피로 진화한 20만년간 매우 평화적이었다. 문명 이전의 동굴 벽화는 수천점이 발굴되는데 이 그림 중 동물사냥이나 여러가지 제의 등을 묘사한 것은 많지만 이상하게도 전쟁을 나타낸 그림은 단 한점도 없다. 인류문명사에서 전쟁의 중요성, 그리고 유사 이래 여려 역사나 문화재에 전쟁이 주요소재란 점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문명 이전의 인간 역사에서 이렇다할 전쟁이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농경 이전 정착생활을 시작한 경우 거대 조형물이 나타나 이것이 문명이전의 수평사회가 아닌 계급사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로 생각되지만 쾨페클리 테페의 오래된 사원은 조사 결과 수천명이 힘을 합쳐 수평적인 사회구조에서 건설 된 것으로 생각된다. 

 

2. 인간이 악해진 이유는 무엇인가?

 이처럼 선한 인간이 악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인류 역사는 상대방을 정복하고 말살하기 위한 전쟁과 침략, 그리고 종교적, 인종적, 문화적 차이로 인한 학살로 점철된다. 호모퍼피라는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며 이는 과거에 비해 규모가 크게 줄긴 했지만 현재도 진행중이다. 

 책은 인간이 악해진 이유, 아니 착한 호모퍼피가 악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 문명사회로의 전환과 정착, 그리고 그것이 가능해진 농경에서 원인을 찾는다. 실제로 고고학 연구에서는 인류가 정착한 이래로 최초의 군사요새 시설이 발견되었고, 이 시기의 동굴벽화에서는 궁수들이 서로를 겨누어 쏘아죽이는 장면도 등장한다. 또한 정착초기 시기 수많은 유골들이 과거와는 다르게 인간의 무기에 의한 상흔이 뼈에서 발견되기 시작한다.

 이는 정착과 농경의 시작으로 사적 소유물이 생성되고 이로 인해 전쟁이 시작되면서 권위적이고 압도적인 지도자가 나타난 것이 원인이다. 정착과 농경으로 사람들이 정착하게되면서 사적 소유물이 발생한다. 초기 정착지는 매우 윤택하며 주변의 동물들도 많지만 책 문명과 식량에 언급된 것처

사람은 식량의 한계선까지 자손을 낳아 기른다. 즉, 주변 환경의 한계까지 최대한 번식하는 것이다. 자연히 정착지는 점점 주변으로 성장하게 되고, 자연히 다른 정착지와 경계를 맞닥뜨리는 시점이 오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한 편은 상대적으로 어떻게든 부유할 것이고 다른 한 편은 어떻게든 상대적으로 가난할 것이다. 이는 경쟁과 불신으로 이어지게 되고 다른 편 공동체에 대한 혐오로 번져나가기 쉽상이다. 경계심은 높아지고 서로간에 공격과 방어의 필요성이 높아지자 자연히 전쟁영웅이 탄생한다. 

 문명 이전 사회의 지도자나 영웅은 오래가지 못했으며 이를 잘 알기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가 권위를 내려놓고 사려깊었으며 시혜적이었다. 실제 아직 수렵 채집사회의 지도자인 빅맨은 그러한 성향을 강하게 보인다. 이러한 수렵채집 사회의 지도자가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은 인간 자체가 가진 불평등에 대한 강한 불쾌감 때문이다. 또한 수렵채집 사회의 지도자의 권위는 쉽게 허물어 질수 있다. 약간의 방심과 시기가 부른 가십과 상대편의 협력공격 혹은 기습공격으로 지도자는 쉽게 제거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공격과 방어가 일상화 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카리스마 있는 전쟁 영웅은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할 여러번의 기회를 얻었고 영구적 추종자가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자리를 웬만한 가십과 공격에서 지켜낼 군사력을 얻게 되었다. 이런 군사적 지도자들 중 일부는 과거 수렵채집사회의 지도자처럼 물러나지 않기 시작했으며 결국 영구적 지도자의 자리를 얻게 된다. 왕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처럼 강해진 지도자에 사람들은 더이상 불평등을 느끼기도 쉽지 않아졌으며 저항하기도 어려워졌다. 왕이 된 지도자와 지배계층이 된 그 추종자들은 다른 사람들을 영구적으로 지배하고 착취하기 위한 여러장치를 개발한다. 우선 자신의 신격화다. 사람들이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갖지 않기 위해 군사력이라는 무력으로 누름과 동시에 자신의 지배를 신에 의한 것, 혹은 자신을 신격화 함으로써 정당화한다. 다음은 문자와, 화폐, 법률, 종교이다. 정착 이전 대부분의 종교의 신은 인간의 삶에 관심이 없고, 규칙위반에도 무관심 하거나 관대한 성향을 보인다. 하지만 정착 이후 신은 그 성격이 돌변하여 도덕적 규칙을 매우 강조하고 인간의 규칙 위반에 강한 처벌을 내리기 시작한다. 공동체가 커지며 지배자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을 구속하기 위한 장치다. 마찬가지로 화폐는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금 징수의 효율화 때문에 생겨났으며 글쓰기는 다른 사람들을 노예나 국가를 위한 세금징수 및 병력의 대상으로 관리하기 위해 생겨났다. 법률도 마찬가지인데 과거 법전은 그 내용이 노예관련한것이 무려 2/3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문명은 개인의 삶의 구속시켰을 뿐만 아니라 매우 불행하게 만들었다. 농경과 정착으로 전환한 후 거의 1만년간, 즉 1800년 이전까지 인구의 90%가 농지에 묶여 있었으며, 80%가 극심한 빈곤에 시달렸고, 80%가 부유한 영주에 착취당하며 속박되어 있었다. 문명이 인류전반적으로 혜택이 되기 시작한 것은 극적인 생산력의 증가를 불러온 산업혁명 이후의 일이다. 


3. 우리가 인간이 악하다고 여기는 이유

 이처럼 호모퍼피는 정착으로 인해 19만년 간의 평화를 뒤로하고 갈등과 혐오의 1만년을 살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 사실 이외에도 다양한 현대사회과학과 심리학의 실험과 사건들이 호모퍼피의 본성이 악할을 우리에게 입증하기도 했다. 소설 '파리대왕', 밀그램의 스탠퍼드 교도서 실험, 2차대전으로 심판 받은 아이히만, 방관자 효과로 유명한 키티 제노비스 살해 사건, 모아이 섬의 비극이 이런 것들이다. 그런데 책은 이 모든 사건과 실험등이 인간의 악한 본성을 부각하기 위해 조작되거나 특정부분만 부각한 잘못된 사례라 지적한다.

 우선 모아이 섬이다. 책 문명의 붕괴에서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우리 인간의 환경파괴적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모아이 섬 사건을 다루었다. 개요는 한때 숲이 울창했고, 인구도 무려 2만에 이르렀던 모아이 섬에서 모아이 경쟁으로 자원이 고갈되고, 두 부족이 식량과 자원 부족으로 살육과 전쟁을 일삼으면서 섬이 인구가 2000명으로 줄어들고 숲조차 모두 사라진 황량한 지역이 되었다는 것이다. 책은 이 이론의 허점을 지적한다. 우선 모아이 섬의 인구가 정착한 시기다. 대충 100명정도가 섬에 정착한 것으로 보이는데 기존엔 900년경 섬에 정착이 이루어 진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실은 1100년경이라는 것이다. 산업화 이전의 인구성장률이 0.5%라는 것으 감안하면 모아이의 인구는 기존의 1만5천이 아니라 2200명 정도로 급감하게 된다. 즉 살육과 전쟁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애초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실제 섬에서는 대량학살에 의한 유골흔적이 없다. 숲이 줄어든 것은 대륙에서 설치류가 침입한 것으로 설명한다. 기존에 없던 설치류가 침입하고 크게 번식하면서 나무의 씨앗을 먹어치워 숲이 서서히 전멸했다는 것이다. 또한 숲의 사라짐은 개간이 가능한 옥토를 넓혀 오히려 원주민의 식량생산을 늘렸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다음은 키티 제노비스 살해사건이다. 키티는 여러번의 구원요청에 30가구의 집이 그녀가 곤경에 처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도움을 주지 않아 살해되어 방관자 효과의 시초로 불린다. 하지만 저자가 사건을 연구해보니 실상을 달랐다. 키티의 도움 요청으로 해당시간 비슷한 수의 가구가 깨어난 것은 맞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로가 누군가 신고를 했을 것이라는 당연한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키티에게 직접 도움을 준 사람도 있었다. 우선 키티와 동거하던 여성과 관계된 한 남성이 있었는데 그는 키티를 발견하고 즉각, 키티의 친구를 부르러갔다. 그 남성은 직접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는 동성연애자로 자신이 사건에 관련되어 주목받게 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상황이었다. 이런 시간적 차이로 키티는 이미 부상을 당한체 친구에게 발견되었다. 그리고 친구의 품안에서 숨을 거두었다. 여러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허상인 셈이다.

 아이히만 사건도 그렇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아이히만이 남긴 많은 인터뷰자료에서 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것으로 드러난다. 그는 유대인 학살에 대해 스스로 선을 행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으며 생각없는 관료라기 보다는 나치즘의 신봉자에 가까웠다. 그리고 저자는 아렌트의 경우 문체가 상당히 함의적이어서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평한 것은 악한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무지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은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이다. 밀그램의 전기충격실험이다. 교도소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재소자와 교도관으로 나누어져 생활하게 되었고, 그 결과 교도관 그룹은 진짜 교도관처럼 재소자 그룹을 마구잡이로 대하기 시작하며 실험이 중지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실험은 조작된 것이다. 우선 교도관으로 참여한 사람 중 하나였던 재피는 대학원생으로 이 실험의 취지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으며 실제로 그는 실험기간중 재소자를 제재하기 위한 방법 17가지중 무려 11가지를 고안해냈다. 상당한 의도성을 가진 참여자가 있었던 셈이다. 이런 의도적 진행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평화적이었다. 교도관 역할을 맡은 사람의 2/3은 거친 행동을 일삼는 것을 주저했으며 1/3은 심지어 수감자를 친절히 대했다. 심지어 교도관 중 1인은 제법 큰 보수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실험 시작전 내용을 알고 그만두었다.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은 1961년으로 마침 전범재판이라는 시대적 분위기와 함께했다. 밀그램 자신도 유대인으로 자신의 연구를 홀로코스트에 대한 최고의 설명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가 있었다. 밀그램은 모든 것은 권위에 달려있다고 믿었으므로 실험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그는 실험의 대본에서 벗어나고 하는 사람에게는 강한 압력으 행사하였으며 존 윌리엄스라는 생물학 교사를 고용했고, 그는 다른 사람에게 강압적으로 강도높은 전기스위치를 누르게 하였다.

그는 심지어 말을 듣지 않는 46세 여성을 실험과정에서 폭행하기도 하였따.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실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또한 참여한 사람들 역시 선의로 참여하였다. 그들은 사후 인터뷰 결과 실험상황이 실제가 아님을 인지하고 있었다.(56%나 이걸 눈치챘다. 실험이 상당히 엉성했음을 보이는 반증이다.) 또한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도 실험 과정 자체는 악하지만 이것이 향후 선한 결과를 인류에게 가져온다는 선의를 갖고 실험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많은 실험과 사건들이 조작 왜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을들 인간사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직도 상당히 많은 책들에게 이 결과들이 인용되고 있으며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인간이 스스로에게 부정적 편견을 갖는 것은 뉴스들의 역할도 큰데 뉴스는 기본적으로 늘 일어나는 평화적이고 선의적인 사건들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어쩌다 일어나는 전쟁이나 테러, 살인 등의 범죄를 주로 다룬다. 이는 인간의 부정적 편향때문인데 인간은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서 만에 하나 조심하지 않고 잘못판단할 경우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기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는 경향을 보인다. 때문에 이런 부정적 소식과 뉴스에 관심을 갖게되고 세상이 온통 이런 일로 가득찬 것처럼 느끼며 인간 자신에 대한 불신과 악한 본성에 대한 믿음이 더욱 커지게 된다. 최근 SNS는 이런 경향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데 클릭수에 의한 광고에 의존하는 이런 매체들은 어느 정도 공영상을 담보하는 뉴스보다 더욱 부정적 뉴스에 힘을 싣고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4. 어떻게 하면 선한 본성에 기반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책에서 언급한 것츠럼 현대사회의 기본 원리인 민주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는 모두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가정한다. 때문에 이 제도들은 인간을 믿지 않고 주체적으로 여기지 않으며 감시와 관리의 대상으로 여긴다. 

 자본주의를 예로 들면 근대 경영향의 아버지인 테일러는 사람을 믿지 않고 그들의 1분 1초까지 감시하고 이를 보상하는 관리시스템을 만들어내었다. 놀랍게도 이는 오늘날까지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여전히 많은 기업과 관리조직들이 하부 직원을 감시하는 관리체제와 관리자를 두고, 그들에게 관리체제에 순응한 대가를 돈으로 보상한다. 하지만 보너스 같은 경제적 동기는 오히려 사람들의 자발적인 동기와 도덕적 잣대를 둔화시킨다. 보육기관에서 아이를 늦게 찾아가는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한 이래로 오히려 벌금으로 대신하며 아이를 늦게 찾아가는 부모가 늘어났다는 소식은 이를 잘 반영한다. 또한 많은 직종의 사람들, 의사나, 교사, 변호사등은 단지 돈 때문에 자신의 직종에 헌신하지 않는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아이들을 발전시키기 위해 억울한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일하는 경우도 많다. 

 네덜란드의 드 블로는 돌봄기관의 관리시스템을 없애버림으로써 조직의 구성원과 수요자들을 모두 만족시켰다. 그는 관리 자체를 없애면 업무수행이 이전과 같거나 훨씬 좋아진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드 블로는 관리자, 콜센터, 기획자, 목표, 보너스등을 조직에서 없애버렸다. 간접비도 크게 줄였고, 회의 소요시간도 크게 줄였다. 조직은 12명으로 구성된 50개의 팀으로 각 팀의 자율성을 최대한 높였고, 각 팀은 스스로 일정을 정하고 심지어 동료도 스스로 고용했다. 팀은 개별독립예산을 갖고 있었으며 난관에 부딪힐 경우 호출할 수 있는 코치가 있었다. 이 조직은 인사팀이 없음에도 5회에 걸쳐 네덜란드 최고 고용주로 선정되었으며 직원과 고객의 만족도가 크게 신장되었다. 

 교육에도 마찬가지다. 근대교육 이후로 학생은 수동적으로 교육을 받고 무엇보다도 놀이기회가 크게 박탈되었다. 이는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로 돌아서며 경쟁이 심화되자 더욱 강화되었다. 아이는 부모의 감독없이 야외에서 활동하면서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위험과 약간의 허술함을 감수하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다듬고 동기를 부여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현대의 교육은 이를 박탈한다. 학교는 놀이 시간 자체를 결코 허용치 않고 제공하는 놀이터도 매우 정형적이다. 거기에 안전규칙을 들먹이며 안전업자만 배불리는 더욱 정형화되고 놀이방법이 정해진 놀이기구만을 제공한다. 유럽엔 무정형놀이터인 정크놀이터가 있다. 그냥 언덕이 있거나 올라가고 뛰어내리고 매달릴수 있는 놀이 방법이 정해져있지 않은 형태다. 과거 우리가 그네 미끄럼틀이 있는 곳보다는 자재가 쌓인 공사장에서 노는 것을 더 재밌어 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놀이터는 위험해보이지만 오히려 정형적인 놀이터 보다 안전사고 위험이 낮고 부상정도도 약해 유럽의 일부 보험사는 이 놀이터에 대한 보험료를 낮추기까지 했다. 

 현대 민주주의도 문제다. 현대 민주주의는 인간에 대한 부정적 견해로 다수의 대중이 올바르게 스스로를 정치하지 못할 것이라는 가정을 갖고 있다. 그 결과 현대 민주주의에는 7가지 재앙이 일어났는데 정당의 무력화, 시민들 사이의 정치 불신, 소수의 배제, 유권자의 무관심, 정치인의 부패, 부자의 탈세, 현대 민주주의가 불평등하다는 자각의 확산이다.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 국민과 정치기구사이에 깊은 단절이 일어나고 있는데 책은 극복방안으로 시민 참여형 정치를 제시한다.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리는 우파도 좌파도 아닌 시민운동가가 시장으로 당선되었는데 당선과 동시에 그는 많은 시 예산을 주민들이 직접 사용하게 하였다.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했지만 주민들은 자체회의를 통해 예산을 자신들의 필요에 맞게 합리적으로 집행해나갔고, 그 결과 시의 고용률, 교육률, 복지률등 많은 지표들이 극적으로 개선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제 막 매우 적은 액수를 시민참여예산으로 편성되고 있는데 더욱 과감하게 해나갈 필요가 있다. 코로나로 인한 지원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해야하는지는 피해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탁상행정가가 아니란 말이다. 

 책은 마지막으로 접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거 선원들에 대한 연구에서 백인들의 원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정도는 그 선원들이 원주민과 함께 항해한 횟수에 비례하여 극적으로 감소하였다. 또한 미국이 치룬 전쟁에서 흑인 병사와 함께 전우애를 나누며 복무한 병사는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정도가 매우 낮게 나타났다. 실제 심리학자 올포트는 편견, 증오, 인종차별이 접촉 부족에서 나타난다고 생각했으며 접촉은 더 많은 신뢰와 연대, 상호친절을 낳으며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만든다. 

 하지만 접촉이 전부는 아니다. 서로에게 익숙해지는데는 일단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며 단순히 같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낯선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한국 군대를 절대악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한국에 있는 지역과 학력, 계층이 매우 다른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 서로 이해할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걸 억지로 꼽고 싶다. 물론 정말 그게 필요한 진짜 권력층의 아들들을 오지 않는다는 점이 아이러니긴 하다. 

 또한 타인에게 공감이 아닌 연민을 같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책 공감의 배신에서는 공감을 도

의 기반으로 하는 것을 경계했다. 공감은 좁은 스포트라이트로 자신과 유사하거나 비슷한 사람에게 작용하고, 공감하는 사람을 정신적으로 소모시키며, 올바른 수학적 계산에 의한 도덕적 계산을 어렵게 만든다. 때문에 저자는 책 공감의 배신에서 제시한 것처럼 연민을 중시한다. 연민은 더 통제되고 더 거리를 두고 있으며 더 건설적이다. 또한 타인의 고통, 공유, 그리고 그것을 인식하고 행동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처럼 책은 문명이전 인간은 상당히 오랜 시간을 평화적으로 진화했고 이는 우리 유전자에 새겨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음을 주장한다. 우리의 악함은 문명으로 인해 정착하며 지도자가 생겨나고 그 체제에 묶이게 되면서 나타났으며 많은 경우 지도자들은 자신의 야욕을 이루기 위해 상대편을 자신들과는 다른 야만적이거나 혐오적인 대상으로 취급하였다. (실제 일본인도 식민지 한국인을 그렇게 대했으며 그 잔상은 아직도 남아 한국이 자신들만큼 성장했음에도 일본인은 그걸 인식하지 못한다. ) 또한 우리의 악은 몇몇 역사적 증거의 과잉해석과 가짜 심리학 실험들에 의해 더욱 퍼지게 되었고 현대에 와서는 뉴스와 SNS가 이를 더욱 강화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본성의 선함을 믿고 인간의 어두운 부분에 근거하는 사회체제를 바꾸어나간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좋아질 것으로 저자는 믿고 있다. 하나하나 옳은 말이며 그런 사회게 오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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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8-27 18: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말씀에 공감합니다.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고,
선할수도 악할수도 있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

닷슈 2021-08-28 18:16   좋아요 2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Falstaff 2021-08-27 1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 글은 서재에서 읽으면 검정 바탕에 흰 글씨라서, 눈 아파 읽지 못한답니다. ^^;;

닷슈 2021-08-28 18:17   좋아요 1 | URL
들어와보니 진짜 그렇네요.

붕붕툐툐 2021-08-27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저는 선하다에 한 표욤^^

닷슈 2021-08-28 18:17   좋아요 2 | URL
선과악이 다 있는 존재입니다만 그래도 선하기를 바라고 선한면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여럿이 모여 사니까요.

서니데이 2021-09-10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1-09-10 19:3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09-10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엄청 긴 글!@@
축하합니다 ~!

닷슈 2021-09-10 19:3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09-10 19: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닷슈 2021-09-10 21: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초딩 2021-09-11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페이퍼 당선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