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네이버 이미지]

선행이 대개 선행을 부르고, 악행은 대개 악행을 불러오는 것처럼, 차별은 차별을 부른다. 군대에서 느끼던 미스테리가 있었다. 군을 필한 다른 남성들도 느끼는 것이지만 이등병 일병 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을 괴롭히던 선임병을 정작 훗날 자신이 그 위치가 되면 놀랍도록 닮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은 개인이 그 조직의 문제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단순히 괴로워만 하다 결국 그 조직의 문제 구조 자체를 내면화하여 오히려 지지하게 됨으로써 발생한다. 

 군에서는 윗선이 일선 병사의 노동을 착취하고 그를 위해 인격을 말살하며 수단화하는데 이 과정에서 병사전체를 괴롭히기보다는 바로 윗선을 괴롭힌다. 그 윗선 역시 마찬가지로 아래 전체를 피곤하게 다루기보다는 바로 아랫선을 괴롭히며 이 과정은 최하단까지 전달된다. 물론 민주사회로 접어든지 한참임에도 많은 희생을 젊은 남성에 강요하는 한국의 군대를 과감히 모병제로 전환하거나 병사를 막사에 가두지 말고 출퇴근을 시키거나 최저급여조차 제대로 주자는 여론은 아직도 과반을 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 개인이 군을 구조적으로 어찌하기는 힘들고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그 악순환을 적어도 나에서는 끝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막아준 나의 아랫선이 훗날 적어도 자기가 받은 만큼 다른 사람에게 그러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런 한국군대 같은 차별, 아니 더한 차별이 1960년대 미국에도 있었다. 사실 미국의 인종차별은 아직 현재진행형이긴 하지만 과거, 특히 미국 남부의 모습은 사실 매우 추악하다. 책 '헬프'를 보면서 이러한 차별의 극렬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저자가 책에서 충분히 의도한 것처럼 이런 차별은 여러 층위를 띤다. 

 책 헬프의 배경은 1960년대 초반 미국 남부 미시시피로 매우 더운 지역이고 오래전부터 농장지역으로 남북전쟁의 상흔이 아직 남아있으며 그 상징물도 남아있는 지역이다. 사람들은 대개 농업에 종사하고 흑인들도 많이 거주하며 남북전쟁때처럼 이 지역의 흑인들이 여전히 극심한 차별과 위협속에 살고 있다. 책의 배경은 구체적으로 미시시피주의 잭슨 시인데 잭슨 시장은 기가막히게도 흑인과 백인더러 '평등하되 분리한다'.라는 말도 안되는 기치를 내건다. 

 이 잭슨에서 차별은 여러 층위를 갖는다. 가장 최상위층엔 당연히 백인 남성이 있다. 이들은 바깥일을 하고 가정에 아내를 두며 아내는 무조건 아이를 많이 낳고, 대개 전업주부로 경제활동을 하거나 직업을 갖기 않는다. 여자들도 대학을 가지만 대부분 재학중에 남자를 만나 졸업과 취업을 하지 않고 결혼한다. 어찌보면 대학은 좋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 가는 장소에 불과해보인다. 그들은 20대 초반에 결혼하며 집에서 안주인 노릇을 받지만 이렇게 집안에만 갇혀 가계를 운영하며 남편의 성공만을 뒷바라지 하는 차별을 겪는다. 

 그리고 이 안주인 백인 여성은 흑인 가정부를 차별한다. 백인 여성은 흑인 가정부 덕에 아이를 많이 낳아도 육아의 고통에서 해방된다. 집안의 청소와 요리, 심지어 장보기까지 모든 살림이 흑인 가정부의 몫이다. 아이가 아기때부터 기고, 일어서며, 기저귀를 떼고, 이유식을 먹는 모든 일을 흑인 가정부가 한다. 백인 안주인은 그저 아이를 가끔 혼내거나 교육적 지도를 하거나 옷등을 사주고 학교를 보낼 뿐이다. 그래서 많은 백인 아기들은 흑인 가정부를 먼저 엄마라고 부른다. 서로가 매우 곤란해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흑인 가정부를 엄마처럼 따른던 백인 아기들은 이상스럽게도 모두 커서 자신의 부모와 똑같은 인종차별주의자가 된다. 

 흑인 가정부는 집으로 돌아가 흑인 남편에게도 차별받는다. 흑인 남편은 자신의 아내 흑인 가정부처럼 차별받는 처지지만 집에서는 가부장적 남편으로 모든 육아와 살림을 자신처럼 일하는 또는 심지어 돈을 더 많이 벌어오기도 하는 아내에게 전가한다.  

이들은 아내를 폭행하기도 하는데 영화 컬러 퍼플에서는 자신의 친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우리 골드버그가 아이를 둘이나 낳게 된다. 그는 어리고 가난했으며 백인과 흑인 남편에 의한 폭력과 차별이 만연한 이 나라에서 도무지 아이들을 키울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백인 목사 부부에 의해 아프리카로 떠나게 된다. 우피골드버그는 마치 아버지처럼 자신의 동생을 넘보는 대니글로버와 대신 결혼한다. 그리고 동생은 피신시킨다. 그렇게 남편에게 차별받고 폭행당하며 살던 그녀는 말년이 되어서야 아프리카에서 자유롭게 자유민으로 자란 자신의 아이들 그리고 동생 네티와 재회한다. 컬러퍼플엔 백인들이 흑인을 괴롭히는 장면이 좀처럼 나오지 않지만 백인들에게 파생되어 흑인들 스스로가 서로를 차별하는 끔찍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책 헬프에서는 독특한 백인 여성 유지니아가 등장한다. 그녀는 친구들과는 다르게 남자와 결혼하지 않았고 대학도 졸업했으며 감히 일자리를 갖고자 한다. 그런 그녀이니 흑인 가정부들과 통할 수 있었다. 어릴적 유지니아를 키워준 흑인 가정부의 역할도 컸다. 그리고 미스 셀리아가 있다. 미스 셀리아는 잭슨시의 여성중 우두머리 격인 미스 힐리의 전 남자친구와 결혼하면서 잭슨에 정착하게 되었다. 원래 타향사람인데다 힐리에게 찍힌 상태이기에 사실상 왕따상태다. 이런 사회에서 이단아 같은 미스 셀리아도 유지니아 처럼 가정부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가고 친구처럼 지낸다. 사회의 지배적 차별 구조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백인 여성들은 모든 살림과 육아를 흑인 가정부에게 맡기고 자신들을 놀면서 담배를 피우고 카드놀이를 즐기며, 이런 저런 모임을 운영한다. 재밌게도 그들은 아프리카 흑인 아이들을 돕은 자선 후원회도 운영하는데 자신들의 옆에 있는 가정부는 같은 흑인으로 보이지 않았던 듯 하다. 이런 흑인 가정부들에 관심을 갖던 유지니아는 뉴욕의 한 여성 편집장에게 그들의 삶을 책으로 내는 것을 제안한다. 

 이 제안에 편집장이 관심을 가지며 유지니아와 잭슨 시의 흑인 가정부들과의 밀회가 시작되다. 이 밀회는 매우 위험하다. 아직 잭슨시는 인종차별이 만연한 지역으로 백인 안주인에게 찍힌 흑인 가정부는 금새 소문이 나 잭슨 시내에서 다시 일자리를 갖기 어려운 지경에 놓인다. 이 불똥은 남편과 자식들에게 튀어 그들 역시 실직하게 되며 폭행의 대상이 된다. 책에 등장하는 이웃을 잘 돕던 건실한 흑인 청년은 단지 분리 표시가 되어 있지 않던 백인 화장실을 이용했다 집단 린치를 당해 실명한다. 물론 처벌받은 사람은 없다. 이런 위험한 곳에서 그들은 인터뷰를 통해 그리고 자신의 글을 유지니아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통해 책을 써낸다. 

 물론 그들은 책을 익명으로 써내고 진실이 알려져도 자신들이 무사할만한 장치도 책에 넣지만 곧 잭슨 시내의 백인 안주인들은 이 책의 주인공들이 자신들임을 알게 된다. 화가난 미스힐리는 흑인 가정부 에이블린을 공격해 친구가 그를 결국 해고하게 만든다. 

이 장면은 영화로 만들어진 책 헬프에서 에이블린이 해고되는 장면이다. 에이블린은 해고되면서도 백인 아이에게 자존감을 심어준다. 어쩌면 이런 자존감을 가진 아이가 먼 훗날 자라나 자신의 부모같은 인종차별주의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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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로저스 앞으로 5년 한반도 투자 시나리오 - 경제통합 한반도를 바라보는 월스트리트 전설의 투자 전망
짐 로저스.백우진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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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 로저스는 유명한 투자가로 두 가지 언급으로 한국인의 마음을 샀다. 우선 한국의 숙적 일본의 경제를 매우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이미 물러난 아베의 정책을 상당히 비판했다는점(실제로 그는 일본에 투자했던 모든 것을 처분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 특히 통일 한국의 미래를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책의 수준은 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는데 로저스의 언급이 좀 있고, 그게 추상적이고 내용이 좀 모자라서인지 출판사에서 북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상황을 채워넣은 것이었다. 원래 재작년 정도 따끈할때 보려했는데 출판한지 2년이 지난 시점이라 아직 트럼프 당선을 예측하고, 이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점도 좀 아쉽다. 그래도 얻는 것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책 내내 로저스는 북한에 대해 매우 투자하고 싶어하는데 미국의 경제재제를 받는 북한이라는 국가에 미국국적자가 투자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 하고 있지 못하는 듯 하다. 그래서 그는 기회가 될때 북한에서 발행한 금화와 은화를 투자했는데 아주 거금은 아니었다. 북한에 투자하라면서 정작 본인도 방법이 없으니 한국인이 읽어도 북한에 투자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중국에 꽌시로 연결된 믿을 만한 다리라도 있다면 모를까. 

 실제 북한에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로 이미 상당부분을 투자를 한 상태다. 주로 광물을 구매하고 항구이용권리를 구매한 것인데 한국과 북한이 향후 통일을 하게 된다면 분단상황에서 북한이 경제제재로 인해 헐값에 넘긴 여러 이권이 분명 문제가 될 것이다. 과감하게 무효화 하거나 아니면 주변국들이 통일에 찬성하게 하기 위해 조건부로 보장해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북한엔 이미 시장과 사기업이 많은데 이들은 90년대 사실상 배급경제가 종식되면서 자연스레 생겨났다. 시장은 배급의 끝으로 인해 그리고 사기업은 관청이나 기관이 스스로 운영능력이 없어 업무를 부과함으로써 생겨났다. 이들은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로 부흥했다가 2007년 철퇴를 맞고 쇠퇴하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며 다시 활성화하고 있다. 북한은 2007년 경제와 관련하여 한 차례 내홍이 있었는데 점점 커져가는 시장세력에 대해 당권 세력들이 반격을 가한 형국으로 결국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당시 당은 화폐개혁을 단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 사람에게 하루에 일정한도내로만 구화폐를 신 화폐로 교환해줘 사실상 북한 돈을 쥐고 있던 시장주의자를 붕괴시켰다. 하지만 이로 인해 유통화폐가 감소하고 물가 환율이 폭등하여 당시 기획자가 처형되는등 부작용이 컸던 사례였다.

 하여튼 이 일을 계기로 당국에선 경제를 함부로 조절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고 시장주의자들을 북한 화폐를 불신하게 되었다. 이후 달러 경제가 활성화 되어 전문가들은 북한을 사실상 달러경제권으로 본다. 실제 북한에서는 5만달러 이상의 달러화를 가진 사람이 무려 25만에 달한다. 100만달러 이상은 5천명으로 매우 적다. 5만달러면 웬만한 한국인의 연봉수준인데 북한의 경제수준을 감안하면 제법 부를 축적한 사람의 수가 매우 많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책은 북한의 막대한 지하자원, 그리고 우수한 수준의 노동력을 강조한다. 동독과도 비교하는데 동독을 통일당시 동구권이 함께 붕괴하며 상당히 불안하면서도 경쟁적인 분위기에 노출되었다. 동독과 동구권 국가들은 인프라의 부족으로 많은 투자가 필요했지만 서로 동시에 투자를 요구하면서 경쟁이 붙어 서구권으로부터 투자를 얻기 힘들었다. 게다가 동독은 주변이 불안해 안정적인 성장도 힘들었다. 하지만 북한은 반대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수준으로 인프라가 절박하지 않아 투자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거기에 주변에 남한과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등 투자를 할만한 나라도 많고 안정되어 있다. 때문에 북한은 경제가 발전하기에 용이하다. 

 위치도 완벽하다. 짐 로저서는 북한의 나진항이 향후 싱가포르를 능가할 만한 위치로고 본다. 나진항은 중국 동북2성이 동해로 가기위해 반드시 가야만 하는 곳이고 육로로는 시베리아 철도를 거쳐 유럽으로 직결된다. 한국은 러시아의 가스가 필요한데 북한을 통한 육로로 파이프를 연결하면 3자가 모두 이득을 본다. 한국은 천연가스를 보다 저렴하게 구매하는 통로가 생겨나며 러시아는 판매로가 주로 유럽인 천연가스 수출의 다변화를 꾀할수 있으며 북한은 파이프 연결 수수료로 연간 1억달러를 챙길수 있다. 북한의 연간 총 수출액이 30억 달러에 불과하기에 매우 유의미한 금액이 아닐수 없다. 

 통일 한국은 인구 8천만에 강력한 군사력과 매우 유리한 지정학적 위치, 그리고 저렴한 노동력과 우수한 자본과 기술, 막대한 자원이 결합하는 나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남한은 현재 심각한 저출순과 고령화, 젊은 계층의 취업난으로 성장한계에 부딪히고 있지만 통일이 이루어지면 적어도 십수년간 북한에 대규모 건설과 투자가 일어나고 강한 상호 교류로 이런 문제가 일거에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통일 후 사회가 안정되면 십수년후 다시 이런 문제는 불거질 것이다. 하여튼 그래서 로저스는 북한에 그리고 통일 한국에 투자하라고 한다. 남한에 사는 한국민으로서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고민해봐야할 날이 빠르게 왔으면 한다. 무슨 근거인지 로저스는 2020년대 말이면 한반도에 평화가 올거라고 한다. 기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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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처
파울로 코엘료 지음, 김동성 그림,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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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로 유명한 파올로 코엘류의 책. 궁도를 익히고 그것에서 얻은 깨달음을 인생사와 관련하여 썼다. 뭔기 기예를 익히는 것은 정신적인 것을 요구하니 이런 것도 가능한듯 하다. 전작이 서사가 있어 그런줄 알았는데 서사는 없고 인생에 대한 언급으로 채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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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수다
전김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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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로 보는 전김해 작가의 책이다. 저번에 본 책은 '사자와 쥐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이었는데 이번에도 어김 없이 사자가 등장한다. 아마도 사자는 작가의 페르소나인 듯 하다.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사자라는 생물이 가진 두 가지 상반된 면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자는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이며 암사자 무리를 이끌지만, 사실상 혼자 다니는 외로운 존재이며, 언제든지 다른 젊고 강한 외부의 숫사자에 의해 쫓겨날수 있는 불안한 처지에 있다. 이런 사자의 특성 때문에 작가는 사자를 선호하는게 아닐까.

 전김해 작가의 책을 보면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이 재밌다. 전작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좀처럼 같은 사자를 그리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사자는 갈기나 표정, 형태, 크기가 제각각인데 이런 면도 재밌다. 같은 것을 매번 다양하게 그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 만해도 그렇다. 매번 완전히 다른 장르의 다양한 책을 보려고 하지만 책을 보고 써놓은 나의 글을 보면 나라는 개체를 거쳤기에 하나 같이 똑같다. 무척 아쉬운 부분인데, 때문에 작가가 다른 내용의 글과 그에 맞는 완전히 다른 그림을 그려내는건 쉽지 않았을 것이고 대단해 보이는 부분이다.

 '사자와 수다'에서는 사자의 상반된 특성처럼 인생의 여러 모순되는 장면을 통해 삶에서의 나름의 의미를 찾은 작가의 생각을 드러낸다. 책은 시나 단편처럼 짧은 글로 이루어지는데 '아버지와 아들1'에서는 강하고 위대한 아버지 사자를 닮으려는 아들에게 '나처럼 되지 말고 진정한 너가 되어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반대로 아버지와 아들2에서는 아들을 좀처럼 못 놔주는 과잉보호 사자에게 신이 아들을 과감히 내려놓으라고 자신은 그렇게 해서 아들을 한번도 잃어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서로 상반되면서도 같은 이야기를 말하는 연작이어서 재밌었다. 

 '슬픔이의 슬픔'이란 이야기도 좋았다. 큰 기와집 처마 밑에서 작은 슬픔이들이 울며 슬퍼하고 있었는데 왜 그러냐고 사자가 묻자 이 집이 부적을 붙여놓으며 슬픔들을 받아들이지 않아서라고 하였다. 사자는 집안 사람들을 오만하다고 비웃으며 마침 큰 슬픔이 지나가자 집안의 오만한 것들을 한방에 날려버리라고 한다. 하지만 큰 슬픔은 이들이 작은 슬픔을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집이 한방에 무너질수 있고 자신들의 일을 집을 무너뜨리는게 아니고 연약함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라 말한다. 인간에게 실패와 세상사로 인한 슬픔이 그를 무너뜨리기보다는 딛고 일어서고 웬만한 역경을 견디게끔 단련시켜주는 존재라는 이야기다. 

 책을 두껍지 않지만 이솝이야기처럼 큰 5개의 주제아래 여러 이야기가 얽혀있다. 상당히 신박한 것도 다소 평범한 것도 있으며 이야기에 맞춰 다양한 그림들도 있다. 그림은 모두 흑백이고 대부분 거친 펜이나 연필로 그린 듯하다. 무거우면서도 다소 가볍게 생각하고 그림을 같이 그려내며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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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19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추석 연휴 동안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해피 추석~


∧,,,∧
( ̳• · • ̳)
/ づ🌖

닷슈 2021-09-19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추석잘보내세요 스콧님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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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철수가 이루어졌다. 침공 20년만의 철수로 미국은 결국 유럽세력권이 아닌 지역에서 민주주의 국가를 세우는데 다시 실패했다. 아프간의 역사는 한국만큼 복잡하다. 아프간은 중국과 연결된 혹모양의 자연스럽지 못한 국경을 갖고 있는데 이는 영국과 러시아간의 그레이트게임의 흔적이다. 

 아프간은 20세기 초중반까지 왕정이었다. 이슬람이 주 종교였지만 사람들은 비교적 자유로웠고, 여성도 교육받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 1972년 왕의 해외순방 중 쿠데타가 일어났고, 그 세력도 오래 못가 공화정이 들어선다. 공화정은 다시 사회주의 정권으로 교체되었고 이에 소련이 침공한다. 소련에 대항해 아프간내 여러 반군 세력이 일어났는데 그 중 하나가 탈레반이고 그들을 소련의 적인 미국이 지원한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마침내 소련이 아프간에서 물러나고 반군세력간의 내전 끝에 탈레반이 1995년 정권을 차지한다. 종교근본주의로 아프간 사람들의 자유는 사라지고 여성의 인권은 바닥을 쳤다. 2001년 9.11테러가 일어났고, 알카에다의 중심으로 알려진 아프간은 미국의 침공을 받고 탈레반은 무너진다. 하지만 결국 미국은 아프간에 미국과 같은 민주국가를 세운는데 실패하고 철수했으며 다시 탈레반이 돌아왔다. 지난 20년간의 절치부심으로 탈레반은 국제사회의 중요성을 깨닫고 인정받는 것의 필요성을 절감하는듯 하지만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보편적 기준에 얼마나 스스로를 맞추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슬람 근본주의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보편적 기준은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어려서 미국으로 건너간 아프가니스탄의 사람이 영어로 쓴 최초의 소설이다. 출간된지는 10여년이 흘렀지만 아프간의 복잡한 역사와 그 안에 휩쓸리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배경으로 한 사람이 용기와 용서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려낸 소설이다. 읽으면서 아프간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 사회적 배경등에 대해 알게되었는데 그져 가난한 불모지에 폐허, 이슬람 근본주의로만 상기되는 아프간의 이미지를 좀 더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는 카불인데 그곳에도 우리나라의 강남같은 부유층 거주지가 있었고 근사한 정원과 이층집을 가진 바바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바바는 명문가 출신으로 부유한 상인이면서 아프간의 왕정과도 인연 및 친분이 있었다. 바바의 집엔 4명이 살고 있는데 바바 본인과 그 아들인 아미르, 하인 알리와 알리의 아들 하산이었다. 아미르의 어머니는 아미르를 출산하면서 사망하였고, 하산의 어머니는 하산이 출생한 후 4개월이 지나지 않아 집을 나가버렸다. 

 아미르와 하산은 친구처럼 지내지만 아미르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하산과 놀지 않는다. 바바와 아미르는 아프가니스탄의 주요계층은 파슈툰 족이지만 알리와 아산은 하자라족이기 때문이다. 하자르족은 몽골계출신으로 외향이 확연히 달랐고 시아파였다. 반면 파슈툰은 백인계였고, 다수이자 수니파였다. 하지만 아버지 바바는 알리와 하산을 무척 아꼈과, 아미르 역시 하산과 친하게 지낸다. 

 바바는 거친 남자이면서 주변 사람들을 많이 돕는 사람이었지만 유독 아미르에게 엄격했다. 반면 아미르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나약했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이런 아미르를 이해해주는 것은 바바의 친구 라힘칸이었다. 아프간에서는 매년 겨울 연날리기 대회가 자주 열렸는데 여기서 우승하는 것은 소년들의 로망이자 집안의 자랑거리였다. 아미르가 바바에게 인정받을 만한 것은 이부분이 유일했는데 아미르는 연날리기엔 제법 소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미르는 하산과 더불어 마침내 가장 권위가 있는대회에서 우승한다. 연날리기 대회에서는 우승못지 않게 떨어진 연을 줍는 것도 중요한 성과였는데 이 부분에 일가견이 있던 하산은 지친 아미르를 대신해 마지막까지 아미르와 경쟁한 파란 연을 쫒는다. 

 아미르는 기력을 회복하고 하산을 찾는다. 하산은 푸른 연을 찾는데는 성공했지만 평소 아미르와 하산을 괴롭히던 아세프 무리에게 하산이 둘러쌓인걸 목격한다. 아세프는 하산에게 푸른연을 요구하지만 하산이 거부하자 아세프는 하산을 성폭행한다. 아미르는 이 모든 것을 목도하고도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모든 희생을 치루고 연을 가져온 하산을 무시하기 시작한다. 하산을 보는 것만으로도 용기없던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용서가 되지 않았던 것. 영문을 모르는 하산은 아미르가 자신을 피하자 괴로워하기 시작했고 둘은 서로를 피하기 시작한다.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아미르는 결국 자신이 받은 생일 선물들을 하산의 침대에 숨겨놓고, 결국 하산이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아버지 바바는 하산에게 물건을 훔쳤나고 묻고 놀랍게도 하산은 자신의 행위가 아님에도 이를 인정한다. 더 놀랍게도 바바는 바로 용서를 하지만 하인 알리는 아미르의 소행임을 눈치채고 더이상 이집에 머무르게 어려움을 감지한다. 하인 알리는 아들 하산과 집을 떠나고 하자라족들이 모여사는 하자라자트로 가버린다. 바바는 친구 같던 알리의 떠남에 눈물로 만류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세월이 흘러 아프간의 공산정권이 들어서고 소련군이 침공한다. 바바의 부는 무의미해졌고, 사람들은 서로간의 모함으로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위기를 느낀 바바는 모든걸 버리고 아들 아미르와 파키스탄을 거쳐 미국으로 도망간다. 바바와 아미르는 미국에서 처음부터 모든걸 다시 시작했고 부유하고 명망있던 바바를 한낮 주유소 직원으로 전락한다. 바바와 아미르는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떼고 팔아 부수입을 올리기 시작했고 형편이 조금 나아진다. 

 아미르는 전문대학에 진학해 문학을 전공하고 책도 쓰는 작가가 된다. 그리고 역시 미국으로 도망온 전직 장군의 딸 소라야와 결혼하게 된다. 아미르가 결혼하고 얼마되지 않아 굳건하던 바바는 암으로 사망한다. 아미르와 소라야는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둘 사이엔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모든 인공수정시도도 실패로 돌아갔고 무엇보다도 둘 사이엔 의학적으로 불임의 원인도 없었다. 아이는 없었지만 아미르는 작가로서 책을 네권이나 내며 안정되어갔고 소라야도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아미르에게 아프간을 떠난지 20여년 만에 라힘칸에게서 연락이 온다. 라힘칸은 하산의 소식을 전하며 아미르가 아프간으로 와주기를 원한다. 바바는 아프간을 떠나며 친구 라힘칸에게 자신의 집을 맡겼다. 라힘칸은 큰 저택을 혼자 관리하는데 힘이 붙였고 이에 하자라자트로 가서 알리와 하산을 찾았다. 알리는 사망한상태였고 하산은 결혼하여 소랍이라는 아들을 두었다. 놀랍게도 어려서 하산을 버리고 도망간 하산의 어머니도 돌아온 상태였다. 젋어서 뭇 남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던 하산의 어머니는 세월의 고초를 심하게 겪어 모습이 많이 변한 상태였다. 

 하산을 설득한 라힘칸은 같이 카불로 돌아와 바바의 저택에 살게된다. 수년간 행복했고, 하산의 어머니는 소랍을 애지중지 키우다 소랍이 네살이 되던 해에 죽는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탈레반이 집권하자 모든게 급변한다. 하자라족이 대저택에 살던게 마음에 들지 않던 탈레반은 이를 빌미삼아 하산과 그 아내를 처형한다. 그리고 아들 소랍은 고아원으로 넘겨버린다. 이로 인해 라힘칸은 미국의 아미르를 찾는다. 하산의 아들 소랍을 아프간으로 와서 찾아가야한다는 것이다. 

 아미르는 망설인다. 용서를 구하지도 못한 하산이 죽어버린 것은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 아들까지 찾으라니. 하지만 아미르에게는 소랍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고 이는 아미르에게 무척 숙명적인 일이었다. 이후의 부분은 아미르가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면 소랍을 찾는 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아미르는 스스로를 용서하게 되고 그럴만한 일도 용감하게 해낸다. 

 저자가 책을 쓴 시점은 2000년대 초반으로 탈레반 치하에서 아프간이 미국으로부터 해방되고 침공당한 시점이다. 그래서 탈레반 이후의 희망이 다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불과 십수년이 지나 다시 탈레반의 차지가 된 아프간을 보며 저자가 어떤 심경일지 고민된다. 아마도 무척 절망스러울 것이다. 미국의 현지 사회문화에 대한 몰이해, 그리고 미국이 세운 아프간 정부의 무능을 감안하더라도 그토록 탈레반의 치세가 가혹했다면 어떻게 이렇게 빨리 탈레반이 정권을 되찾을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아마도 사람들은 미국과 부패한 아프간 정부를 탈레반 보다 더 싫어한게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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