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교육과정 - 교육과정 개발자로서 교사
교사교육과정연구회 지음 / 기역(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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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먼 과거에 교사에게 수업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맡은 아이들이 너무나도 많기도 했고 국가에서 요구하는 지식을 교과서로 잘 전달하고 암기시키는게 중요임무였다. 그래서 당시 교사들은 수업을 재밌게 잘 하기보다는 학습내용을 잘 정리해서 제시하거나 그 결과로 아이들이 시험점수를 잘 받는걸 중요시했다. 과거 선생님들이 이렇다할 설명없이 교과서 내용을 정리한 걸 잔뜩 판서한 후 아이들이 노트에 베껴쓰게 하거나 자신이 직접 제작한 궤도 같은 걸 보여주며 수업하는게 그 예다. 

 시간이 좀 지나 90년대 정도 들어서면서 열린교육의 등장과 함께 수업을 재밌게 하는것이 중시되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설명이라걸 좀 하기 시작했고, 재미를 위해 다양한 동기유발 게임이나 노래, 영상등이 마구 등장했다. 하지만 수업은 여전히 교과서를 벗어나지 못하고 지식도 여전히 주입식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 교과서를 넘어서려는 움직임이 등장한다. 교과서 재구성이란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교사들은 인디스쿨등의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교과서를 재구성한 학습자료를 공유활용하기 시작한다. 교과서의 재미없는 활동을 더 재미난 학습지와 활동으로 대체하고 교과서내용도 바꿔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국가에서 제시하는 교육과정 자체를 넘어서진 못했다.

 그리고 2010년대 들어 혁신교육의 등장과 함께 국가교육과정을 넘어서고, 지역과 학교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과정 디자인 또는 재구성의 붐이 일게 된다. 교사는 이제 지식의 전달자에서 수업을 재밌게 하는 사람, 그리고 교과서를 재구성하는 자를 넘어 교육과정을 만드는 사람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아직 모든 교과가 국가에서 제시하는 성취기준으로 묶여있지만 그래도 교사에게 교육전권이 주어지는 부분도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과 경기도교육청에서 올해부터 실시한 학교자율과정이다. 학교자율과정은 교과의 20%시수정도를 교사가 아이들과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제시한 장치다. 창의적 체험활동과는 달리 교과교육과정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교사를 교육과정의 제작자로 인정하고 그 시작을 연 시도로 매우 의미있는 시도다.

 이처럼 미래에 한국의 교사들은 각자의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해야하는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사회에서는 학생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시되고 그 배양을 위해서는 단순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에 의거한 지식전달보다는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이나 시도로 실제 역량을 배양하는 수준으로 교육과정을 기획해야하기 때문이다. 미래사회에서는 교육이 다양화하고 개별화할 가능성이 높다. 가까운 시일내에 거의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교육용 인공지능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고 학생들이 이를 통해 교과지식을 개별적으로 수준에 따라 습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식전달자로서 매우 다양한 수준의 학생을 한 기준으로 일방적으로 가르칠수 밖에 없고, 시간 투여도 매우 적을수밖에 없는 지금의 교사중심지식전달 수업은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경쟁이 되질 않는다. 그렇다면 미래 교사역할은 무엇일까? 지식전달은 인공지능에 맡기고 교사는 보다 고급지식을 구성하는데 초점을 두고, 인공지능에 따른 학생의 지식습득정도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지식을 습득한 정도를 바탕으로 개별적으로 혹은 모둠별로 역량을 배양할수 있는 실제적 문제해결과정을 갖는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지역과 학교의 특성, 그리고 학생의 특성과 흥미,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고려하여 교육과정을 구성하게 될 것이고 이것이 교사별 교육과정이 될 것이다. 

 교사가 교사별교육과정을 구성하는데 있어서는 3가지 고려요소가 있다. 

하나는 출발점, 하나는 크기, 하나는 행위다. 출발점은 환경과 내용, 학생이다. 교사는 교육과정을 구성함에 있어 주변환경(아마도 지역적 특성이나 학교의 특성)을 고려하게 되고, 국가수준에서 제공하는 성취기준이라는 교육내용도 고려한다. 그리고 이 내용이 학생의 흥미와 적성, 그리고 학생에게 적합한 것인지를 고려하게 된다. 이게 출발점이다.

 크기는 그 교육과정의 크기다. 만약 교사가 학생의 흥미 그리고 주변환경, 교육내용을 모두 고려해 학생이 거주하며 맞닥뜨리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기획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교육과정을 얼마나 오랫동안 운영하도록 기획하는지가 크기다. 이 프로젝트는 일주일이 될 수도 있고 일개월 혹은 한학기가 될 수도 있다.

 마지막은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교사의 행위다. 교사는 구성한 교육과정의 의도에 맞는 다양한 활동을 조직해야하는데 여기서 선택, 조정, 창조를 할수 있다. 선택은 기존에 교사커뮤니티나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장학자료중 적합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고, 조정은 기존의 자료를 학생과 학교. 지역, 교사의 의도에 맞게 적절히 변형하는 것이며 창조는 자료를 교사가 새로 개발해내는 것이다. 

 교사가 스스로 구성한 교사교육과정개발은 이런 출발점과 크기, 행위로 구성된 3차원 입방체의 한 부분에 해당한다. 위에서 언급한 마을의 문제해결 프로젝트는 출발점이 환경이고 ,크기는 이 개월이며, 학습내용을 교사가 새로 만들었다면 창조에 해당한다. 책에는 이런 관점에서 초등교사들이 다양한 크기와 출발점, 행위로 실천한 교사교육과정의 예가 실려있다. 예가 너무많다보니 이론적 내용이 좀 적다는게 이 책의 단점이다. 물론 구체적 예를 더 많이 원한다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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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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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 정말 대단했고, 이후에 나온 종의 기원은 좀 아쉬웠다. 그리고 완전한 행복이다. 이 책은 아마도 한국사회를 경악시켰던 고유정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 하다. 살해방법이나 사건등은 다르지만 여러모로 비슷한 느낌이다.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죽인 방법이나 새엄마가 살해범이라는 점등에서 그렇다.

 책은 500쪽 가깝게 되지만 만 하루 만에 빠져들어 읽었다. 어제밤과 오늘 오후에 나누어 읽었는데 분위기가 제법 무서워 책을 읽던 어젯밤에는 밤이 더 무서워지기전에 책을 덮어야 했다. 하여튼 난 겁이 많다. 

 이야기는 두 이혼남녀가 러시아에서 만나며 시작된다. 차은호는 고교 생물교사로 최근 이혼했다. 아들 노아가 있는데 전처는 아들마저 내버려두고 다른 나라로 떠나버렸다. 그는 마음을 추스리고자 러시아 여행을 계획했고 바이칼호로 친구 진우와 같이 향한다. 그 바이칼에서 유나를 만난다. 공교롭게도 그녀역시 이혼녀였고 이제 경우 1주일이 지난 상태였다. 은호는 그녀에게 한눈에 반했고 한국에 돌아와 유나와 결혼한다.

 유나에겐 지유란 딸이 있었다. 은호는 아내가 사랑스러웠지만 아내는 가끔 말도 안되는 이유로 무척 신경질적이 되었고 남편인 자신을 폭행하는 일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는 아내를 사랑했고 무엇보다도 두번째 결혼마저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 노아를 돌봐주던 어머니가 노아의 양육을 자신들에게 넘기며 사단이 난다. 아내는 그걸 원치 않았고, 노아는 천식이 심했으며 아픈 몸에도 축구를 좋아하는 장난꾸러기였다. 

 어머니와 노아, 그리고 지유, 아내 유나와 타운하우스인 집에서 모두 잠든 다음 날, 은호는 깨면서 노아를 발견하고 아들이 죽어있음을 알게 된다. 모두가 슬퍼하지만 은호는 살인의혹을 받게 된다. 어린아이가 어른에게 깔려죽어 질식사한다는 것은 누가봐도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잠자리가 그토록 민감하던 은호는 유독 아들 노아가 죽던 날 밤은 그 난리가 나는 상황이었음에도 쥐죽은듯 잠만잤다. 무언가가 이상했다. 

 그리고 은호는 과거 유나의 남편이었던 준영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준영의 여동생인 민영을 통해 알게 된다. 거기에 놀랍게도 준영은 아내 유나의 언니인 재인과 오래도록 아는 사이였다. 그리고 아내 유나의 충격적인 과거도 알게된다. 아내의 과거 남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변을 당했던 것. 여기에 유나의 언니 재인도 민영 및 은호의 친구 진우와 이야기하면서 과거의 이상했던 기억들이 하나하나 맞춰지게 된다. 이는 매우 끔찍한 일이었다. 

 공포스릴러 장르 작가인 정유정 작가의 신작인 만큼 매우 전개가 빠르게 재미났다. 7년의 밤만큼은 아니지만 전작 종의 기원보다 확실히 나은 작품이며 상당히 흡인력이 있고 공포스러우며, 악한 인간에 대한 묘사가 잘 이루어진듯 하다. 다만 악한 인간이 지나친 사이코패스이다보니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건 좀 아쉬운 대목이다. 사이코패스를 악한 주인공으로 삼는 것은 딱히 이유가 필요치 않고, 악함을 마음껏 발산할수 있다는 면에선 좋지만 그 악함이 공감이 되지 않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약점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우 좋고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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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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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위 한국형 블록버스터급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늘 아쉬웠다. 액션 장면이 뭔가 좀 아쉽고, 컴퓨터 그래픽도 그렇고, 돈이 없는 건 알겠지만 규모의 힘도 부족했다.(일단 단위가 다르다. 미국은 블록버스터라 하면 천에서 이천억을, 한국은 같은 개념에 백억에서 이백억을 쓴다) 자동차를 시원하게 터뜨리고 박살내야하는데 그냥 크게 찌그러뜨리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킹덤과 오징어 게임을 보며 그런 불식이 사라졌다. 킹덤 같은 경우 그냥 헐리우드에서 만든 것 같아서 그쪽 기술진과 제작진이 상당부분 투입된줄 알았다. 알고보니 킹덤도 그렇고 오징어 게임도 그렇고 넷플릭스는 돈만 댔다고 한다. 그렇다. 어설펐던건 실력이 아니라 제작비였던 것이다.

 넷플릭스가 3-4년전부터 아시아시장의 교두보로 한국을 지목하고 제작비를 대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들의 안목은 상당히 정확했는데 한국에서 투자하는 것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대박을 치니 웃음이 아마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내년에 한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겠다는데 그래서 한국 지상파방송사와 대형영화사 및 기획사들은 자칫하면 한국이 하청업체로 전락할까 상당히 긴장하는 느낌이다. 실제 그들은 돈만 대주고 제작비만 줄뿐 저작권과 관련 수입을 모두 가져간다. 새롭고 적절한 균형점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이 한국문화가 퍼지는데 더 큰 순풍을 불어넣어주는 것도 사실이다.

 김초엽의 이 책을 보면서 이걸 넷플릭스가 영화화하면 참 잘 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유정의 7년의 밤처럼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도 어설프게 영화로 만들면 안타까워진다. 하여튼 그만큼 이 책은 소재도 재밌고 흡입력이 있었다.

 과학소설 장르 작가인만큼 이번에도 그러한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22세기의 한국이고 재건 60주년을 맞은 시점이다. 재건이라함은 전세계적 재앙이 과거에 있었다는 것인데 '더스트 폴'이란 재앙이 21세기 중반에 일어났다. 21세기 중반 온난화로 인한 지구위기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연구소에서는 마치 영화 트랜센던스에 나오는 것처럼 자가증식 나노로봇을 이용해 지구 환경을 치유할 연구를 하고 있었다. 자가증식 로봇의 크기를 줄이는 과정에서 오류가 일어나 이 로봇들이 통제를 벗어나자 마치 세월호의 선원들처럼 연구원들은 이성을 잃고 안전장치도 하지 않은체 자리를 이탈하고 많다. 그 덕에 이 자가증식 나노봇이 전세계로 퍼진다. 이게 마치 극도로 독한 초미세먼지같은 역할을 했고 그래서 더스트 폴이란 명칭이 붙었다.

 더스트 폴 이후 불과 몇 달만에 전세계가 더스트로 뒤덮인다. 인간은 물론 모두 동식물이 죽음을 맞는다. 세계 각국의 도시들은 발빠르게 거주지를 돔으로 덮기 시작했다. 견고한 돔을 씌운 도시는 오래 버틸수 있었고, 어설픈 돔만 있었던 공동체들을 멸망한다. 그리고 인간중 이 더스트에 내성을 가진 사람들도 발견된다. 이들은 실험대상이 되기도 하고, 공포의 대상이기도 해 탄압받고 포획의 대상이 된다. 

 돔으로 쌓인 대도시는 모든 물자가 부족했기에 돔의 사람들은 사냥꾼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폐허가 된 도시에서 물건을 약탈했다. 더스트가 미생물마져 사멸시켰는지 죽은 사람과 동식물의 사체는 좀처럼 부패하지 않았다. 강한 내성으로 인한 연구소에 갇혀 모진 생체실험을 당하던 아마라와 나오미 남매는 연구소가 공격 받는 틈을 타서 탈출한다. 연구소의 호버크래프트를 하나 탈취해 여기저기 떠돌던 그들은 마을에서 물자를 얻고 교환하고, 가장 허름한 집에 머물렀다. 그리고 사람이 머물면 반드시 티가 나기에 한 곳에서 열흘이상 머무르지 않았다.

 이 같은 긴장된 떠돌이 생활에 신물이 난 그들은 프림에 대한 소문을 듣는다. 더스트로부터 안전한 장소로 돔없이도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라는 것. 동생 나오미는 더스트 내성이 강했지만 내성이 미약한 언니 아마라 때문이라도 그들은 프림이 필요했다. 프림을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그들은 마을에 자리한 온실에 놀란다. 온실에서는 레이첼이란 과학자가 온갖 식물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놀랍게도 이미 절멸한 과거의 식물들도 재배시킬수 있었으며 그녀가 프림을 둘러싼 숲을 조성한 덕에 마을을 더스트로부터 안전했다. 레이첼은 더스트 분해제도 제조할수 있었으며 이런 레이첼과는 지수라는 정비공만이 교류하고 물자를 얻어냈다. 

 아마라와 나오미는 프림에서 몇년간 안정과 평화를 얻지만 곧 프림의 존재도 외부에 알려지고 침입자들이 침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더스트 폭풍이 프림을 덮친다. 이 더스트 폭풍은 매우 강력해 견고한 돔을 갖고 있던 도시들도 이것에 의해 수차례 붕괴된바가 있었다. 지수는 이 더스트를 막기 위해 레이첼로부터 한 식물을 얻어낸다. 레이첼이 만들어낸 식물 모스바나다. 잡초류를 섞어 만들어낸 이 모스바나는 더스트를 제거하는 기능이 있었고 잡초답게 순식간에 무성하게 자라났다. 마침 모든 생명체가 절멸하고 썩지도 않은 상황이라 모스바나는 심자마자 수일만에 마을전체를 뒤덮을 만큼 무성하게 자라나 더스트 폭풍으로부터 마을을 지켜낸다. 

 하지만 모스바나는 역으로 마을 토양에 침투해 농작물의 생장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런 불안과 모스바나의 등장은 마을사람들에게 변화를 야기한다. 모스바나의 더스트 제거 효과를 목도한 이들은 이걸 돔 사람들과 교환하고 세계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일부는 경험적으로 그들은 그걸 약탈만 하고 이곳을 결국 파괴할 거라고 말한다. 결국 사냥꾼들의 대규모 침공이 시작되고 프림은 붕괴된다. 지수는 미리 준비한 분해제와 모스바나및 여러 식물의 씨앗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드론이 대신 싸워주는 동안 모두는 탈주한다.

 그리고 디스어셈블러라는 장치가 만들어져 더스트는 제거되고 세계는 평화를 찾는다. 한국의 식물연구소원 아영은 해월이라는 도시에서 모스바나가 이상 번식했다는 소문을 듣는다. 더스트시대 무성했지만 지금은 경쟁에 밀려 그냥 평범한 식물이 된 모스바나의 이상 번식은 의례적이었다. 거기에 그곳의 모스바나에선 푸른 빛이 띄었다고 한다. 아영은 이를 어릴적 본적이 있었다. 이상한 기분으로 아영이 해월로 향하면 비로소 과거의 모든 퍼즐이 맞춰진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수 없다면 처럼 이 책 역시 매우 재미나고 상상력이 기발했다. 오히려 전작보다 좀더 지구배경으로 펼쳐져 현실성이 있었다. 다음작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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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미술관 - 아름답고 서늘한 명화 속 미스터리 기묘한 미술관
진병관 지음 / 빅피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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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구석 미술관이 시리즈가 생각보다 크게 성공해서인지 비슷한 책이 최근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책도 그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예술전문가가 자기 나름대로 범주를 분류해서 관심있거나 재밌어 보이는 작가의 작품 일부를 소개하는 형식이다. 그러면서 역사적 배경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 예술적 사조와, 예술 기법등이 약간 소개되는 정도다. 가볍게 읽기 좋은 수준이다.

 기묘한 미술관이라는 책에서는 범주로 취향, 지식, 아름다움, 죽음, 비밀을 다룬다. 새롭게 알게 된 점과 특이한 점을 소개한다. 모나리자는 매우 유명한 그림이고 루브르에서도 이걸 아주 짧은 시간을 보기 위해 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상상이지만 만약 지금 경매에 나온다면 그 가치를 무려 40조로 추정한다. 하지만 이 그림이 처음부터 인기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모나리자가 유명해진 것은 도난사건 때문이었다. 이 사건으로 그림은 무려 2년을 떠돌아다닌다. 그리고 지금은 상상할수 없지만 과거 모나리자는 외국에 순방전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한번은 염산테러 마지막인 1974년 일본에서는 붉은 물감 테러가 있었다. 이런 기묘한 사건들이 중첩되 노이즈 마케팅을 일으켰고 그림 자체의 가치와 더불어 가치가 크게 선순환해 상승한게 지금의 모나리자다. 

 조토 디본도네라는 작가는 르네상스를 이끈 화가로 유명하다. 그는 어떤 감정이나 표정도 없던 과거의 종교화와 역사화에 감정과 표현 행동을 강하게 불어넣어 차별성을 두었다. 그의 작품 '통곡'에는 예수의 죽음에 주변 인물들과 하늘의 천사들이 오열하고 절망하는 표정이 잘 나타난다. 재밌는 이야기로 조토가 살아가던 당시 파란색은 금보다도 비싼 색이었다. 과거 종교화에서는 성인의 아우라를 나타내기 위해 금동전을 얇게 두드려 직접 입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림 가격의 절반 가량이 금값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빛의 색을 금색에서 파란색으로 인식변화가 일어나게 되었고, 파란색이 아프간 지역에서만 채취되는 울트라마린이란 돌에서만 나왔기에 파란색이 무척 비싸졌다. 왕가, 종교, 귀족가문의 푸른색 경쟁이 붙어 당시 울트라 마린은 금값보다 비싸졌다.

 렘브란트는 젊어서 무척 성공한 화가였는데 자화상을 많이 그린 그의 젊어서 자화상에서 이런 모습이 매우 잘 느껴찐다. 하지만 우리에게 유명한 그의 '야경' 그림 때문에 렘브란트의 팔자가 뒤바뀐다. 야경을 의뢰한 사람들은 마치 저녁같은 그림 풍경에 비겁한 기습을 연상했고, 그림에 나타난 인물의 하이라이트와 크기에 불만이 많았다. 결국 이 일로 램브렌트의 평판이 크게 하락했고 이러한 쓸쓸한 말년은 역시 그의 늙어서의 자화상에 잘 드러난다. 렘브판트는 특이하게도 도살한 소의 사체를 그렸는데 역시나 빛과 어둠이 대비된 이 그림은 그의 쓸쓸한 말년 심정이 반영될 결과라는게 저자의 해석이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는 고대부터 중세까지의 대학자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 여성이 한명 있다. 최초의 여성철학자 히파티아다. 히파티아는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아버지에게 어려서부터 가르침을 받았고, 수학과 신플라톤주의에 뛰어났다. 미모도 대단해 뭇 남성들에게 청혼도 받았지만 모두 고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거주하던 알렉산드리아에 기독교 열풍이 불어닥치고 현실적이던 행정관과 주교 사이에 갈등이 벌어진다. 행정관에 주로 조언을 하던 히파티아에 불만을 가진 주교는 히파티아를 광신도 무리와 함께 죽인다. 조개껍데기로 살을 찢고 화형시켰으니 증오가 엄청났었던듯 하다. 히파티아를 악의무리나 마녀취급했던게 아닐런지.

 고야는 '악마의 연희' '수프를 먹는 두 노인', '자기 아들을 먹는 사투르누스'등의 그렸다. 그의 작품은 이런 끔찍한 그림과 왕가와 귀족을 그린 그림, 마지막으로 사회와 전쟁을 비판하는 그림으로 나뉜다. 이렇게 범주가 극단적인 것은 그의 삶때문이다. 고야는 궁정화가였고 그렇게 오래 생활했기에 왕가와 귀족의 그림이 많다. 하지만 나이들어 왕가가 몰락한 후 사회에 나와 사회 비판적은 그림과 침략을 비판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끔찍한 그림들은 그의 집에 젋어서부터 오랬동안 그의 방안을 둘러싸 매일 보며 보관한 것이다. 고야는 자신의 이중적 생활과 내면을 이런 끔찍한 그림으로 반영한게 아닌가라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엔 다양한 주제와 재밌는 그림, 화가들로 가득찼다. 힐링하면서 가볍게 볼수 있고, 지식도 적잖게 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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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와이즈베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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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수학과 과학이 잘 안되어 문과를 선택하고 대학도 그렇게 진학한 전형적인 문과생이다. 그런 내가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두 사람 때문이다. 한 사람은 장대익 교수이고 다른 한 사람은 브라이언 그린이다. 장대익 교수의 '다윈의 서재'를 보며 진화론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브라이언 그린의 '멀티 유니버스'를 보며 우주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실 문과생으로 철학과 사회과학, 인류사 등을 좋아하게 된 것도 그것들이 인간과 세상에 대한 진리를 말해주기 때문이라 믿었기 때문인데 놀랍게도 진화론과 우주론은 역시 당연히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고 보다 진리에 다가가고 있었다. 같은 이유로 하나 더 좋아하게 된 분야는 지리학인데 이 지구의 땅덩어리가 만들어낸 지형적 제약과 지정학, 기후 등으로 한 지역의 운명이 상당히 좌우되는게 무척 근원적인 설명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최근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를 낸 후 부쩍 세계 여러 지성들에 의한 인류사 책이 많아 지고 있음을 느낀다. 아무래도 하라리가 자신만의 식견을 조금 보태 인류의 발전사를 설명한 것이 자극이 된듯 하다. 그래서 우주를 연구하는 물리학자인 브라이언 그린도 자신의 전공을 발판삼아 인류사를 아니 더 크게 우주사를 설명한다.

 제목은 거창하게 엔드 오브 타임, 즉 시간의 끝으로 인류의 발전사를 아득히 넘어선 느낌이 든다. 하여튼 브라이언 그린이 책에서 주요 우주사의 흐름에 대한 중심개념으로 잡은 것은 열역한 2법칙이다. 잘 알려진 엔트로피다. 이유는 정확히 알수 없지만 빅뱅 이래로 모든 우주의 만물은 무질서상태로 소모, 퇴화, 쇠퇴한다. 어찌보면 빅뱅 이전은 매우 좁은 범위에 고도의 물질과 에너지가 뭉쳐있는 상당한 질서상태였고, 빅뱅이후는 이것이 완전히 무너져 무한한 우주공간을 이 물질과 에너지로 균일하게 채워나가는 상황 같기도 하다. 잘 뭉친 먹한 방울이 거대한 종이에 떨어지고 균일하게 번져나가며 점점 흩어지고 희미해져 아예 색을 잃어나가는 과정 같다. 실제로 우리가 체험하는 자연상태도 열역학2법칙을 따르기에 빅뱅 이후 엔트로피를 높여가며 물질과 에너지가 퍼져나가는 것은 당연히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직 과학은 왜 우주에 열역학 2법칙이 작용하는지 설명하진 못한다. 왜가 아닌 어떻게만 아는 상황인 것이다. 

 하여튼 브라이언 그린은 엔트로피를 좀 다르게 본다. 엔트로피는 무질서로 정의되는 편인데 브라이언 그린은 여기에 통계를 들이댄다. 엄청나게 많은 구슬이 바닥에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다. 구슬 한개한개의 위치를 바꾸면 이는 분명 바뀐 것이지만 실제로 변화는 거의 감지되지 않는다. 하지만 구슬은 열과 행을 맞추어 같은 간격으로 질서정연히 있는 상태라면 하나를 다른곳으로 바꾸면 큰 변화가 감지된다. 때문에 브라이언 그린은 엔트로피는 그룹의 크기, 즉 구별되지 않는 멤버의 수와 같다고 말한다. 무질서한 구슬 그룹은 한 두개를 바꾸어도 크게 구별이 안되지만 질서있는 구슬 그룹은 바꿀수 있는 경우가 무척이나 많다. 그래서 무질서한 쪽은 엔트로피가 낮고, 질서가 있는 쪽은 엔트로피가 높다. 

 그리고 이 엔트로피는 우리의 시간관념과도 일치한다. 물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시간은 비가역적이지 않다. 그들이 연구한 어떤 방정식에 의해서도 시간은 한방향으로 흐르지 않으며 반대로 흐르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은 실제 비가역적이다. 이는 엔트로피 때문인데 빅뱅이후 시간과 공간이 생겨나며 엔트로피가 낮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양자역학에 의해 물질과 에너지는 엔트로피가 높은 방향으로 흐를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희박한 확률이며 무한한 시간속에서 일어날수도 있지만 거의 일어날수 없다.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우리는 엔트로피가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보게되며 이로인해 시간은 비가역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완벽하게 설계된 미적인 건축물이 오랜 세월이지나 방치되면 파괴되어 흙으로 돌아갈뿐이지 다시 성이 되진 않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기보다는 엔트로피의 차이를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엔트로피는 압력과 온도, 공간과 관련한다. 같은 수의 분자가 좁은 영역에 빽빽히 모이면 엔트로피는 낮다. 반대로 넓은 영역에 퍼져있다면 엔트로피는 높다. 온도가 높아지면 분자의 운동이 빨라져 분자속도가 높아지므로 엔트로피가 높고, 낮은 온도에선 분자의 운동이 느려 엔트로피가 낮다. 압력은 분자수와 관계하는데 분자수가 적으면 압력은 낮고 엔트로피가 낮다. 하지만 분자수가 많으면 압력은 높아지고 엔트로피는 높아진다. 즉, 정리하면 분자수가 적고, 온도가 낮으며, 점유공간의 부피가 적으면 엔트로피는 낮다. 반면 분자수가 많고, 온도가 높으며, 점유공간의 부피가 크다면 엔트로피는 높다. 그리고 엔트로피는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 변화해나가며 그러기 위해 흐른다. 엔트로피는 흐름으로 결국 이동이 필요한데 그 이동방법이 바로 열의 흐름이다. 열을 흡수한다는 것은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이고 이는 분자수의 운동속도를 증가시켜 결국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

 이처럼 엔트로피는 빅뱅이후부터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증거가 있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과 그것을 보고 사고를 하는 인간 같은 생물들이다. 이들은 고도의 질서를 가진 존재로 엔트로피가 매우 낮은 존재다. 엔트로피가 높게만 흘러가는 우주에서 어떻게 이런 존재들이 생겨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그리고 이것은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배하는 것이 아닌가? 브라이언 그린은 아니라고 답한다. 엔트로피는 국소적으로는 감소할 수 있지만 이것이 전체적으로 더 큰 증가를 불어온다면 이것은 열역학 제2법칙에 위배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질서를 만들어내는 이런 지역은 주변 환경에 엔트로프를 증가시키는 열과 폐기물을 꾸준히 만들어내어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엔트로피 총량을 증가시킨다. 우리 같은 생물체만 봐도 그렇다. 생물은 고도의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열과 폐기물을 꾸준하게 방출하여 주변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 때문에 엔트로피가 국소적으로 높은 지역은 오히려 우주 전체를 고엔트로피로 이끌고 가는 촉매작용을 한다. 

 국소적으로 엔트로피를 낮추면서 항성과 행성 그리고 생명이 생겨난 이유를 살피려면 빅뱅으로 돌아가야 한다. 중력은 대개 당기는 힘이지만 공간에 유주연료라는 특별한 물질이 가득차 있고 이들이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고르게 퍼지면 밀어내는 중력이 발생한다. 지름이 무려 1/10억*10억*10억m의 작은 영역에 에너지 장이 형성되고 균일하면 밀어내는 그 힘이 폭발적으로 작용하는데 이것이 빅뱅이다. 빅뱅이전 초기우주는 극도로 혼란하고 역동적이어서 균일하기가 매우 힘들었는데 오랜 기다림속에서 언젠간 발생할 이 극히 적은 확률의 일은 결국 일어났다. 

 빅뱅직후 1/10억*10억*10억 초 사이에 밀어내는 중력으로 극히 작았던 영역이 지금의 관측 가능한 우주만큼 커졌다. 여전히 인플라톤 장은 극도로 불안했는데 이 인플라톤 장이 터져서 에너지가 입자로 변화하였고 이들이 서로 빠르게 반응하여 오늘날의 양성자, 중성자, 전자를 형성한다. 그리고 인플라톤의 양자요동으로 균일한 우주에서 순간적으로 입자의 밀도차가 발생하는 지역이 발생하였고 여기서 당기는 중력이 발생하여 서로 뭉쳐 더욱 강력한 중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수억년이 지난후 입자들은 충분히 모여 핵반응을 일으키는 상태에 이른다.

 향후 은하를 이룰만큼 충분히 커진 지역에서는 중심부가 수축하여 핵반응으로 강한 열이 차가운 변두리로 뿜어져 나오게 된다. 하지만 열을 흡수한 주변부는 열의 흡수로 공간이 팽창하여 오히려 다 차가워지게 된다. 즉, 중심부의 엔트로피 감소보다 주변부의 엔트로피 증가가 더욱 커 열역학2법칙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힘이 중력과 핵력이다. 중력으로 물질과 에너지가 퍼지고 밀도차로 물질과 에너지가 뭉친다. 중력으로 인해 핵력이 발생할 만큼의 상황이 되고 핵력에 의한 핵분열에 의해 수축이 멈추고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열과 빛이 방출된다. 즉, 엔트로피가 다른 공간으로 이전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브라이언 그린은 책에서 중력과 핵력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구조체의 근원이라 말한다. 

 항생과 행성이 생겨났으니 이젠 생명이 생겨날 차례다. 원자는 에너지가 낮은 위치부터 전자를 배치한다. 여기가 다 차야 다음 위치에 전자를 배치하는데 1층엔 2개, 2층엔 8개, 3층엔 18개인 식이다. 원자는 각 층아 다 차거나 아예 비어야만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원자는 항상 각 층의 전자가 모자라거나 남아 불안한 상태가 되며 이로 인해 서로 전자를 주고 받아 결합하여 분자를 형성한다. 이 과정이 화학반응이다. 

 물분자는 산소원자는 1층엔 2개 2층엔 6개의 전자가 자리하여 2층에 2개가 모자란다. 반면 수소는 1층에 1개만 있다. 산소원자는 수소원자 두 개와 결합하여 전자 2개를 얻으며 수소는 전자 각각 한개씩 잃게 된다. 서로 안정화되는게 이 화학반응의 결과 생겨난게 물이다. 물은 전기적으로는 중성이나 가운데 산소에 양쪽 끝에 수소를 한 개씩 두어 산소쪽은 음극을 수소쪽은 양극을 띠어 각각 다른 전하를 끓어당긴다. 때문에 물질이 물과 닿으면 각각 그 부분으로 전자를 빼앗겨 분해된다. 물이 물질을 녹이고 포획하는 능력을 이 때문이다. 그래서 물은 생명활동에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생명은 주변환경에서 에너지를 흡수하여 질서정연한 구조를 유지하고 저품질의 에너지를 외부로 방출한다. 입자들도 그러한데 불규칙한 입자는 외부에너지를 흡수하면 질서 정연한 배열로 바뀐다. 그리고 향후 유입되는 에너지는 현재의 배열을 유지하거나 질서를 더 높이는데 사용되며, 역시 이 과정에서 저품질의 에너지를 외부로 방출한다. 이를 소산적 적응이라 하는데 이것이 최초 생명체 탄생과 관련한다. 핵력과 중력으로 항성이 에너지를 방출하고 행성의 분자가 이를 받아들여 질서를 형성하여 점점 복잡한 구조를 띠어가기 때문이다. 복잡한 구조의 물질은 어쩌다 RNA를 형성했을 것이고 이 RNA 분자는 복제능력을 갖고 있어 다른 분자들을 제끼고 지구상에 가득하게 된다. RNA분자가 복제되던 중 자외선이나 다른 요인으로 변이가 일어나게 되고 이 변형RNA가 일부 아미노산을 사슬처럼 연결해 최초의 단백질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단백질은 촉매작용을 하므로 RNA의 복제효율을 더욱 향상시켰고 더욱 번성한다. 그러다 RNA가 더욱 빈번해지게 되고 2개의 RNA가 엃히는 변이가 일어나 최초의 DNA가 형성된다. DNA는 두 개의 사슬이 견고히 얽혀있어 RNA보다 더욱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복제가 가능하다. 그리고 RNA는 지금처럼 복제과정에서 서서히 소외되어 다른 역할을 갖게 된다. 그리고 DNA 분자주머니가 형성되어 세포벽의 작용을 하게되어 복제는 더욱 안정성을 띠게 된다. 이후의 과정은 우리가 아는 진화론에 의지하게 된다. 

 이 부분부터 브라이언 그린은 인간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다룬다. 진화론자나 다른 인류학자들이 다룬 것에 비해 크게 차별성은 없지만 몇 가지 독특한 부분이 있었다. 먼저, 자유의지다. 인간은 현실세계를 살아가며 이것이 자신의 생각과 욕망, 그리고 결정이 반영된 행동을 통해서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물리학적 입장에서는 고도의 질서를 갖춘 것일뿐 인간 역시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으며 입자의 집합일 뿐이다. 즉, 인간의 자유의지는 물리법칙의 결과일뿐이라는 것이다. 내가 자신이 자유롭다고 느끼는 것은 물리법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의 거대한 내부조직이 고도의 질서를 갖춰 나로 하여금 자유롭게 반응을 보일 수 있도록 해방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변화는 결국 입자의 형태 변화다. 인간 몸의 입자는 매순간마다 특별한 형태로 바뀌는데 내부나 외부에서 특별한 경험을 쌓을때마다 배열상태가 조금씩 달라지며 이것으로 인해 향후의 생각과 행동에 변화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것이 입자의 규모에서 학습이 된다. 애매한 말이지만 결국 정리하면 자유의지란 것은 추상적이고 영혼같은 것이 아니라 철저히 물리법칙의 입각해 입자의 질서형태를 바꾸는 것이고 인간 자신은 고도의 질서를 갖춘 존재로 입자배열을 바꾸어나갈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입자를 바꿀수 있는 능력을 우리는 자유의지라고 생각한다는게 아닐런지.

 다음으로 재밌는 것은 종교에 대한 생각이다. 브라이언 그린은 종교적 믿음이 생존경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이토록 광범위하게 퍼진 이유를 집단에 대한 감시기능에서 찾았다. 집단이 커지면서 협동과 규칙준수를 직접적으로 감시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믿음과 신뢰가 구축될만한 범위가 180명정도인데 소속된 사회의 크기가 이를 아득히 넘어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종교가 작용할 여지가 생긴다. 집단의 규율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에 의해 항상 감시받고 있다는 종교의 기능은 많은 사람들의 범법행위를 자제하게 하고 보지 못한 사람을 믿고 협력할수 있게 한다.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이렇게 범법행위가 줄어들고, 가십에 오르내리를 횟수가 줄며, 집단 추방가능성이 적어지고 이를 통해 번식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적응력은 세대를 지나면 강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예술에 대한 견해도 재밌었다. 강한 능력을 선천적으로 갖춘 개체는 생존에 유리하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 이것이 훈련이라는 후천적 노력에 의해 상당 부분 획득이 가능하다. 훈련은 힘든 과정인데 적응력을 높이는 것인 만큼 마땅히 이를 독려하기 위한 즐거움같은 자기강화적 피드백이 생겨났을 가능성이 높다. 스티븐 핑커는 예술이 언젠가부터 이 자기강화적 피드백 회로에서 벗어나서 단지 독립적으로 괘락 중추를 자극하는 행위가 되었을 것으로 주장한다. 이는 예술이 인간의 적응력을 딱히 높이지 못함에도 이렇게 퍼져있는 것을 잘 설명한다. 물론 예술을 짝짓기와 관련되어 설명하는 이론도 있다. 그리고 예술이 혁신적 사고를 촉진하고, 사회적 결속력을 다지는등 적응력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음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 맞는 말인 것 같은데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이 없다는게 아쉽다. 

 그렇다면 인간 이후 생명체가 번성한 고도의 질서의 끝은 어떻게 될까. 우주공간의 팽창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는 암흑에너지의 척력이 질서를 갖춘 은하단들의 인력보다 강하다는 뜻이다. 만약 밀어내는 힘이 점점 강력해진다면 200억년후면 은하단은 해체되고 10억년후면 은하수의 별이 흩어지며 6천만년후면 행성들이 태양에서 멀이지고, 몇개월후면 밀어내는 중력이 분자단위까지 작용해 별과 행성이 폭발하게 된다. 30분후면 개체를 구성하는 입자조차 분해된다. 사실상 질서를 갖춘 생명체의 끝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고는 남을 수도 있다. 다만 사고체 역시 엔트로피가 낮은 존재이므로 무언가를 생각해내려면 주변에서 에너지를 추출해야하고, 추출한 열은 나중에 방출할 열보다 적거나 최소한 같아야 한다. 즉, 계속 생각하려면 저엔트로피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다만 우주가 팽창하여 에너지와 물질이 넓게 퍼져 매우 희박해서 에너지를 구하기 힘든 경우가 된다면 사고체는 이에 대비하여 사고를 매우 느리게 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겨울잠 같은 휴식을 갖는 형태로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사고를 지속하는게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사고의 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지겠지만 우주의 시간 단위에서 이 정도 느림은 충분히 문제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사고 역시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우주가 가속팽창하여 상당히 커지면 결국 엔트로피가 매우 커져 사고체 자체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열배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브라이언 그린은 10의 50승 년정도의 시간이면 사고가 종말 할 것으로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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