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메이르 - 빛으로 가득 찬 델프트의 작은 방 클래식 클라우드 21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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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험 상 한국 사람들은 서양의 그림 중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다빈치의 '모나리자',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를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유명해서일까, 아니면 언급 빈도가 높아서일까, 아니면 알기가 쉬워서일까. 하여튼 세 작품은 가장 인기가 높아 보이며 웬만한 한국인들도 알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고흐나 다빈치가 위 작품의 작가인건 잘 알고 있지만 의외로 진주 귀고리 소녀는 잘 알아도 정작 그 창작자인 페르메이르는 대개 모른다. 아무래도 페르메이르가 다른 둘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탓일 것이다.

 책은 그런 페르메이르를 다룬다. 그를 알려면 먼저 당시 네덜란드를 알아야 한다. 네덜란드가 위치한 지역은 플랑드르라 불리는 저지대로 유럽 대륙의 3개 강인 라인 강, 마스 강, 스헬더 강이 북해로 들어가며 만든 삼각주다. 그래서 땅이 낮고, 습지가 많고 매우 습하며, 퇴적 지역이라 영양은 풍부하다. 즉, 농사가 잘 될 가능성은 높으나 땅이 침수가 잘 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네덜란드는 정착을 위해 인위적 노력이 필요하다보니 11세기가 되어서야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의 풍차는 이런 저지대의 물을 퍼내기 위한 자연동력 장치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힘들여 좁을 땅을 개간했기에 각자의 사유재산 개념이 일찍이 정착했으며, 큰 제방이나 댐의 공사엔 대규모 협력이 필요했기에 협력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네덜란드는 이렇게 신경작지이다보니 유럽에서 봉건제가 정착하지 못했고, 귀족이 소유한 땅도 매우 적었다.

 이런 나라다 보니 실용적 분위기가 강했다. 남부인 벨기에 지역은 일찍이 사치품과 작물교역으로 부유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지역은 청어 교역이 중심이어서 가난했고, 부를 찾아 무역을 펼쳐나갔다. 이들은 노동을 중시할 수 밖에 없었고 이런 그들에게 칼뱅의 신교가 종교로 적합했다. 문제는 이 네덜란드 지역을 합스부르크가가 지배했으며 스페인의 펠리페 2세는 광신적 구교도였다는 것이다. 그는 네덜란드에 강한 세금을 물리고 자국의 무시무시한 종교재판을 도입했다. 1566년 이에 대한 반발로 곳곳에서 성상파괴가 일어났고 알바공작의 1만 군대가 파견되어 전쟁이 일어난다. 무려 80년 전쟁으로 네덜란드는 1648년에야 독립한다. 

 네덜란드는 부유해졌고 동인도회사도 설립한다. 동인도회사의 수익을 나누기 위해 세계최초의 주식거래서도 설립한다. 이런 부를 바탕으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세분화한 직업을 가졌고 이런 직업의 사람들을 그리는 것이 유행했다. 그림을 그리면 의뢰자들이 모두 동등히 나왔고 그에 따라 작업비를 부담했다. 그리고 이런 풍부한 수요를 바탕으로 무려 당시 700명의 화가가 활동하며 정물화, 초상화, 풍속화 등을 그렸다. 페르메이르는 이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당시 네덜란드의 화가들은 연간 100개 정도의 작품을 그렸지만 페르메이르는 고작 2-3개를 작업했다. 속도가 느렸고 마르는데 오래 걸리는 호두기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35개 정도에 불과하다. 그는 초기 여러 그림을 그렸지만 결국 실내 인물화가 그의 전공 비슷하게 된다. 당시 화가들의 경쟁을 치열해서 자신들이 잘 그리는 부분에 특화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페르메이르도 그래 보인다.

 페르메이르는 작품에서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우선 언급한 것처럼 실내 모습을 그렸다. 방의 모습은 하나같이 다 비슷한데 그의 작업실을 모티브로 한 경우가 많아 보인다. 실내에는 거의 십중팔구 창문이 왼편에 존재하여 빛의 효과를 드러내고, 배경이 되는 방의 벽 부분에는 유독 지도나 그림이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림은 그 내용으로 작품 전체의 분위기나 주제를 드러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림에 유독 여인이 많이 등장한다. 남자가 등장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동일인물로 추정되는 '지리학자'와 '천문학자' 정도다. 그리고 노란색과 푸른색을 선호했다. 이 중 푸른색은 고가의 라피스라줄리를 사용해서 경제적 부담을 줬다. 그는 여성들의 장신구로 진주를 선호했다. 그래서 진주귀고리 소녀의 귀고리가 돋보였고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다. 또한 악기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배우고 있거나 가르치는 장면들 그렸다. 등장인물들은 무언가에 열중하여 앞을 잘 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도 독특한 점이다. 

 그의 작품 중 최고로 여겨지는 진주 귀고리 소녀는 모나리자처럼 생각보다 크기가 작다. 이 그림은 초상화가 아니라 트로니로 구분되는데 초상화는 인물의 실제 모습이나 안정적 표정이나 상태를 그려내는 반면 트로니는 순간의 모습이나 특징, 표정등을 잡아내는데 주력하기 때문이다. 진주 귀고리 소녀는 소녀가 무슬림이 아님에도 터번을 착용하고 있고 입을 살짝 벌리고 옆을 살짝 돌아보는 모습은 초상화로 적합하지 않다. 진주귀고리 소녀에서 페르메이르는 그림의 윤곽을 정확하게 그리지 않았고 생동감 있는 입술과 눈빛, 귀고리를 강조하며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책을 보며 알았는데 연구결과 그냥 검은색인 진주귀고리 소녀의 배경은 사실 녹색 커튼임이 밝혀졌다. 세월이 오래 지나다 보니 변색된 것이다.  

 페르메이르는 말년이 불행했다. 부인 카트리나와 아이 17을 낳아 11명이 생존한 것인데 당시로선 과다한 생존률이어서 가계에 부담이 컸다. 그리고 그는 그림을 그리는 속도가 느렸지만 꾸준히 그의 그림을 고가로 구입해주는 후원자가 있었는데 그가 사망한다. 그리고 네덜란드가 프랑스와 전쟁을 벌이며 운하를 파괴하는 수법을 썼는데 그 과정에서 집안의 토지가 수몰되었다. 전쟁으로 인해 부업인 숙박업도 잘 되지 않았고, 그림도 수요가 줄어버렸다. 그는 이를 감당하지 못해 빚에 시달리다 사망한다. 페르메이르의 후원자가 수집한 그림들도 그 후계자들이 모두 사망하여 경매에 붙여졌다. 때문에 페르메이르는 아주 유명하진 않았음에도 그림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된다. 그의 그림은 18세기부터 주목받기 시작하여 차츰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는 평생 네덜란드의 도시 델프트를 떠나지 않았는데 그가 그린 델프트 풍겨도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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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11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르메이르 그림에는 별거 아닌 생활이 빛나는 순간으로 변하는 마법이 있어 좋아해요. 페르메이르가 가장으로서 열심히 생계를 꾸려간건 참 좋은데 그런다고 그림 그릴 시간도 없이 고군분투했던건 참 안타깝더라구요

닷슈 2025-08-12 21:27   좋아요 1 | URL
말씀하신 잔잔한 맛이 페르메이르 그림엔 정말 있는 것 같습니다.
 
[전자책] 종의 기원담
김보영 지음 / 아작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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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보면서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자꾸만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간인데 이상하단 생각이 들 때쯤, 좀 더 자세히 알아보니 이 책이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는데 이미 이전에 완성한 2부까지의 내용은 '멀리가는 이야기'라는 SF소설 모음집에 실린 적이 있고 난 그 책을 십 여년 정도 전에 읽은 적이 있었다. 즉, 2부까지의 내용을 십 년 정도 전에 본 셈이었다. 저자는 최근 3부를 마저 완성했고, 그래서 완성된 책으로 이번에 다시 나오게 된 것이다.

 그래도 워낙 오래 전에 본 책이라 앞부분도 기억을 다시 상기하며 재미있게 읽었고 다소 의외의 결과로 치달은 3부도 괜찮은 마무리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책은 인간이 약 10만년 정도 전에 멸망한 미래의 지구다. 지구에는 유기물, 즉, 생물은 거의 남아 있지 않고 무기물인 로봇만이 지구의 지배자로 살고 있다. 이들은 공장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그래서 역사가 벌써 10만년 정도 되었다. 로봇은 제작번호가 있는데 번호가 클수록 피부가 있고 외양 및 생각, 행동이 인간에 가까운 휴머노이드다. 

 이들은 오래전의 과거를 잃어버려 자신의 주인이었던 인간도 기억하지 못한다. 가족이 있고, 대학이 있으며, 사회적 직업도, 국가도 있어 인간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다 한 로봇이 대학에서 논문으로 스스로 증식하는 유기체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한다. 몇몇 호기심 있는 로봇과 이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유기물론을 하나의 학문으로 등장시키며 유기물을 배양하기 시작한다.

 지구는 로봇만 살고 있고, 이들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끊임없이 검은 대기를 지구대기로 대량 방출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지구의 세계는 마치 영화매트릭스처럼 검은 구름층으로 둘러싸여 햇빛이 지표에 전혀 도달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래서 대기는 무려 영하 80도 정도였고, 물은 모두 얼어버려서 바다가 존재하지 않으며, 전역이 비슷하게 추워 기상활동이란게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대기중 산소도 거의 제로였다.

 유기물을 학문으로 연구하는 로봇들은 연구를 지속한 결과 과거의 식물을 다시 배양하게 된다. 식물을 발아했어도 오래 버티진 못했는데 로봇들은 산소가 부족한 것이 문제였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들은 과거 지구의 모습에 대해 알게 된다. 끔찍한 오염 물질은 산소가 대기중 20%나 되며, 강력한 태양열이 지표로 쏟아지고, 지표는 녹색 식물로 가득하며, 역시 강력한 오염물질은 물이 가득한 것이 가거였다.

 유기물론을 생각해낸 주인공 로봇 케이 히스타치온은 유기물론이 지속되다 어딘가 모를 공포를 느끼고 그곳에서 발을 뺀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는 동안 그는 유기물 연구를 지속하는 동료와 연락하지 않았다. 그러다 그들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들의 연구소를 찾아가며 놀라게 된다. 그들의 연구는 30년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커진 상태였으며 한 기업인은 그들의 연구를 보고 기업이 파산할 정도로 지원하기 까지 했다. 그 이유는 바로 인간이었다. 연구자들은 인간을 다시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 로봇은 인간을 주인으로 삼기에 인간을 보고 마치 신을 영도한 신자처럼 황홀경에 빠져 그들을 보호하고 절대충성한다. 

 케이 역시 처음 인간 어린 아이를 보고 그렇게 반응한다. 하지만 케이는 그 유혹을 이겨내고 인간 어린 아이 하나를 바로 살해한다. 케이의 몸안에는 이상한 막대기 두 개가 양팔 속에 들어 있어 꺼내어 쓸수 있었는데 라이플과 칼이었다. 케이는 이를 이용해 인간 하나를 인질로 잡아 다른 연구로봇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모든 인간을 살해해버린다. 연구소 역시 파괴해 영하 80도에 달하는 외기게 연구소로 들어오게하여 그 안에 있던 모든 유기물도 파괴한다. 

 여기까지가 2부의 내용이다. 3부에서는 환경청장이 된 케이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과거의 사건 이후 로봇 중 상당수가 유기물을 키우가 되었고, 인간을 빼돌린 이들도 생겨났다.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지질 활동으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는 지역이 생겼고, 멈춘 공장지역의 강한 열로 인해 기온이 상승해 유기물이 번성하는 경우가 생겨났다다. 그런 오염지역을 정화하는게 환경청장 케이의 일이다.

케이는 일을 지속하다 다시 인간을 만나게 된다. 놀랍게도 인간은 70세 정도에 달한 것도 있을 정도였다. 과거의 사건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인간들은 케이는 납치하여 그와 협상하려 한다. 이 유기생물에 적대적인 지구 환경에서 생존 가능한 지역은 인위적으로 로봇들이 구성한 매우 소수 지역 뿐이었는데 그러다보니 케이처럼 로봇 전체와 적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였기 때문이다. 로봇들은 대개 인간을 보면 보편적으로 황홀경에 빠져 정신을 못차리고 복종하지만 간혹 케이처럼 그러한 정신오염에 견딜 수 있는 기종이 있었다. 아마 과거 인간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그런 로봇을 만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전쟁용이나 치안용이 그러했을 것이다. 

 책은 이후 인간과 케이의 협상으로 책을 마무리 한다. 오래전 책이고 최근 완성되었지만 여전히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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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멸종 - 기술이 경험을 대체하는 시대, 인간은 계속 인간일 수 있을까
크리스틴 로젠 지음, 이영래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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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뛰어난 지능과 사회적 협업으로 문명과 과학기술을 일으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수없이 아웃소싱했다. 글과 책을 만들어 모든 것을 암송하는 것에서 벗어났고, 도구를 만들어서 수많은 손기술을 대신했다.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도구는 이처럼 인간 신체와 두뇌의 확장으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너무 강력하다보니 사람은 정작 자기가 직접 수고를 들여 해야 할 일과 그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상당 부분 상실하고 있다. 요즘 초등학교 1학년은 입학하면 예전 아이들과는 다르게 매우 단순한 학교 건물에서도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이 허다하다. 이는 입학 전 아이들이 구조가 단순한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모든 이동을 부모의 차로 하며, 친구들과 동네에서 뛰어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취학 전 단순한 공간 만을 경험하여 특정 지역에서 길을 기억하고 찾는 능력을 배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경향은 디지털 플랫폼과 SNS, 여기에 언제든 접속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가 등장하며 더욱 심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대면하려 하지 않고, 공적 공간에도 잘 머무르려고 하지 않으며 가상에서의 매개된 경험을 실제로 착각하고 의미 부여를 하고 있다. 책은 이런 매개된 경험이 인간의 많은 것을 빼앗아 가고 있음을 경고하다. 

 개인화된 기술 덕분에 사람들은 깨어 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가상 공간에 나만의 현실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실제 인간 경험은 날이 갈수록 줄고 있는데 이는 공통의 현실과 목적에 대한 의식이 약해지고 인간 판단에 대한 불신으로 문화와 정치가 양극화된 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직접 경험보다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낸 경험을 소비하는데 사용한다. 숏츠를 보거나 유튜브, SNS에 시간을 소요하는 것들이 그런 것이다. 

 그래서 빅테크들은 경험을 마케팅에 활용한다. 개인의 경험은 특유의 것이라 마케팅에 부적합하나 그 경험이 특정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로 이어지면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특정 음악가의 음악을 들는 실제 경험보다는 그 음악을 들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선호한다면 마케팅이 된다. 


1. 대면의 상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수백만년의 진화 끝에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 자세, 몸짓을 읽게 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차가 있으며 문화적 차이도 크다. 물론 이는 생득적이기도 하지만 문화적 차이도 있기에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며 이는 대면으로만 양성될 수 있다.

 그리고 대면관계는 사람들로 하여금 거짓말도 줄이게 한다. 인간은 대면하여 거짓말을 하는 경우 미세한 경련이나 수상한 눈의 움직임 등 여러가지 사인을 자신도 모르게 내보낸다. 그리고 타인 역시 이를 자신도 모르게 눈치챌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은 대면 관계에서는 거짓을 망설인다. 하지만 비대면이면 이런 것은 전혀 없다. 어떤 사인도 드러내지 않은 상태로 거짓말이 가능하다. 실제로 화면을 매개한 비대면의 경우 거짓말의 성공확률은 대면보다 높다.

 대면은 놀랍게도 건강과도 관련한다. 인간은 뇌와 심장을 연결하는 미주신경의 긴장도로 타인과의 연결능력을 강화한다. 그래서 타인을 감정적으로 인식하고 그들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을 때 신체적으로도 건강하다. 그리고 이 미주신경계는 사용하지 않으면 능력이 저하된다. 즉, 대면을 통한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되면 미주신경계의 건강도 악화한다는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 커뮤티케이션 교수 크리포드 나스는 미디어의 사용과 부정적 사회적 웰빙(낮은 자신감, 비정상적 느낌, 수면 부족)이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연구했다. 그리고 반대로 대면은 긍정적 사회적 웰빙과 강한 상관 관계가 있었다. 

 대면은 생산성과도 관련한다. 펜데믹으로 미국의 직장인은 상당 수가 재택근무를 했다. 가정과 직장을 양립할 수 있었고 편안했다. 하지만 고용주는 팬데믹의 종료와 함께 직장 복귀를 명령했다. 상당수 노동자가 이에 반발했지만 결국 복귀하게 되었다. 이는 생산성과 관련한다. 직장 내에서의 다른 부서 타인과의 만남은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그래서 많은 직장들은 업무에 집중할 개인 공간을 보장하면서도 다른 부서 및 타인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을 기획한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이경준 교수도 과학 공저자들이 물리적으로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을 수록 그들 상호간의 연구 인용이 늘어났고 논문의 질도 우수해졌음을 밝혔다. 


2. 손의 상실

 매개된 경험으로 손글씨도 사라지고 있다. 글씨는 쓰는 것은 느리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이것은 단순 반복이 아니다. 손글씨는 개개인의 인간성과 반응성, 변화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미국 교육 공통핵심기준에서 이미 손글씨는 목표가 아니다. 미국의 학생들은 더 이상 필기체를 배우지 않기에 과거 사람들의 쓴 글을 독해하지 못한다. 상당수의 미국인이 자신의 이름만 겨우 쓰는 수준이며, 제과 제빵업계에서는 사람들이 케이크에 글씨를 제대로 써 넣지 못한다고 울상일 지경이다. 

 손글씨의 상실은 자신의 생각을 필기로 표현하는 즐거움과 글씨가 주는 시작적 즐거움, 고인의 글을 읽는 능력의 상실로 이어진다. 또한 손 글씨는 읽기의 기초가 되는 뇌 영역의 문자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손글씨는 읽기를 촉진하며 단어인식과 읽기 능력을 향상시킨다. 또한 손글씨는 학습 내용을 적으면서 기억을 촉진하고 속도가 느리기에 강의 내용을 요약하게 만든다.

 사라지는 것은 글씨만아 아니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이미 사람들은 수 많은 디지털 도구로 인해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는 물론 학생들도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손쉽게 그림을 생성한다. 하지만 인간 손 그림 역시 사람의 정신과 상당히 관련한다. 

 사람은 더 이상 도구도 잘 만들지 않는다. 산업 시대 공장에서 기성품이 등장하며 이미 손으로 무언 가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쇠퇴했지만 디지털 도구가 등장하면서 더욱 만들기 기능이 쇠퇴하고 있다. 


3. 기다림의 상실

 매개된 경험은 기다림도 없앤다. 조사결과 미국에서는 2005년에 비해 최근 다른 운전자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의 표현이 크게 증가했다. 무려 2배다. 이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비슷하다. 아마존은 페이지 로딩시간을 100밀리초 단축할 때마다 매출이 1%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구글은 사람들이 400밀리초의 지연도 길어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실제 사람들은 대부분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속도가 느려지면 8초 이상을 참아내지 못하고 장바구니를 던져버린다. 그리고 2300만개의 동영상을 시청한 670만의 시청자들은 2초 안에 동영상이 재생되지 않으며 시청을 포기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매체를 통한 경험으로 인해 인내심을 크게 상실한 상태다. 그리고 인내심의 상실은 기다림의 상실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기다릴 때 지루함을 느낀다. 과거에는 이 시간 동안 지나가는 사람을 관찰하거나 책을 보거나, 돌아다니거나 생각을 하는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로지 가지고 있는 기기로 매개된 경험을 한다. 매개되지 않은 틈새시간은 거의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루함을 보내는 시간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사람들은 과거 버스나 지하철에서 이동하거나, 걷거나 무언가를 기다리는 동안 딴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 딴생각은 백일몽으로 불리는데 자기인식과 창의적 숙고, 즉흥성과 평가, 기억 강화, 미래 및 목표지향적 사고, 다른 사람의 관점 모사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시간이 실시간 매개체를 통한 경험으로 인해 사라진 것이다.

 사람들은 지루함을 쉽게 날릴 수 있고 무엇이든 매개체를 통한 빨리 경험하기에 인내심도 상실했다. 때문에 무언가에 대해 만족을 미루고 숙고하기 보다는 즉흥성에만 반응한다. 그리고 이런 개개인이 많아짐은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인내심의 부족은 조급함을 야기하고 이는 전문가와 기관에 대한 사회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대중담론은 숙고와 상식, 공유보다는 즉각적인 반응만을 보이기 때문이다.


4. 감정의 상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 표현도 더 이상 대면으론 잘 하지 않는다 미국의 젊은 세대들은 곤란한 감정 상황 해결에 이미 이모티콘을 사용한다고 한다. Z 세대의 32%가 이모티콘을 사용해 인간 관계를 정리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내기에 자신의 감정에 대해 숙고하지 못하며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을 기회도 거의 없다. 공감을 타고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훈련이 필요한데 상상력과 의지가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타인과의 실제 만남을 통해 그들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려고 노력하는 경험에서 비롯된다.미시간대 사회연구소에 의하면 연구결과 오늘 날의 대학생들의 공감능력은 20-30년 전 대학생들의 공감능력에 비해 40%나 떨어진다고 한다.

 다른 인간과의 대면은 타인에 대한 건강한 존중과 공감 발전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감정노동도 아웃소싱중이다. 아기 생일 파티를 주관할 사람을 구한다던가, 연로한 친지를 대신 돌봐줄 사람을 구하는 것들이 그런 행위다. 그리고 심지어 사람들은 타인 대신 기기에 애정을 품기 시작했다. 최신 제품에 대한 애정, 인공지능이나 챗봇에 대한 애정, 자신이 운영하는 플랫폼에 대한 애정들이다. 

 그리고 빅테크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사람들의 감정을 계량화, 정량화하고 측정하고 마케팅의 도구로까지 삼으려고 한다. 사람의 감정은 상당히 복합적이며 맥락적이다. 때문에 사람은 때때로 자신의 감정에 혼돈을 느끼고 타인의 감정을 읽는데도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이는 경험을 통해 차차 채워지는 부분인데 빅테크들은 각정 센서들을 동원해 사람의 미세한 행동 패턴을 포착하고 측정함으로써 정확한 감정을 측정하여 제공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은 물론 타인까지다. 이처럼 감정의 성찰마저 기기에 아웃소싱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지에 대해 저자는 묻는다.


5. 쾌락의 상실

 사람의 쾌락도 매개된다. 사람들은 매개된 쾌락을 수용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면 데이터에 근거하지 않은 경험에 대해서는 거부감과 불신감이 든다. 타인이 추천하지 않고 평가도 없는 장소나 식당, 업체는 불편해하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은 점점 더 많은 쾌락을 매개하고 있다. 이는 사람의 감각을 제한한다. 사람이 여행을 가서 식당을 가게 되면 그곳의 온도와 분위기, 냄새, 맛, 향, 소리를 모두 종합적으로 경험한다. 하지만 매개된 경험은 그것을 시각과 청각으로만 제한한다. 

 여행의 주는 쾌락도 그러하다. 여행은 대개 계획하지 않은 것이며 예상치 못하고, 방향감각도 상실하며 다양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관광은 철저하게 계획한 것이고 안전하고 통제된 것이다. 그리고 현대의 기술은 이런 관광을 더욱 강화하였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여행지에서도 장소로의 몰입보다는 더 친숙한 쾌락이나 오락으로 옮겨간다. 실제로 7일 정도의 휴가기간동안 한 가족은 대개 200개의 자료를 SNS에 업로드한다. 이처럼 여행은 몰입보다는 매개 경험되며 사람들은 기록에 초점을 두게 된다. 그리고 이런 기록이 넘쳐나기에 의미가 있으려면 기준이 상당히 높아져야 한다. 아마존에서 처음 카누를 탄 10대이거나, k2에 오른 첫 번째 80대 사서 정도가 되어야 한다. 기술기업들은 이런 자기기록을 부추긴다. 

 예술을 통한 쾌락도 마찬가지다. 예술가는 아이디어, 감성, 메시지를 특별하게 자신의 작품을 통해 전달한다. 그래서 예술품을 통해 사람들은 인간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보게 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도록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인내심이 없어 작품당 평균 10초 정도를 감상한다. 심지어 예술관을 가는 목표가 모든 작품을 촬영하는데 있는 경우도 많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작품에 대한 집중도가 적어 기억을 더 적게한다. 


6. 공간의 상실

 공간과 장소는 다르다. 공간은 정의와 의미를 얻을 때, 또는 경계가 생기고 인적요소가 가미되면 비로소 장소가 된다. 그래서 사이버 공간은 있지만 사이버 장소란 명칭은 딱히 없다. 그런데 이런 장소들이 공간으로 대체되고 있다. 사람들에게 특정 지역이 의미가 없어진다는 의미다. 

사람들은 도시나 지역에 살면서 자연스레 이런 저런 공적 공간에 모이게 된다. 지하철 역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모이게 되고, 공원에서 모이게 되며, 영화관 앞에서 영화를 기다리며 모이곤 했다. 그러면서 타인을 바라보고 대화를 하기도 하며 그 곳은 공적 공간으로 의미를 다졌다. 시민사회는 오랫동안 이런 특정한 장소에 의존해 왔으며 이런 장소는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의미를 가졌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이런 장소에서 와이파이만 켜고 있다. 와이파이 존이 공적 공간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런 사람들은 부재하는 현존이 된다. 이는 특정 장소에 있지만 그곳에 전혀 집중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지하철을 타면서 스마트폰만 하고 있다면 그러하며 거리를 걸으면서도 역시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숏츠에만 집중한다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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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좌절의 시대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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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년 정도 전에 장강명의 '당선, 합격, 계급'을 읽은 적이 있다. 그 해 내가 본 최고의 책 중 하나였는데 책은 아직 마이클 센델이나 다른 한국의 인문사회학자들보다 빠르게 능력주의를 지적했다. 물론 책에는 능력주의란 말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진정한 역량보다는 암기 위주의 서열형 평가의 의존한 선발, 대규모 시험 공채에 의한 한국 엘리트들의 선발은 우리 사회가 개개인의 진정한 역량보다는 서열형 시험에 의한 평가에만 매몰되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는 능력주의의 가장 큰 폐해와 부분 중 하나이다.

 이번 책은 미세 좌절의 시대다. 4-5년에 걸쳐 쓴 단상을 모은 책인데 시기는 문재인 집권 초기부터, 코로나, 윤석렬 정권 초기로 이어진다. 그래서 다소 철 지난 감은 있지만 사회란게 급변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면도 있어 지금도 유효한 지적이 많았다. 

 여러 가지 단상이 다 재밌고 날카로우며, 따뜻했지만 진보와 보수에 대한 생각이 인상에 남는다. 장강명은 진보와 보수라는 구분보다는 진보는 감수성, 보수는 일관성으로 구분한다. 진보는 사회의 여러 사안에 대해 감수성을 갖고 민감하게 바라본다. 그래서 약자와 변화에 불의에 대한 외침이 강하다. 하지만 보수는 그보다는 전체적인 공평함과 일관성에 무게를 둔다. 그래서 진보가 여러 입장이 다른 것에 대해 불만이다. 그래도 진보와 보수는 괜찮다. 90년대만 해도 양날개의 건강을 중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진보, 아니 보수가 많이 망가져있다. 하라리가 넥서스에서 지적한 것처럼 보수는 포퓰리즘에 의해 오염되었고 크게 극우화하였다. 

 한국사회 역시 그러한다. 장강명이 보기에 한국은 더 이상 진보 보수보다는 아예 여러 부족으로 갈라진 상태다. 여기에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등장, 그리고 이로 인해 숙고와 공통의 분모가 사라진 것이 상당한 이유다. 과거 사람들은 느린 속도로 퍼지는 미디어를 봤다. 뉴스나 종이신문이다. 보수일색이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중간이란게 있었다. 그래서 터무니 없는 소문은 잘 없었고 사람들은 그걸 보며 공통의 생각과 숙고란걸 할 수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실시간으로 자기 맞춤형 미디어가 난무한다. 그걸 보면서 공통 분모는 당연히 없고, 잘못된 소문에도 쉽게 이끌린다. 장강명이 책을 쓴 것은 2020년대 초반인데 중반인 지금은 이러한 사태가 더욱 악화되었다.   

 작가는 재밌게도 서점의 신간이나 베스트 셀러에 주목한다. 종이 매체가 하락임에도 그런 이유는 그의 직업적 이유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시대정신이 읽히기 때문이라 한다. 한국의 서적 시장은 외환위기 쯤부터 자기 계발서-힐링, 독설-웰빙, 휘게-자존감-괜찮아로 이동했다고 한다. 치열하게 신자유주의가 도입되어 자기 계발이 강조 되었고 이게 쉽지 않자 경쟁에서 스스로에게 쉼을 부여하고 독설을 통해 더욱 다그치게 되었고, 아예 어렵다는걸 알게 되자 물질적인 것에서 다소 벗어난 삶은 추구한게 웰빙이고, 이것도 쉬지 않자 무너진 자신을 긍정하는 자존감으로 이동했고, 이것도 쉽지 않자 아무것도 안되는 자신을 위로하는 괜찮아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공동체가 무너지고 개별화한 개인이 사회의 구조적 벽에 부딪히며 좌절하며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주는 서사 같았다. 다만 여기에 사회에 대한 불만이 없다는 것은 능력주의에 빠져 자신의 실패를 오로지 자신에게 귀인하는 한국 사회의 한계도 드러난 것 같아 더욱 뼈아프다.

 책에는 재밌는 논의가 많다. 기자 출신이고, 작가이다 보니 사회를 보는 눈이 날카롭고 포근했으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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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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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 라플라스는 세계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를 원자수준에서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마치 신처럼 향후의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은 문구에서 또 괜찮은 추리 소설을 만들어냈다. 약간의 다른 소재로, 서로 다른 동기와 성격을 가진 인물들에게 새로운 시공에서 살인 사건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히가시노 게이고가 가장 잘 하는 일이다. 그리고 추리소설 작가에겐 이것이 상대적으로 쉬운 일인지 그들은 정말 자주 두꺼운 책을 잘 써낸다. 이 모두는 다 다르고 재밌지만 구조는 모두 사실상 같다. 다작도 그래서 가능할 것이다. 

 라플라스의 마녀는 마도카라는 여자아이가 토네이도를 겪으며 시작된다. 일본에도 토네이도가 부는지는 잘 몰랐는데 이로 인해 마도카는 어머니를 잃게 된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배경은 일본의 한적한 온천으로 이동한다. 나이차가 큰 부부가 온천을 찾는데 남편은 유명한 영화감독이다. 이들은 하루를 묶고 다음 날 산행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영화감독 남편이 황화수소 중독으로 죽는다. 그리고 놀랍게도 가까운 시일내에 또 다른 무명 영화배우 하나가 다른 온천 지역에서 역시 황화수소 중독으로 죽는다.

 전문가들은 온천지역에서 갑작스런 황화수소의 대규모 유출로 인한 인명피해는 어쩌다 일어날 수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라고 공언한다. 게다가 이 지역에서는 동물이나 식물이 그런 피해를 입은 흔적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밀폐되지 않는 자연 상태에서 대기의 흐름이 어떨지 모르는 상태에서 황화 수소를 인위적으로 일으켜 살해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런 우연은 없다. 같은 업계의 종사자가 같은 방법으로 비슷한 시일 내에 죽었다는 사실 말이다. 이것은 반드시 인위적인 것인데 이를 입증할만한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경찰은 혼란에 빠진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십년 정도 전이긴 했지만 역시 유명한 영화감독 아마카스 사이세이의 가족들 역시 황화수소로 중독으로 딸과 아내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 아들은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 아마카스 사이세이는 영화밖에 모르는 인물이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영화계를 떠나고 아들을 돌본다. 그리고 그 아들은 마도카의 아버지인 우하라 젠타로가 맡아 치료하게 된다. 기적적으로 아들은 회복된다. 암세포를 손상된 뇌부분에 삽입하는 위험한 시술이었다. 

 하여튼 아들 아마카스 겐토는 기적적으로 회복하나 기억을 상실했고 아버지 아마카스 사이세이는 그런 아들을 떠나 여행을 가게 된다. 그 사이 아마카스 겐토는 병원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마도카와도 교류하게 된다.

 책은 이후의 전개가 다소 놀랍다.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하나하나 연결되고 여기에는 아마카스 겐토의 초능력과 숨겨진 가족사가 관련한다. 매우 재밌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었다. 늘 기대만큼은 해주는 작가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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