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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여러모로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해이다. 업무가 늘기도 하고 좀 줄기도 했는데 읽은 책이 조금 늘어난 것을 보면 아무래도 재택근무의 영향이 있었던 듯 하다. 그래도 이런 일은 다신 없었으면 하며 교육에 대한 고민이 깊었는지 그 어느때 보다 교육관련 책을 많이 보았다. 전체 112권을 보았다. 늘 그렇듯 다양하게 보려고 노력한다. 목표가 만 권의 서적을 읽는 것인데 이래가지고 어떻게 죽기전에 만 권을 볼 수 있을까 싶다. 수명이 아무래도 120세까지는 늘어나야 가능할듯 하다.(사실 그래도 불가능하다. 일년에 100권을 읽어도 10년에 1000권 100년에야 만권이다. 그것도 간신히......) 매년 책을 본 것을 정리하는 것은 힘들긴 한데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기억을 되새기기도 하고, 나만의 기록을 남긴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문학(21권)- 우리와 당신들, 숨,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페스트, 잔혹한 어머니의 날1, 2권, 사자와 생쥐가 생각 못한 것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맹탐정 고민 상담소, 페인트,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연년세세, 복자에게, 삼체1-3,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모지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제5도살장


교육(26권) - 혁신교육정책 피디아, 미래학교, 교실 속 마을 활동, 교육정책 스포트라이트, 메이커교육사용설명서, 역량함양을 위한 교육과정 설계, 마을교육공동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경기혁신교육10년, 새로운 학교 학생을 날게 하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교사의 말공부, 학교내부자들, 교실 속을 간 이해중심교육과정, 교사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 학교, 이렇게 바꾼다,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다, 혁신학교조현초 4년의 기록, 독서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 뇌기반 수업원리10, 디지털 리터러시 교실, 한 학기 한권 무엇을 읽을까?, 대한민국1호 미래학교, 마을교육 공동체란 무엇인가, 코로나 시대의 교육, 마을교육공동체 생태적 의미와 실천, 연극 수업을 바꾸다, 교과융합 프로젝트 수업과 학습공동체 이야기.


인문(9권)- 강원국의 글쓰기, 한국인의 탄생, 농경의 배신, 피싱,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편, 슬픔의 위안, 100세 인생, 스토리전쟁, 황홀한 글감옥


사회(14권) - 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 미국의 미래, 컬쳐 엔지니어링, 포르노랜드, 착취도시 서울, 정치적 부족주의, 유튜부는 책을 집어 삼킬 것인가?, 지방도시 살생부, 차이나는 클라스 국제정치편,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인구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대한민국 치킨전, 판문점의 협상가,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경제(6권) - 소득의 미래, 21세기 자본, 디플레전쟁, 한권으로 읽는 디지털 경제,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부의 골든 타임


경영투자(8권) - 서울 부동산 경험치 못한 위기가 온다. 내일의 부 알파, 내일의 부 오메가, 미국배당주투자, 아파트 투자의 정석,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 규칙없음


과학(12권) - 만화로 보는 의학의 역사, 우리는 어떻게 지금의 인간이 되었나, 나는 자폐 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 자연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태양계가 200쪽의 책이라면, 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 책읽는 뇌, 앤드루얀 코스모스, 다시 책으로, 침입종 인간, 화학물질 비밀은 위험하다, 오리진


예술건축(12권) - 세한도, 추사 김정희, 옛 그림 읽는 법, 안목, 옛 그림을 보는 법, 이야기 한국 미술사, 공간이 만든 공간, 예술의 쓸모, 부부의 집짓기, 전원주택 짓고 즐기며 삽니다, 실패하지 않는 내 집 짓기, 방구석 미술관2


종교철학(1권) - 신 없음의 과학


지리(3)-벽이 만든 세계사, 장벽의 시대, 오래된 미래도시 베이징


10. 오래된 미래 도시 베이징

베이징과 관련한 역사, 지리, 인물, 왕조의 흥망성쇠를 총 망라한 책이다. 책을 얇지만 정보로 꽉 찼으며 매우 알차다. 저자가 중국에 오래 체류하며 연구한 만큼 내공이 깊다. 금과, 원, 명, 청, 중화민국의 수도로 자리하고 있으며 농경문화와 유목문화의 접점으로써 북경의 유서 깊은 역사와 특징을 잘 설명한다.








9. 혁신교육 정책 피디아

올해 읽은 교육학 서적은 내공이 높은 게 많았다. 우열을 가리긴 힘들지만 그래도 다른 책들이 교육 방법과 실천에 대한 책이라면 전체를 보고 한국 교육의 방향을 설계한 책이라 이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한국인은 교육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식의 상대적 교육 우위와 그 방법에만 골몰하는데 매우 망국적 상황이다. 저자는 교육청 개혁과 교원업무정상화, 연구하는 학교문화, 학교의 민주화, 혁신학교네트워크의 구성과 확산과 혁신교육지구 및 혁신클러스트의 확산을 해결방법으로 꼽는다. 여기에 마을교육공동체도 들어갔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8. 삼체1-3권 시리즈

외계인과 관련한 무수히 많은 책과 영화가 있지만 단연 최고를 꼽으라면 삼체가 될수 밖엔 없을 것 같다. 책의 압도적 분량과 세계관, 그리고 매 책마다 주요인물이과 압도적 사건이 모두 바뀌면서도 연계성을 유지하는 저자의 능력은 책만큼이나 놀랍지 않을 수 가 없었다. 이 시리즈는 곧 티비드라마로도 제작 되는 것 같은데 드라마가 책의 대단함을 잘 잡아낼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그만큼 대단한 책이다. 





7. 피싱

물고기는 단백질원이고 사람이 쉽게 잡을 수 있는 주요 식량원이다. 지금의 사람은 옥수수가 거의 몸의 1/3을 차지할정도로 옥수수에 의존하지만 고대로부터 사람이 가장 의지한 식량중 하나는 물고기였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고, 적어도 팔 한쪽 쯤은 될거라 생각한다. 그런 물고기가 세계사에 미친 영향도 어마어마하다. 크기가 비슷하고, 건조시키면 규격화할수 있어 급료로도 사용되었고, 처리과정의 복잡한이 초기 인류 문명의 협동조직 발달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외에 악명 높은 대서양 삼각무역의 발달과 유럽인이 어장을 찾아 그린란드와 아메리카까지 진출하게 하는등 물고기를 우리를 먹여살렸고, 역사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6. 농경의 배신

의외로 농경과 정착은 일치하지 않는다. 정착이 먼저 이루어지고 농경은 다음이다. 인간은 농경기술을 꽤 오래전 익혔음에도 하지 않았는데 오래기간 수렵채집의 생산성이 더 높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농경이 유리해지자 수렵이 불리한 생산성이 떨어지는 지역 위주로 농경과 정착, 문명의 건설이 본격화되었다. 이후 농경과 수렵채집 양자는 오래 공존하였고, 침략위주로 생각되는 수렵채집인들은 농경인과 사실 평화롭게 교역한 역사가 더 길다. 농경국가는 성공적인 것 같고 인구를 크게 늘리기도 했지만 이후 전염병, 전쟁, 내분, 생산성의 한계등으로 취약했고 그래서 산업혁명 이전까지 세계는 큰 발전없이 도돌이표였다. 이런 농경의 발전상과 취약점을 잘 드러냈기에 제목이 농경의 배신이다.




5. 한국인의 탄생

한국인의 전형은 무엇일까? 신체적 부분은 이야기 하기 어려우니 정신적 부분이나 정체성을 탐구하는데 과거는 모두 신민의 상태로 정체성을 찾기 어려우니 시민이 탄생하는 현대인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를 연구 기간으로 삼았다. 특정 사상도 좋은데 당시는 혼란기로 우리의 기존 사상이 부서지고 새로운 것으로 강제되는 시기라 이렇다 할 것이 없어 문학을 연구대상으로 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당시의 상황은 한국인의 정체성에도 반영되어 최초의 근대소설엔 피해자로서의 한국인이 등장하고, 이후 점차 민족주의자 한국인과 독립을 열망하는 강한 한국인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책의 후속작은 한국인의 발견인데 산업화 이후의 현대를 다루고 있다. 빨리 봐야겠다.





4.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지금의 세계 경제는 일본이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우연히 발명했고, 이를 제대로 이용해 먹는 미국연준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양적완화라는 돈장난으로 운영된다.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돈을 풀어 각 경제주체를 활성화 하는 것인데 돈줄을 틀어쥔 은행이 이를 부자와 기업에만 공급해 자산가격만 오르고 경제는 활성화 되지 않아 빈부격차만 확대되는게 지금의 상황이다. 거기에 버블은 터지기 직전이라 경제는 언제 붕괴해도 이상치 않다. 이런 통화장난질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게 책의 골자다. 책은 통화정책을 과거 금본위제처럼 강력히 규제하면 경제와 통화는 서로 일치하게 성장하며 때문에 통화로 인한 경제 불황과 상승의 가짜 사이클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언젠가 가상화폐가 생겨 지금의 통화정책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면 이런게 가능해질지도 모르겠다.



3. 책읽는 뇌, 다시 책으로

영상이 범람하는 시대에 왜 텍스트인 책이 중요한지를 설파하는 책이다. 진화론에 의하면 말하고 듣는 것인 인간의 적응이지만 책 읽기는 사실 그것의 부산물이다. 하지만 인간은 글을 쓰고 읽을 수 있으며 이런 문화는 인간의 뇌자체를 바꾸어놓았으며, 우리의 문명의 향방도 완전히 다르게 바꾸었다. 소크라테스는 글이 등장하자 이것이 인간을 쇠퇴시킬 것이라 보았다. 최근 영상도 인간을 과연 쇠퇴시킬지 모르겠다. 빠른 영상은 적어도 인간에게 숙고를 빼앗아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시 책으로 가야할 시점이다.





2. 오리진

사피엔스나 호모데우스 급의 책이다. 아니 사실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우주적 요소로 지구의 조건, 그리고 판 운동에 따른 지리의 변화라는 우연적 요소리 동아프리카의 호미닌이 진화한다. 그 복잡한 환경은 우리의 신체를 바꾸었고, 변화무쌍한 환경은 우리의 뇌를 진화시켰다. 거기에 빙기에서 간빙기로의 전환은 수렵채집에서 농경사회로의 이전을 촉구했고 이후 문명의 발달도 지구의 영향을 받았다. 이런 인간의 탄생과 문명의 성장을 총망라한 책이다. 저자의 박식함과 문명의 성장을 우주, 지리, 환경변화적 요소로 쭉 관통해내는 능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1.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편

오리진과 어느게 나은지 많이 고민한 책이다. 하지만 서구 이원론과 동양의 일원론, 그리고 지금은 다시 일원론의 세계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서구의 가장 최근의 과학적 발전과 더불어 엮어내는 저자의 능력과 탁월성에 이 책이 올해의 1번 책으로 선택하게 했다. 그 안에서 인류의 주요 사상과 축의 시대를 살펴보고 나아가는데 참 대단하다. 채사장은 더 이상 책을 낼수 없을 정도로 이 책에서 논의를 한 것 같은데 앞으로 더 책을 낼수 있을지 낸다면 어떤게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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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1-31 1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채사장 신규 팟캐스트와 유튜브 즐겨 듣고 보는데요, 그의 관심사는 무한대인 것 같습니다. ㅎㅎ

항상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

닷슈 2021-01-31 17:10   좋아요 1 | URL
그 말씀을 들으니 다행이군요. 어린나이에 채사장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북다님께 제가 항상 배우는게 많습니다. 북플에 저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상위버전이 있다면 북다님 같단 생각을 가끔 합니다.

mini74 2021-02-01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단하세요 ~다양한 주제 다양한 책들 *^^*전 아이를 통해서 채사장~ 을 알게 됐어요. 지대넓얕, 팟캐도 그립네요.

닷슈 2021-02-01 22:4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다양하게 보려고 하는데 그러다보니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간혹 듭니다. 채사장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제로편을 보면서 채사장을 정말 높게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이 두 이미지는 오랜 영화포스터다. 나홀로집에와 패밀리맨이다. 하나는 20년 하나는 30년 된 것이지만 난 지금도 크리스마스면 얘네들과 함께한다. 지금은 결혼했지만 아직 애들은 어리고 잠이 많은 아내는 크리스마스 이브이던 당일이던 일찍 자버린다. 그러니 할께 뭐가 있겠는가? 녀석들과 함께하는 수밖에. 크리스마스면 서울시내 주요거리는 걷기도 힘들정도로 인사인해가 된다. 하지만 난 그럼에도 크리스마스면 이런 녀석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믿는다. 인산인해는 소수지만 그저 모아놨으니 많을 뿐 일 것이다. 물론 올해는 코로나로 그 소수가 더욱 작아질 것이라 믿는다. 


 얼마전 모지스 할머니의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를 읽었다. 모지스 할머니를 알게 된 계기였다. 할머니는 아름다운 미국의 대자연에서 성장했다. 미국 역시 중위도에 나라의 대부분이 위치한 국가이니 사계절이 풍부하고 선명하게 드러나지만 할머니가 자란 지역이 북부지역이다 보니 겨울의 색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났다. 실제로 할머니는 눈의 흰색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오래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며 인생의 역경을 겪은 굴곡진 사람의 평범한 인생이 주는 깊이가 이 책엔 있었다. 마치 초등학생이나 중학교 초년생이 그린 것 같은 그림. 그러면서도 사람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고, 자연의 아름 다운 변화와 동물들, 사람들간의 관계와 살아가는 모습을 놓치지 않는 좋은 그림들이 이 책에 가득했다. 원치 않게 오래살아가며 같이 살아온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만 했던 일들, 그리고 그것들을 담담히 말하는 할머니의 말에서 깊은 슬픔과 그것을 이겨내는 힘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패밀리맨과 케빈을 다시 만나기전 또 다른 친구로 모지스 할머니를 보기로 했다. 검색해보니 모지스 할머니의 책은 두 개가 더 있었다.












 바로 "모지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과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였다. 책을 구매할 때 사실 두 권 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처럼 애나 모지스가 직접 쓴 글과 그림을 즐겼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하지만 위의 두 책은 아쉽게도 원전을 가공한 제 2저작물이라 할만한 것들이다. 크리스마스 선물 책은 할머니가 그린 그림 중 겨울, 그리고 크리스마스와 관련한 부분을 짧게 추려내어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물론 크리스마스에 볼만한 책이지만 얇고 상업성이 짙다)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는 미술학도인 저자가 미술사를 공부하며 우연히 발견한 모지스 할머니에 대해 그의 삶을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곁들여 에세이처럼 구성한 책이다. 

 그런면에서 두 책은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는 저자가 모지스 할머니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을 많이 써놓아 할머니의 삶을 객관적으로 알아가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애나는 미국 뉴욕주 버몬트에서 태어났다. 지도를 찾아보니 캐나다와 인접할 만큼 미국에서 최북단 지역이다. 이러니 겨울이 길고 추울수 밖에. 애나는 유년의 기억을 그의 인생 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았을 그 시기를 상당히 많은 그림작품을 통해 강렬하고 자세히 그리고 재밌고 아련하게 표현했다. 아마도 자연과 가족, 친구 및 이웃과 함께 보낸 그 시절이 애나가 길고 힘든 시절을 살아가는 원동력이었기 때문일 듯 하다. 애나의 그림 중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이 슈거링 오프인데 겨울에 단풍나무 수액으로 메이플 시럽을 만들어 먹는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당시 남북전쟁의 여파로 북부의 사람들은 남부의 사탕수수와 설탕을 사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래서 메이플에 더 집중했음은 후문이다.   

 애나는 즐거운 유년을 보내다 12세 무렵 인근 집에 가정부로 들어간다. 다행히 애나는 그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한때 서로 숨기는 것이 없을 만큼 친했다고 할만큼 주인집 부부 및 자녀들과 친했다. 당시 미국도 살림이 넉넉친 않았는지 여자아이가 일정 나이가 되어 가계의 부담을 덜기 위해 다른 집에 가정부로 들어가는 일은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애나는 그 집에서 형편을 봐주었는지 그 집에 아이들과 함께 14세까진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서 무려 27세의 나이에 남편 토마스 모지스를 만나 결혼한다. 토마스는 당연히 연하였고, 애나는 당시로선 늦은 나이에 결혼하게 틀림없어 보인다. 

 그리고 미국 남부로 향한다. 막 남북전쟁이 끝나 흑인이라는 노동력을 대거 북부에 빼앗긴 남부는 마치 서부개척시대처럼 기회의 땅이었다. 일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농장이 임대되었고 일한 만큼 벌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다. 그래서 애나와 토마스는 남부에 정착하고 살아간다. 그리고 아름다운 10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그중 다섯이 죽었다. 이후 다섯 아이를 키우며 20여년을 그곳에서 살아가다 애나의 고향과 가까운 북부의 이글 브릿지로 이사한다. 그것은 오랜 농장일에 지친 애나의 향수병때문이었다. 그래서 애나는 아름다운 셰넌 도어 밸리에 조그만 다섯 무덤을 두고 왔다고 담담히 말한다. 애나는 젊을 적 무척 농장일 솜씨가 좋았는데 자신이 만든 토마토 통조림이 지역 대회에서 일등을 하여 부상으로 자동차를 받았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글 브릿지로 이사하고 몇 년 후 아름다운 유년 시절을 만들어주었던 양친이 죽는다. 그리고 거기서 20년을 살다 40년을 같이 살아온 남편 토마스가 협심증으로 죽는다. 모지스의 나이 67세의 일이다. 그리고 딸 애나가 결핵에 걸려 고향 버몬트 주로 다시 이사한다. 딸 애나는 관절염으로 더이상 자수를 할 수 없게 된 모지스 할머니에게 그림을 권유한 아이였다. 딸 애나는 모지스의 간호에도 몇년 후 죽는다. 그리고 그 남편마저 곧 사망해 모지스 할머니는 손자들을 돌보기 위해 그 지역에 더 거주한다. 

 이글브릿지로 다시 돌아온 것은 75세에 이르러서였다. 이글브릿지에서는 막내 아들 휴와 함께 살았다. 그림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린 그림을 지역 박람회나 자선바자회 등에 팔았는데 신통치가 않았다. 하지만 1938년 수집가 루이스 칼더가 약국에 걸린 모지스의 그림을 발견한 이후 주목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뉴욕 에티엔 미술관의 소유주인 오토칼리어의 눈에 들자 할머니의 그림은 대중적 관심과 찬사를 받게 된다. 애나 모지스의 그림은 당시 대공황으로 신음하고, 농장을 떠나와 도시에서 살아가던 많은 미국인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들이 좋은 시절 걱정없던 시절 미국의 아름다운 대자연을 함께 하며 살아오던 순간이 그 그림에 있었기 때문이다. 

 애나 모지스의 전국적 스타가 되었고, 연하장과 작품집에 인기를 끈다. 1946년 애나 모지스의 그림이 실린 크리스마스카드는 무려 6000만장이 팔린다. 1948년엔 모지스 할머니 10주년 회고록이 에티엔 미술관에서 열렸고 너무 오래살았는지 그리고 인생엔 항상 좋은 일만은 없는 일인지 1949년 막내아들 휴가 먼저 세상을 등진다. 1951년엔 다리가 불편했는지 단층주택으로 이사하고 딸 위노나와 함께 살아간다. 1952년엔 후원자 오토칼리어가 내 삶의 역사(이게 인생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책인듯 하다)라는 모지스의 회고록도 출간한다. 1958년 98세가 되자 딸 위노나도 사망한다. 새년도어 밸리에 두고 온 이름도 지어주지 못해준 다섯 아이들과 양친, 남편 토마스, 딸 애나와 막내아들 휴에 이어 딸 위노나를 먼저 보낸 것이다. 이 모든 죽음을 애나 모지스를 담담하게 회고록에 묘사했다. 

 101세가 되어 인생의 마지막 해를 맞아서도 애나 모지스는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인생의 마지막 해에도 그의 작품이 있을 정도다. 페이퍼를 마무리하며 할머니의 인생과 글을 보는 내 마음을 돌아본다. 분명 이전에는 반응하지 않았을 글과 그림일 듯하다. 같은 것에 다른 반응을 보인다면 그건 그 사람이 나이가 든 증거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확실히 나이가 조금 더 들었음을 생각하게 되고 변화했음을 느끼게 된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에 케빈과 케이지가 차지 하던 자리 한켠을 내줄 정도로 애나 모지스의 인생과 그림은 내게 울림이 있었다. 매년 크리스마스에 보게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다른 분들에게도 크리스마스에 볼만한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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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12월이 남았지만 올 하반기에는 50권을 읽었다. 전반기보다는 좀 줄었지만 아직 한달이 남았으니 비슷하게 읽은 셈이다. 늘 연간 목표가 100권이상이고 분야는 가급적 다양하게이다. 그러다보니 한 우물을 파는 느낌이 적고, 크게 성장하는 느낌이 적다. 하지만 크게 둥근원이 조금씩 자라나는 느낌이고 그것을 좋아하니 계속 이렇게 읽다 죽을지 싶다. 아쉽게도 종교철학이나 미래책을 보지 못했다. 


문학(9권)- 맹탐정 고민 상담소, 페인트,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연년세세, 복자에게, 삼체1-3,

교육(10권) - 혁신학교조현초 4년의 기록, 독서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 뇌기반 수업원리10, 디지털 리터러시 교실, 한 학기 한권 무엇을 읽을까?, 대한민국1호 미래학교, 마을교육 공동체란 무엇인가, 코로나 시대의 교육, 마을교육공동체 생태적 의미와 실천, 연극 수업을 바꾸다,

인문(4권)- 슬픔의 위안, 100세 인생, 스토리전쟁, 황홀한 글감옥


사회(7권) - 지방도시 살생부, 차이나는 클라스 국제정치편,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인구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대한민국 치킨전, 판문점의 협상가,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경제(1권) -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경영투자(4권) - 아파트 투자의 정석,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 규칙없음


과학(7권) - 태양계가 200쪽의 책이라면, 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 책읽는 뇌, 앤드루얀 코스모스, 다시 책으로, 침입종 인간, 화학물질 비밀은 위험하다


예술건축(6권) - 이야기 한국 미술사, 공간이 만든 공간, 예술의 쓸모, 부부의 집짓기, 전원주택 짓고 즐기며 삽니다, 실패하지 않는 내 집 짓기,


지리(2권)-벽이 만든 세계사, 장벽의 시대


10. 공간이 만든 공간[유현준]

유현준이 다시 돌아왔다. 이전작인 '어디서 살것인가'에 대한 실망감은 이 책이 충분히 상쇄했다. 건축의 발전은 결국 지구라는 행성이 처한 상황과 그에 따라 땅마다 달라지는 기후에 의한 것이라점을 잘 풀어냈다. 기후로 인해 서로 달라진 동서양의 건축이 서로 만나고 어우러지는 재밌는 과정, 그리고 이젠 과학기술의 발달로 사실상 기후의 제약을 벗어난 건축이 국제적 양식으로 비슷해진 점도 잘 드러냈다. 책 말미의 디지털 건축의 미랜 정말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9. 대한민국 치킨전[정은정]

한국인은 치킨을 정말 많이 먹지만 정작 치킨에 대해 잘 모른다. 카레나 라면 이상으로 한국화한 음식인 치킨의 세대별 발전 과정, 그리고 치킨 업계 사장들의 애환, 치킨 산업의 성장을 잘 보여준 책이다. 치킨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할 책이다.





8. 지방도시 살생부[마강래]

한국처럼 수도권에 집중한 나라는 없다. 인구의 50%이상이 모여있는데 나라전체의 인구밀도도 높지만 수도권만 따진다면 이건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국의 지방도시는 과거와는 달리 세계화, 저출산, 고령화, 4차산업혁명의 메가트렌드로 더욱 쇠퇴하고 있다. 막을 방법으로 책은 지방중심도시의 고밀도 압축개발, 지역의 일자리 창출, 대중교통결절점 위주의 교통재편을 든다. 그 어디에도 지금 지자체장들이 내세우는 불가능한 서울처럼의 성장전략은 없다. 사실 그게 전략일까?


7. 독서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서현숙, 허보영]

한국인이 책을 많이 읽는다면 이 나라는 크게 진일보할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재테크나, 자기계발서, 소모성 문학은 제외다. 이 책처럼 모든 학교가 독서동아리를 운영한다면 언젠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한국 학교는 모두가 독서를 강요하지만 학생에게 생활화하는데 하나같이 실패했다. 수업시간에 배우다, 선생님과 언니가 끌어주다, 친구들과 놀자의 세바퀴로 이어지는 두 선생님의 독서토론은 매우 인상적이고 닮아야할 성공적 모델이다.


6. 대한민국 미래 1호학교[창덕여중 공동체]

혁신학교에 이어 미래학교도 등장하고 있다. 창덕여중은 테크놀로지 통합홥경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민주시민양성이 목표다. 이를 위해 학교에선 드물게 수평적인 회의방식과 강력한 교사연구 프로젝트, 학생중심의 수업을 구축했다. 이를 위해 개별화 교육과 MS팀즈를 활용한 개별교육의 실천, 미래 학교 공간 구축에 주력했다. 반드시 닮아야할 학교다.



5. 침입종 인간[팻 시프먼]

인간은 세계화와 잦은 교역으로 여러 침입종으로 자신들의 생태계가 교란되는걸 우려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에게 피해가 오는 상황이다. 그런데 인간은 정작 자신이 전세계 환경을 크게 교란한 침입종임을 인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강한 침입종인 인간에 의해 여러 종이 멸종했고, 우리와 가장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고, 유전자 교환도 일부 있었던 네안데르탈이 멸종한다. 직접적 전쟁과 학살은 아니었어도 강력한 우위 종의 등장으로 육식밴드에서 네안데르 탈은 큰 압박을 겪었고 늑대를 개로 개량해 활용한 인간의 사냥기술 극대화는 그들에게 치명타였을 것으로 책은 분석한다. 그외 원거리 무기의 활용과 추위에의 강함도 사피엔스의 상대적 우위를 가져온다.


4.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소련에겐 대조국 전쟁인 2차대전, 가장 큰 피해자는 주범인 독일이나 일본이 아닌 소련이었다. 1천만 이상이 전쟁에서 갈려나갔고, 이에 인구대국인 소련도 여성을 전장에 동원한다. 다른 나라처럼 치료인력이나 보조인력이 아닌 전쟁의 참상을 온몸으로 체험해야 하는 전투인력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후 그들의 활약은 잊혀지고 영광은 남자들의 차지가 된다. 그런 여자전사들의 전쟁이야기를 드러냄으로써 여성의 소외와 대조국 전쟁이라는 금자탑이 철저히 피로 세워진 것임을 저자는 드러낸다. 여성의 감성과 관계성, 모성, 여성성, 소녀스러움은 전쟁과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았고 그로 인해 크게 왜곡되었으며 그럼에도 전장을 감싸주는 꽃이었다.


3. 삼체1-3권[류츠신]

책을 읽기전 난 우주엔 어쩌면 인간만 있을지도 모른단 어리석은 생각을 조금은 했었다. 그리고 일부 과학자가 무모하다 했던 외계로의 신호 발신도 낭만적이라고 조금은 생각했었다. 하지만 삼체를 보면 그 생각은 산산히 부숴진다. 세계의 태양을 가진 삼체세계, 지구보다 아득히 발달하고도 멀리 떨어진 그들과의 조우가 지구에 불러온 멸망적인 상황, 그리고 그 상황을 둘러싼 많은 이들. 시리즈는 권을 넘어갈수록 볼륨을 크게 늘려가지만 상상력과 다양한 이야기들은 더욱 강력해진다. 추석 연휴 내내 읽으며 긴 책의 분량에 신음하면서도 끝을 향해가는게 꽤나 두려웠단 재미난 과학소설이다. 작가 류츠신은 이미 헐리우드의 상상력을 아득히 넘었다.


2.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필립 바구스]

빈부격차의 문제는 자본주의의 심화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요악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책은 이모든게 통화로 장난치는 세력으로 인함을 설명한다. 특정 세력이 통화를 마음껏 발행할수 있고 그 수를 조절함으로써 기존 사람들의 부를 약탈하고 사회전체의 생산력과 발전을 크게 떨어뜨린다는게 책의 골자다. 통화를 조절하는 세력은 미리 현물과 화폐발행으로 가치가 오를 재산을 선점하고 나머지들의 재산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부를 강탈한다. 실물경제와 무관하게 경제적 실패를 가리기 위해 끝도 없이 양적 완화를 추진해나가는 전세계의 정부들과, 그로 인해 부를 취하는 투기세력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금본위제 시대의 화폐정책으로 돌아가야 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나가는게 건강한 경제정책임을 역설한다. 관점을 바꿔주는 매우 좋은 책이다.


1. 책 읽는 뇌, 다시 책으로[매리언 울프]

책읽는 뇌는 10년전에 나온 책이고 다시 책으로는 최근 나온 책이다. 양자중 읽기는 훨씬 어렵지만 더 좋은 책은 책 읽는 뇌다. 책은 인간의 독서가 어떻게 생겨나고 그것이 인간의 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설명한다. 뇌는 책을 읽을때 한자같은 언어와 알파벳 같은 언어에 매우 다른 기제를 사용한다. 인간의 뇌는 독서를 위해 진화한것이 아니고 어찌보면 독서는 눈과 시각과 뇌의 사용의 부산물이기에 이들의 협업작업은 놀라우면서도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린 책을 읽기가 어렵다. 하지만 독서는 인간의 생각과정과 생각자체를 변화시켰고, 인류문명이 발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근 등장한 디지털 문명과 영상매체는 이런 인간의 숙고하는 독서를 방해한다. 이를 깊이 읽기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후작인 다시 책으로에서 더 깊이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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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2-01 0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많이 읽으셨네요 ^^ 삼체 재밌을 것 같아서, 바구니에 넣어두었습니다.

닷슈 2020-12-01 10:59   좋아요 0 | URL
삼체강추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12-01 2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둥근 원이 조금씩 자라는 느낌을 저는 약간 아주 조금 알 것만 같습니다. ^^

닷슈 2020-12-01 22:35   좋아요 0 | URL
북다님이 조금아실리없죠 많이아실겁니다 원은 바깥으로 조금이라도 커지려면기존보다 엄청커져야하죠 그래서일듯합니다

패스파인더 2020-12-09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많이 소개 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닷슈 2020-12-09 17: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도움이되셨다면 다행이네요
 









[사진 출처-네이버 블로그]


 올해 장마기간은 무려 52일이었다. 2018년의 폭염을 경험했고 비슷한 경고가 있었기에 사람들은 더위를 대비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오랜 비로 기온은 오히려 평년이하였다. 말로만 듣던 지구 온난화가 열기가 아닌 기후 격변으로 체험된 순간이었다. 50년수계나 100년수계로 설정하고 만든 홍수방지 시설들은 이제 300년수계 이상으로 재설계되어야 하는 순간을 맞이했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자신의 지배력을 전 지구에 행사해온 인간에게 그 반대급부는 외부환경파괴만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의 파괴, 즉, 여러 화학물질의 배출로 인해 인간자신의 몸이 파괴되는 일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일어나고 있는일임에도 일부에게 크게 일어나가 대다수에겐 매우 천천히 일어나기에 우린 온난화처럼 이를 잘 체험하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이를 잘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다크 워터스'다.  

 전쟁은 그자체로 인류의 큰 죄이자 불행이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의 과학기술 발전의 장이 펼쳐지곤 한다. 그리고 전후 그 기술은 민간산업에 적용된다. 2차대전 당시 미국의 화학산업체 듀폰은 전차를 방수하는 과불화화합물이란걸 개발한다. 탱크에 요긴하게 잘 써먹었는데 이 물질은 누군가 가정, 그것도 주방에서 활용할 생각을 했다. 요리에 사용하는 후라이픈의 코팅제로 과불화화합물이 제격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 신기술은 매우 편했다. 볶거나 구우며 재료가 후라이팬에 달라붙지도 않았고 설거지도 편리해졌다. 사람들은 신기술에 열광했고 듀폰도 이를 마구 팔아치웠다.

 그런데 듀폰의 공장근처 시골 농장에서 소들이 죽어나갔다. 농장주는 죽은 소들을 촬영했다. 이가 검게 변했고, 이상행동을 보였으며 죽은 사체를 해부하니 암덩어리들이 가득했다. 그는 단지 옆 시골 할멈의 손자가 변호인이라는 작은 인연으로 그를 찾아간다. 변호사는 미국의 큰 로펌에서 일했다. 그 역시 이 문제에 관심이 없었지만 듀폰의 문제점을 알아냈고, 분노했고, 수십년간의 소송에 돌입한다. 이 와중에 듀폰이 행태는 놀라웠다. 부인했고, 이미 오래전 직원들이 이로 인해 기형아들 낳거나 유산했다는걸 알고 있었으나 은폐했고, 자료를 요구하는 변호사에 폭탄 자료를 건냈으며 모든게 밝혀졌음에도 어용과학자를 이용 긴 소송전에 돌입한다. 애초 기업에게 환경이나 노동자의 건강, 그리고 소비자의 건강은 안중에 없는 셈이다.

 














환경 파괴를 경고한 책은 또 있다. 유명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다. 그 역시 환경문제를 밝히고 드러내는데 산업체의 강한 저항을 받았다. DDT와 살충제를 비롯한 유기용매제의 위험과 자연파괴와 축적을 드러낸 것을 절대적으로 그의 공이다. 상당히 좋은 책이지만 오래 되어서 지금 보면 좀 읽기 힘든 부분도 있다.

 이번에 본 환경책은 국내책으로 김신범이 쓴 화학물질 비밀은 위험하다이다. 책을 읽으며 수의사로 출발한 저자가 국내의 굴직한 노동환경운동을 함께 해온 역사가 굵직하게 느껴진다. 원진레이온부터 가습기 살균제까지다. 

 원진 레이온 사건은 기가막힌 사건이다. 60년대 한일 국교정상화로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차관 형태 및 여러 원조를 얻어낸다. 그중 레이온 시설도 있었는데 일본과 미국에서는 이미 공정에서의 위험성으로 제3국으로 시설이전을 하거나 폐쇄하고 있는 혐오산업이었다. 그런걸 친일파였던 박홍식이 일본의 도레이로부터 낡디낡은 설비를 상당액의 원조형태로 받아낸다. 그리고 남양주에 원진레이온을 설립하고 공장을 운영했는데 여기서 배출된 이황화탄소가 문제였다. 이 물질은 성격장애와 극심한 통증, 정신이상, 사지마비의 부작용을 일으켰다. 많은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았고, 성격장애와 극심한 통증으로 자살에 이르는 이도 상당했다. 피해자는 무려 900명정도에 달해 국내 최대의 산업재해사건이다. 

 전세계적으로 화학물질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여성의 갑상선 암과 혈액암이 급증하고, 어린이의 암마저 증가했는데 이는 주지하다시피 유해물질의 차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해물질의 사용을 중지시키거나 충분히 조심하면 될일 같은데 문제가 간단치 않다. 화학물질의 사용금지는 콜레나라 코로나19같은 전염병을 다루는 보건학이 아닌 정치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화학물질을 전세계의 수많은 기업이 이윤추구를 위해 사용하는 문제와 결부한다. 때문에 위험 화학물질의 인정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된다. 

 국제암센터는 발암물질은 1A 1B 2A 로 구분하는데 1A는 누가봐도 사람에게 발암물질이라는게 입증된 상태다. 하지만 1B의 경우 사람에게 발암물질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반박 연구도 제법있어 아직 완벽한 입증이 아닌 상태다. 그리고 2A는 동물에게서는 발암물질이 분명하지만 사람에게 발암물질인지는 아직 연구가 부족한 상태다. 저자는 한때 논문수에 의해 특정 화학물질이 발암물질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게 합당하다고 생각했지만 기업의 후원을 받는 청부과학의 존재를 알고서부턴 그런 생각을 접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청부과학이 존재하기에 국제암센터라 할지라도 물질의 위험성을 판단하고 분류하는게 쉽지 않다.

 그리고 경제적 위상에 비해 이런 부분에서 후진성을 띠고 있는 한국의 기준은 더욱 부실했다. 저자가 조사해보니 2009년 국제암연구소가 찾아낸 발암물질 500여개중 한국에서는 겨우 56개만 인정하고 있었다. 이런 열악한 현실은 발암물질 감시 네트워크가 출범하는 계기가 되기도했다. 2010년 조사에서는 그나마 문을 열어주는 34개 사업장중 49%에서 발암물질이 발견되었다. 금지물질 함유제품의 주된 용도는 도료나 희석제, 세척제, 절삭유 같은 금속 가공유가 많았다. 노동자들이 발암물질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는 환기장치를 설치하거나 독성물질을 제거해야히자만 당시 상당수 작업장에 이런 설비는 없었다. 게다가 산업안전부건법에서는 발암물질 관련 조항이 불완전해 발암물질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도 거의 없다시피하다.

 이렇듯 노동자는 위험함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결국 암에 걸린다. 하지만 이후에도 문제다. 사업장에서의 발암물질 관리 미흡으로 노동자가 이에 노출되어 병에 걸렸다면 마땅히 산업재해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조차 쉽지 않다. 산업재해가 인정되는 경우는 매우 극소수로 발병시점과 산업체에서 노출된 시가가 비슷해야하며, 근무한 산업체에서 노출된 기록이 있어야 하고, 현장에서 발암물질도 검출되어야 한다. 거기에 인정되는 암도 현재로선 매우 직접적이라 할 수 있는 폐암과 혈액암뿐이다. 위암이나 다른 소화기계통 암이 산재로 인정된 적은 없다고 하니 기가막힐 노릇이다. 때문에 한국에서 연간 암환자는 20만에 달하지만 산재인정 암환자는 고작 20명에 불과하다. 반면 프랑스와 독일은 연간 산재인정 암환자의 수가 2천명이상이다. 유럽의 경우 산업체에서 발암물질을 사용할 경우 그것을 꼭 기록하고 감독할 의무가 사업주에 부과되며 사업주는 해당노동자가 퇴직하거나 이직시 이 기록을 같이 넘긴다. 때문에 오랜 세월이 지나거나 다른 직장에서 발병되도 산재가 충분히 인정될만한 근거가 생기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한국의 위험한 화학물질이 제대로 관리되려면 생산과 소비가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물건을 생산하는 노동자가 발암물질이 사용되지 않거나 제대로 관리되는 현장에서 근무해야 물건자체도 안전한 것이 나와 소비자도 안전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화학물질의 관리는 단지 제조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통업체도 관련한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의 경우 옥시 같은 제조업체 이외에도 롯데마트, 이마트등 유통업체도 이를 적극적으로 판매했고 심지어 문제가 되는 상품을 PB상품으로 제작 판매까지 했다. 때문에 유통업체에게도 독성물질의 판매 및 관리에 마땅한 책임이 부여되어야 한다. 자기가 판 물건에 독이 들어 사람이 죽었는데 자기는 판매하는 가게만 운영한다고 말한다하여 면책될리 만무하다. 

 한국도 여러 단체의 노력으로 2013년 화학물질 관리법의 제정으로 여러 통계자료가 생성되고 투명도가 높아졌다. 이전에는 거의 모든 기업들이 영업상의 비밀이라는 이유로 사업체의 사용화학물질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법의 제정이후 한국 기업들은 사용화학물질을 비공개하려면 이거싱 비밀정보라 알려진 적이 전혀 없다는 점과 비밀을 공개시 영업상의 불이익이 크다는 점을 단지 주장하는게 아니라 반드시 입증해야 한다. 때문에 이 법안통과 이후 86%에 달하던 비공개사업장의 비율이 무려 5%로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의 경우는 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영업상의 비밀이루고 주장한 서류가 잘못되었을시 거액의 벌금을 부과한다. 그들은 영업상의 비밀이란건 있을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런 물질자체를 비밀시하는 것을 매우 위험한 행위로 생각한다. 발상이 다른 것이다. 

 저자는 전 세계, 그리고 한국에서 화학물질의 관리가 잘 안되는 이유로 득과실의 프레임, 증명해봐 프레임, 기업봐주기 프레임을 들었다. 득과 실은 화학물질의 사용이 좀 노동자의 건강과 환경에 문제를 일으키지만 경제적 고용및 이득이 크다는 논리이고, 증명해봐 프레임은 화학물질은 함부로 만들어 사용하는 기업이 해당물질이 위험성이 없다는 입증책임을 지느게 아니라 오히려 피해장인 소비자와 노동자에 그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의료문제나 여러 경제적 문제에서 갑이 아닌 을에게 이런 입증책임을 묻는 어이없는 나라다. 그리고 기업봐주기 프레임은 글자그래도 기업을 봐주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 논리에서 벗어나 사전주의 원칙과 독성정보없이 시장진입금지 원칙을 지켜야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사전주의 원칙은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것은 위험하다는 논리다. 이 논리라면 절대적으로 안전이 입증된 것이 아닌 1A 1B 2A의 모든 물질이 금지대상이 된다. 언론이나 기업은 쉽게 허용기준치라는 걸 내세우는데 사실 이는 난센스에 불과하다. 우선 개개인이 독성화학물질에 대한 반응정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은 평생 흡연해도 장수하는 반명 어떤 이는 일정기간의 간접흡연만으로도 폐암에 걸린다는걸 생각해보면 쉽게 알수있다. 다름은 칵테일 효과다. 설령 모든 사람이 특정물질에 허용기준치 이하로만 노출되면 문제가 안생긴다는 이상적 가정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이는 실험동물처럼 실험실에 갇힌 경우에만 가능한 일일 뿐이다. 일반적인 사람은 생활하며 상당히 많은 종류의 화학물질에 꾸준히 노출된다. 그렇기에 특정물질에 소량만 노출되더라도 다른 독성물질과 이 물질의 만남이 몸에서 어떤 위해한 결과를 낳을지 알수 없게 된다. 1+1이 5나6일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독성정보없이 시장진입금지는 중요해진다. 모든 물질은 독성과 용도가 반드시 등록된 후에야만 사용이 가능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책 표지처럼 나의 주변을 가득 메운 화학물질을 보며 이 모든 것에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러 책을 읽어나가며 해당 분야의 감수성을 높이고 하나하나의 사람들이 기업에 요구하고 대응해나간다면 저자의 말처럼 상황은 많이 개선될 것이다. 소비자에 대항할 수 있는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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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0-28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정말 잘 보았습니다. ^^ 저도 이 분야에 직접 종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대학원 시절에 관련된 수업을 몇개 들어서 귀동냥해서 주어들은 정보가 있습니다. 사실 유해물질유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상관관계, 인과 관계 (이 두개는 다릅니다)를 확인하는 방법은 상당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특히 인과 관계는 단순히 통계학적 증거들로만 확증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결정적 증거가 아무리 있더라도 인과관계를 밝힐 수 있는 논리가 필요합니다. 많은 연구와 노력들이 필요한 부분이라서 대부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보통이죠 ...그래서 precautionary principle (사전주의 원칙)이 매우 중요하죠. 저도 사실 미국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진 않지만, 미국도 사실 딱히 낫지 않습니다. ㅠㅠ 특히 기업같은 곳에서는 오히려 자기 기업에 도움이 될만한 연구 자료들을 만들 수 있는 Enviornmental Health 전문가들과 통계학자들을 채용합니다. 저는 그 사람들이 미국식 어용연구자라고 생각합니다.

닷슈 2020-10-28 09:02   좋아요 1 | URL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이렇게 화학물질의 안전성 여부가 검증이 어렵고 후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칠수 있어 김신범씨는 조금이라도 위험하면 모두 발암물질로 규정하는 주장을 한듯 합니다. 우리 모두가 환경에 관심을 강하게 가져야 문제가 해결될 듯 합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너무나 유명하다. 막상 읽어본 사람은 별로 많지 않겠지만 그 제목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다. 무척 오래전인 1980년의 일이지만 유명한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이 매우 대중적인 과학 프로그램 시리즈 '코스모스'를 만들었고, 꽤나 성공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 세이건은 오래 살지 못했다. 불과 60대 초반의 나이에 병으로 명을 달리했다.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10년정도 전에 읽었는데 과학자 답지 않은 특유의 문체가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70-80년대 보이저호가 찍었을 오래된 태양계의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실제로 코스모스는 전세계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다.

 세이건이 죽고 30년 정도 후인 2014년에 미국에서 뉴코스모스라고 새로운 코스모스 시리즈를 만들었다. 비슷한 책도 나왔는데 뉴코스모스다. 이럴 적 세이건과 서신을 주고 받은 저자가 원조 코스모스 이후 발전한 우주에 대한 지식을 새롭게 알리고자 발간한 책이다. 이 책은 원조보단 좀 건조했고, 대신 과학적 지식이 더 꽉들어찼었다. 대충 3년정도 전에 본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책이 세 번째 코스모스 책이다. 저자인 앤드루얀은 칼세이건의 아내다. 세이건이 죽은지 벌써 25년이니 드루얀에겐 쉽지 않은 세월이었을 것이다. 하여튼 칼세이건과 우주와 인간 지구에 대한 많은 세계관을 공유한 그의 아내가 쓴 책이니 이번 코스모스도 의미가 남 다를거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알겠되었는데 미국에선 세번째 코스모스 시리즈도 준비중이란다. 이번엔 책이 먼저 나온 셈이다. 

 세이건의 아내가 쓴 만큼 이번 코스모스도 과학책 같으면서도 문학책 같기도 하고 인문사회도서 같기도하며 철학책 같기도 하다. 우주의 생성과 태양계의 생성, 그리고 지구에서의 생명의 탄생과 그 진화, 인간의 행위, 여러 공헌을 한 과학자등 이야기가 다채롭다. 원조 코스모스와 뉴코스모스와 비교한다면 어쩌면 가장 체계가 없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  


1. 생명의 탄생과 분화

우주는 은하를 낳고, 은하는 별을 낳는다. 그리고 별은 행성과 위성, 소행성을 낳는데 지구도 태양아래 그렇게 태어났다. 지구가 생기고 대지가 갈라지자 뜨거운 맨틀이 바닷물에 닿았다. 지구는 이미 생성초기 신나게 소행성 샤워를 당해 물이 충분한 상태였다. 그리고 맨틀의 유기분자와 광물질이 바닷물에 점점 축적된다. 이 생명의 수프는 구멍이 송송 뚫린 탄산염 바위의 구멍에 갇힌다. 그러다보니 바닷물보다 더욱 농축되었고 이게 생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걸로 추정된다. 

 생명 탄생을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탄산염 바위의 알칼리 물과 산성인 바닷물이 만나 생긴 반응열이 에너지로 작용한듯 하다. 여기서 RNA, DNA가 생성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물과 이산화탄소가 유기분자로 바뀌어 생명 탄생의 연료가 되자 그로부터 메탄과 수소가 생성되었다. 그래서 초기 지구는 지금과는 매우 다르게 철분이 많아 붉은 바다에 하늘도 노랗고 달도 궤도도 다르고 지금보다 가까워 훨씬 컸다. 대기는 탄화수소 스모그로 가득했고, 보랏빛 화산이 불을 뿜고 있었다.

 그러다 27억년전 남세균이 등장한다. 민물, 짠물, 뜨거운물, 암염수등을 가리지 않고 살며 무엇보다도 광합성을 해냈다. 4억년간 이 남세균이 지구를 바꾼다. 이산화탄소를 섭취했고 산소를 내뿜었다. 그래서 노란하늘이 파랗게 디었고, 산소가 바위를 부식시켜버렸다. 지구의 5천종 광물질중 산소와 반응한 3500종 광물질이 이렇게 생성되었다. 오래도록 번성하돈 최초 생물인 혐기성 생물은 독성 산소로 거의 사멸한다. 산소가 부족한 해저나 일부 환경에서만 살아남았을 뿐이다. 한편 의외의 결과도 다가왔다. 산소가 대기중 가득한 메탄을 제거하고 이산화탄소를 증가시키니 지구대기의 온난화 효과가 급감했다. 갑작스레 추워졌고, 지구는 하나의 스노우 볼이 되고 만다. 번성하던 남세균은 얼어죽었다. 죽음의 행성이 되려던 순간 화산폭발이 여기저기 일어나 기온을 되찾았고, 화산은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내뿜었다. 거기에 죽은 대량의 남세균도 이산화탄소를 내뿜어 대기엔 두꺼운 이불이 생겨 어느정도의 온난화 기능이 회복되었다. 이후 지구의 기후는 빙하기와 해빙기를 반복한다. 

 5억 4천만년 쯤 캄브리아기에 생명이 대폭발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두껍게 형성된 산소로 오존층이 생겨 자외선을 막았고, 잦은 화산활동으로 바다에 칼슘성분이 많아져 생물이 이를 이용해 껍질이나 등뼈를 형성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요인이었다. 어쩌면 바이러스 때문일수도 있는데 바이러스는 숙주간 이동시  자신의 DNA 조각을 흘려 뜻하지 않은 진화를 촉발하기도 한다. 일전에 읽은 '눈의 탄생' 이란 책에서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요인으로 포식자가 눈을 발명한 것을 지적했다. 대충 감으로 촉수나 다른 것을 뻗어 수동적 포식을 하다 한 개체가 눈으로 먹이를 포착해 적극적 포식을 하기 시작했다. 멸망 위기에 놓인 다른 경쟁 포식자와 먹이들 역시 눈을 만들어낸다. 거기에 더 빠르게 이동하기 위한 수단, 방어를 위한 껍질, 그리고 그걸 깨기 위한 강한 이등 여러가직 군비경쟁이 일어나 생물이 대폭발했다는 것이다. 


2. 의식과 지능의 탄생

물질에서 의식이 탄생한 과정을 살피려면 지구의 바다에 처음 나타난 단세포 생물까지 거슬러가야 한다.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결정적 특징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인데 그것이 의식이기 때문이다. 스트로마톨라이트 군체는 미생물 매트인데 놀랍게도 자기들 끼리 의사소통을 한다. 먹이로부터 멀리 있는 가운데 부분의 군체일부가 배가 고프면 포타슘형태로 전기 메시지를 메트 가장자기 미생물에게 전달한다. 그러면 놀랍게도 가장자리 미생물이 먹이 섭취를 줄인다. 이를 세포간의 의사소통의 시초로 볼 수 있다. 인간 같은 동물의 의식은 곧 신경세포간의 전달과정이기에 이 과정은 매우 유사하다 볼 수 있다.

 6억년전 생명이 환경을 의식하고 반응하는 지휘 본부인 뇌를 처음으로 탄생시켰다. 최초 사냥 동물인 편형동물이 만들었을 가능성인 높은데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어쩌면 뇌의 등장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쌍안시를 갖추어 거리감을 느껴 먹이를 또렷이 파악하고 포식했다. 

 그리고 2억년전 포유류가 출현했다. 포유류는 뇌에 최초로 신피질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갖고 있었다. 이는 혁신의 싹으로 포유류는 새끼에 젖을 물리고 양육했다. 신피질은 여러층이 겹겹히 쌓여 표면적을 늘렸고 그 결과 정보처리능력이 향상되었다. 뇌엽에도 고랑이 파여 표면적이 더욱 넓어졌고 뇌의 연산도 빨라졌다. 지능의 탄생인 셈이다. 


3. 인간외에도 네트워크를 가진 것들

숲을 보면 모든 나무와 풀이 따로 노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 아바타를 보면 그 행성의 식물과 생물들은 모두 사실 연결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직접 서로 연결하는 촉수도 있다. 그런데 이 생각은 상상이 아니었다. 아마도 감독과 각본가들은 균사체에 대해 알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균사체는 곰팡이, 식물, 동물이 고대부터 협력해 만들어낸 비밀스런 통신망이자 운송망이다. 지구 식물의 90%가

균사체를 통한 상호유익 관계에 참여한다. 우리가 먹는 버섯은 바로 이 균사체의 자실체 즉, 생식기관으로 버섯이 많다는 것은 균사체가 많음을 의미한다.

 바로 이 균사체로 인해 숲은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나무의 뿌리 끝은 균사체의 푹신한 커넥톰과 연결된다. 뿌리망을 통해 나무들은 서로 양육하고 보살핀다. 심지어 한 나무가 나뭇꾼에 의해 그루터기만 남은체 잘리는 절망적 상황에 놓이면 다른 나무들이 뿌리끝을 통해 희생자 나무에 생명 유지에 필요한 물과 당분, 영양소를 전송한다. 그 덕에 잘린 그루터기는 무려 수십년에서 수백년까지 생존한다. 놀랍지 않는가. 나무들이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알수 없다. 인간처럼 눈에 보이는 공동체정신이나 협력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인다. 오랜 진화끝에 생존에 적합한 네트워크와 협력체가 생겨난걸지도 모른다. 

 곤충중 꿀벌도 네트워크가 있다. 꿀벌은 춤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거리 방향, 경관, 각도까지 완벽하게 설명한다. 풍속에 의한 도착시간까지 계산하기에 그 설명은 완벽에 가까우며 이로 인해 수km떨어진 곳도 춤을 통한 설명으로 찾아가는게 가능하다. 꿀벌은 다른 대륙, 다른 집에 소속되어도 비슷한 춤을 춘다. 춤이 오래전 진화했음을 말해주는듯하다. 거기에 방언처럼 서로 춤이 달라도 통역이 쉽게 이루어지니 인간 언어보다도 나은 면이 있다. 통념과는 다르게 꿀벌은 군주제 사회가 아니다. 단지 여왕벌은 가장 중요한 생식기능을 하기에 대접받을 뿐 그이상의 권력은 없다. 여왕벌이 대를 다하고 다음대에 왕홀을 넘기면 전체벌 중 1만마리가 분봉을 준비한다. 분봉은 벌 집단의 생존이 걸린 지대한 문제다. 장소설정에 신중해지는데 곰같은 포식자를 피하면서도 나무 안의 구멍의 크기와 깊이가 적당해야 한다. 꿀벌은 동면을 하지 않기에 집의 표면적이 중요한데 추위에 견딜만하면서도 겨우내 먹을 꿀을 충분히 채울만한 크기여야 하기 때문. 그래서 정찰 꿀벌들이 사방으로 탐색을 하고 돌아와 벌 개체 전체에 자신이 발견한 입지를 설명한다. 당연한 것이지만 정찰벌 개체마다 선호하고 주장하는 좋은 입지가 다르다. 하지만 이들은 인간과는 다르게 정치적 힘을 얻기 위해 거짓선동이나 과장, 허언을 일삼지 않는다. 주장에 동조하는 벌이 많아져서 다수가 되면 반대자들도 빠르게 이에 흡수되어 같은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꿀벌은 잠도 자고 꿈도 꾼다고 한다. 신비롭다.

 

4. 양자역학

 빛은 초기에 입자로 여겨졌다. 직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빛을 파동처럼 생각한 사람도 있었고 입증도 되었다. 유명한 이중슬릿 실험이다. 하지만 실험이 정교해지자 광자는 놀랍게도 관찰전에는 입자의 성질을 관찰후에는 파동의 성질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아원자 입자가 다 그러한데 관찰 전에는 확률적 성질을 띠다가도 관찰에 개입되면 전혀 다른 상태가 되는것이었다. 

 거기에 우주의 모든 광자를 얽혀있다. 우주 한끝의 광자와 반대쪽 끝의 광자가 서로 엃혀있다. 우리가 한 광자의 스핀을 관측하면 그 순간 반대쪽 끝의 광자도 이를 알고 변한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빛보다 빨리 이동할수 없는데 어떻게 빛보다 빠르게 정보전달이 가능할까? 둘은 한몸인 것일까? 하여튼 관측은 둘 사이의 얽힘을 깨버린다. 

 우리가 빛을 볼때 광자는 망막에 도착하고 그러면 망막세포는 화학적으로 변한다. 망막은 그 변화를 겨우 0.8초만 저장하고 다시 몰려드는 광자를 위해 그 이미지를 지운다. 당연히 망막은 세포수가 적어 모든 광자를 감지하지 못하며 오는 광자 중 소수만 받아들여 이미지를 만든다. 그리고 망막의 모든 세포가 광자를 받아들이지는 않기에 어느 세포가 광자를 받아들일지도 알수 없다. 즉, 이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객관적으로 느껴지는 시각도 결국 확률게임이 되고 만다. 어느 광자를 받아들일지 어느 세포가 받아들일지 알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각은 확률인 셈인데 그러면 우리가 관측하는 세상에 대체 뭐가 확실할지 알 수 없게 된다.

 하여튼 양자역학은 무수한 어려움을 만들어내는데 해결책이 두개 있긴하다. 물론 어처구니 없게 느껴진다. 하나는 다중세계 해석이다. 관측등의 중요한 개입이 있을때마다 가능한 새로운 세계가 무한대로 생겨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초결정론이다. 우주가 생겨난 이후 지금까지의 무수히 많은 사건들이 사실 모두 이미 그렇게 되도록 결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너무 멀리 떨어진 광자간의 얽힘도 설명이 된다. 원래 그렇게 반응하도록 계획 된것이니까.

 

5. 나가며

 이토록 어려운 우주와 미시세계를 설명해주는게 과학이다. 책은 플랫랜드라는 소설을 예로 든다.수년전에 본책인데 무척 재밌다. 내용은 제목처럼 2차원 세계다. 평면에 사는 이들은 졸라맨 처럼 생긴 사람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볼때 서로 길이가 다른 직선으로만 인지가 가능하다. 집들도 삼각형, 사각형, 육각형으로 다양한데 가까이서 만져야 뾰족함이 느껴져 여러 측면에서 봐야만 무슨 각형인지 간신히 인지가 가능할뿐 그냥 보면 역시 직선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차원 높은 존재인 우리 인간에게 플랫랜드의 모든게 인지가 가능하다. 우리는 그들을 그려서 쉽게 창조하기도 하고 가로세로밖에 없는 그들에게 위나 아래서 접근이 가능하다. 손가락으로 그들의 평면을 위에서 집는다면 플랫핸드 사람들이 보기엔 갑작스레 거대한 뭔가가 나타난것일 것이다.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선 어쩌면 하나의 차원 혹은 몇개의 차원이 더 필요할런지도 모른다. 그리고 앤 드류얀은 이런 우리가 다가가기 힘든 차원으로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게 과학이라 말한다. 인상적인 설명이었다.

 앤드류얀은 인간이 망쳐놓은 환경과, 종교적 극단주의, 민주주의의 파괴, 우경화를 걱정한다. 그리고 자연적 위기와 지구온난화는 이미 수십년전에 과학자들이 예측했던 것이다. 다만 그것을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이 확실하지 않다고 부정했을 뿐이다. 하지만 담배의 위해성도, 프레온 가스의 위해성도 처음엔 부정되었지만 결국 입증되었다. 낙관론자처럼 드루얀은 과학의 힘과 따뜻한 인간의 마음으로 이 위기가 과학의 올바른 사용으로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제발 그렇게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 책은 세권의 코스모스 시리즈중 주관이 많이 반영된 것겠지만 가장 재밌었다. TV로 나올 시리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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