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의 한 무리가 인간으로 진화한 이후, 호모 사피엔스는 뛰어난 지능과 사회성으로 그 개체 수를 꾸준히 늘려왔다. 현재 그 수는 무려 80억에 이르렀고 금세기 안에 100억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지구의 자연을 변환하여 만들어낸 산물들은 경제성장이라는 것으로 측정 되었다. 지표의 모습도 자신들의 발달한 문명을 이용해 몰라보게 변화시켜 인간의 생존과 생활 편의 만을 위해 도시라는 형태로 만들어 그곳에 모여산다. 그리고 인구 성장과 경제성장은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말한 것처럼 산업혁명이 촉발된 18-19세기까지 거의 변함이 없었다. 매우 밋밋한 성장이었다.
그러다 19세기 말부터 서구권을 중심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수명이 늘어났다. 책 '인구의 힘'에서는 서구 선진 사회의 인구가 어떻게 증가하고 안정세를 찾았으며 각 나라마다 다른 인구성장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구증가와 기술로 자연을 활용하고 착취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며 경제성장도 그에 못지 않은 궤적을 그렸다.
그래서 인간은 지난 100년 간 인구 성장과 경제 성장을 매우 당연 시 해왔다. 일부 지역이 두 가지 측면에서 마이너스를 겪거나 경제 공황이나 세계 대전 같은 이례적 사건으로 전 세계가 같이 고초를 겪긴 했지만 대부분 일시적이거나 국지적인 현상이었다. 세계의 인구와 경제는 매우 꾸준히 성장해왔다.
하지만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주요 요인은 출산율의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인구의 감소세로의 전환, 미중갈등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갈등, 기후위기다. 소위 성장의 시대에서 축소의 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책 '축소되는 세계'는 이러한 것에 관한 책이다.
향후 세계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과 감소하는 지역으로 나뉘게 된다. 극심하게 인구가 감소할 지역은 한국, 중국, 일본이 있는 동아시아이며, 유럽과 미국에서도 적지 않은 인구가 감소할 예정이다. 아직은 인구가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와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도 십수년 이후면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 예정이다. 하지만 당분간 전체적 인구는 성장하는데 이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의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 '인구의 힘'에서 언급된 것처럼 인구는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식량 공급이 안정화하고, 의료기술의 발달로 전염병 및 응급처치가 가능해져 사망률 및 평균수명이 늘어나 급격이 성장한다. 그리고 도시화로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며 자녀의 양육부담이 커지며 출산율이 급감하며 안정화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두 지역은 아직 열악한 도시화 수준과 심각한 빈곤, 여성의 낮은 교육수준으로 인해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게 된다.
현재 동아시아 지역의 인구 감소는 가장 심각한 상태다. 일본은 2040년이면 지자체의 절반이 소멸하며, 한국은 2020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률로 총인구 감소가 시작되었다. 중국은 지금 추세라면 2100년이면 인구의 절반이 감소한다. 다른 아시아 지역도 마찬가지여서 향후 5-10년이면 태국과 대만도 인구 감소가 확실시 된다. 현재 세계 최고의 인구 대국인 인도다 마찬가지인데 낮은 도시화율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인구 성장은 둔화하고 있으며 2050년 이후면 확실히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된다.
유럽은 서유럽과 동유럽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서유럽인 인구가 20세기 완성된 후 낮은 출산률로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동유럽은 사회적 영향이 컸다. 이들은 공산권의 붕괴 이후 서유럽과 경제적으로 통합되면서 더 나은 일자리를 향해 대규모 이주가 이뤄졌다. 주로 서유럽 쪽으로 이주가 이뤄졌는데 그래서 동유럽은 서유럽에 비해 더욱 빠르게 인구가 감소했다. 하지만 유럽은 미국보다 제조업이 강하고, 공공복지의 수준이 높아 상대적으로 안정된 인구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선진국 중 인구가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나라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률과 경제력을 바탕으로한 높은 인구 흡입률로 이주가 많다. 하지만 트럼프 이후 이주에 대한 제재가 강해지고 출산률도 낮아지면서 사실상 2020년대 들어 인구 성장이 멎춰버렸다. 인구가 감소하면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감소하며 축소도시가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가장 먼저 등장한게 미국인데 이는 2차대전 후 미국이 탈산업화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조업이나, 탄광 등이 있던 도시 위주로 축소도시가 심각하게 나타났다.
인구감소는 향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인구 통계요인부터 살펴보면 우선 고령인구가 증가한다. 그래서 그들을 위한 서비스와 복지시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다음은 1인 가구 증가로 이로 인해 주택공급과 수요간의 불일치가 일어난다. 셋째는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다. 대부분의 업종에서 노동자의 나이가 40세가 될 때 까지는 노동생산성이 증가하고 이후엔 감소한다. 그렇기에 고령노동자의 증가는 숙련노동자의 부족과 우수인재의 해외유출로 이어지게 된다. 마지막은 아동인구의 감소다. 이로 인해 학교를 비롯한 아동관련 시설의 수요가 감소한다.
다음은 경제성과에 미칠 영향이다. 우선 소비부분인데 상업활동이 줄어들고, 소비 공간 수요가 줄어들며 판매세가 줄어든다. 인간의 소비는 대개 30세부터 40세 중반까지 증가하며 이후에는 감소한다. 고령층이 다른 세대에 비해 앞서는 소비 부분은 의료비가 유일하다. 둘째는 생산성과 혁신이다. 산업성장이 감퇴하고, 숙련노동자가 줄어들며 역시 고급인재의 해외유출이 일어난다. 셋째는 투자와 자본시장에 대한 영향으로 인구감소로 인한 디플레이션이 고착화하면서 경제 전분야에 기대감이 사라져 자본투자가 크게 감소한다. 또한 기존 시설에 대한 투자 역시 멈추게 된다.
경제적 평등도 문제가 된다. 우선 지역 간 격차가 확대한다. 신자유주의는 대부분의 국가의 지방산업 및 제조업을 이전시켰다. 그래서 도시 간 격차가 커졌는데 인구 감소는 이를 더욱 가속화한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중심도시는 세력을 유지하거나 더 커질 가능성이 있고 주변 도시 및 축소도시는 쇠퇴가 가속화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경제적 불평등이 발생한다. 중심도시는 높은 자산 가격과 고임금의 일자리가 지속될 것이고 축소도시는 자산 가격이 폭락하고 일자리가 더욱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이로 인한 낙인효과마저 생겨나게 된다. 이 낙인 효과는 미래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하게 하여 축소도시의 인구 유출을 더욱 증가시킨다.
재정 및 정부에도 영향이 크다. 공공세수가 감소할 것이고 지자체의 세수는 더욱 줄 것이며 이로 인해 지자체의 서비스가 감소한다. 고령화로 연금과 복지서비스 수요가 증가하여 사회적 지출 수요가 커질 것이다. 축소도시는 텅 비게 되어 공공시설과 인프라가 잉여화한다.
주택시장에서는 주택공급과 수요가 불일치 하게 된다. 빈집이 증가하고 도심과 교외에서 나타나는 인구의 공간적 재구성이 일어나다. 그리고 언급한 것처럼 축소도시에서는 인구의 감소로 주택의 가치가 하락한다. 이로 인해 주택 투자가 줄어들고 주택의 가치도 감소한다.
마지막은 양극화와 분리의 문제다. 이미 신자유주의로 인해 양극화와 자산 차이에 따른 분리의 문제는 심각하다. 하지만 인구 감소는 이를 더욱 악화한다. 중심도시와 축소도시 간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이로 인해 시민은 참여가 감소하고 분노로 인해 포퓰리즘과 민족주의의 지지가 더욱 증가한다. 이런 현상은 책 '장벽의 시대'에 잘 언급되어 있다.
인구감소는 이처럼 전방위적 악영향을 가져오지만 설상가상으로 인류에겐 기후 문제도 있다. 기후변화는 도시에 많은 영향을 미칠 예정인데 기온 상승으로 인한 폭염의 증가, 해수면 상승, 심각한 폭풍, 산불 증가, 가뭄과 사막화 증가, 식량 생산 감소, 강제 이동과 이주의 증가, 경제활동 감소와 경기의 침체다.
기후 위기로 해수 온도와 염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날이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멕시코 만류가 아예 멈춰 버릴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인도와 남미, 서아프리카는 강수가 감소하고 유럽은 폭풍이 증가하고 기온은 내려가며 북미는 폭풍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게 된다. 인간이 만든 도시는 상당수가 강가와 해안가에 위치하는데 기후 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폭풍의 증가는 도시의 유지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도시는 인구 밀도가 높고 인간이 만든 복잡한 기반시설이 가득하며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뒤덮여 있어 기후위기에 더욱 취약하다. 열이 잘 빠져나가지 않아 폭염에 시달리게 되고, 배수가 잘 되지 않아 홍수가 나기 쉽기 때문이다. 라고스, 방콕, 자카르타는 대표적 저지대 도시로 원래 홍수에 약하다. 이들 도시는 인구 증가로 인한 식수 부족으로 수십년간 지하수를 마구잡이로 사용하여 도시가 상당히 빠르게 침하되고 있다. 이들 도시는 모조리 포장되어 있어 강수로 인한 지하수 공급도 불가능하다. 이 같은 아시아의 도시들은 기상 이변으로 도시의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전력이 부족하고, 질병창궐과 상수도 공급중단, 폭염, 대기오염에 시달릴 것으로 예측된다.
기온의 상승은 경제성장과도 밀접하다. 향후 세계는 인구 감소로 인한 수요의 감소와 숙력노동자의 감소 및 투자의 후퇴로 경제가 후퇴할 것 가능성이 놀다. 기후 위기는 여기에 기름을 붙는다. 연구결과 연평균기온 13도까지는 노동생산성이 향상된다. 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노동생산성은 하락한다. 더위에 신체가 지치는 것이다. 그래서 2100년가지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 생산량은 무려 23%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논의는 책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에 자세히 정리되어 있다.
기온의 상승으로 식량생산의 감소도 예측되는데 아프리카 남부, 서아프리카, 지중해 분지, 미국 서부등 많은 지역에서 농업생산량이 감소된다. 특히, 지중해 지역과 미서부는 세계의 식량창고이기에 그 영향력이 엄청나다. 반면 캐나다와 시베리아, 북유럽은 농업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세계는 전제주의 국가의 등장으로 지정학적 위기도 갖고 있다. 90년대 초 동구권의 붕괴로 세계는 미국과 서구사회를 필두로 한 자유민주주의에 포섭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다. 헝가리, 튀르키예, 중국 등의 국가들은 오히려 더 독재화하였다. 이들은 오히려 경제적으로 성공함으로서 정권의 회복력과 유지력이 갈수록 강화하였다. 그리고 아직 경제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전제주의 국가들에게도 하나의 모범적 사례가 됨으로써 여타 국가들의 자유민주주의로의 전환도 늦추었다. 이 정권들은 서구와의 경쟁으로 기후 변화와 인구감소라는 세계적 과제의 대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협력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파도를 해치기 위해 책은 지속가능하고 지역화한 경제와 사회의 구축을 주장한다. 여기엔 4가지 원칙이 있다.
1. 올바르게 통치하고 바람직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공공 민간의 협력, 도시 주민. 민간 지도자 간의 개방적인 의사소통지원 및 신뢰 형성이다.
2. 모든 수준과 모든 연령에서의 교육을 포함해 지역 사회의 인적 자본구축 노력
3. 자연환경과 건축 환경에서부터 안전, 양질의 의료 서비스, 식량 안보에 이르기까지 지역의 모든 이의 삶의 질 개선 노력
4. 환경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지역 경제의 모든 측면에서 통합 노력
이런 식으로 지역화가 이뤄진 기반에서 소도시간 네트워크가 이뤄지면 생산이 늘고 교육이 높아지며 세계경제에 대한 의존성이 낮아지게 된다. 지속가능한 도시가 생겨날 수 있는 것인데 포용적이고 참여적 지역사회, 경제적인 구조(로컬푸드 시스템, 분산생산, 분산된 에너지 공급, 재택 및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과 삶의 질 관련 구조(수자원과 녹지 인프라, 예술과 문화, 공공영역), 사회적인 구조(고령화 친화, 네트워크한 교육기회, 네트워크한 의료서비스와 시스템)이 함께 달성되어야 가능하다. 책 '지방도시 살생부'에서도 비슷한 논의를 펼친적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한국적인 측면이 더 강하게 드러나 있어 같이 살펴볼 만하다.
저자는 3중고의 위기에도 미래에 미국이 유럽연합과 중국을 제치고 여전히 강국으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3가지다. 우선 기후 변화로 미국 남부와 서부 지역이 상당한 고통을 겪겠지만 미국의 전체적인 위치는 중위도 및 고위도로 상대적으로 기후위기에 버틸만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춥고 서늘한 지역은 인구의 이주를 받을 만한 상당한 여력이 있다. 국토의 상당수나 열대 아열대 및 중부이며 인구를 받을 만한 지역도 상당히 부족한 중국과는 다른 면이다. 둘째는 미국은 인구가 감소세이긴 해도 그것이 가장 최근의 일이고 다른 선진국에 비해 출산률이 높고 젊은 층이 많으며 이주에 대한 수요도 많다는 점이다. 마지막은 미국은 제조업이 부족하고 내수경제 중심으로 경제가 돌아가며 대부분의 식량 및 원자재로 자급자족이 가능해 지정학적 위기에도 강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저자가 언급하진 않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도 한몫을 하게 될게 분명하다.
인구의 감소는 성장을 멈추고 자본주의에 상당한 제동을 걸 것이란 점에서 인간이 지난 100년 이상 겪어 보지 못한 위기가 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인구의 감소는 기후 위기의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며 인구 감소는 인구증가와 성장이 불러온 여러 역효과를 해소할 가능성이 있다. 인구의 감소는 투자와 수요의 감소, 생산성의 감소로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지만 여기엔 과학기술발달에 의한 생산성의 혁신이란 면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저자는 스스로도 인정했을 만큼 기술의 단기간 발달에 부정적이지만 인구감소와 기후위기,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적인 것인 만큼 기술의 발달로 인한 산업생산성의 향상도 충분한 일어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 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