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책 익스텐드 마인드를 읽었다. 글자 그대로 생각의 확장이다. 인간의 사고의 중추는 당연히 두뇌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람의 사고력을 강화하고 발전하려면 두뇌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 익스텐드 마인드'는 제목처럼 사고력의 발달은 그 두뇌에 자극을 주는 환경과 관련지어야 함을 주장한다. 뇌는 두개골에 갇혀 있지만 다른 신체 및 감각기관에 의해 다른 것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책에서 두뇌의 확장으로 보는 것은 3가지 항목으로 나의 몸과, 공간, 타인이다. 먼저 몸을 살펴본다.


1. 몸

 가. 내수용 감각

 내수용 감각은 글자 그대로 사람이 자신의 신체 반응에 대해 느끼는 감각이다. 예를 들면 심장박동을 들 수 있는데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고 그 횟수를 셀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평소에는 감지 하지 못하나 흥분상태인 경우에만 부분적으로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접하는 상당한 정보량을 수집하고 저장한다. 이것이 무의식의 영역에서 처리되는 것은 다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의식적으로 두뇌가 처리하기엔 너무 과다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정보는 미래에 생존을 위한 판단에 매우 중요한 데이터로 작용한다. 우리 몸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규칙적인 정보를 찾아내고 저장하면서 미래에 그 정보를 참고할 수 있도록 태그를 붙인다. 그리고 이 태그를 붙인 패턴이 나중에 감지되면 우리의 내수용 감각이 이에 반응하여 이를 알려주게 된다. 

 책 '자유의지는 없다'는 이와 비슷한 설명을 한다. 사람은 의식적으로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최근의 뇌 연구는 선택을 하기 전 이미 판단이 이뤄진 상태고 의식은 이런 판단을 했다는 생각을 후천적으로 하게만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의 판단이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데, 다만 인간의 의식과 평소의 생각이 무의식에 판단하는 데이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평소 나의 의지와 의식은 그런 식으로 나를 개선시킬 수는 있다는 내용이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신체 감각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은 이른 무의식적으로 처리되는 패턴을 다소 의식적인 차원에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명상을 하는 사람들은 내수용 감각을 보다 잘 인지하게 되는데, 연구 결과 최후통첩 게임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의 제안을 거부한다. 이는 합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감정적으로 반응해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명상을 통해 내수용감각을 잘 인지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불공평한 제안을 보다 잘 수용했다. 

 내수용감각은 꼭 타고나는 것은 아니며 학습을 통해 발달시킬 수 있다. 방법은 우선 자신의 감지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어떠한 판단을 할 때 그 순간 나에게 발생한 신체 내부의 감각을 상세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각을 명명하는 것이다. 

 내수용 감각에 대한 자각은 이처럼 개인이 더 나은 판단을 내리게 하게 하고, 스트레스에서 더 쉽게 회복하게 도우며, 더 다채롭고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나. 움직이기

 현대 사회는 인간이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하기를 요구하며 움직이는 것은 그것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움직이는 학생과 직장인을 학교의 교사와 기업의 관리자는 절대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대부분을 수렵채집생활을 하며 보냈는데 이는 사람에게 격렬한 움직임을 요구한다. 실제 인간은 주변 환경을 적극적으로 탐색할 때 시각계가 더 예민해진다. 연구결과 방사선 전문의들은 앉아서 할 때보다 트레드 밀 위를 걷고 있을 때 엑스레이상 더 문제 있는 결절을 잘 찾아냈다.

 조인성과 정우성이 검사로 나오는 영화 '더 킹' 에서는 조인성의 고교시절이 나온다. 그는 원래 공부못하는 문제 학생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쌈판에서 서로 쫓고 쫓기는 상황에서 책의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화적 상상력이지만 이는 상당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  

 책 '운동화 신은 뇌'는 운동과 학습의 관련성을 조명한다. 대부분의 통념은 운동은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운동은 뇌를 강하게 자극하고 활성화한다. 연구결과 학습하기 전 적절한 운동은 뇌세포를 활성화시키고 학습을 위한 뇌세포를 만들어낸다. 때문에 학습전의 운동은 오히려 학습을 위한 적절한 준비가 되며 그 효과를 증대시킨다는 것이 책' 운동화 신은 뇌'의 골자다.

 인간의 뇌가 커진데에는 사회가 커진 것, 육식을 하게 된 것, 문명이 발달하게 된 것등 여러가지 요인이 제기되지만 익스텐드 마인드에서 저자는 인간의 뇌가 커질 수 있었던 것은 격렬한 운동을 통해 유산소 활동이 극적으로 증가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몹시 흥미로운 주장이다. 이 모든 것들은 같이 일어났을 지도 모른다. 

 이처럼 신체활동과 정신적 예민함은 병존함에도 도시 거주 현대인은 수렵채집활동 시기에 비해 신체활동이 하루 14배나 감소했다. 학생은 하루 중 절반의 시간을 앉아 있으며 성인은 근무시간의 무려 2/3을 앉아서 보낸다. 이는 정신적 둔함을 불러옴과 동시에 건강에도 매우 좋지 않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저 소모는 13%나 증가하며 정신적으로 더 예민해질 수 있다. 그래서 스탠딩 데스크의 도입이 중요한데 이를 사용하면 학생의 실행기능 향상과 학업이 증가하며, 직장인은 생산성이 향상한다. 

 2016년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의 정신과 교수 줄리 슈비아처는 ADHD진단을 받은 10-17세 아이를 연구했다. 이 아동들은 산만하여 쉽지 않은 정신 과제를 수행할 때 어려움을 겪었는데 놀랍게도 움직임을 허용하자 과제 해결에 필요한 인지능력이 증가했다. 

 그리고 인지능력 향상을 위한 적절한 움직임은 개인마다 상이하다. 일부 사람들은 꼼지락 거림 만으로도 최적의 인지능력을 얻을 수 있다. 꼼지락 거림은 좀 더 유연하고 창의적 사고로 이어지는 긍정적 감정상태로 인간을 유도한다. 낙서 역시 지루한 과제 수행에 도움이 되는데 낙서를 하는 경우 29%나 정보를 더 많이 기억했다. 이런 행위는 대부분의 수업과 직장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운동의 강도 역시 중요하다. 운동은 저강도, 중강도, 고강도를 나뉠 수 있는데 이것과 인지기능의 역U자형 곡선을 보인다. 즉, 저강도 일 때 낮은 인지 능력, 중강도 일 때 높은 인지능력, 다시 고강도일 때 낮은 인지능력 향상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적당한 시간의 중강도 운동이 적절하다. 이는 높은 각성상태와 뇌의 혈류증가, 뇌의 정보전달 효율성과 뇌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신경물질 분비 증가와 관련한다. 그리고 이런 긍정적 뇌 상태는 중강도 운동 이후 2시간 동안 유지된다. 

 고강도 운동은 인지 능력의 향상에 방해가 되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고강도 운동은 다시엔 인지에 방해가 되나 오히려 창의적 사고에 도움이 되는 일종의 변성상태를 가지고 온다. 그러면서 생각과 느낌이 자유롭게 섞이면서 독특하고 예상치 못한 생각이 나중에 떠오르는데 도움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고강도 운동은 최대 심박 80%정도의 강도가 40분 이상 유지되는 정도의 운동을 말한다. 


다. 움직임과 제스처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몸짓으로 상대방과 의사소통한다. 인간은 언어가 있지만 이전엔 몸짓으로 대화했을 것이 분명하며 지금도 비지시적 언어가 상당부분 인간의 의사소통에 자리하고 있다. 행위화 효과는 움직임과 정보를 연결하면 두 가지 유형의 기억이 모두 활성화 하고 기억이 더 정확해진다는 것이다. 

 배우들은 일반인이 보기에 말도 안되는 엄청난 양의 대사를 98% 정확도로 암기한다. 심지어 촬영이나 공연이 끝나고 몇 달이 지나도 90%의 정확도를 보이곤 한다. 이는 놀라운 수치인데 이것이 가능한 것은 그들의 대사가 바로 몸짓과 관련하기 때문이다. 실제 배우들은 공연이나 영화에서 뻣뻣이 있는 상태가 아닌 상당한 움직임과 같이 대사를 구사한다. 

 때문에 학습전략에 있어 움직임을 포함한 학생은 암기 내용의 76%를 다시 상기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 비율이 36%까지 떨어지게 된다. 사고력 강화와 관련한 움직임은 4가지로 동일한 움직임, 새로운 움직임, 자기지시적 움직임, 은유적 움직임이다. 

 동일한 움직임은 이해하고 기억하는 과정에서 신체요소를 도입하여 낯설고 새로운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다. 독서를 하며 책의 단어를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나 더하기 빼기를 하며 실제로 앞 뒤로 이동해보는 것이다. 새로운 움직임은 전에 경험하지 못한 것을 신체표현을 통해 추상적 개념을 익히는 것이다. 물리학의 각속도나 구심력을 실제 회전 행위로 경험해볼 수 있다. 자기 지시적 움직임은 우리 몸을 지적 활동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생각하며 광선 위에 올라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자신을 DNA나, 염색체, 면역계, 암세포라고 상상하는 것도 그러하다. 이런 자기 지시적 움직임은 새로운 지식을 자신의 정체성, 경험과 관련 짓는 행위를 통해  일종의 통합 접착제 기능을 하게 되며 이는 깊은 이해와 다른 관점을 고려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은유적 움직임은 정신을 자극하는 동작을 통해 은유가 표현하고자 하는 상태로 몸을 밀어넣는 것이다. 

 제스처는 추상적인 생각을 인간적 척도, 체화된 용어 그리고 구경꾼들이 동작하는 사람의 관점을 정신저긍로 시뮬레이션 하기 쉬운 행동으로 만들어준다. 효과적인 제스처를 사용한 회사 설립자들은 신규자금을 유치하는 가능성이 12%나 상승한다. 제스처는 시각적 신호나 운동 신경 신호로 구어를 보강하여 기억력을 상승시키고 정보를 뇌가 아닌 몸으로 떠넘겨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게 해준다. 그리고 제스처는 추상적인 생각의 이해와 표현에 도움을 준다.

 부모가 제스처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 아이는 더 광범위한 언어를 습득하며, 실제로 고소득 부모는 저소득 부모보다 제스처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 결과 제스처를 많이 사용하는 고소득부모의 자녀는 14개월 때 90분 간 24개의 제스처를 사용했고 저소득 부모의 자녀는 같은 조건에서 13개의 제스처만을 사용했다. 그 결과 두 부류의 아이들은 입학 때 고소득 자녀는 어휘이해력 점수가 평균 113점이었던 반면 저소득층 아이들은 93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때문에 교사는 몸짓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교육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영상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몸짓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교육영상중 무려 68%가 제스처의 핵심은 손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2. 공간

 가. 자연환경

 뇌는 기본적으로 뇌가 작동하는 환경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현대의 인간은 예리한 선과 완벽한 질감의 현대적 건물과 고속도로를 건설했지만 사람은 이런 환경에 불편함을 느낀다. 우리는 처리할 수 있는 감각 자극이 있는데 현대의 것들은 이것과 부적합하여 인간의 정신적 자원을 고갈시킨다. 사실 인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편안한 환경은 자연환경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현대적 도시에 머무르며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의 평생의 겨우 7%다. 미국 성인의 60% 이상이 매주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이 5시간 이하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안전하고 자원이 풍부해 보이는 풍경을 선호한다. 나무와 초원, 수원이 있는 곳들

이다. 책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에서는 인간이 좋아하는 풍경으로 사바나의 환경을 제시한다. 인간이 진화한 환경으로 이곳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연은 매우 복잡하지만 기본적으로 반복이 있는 프랙털 환경을 보여준다. 책은 인간이 이런 것을 선호하는 것도 보여준다. 프랙털의 복잡성은 0-3인데 이중 자연은 1.3-1.5정도를 보이며 인간은 이를 가장 선호하고 평안함을 느낀다.

 자연을 산책한 사람은 이전보다 부정적인 반추가 줄어들고 작업기록도 20%나 향상한다. 인간의 정신자원은 쉽게 고갈하는데 자연풍경은 이를 다시 채워준다. 자연경관은 도시보다 원색이고 단순하며 색변화가 적고 직선보다 곡선이 많다. 그리고 가장 자리가 빽빽히 채워진 경향이 있다. 그리고 도시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시작 정보를 제공하지만 익숙한 프랙털패턴이기에 인지적 부담이 없다.

 자연을 바라보면 20-60초 사이에 심박수가 줄고 혈압이 내려가고 호흡이 규칙적이 된다. 그로 인해 뇌활동이 편안해지고 눈도 한곳을 오래 응시하고 깜빡임이 줄어든다. 자연에서 사람은 스트레스가 줄고, 정신적 평정이 오며, 회복력이 올라가고 집중력과 주의력이 상승한다. 

 바이오 필리아 가설이 있다. 이는 인간이 생명이나 생명이 느껴지는 과정에 집중하는 본능이 있고 이와 연결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인간의 뇌는 식물에 내재한 일관된 구조와 중복된 정보를 선호한다. 그래서 사무실에 식물이 있으면 주의력과 기억력, 생산성이 향상한다. 이는 교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연을 바라보는 경외감은 사람을 더 친화적 이타적으로 만들고 이기심을 줄여 공동작업의 효율을 높인다.

 


나. 건축학

 

신경건축학은 우리 니가 건물과 건물 내부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는 책 '공간 혁명'에서 제시된 용어로 익스텐드 마인드에서도 등장한다. 인간은 이런 신경건축학을 무시한 소위 비정신적 공간을 건축했다. 그 이유로 책은 3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대부분의 사람이 의식적으로 인위적 공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런 사려 깊은 건축은 효율을 앞세운 직선과 네모진 건물에 비해 시간과 노력, 비용을 더 많이 요구한다. 마지막은 건축가나 디자이너가 대담한 아이디어로 주목받고 그런 건축을 추구하다보니 사람을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 건축을 행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오늘 날 우리는 인간의 본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공간에서 배우고 일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효과적인 사고가 어렵게 되었다. 

 인간의 건축에서 벽은 문명의 발달과 같이 등장한다. 추상적 사고에 대한 요구와 개인적 보호라는 본능이 자리하면서 벽이라는 구조물이 등장한다. 벽은 낯선 고밀도의 타인에게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신을 보호하게 하여 타인을 경계하는 인지적 부담에서 개인을 해방시켰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건축학에서 벽은 방해물로 여겨지게 되었다. 공유공간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앨런 곡선은 물리적 거리와 의사소통의 빈도 사이의 일관된 관계를 의미한다. 1.8미터 간격이 20미터 간격보다 규칙적 대화가능성을 4배나 높인다. 가까운 물리적 거리는 마주침의 가능성을 높이고 비공식적 교류를 늘려 생산성 협력에 이바지 할 수 있다. 그래서 앨런은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통과해 지나가는 공유 공간이 만남을 장려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미MIT에는 무한 복도가 있는데 이는 여러 건물을 관통하기에 여러 사람을 만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과도한 개방공간과 만남은 오히려 창의성과 인지적 사고를 방해한다. 인간은 자신의 활동이 밖으러 잘 드러나지 않을 때 작업이 빠르고 더 효과적이다. 지나치게 개방된 공간은 자기 재량을 감소시켜 사람들의 대화를 오히려 피상적으로 만들고 대화 자체의 빈도도 줄인다. 그래서 충분한 만남과 개방 및 공유공간과 더불어 자기 공간도 중요하다. 인간은 자기만의 공간에서 더 자신감이 있고, 능률적이고 생산적이며 집중력이 높다. 

 공간이 자기 것이 되려면 그곳에 대한 주인의식과 통제력이 있어야 한다. 연구결과 단출한 사물실, 집기가 잘 갖춰진 사무실, 자기 권한이 있는 사무실에서 사람들은 1배, 1.15배, 1.3배의 효율성 차이를 보였다. 사람은 자기 공간을 꾸미기를 좋아하는데 직접 벽지를 바르거나 무언가를 설치하는 것 외에도 단순히 책상에 본인이 원하는 피규어나 용품 등을 가져다 놓는 행위도 그러하다. 하지만 각급 학교와 직장은 이를 잘 허용치 않는다.


다.  인지 공간

 우수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은 장소법을 활용한다. 특정 항목을 우리 인간이 공유하는 장소와 연결해 효과적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연구결과 우수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은 특별한 뇌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이들은 해마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학습전략을 잘 사용한다. 인간의 사고는 이처럼 물리적 공간과 관련이 깊은데 실제 사람은 과거는 뒤, 미래는 앞이라고 말하며 , 목표에 도달한다고 말하고, 몸을 낮게 굽혀야 한다고 말한다. 

 해마는 물리적 공간 탐색과 관련이 깊은데 해마는 또한 우리의 생각과 기억을 일반적으로 체계화하는데 관여한다. 

 인간은 유아기에 기억 상실이 있곤 한데 이는 아직 이동능력이 없어 공간과 기억을 연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있는데 책 '나라는 착각' 에서는 유아기의 기억 상실을 아직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하여 설명한다. 사람의 모든 지식은 이야기의 구조를 띠고 있으며 인간은 모든 정보를 다 기억하지 않고 선별하기에 특정 부분을 인과적으로 연결하여 주목하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하여튼 공간에 의지하면 인간의 기억력은 2배나 확장이 가능하다. 이런 공간은 반드시 물리적인 것 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이미 유명한 개념 지도는 우리 아는 것을 성찰하고 논리 정연하게 구조화하는 것이다. 개념 지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안의 내용을 더 잘 기억하게 된다. 

 초대형 고화질 디스플레이는 시각화 작업의 평균 속도를 10배나 늘린다. 시야가 더 넓어지고 주변부를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연구결과 한 화면이 아닌 여러 화면으로 정보를 제공받을 때 56%나 기억력이 상승했다. 화면이 작다는 것은 우리의 개념을 구성하는 지도가 그 화면 자체에 완전히 배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계속 머리에 남겨야 하고 그것이 인지를 고갈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이 여러 컴퓨터 화면을 사용하고, 큰 칠판에 같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정리하며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이런 것에 대한 인지때문일지도 모른다. 


3. 다른 사람

 가. 모방대상

  창의성이 중시되는 시대이다 보니 모방은 그리 좋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인간은 완전한 창조는 거의 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성과물과 학습은 모방에서 출발한다. 과거 유럽엔 도제제도가 있었으며 그것은 거의 모방으로 이뤄졌다. 도제는 처음에 과제를 소리내어 설명한다. 다음은 학습자가 직접 그 과제를 시도하고, 학습자의 과제해결능력이 향상되면 서서히 학습지도를 줄여나가며 마지막은 학습자가 배우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지원하는 정도로 나아간다.

 모방에 대한 부정적인 사조는 18세기 낭만주의에서 기원한다. 당시 산업화로 인해 같은 공산품의 양산되고 인쇄기의 보편화로 모방이 폄훼 및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진 것이다. 하지만 모방은 긍정적 효과가 많다. 우선 그 대상자를 긍정적으로 여기게 하며 단지 수동적 관찰자가 아니라 역동적 행위자로 통찰을 얻게 하고 우리 스스로에 대한 관심을 타인으로 확장하게 한다.

 모방이 성공적인 이유는 이미 모방 대상이 성공적인 모델이므로 다른 가능한 옵션을 선택범위에서 제거해 모방자의 인지적 부담을 준인다는 점이다. 또한 그로 인해 다른 것을 선택하는 실수를 줄 일 수 있으며 모방자는 속임수나 비밀유지의 필요성이 사라지고, 직접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 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좋은 모방대상으로는 전문가가 있다. 전문가는 습관적으로 여러 작업을 하나의 정신 단위로 묶어나 압축한다. 이는 초보자가 모방하기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전문가는 전분야에 걸쳐 초보자와 다르게 사안을 본다. 그들은 당면한 상황의 가장 중요한 측면에 집중하면서도 이를 빠르고 완벽하게 큰 그림으로 파악한다. 이런 전문가의 성향에 대한 모방은 인지력과 학습력을 키우기 위한 매우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나. 협업하기 

 4년 간 수백명의 대학원생의 지적 발전을 추적한 결과 그들의 발전은 가설 생성, 실험 설계, 자려 분석 같은 중요한 기술이나 지도 교수의 가르침이 아닌 연구실에서 그들의 동료들과 함께 하는 밀접한 활동과 관련했음이 밝혀졌다. 

 사실 인간의 지적 사고의 발달은 사회적 과정이다. 심지어 혼자 생각할 때 조차 인간은 자기 자신 혹은 가상의 존재와 대화하는 형식을 갖는다. 인간의 뇌는 사회적인 과정과 비사회적 과정을 따로 저장하는데 당연히 사회적인 과정의 것을 더 잘 저장하고 활용한다. 

 연구결과 인간의 뇌는 읽거나, 수동적으로 듣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실제 대화할 때 하위 중앙영역이 활성화 한다. 이 부위는 우리가 대화 상대의 말을 예측하고 즉흥적으로 반응하게 할 수 있게 하는 곳이다. 그래서 학습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게 하는 방법은 효과적일 수 있다. 이 방법은 전통적인 것으로 대개 공부를 잘 하는 사람에게 시키게 하지만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에게도 이러한 방법은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인간은 대개 확증편향으로 인해 자기 자신의 의견은 잘 평가하지 못하지만 타인의 의견엔 상당히 잘 평가한다. 이는 타인에게 속아넘어가지 않기 위함인데 그래서 사회적 상호학습이 중요하다. 

 협업하기는 반드시 모여서 뭔가를 연구하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서로 간의 업무나 학습에 대한 이야가도 상당히 효과적이다. 인간은 인과 관계의 증거를 찾으려 하기에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실제 인간은 글보다 이야기에 담긴 정보를 훨씬 더 잘 기억한다. 다양한 직역에서는 순간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많다. 이런 모든 것을 메뉴얼로 만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같은 직역의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자주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이런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된다. 때문에 건강한 조직은 서로 이야기를 나눌 가십 공간과 시간이 중요하다. 


다. 동기화

 동기화는 집단 구성원들이 강한 결속력을 갖고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정서적 관점에서 동기화는 타인을 가족이나 친구처럼 보이게 한다. 다른 사람과 동기화한 그룹은 더 포괄적으로 그룹을 형성하고 더 효율적으로 작업한다. 그래서 세계 각지는 사회적 결속력과 협동의 증가를 위해 의식이나 의례를 통해 동기화를 일으키는 생리적 각성도구를 사용한다.

 모든 국가와 일선 기업이나 조직, 학교들은 자신들을 상징하는 표식이나 노래 등을 거의 반드시 갖고 있는데 이런 장치들은 구성원을 모두 동기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책' 도둑 맞은 집중력'에는 우리 사회가 집중력을 빼앗겨 한 문제에 같이 집중하는 성향이 사라진 점이 강하게 지적한다. 이는 공유된 주의력인데 타인과 동시에 사물이나 현상에 집중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문제해결은 타인과 같이 집중할 때 더 잘 해결된다.
 사람은 어떤 그룹에 속해 있고 그것에 대해 진심 어린 소속감을 느끼면 개인의 정체성이 그룹의 성공에 단단히 결속된다. 이런 멤버십은 강력한 동기 부여의 원천이 된다. 
 이런 집단성은 향상시킬 수 있는데 우선 직접 만나 같이 배우고 익혀야 하며, 교육과 훈련을 같이 하고, 무언가를 느끼며, 의식을 치루고, 같이 행사, 식사하기. 걷기 등의 일상을 공유해야 한다. 즉, 집단성은 같은 근거리에서 움직이고 말하고, 일하는데 달려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툭하면 모든 조직이 같이 밥을 먹고, 여러 행사로 무언가를 같이 하려는 행위는 이런 집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시도다.  
 동기화를 통한 집단성은 지식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복잡성이 크게 늘어난 현대사회에 필수적이다. 오늘날 과학기술 논문 중 저자가 1인인 경우는 10% 미만에 불과하다. 그리고 특허 출원의 70%가 공동이다. 이미 혼자서 무언가를 해내기는 매우 어려운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개인 모델에서 벗어나 그룹으로 작동하고 집단 심리가 원활하게 작용하는 새로운 행동양식을 제도화할 것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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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도 오늘로 절반이 지나간다. 6월의 마지막 날이 오늘까지 49권의 책을 읽었다. 늘 목표는 연간 100권 이상이다. 인생에 여유가 조금 있으면 다소 넘기도, 바쁘고 힘들면 다소 모자라기도 한다. 읽은 책을 분야별로 정리한다. 늘 그렇듯 다양하게 읽으려 하나 깊이가 부족해 보이고 교육 분야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 최근 에듀테크를 열중해서 인 듯 하다.


과학[7권]-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사피엔스의 죽음, 물고기는 알고 있다, 암완치 로드맵, 

            열방약국 말기암 통합요법 상담소, 자폐스펙트럼과 하이퍼월드, 새의 감각


경제[5권]-2023 대한민국 산업지도, 바이오 대박넝쿨, 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

            어떻게 살 것인가, 다가올 5년 미래경제를 말한다


문학[5권]-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그리스인 조르바, 막손이 두부, 비밀, 사선을 걷는 남자


교육[15권]-우리는 책 모임 하러 학교에 갑니다, 개념기반 교육과정 및 수업, 

             선생님 오늘도 무사히, 대한민국 교육트렌드2023, 미래교육나침반, 

             대한민국 미래교육트렌드, 디지털 소양을 기르는 인공지능 수업 디자인, 

             교육혁명2030, 선생님 죽지 마세요, 주도성, 새로운 학교의 탄생, 

             코스페이시스 스타터,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 에듀테크의 시대, 교육이 없는 나라


사회[7권]-고통 구경하는 사회, 장하리, 축소되는 세계, 중독의 시대, 대한민국 소멸보고서, 

            가불선진국,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인문[2권]-휴먼 에이지, 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


예술[1권]-난처한 동양미술이야기3


역사[2권]-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 블랙어스


지리[2권]-지정학, 지리를 알면 보이는 것들


미래[2권]-AI이후의 세계, 세계미래보고서2024-2034


경영투자[1권]-나는 배당투자로 매일 스타벅스 커피를 공짜로 마신다


10,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유시민의 가장 최근 책이며 가장 주관적인 책이다. 윤석렬 정권 2년 후, 총선 이후로도 변하지 않는 집권 여당과 대통령을 보며 향후에 대해 논한 책이다. 최근 정말 향후를 논하는 정치인과 사회적 분위기, 심지어 국민청원까지 난리다. 가독성이 매우 높고, 언론을 다루는 부분과 대통령의 향후 방안에 대한 3가지 논의가 인상적이다.




9. 개념기반 교육과정과 수업

2015 개정교육과정은 이해중심교육과정으로 편성되었으며 2022 개정교육과정은 개념기반 교육과정으로 편성되었다. 교사라면 변경된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반드시 봐야할 책이다. 이 책은 보면서 개념기반 교육과정의 주요 단계와 절차, 의의, 설계에 대해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8. 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

사 놓고 정말 오래 묶여 놓은 책이다. 올해 보면서 진작 볼 것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역사라는 학문과 본질적 이해라는 측면에서 개인적 회의를 좀 느끼면서 역사 책을 많이 보고 있지 않지만 역사가 재밌고, 가치로운 것은 분명하다. 나름 정조와 정약용이 무척 진보적이라 생각해왔는데 저자가 보여준 내용은 정반대였다.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7. 사피엔스의 죽음
죽음에 대한 두 남자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책이다. 죽음은 개체에겐 불행이나 진화에선 필수 요소다. 이전 개체는 진화를 위해 번식까지만 생존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유전자는 생존기계가 번식이 가능한 시점과 양육을 위한 시기까지만 살아남게 설계했다. 그러한 부분에 대한 진화적 고찰이다. 딱딱한 과학책이 싫다면 진화와 죽음, 생명에 대해 가볍게 접근하며 생각할 수 있는 책이다. 재밌다.


6. 휴먼 에이지
인간사를 쭉 개관한 책이다. 이런 책을 많이 읽어 흥미가 좀 떨어졌지만 환경생태적 측면에서 접근한 책이라 차별성이 있었다. 책은 온난화와 친환경 도시와 건물, 새로운 서식지인 도시에 적응한 생명들, 인간이 바꿔버린 지구의 표면, 새로운 인간세에 대한 서술로 마무리 된다. 좋은 책이며 많은 새로운 시야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5.2023 대한민국 산업지도
 책은 우리 나라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분야의 기업들을 다룬다. 물론 상장기업이다. 단순히 기업만 다루는게 아니라 우리 나라의 산업의 특징에 대해서도 다룬다. 그래서 이 책은 투자도서이면서도 한국의 경제와 중요 기업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제법 두껍지만 많은 내용을 노트하며 읽었다. 책이 성공적이었는지 매년 시리즈가 나오는 듯 하다. 격년정도로 읽을 계획이다.


4. 새의 감각
동물은 자신들의 감각체계에 따라 세계를 구성한다. 인간의 감각세계와 세계에 대한 이해는 철저히 가시광선과 가청범위에 따라 결정된다. 그것은 새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그래서 책은 새의 시각과 청각, 후각, 촉각, 자기력 감각에 대해서 다룬다. 새에 대한 많은 재밌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최고라는 오만함과 그들과 우리의 유사상과 차이점을 알기 위해서라도 이런책은 꾸준히 봐야 한다.


3. 물고기는 알고 있다
인간은 물고기를 단순히 먹이 취급하지만 이들은 유구한 진화의 역사를 갖고 있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고, 시각체계 등을 갖고 있다. 이들 역시 통증을 느끼고, 다양한 사회관계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물고기는 생각보다 인지능력과 기억이 우수하며 무리짓기를 하며 집단 행동을 한다. 책은 이런 물고기에 대한 재미난 사실을 늘어놓고 이들의 우수성을 역설하며 인도적 대우를 주장한다. 

2. 어떻게 살 것인가
제목만 보면 마치 철학책 같지만 철저한 실용서다. 한국인은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인 만큼 이것의 취득과 사용이 무척 중요하다. 향후 인구구조와 청년 계층의 어려움으로 한국의 부동산을 암울하게 전망한다. 집값을 수요와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철저히 분석하고 있으며 한국의 수많은 투기 세력이 공급이고, 집을 사고자 하는 욕망과 실질적 필요가 수요가 된다. 이에 따른 집값의 변화를 잘 분석했다. 얇은 책이지만 많이 배운 책이다.

1. 블랙 어스

역시 사 놓고 오래 쟁여놓다 해결한 책이다. 생각보다 읽기 힘들었고 두께도 제법이다. 2차대전을 일으키고 학살을 자행한 히틀러에 대한 생각을 잘 알 수 있었다. 또한 2차 대전 동유럽에서 일어난 학살과 현지인의 협조에 대한 생각도 우수했다. 해당지역이 무정부상태이고 한 번 다른 국가에 의해 점령된 적이 있다는 배경은 학살의 협조를 가속화 했다. 이를 독일과 다른 나라와의 관계, 독일이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관련시켜 총체적으로 잘 분석 망라한 책이다. 다만 생각보다 어려우며 2차 대전에 대한 배경지식과 유럽 지도 정도는 보지 않고도 떠올릴 수 있어야 그나마 읽기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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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4월 20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엄마가 이미 2022년에 돌아가셨으니 난 고아가 된 셈이다. 내 나이가 이미 한국 중위 연령을 넘어섰기에 정확히는 '고독한 아저씨'가 된 셈이다. 아버지 장례식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한국전쟁을 경험하신 큰아버지가 그런 소리 말란다. 당시 전쟁 이야기를 짧게 하시면서 전쟁 고아가 무척이나 많았다고. 

 우리 엄만 2009년에 뇌출혈로 쓰러져 14년간 온전치 못한 마음과 신체로 와병하다 코로나 19를 계기로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런 엄마의 병수발을 가장 많이 든게 우리 아버지다. 자식 둘은 결혼해서 지방으로 나가 가정을 꾸린지라 아버진 요양원과 요양병원에 의지하긴 했지만 어머니를 가장 많이 돌보셨다. 

 그런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진 그제서야 당신 몸을 돌보시기 시작했고, 갑작스레 여기저기가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리가, 그리고는 허리가 그리곤 귀가, 그리곤 가슴이 아프셨다. 결론은 폐암이었다. 확진을 받았을 땐 뭔가를 해보기엔 상당히 늦은 시점인 작년 말이었다. 의사는 3-4기를 운운했지만 내가 듣기엔 4기 같았다. 그리고 어느 암이나 그렇지만 폐암 4기는 생존률이 10% 미만이다. 의사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이런 경우 평균 4개월에서 1년 정도 생존한다고 하였고 그 말처럼 아버진 진단 후 4개월 정도 살다 돌아가셨다. 아버진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지 않으셨다. 엄마의 경우처럼 되는 것을 가장 싫어하셨기 때문이다. 

 1-2월엔 내가 병원에 통원시켜 드리며 돌보았고, 상황이 악화되자 아버진 동생 집에 머물며 2-3월을 보내셨다. 동생은 목포에 산다. 3월에 그 먼 목포를 아버지를 보러 어린 아들을 데리고 주말에 내려가곤 했다. 말기 암 환자는 하루하루가 달랐다. 3월 초만 해도 식욕이 크게 감퇴하고 고통을 겪어서 그렇지 같이 식사도 하고 손자를 훈육해주시기도 하고, 같이 이야기 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3월 말이 되자 하루 종일 누워계셨고 고통이 너무 심하고 먹기는 커녕 진통제마저 먹는 것이 불가능했으며 섬망이 심해져 병원에 입원하셨다. 그리고 중환자실과 호스피스를 2주 간 전전하다고 돌아가셨다. 동생 부부는 집에서 아버지를 돌보며 사람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며 죽음을 향해가는 어려운 과정을 매일 보았다. 평생 갚지 못할 빚을 동생에게 지게 되었다.

 폐암은 급사가 많다. 폐가 갑작스레 멈추면 사람도 갑자기 죽기 때문이다. 4월 20일은 중환자실에서 아버지가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 모처럼 면회가 가능한 날이었다. 그래서 어린 아들을 데리고 비가 내려 막히는 고속도로를 따라 목포로 향하고 있었다. 임종을 보러 가려는 것도 아닌 그저 면회였다. 그러다 갑자기 돌아가셨단 연락을 받았고 반쯤 내려가던 길을 되돌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중간에 친척들과 가족, 직장에 연락을 하고 상조에 연락을 하고 동생과 장례식장을 잡았다. 그렇게 장례식장에 도착해 계약을 하고 빈소를 차리는데 무척 피곤했다. 8시간을 운전했다.

 장례는 짧게 3일을 잡았다. 최근 돌아가시는 분들이 적어 화장장이 여유가 있어 가능했고 어머니때와는 다르게 이젠 아버지도 돌아가셨으니 정리할게 많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첫날에는 빈소를 늦게 차려 조문이 한산했으나 다음 날은 정신없이 바빴다.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의 먼 친척들과 친구들, 또한 오랜 만에 보는 나의 친구들도 볼 수 있었다. 나이가 들고 서로 가정과 직장에 바쁘니 이런 때나 보게 되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아버지의 친척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모르는 아버지의 삶을 볼 수 있었다. 자식과 어머니 없이 오랜 기간을 사시며 나는 보지 못한 아버지의 인생이었다. 아버진 월남전에 참전했기에 참전유공자였다. 그래서 대통령 조문기와 한 재향군이 분이 오셔서 약간의 의식을 해주셨다. 참으로 감사했다.

 엄마와 같이 납골당에 모시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장례식은 워낙 바쁘고 맞이할 사람이 많아 의외로 슬픔을 느낄 만한 시간과 공간이 적다. 그게 한꺼번에 몰려온게 집으로 돌아오는 차량 안이었다. 흐르는 눈물과 피로로 인한 졸음이 겹쳐 힘들었다.

 다음 날 아버지가 홀로 사시던 전세 집을 찾아가 동생과 집 정리를 시작했다. 집주인에게 연락하여 사정을 이야기하고 인근 부동산에 전세를 냈다. 그리고 구청을 찾아가 사망신고를 하였으며 유산 정리를 위해 관련 자산을 파악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신청했다. 점심을 먹고 동생과 집정리를 시작했다. 오래 혼자 사시며 검소하고 깔끔한 성격에 이렇다 할 짐이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는 집이라 모든 것이 무척 많았다. 아버지의 손길이 닿은 어떤 것 하나 버리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버리기 힘든 것은 옷이었다.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담배 냄새가 잔뜩 벤 옷이었지만 아버지의 체취인 만큼 그것마저 그리웠다. 여러가지 짐을 버리는데 쓸만한 것을 동생과 나눠 챙겼고 오랫동안 우리 집에 있었던 기념할 만한 것들은 챙겼다. 

 나이가 들고 홀로 사셨음에도 의외로 먹을 게 많았다. 한참을 먹을 빻은 마늘을 얼린 것들과 김치 및 아버지가 평소 좋아하는 라면 등을 버리는 일은 의외로 쉽지 않았다. 먹을 수도 없었고 버리기도 쉽지 않을 것들이었다. 그렇게 꼬박 이틀을 집을 배우는데 할애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기에 이불을 가장 마지막에 버렸는데 그것을 버림으로써 다시 이 집에 머물지 않게 될 거란 생각이 드니 다시 쉽지 않은 순간이 다가왔다.

 나는 어버지 집에서 아직 쓸만한 가전 제품 몇 가지와 아버지의 직장 20년 근속패, 그리고 천주교 십자가, 코트 한 벌을 챙겨왔다. 직장 20년 근속패는 늘 우리 집에 있던 것으로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아버지가 늘 자랑스러워 하셨던 것이라 버릴 수 없었다. 십자가 역시 난 더 이상 성당을 다니자 않지만 성당을 열심히 다니셨던 어머니와 아버지가 오래 전에 성당에서 구입한 후, 매우 오랜 기간을 우리 집 거실을 장식했던 것이라 버릴 수가 없었다. 이런 걸 버리는게 맞는 것이라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아버지와 나는 키는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내가 덩치가 더 커서 대부분의 옷이 맞지 않는다. 하지만 코트 한 벌이 유독 컸고 입어보니 그게 맞았다. 아버지 냄새가 가득 벤 옷이었다. 그걸 하나 챙긴게 다행이었다. 아버진 살아 생전 당신에게 세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고 하셨다. 하나는 와병하는 엄마, 다른 하나는 아직 가정을 잡지 못한 동생, 다른 하나는 장애가 있는 나의 큰 아들이었다. 엄만 아버지 보다 먼저 돌아가셨고, 동생은 늦게 나마 장가를 가서 두 가진 해결되었다. 나머지 하나가 남은 채로 돌아가셨는데 나의 아들인 셈이다. 그것을 내가 해결해드려야 할 문제다. 

 별로 대단한게 없지만 그냥 이런 아들을 믿고 어머니와 같이 편하게 쉬셨으면 한다. 그 시대 아버지들이 다들 그러셨지만 자기 인생 없이 평생 일만 하고 아끼고 안쓰며 즐기지 못하고 고생만 한 인생이었다. 아버진 몇 년 전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서 우셨다. 아버지가 영화를 보며 우는 것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기에 놀랬지만 그 영화 자체가 아버지의 인생과 너무 비슷했기에 그럴 수 밖에 없으셨을 것이다. 아버진 어린 나이였지만 한국 전쟁을 경험했고, 베트남전에 참전했으며, KBS이산가족찾기에 직접 참여하셨다. 상당히 감정이입에 되셨을 거다. 굴곡진 인생을 힘들게 마무리 하신 아버지가 역시 어렵게 산 어머니와 더불어 편히 쉬셨으면 한다. 돌아가신 아버지 옆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늘 계셨을 것처럼 내 옆에도 늘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실 것이다. 그렇기에 늘 부끄럽지 않게 잘 살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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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4-29 0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4월 20일이면 거의 일주일 전이네요.
많이 힘드셨겠어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족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물총새 2024-04-29 0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순식간에 읽었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blanca 2024-04-29 09: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페넬로페 2024-04-29 15: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중년의 나이에도 고아란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부모님의 빈 자리는 채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음 잘 추스르시기를 바래요^^
 













 





 영장류의 한 무리가 인간으로 진화한 이후, 호모 사피엔스는 뛰어난 지능과 사회성으로 그 개체 수를 꾸준히 늘려왔다. 현재 그 수는 무려 80억에 이르렀고 금세기 안에 100억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지구의 자연을 변환하여 만들어낸 산물들은 경제성장이라는 것으로 측정 되었다. 지표의 모습도 자신들의 발달한 문명을 이용해 몰라보게 변화시켜 인간의 생존과 생활 편의 만을 위해 도시라는 형태로 만들어 그곳에 모여산다. 그리고 인구 성장과 경제성장은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말한 것처럼 산업혁명이 촉발된 18-19세기까지 거의 변함이 없었다. 매우 밋밋한 성장이었다.

 그러다 19세기 말부터 서구권을 중심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수명이 늘어났다. 책 '인구의 힘'에서는 서구 선진 사회의 인구가 어떻게 증가하고 안정세를 찾았으며 각 나라마다 다른 인구성장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구증가와 기술로 자연을 활용하고 착취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며 경제성장도 그에 못지 않은 궤적을 그렸다. 

 그래서 인간은 지난 100년 간 인구 성장과 경제 성장을 매우 당연 시 해왔다. 일부 지역이 두 가지 측면에서 마이너스를 겪거나 경제 공황이나 세계 대전 같은 이례적 사건으로 전 세계가 같이 고초를 겪긴 했지만 대부분 일시적이거나 국지적인 현상이었다. 세계의 인구와 경제는 매우 꾸준히 성장해왔다.

 하지만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주요 요인은 출산율의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인구의 감소세로의 전환, 미중갈등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갈등, 기후위기다. 소위 성장의 시대에서 축소의 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책 '축소되는 세계'는 이러한 것에 관한 책이다. 

 향후 세계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과 감소하는 지역으로 나뉘게 된다. 극심하게 인구가 감소할 지역은 한국, 중국, 일본이 있는 동아시아이며, 유럽과 미국에서도 적지 않은 인구가 감소할 예정이다. 아직은 인구가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와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도 십수년 이후면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 예정이다. 하지만 당분간 전체적 인구는 성장하는데 이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의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 '인구의 힘'에서 언급된 것처럼 인구는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식량 공급이 안정화하고, 의료기술의 발달로 전염병 및 응급처치가 가능해져 사망률 및 평균수명이 늘어나 급격이 성장한다. 그리고 도시화로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며 자녀의 양육부담이 커지며 출산율이 급감하며 안정화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두 지역은 아직 열악한 도시화 수준과 심각한 빈곤, 여성의 낮은 교육수준으로 인해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게 된다. 

 현재 동아시아 지역의 인구 감소는 가장 심각한 상태다. 일본은 2040년이면 지자체의 절반이 소멸하며, 한국은 2020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률로 총인구 감소가 시작되었다. 중국은 지금 추세라면 2100년이면 인구의 절반이 감소한다. 다른 아시아 지역도 마찬가지여서 향후 5-10년이면 태국과 대만도 인구 감소가 확실시 된다. 현재 세계 최고의 인구 대국인 인도다 마찬가지인데 낮은 도시화율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인구 성장은 둔화하고 있으며 2050년 이후면 확실히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된다.

 유럽은 서유럽과 동유럽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서유럽인 인구가 20세기 완성된 후 낮은 출산률로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동유럽은 사회적 영향이 컸다. 이들은 공산권의 붕괴 이후 서유럽과 경제적으로 통합되면서 더 나은 일자리를 향해 대규모 이주가 이뤄졌다. 주로 서유럽 쪽으로 이주가 이뤄졌는데 그래서 동유럽은 서유럽에 비해 더욱 빠르게 인구가 감소했다. 하지만 유럽은 미국보다 제조업이 강하고, 공공복지의 수준이 높아 상대적으로 안정된 인구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선진국 중 인구가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나라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률과 경제력을 바탕으로한 높은 인구 흡입률로 이주가 많다. 하지만 트럼프 이후 이주에 대한 제재가 강해지고 출산률도 낮아지면서 사실상 2020년대 들어 인구 성장이 멎춰버렸다. 인구가 감소하면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감소하며 축소도시가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가장 먼저 등장한게 미국인데 이는 2차대전 후 미국이 탈산업화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조업이나, 탄광 등이 있던 도시 위주로 축소도시가 심각하게 나타났다.

 인구감소는 향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인구 통계요인부터 살펴보면 우선 고령인구가 증가한다. 그래서 그들을 위한 서비스와 복지시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다음은 1인 가구 증가로 이로 인해 주택공급과 수요간의 불일치가 일어난다. 셋째는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다. 대부분의 업종에서 노동자의 나이가 40세가 될 때 까지는 노동생산성이 증가하고 이후엔 감소한다. 그렇기에 고령노동자의 증가는 숙련노동자의 부족과 우수인재의 해외유출로 이어지게 된다. 마지막은 아동인구의 감소다. 이로 인해 학교를 비롯한 아동관련 시설의 수요가 감소한다.

 다음은 경제성과에 미칠 영향이다. 우선 소비부분인데 상업활동이 줄어들고, 소비 공간 수요가 줄어들며 판매세가 줄어든다. 인간의 소비는 대개 30세부터 40세 중반까지 증가하며 이후에는 감소한다. 고령층이 다른 세대에 비해 앞서는 소비 부분은 의료비가 유일하다. 둘째는 생산성과 혁신이다. 산업성장이 감퇴하고, 숙련노동자가 줄어들며 역시 고급인재의 해외유출이 일어난다. 셋째는 투자와 자본시장에 대한 영향으로 인구감소로 인한 디플레이션이 고착화하면서 경제 전분야에 기대감이 사라져 자본투자가 크게 감소한다. 또한 기존 시설에 대한 투자 역시 멈추게 된다.

 경제적 평등도 문제가 된다. 우선 지역 간 격차가 확대한다. 신자유주의는 대부분의 국가의 지방산업 및 제조업을 이전시켰다. 그래서 도시 간 격차가 커졌는데 인구 감소는 이를 더욱 가속화한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중심도시는 세력을 유지하거나 더 커질 가능성이 있고 주변 도시 및 축소도시는 쇠퇴가 가속화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경제적 불평등이 발생한다. 중심도시는 높은 자산 가격과 고임금의 일자리가 지속될 것이고 축소도시는 자산 가격이 폭락하고 일자리가 더욱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이로 인한 낙인효과마저 생겨나게 된다. 이 낙인 효과는 미래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하게 하여 축소도시의 인구 유출을 더욱 증가시킨다.

 재정 및 정부에도 영향이 크다. 공공세수가 감소할 것이고 지자체의 세수는 더욱 줄 것이며 이로 인해 지자체의 서비스가 감소한다. 고령화로 연금과 복지서비스 수요가 증가하여 사회적 지출 수요가 커질 것이다. 축소도시는 텅 비게 되어 공공시설과 인프라가 잉여화한다. 

 주택시장에서는 주택공급과 수요가 불일치 하게 된다. 빈집이 증가하고 도심과 교외에서 나타나는 인구의 공간적 재구성이 일어나다. 그리고 언급한 것처럼 축소도시에서는 인구의 감소로 주택의 가치가 하락한다. 이로 인해 주택 투자가 줄어들고 주택의 가치도 감소한다. 

 마지막은 양극화와 분리의 문제다. 이미 신자유주의로 인해 양극화와 자산 차이에 따른 분리의 문제는 심각하다. 하지만 인구 감소는 이를 더욱 악화한다. 중심도시와 축소도시 간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이로 인해 시민은 참여가 감소하고 분노로 인해 포퓰리즘과 민족주의의 지지가 더욱 증가한다. 이런 현상은 책 '장벽의 시대'에 잘 언급되어 있다.

 인구감소는 이처럼 전방위적 악영향을 가져오지만 설상가상으로 인류에겐 기후 문제도 있다. 기후변화는 도시에 많은 영향을 미칠 예정인데 기온 상승으로 인한 폭염의 증가, 해수면 상승, 심각한 폭풍, 산불 증가, 가뭄과 사막화 증가, 식량 생산 감소, 강제 이동과 이주의 증가, 경제활동 감소와 경기의 침체다. 

 기후 위기로 해수 온도와 염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날이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멕시코 만류가 아예 멈춰 버릴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인도와 남미, 서아프리카는 강수가 감소하고 유럽은 폭풍이 증가하고 기온은 내려가며 북미는 폭풍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게 된다. 인간이 만든 도시는 상당수가 강가와 해안가에 위치하는데 기후 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폭풍의 증가는 도시의 유지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도시는 인구 밀도가 높고 인간이 만든 복잡한 기반시설이 가득하며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뒤덮여 있어 기후위기에 더욱 취약하다. 열이 잘 빠져나가지 않아 폭염에 시달리게 되고, 배수가 잘 되지 않아 홍수가 나기 쉽기 때문이다. 라고스, 방콕, 자카르타는 대표적 저지대 도시로 원래 홍수에 약하다. 이들 도시는 인구 증가로 인한 식수 부족으로 수십년간 지하수를 마구잡이로 사용하여 도시가 상당히 빠르게 침하되고 있다. 이들 도시는 모조리 포장되어 있어 강수로 인한 지하수 공급도 불가능하다. 이 같은 아시아의 도시들은 기상 이변으로 도시의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전력이 부족하고, 질병창궐과 상수도 공급중단, 폭염, 대기오염에 시달릴 것으로 예측된다. 

 기온의 상승은 경제성장과도 밀접하다. 향후 세계는 인구 감소로 인한 수요의 감소와 숙력노동자의 감소 및 투자의 후퇴로 경제가 후퇴할 것 가능성이 놀다. 기후 위기는 여기에 기름을 붙는다. 연구결과 연평균기온 13도까지는 노동생산성이 향상된다. 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노동생산성은 하락한다. 더위에 신체가 지치는 것이다. 그래서 2100년가지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 생산량은 무려 23%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논의는 책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에 자세히 정리되어 있다. 

 기온의 상승으로 식량생산의 감소도 예측되는데 아프리카 남부, 서아프리카, 지중해 분지, 미국 서부등 많은 지역에서 농업생산량이 감소된다. 특히, 지중해 지역과 미서부는 세계의 식량창고이기에 그 영향력이 엄청나다. 반면 캐나다와 시베리아, 북유럽은 농업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세계는 전제주의 국가의 등장으로 지정학적 위기도 갖고 있다. 90년대 초 동구권의 붕괴로 세계는 미국과 서구사회를 필두로 한 자유민주주의에 포섭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다. 헝가리, 튀르키예, 중국 등의 국가들은 오히려 더 독재화하였다. 이들은 오히려 경제적으로 성공함으로서 정권의 회복력과 유지력이 갈수록 강화하였다. 그리고 아직 경제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전제주의 국가들에게도 하나의 모범적 사례가 됨으로써 여타 국가들의 자유민주주의로의 전환도 늦추었다. 이 정권들은 서구와의 경쟁으로 기후 변화와 인구감소라는 세계적 과제의 대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협력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파도를 해치기 위해 책은 지속가능하고 지역화한 경제와 사회의 구축을 주장한다. 여기엔 4가지 원칙이 있다.

1. 올바르게 통치하고 바람직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공공 민간의 협력, 도시 주민. 민간 지도자 간의 개방적인 의사소통지원 및 신뢰 형성이다.

2. 모든 수준과 모든 연령에서의 교육을 포함해 지역 사회의 인적 자본구축 노력

3. 자연환경과 건축 환경에서부터 안전, 양질의 의료 서비스, 식량 안보에 이르기까지 지역의 모든 이의 삶의 질 개선 노력

4. 환경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지역 경제의 모든 측면에서 통합 노력


 이런 식으로 지역화가 이뤄진 기반에서 소도시간 네트워크가 이뤄지면 생산이 늘고 교육이 높아지며 세계경제에 대한 의존성이 낮아지게 된다. 지속가능한 도시가 생겨날 수 있는 것인데 포용적이고 참여적 지역사회, 경제적인 구조(로컬푸드 시스템, 분산생산, 분산된 에너지 공급, 재택 및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과 삶의 질 관련 구조(수자원과 녹지 인프라, 예술과 문화, 공공영역), 사회적인 구조(고령화 친화, 네트워크한 교육기회, 네트워크한 의료서비스와 시스템)이 함께 달성되어야 가능하다. 책 '지방도시 살생부'에서도 비슷한 논의를 펼친적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한국적인 측면이 더 강하게 드러나 있어 같이 살펴볼 만하다.

 저자는 3중고의 위기에도 미래에 미국이 유럽연합과 중국을 제치고 여전히 강국으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3가지다. 우선 기후 변화로 미국 남부와 서부 지역이 상당한 고통을 겪겠지만 미국의 전체적인 위치는 중위도 및 고위도로 상대적으로 기후위기에 버틸만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춥고 서늘한 지역은 인구의 이주를 받을 만한 상당한 여력이 있다. 국토의 상당수나 열대 아열대 및 중부이며 인구를 받을 만한 지역도 상당히 부족한 중국과는 다른 면이다. 둘째는 미국은 인구가 감소세이긴 해도 그것이 가장 최근의 일이고 다른 선진국에 비해 출산률이 높고 젊은 층이 많으며 이주에 대한 수요도 많다는 점이다. 마지막은 미국은 제조업이 부족하고 내수경제 중심으로 경제가 돌아가며 대부분의 식량 및 원자재로 자급자족이 가능해 지정학적 위기에도 강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저자가 언급하진 않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도 한몫을 하게 될게 분명하다.

 인구의 감소는 성장을 멈추고 자본주의에 상당한 제동을 걸 것이란 점에서 인간이 지난 100년 이상 겪어 보지 못한 위기가 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인구의 감소는 기후 위기의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며 인구 감소는 인구증가와 성장이 불러온 여러 역효과를 해소할 가능성이 있다. 인구의 감소는 투자와 수요의 감소, 생산성의 감소로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지만 여기엔 과학기술발달에 의한 생산성의 혁신이란 면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저자는 스스로도 인정했을 만큼 기술의 단기간 발달에 부정적이지만 인구감소와 기후위기,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적인 것인 만큼 기술의 발달로 인한 산업생산성의 향상도 충분한 일어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 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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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는 자본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사실 이것 이외의 다른 경제 체제는 사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것이 가져온 생산성의 막강한 증대는 자본의 축적을 그 어느 때보다 두텁게 했다. 물론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한 산업 경제의 등장, 거기서 일할 노동 계급의 허용, 그리고 그들이 뒷받침 하는 소비 시장은 선순환 효과를 누리며 인류를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했다. 

 하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사람들은 생산수단인 기술과 토지, 자본을 대부분 약탈 당해 자신이 많든 생산품에서 소외되고, 주체성을 잃었다. 그저 소비로 그 보상을 대신 얻을 뿐이다. 또한 그 엄청난 보상적 소비로 환경이 크게 파괴되었다. 또한 빈부격차가 심해졌다. 사람은 공평함을 추구하는 존재로 받아들이기 힘들 빈부의 격차는 역사상 거의 모든 체제를 무너뜨렸다. 이런 면에서 지금의 자본주의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세기 초반 노동 계급에 대한 과도한 착취와 그로 인해 자국 내 충분한 수요가 생기지 않자 그 빈약한 소비 시장을 식민지 착취로 대체해온 결과는 세계 대공황과 세계 1-2차대전이라는 파멸적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케인즈 주의가 자본주의를 한 번 수선한다. 노동자를 중시했고, 그들에게 보다 많은 급여와 권한이 주어졌다. 세계경제는 꾸준히 발전했고, 중산층도 두터워지는 황금기를 맞았다. 

 하지만 오일쇼크로 촉발된 스태그플레이션은 다시 자본에게 치고나갈 기회를 부여한다. 프리드먼으로 대표되는 학자집단은 최소화된 정부를 요구했고, 자유시장 경제를 추구했다. 정부가 할 일은 오직 통화공급뿐이었다. 이들은 공급을 중시해, 케인즈 주의와는 다르게 공급측이 수요를 만들어낸다는 입장이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이에 따라 제조업을 해외로 돌리고, 공공성을 크게 약화하고 많은 것을 민영화하였다. 이로 인해 미국이나 영국을 비롯해 신자유주의를 강하게 추구한 나라들에선 제조업을 설자리를 잃었고 사람들은 파편화되었다.

 자본은 마구잡이로 이윤을 추구하였다. 수많은 공공 지대가 자본의 소유가 되었고, 금본위제가 폐지되어 통화가 남발 되어 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줄이고 자산을 가진 자본가가 더욱 유리해졌다. 이런 식의 약탈은 빈부격차를 크게 하였고, 사람들의 불만을 가져왔다. 사람들은 파편화되었다. 그리고 불우해져 지역사회가 무너졌고 그 분노가 소수계층을 향했고, 극단주의자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환경도 크게 파괴되어 지구온난화는 우리의 모든 것을 무너뜨릴 위기를 갖고 왔는데 이것이 현재 자본주의가 맞고 있는 위기다. 이 위기를 다시 한 번의 자본주의 수선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가 인류의 미래를 크게 좌우할 것이다.

 책 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는 자본이 어떻게 형성되어 지금의 위기를 초래하는지 맑스의 자본론의 입장에서 설명한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맑스 이론이 지금도 유효할 만큼 자본의 속성을 잘 파악했다는 느낌이다. 자본은 원시적으로 축적되는데 그 과정에서 원죄를 짓는다. 자본은 청교도주의를 통해 검약하고 절약하며, 자기 통제를 잘 하고 열심히 일한자가 무절제하게 소비를 한 사람보다 더 많은 자산을 모아 원시적으로 축적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원시축적인 약탈에 가까웠다. 

 중상주의 초기 자본은 교회외 왕, 귀족으로부터 자본력을 바탕으로 토지를 조금씩 약탈해간다. 이는 그들보다는 평민으로부터의 토지 약탈에 가까웠는데 바로 왕과, 교회의 토지를 경작하고 그 수확물을 얻었던게 그들이기 때문이다. 초기 원시자본은 자본을 통해 토지를 이렇게 평민으로부터 수탈하고 울타리를 치고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그들로부터 주요생산수단 중 하나인 토지에 대한 소유권과 접근성을 박탈한다. 이로 인해 평민들은 노동계급으로 탈바꿈하여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생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산업혁명에 들어서며 자본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으로 본격 나뉘게 된다. 산업자본은 토지에 공장을 건설해 생산력을 높이고 생산품을 판매하여 이윤을 얻는다. 하지만 금융자본은 다르다. 그들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으면서도 산업자본이나 일반 시민에게 통화를 융통하면서 그 과정에서 이윤을 얻으며 그것을 다시 금융소득을 얻기 위해 돌린다. 

 2차대전 후 68혁명으로 정의와 자유에 대한 요구가 크게 증대되었다. 이 자유는 국가와 기업, 자본에게서 부여되는 강제로부터의 자유, 시장의 강제로부터의 자유, 사회정의에 부응하는 자유였다. 이에 대한 자본의 반응은 자유시장에 대한 자유였고, 사회정의에 대한 상대적 침묵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민중은 이에 동조했다. 자본은 고상한 자유를 이렇게 천박한 자유로 대치해 그 안에 내재한 시장경쟁과 타인에 대한 착취를 포장했고 정당화한다. 

 1970년대 들어 신자유주의를 본격 추구한 것이 금융자본이다. 사실 금융자본은 자본주의의 실패로 대대적인 규제가 가해진 상태였다. 미국의 스티븐-글래스 법은 이들의 족쇄로 상업자본은 예대출만 가능하고 투자를 불가능하게 하는 법이었다. 금융자본은 금본위제를 폐기함으로써 우선 자본의 양자체를 크게 증대시켰다. 이는 향후 약탈적 양적완화로 이어진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시켜야 했는데 막강한 자금으로 자신들을 옹호할 대학과 연구기관을 포섭한다. 당시 이런 기관들은 68혁명 이후 진보화되어 있었지만 연구 자금의 앞에 무릎꿇고 적극적 옹호자로 변화해 간다. 이들은 반노조, 친기업, 자유시장 및 시장개방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주장하였고 이를 뒷받침하는 출판물을 양산하여 자본의 호위대가 되어갔다. 

 이들은 미국에선 정치적으로 공화당을 포섭하였는데 이 역시 막강한 정치자금으로 가능했다. 원래 정치자금법은 과도한 후원을 제한했지만 이것이 결국 철폐된다. 의원들은 결국 자본의 손에 놀아나게 되었다. 신자유주의는 노조를 무력화했는데 이는 정치적 탄압과 제조업의 해외진출로 이뤄졌다. 노조는 상당부분 악마화되었고 1990년대 들어서는 급기야 전반적으로 크게 영향력을 잃게 되엇다. 기업을 통제하던 기구들도 대부분 해체된다. 

 보통 노동자를 대변하던 민주당도 이즘음엔 신자유주의의 첨병이 된다. 이들은 자국내 시민인 노동자층인 버린체 오히려 소수자 인권에 집중하는 모순을 보였다. 심지어 90년대 클린턴 민주당 정부는 건강보험의 개혁과 더 나은 삶의 질을 표방하여 집권했음에도 신자유주의 첨병노릇을 한다. 클린턴은 스티븐-글래스 법을 폐기했고 반노동협정이나 다름없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출범시켰다. 

 이로도 모자라 능력주의가 신자유주의와 함께 광범위하게 대중에게 퍼져나간다. 신자유주의는 경제적 성공에 대한 개인주의, 개인의 책임, 자기계발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주입했다. 그래서 대중은 무한 경쟁을 하게 되었고, 성공과 실패에 대한 책무성을 사회나 기업, 정부보단 자신과 가족의 무능으로 돌리게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자기 계발서와 투자책이 난무하고 이들이 서점의 주류를 차지한 것도 그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잘나가던 신자유주의도 2007-2008경제위기를 맞는다.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위기에도 살아남았고 당시 오바마 정부는 민중을 살리는 것보다는 부실한 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자하여 회생시킨다. 이러한 월가 기업들은 이러한 조치에도 반성은 커녕 2008년 무려 300억 달러의 보너스 잔치를 벌여 공분을 샀다. 이런 일련의 충격에도 신자유주의는 살아남았고 오히려 그 후 10여년간 부유층의 소득은 더 늘어나게 되었다. 다만 신자유주의는 정치적 정당성을 상실했고, 일반 시민에게도 그 효용성에 대해 크게 의심받게 되었고 저항에 직면하게 되었다. 

 원시상태에서 벗어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은 1970년대만 해도 강하게 통제되어 지금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자본은 성장하며 팽창하는데 이것을 위해 자본은 끊임없이 다른 공간을 추구하게 된다. 이것이 책에서 주장하는 자본의 지리학이다. 특정한 영토 내에서 자본이 팽창하면 궁극적으로 언젠가 그 공간에 지약하는 자원, 인구, 사회기반 시설의 물리적 한계에 봉착하여 제한받게 된다. 자본은 그 한계를 넘어설 공간을 찾게 되는데 처음엔 잉여자본이 쌓이게 되다가 그 잉여자본이 새로운 이익을 확보할 곳을 향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 19세기 말 잉여자본은 선진국 내에 쌓이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는 과도한 노동착취로 인해 임금이 적어 충분한 국내수요가 생길 수 없었다. 탈출구는 해외 식민지 건설이었다. 축적 자본은 잉여자본은 해외 식민지에 대출하고 투자한다. 그리고 식민지는 잉여자본에게서 얻은 돈으로 축적 자본이 만들어낸 상품을 구매한다. 이런 식으로 한 지역의 잉여자본은 다른 지역의 자본주의의 팽창을 돕고 동시에 원래 국가의 기본적인 소비재의 원가를 수입으로 낮추어 그 국가의 이익을 증대한다. 

 외국 자본은 한 국가의 사회기반 시설에 돈을 투자하는데 이는 식민지 국가의 수출 수입을 용이하게 하여 결국 외국 자본 자체의 이익 증대를 위해서다. 과거의 예로 영국이 있다. 그들의 첫 번째 공간적 해결책은 인도였다. 영국은 발달한 인도의 면직물 산업을 무력으로 붕괴시켜 자신들의 면직물을 구입하게 만들었다. 인도는 영국에서 차입한 돈과 자신들의 원자재를 헐값에 영국에 팔아치워 면직물을 구매하지만 이것도 모자라게 된다. 영국의 다음 계획은 인도에서 만든 마약을 중국에 팔아치워 인도가 중국은 은을 얻게하여 그것으로 자신들의 수출품을 사게 하는 것이었다. 

 영국의 다음 공간적 해결책은 미국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영국과 달랐다. 충분한 잉여자본이 쌓일 만큼 산업을 강하게 한 미국은 자신들의 잉여자본이 성장하자 영국과 대결하게 되었고 그 결과 패권전쟁에서 승리하게 된다. 미국 역시 자국의 잉여자본 성장으로 인해 공간적 해결책을 찾게 되었는데 그들이 찾은 답은 과거와 달랐다. 미국은 식민지를 만드는 대신 세계적인 자유무역 체제를 만들어 다른 세계가 미국의 잉여자본의 투자처이자 흡수처가 되게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미국의 잉여자본은 전후, 일본과 유럽으로 흘러가게 되었고 그들 경제가 크게 활성화하였다. 그리고 80년대가 되자 일본과 독일은 오히려 미국을 위협하고 능가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냉전체제였기에 미국은 이들의 성장을 용인하고 오히려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 다만 냉전 붕괴 후 그에 대한 대처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자유무역에 대한 규칙을 만들어 모두가 경쟁속에서 이익을 보는 구조를 만드는데 이것이 세계화와 자유무역체제로 신자유주의의 주요 도구가 되는 것들이다. 

 이 과정에서 동아시아의 한국과 대만, 싱가폴도 성장하고 이들의 잉여자본 역시 제 3국에 투자되게 되면 이들로 인해 미국 시장이 식민화하고 미국의 기업도 인수된다. 다음은 중국의 차례로 중국 역시 미국의 잉여자본으로 크게 성장하게 된다. 미국은 다소 영국의 전처를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중국의 잉여자본이 크게 성장하여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형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2008년은 상징적인 해다. 미국발 경제위기를 중국의 힘으로 극복하게 되었고, 또한 중국이 외국으로부터 받는 투자액보다 자신들의 해외 투자액이 처음으로 더 많아진 해이기 때문이다. 

 책은 맑스가 자유시간이 한 사회를 판단하는 척도라 제시했다고 한다. 맑스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이 자유영역이라고 하였고 이는 필요의 영역이 충족되어야만 가능하다. 필요영역은 생존에 필수적인 재화와 서비스를 얻는데 필요한 시간인데 이것이 충족되어야만 자신의 교양과 잠재력을 계발할 시간 투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맑스는 필요영역을 충족하는데 적은 시간이 드는 사회가 더 발달한 사회라고 보았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의 도입 이후 실질임금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였고 이에 따라 현대인들은 시간을 뺏기고 선택권을 침탈받게 된다. 

 자본주의는 공공의 영역도 크게 침탈하였는데 각종 민영화와 도시 공간의 착취다. 신자유주의 이전 사회는 도시의 여러 지역의 공영주택을 건설하거나, 공원 및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이후 고용과 경제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세계 주요 대도심의 토지들은 자본과 부유층의 돈벌이 수단인 상가나 고급주택단지로 변모하게 된다. 따라서 대중은 공유지에 대한 접근이 다시금 차단되게 되었고, 자신들이 원하는 곳에서 살 권리마저 박탈되게 되었다. 실제로 런던이나 뉴욕등 세계 주요도시에서 거주하는데 드는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치솟았다. 미국 뉴욕에선 연봉이 10억 가까이 되는 사람도 렌트와 생활비에 허덕이고 감히 중심부에 주택을 구매할 엄두도 못내는 지경이다. 

 자본은 또한 오프쇼어링과 기술개발로 제조업을 파괴했다. 과거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일하며 상당히 균질화되었고 조직화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직장을 잃게 되었고 그로 인해 생존의 위기, 인생의 의미 상실, 공동체의 붕괴를 맞게 된다. 이들은 상당히 분노하게 되었는데 처음엔 자신의 무능으로 화살을 돌리다가 최근엔 극우주의에 흔들려 외부 이민자나 사회적 소수층으로 분노를 돌리게 된다. 이는 정치적 극우화로 이어져 사회를 심하게 흔들고 있다. 또한 붕괴되 지역은 마약의 온상지가 되기도 한다. 이러저래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자본은 그 특성상 경쟁으로 인해 이윤율이 평균으로 하향 수렴화하는 경향이 있다. 자본은 이윤률에 상당히 주목한다. 자본은 탄생 이후 연간 3%복리 성장해왔다. 하지만 지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따라서 성장률의 한계도 분명히 정해져있다. 성장률은 줄었지만 이미 세계 경제는 과거와 비교해 수백배 커진 셈이어서 지금은 그 총량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이미 과대해진 상황이라 성장률과 이윤률의 감소에도 그 덩치에서 뿜어내는 온실가스나 쓰레기의 절대량이 매우 파괴적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이런 총량에 주목하는 형태로의 사고전환을 요구한다.

 책은 자본의 태동과 맑스 경제의 입장에서 자본이 인간을 소외시키고 노동자에게서 자본을 약탈하여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세계의 나머지 지역을 다시 착취하며 그 부산물로 파멸적인 온실가스와 쓰레기를 내뿜는 역학을 잘 설명한다. 이런 자본주의의 또 다른 위기를 넘어서서 다시금 수정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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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4-04-02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첫 문장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ㅎ

닷슈 2024-04-03 14:22   좋아요 1 | URL
ㅎㅎ. 다시 보니 저도 동의가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