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대화 - 일상에서 쓰는 평화의 언어 삶의 언어, 개정증보판
마셜 로젠버그 지음, 캐서린 한 옮김 / 한국NVC출판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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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몹시 타인의 마음을 잘 알고 협력도가 높은 동물이지만 그래도 진정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성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하여 배우자 및 아이를 키우며 함께 살게 되고, 그리고 그 외에도 타인을 여러 집단에서 꾸준히 만나야 하기에 다른 사람과의 올바른 관계 맺음은 한 사람의 인생에 질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학교에서 이런 타인과의 관계맺음 교육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능력주의로 줄 세우기 위해 교과 지식만을 가르칠 뿐이며 그 안에서 서로 지지고 볶으며 알아서 서로 협력이란걸 배우겠지 하고 막연히 기대하는 수준이다. 물론 당연히 그 결과는 실패다. 생각해보면 한국만큼 교육현장에서 이렇다할 인성교육이나 다른 사람과의 협력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곳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책 비폭력대화는 글자 그대로 다른 사람과 폭력적인 대화를 하지 않는 방법을 설명한다. 2005년 정도에 나온 책인데 아직도 위력이 막강하며 좋은 책이다. 교육현장의 교사는 물론, 학부모, 그리고 가족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도 꼭 읽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인간은 대부분 자신을 비폭력적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론 거의 모든 사람이 폭력적이다. 이는 폭력에 대한 오해 때문인데 우린 폭력이란 살인, 강간, 강도, 전쟁, 폭행, 욕설처럼 직접적이고 무력적인 부분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폭력은 다른 사람에 대한 연민, 사랑과 존중, 이해와 감사, 배려가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때문에 우리 대부분은 늘상 거의 타인에게 폭력적인 편이다. 

 저자는 비폭력적 대화를 익혀야만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이에 도달하는 4가지 단계를 제시한다. 우선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다, 관찰할 때는 평가와 관찰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린 대개 상대방을 평가하려 들기 때문이다. 다음은 그 관찰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다. . 이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데 우리는 자신의 내적 동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기준에 따르도록 어릴적 부터 강요받고 훈련되었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이런 우리 느낌을 일으키는 욕구, 가치관, 원하는 바를 찾는 것이다. 마지막은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부탁하는 것이다. 즉, 자신이나 상대방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것에 대한 느낌을 파악한 후, 왜 그런 느낌을 갖게 되었는지 고찰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부탁을 상대방에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개 서로를 삶에서 소외시키는 폭력적 대화를 한다. 폭력적 대화의 양태는 이렇다. 첫째로 도덕적 판단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상대방의 언행을 나쁘거나 틀렸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둘째는 비교하기로 비교 역시 타인을 마음대로 판단하는 형태의 하나다. 셋째는 책임 부정하기다. 이는 사람이라면, 연장자라면, 선생님이라면, 민주 시민이라면 등등의 형태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 솔직하게 다가가는 것을 부정하게 한다. 마지막은 자신이 원하는 것의 강조다. 

 사람은 좀처럼 공감을 잘 하지 못한다. 공감이란 사실 다른 사람이 경험하고 있는 것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개 공감하는 대신 상대방을 안심시키고 조언을 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거나 우리의 견해나 느낌을 설명하곤 한다. 하지만 진정한 공감은 이와는 달리 상대방이 하는 일에 우리의 모든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다. 공감의 장애물은 주로 조언이나 한술 더 뜨기, 가르치려 들기, 위로하기, 다른 이야기 꺼내기, 말을 끊기, 동정하기, 심문하기, 설명하기, 바로 잡기 등이다. 

 또한 사람은 자신의 내면의 욕구를 잘 파악하지 못한다. 저자는 인간의 모든 행동은 그로써 욕구가 충족되었는지 그렇지 않은지 또 그 결과가 축하할 일인지 아니면 후회할 일인지와 관계없이 그 순간 자신의 욕구와 가치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한다. 우리 행동 뒤에는 진정한 욕구를 가리는 다양한 에너지들이 있는데 이를 테면 돈을 위한 노력, 인정을 받기 위한 노력, 처벌을 회피하려는 노력, 수치심을 회피하려는 노력, 죄책감을 회피하려는 노력, 의무감에서 비롯되는 것 등이다. 

 비폭력적 대화를 하기 어려운 것은 사람이 쉽게 분노하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이 화가나는 것은 결코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자극일 뿐이지 궁극적 원인은 아니다. 때문에 분노를 표현하는 첫 단계는 다름 사람들을 우리 분노에 대한 책임에서 완전히 분리시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분노의 원인은 비난하고 판단하는 우리의 생각 속에 있는 것이며 바로 우리의 욕구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분노는 우리가 마음속에서 충족하지 못한 자신의 욕구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머리로 올라가 다른 사람을 비판하고 분석하는 행위다. 

 따라서 분노는 4가지 단계로 표현해야 비폭력적 대화가 달성된다. 첫 번째는 우선 멈추고 숨을 크게 쉬는 것이다. 둘째는 자신의 비판적인 생각을 인식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이것을 자신의 욕구와 연결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자신의 느낌과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연결하는 것이다. 

 비폭력적대화에선 갈등해결 단계가 있다. 우선 우리 자신의 욕구를 표현한다. 다음은 상대가 자신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든 그들의 진정한 욕구를 찾는 것이다. 세 번째는 우리가 상대의 욕구를 정확하게 찾아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다면 계속해서 그들이 하는 말에서 그들의 욕구를 다시 찾아내는 것이다. 네 번째는 쌍방이 서로의 욕구를 정확하게 듣기 위해 필요한 만큼 충분히 공감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그 상황에서 양쪽의 욕구가 분명해지면 우리는 그것을 긍정적인 행동언어로 정리해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다.

 비폭력적 대화에선 감사를 표시하는 세 가지 방법도 제안한다. 우선 우리의 행복에 기여한 그 사람의 행동을 분명히 말해주는 것이다. 다음은 그 행동으로 인해 나의 욕구가 어떻게 충족되었는지를 말하고 마지막은 그 욕구들이 충족되어 생기는 즐거운 느낌을 말해주는 것이다. 

 책에 나온 비폭력적 대화는 여러 면에서 쓸모가 많아 보인다. 우린 일상생활에서 가족에게 학교에서 학생과 선생님에게, 직장에서 동료와 상사, 후배에게 사회에선 처음 보는 일반 다른 사람에게, 정치적으로나 웹상에선 나와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에게 마구 폭력적 대화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책에 나온 예는 무척 놀랍다. 저자는 유대인인데 차별을 많이 받은 민족인만큼 택시를 탔을 때 그가 유대인인지 모르는 택시기사가 유대인에 대한 차별적 언사를 펼친다. 엄청난 분노가 끌어 올랐으나 저자가 한 행동은 잠시 숨을 고르가 그가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욕구를 알아내기 위해 대화를 나누었으며 그 와중에 그와 공감하며 이해가 되기 시작해 자신의 분노가 풀어졌고 그 후에 자신이 유대인임을 밝히고 그의 언어 때문에 불편했음을 밝히고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며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비폭력적 대화로 마무리되는 장면이었다. 

 한국 사회는 능력주의로 인한 승자독식의 사회로 무척이나 갈등이 심하다. 정치권의 많은 사람들 그리고 일반인들이 서로 비폭력적 대화를 사용해나간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되어 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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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교육혁명 - ChatGPT를 활용한 하이터치 하이테크 미래교육
정제영 외 지음 / 포르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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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1월 챗GPT3.5 버전이 출시되었다. 반향은 엄청나서 불과 5일 만에 사용자가 100만을 넘어셨으며, 이후 세계적으로 챗GPT를 이용한 여러 기사나 뉴스,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것이 컴퓨터와 인터넷의 충격, 스마트폰의 충격을 넘어설 만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실제 챗GPT를 써보면 그 능력에 충격을 받게 된다. 

 챗GPT는 거의 모든 분야에 이용할 수 있는데 당연히 교육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챗GPT 교육혁명'의 저자는 챗GPT가 교육의 여러 분야에 갖는 함의를 잘 분석하고 실제 사례를 자세히 책에 제시했다. 아직 챗GPT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교육에 어떤 파급력을 가질지 도무지 감이 없는 교육자라면 필독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챗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다. 글자 그대로 생성형 사전 학습 트랜스 포머인데 풀어서 말하면 사전에 방대한 글이나 책, 논문 등의 언어 뭉치를 빅데이터로 학습했고 이를 통해 비지도학습 형태로 인간의 자연어를 생성하는 학습을 한 인공지능이다. 트랜스 포머는 각 단어의 중요도를 결정하여 그에 따라 입력 시퀀스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즉, 방대한 양의 인간 언어를 학습 후 이를 자연어로 생성하는 연습을 한 후 트랜스포머 방식으로 단어를 자연스레 구성하는 인공지능이라는 것이다. 챗GPT는 놀랍게도 인간의 신경세포에 해당한다고 할 수 도 있는 파라미터의 수가 무려 1750억개인데 그래서 성능이 매우 대단하다. 다만 챗GPT는 단어수준에서 학습이 이뤄지고 언어를 구사하기에 맥락이나 문맥이 어색한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 

 저자는 챗GPT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인간의 역량을 제시한다. 

 우선 개인적 지식 기반의 판단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실제 문제해결능력, 창의성과 인문학적 상상력, 디지털 리터러시와 시민성, 자기주도학습 역량이다. 챗GPT역시 모든 것을 앉아서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고 챗GPT가 제시한 내용이 모두 옳고 편견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기에 이를 잘 활용할 인간의 능력이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나오게 되면 교육계에선 오랜 숙원인 개별 맞춤형 교육과 개별 학습과정의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는 개별화 교육을 실현으로 평균적 교육과 대량화 교육에 갇혀 있는 학교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부정적 측면도 존재한다. 우선 인공지능에 의한 학습은 고도로 자동화되어 인간의 중요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까지 자동화할 우려가 있다. 또한 인공지능이 정량적 정보에 익숙해 인간의 상호작용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고, 자동화 학습을 하는 경우 학습자의 창의성과 창조적 사고가 저해될 우려도 있다. 여기에 평가 상황에서 학습자가 인공지능을 악용할 우려가 있고 문해력 저하와 문제해결 능력의 저하, 더불어 기초지식에 의한 이해와 암기를 소홀히 할 가능성도 커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챗GPT를 활용한 교육은 가능성이 커 무시하기 어렵다. 챗GPT는 학생이 과제를 입력할 경우 분석하여 문법적으로 혹은 내용, 논리 상 틀린 부분을 잘 찾는다. 즉, 자동화된 채점 시스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학생 맞춤형 콘텐츠도 생성한다. 학생이 쓰고자 하는 글, 혹은 수준에 맞는 자료 제공이 가능하다. 또한 인터넷 강의에 대한 맞춤형 보조 지원도 된다. 학생이 강의를 들으며 모르는 내용을 챗GPT에 질문하여 보조자료를 얻어내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또한 학습 진도의 추적과 문제해결도 지원한다. 

 챗GPT는 현재 학교교육현장에도 활용이 거의 무궁무진하다. 학교 행정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간단한 수학여행 계획서나 체험학습 계획을 장소, 시간, 예산, 목적, 관련 교과 등을 구체적으로 입력해주면 그럴듯한 계획을 빠르게 편성해준다. 내용이 맘에 들지 않을 경우 같은 내용을 다시 물어보면 다른 대답을 해주며, 질문 자체를 보강한다면 답변도 보강된다. 

 여기에 교육과정이나 프로젝트, 단위 수업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학교의 비전과 학년의 비전을 입력하고 이를 실행할 방안의 프로젝트를 물어보면 챗GPT는 상당히 자세히 대답을 해준다. 여기에 수업의 목표를 입력하고 학생활동을 편성해 달라고 하면 그것 역시 해준다. 개인적으로 학교의 비전을 입력하고 이 비전을 실천할 만한 학년별 프로젝트를 연계성을 고려하여 3개 씩 편성해달라고 했는데 챗GPT는 이를 어렵지 않게 해낸다.

 인성교육 및 상담에도 챗GPT는 활용이 가능하다. 매일 교사의 지시를 어기고 폭력적이며 과잉행동장애가 있어 보이는 학생이 있다. 그리고 그 학부모는 자녀의 행동을 크게 문제 삼지 않으며 교사가 과민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 학부모와 어떻게 상담하면 좋겠냐고 물으면 챗GPT는  가지 상담 방안을 알려준다. 학생의 문제 행태나 고민도 입력하면 답을 알려주는데 개인정보 유출은 되지 않는 것 같지만 주의하는게 좋겠다.

 평가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초등 4학년을 대상으로 곱셈 문제를 출제해 달라고 하면 실제로 출제해준다. 단순 문항 뿐만 아니라 조건을 자세히 넣어주면 평가장면도 자세해 진다. 또한 국어나 사회 같은 경우 지문이 필요한 경우도 많은데 역시 지문도 금방 만들어 준다. 심지어 코딩 문제도 만들어주는데 이 쯤되면 뭘 못하는지 궁금해지기 까지 한다.

 학생에게 챗GPT의 활용법을 알려주는 것은 고민이다. 챗GPT 홈페이지에서는 13세 이상에게만 이것의 활용을 가르치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한국엔 챗GPT에 대한 교육 가이드 라인이 없는데 빨리 나올 필요성이 있다. 책에 나오는 우려처럼 챗GPT 활용의 조기 학습은 학습할 필요성과 기초기본, 문제해결능력 등을 저해할 우려가 있고, 과제형 평가의 경우 악용될 우려도 높다. 하지만 기초기본을 갖춘 일정 나이 수준 이상의 학생이라면 가르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안 그래도 갖가지 변화로 시대를 따라가기 어려운 교육계에 또 다른 큰 숙제가 던져진듯 하다. 하지만 도움이 많이 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챗GPT를 빨리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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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교문을 바꿨어요! - 교문을 직접 디자인한 아이들 내가 바꾸는 세상 8
배성호 지음, 김지하 그림 / 초록개구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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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사용자인 학생, 교원,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 공간 재구조화 교육이 널리 퍼졌지만 시작은 2010년대 중반정도이다. 당시 우리에게 역량교육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 데세코 등에서 이미 학교 공간을 제3의 교육으로 인식하고 주장했던 터라 그때 쯤이 국내도 영향을 받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 책도 그 시점에 나온 것으로 2016년 서울 강북구의 삼양초등학교에서 실시한 교문 바꾸기 프로젝트의 과정과 결과가 담겨있다. 초창기 개척자가 다 그렇듯 이렇다할 지원의 미비속에 모든 것을 만들어가는 힘든 과정이 크게 다가온다.

 삼양초등학교는 언덕에 있는 학교다. 교문부터 운동장 학교 교정까지 학생들은 작은 언덕을 타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교문이 작고 그래서 버스가 학교로 진입하지 못한다. 초등학교는 체험학습 장소까지 알아서 가는 중고교와는 다르게 안전의 이유로 모든 학생이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체험학습장소로 이동한다. 그래서 학교로 버스가 들어오지 못하면 교사가 학생들을 모두 인솔해 주차가 가능한 인근 도로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르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학교동문회에서 교문을 새로 만드는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다. 한 선생님이 팔을 걷어 부쳤다. 이런 경우 보통이라면 그냥 늘 있는 교문을 새로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교사는 교문을 재구조화하려고 나섰고 이에 학교 소식지로 이를 알리고 학생들의 디지인을 공모한다. 참여가 높아 디자인이 백개를 넘어서자 전문가 집단은 인근 대학생들의 도움을 얻어 작품을 선정한다. 다만 여러 사람의 생각을 담기 위해 1등 작품만이 아닌 여러 사람의 작품을 토대로 작업한다.

 그리고 또 다른 워크숍이 따른다. 학생들은 다수가 모여 학교 교문과 인근 공간에 필요한 것들에 대한 의견을 냈다. 이어 건축가를 섭외한다. 그 건축가는 이런 학생들의 의견, 그리고 학교의 교가와 상징물들을 담아낸 삼각산 모양의 교문을 디자인한다. 모두 철로 구성된 이 교문은 뒤로 이어져 학생이 쉴수 있는 의자로 구성되었다. 제법 멋들어졌는데 문제가 생긴다. 소방차의 진입을 위해 교문의 높이가 7미터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 디자인이 엎어진다. 도움을 주던 건축가도 다른 사람으로 바뀌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동문회에서의 지원도 끊어진다. 자세한 사정 설명은 없지만 아마도 현금이 아닌 철의 지원이었던 것 같은데 교문이 철로 구성되기 어려워지며 지원이 불가능해진듯 하다. 여기서 포기할만도 한데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서울시 교육감에게 편지를 쓴다. 교육감이 이에 호응해 지원을 하게 되고 이로써 교문프로젝트가 다시 시작된다. 

 높이의 문제로 위 부분을 철거하고 디자인을 재공모해 연필 모양의 교문이 들어선다. 지난 세월간의 삼각산 디자인도 어느정도 남아있고 기존 철거한 교문의 잔해에 학생의 글귀를 담아 이를 교문에 넣었다. 이렇게 교문이 완성되는데 걸린 세월이 무려 4년이다. 처음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중 3학년이하만 이 결실을 누리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책의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교사의 삶과 그 교사가 실행한 다른 프로젝트 및 교문 프로젝트에 대한 뒷 이야기가 담겨있다. 짧고 작은 책이지만 진정성이 담긴 책으로 참교육이 실현된 현장을 잘 담은 책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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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3-04-11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예전엔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교문을 바꿔주었다는 말이 있었는데, 요즘은 절대 없는 일이겠죠?^^

닷슈 2023-04-11 22:12   좋아요 1 | URL
공립에선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사립은 잘 모르겠습니다.
 
블렌디드 수업 디자인 - 다양한 수업 경험을 설계하는 디지털 도구 활용과 사례
박영민 외 5명 지음 / 프리렉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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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의 긴 그림자가 마침내 사라져간다. 학교는 작년부터 전면 등교를 시작했고, 올해 초부터는 실내 마스크가 해제 된 데 이어 곧 대중 교통 내에서의 마스크 착용도 해제될 듯 하다. 코로나로 원격 수업을 하면서 그간 교육 현장에선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블렌디드 수업이 한창 진행되었다. 블렌디드 수업은 글자 그대로 가상 공간과 실제 세계에서의 수업을 혼합하는 것이다. 코로나 2년 차인 2021년부터는 학교에서 등교와 원격이 병행되었기에 이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전면 등교가 시작된 작년부터 학교 현장은 다시 디지털 도구들과 급격히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직 학교 교육에 디지털은 어렵고 일선 교사들에게 멀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현실이 녹록지 않다. 세계는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향하고 있으며 이는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교육 현장은 디지털 전환을 한 번 놓친 적이 있다. 2015년 당시도 지금도 교육부 장관인 이주호 장관은 그 당시에 모든 학교 현장에 테블릿 기기를 학생 일인당 한 개 씩 모두 지급하고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려고 했었다.(물론 잘 되지 않았을 것 같지만) 거기에 당시 불던 코딩 교육 열풍에 2015 개정 교육 과정에도 이게 반영되었다.(하지만 초등과정 전체에 고작 17시간, 중학교는 34시간 고등학교 68시간에 불과했다.)

 이처럼 당시 시기를 놓치다보니 한국 교육 현장은 디지털 전환에 선도적으로 진입할 시기를 크게 뒤로 미루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혁신 교육에 갖고 있는 일부 불만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이번 지선에서 보수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데는 미래교육을 강조한 점도 작용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때문에 어렵지만 공교육 차원에서 디지털 세계에서 살아갈 학생들을 위해 어린 시절부터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해줘야 한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곧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도입될 학교자율시간 등을 이용해 학교교육과정 내에 디지털 교육 시간을 배정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코딩, 3D프린팅, 메타버스 교육 등에 대한 개념 이해와 활용, 창작 등이다. 그리고 더 좋은 방법은 일반 교과교육과정 내에서 이 도구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MS팀즈나 구글클래스룸 같은 도구들은 학생들의 협업이나 글쓰기, 프로젝트 수업 등에 매우 유용한 도구들이다. 

 그리고 메타버스나 코딩, 3D 프린팅, 인공지능 교육 등도 일반 교과에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다. 좋은 말과 나쁜 말을 구분하는 인공지능, 서양화나 동양화의 화풍을 구분하는 인공지능, 간단한 스케치를 괜찮은 그림으로 바꿔주는 인공지능은 각 교과의 여러 성취기준에 어울린다. 또한 3D 프린팅은 수학과나 미술과에서 많이 활용이 가능하다. 다양한 디자인으로 작품을 만들고 도형을 이용해 여러 이동이나 조형물을 만들 수 있으며 입체도형 자체의 회전 및 관찰에도 좋다. 메타버스는 학생들의 여러 산출물을 전시하여 공유하거나 혹은 메타버스 자체를 구축하여 여러 성취기준을 달성하는데 유용하다. 

 이처럼 교사의 노력으로 학교 현장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충분히 가능하다. 남은 건 생각과 노력 뿐이란 생각이다. 책에는 이런 수업을 위한 다양한 도구들이 나와 있다. 도구는 생각보다 무척 많으며 한국에도 쓸만한 것들이 더러 있다. 이런 것에 모두 통달할 필요는 없다. 한 두 개만 잘 활용해도 성공적으로 디지털 전환한 교육을 실천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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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수업하며 책을 쓰다
이호창 지음 / 하움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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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교육이 들어서면서 교육현장에서 교육자의 자율성이 높아졌고, 족쇄도 어느 정도 풀리면서 많은 연구결과물들이 책으로 출간됬다. 당연히 많이 팔리진 않겠지만 교사들이 쓴 책도 상당히 많아졌고 읽을만 해졌는데 '교사 수업하며 책을 쓰다'처럼 교사입장에서 글을 쓴다는 책은 더욱 독특했다.

 교사가 책을 쓴다면 당연히 소재는 교육에 관한 것일 것이다. 이론에 충만한 사람은 교육 이론에 대해서 쓰겠지만 이는 아마도 교사보다는 교수쪽이나 전문연구자가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생님들은 대개 자신이 실천한 수업연구과정 및 결과나 상담관련 쪽으로 책을 많이 쓰게 될 것이며 실제로도 그렇다. 또는 최근엔 교육과정과 관련한 책도 선생님들에 의해 많이 나오고 있다. 이해중심교육과정이나 교수평 일체화 책, 또는 교육과정 문해력에 관한 책들이다. 평가에 관한 책도 조금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 교사의 교직 전문성 중 가장 약한 부분이 평가라고 생각한다. 많은 선생님들이 교육과정과 수업에 상당히 힘을 쓰곤 있지만 그것의 성과나 학생의 성장을 검증하는 평가방법에 대해선 이상스레만치 인색한 편이다. 평가에 관한 책이 많아졌으면 한다.

 이 책은 수업 실천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2학년 담임을 오랜 기간 맡으면서 그 아이들과 함께 실천한 수업과 교육과정에 대해 글을 썼는데 그 과정을 자세히 소개함으로써 교사입장에서 책을 어떻게 쓰는지 알려준다.

 우선 분야를 정해야 한다. 언급한 것처럼 수업연구가 주 소재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매일 실천한 수업의 기록이다. 수업일화를 자세히 기록하고 학생 및 교사가 그 과정에서 남긴 과정물과 결과물을 사진등을 잘 축척해 놓아야 책을 쓰기 수월해진다. 이런것들이 많아지면 설계를 잘 해야한다. 각 책의 장마다 어떤 내용을 체계적으로 수록할 것이가를 일목요연히 잘 정리해야 한다. 

 마지막은 독특했는데 책을 완성하고, 쭉 퇴고한 후, 이를 출판사에 투고하는 것이다. 유명한 사람이라면 출판사에서 의뢰가 들어오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므로 투고가 유일한 방법이다. 저자는 투고를 할 때 자신의 약력을 자세히 소개했고 이 책이 어떤 선생님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될지를 상세히 알렸다. 출판사는 책을 파는 것이 목적이기에 나의 책이 팔릴만한 이유를 알린 것이다. 교사로서 책을 쓴다는 것은 자신에게도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많은 경험과 강한 내공을 가진 분들이 더 많은 책을 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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