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청소년-시민입니다 곰곰문고 13
박지연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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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를 졸업하여 대학생 혹은 사회인이 되기까지 한국의 학생들은 인고의 시기를 겪어야 한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모든 권한을 박탈당하고 학생다움이란 굴레에 갇혀 어른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모든 행복과 하고 싶은 것은 이것들을 위한 뒷전이 되고 학생들도 그걸 내면화시켜 참고 살아왔다. 왜 지금부터 행복하고 권한을 가진 시민으로 살면 안될까란 생각을 당연히 해본적이 없다. 그저 고교시기가 끝나서 갑자가 모든 권한이 주어진게 좀 우습고 이상했을 뿐이다. 불과 며칠전가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는 고교생이었는데 말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은 학생시절의 행복과 여러 권한을 박탈하는 반헌법적 문제도 야기하지만 무엇보다도 학생 자신이 올바른 시민으로 자라날 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 노예로 평생을 살아온 자가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시민정신을 가진 시민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이런 환경에서 자라난 학생이 이른이 된다고 해서 갑작스레 주체로서의 시민이 되기는 만무하다. 한국의 시민성이 낮은 것은 이런 것도 큰 작용을 할 것이다. 

 시민으로 자라나기에 한국 학생들이 처한 상황은 학교 안팎으로 암울하기만 하다. 학교밖에서 우선 한국의 학생들은 사실상 참정권이 박탈되어 있다. 선거권은 2019년에야 간신히 만 18세로 내려왔다. 학생연령으로 치면 고3학생중 생일이 지나간 학생들 일부만 선거권을 갖게되는 수준이다. 어느 정치인이든 학생의 말을 듣지 않게 되는 구조다. 여기에 정당에 가입할수도 없다. 물론 그간의 노력으로 정당가입이 만 16세이상이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부모 같은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때문에 뜻이 있는 학생이더라도 학업에 방해된다거나 정치적 중립을 과다하게 강조하는 사회적 풍토에서 좀처럼 허락을 얻기가 쉽지 않다. 설사 정당에 가입해서도 마찬가지다. 학생은 오히려 정당인이 되면 정당의 주요 의사결정에 정식당원으로 참여하지 못한다. 오히려 정당 바깥의 학생은 참여가 가능하다. 거기에 대개의 정당은 학생을 당당한 하나의 일원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우리도 젊은이를 고려한다는 구색맞추기 정도로만 취급하기 일쑤다. 

 학교 내의 조건도 좋지 못하다. 교내 학생자치회는 잘 운영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교사나 다른 학생, 학부모로부터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스펙쌓기용 정도로 인식되거나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제도적으로 학교교육에 참여할 길이 없다. 학생이 학교의 주인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학교의 주요 행사나, 교육과정, 가치, 비전 철학을 결정하는데 참여할 권한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학교의 주요 심의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사와 학부모, 지역인사로만 구성된다. 물론 학생을 참여시키라는 권고가 있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학교재량이므로 이를 실행할 만한 학교의 장은 많지 않다. 실제로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이 사전의견 수렴, 안건제출, 참관등의 방식으로 참여한 경우는 전국 국공립학교의 29.9%에 불과하다. 여기서도 보다 의미있는 직접 회의 참여는 11.8%에 불과하다. 

 청소년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권한도 갖고 있지 못하다. 일반인이 자기 목소리를 낼만한 통로로 헌법소원이 있다. 하지만 청소년은 헌법 소원과 같은 소송을 내개 위해서는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민법상 만 19세 미만은 독자적 법률 행위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정도가 독자적으로 가능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정도가 가능하지만 알다시피 위의 수단보다는 강도가 약하다. 

 이런 청소년의 권한 강화와 시민으로 자라날 장을 만들어주기 위해 책은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선거연령을 낮추는 것이다. 만18세는 부족하며 만16세나 그 이하로 낮추어 적어도 고교생이되면 모든 선거에 참여할 자격을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각 지역의 교육감, 시의원 및 국회의원, 지자체단치장이 청소년의 눈치를 보게 된다. 현행 만18세는 전체 학생 중 불과 20만 정도의 유권자만 허락한다. 누가 신경을 쓸만한 숫자가 아니다. 다음으로는 청소년이 지지 또는 반대하는 후보나 정당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고 참여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청소년이 직접 법을 만들거나 바꿀기회를 줌으로써 역량을 발휘하고 키워나갈 찬스를 줄 필요가 있다. 선거, 제도권 정치, 학교, 교육청, 지역사회, 지방정부, 중앙정부 곳곳에 청소년 참여 자리를 확대할 필요도 있으며 마지막으로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어 청소년 정치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행 법령은 만25세이상에게만 피선거권을 부여한다. 이는 무려 1948년에 정해진 것으로 한창이나 시대착오적이다. 이를 역시 고교생인 만18세 이상 정도로 하향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어린 나이부터 정치에 참여하는 뜻있는 정치인이 나오게 되고 이로 인해 프랑스의 마크롱이나 핀란드 총리처럼 30대 초중반에 중요한 정치인으로 성장할 기회도 생겨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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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9 04: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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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앵글의 심리 -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의 마음으로 읽는 학교폭력
이보경 지음 / 양철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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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서 말하는 트라이앵글은 정확하게 나와 있지는 않지만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방관자 및 교사의 심리를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책은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이들의 심리와 그렇게 된 생리적 또는 성장환경등을 언급한다. 

 학생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부모나 교사에게서 벗어나 집단을 이루고자 한다. 때문에 무리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공포도 상당해진다. 그래서 서로 간의 결속을 위한 희생양을 찾거나 함께 괴롭히기도 하는데 이게 학교폭력이 되기 쉽상이다. 그리고 집단이 요구하는 것이라면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역할을 수행하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내가 아픈 관계더라도 내가 그 집단에 속할 수 만 있다면 그 안에서의 어떤 수치나 치욕도 참아내며 나쁜 짓을 하게 된다. 

 착한 교사의 역설이란게 있는데 교사가 착하고 허용적이면 오히려 적절한 지도를 하지 못해 아이들이 악해지는 현상이다. 학급이 붕괴되는 현장의 패턴을 살펴보면 교사에게 욕하고 고함치는 학생들을  통제하지 못할 때다. 교사는 공격적인 아이에 대해 침착하고 단호하게 원칙대로 대해야 하며 그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교육하는 일련의 절차를 보여야한다. 그리고 그걸 본 아이들은 정의라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대부분의 학교폭력이론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아이와 그 관계하는 사람, 그리고 사회를 가리킨다. 아이는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자라야 한다. 그리고 이 울타리는 아이를 감시하는 역할도 한다. 광대한 세계에서 어른들은 아이들 각자가 경계를 세우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경계가 있어야만 자신을 지키고 넘어서는 안될 것을 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허용적인 부모아래에서 자란 아이들은 경계를 모르고 타인을 침범하여 타인에게 함부러 하게 되는 충동적이고 자기 관리가 안되는 성향으로 자라나게 된다. 

 사랑과 엄격함이 함께하는 부모, 부모로서의 역할을 자기 인생의 아름다운 의무로 생각하는 부모는 아이들이 적절한 울타리 안에서 자유롭게 탐색하는 것을 돕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아이는 경계를 세우고 넘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된다. 교실에서 자기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없으면 학생은 그 안에서 다양한 권력 구조를 형성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공격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즉, 남의 잣니의 울타리를 지키고자 남의 울타리를 넘는 행동인 학교폭력을 자행하게 된다는 뜻이다. 때문에 학교현장에서도 교사, 혹은 방관자가 아닌 다른 학생들의 울타리 지키기 노력이 중요하다. 

 학교폭력을 다루거나 촉법소년을 다루는 법관도 그들이 쓴 거짓 반성문에 휘둘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인데 그들에게 요구하는 반성문이 형식적이고 무작적 반성을 강요하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인식하지 못한채 습관화된 방식을 지속하게 하여 더 큰 잘못으로 이어지게 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해자를 다루는 과정이 중요한데 책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제시한다.

 1. 친구를 괴롭힌 배경을 함께 찾아본다.

 2. 도입과 원인을 파악하는 질문을 던진다.

 3. 내면화 하게 한다.

 4. 공감하게 한다.

 5. 직면하게 한다.

 6. 교사도 자기를 노출한다.

 7.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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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의 불편한 진실 - 환상에 사로잡힌
박제원 지음 / EBS BOOKS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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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개정교육과정부터 한국 교육은 혁신교육의 흐름과 더불어 지식위주의 수업과 교육과정, 학력관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 흐름은 학생중심의 수업과 배우는 과정, 그리고 주제통합형 수업, 통합교육과정, 프로젝트 수업 등을 중시한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과거에 비해 지식에 대해 소홀히 하는 느낌이는 드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인터넷의 대두와 더불어 인공지능까지 떠오르며 지식은 좀 홀대받는 느낌이다. 

 저자는 이런 분위기를 파고들어 최근의 한국 미래교육이 학습의 가장 중심인 지식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책을 펴냈다. 특히나 혁신 교육이 전통적 지식 중심 수업을 도외시 하고 이를 중요시하는 교육계의 한 주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교육정책을 펴나간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는다. 

 개인적으로 혁신교육과 미래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이를 추종하는 책들이 대세인 가운데 반론을 제기하는 책을 봐서 신박하게 보았다. 우선 저자는 전국적으로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며 혁신교육이 도입된 가운데 지식교육을 도외시 한 나머지 학력이 떨어졌음을 제시한다. 자료는 PISA에서 측정한 시험이다. 그리고 문해력의 감소와 사교육비의 증가도 문제로 제시했다. 보면서 약간 설득력에서 회의적이었는데 우선 학력 같은 경우 감소폭이 그리 크지 않았다. 2010년대부터 제시한 학력 수준은 10년초반에 낮았다고 15년즘을 향하면 상승하고 이후 다시 2020년을 향하며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하락수준이 10년초반과 비슷해 크게 낮아졌다고 보기 어려웠다. 당시는 오히려 보수교육이 일제고사를 실행하던 시점이었는데 그 때와 비슷한것이 낮은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또한 학력의 경우 전통적 학력과 혁신교육의 학력은 개념자체가 매우 다르다. 보수쪽에선 지식위주의 객관식 시험점수를 학력으로 보는데 혁신교육은 역량 중심으로 실제 문제해결력, 학생의 학업이나 문제해결 의지, 협동능력, 자기주도성을 복합적으로 학력으로 본다. PISA 시험문제에 대해서 잘 모르나 이것이 낮다고 학력이 낮다는 것은 전통적 관점을 것이다. 그리고 문해력의 감소도 그렇다. 문해력이 낮아지는 것은 전세계적 문제인데 이는 스마트폰과 영상의 범람때문이다. 물론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낮아졌으니 이 문제를 교육계에 책임지울순 있겠다. 하지만 한국이 더 디지털화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청소년이 더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도 고려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교육 부분인데 실제 통계자료상 사교육비가 혁신교육 도입이후 증가했다. 저자는 이를 학력의 하락으로 인한 보충으로 보고있지만 2010년대 2만달러에서 2020년 3만달러로 국민소득 자체가 증가한 점, 그리고 이 시기 4차산업혁명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커지며 코딩이나 드론 등 미래교육 방향으로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생성한 점도 고려했어야 한다. 이를 혁신교육의 책임만으로 지우기엔 역시 설득력이 부족했다. 

 그리고 학력관과 더불어 혁신 교육은 지식을 도외시 하지 않는다. 다만 구성주의에 입각해 지식을 학생이 스스로, 협력하여 경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생성하는 것을 중시한다. 외부주입보단 덜 효울적이겠지만 그 방식을 선호한다. 이러한 수업이 효율이 떨어지고 지식의 체계성을 쌓는데는 다소 약점이 있다고 볼순 있겠다. 하지만 혁신 교육 역시 이 모든 것에 기반에 기초기본지식이 있음을 인정하며 실제 목표에서도 기초바닥으로 항상 설정하고 있다. 혁신교육이 목표로 삼는 역량은 매우 복합적이고 상황맥락적이기에 실제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장기적 관찰과 향상과정을 꾸준히 전문적으로 행해야 할 것이고 실제 평가기록도 이런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능력주의가 많은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역량의 측정과 그를 위한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의 일체화는 이런 능력주의의 부작용을 다소 떨궈줄 것으로 생각된다.

 책은 혁신교육에 대한 비판외에도 학습과학에 근거한 학습 전략을 제시하는데 이 부분은 좋았다. 학습전략으로 9가지를 제시한다. 

 첫째로 정보가 작업기억에 오래 유지되도록 실질적인 용량을 늘려주는 것으로 청킹 전략을 제시한다. 둘째로는 작업기억에서 인지과부하가 생기지 않도록 교사가 교육내용을 짧게 여러 개의 단위로 나눠 가르치면 효과적이라고 한다. 셋째는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되뇌기 전략이다. 단순 반복과 장기기억에 저장한 지식을 다른 것과 관련짓는 전략, 정보를 공동범주에 묶어 재구조화하는 방법이 있다. 넷째는 장기기억에서 정보가 잘 인출되게 적절한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 다섯 째는 시청각 자료와 스토리 텔링, 여섯째는 충분한 휴식주기, 일곱번째는 디자인 씽킹, 여덟번째는 융합적으로 사고하기, 마지막은 학교에 예술교육늘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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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민 - 어리다고 견뎌야 할 말은 없습니다
아거 지음, 최진영 그림 / 창비교육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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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2010년대 이전까지 한국의 학생들은 고교를 졸업하기전까지 일종의 유예와 예속에 가까운 상태로 살아왔다. 스포츠머리와 단발머리외엔 허용이 되지 않았고, 옷도 교복만 가능하며, 학교와 학원, 공부외에 다른 생각과 행동에 대한 자유는 사실상 없었다. 모든 것이 공부와 너의 미래를 위하여란 이름하에 희생되어 왔던 것인데 학생들도 이를 내면화하며 살아왔고 어른이 되어서도 학교와 비슷한 억압적 사회에서 이를 재현해왔다. 

 이런 억압과 예속을 위한 폭력은 학교에 만연했다. 학생을 인격적 존재로 대우하는 존중어는 언감생심이었고 폭력이 당연시 되었으며 학교에 학생을 위한 민주적 공간은 없었다. 자신들의 대표도 회장이란 대표성보단 학급담임의 대리 성격을 띠는 반장이란 이름으로 선출되었고 후보도 학업과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만 입후보가 가능했다. 90년대 중반부터 학생에게 존중어를 사용하란 명령이 적어도 서울에서는 교육청에서 내려온듯 한데, 그 때 이를 두고 많은 문제점을 열거하던 고교 윤리 선생님이 생각난다. 폭력은 정말 많았다. 너무 일상적으로 맞아와 많은 것들이 생각나지 않지만 충격적이던 폭력 두 가지가 아직도 생각난다. 하나는 초등 1학년때 무려 15개나 되는 반중에 하나에 들어가 모르는 아이들 사이에 낯설어하다 쉬는 시간에 만난 유치원 친구를 보고 반가와 따라 들어갔다 그반 담임에게 따귀를 맞은 일이다. 이유는 뭐, 남의 반에 함부러 들어가서다. 다른 하나는 중학교 2학년 때 개교기념일에 동네를 거닐며 집 근처 중학교를 지나가는 중이었는데 마침 체육수업을 하던 그 학교 중학교 선생이 나를 불러세운 일이었다. 평일 오전에 학생으로 보이는 녀석이 학교에 없으니 뭔가 문제가 있는 아이로 나를 보았던 듯하다. 개교기념일이고 학교까지 말하여 이렇다할 트집이 없자 그는 왜 수업중에 학교를 지나가냐며 다른 중학생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내 옆머리를 잡아당겼다. 물론 매우 수치스러웠다. 지금같으면 고발 감이다. 

 하여튼 책 '어린 시민'의 저자는 우리가 민주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진정한 시민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을 어릴적 부터 마땅히 생각과 언행에 자유를 갖고 인권을 존중받으며 이를 펼칠수 있는 민주적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한 듯 하다. 무척 당연한데 가정과 학교 및 사회는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는 흔히 말을 잘 들어야하는 존재로 취급받는다.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졸업식이나 입학식에서 소감을 말 할때 공부를 잘 하거나 어른이나 선생님 말씀을 잘 듣겠다고 말하는데 이렇게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나라가 세계적으로 드물지 않을까 싶다. 유럽이나 미국의 아이라면 내가 좋아하는걸 하고 싶다거나 재밌게 지내거나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고 하지 않을까. 하여튼 아이의 의견을 묵살하여 이렇게 존엄성을 무시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순종과 복종을 원하고 아이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며, 아이를 생각과 인격이 없는 소유물로 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이런 모든 행위를 아이를 위하여란 말로 포장하고는 하는데 이 위하여에 정작 아이 본인의 의사가 빠져 있다는게 문제다. 즉, 언제든지 어른들의 입맛과 생각을 위해 아이들을 다루게 되기 쉽다. 

 저자는 책에서 체벌에 대해서도 당연히 반대한다. 저자는 악몽같은 체벌을 겪었는데 저자는 원래 남앞에 나서서 뭔가를 하고 조직하여 행동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고교시절 저자는 부학생회장이었는데 회장과 더불어 학생들의 서명을 받아 일요일 자율학생 폐지를 학교장에 건의했다. 학교장은 젠틀하게 회장과 부회장을 맞이했고, 분위기도 훈훈하여 저자는 기대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월요일이 되자 방송으로 회장과 더불어 호명이 되었고, 교무실에 도착하자 네 까짓게 뭐냐라는 교사의 말과 함께 폭행이 이뤄졌다고 한다. 아마 회장은 공부를 잘하거나 집이 잘 살았는지 폭행은 저자의 몫이었다고 한다. 

 체벌은 즉각적이고 문제를 바로 해결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훨씬 더 많다. 학생이든 가정의 부모든, 교사든 체벌은 갈등상황을 힘으로 해결하여 민주주의의 문제해결 방식인 대화를 통한 갈등조절의 기회를 상실하게 한다. 오히려 성인이 되어 힘에 의한 해결을 선호하는 계기를 주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체벌은 맞을 짓이 있다는 생각을 때리는 사람이나 맞는 사람, 보는 사람에게 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체벌은 맞은 사람에게 폭력의 상흔을 정신에 영구히 남기며 그로 인해 폭력이 향후 재생산하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맞아본 사람이 더 잘 때리게 되는 법이다. 

 저자는 아이들의 노동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한국의 사용자들은 최저임금을 잘 안지키고 편법을 쓰는 걸로 유명하지만 그 대상이 성인이 아니고 학생이면 더 심하다. 그냥 노동한 것에 대해서 계약한대로 법적으로 규정된대로 급여를 주면 되는데 꼭 돈을 왜 버냐고 물어보며, 그리고 공부하지 않고 저녁에 돈을 버는 학생을 문제아 취급한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15세 이상에게 노동을 허락하면서도 18세 이하에겐 누구나 노동을 하는 경우 부모나 후견인의 동의를 받게 한다. 저자는 이를 학생을 보호하기 보다는 청소년을 예속의 존재로 보는 또 하나의 시선으로 파악한다. 

 책은 작년에 읽은 '어린이라는 세계'와 더불어 학생을 보는 시각을 잡아주는 좋은 책이다. 어린이라는 세계가 좀 더 어린 아이들의 눈과, 그것에 대한 존중과 이해, 동심을 불러일으켜준다면 이번 책은 어린이를 하나의 시민이자 시민으로 완성되어가는 과정으로 보고 이에 대한 생각을 고취시켜주는 책이다.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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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08 17: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생각하며 읽었던 리뷰네오 ~~ 닷슈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

닷슈 2022-03-10 23:2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미니님도 축하드려요.

서니데이 2022-03-08 18: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닷슈 2022-03-10 23:2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레이스 2022-03-08 19: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닷슈 2022-03-10 23:25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축하드립니다.

이하라 2022-03-08 19: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2-03-10 23:2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하라님.

강나루 2022-03-09 0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오늘 투표하는 거 아시지요^^

닷슈 2022-03-10 23:26   좋아요 2 | URL
사전투표를 이미 했었죠. 나루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포노 사피엔스를 위한 진로 교육 - 진학과 직업에 몰입된 진로 교육 벗어나기
김덕년.유미라.허은숙 지음 / 교육과실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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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 포노 사피엔스. 특이한 양상과 변동성이 큰 미래를 살아갈 이들을 위한 색다른 진로교육 필요하다는 취지로 나온 책이다. 

 책은 먼저 포노사피엔스의 특징을 살핀다.

 우선 순간성인데 포노사피엔스는 워낙 모든게 빨리 변하는 세상에 살다보니 판단을 위해 깊게 숙고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들은 짧은 시간에 행동하고 결정한다. 한우물을 파기보다는 세상은 즐길것과 할 것이 많다. 다음은 무경계성이다. 시공간의 구분이 분명치 않고 메타버스의 등장으로 이런 변화를 더욱 커지고 있다. 마지막은 개체성으로 네트워크로 어느때보다 타인과 연결성이 높아졌지만 역설적으로 이들은 매우 개별적이고 파편적이다. 다만 모든 기준이 자기 자신으로 여기서 시작해 원하는 관계나 집단을 형성하고 그 파급력을 키운다. 

 이런 포노사피엔스에게 학교에서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도 제시한다. 책에서는 이들에게 나 자신이 존엄한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 이것은 과거처럼 좋은 대학이라는 특정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해나가는 과정 자체를 중시해주는 것을 말한다. 또한 호기심을 갖고 이를 발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과 바로 지금 행복한 삶을 살도록 해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진로교육이 특정 직업에 대한 생각을 갖기 보다는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자기 이해나 자아 정체성등에 대한 파악이 최근엔 중시된다. 그래서 최근의 진로교육은 자아 이해와 타인과의 의사소통 능력에 기초한 사회적 역량을 기르고 진로목표에 따라 자신의 진로를 창의적으로 설계하고, 준비하는 역량이 된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었는데(저자가 3명인걸 보니 한 장씩 나누어 쓴듯 하다) 1장이 언급한 이론적 내용이고 나머지 두 장은 교사들이 진로교육과정에서 겪은 실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진로교육같지 않고 상담이나 학생 이해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최근의 방향이 그러하니 이런 내용이 실리는 것이 맞다고 본다. 

 책 제목과는 다르게 포노 사피엔스에 대한 구체적인 것 보다는 그냥 최근 아이들과의 소통과 상담, 이해과정이어서 얻고자 하는 내용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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