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간, 이렇게 바꿨어요! - 미래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
권미나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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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OECD 컨퍼런스에서 학교공간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는 한국의 혁신교육에 학교 공간의 중요성에 대해 일깨움을 주는 사건이었다. 학교공간은 학생들의 학습과 정서적 성장, 태도에 이르기까지 생각보다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에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물리적 조건과도 얼추 맞아들어간다. 통계에 의하면 한국 학교 중 40년 이상 경과한 노후 건물은 무려 20%에 달한다. 그리고 딱 5년만 지나면 그 비율은 무려 30%에 육박한다. 자연스런 대규모 재건축, 리모델링 시기와 학교공간의 혁신에 대한 현장의 요구가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공간혁신 접근법은 다음의 순서에 따른다. 우선 학교고유의 교육적 가치와 목표를 설정한다. 이 교육적 목표와 가치의 실현에 적합한 교육공간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교육적 목표와 가치 달성을 위한 교육과정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세부적 실현을 위한 교수학습방법과 학교운영방식도 결정해야 한다. 세 번째는 현재 학교의 건물과 대지가 이러한 교육적 가치와 목표의 실현에 적합한지 재검토하는 것이다. 목표에 부합한다면 감히 새로 짓거라 굳이 리모델링할 필요는 없다. 검토가 끝나면 이를 바탕으로 중기장기 마스터 플랜을 실행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완성한 혁신적 공간을 학생들이 직접 사용하면서 그 성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계속 수정 보완해나가는 것이다.

 공간혁신 접근법중 사용자에 중점을 둔 사용자 참여 설계의 단계도 있다. 우선 '시작하기' 단계에서는  TF팀을 구성하고 사업개요를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안내하며 전체적인 학교공간 혁신진행 일정을 협의한다. '이해하기' 에서는 학교 공간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 교사들의 생각, 학부모의 생각을 듣고 서로 공유한다. '탐험하기'에서는 이해를 바탕으로 학교공간을 혁신한 다른 학교 공간 탐방을 진행한 다음 관찰한 내용과 공간 탐방 결과를 정리하고 공유하여 의견을 나눈다. '상상하기' 에서는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구체화한다. '만들기'는 건축사가 지금까지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공간을 설계하고 시공, 감리를 진행한다. 마지막 '돌아보기'에서는 실제 변화한 학교 공간을 사용한 후 학교 구성원에게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다. 

 학교공간 혁신에서 교사가 하는 일은 학생들의 시선에서 관찰을 하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의미 있는 지점을 찾아 거기서 확장된 생각을 구체화하고 실현할수 있게 연결짓는 것이다. 그리고 이의 실행을 위해 많은 대화의 시간과 교육과정 디자인을 통한 학교공간변화 수업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공간혁신에서 학교는 복합적 생활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학생의 일과를 분석해보면 학생들이 학교공간에서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수 있는데 공부하는 곳일 거라고 교사, 학부모의 생각과 달리 학생들에게 공간은 집과 같은 생활공간에 가깝다. 공부도 하지만 놀이와 관계, 쉼이 꾸준히 일어난다. 그래서 학교는 수업 ,학습 ,놀이 등의 여러 기능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 되고, 각 공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그 효율성과 활용도가 높아진다. 

 학교공간을 혁신하는 과정에서는 언급한 것처럼 학생, 학부모, 교사간의 의견과 철학이 매우 상이할수 있으며 같은 교사, 학부모 집단안에서도 그것이 매우 달라질수 있다. 이 경우 공간 혁신과정에서 적잖은 마찰이 일어난다. 원하는 것을 모두 구현한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효율성과 연결성이 문제가 생기고, 실제 예산과 공간도 부족해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문제다. 이렇게 공간에 대한 생각이 다를때의 판단 기준은 공간의 유연성과 공간의 다목적성, 그리고 지역사회의 특성을 살려 학교공간을 디자인하자는 마음이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의 마음과 의견이다. 이를 토대로 한다면 갈등상황에서도 원만한 해결이 가능하다. 

 학교공간을 혁신하는 중요한 이유중 하나는 미래학교 구축이다. 최근 교육계에서는 혁신학교 이후의 미래학교를 고민하고 있는데 양자는 다른 것은 아니며 연속성상에서 새로운 미래 요소를 더해나가는 것이다. 생각은 좀 다르지만 미래학교가 무엇인지 지금 시점에서 정의한다면 미래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것 하나하나에 집착하기 보다는 미래 기술을 학생들이 활용하고 공유하는 태도를 갖게 하는 곳이다. 학생은 미래학교의 공간에서 미래기술을 활용하면서 유연한 사고와 모둠끼리의 협업태도, 간단한 기술을 활용해 창의적 결과물을 생산 공유할 수 있다. 

 학교공간의 혁신은 많은 변화를 불러 온다. 서울 당곡고의 경우 공간을 구성하니 학생의 자치활동이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공간의 변화는 기존의 강의식 수업에서 토의토론이나 프로젝트 수업등 학생 중심 수업으로의 변화도 가지고 왔다. 그리고 학생이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에 따라 학교내에서 무언가를 하려는 자발적 시도가 학생과 교사 양집단에서 늘어났다.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 모두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커졌고, 다양한 교육과정과 교육활동들이 이전보다 늘어났다. 

 이처럼 학교공간은 많은 긍정적 변화를 불러온다. 하지만 학교의 구성원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바뀐다. 때문에 철학과 비전, 지역의 요구를 바탕으로 학교 공간을 새로이 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특수하면 곤란하다. 그래서 만드는 과정에서 미래 사용자에 대한 배려도 요구된다. 그리고 이는 학교 공간의 유연성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유동성과 다용도성, 확장성, 수정가능성, 전환성이다. 특수하되 일반적이면서 혁신적이고 전환가능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이런 일반적 이론 외에도 다양한 초중고교들의 학교공간 혁신 과정과 그 결과물이 수록되어있다. 사진자료도 풍성한 편이다. 학교공간에 관심이 있는 모든 교육주체들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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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공간 혁신 - 학교 공간 개선 솔루션
서예식 외 지음 / 해냄에듀(단행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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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교육에서 최근 화두는 학교공간의 변화다. 수업의 변화, 교육과정의 변화에 이은 제 3탄인데 학교공간을 제3의 선생님으로 칭하기까지 한다. 인간이 공간에 의해 얼마나 영향을 많이 받는지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학교가 전인적 인간교육을 표방하는 만큼 학교의 공간 역시 교육의 본질적 요소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의 당연한 견해다. 

 사실 그간 국내에서 교육의 변화는 수업방법의 변화와 교육과정의 변화에만 치우쳤다. 학교공간은 공간으로 보기보다는 사실상 환경으로만 치부했다. 그나마 신경을 쓴 것이 교실 뒷편이나 앞부분 칠판을 제외한 양 공간이었고 환경미화나 학급환경이란 말로 그 평면에 무엇을 부착하느냐를 갖고만 고민했던 것 같다. 

 연구에 의하면 건물상태가 최악인 경우와 최고인 경우 학업성취도는 4-9%의 차이를 보였으며 건물 상태가 가장 오래된 경우와 최신인 경우는 5-9%차이를 보였다. 공간에 학업성취도에 상당한 영향력을 보인 셈인데 이런 인지적 부분 외에도 정서적인 부분도 감안한다면 그 영향력을 더욱 클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교육부는 2021년에서 2025년까지 18조의 예산을 투입하여 학생중심의 미래 건물을 구축하는 사업을 시행한다.현재의 학습공간 중심에서 학생의 휴식과 소통의 생활공간 비중을 늘리고 정서적 안정과 미래교육에 적합한 학교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구체적 사업명을 그린스마트스쿨인데 친환경에너지 절약형의 건물과 더불어 학생의 미래교육에 적합한 환경을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학교공간을 개선하는데는 최근 사용자 참여형 공간 개선 사업이 눈길을 끈다. 이는 교육과정을 통해 사용자인 학생과 선생님이 자신들의 창의적 제안과 아이디어를 제시하여 이를 실제 설계로 바꾸는 행위를 통해 학교공간이 바뀌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과 교사는 학교공간에 대한 강한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수의 사용자를 배려하는 유니버셜 디자인 개념도 도입해야 하고, 구축한 공간이 입김이 강한 소수의 학생만을 만족시키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도 있다. 또한 소음과 분진 발생으로 인하 정독성의 훼손이나 사용의 지속가능성도 고려의 대상이다. 

 요소를 구체적으로 살피면 우선 학교휴게 공간이다. 학교는 학습에만 초점을 맞추어 쉬는시간도 무척 적지만 쉴만한 공간도 마땅치 않다. 하루종일 공부한 자기 책상에서 쉬고 싶은 학생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휴게 공간은 교실에서 가까운 것이 이상적인데 학교의 특정한 곳에 배치되거나 좌석이 적으면 다수의 학생이 공간을 평등하게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휴식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복도 양쪽으로 창턱에 의지하여 일자형 선반 테이블을 설치하는 것도 좋다. 학생들의 이동장애를 최소화하며 공간확보를 가능하게 한다. 학교 밖 풍경을 즐기며 창안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면 마치 카페에 온 느낌이 들것이다.

 학생자치실은 많은 학교에 없거나 있어도 매우 협소하거나 빈 쓸모없는 공간을 주기 마련이다. 아직 학교가 학생자치회의실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학생자치실은 잘 정리정돈이 안되고, 더러우며, 관리가 안되기 마련이다. 실제 학생들이 자치회으실보다는 오히려 카페에서 회의를 하고 싶어한다고 한다. 그래서 학생자치회의실은 깨끗하고 정리정돈되고 시설이 충분하고 넓어야 한다. 학생자치회의실에는 전체회의 공간, 소그룹회의공간, 특별활동공간이 필요하다. 수납함과 컴퓨터를 비롯한 회의도구와 칠판등이 잘 갖추어지면 자치회의실은 빛나게 된다. 

 공간을 굳이 만드는 것 외에도 도색을 하는 것도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공간을 변화하는 방법이다. 다만 이경우 기존의 색과 같은 도색은 금지다. 변화가 없어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색채디자인 업체에 설계를 맡기는게 좋은데 이 경우 전문가의 참여로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비용은 10%정도 더 필요하다. 교실이나 교무실, 특별실의 경우는 색을 구분하여 지정해주는게 좋고 복도나 계단도 색을 달리하는게 좋다. 층마다 설치된 방화문과 문틀도 별도의 색이 좋으며 페인트는 오염이 던되는 작서방지용 페인트나 친환경 무독성 페인트를 써야한다. 

 학교공간 프로젝트는 많은 돈이 드는 장기사업이다. 하지만 적은 돈으로도 당장 단위교실부터 학생을 위한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 꾸며나갈수 있다. 그과정에서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가 머리를 맞대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성공이 가능해보인다. 이 책은 중등중심으로 사례를 재구성했는데 그러다보니 미술과 기술교과의 도입이 많았고 학생 스스로 시공을 하는 경우도 나온다 하지만 그것이 어려운 초등사례의 책도 볼 필요가 있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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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 (고흐 에디션)
김영숙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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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책들은 강하게 미술사 전반을 사상별로 짚는 책도 있고, 단순히 시대별로 가는 책도 있고, 특정작가나 주제에 집중하는 등 같은 소재로 다양한 형태로 집필되는 것 같다. 이번 책은 그 중에서도 좀 많이 독특했는데 부담스런 미술작품은 1년 365일간 한 개씩 접한다는 형태다. 지루하지 않게 월-일요일까지 주제도 다른다. 월은 작품, 화는 미술사, 수는 화가, 목은 장르, 기법, 금은 세계사, 토는 스캔들, 일은 신화와 종교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읽어도 정보가 많고, 빠르게 읽을 순 없지만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았다. 

 읽으면서 큰 소득은 목요일 덕분인데 여러 장르와 기법을 알려주어 다른 미술책들은 당연히 안다고 전제하고 설명이 없던 부분들에 대해 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정리도 그 부분으로 했다. 먼저 조각이다. 유럽엔 참 아름다운 대리석 조각이 많은데 그 원조가 이집트란 점은 몰랐다. 이집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의 얼굴에 석고를 발라 데스마스크를 제작해 영원히 그 모습을 간직하고 기억하고자 했다. 이것이 얼굴에서 목, 가슴 일부까지 내려오며 초상 조각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고대 그리스에 영향을 주었다. 고대 그리스에선 영웅이나 신을 조각했으므로 실사와는 다르게 매우 이상화해서 조각을 남겼다. 남겨진 것은 대리석이지만 사실 그리스인들은 청동조각을 했다. 이를 후대에 고대 로마인들이 대리석으로 복제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조각이 더 쉬워져 좀더 세밀한 묘사를 추가해 복제를 했다고 한다. 그리스와는 다르게 로마는 인물 조각을 매우 사실적으로 했고, 주름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로마에서는 왕정이 들어서면서부터 신격화가 되어 인물을 이상화하여 조각했다고 한다. 아, 대리석으로 복제한 청동조각들은 녹여 다른데에 써버렸다고 한다. 고대 로마의 조각은 당연하면서도 이상하게 화려한 치장이나 갑옷아래 항상 발이 맨발인데 이것은 조각상의 주인공이 거의 신적인 존재임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림을 보다보면 작가이름 있고, 연대 있고 프레스코화나 템페라라고 쓰여있는데 뭔지를 몰랐다. 프레스코는 벽화다. 이탈리아어로 신선한이란 뜻이다.(그래서 프레스코 파스타 소스가 있구나!) 벽에 회반죽을 바른 후, 아직 마르지 않은 신선한 상태일때 물감으로 그리는 기법이다. 마를때 벽과 물감이 같이 마르며 완성되는데 벽이 무너지지 않는 한 매우 오래 보존된다. 하지만 벽이 마르기전 그려야 하는 시간적 제약이 크고, 수정하려면 회반죽 자체를 다시 뜯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거기에 습기가 많은 지역에선 벽이 잘 마르지 않아 제작이 어려웠다. 템페라는 계란이나 벌꿀, 끈적이는 나무 수액등을 용매로 해서 색 안료를 섞어 그리는 기법을 말한다. 서양 회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기법은 유화다. 유화는 르네상스 사실주의의 발달에 중요한 도구로 자리했다. 광물질을 갈아서 테라핀 기름에 섞에 만드는 것으로 다양한 색을 내기 쉬웠고, 마르지 않아도 덧칠이 가능해서 그림의 사실적 완성도를 매우 높인 재료다. 

 판화중 석판화가 있다. 석판화는 조각칼로 파내는 식이 아니라 평평한 석판 표면 위에 그림을 그린 뒤 찍어내는 방식이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음을 착안해 만든 기법이다. 모노타이프란 기법도 있는데 역시 평판화의 일종이다. 평평한 금속이나 석판 등에 잉크나 물감을 바른 뒤 그것이 마르기 전에 종이로 찍어내는 판화 기법인데 한 두장만 찍을 수 있어 사실상 판화와 회화의 중간형식이라 할 수 있다. 

 르네상스 미술은 조화의 균형감과 정적이고 우아한 채색을 자랑했고 사실주의적 표현이 유행했다. 이후 미술을 바로크로 이어지는데 당시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교회는 신도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기 위해 성당건축을 더 화려하고 조각은 더 역동적이고 그림은 한 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주제와 기법을 사용했다. 때문에 바로크 미술은 매우 역동적이고, 자극적이며 폭력적이다. 다음에 등장한 로코코미술은 매우 화사한 파스텔 색감으로 연대사나 신화에서 나타난 관능적이고 퇴폐적인 주제가 주를 이루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난 신고전주의는 과거 그리스, 로마에 대한 향수로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가치의 공공선을 추구하고 미술도 이런 표현을 했다. 비슷하게 등장한 낭만주의는 그 대척점으로 감정을 중요시하고 객관보다는 주관 나아가 개인의 자유로운 정서를 표현했으며 인상주의 역시 찰나의 시적인 감각을 표현했다. 이후 표현주의가 등장하는데 표현주의는 르네상스 이래 미술이 추구하던 세상의 재현에서 벗아나고자 했다. 빛에 따른 색의 변화를 그린 인상주의와 달리 어떤 대상을 보며 일어나는 감정을 표현했는데 인상주의가 외부가 내눈안에 들어와 찍히는데로 그린다면 표현주의는 자신의 감정, 정서가 바깥으로 나가 대상에 찍힌 것을 그렸다는 점에서 파격적이었다. 

 책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작품과 세계사적 내용, 작가의 이야기가 재밌게 담겨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그림 크기가 좀 작은 것인데 설명을 좀 줄이고 그림을 더 크게 넣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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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2 : 한국 -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 방구석 미술관 2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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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구석 미술관 1권의 대히트로 2권이 나왔다. 몇년 전에 나온 1권은 어쩌다보니 강제로 보게 되었는데 큰 임팩트가 없었다. 서양의 주요 미술가들에 대해(물론 저자의 내공은 깊겠지만) 간단히 대중적으로 다룬 느낌이었고, 어설프게 서양미술책을 몇 권 본 나는 그로 인해 크게 인상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그건 작가가 1권에 비해 수준을 높였다기 보다는 전적으로 내가 한국미술, 특히 현대미술에 많이 무지하게 때문이었다. 방구석 미술관 2편은 바로 최근 100년간의 한국 현대미술가들을 다루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남북의 분단기를 관통해 살아온 한국의 미술가들 10인을 모셨는데 이중섭, 나혜석, 이응노, 유영구, 정욱진, 김환기, 박수근, 천경자, 백남준, 이우환이다. 이중  7명은 이름과 작품을 들어봤다. 하지만 유영구와 정욱진은 정말 처음 듣는 분들이었고, 이우환은 어설프게 들어본 분이었다. 

 10인의 작가들은 제각기 다른 삶을 살고 그에 걸맞는 강렬한 10색을 가지고 있었지만 비슷한 시대를 살아낸 만큼 공통점이 있었다.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는 일본을 통해 서구문화가 침투하고 있었고, 그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하지만 일본을 통해 서구를 접하다 보니 왜곡된 부분이 많았고 소위 왜색이란게 생겨났으며 아시아적 가치와 문화, 특히 한국의 문화와 전통은 물질적인 후진성으로 인해 함께 경시되고 퇴색되었다. 이들 작가들은 이런 환경에서 전통미술과는 단절되고 먼저 일본, 혹은 한국에서 수련을 거쳤고, 더 나아가서는 유럽이나 미국을 향해 나아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미술의 제대로된 영향을 받았으며, 그 와중에서도 한국인임을 잊지 않고 한국의 미와 전통성을 현대미술의 경향성과 함께 융합하거나 살려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작가마다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책을 읽고 나니 전체적으로 든 느낌이었다. 

 작가 모두가 강렬한 삶을 살고 그것을 예술로 남겼지만 조금 더 내게 인상깊었던 사람들을 정리해본다. 먼저 나혜석이다. 나혜석은 그 삶이 파란만장하고 여성이기에 그의 행보에는 웬만하면 다 한국최초라는 수식어가 이상하리 만큼 자주 붙는다. 일단 그는 남자관계가 복잡하고 불행했다. 일본 유학시절 만난 최승구와 결혼까지 하려했지만 그는 이미 조혼을 한 유부남이었고, 독립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고생을 하던 혜석에게 반해 적극적으로 그를 돕고 변호한 우영 역시 사별하긴 했지만 애가 딸린 남성이었다. 우영의 지극정성에 혜석은 그에게 마음을 열고 우영은 혜석의 매우 현대적인 조건을 받아들여 둘을 결혼한다. 아이 셋을 낳았지만 유럽여행을 나선 혜석은 자유분방함속에서 실수를 저질러 최린과 불륜을 저지른다. 이에 우영에게 버림받고 그의 예술과는 다르게 사회적으로 매우 지탄받아 거의 모든 관계를 잃게 되고, 아이들과도 만나지 못하게 된다. 이런 불행함 속에서도 예술의 끈을 놓지 않고 작품세계를 이어가지만 불행한 죽음을 맞게 되는데 시대를 너무 빨리 앞서갔고, 여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았던 시기에 날개를 제대로 펼치지 못한 비운의 작가였다. 

 다음은 이응노다. 구글이 만든 사이트은 아트앤 컬쳐란 사이트나 앱을 이용하면 유명한 미술가들의 작품을 그 사람의 생애시기별로 볼수 있는데 아마 이응노를 살펴본다면 이 만큼 극적인 변화를 보이는 사람도 드물거란 생각이다. 이응노는 서당훈장 아버지를 둔 사람은 전통전 환경에서 자라나 미술을 배우기 위해 경성으로 홀로 상경한다. 당대 최고의 전통화가 및에서 전통미술을 배우고 입선하나 근현대 미술을 접하고 일본에서 유학해 서양화를 접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서양화기법을 토대로 동양화를 접목시켰고, 이후에는 한국전을 겪으며 강렬한 인상주의적 그림을 보이도 단색조의 추상미술로 접어든다. 그는 추상미술에 한자와 한글을 사용했고, 그것이 그 만의 문자추상으로 자리잡는다. 이응노는 광주민주화운동 소식을 듣고 수많은 사람이 작품에 등장하는 군상이란 작품을 완성하기도 한다. 수없이 작품세계가 변한 사람이며 백남준보다 앞서 한국에서 등장흔 월드클래스 아티스트였지만 군사정권의 탄압으로 모진 고초를 당하며 한국에서의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백남준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마지막은 박수근이다. 나혜석은 최초라는 점과 여성으로 시대의 아픔을 안고 살았다는 점, 그리고 이응노는 끊임없는 혁신이 인상적이었다면 박수근 가장 한국적이었다는 점이 인상싶었다. 박수근은 여기 나온 다른 모든 미술가들과 달리 철저히 국내파다. 당시 미술은 일본 그리고 서구의 영향이 많았고 당연히 유학파가 득세했다. 국내파는 찬밥신세였는데 그런 국내파들끼리 모여 주호회를 만든다. 주호회는 판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때의 영향으로 박수근의 회화에는 판화적 특지이 많아진다. 박수근은 주호회 멤버들과 함께 경주를 많이 찾았는데 여기서 우리나라 화강암으로 만든 석물문화재의 질감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박수근의 그림이 하나같이 단색조에 돌같은 질감을 갖게 된 것은 이 석물의 질감에 영향을 받은 까닭이다. 이 질감은 물감을 수차례 덧칠해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박수근은 회색물감에 다량의 흰색물감을 많이 섞어 사용했다. 또한 박수근의 작품은 매우 평면적인데 저자는 그가 기하학적 추상을 강조하는 피카소의 영향을 다소 받은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한다. 박수근의 작품이 인상적인 것인 이런 기법이외에도 주제자체가 일상의 사람들을 표현하려 했다는 점이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 그의 작품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는게 저자의 설명이다. 

 책은 대중적인 만큼 매우 재밌고, 이번엔 특히 한국의 현대미술가들을 다뤄 인상깊었다. 제법 두꺼워 400페이지 정도 되었는데 부담스럽지 않게 볼수 있었다. 내용은 재밌었지만 책에 등장하는 작가들이 시대의 아픔을 함께 가지고 간 것 같아 안타깝다. 시대가 우울하고 예술가의 삶은 불우한 경우가 많다지만 하나같이 가진 재능에 비해 평탄하지 않은 삶을 산점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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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21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구석 팬인데 이번편은 이응노-박수근-나혜석 편이네요 400페이지면 전생애와 작품까지 전부 보여줬을거 같아 기대^기대^^

닷슈 2020-12-21 23:44   좋아요 1 | URL
전 세 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지만 다름 예술가들 삶과 작품세계도 상당했습니다. 작가 하나하나 세세히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많은 분량을 할애한 느낌입니다. 그러다보니 분량도 좀 많아 진 것 같구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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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책에서 주로 지식과 영혼의 흔들림, 깨달음, 재미와 감동, 분노 등을 얻는 편이다. 책에서 마음이 정화되는 힐링의 느낌이 받아본 적이 거의 없는데(아무래도 보는 책의 종류 탓일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한 사람의 삶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하긴 책 자체가 인간이 자신의 모든 걸 담아낸 것인데 그것이 인간에게 주지 못하는게 뭐가 있을까.  

 책의 저자인 애나 모지스는 1860년에 태어나 1961년에 죽었다. 무려 101세를 살았다. 그러다 보니 그의 인생엔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사이 미국은 농업국에서 산업국으로 그리고 세계 제1의 강국이 되었다. 그리고 남북전쟁과 1-2차대전, 경제공황, 한국전쟁 등이 있었다. 

 애나는 미국 북부의 농가에서 태어났다. 형제자매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본격적으로 농가일을 돕기 전인 12살 이전까지는 마음껏 미국의 대자연과 농가의 평화로움을 즐기며 살았다. 봄이면 꽃을 꺾었고, 여름이면 형제들과 함께 방앗간 인간의 호수에 띄울 뗏목을 같이 만들어 띄워 놀았고, 가을이면 단풍수액으로 시럽을 마음껏 만들어 먹었고, 겨울이면 눈으로 놀고, 아버지와 썰매를 탔다. 애나의 집은 주도로와 좀 외진 곳에 있었는데 그래서 큰 눈이 내리면 아버지가 썰매를 꺼내어 말들에 매어 달려 길을 내었고, 아버지가 그럴때면 애나와 형제들은 볏짚이며 이불이며 추위를 견딜만한 걸 잔뜩 가지고 함께 썰매를 탔다. 애나는 어릴적 그게 가장 신나는 기억이었다고 한다. 정말 재밌었을 것 같다. 애나의 어린 시절은 정말 아름답고 좋아 보이는데 책엔 언급은 없지만 남북전쟁의 전투장면을 그린 그림이 있는 걸 보면 아주 어릴적이지만 전쟁에 대한 기억도 있었던 것 같다. 애나는 형제중 나이가 가장 비슷한 아서와 친했다. 어릴적 같이 놀고 함께 모든걸 공유하는 사이였지만 아서는 일찍 죽는다.

 애나는 커서 농장일을 도왔다. 남은 기름과 잿물을 이용해 한해 동안 쓸 비누는 모조리 만들었고, 양털에서 실을 뽑아 천을 짜거나 뜨기도 했다. 이런 모든 일들이 여자의 일이었는데 워낙 바빠 남자아이들과는 다르게 여자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못하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당시엔 워낙 옷이 귀해 옷에 풀을 먹이고 표백했는데 그래야 옷을 오래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애나는 더 나이가 들어 다른 집에 들어가 가정부 일을 시작한다. 그 일을 꽤 오래한 듯 한데, 그 집 사람들이 무척 좋았던 것 같다. 그 집의 아이들도 그리고 주인집 아주머니 아저씨 모두 좋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애나 만큼 오래살지 못해 이제는 더 이상 같이 있지 못함을 아쉬워한다. 애나는 그 집에서 자신의 남편이 된 토마스 모지스를 만난다. 책엔 나오지 않았는데 알아보니 토마스는 애나보다 연하란다. 

 결혼해서 애나는 처음으로 남부에 자리잡는다. 애나는 남편이 성실해서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돈이 많은 남자는 그로 인해 좋아하면 돈이 떨어지면 싫어지고 게으르고 불성실한 사람은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애나는 여자라도 남편이 벌어다주는것만 먹고 사는게 아니고 똑같이 일하고 싶어 했다. 물론 형편이 충분치 않은 점도 있었을 것이다. 애나는 무려 열명의 아이들을 낳았다. 애나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형제가 10명 이상있었던 것을 보면 당시 특별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니만큼 4명의 아이들은 죽어서 나왔고, 한 명의 아이는 출생후 6주를 살다가 죽었다. 애나는 그 아이들을 아름다운 셰년도어 벨레에 조그마한 무덤 다섯개로 남겨두었다.

 결혼해서도 농장일은 바빴다. 월요일엔 빨래를 하고, 화요일엔 다림질과 수선, 수요일엔 빵을 굽고 청소를 하고, 목요일엔 바느질, 금요일엔 바느질에 화단 가꾸기와 잡다한 일을 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해가 뜨기전 옷을 갈아입고 불을 지피고 찻물을 끓였으며, 닭장에서 닭 모이를 주고 물을 주었으며 아침식사를 차렸다. 낮까지 들에서 일을 하고 점심을 준비한 후, 다시 밭에서 일을 하다 저녁 식사를 하고 우유를 짰다. 자기전 성경을 읽고 기도를 했다. 이러한 일이 계속 반복되며 나이가 들었다.

 1927년 남편 토마스가 추운 겨울에 나무를 하러 갔다. 그냥 돌아와 몹시 피곤해하며 서너시간을 자다 다시 일어나서 죽었다. 협심증이었다. 남편이 죽고 이미 노인이 된 애나는 평생을 해오던 바느질을 계속한다. 하지만 손이 아파서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 그림이 누군가에 눈에 들었고, 팔리기 시작했고, 전시회까지 하게 되며 미전역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타임지에까지 실리고 애나가 죽었을때 추도사를 케네디 대통령이 할정도였다.

 책은 애나의 그림이 무척 많이 실려있는데 비슷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이 그림을 애나는 무려 1600여점을 그렸다. 그림을 보면 애나가 살았던 미국 시골의 대자연과 4계절 그리고 동물들과 작물들이 많다.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많았고, 전체적으로 배경이 넓게 보이는걸 보면 미국의 대 자연이 애나에게 어릴적 부터 무척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그림엔 항상 사람이 많다. 서로 함께 일하고 놀고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런 목가적인 모습때문에 애나의 그림은 당시 세계 대공황과 도시화의 부작용으로 시달리던 미국인들에게 무척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현대인에게도 울림이 큰게 아닐까 한다. 번외적 이야기지만 애나의 그림을 보면 유독 다리에 지붕이 있는 경우가 있어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알아보니 당시엔 다리에 지붕을 씌우는게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당시에 다리를 나무로 만들었는데 지붕이 없으면 눈비를 맞아 수명이 15년에 불과하지만 지붕을 건설하면 무려 100년가까이 유지가 되었다고 한다. 

 애나 모지스의 책은 연말이나 크리스마스를 둔 시점에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책이다. 그의 그림과 긴 생에서 얻은 깨달음이 주는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말과 생각을 즐겨보는 것도 연말을 보내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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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0-12-07 0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생각해보니 책에서 영혼의 흔들림.
뒤 늦은 이해. 분노.. 등을 얻을 때가 많네요

긴 생애를 견디어 내고, 살아온 것만으로도 감동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닷슈 2020-12-07 21:37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긴 생애를... 그리그 그것을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잘 살아낸 사람의 인생은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제법 큰 울림이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