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9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9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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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트렌드코리아 시리즈를 2014년부터 봤던 것 같다. 첨엔 무척 신선했지만 연차행사처럼 매년 초나 말에 보던 것에 사실 조금 질려버린 면이 있었다. 아무리 급변하는 사회라지만 일년단위론 변화가 그리 크지 않아 용어만 조금 바꾼 것이지 대동소이한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을 건너뛰었다. 이 시리즈의 2018을 보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2019를 잡았으며 느낌이나 만족도는 훨씬 좋았다. 다시 신선함을 느꼈달까?  매년 고생하는 저자진에겐 무척 미안하지만 이 책은 아무래도 격년제로 보는게 낫단 판단이다. 게다가 이 책은 친절하게도 전년도의 경향을 책의 1/3정도 할애해서 분석해준다. 굳이 매년 볼필요 없는 이유가 하나더 추가된다.

 내년은 돼지의 해다. 어느 덧 또 다른 십이지가 거의 한번 돈 셈인데 색은 핑크색으로 잡으면서도 암울한 경제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채도를 좀 떨구었다. 그래서 분홍이란 느낌은 책 표지상 많이 들지 않는다. 이번에도 영어로 타이틀을 잡았는데 PIGGY DREAM 이다.

 하나씩 풀면 '컨셉을 연출하라' '세포마켓' '뉴트로' '필환경시대' '감정대리인' '데이터 인텔리젼스' '카멜레존' '밀레니얼 가족' '나나랜드' '매너소비자' 의 열가지이다. 이 갖은 트렌드엔 아무래도 밀레니얼 세대가 본격 사회와 소비의 주체로 등장하는 배경이 깔려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2000년대 출생한 세대로 비교적 풍족한 대한민국에서 많지 않은 형제자매들과 함께 자라난 이들이다. 이들은 디지털과 모바일을 태어나면서 혹은 늦어도 민감하고 적응력이 아직 뛰어난 10대시절에 경험하며 자라났으며 부모세대인 베이비 붐 세대에 비해 사회진출과 가정을 구성하는게 매우 힘들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부모세대들과 다르게 세상을 굳이 바꾸려 들지도 않고 뭔가 대단한 것이 되려고 하지도 않는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성향이 약하고 개성이 강하며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것을 매우 중시한다. 전체적으로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가치관을 가지면서도 실리적이고 이기적인 측면이 강하며 가치상대주의적이다.

 z세대라고 하는 '플로팅 세대'도 나오는데 이들은 1995-2010년 사이 출생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자식뻘이다. 이들은 태어나면서 모바일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자라난 이들로 이로 인해 하나의 콘텐츠에 길게 집중하지 못하면서도 여러가지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수용하는 멀티태스킹 세대다. 이는 콘텐츠 뿐만은 아니어서 이들은 직장과 거주지마저도 마치 유목민처럼 여기저기 옮겨다니곤 한다. 웹상의 짤이나 단편적인 영상의 유행과 집에 대한 소유개념의 사라짐은 바로 이들의 대두로 인해서다.

 이런 두 세대의 등장으로 우선 공간의 변화가 감지된다. 위에 '컨셉을 연출하라'와 '카멜레존'이 그것들이다. 컨셉을 연출하는 것은 공간에 다양한 스토리나 새로운 개념을 입히는 것이고 카멜레존은 이와 비슷하게 기존의 공장이나 흉물스런 건물들도 오히려 도서관이나 예술작업공간등으로 다개념적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온라인의 등장으로 오프라인은 큰 위기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온라인의 압도하는 규모를 갖고 있으며 인간이 동물인만큼 실제적인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오프라인의 가치는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라는게 책의 설명이다. 물론 위와 같은 시대적 변화를 감지하고 쫓거나 선도할때만 가능한 이야기지만.

 마음의 변호도 나타난다. 이는 '감정대리인' '밀레니얼 가족' '나나랜드' '매너소비자'이다. 현대인들은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관계가 엄청나게 많이 늘어났으며 상업적이고 비인간적인 갑질 등으로 인해 감정의 홍수를 겪고 있기도 하다. 처리할 감정은 크게 늘어난 반면 밀레니얼 세대와 플로팅세대는 그 성장과정에서 제대로 된 감정근육을 단련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이들에겐 자신의 감정을 대신 처리할 감정대행인과 감정대변인, 감정관리자가 필요해진다.

 반면 자기 주체성은 확실해져 기존의 사회적 성공의식이나 타인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을 갖눈 나나랜드적 성향도 많아진다. 또한 갑질에 지친 나머지 매너소비자로서의 역할도 눈에 띄게 강조된다. 90년대 생겨난 손님은 왕이다. 에서 이젠 손님은 손님일 뿐이다.로 빠르게 의식 전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갑질을 당해본 사람은 거의 전부인 반면 역시 거의 전부가 자신이  을이라고만 생각해 가해자로서의 인식보다는 피해자로서의 인식이 강하게 나타난다.

 '세포마켓'과 '데이터 인텔리전스'는 이런 개인화에 발맞추어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발달이 결부된 결과다. 세포마켓은 그야말로 개개인의 성향을 철저히 분석해 세포수준까지 맞춤형 수요를 찾아내 제공한다는 것이고 데이터 인텔리전스는 많은 양의 빅데이터를 알고리즘이 분석해 개인에게 합당한 의사결정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많은 양의 데이터만이 좋은 것은 아니고 스몰데이터도 상황에 따라 의미있는 경우가 많으며 데이터를 통한 독재와 감시역시 책은 우려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중국 화웨이를 통한 5g 통신망구축은 걱정된다. )

 '뉴트로'와 '필환경시대'에서 뉴트로는 단순히 옛것의 복원이 아닌 그것에 새로움이 첨가되고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가 열광한다는 점에서 레트로와 차별된다. '필환경시대'는 올해 미세플라스틱 공포로부터 시작한 여러가지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각과 친환경적 소비다. 앞으로 모든 다국적 기업에 환경과 동물에 관련한 엄격한 윤리적 기준이 강요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발맞추지 못해 선한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한 기업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격년으로 읽은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보다 재밌었다. 내년도 건너고 격년으로 볼 생각이지만 내년은 또 2020년이라는 새로운 10년의 시작이니 뭔가 특별한게 있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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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8-12-11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2019년이 2016년 즈음부터 시작된 변화가 자리잡아 꽃 필 때라 그런지 와닿는 이야기도 많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일도 많더라구요. (작년 꺼.. 좀 재미없었어요^^;;) 새롭게 오는 한 해 또 두 팔 벌려 맞아줘야겠죠?^^

닷슈 2018-12-11 22:2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다소 실망해도 다시 생각나는게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인것 같습니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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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를 거듭하며 종교와 신화, 인본주의 등 허구적 이야기의 창조를 통해 자신들의 협동성을 극대화하여 마침내 지구의 정복자가 된 인간을 다룬 '사피엔스'

 결국 허구적 이야기를 만들어낸 근본적인 이유인 생존과 행복. 그리고 그 실현을 위해 과거부터 꾸준히 경주해온 인간의 노력. 다가올 4차산업혁명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이 만들어낼 새로운 인간종이자 결실일 수 있는 인류의 가능성을  다룬 '호모데우스'

 전 세계적으로 무려 1200만부가 팔린 저자의 두 전작이다. 그리고 저자는 곧 호모데우스가  될 우리인간이 과연 새로운 종으로서 올바르게 거듭날수 있는지를 걱정한 듯 하다. 그래서 나온 책이 '21세기를 위한 제언'이다. 인간이 미래에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짚어보아야 할 이 21가지 난제들은 사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것들이다. 이렇게 주제를 하나하나 다루는 형식이다보니 책은 저자의 두 전작과 달리 체계성이 다소 부족해 보이고 주제가 쉽게 다가오지 않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저자의 날 생각이 전작들에 비해 더 잘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책의 핵심으로 들어가보자

 인간은 오랫동안 허구적 이야기를 통한 집단 협력의 형성, 그리고 이를 이용해 인간 외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해왔다. 이를 통해 인간은 지구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으며 생존과 번식의 성공으로 상당한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패러다임의 전환이 찾아왔는데 바로 인간 내부에 대한 성찰이다. 물론 외부적 통제력의 강화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그 끝이 없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내부에 대한 통제와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의 외부력 강화는 환경오염과 정치적 불안정성, 기술적 위험성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때문에 이번 세기와 당분간은 인간 내부에 대한 통제와 이해가 주가 될 것이며 그것이 우리가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종으로 거듭날수 있는지의 성패라는 게 책의 골자다.

 

1. 내부를 향한 방해물 첫번째 "허구적 이야기"

 인간이 만들어 사용한 허구적 이야기들은 상당히 강력한 도구였지만 문제가 있었다. 바로 인간이 자신의 내부를 바라보는데 방해물이 된다는 것이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생존과 번식, 그리고 그와 매우 관련된 것으로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며 이는 인간의 행복과 매우 밀접히 연결된다. 그리고 허구적 이야기들은 인간에게 삶의 의미를 제공함으로써 인간의 행복도를 증가시키며 집단적 협력도 극대화한다. 문제는 이런 삶의 의미들이 합리적 토대위에 자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종교에서는 신을 위한 선한 삶이라는 의미를 제공하며, 유교에서는 충효, 민족주의와 국가는 국가를 위한 헌신적인 삶, 자본주의는 소비,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의미를 제공한다. 이런 의미는 매우 강력하여 사람들은 때론 자신의 삶을 희생시킬정도로 의미를 추구한다. 또한 이런 허구적 이야기들은 자신들의 매우 약한 합리적 토대를 사람들의 희생으로 더욱 강화해나간다. 허구적 이야기들의 매우 허약한 토대를 하라리는 "기초가 튼튼해서라기 보다는 지붕의 무게 덕에 잘 유지된다"라는 표현으로 멋지게 비꼬았을 정도다. 때문에 허구적 이야기가 부여하는 성찰없는 삶의 의미르는 인간 자신의 내적 통제와 이해는 요원해진다.

 

2.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허구적 이야기 "자유주의"

 자유주의는 일면 모든 허구적 이야기를 비판하고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그로 인한 의미 찾기를 중시한다는 면에서 다른 허구적 이야기와 차원을 달리한다. 기존의 허구적 이야기들이 우주에 관해 이미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어떤 이야기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라면 자유주의는 이 과정을 자신이 생성해 가는 것이다. 비유적 표현으로 우주가 내게 의미를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우주에 의미를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자유주의 이야기 마저 사실 허구적 이야기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유주의 이야기에선 자유의지를 가진 개인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 개인은 합리적 개인이다. 하지만 최근 진화생물학과 행동경제학 등은 개인의 결정은 이성에 기반한 합리성 보다는 감정적 반응에 기반하며 순간적 판단을 중시하는 직관 같은 어림짐작의 판단과정에 작용함을 밝히고 있다. 또한 모든 인간 개인은 문화적 영향을 받는 만큼 자신의 결정 역시 허구적 이야기로 구성된 온갖 집단적 문화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유의지 역시 문제다. 인간은 의식을 통해 자유의지가 믿지만 뇌과학에 따르면 결정에 대한 반응은 뇌에서 화합물간에 이루어지는 생화학적 과정에 불과하다. 자유롭게 결정했다는 자유의지는 이러한 뇌의 생화학 반응 이후에 이루어지는 과정으로 어찌보면 이미 이루어진 결정을 개체가 스스로 합리화하는 것이라 볼수도 있다.

 하라리는 이렇게 자유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자유주의는 모든 우주적인 드라마를 부인함으로써 급진적인 일보를 내디뎠지만 인간 존재 내부의 드라마속으로 뒷걸음 친 것이라고 표현했다.

 

3. 진정한 내부를 향한 이해는 무엇?

 하라리는 우선 허구적 이야기와 진실을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인간은 허구적 이야기를 통해 많은 적합도를 획득하고 그를 통한 진화를 해왔기에 허구적 이야기와 진실을 구분하는데 매우 서툴다. 이를 구분하는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고통을 겪는 실체의 파악이다. 하라리는 어떤 사안이 있을 때 고통을 느끼는 것이 진짜로 실재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가령 폴란드와 러시아간의 전쟁이 일어났다. 이 경우 강한 러시아가 이길 것이고 그 과정에서 국가 폴란드는 멸망하거나 병합될수 도있으며, 강요된 강화조약으로 많은 땅과 이권을 빼앗길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폴란드 국가가 실제로 고통을 겪진 않는다. 그저 허구적 실체 자체가 이전과 좀 달라질 뿐이다. 하지만 폴란드인 개인은 그렇지 않다. 전쟁에 징집되어 지옥을 겪거나 생명권을 잃을 수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살육의 대상이 되거나 전쟁으로 궁핍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게 실제 고통이며 그것을 겪는 개인이 진짜 자신이다.

 이렇게 진실을 구분한다면 이제 자신의 내부로 들어갈 차례다. 방법은 의외로 명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명상과는 다르다. 기존 불교나 도교에서 제시하는 철학이나 명상방법은 자신이 우주와 하나임을 깨닫고 이와 하나가 되려는 과정이나 노력이었다. 하지만 하라리가 말하는 명상은 자기를 관찰하는 방법이다. 이는 몸의 감각과 감각에 대한 정신적 반응을 철저하게 지속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관찰하고, 그럼으로써 정신의 기본 패턴을 드러내는 것이다. 불교나 도교의 명상이 자신을 버리고 객관화하여 자신을 버리려는 것이라면 하라리가 말하는 명상은 이 과정을 통해 오히려 진정한 자신을 향하는 것이다.

 

4. 인상적인 주제들

 21세를 위한 21가지 제언에는 하라리 답게 미래 혹은 인류의 현 문제와 관련하여 재밌고 날카로운 통찰이 많았다.

 가. 민주주의의 붕괴

 하라리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로 인간 평등이나 존엄성보다는 의사결정체계의 차이에 주목한다. 공산주의나 독재는 의사결정체계가 중앙집중적이어서 데이터가 많아진 현대사회에 주요결정이 느려지는 장애로 작용한 반면 민주주의는 의사결정이 분권적이라 복잡해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적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이 발달할 미래에는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는 인간보다는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의 엄청난 폭발이 분권적 의사결정에서 다시 중앙집중형태에 효율성을 부여하는 형태로 정치체제가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권위는 인간에게서 알고리즘으로 이동하고 우리는 결국 모든 것을 포괄하는 데이터처리 시스템을 만들고 결국 그 속으로 통합되는 것에 불과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 데이터 윤리의 등장

 자율주행차나 알고리즘,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간에게는 새로운 윤리가 대두 할 수 있다. 자율중행차의 성능으로도 피할 수 없는 사고 상황에서 어떠한 피해유형을 선택할지를 윤리적으로 선정하는 것은 이미 많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불과 수십명의 집단과의 사회생활속에서 개인의 적합도를 높이기 위해 생성된 윤리는 이를 감당하긴 역부족이다.

 하라리는 알고리즘이 모든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정확한 숫자와 통계로 코드화하는 윤리의 등장을 언급한다. 이른바 데이터 윤리라 할만한 것이다.

 

다. 집단적 차별의 시대에서 개인 차별의 시대로

과거 인간 집단은 허구적 이야기를 통해서 이득을 얻고 다른 허구적 이야기에 속하는 집단을 차별하는 행태를 꾸준히 보여왔다. 이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며 인류의 중요해결문제중 하나이다. 하지만 미래 사회에서는 개인 차별의 시대가 도래한다. 나보다 나를 잘 아는 빅데이터와 이를 분석한 알고리즘이 나를 철저히 파악하고 이를 통해 보험가입을 거부하거나 특종 직업에 취업을 거부하는 등의 행태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식의 효율성을 잘 아는 기업은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이른바 개인 차별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차별은 피부색이나 국적, 종교, 성, 재산정도 등에 따라 집단을 차별한다는 점에서 피해자는 많지만 피해자간의 큰 공통분모로 이른바 연대와 저항이 가능했다. 하지만 개인이 그것도 매번 다른 사안으로 짧은 시간동안 차별을 받는다면 이런 형태의 연대와 저항 혹은 타인에 동정을 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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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10-16 2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 님 글 넘 좋다는 표현 이외 제 다른 느낌 모두 다 지웁니다. ^^

닷슈 2018-10-16 22:38   좋아요 1 | URL
북다이제스터님께 이런 칭찬을 듣다니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ㅋㅋ
 
문명과 식량 - 인류는 자연환경의 위기에 맞서 어떻게 번성하는가
루스 디프리스 지음, 정서진 옮김 / 눌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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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오늘날에 이르기를 설명한 책은 제법 많다. 관심이 가는 주제로 여러 책을 읽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 손이 가는게 이 주제다. 정말 여러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고 다들 흥미롭기 때문이며 인간이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를 보여주기 때문. 이 책은 식량확보라는 측면에서 인간의 발전사를 설명한다. 결국 사람의 개체수가 늘어나고, 농업이나 채집수렵업에 종사하지 않고 사회발전을 이끄는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서는 여분의 식량이란게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어판 책 제목은 '문명과 식량'이 되겠다.

 이런 식량 확보라는 측면에서 책은 매우 간단한 공식을 제공한다. 우선 사람이 식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찾아내 톱니바퀴가 돌아가고, 이어서 곧 여러가지 문제로 성장한계인 도끼가 들이친다. 하지만 인류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다른 톱니바퀴로 새로운 성장축을 발견하며 발전해 왔다는 식이다. 즉, 톱니바퀴-도끼-새로운 성장축 의 무한 반복인 셈이다. 이런 무한 반복은 얼핏 낙관론에 빠져 인류가 영원히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에 빠지기도 하지만 글쓴이는 이런 비판을 우려해서인지 초반부터 이 책이 낙관론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류가 다시 돌아가기 어려운 과거 사회로의 회귀를 많이 바라는 비관론과도 무관함을 밝힌다.

 

1. 생명의 전제조건들

 책은 시작하면서 기대와는 다르게 우주속에서 지구라는 행성이 갖고 있는 특별한 조건을 언급하며 나아간다. 인간이 생겨나고 식량확보가 가능했던 전제조건을 다루는 것이다. 지구는 몇가지 특징을 갖고 있는데 우선 생명체가 생존이 가능한 황금지대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단점으로 우리와 가장 가까이 위치한 금성과 화성은 생명체가 살기 불가능하다. 태양과의 위치가 적절하지 못한 관계로 물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금성엔 물이 있지만 행성자체가 너무 뜨거워 수증기의 형태로만 존재하며 강력한 온실가스로 표면온도가 엄청나며 대기압과 산성의 지옥행성이다. 화성은 다소 멀리 떨어진 위치와 지구에 비해 매우 작은 중력으로 인해 대기를 지킬수 없었으며 물도 남아있지 못했다. 물론 지구외의 다른 행성에서는 물 이외에 다른 물질이 생명의 매개가 될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생각으론 일단 물이 중요하다.

 거기에 지구는 몇가지 중요한 특징이 더 있다. 바로 달이다. 달은 초기 지구가 화성정도 크기의 거대 소혹성과 충돌하면서 생길걸로 추정된다. 당시엔 참사도 이런 참사가 없었겠지만 달은 지구에 큰 선물을 남겼다. 우선 달자체가 지구의 중력 영향을 많이 받지만 본인도 지구 중력에 영향을 미쳐 지구의 자전축이 흔들리지 않는 역할을 해준다. 지구의 자전축은 기울어져 있는데 이로 인해 남반구와 북반구의 계절이 다르고 같은 지역에서도 계절의 차이가 생겨 그 지역이 무한히 차가워지거나 데워지는걸 방지한다. 이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게해 어느 지역에서든 생명체가 발붙일 조건을 제공한다.

 우리에게 지진과 화산을 선물하는 판구조도 중요한 조건이다. 지진과 화산은 그 지역에 위치한 생명체에겐 재앙이지만 장기적 관점과 다른 지역에서 볼때는 중요한 행사다. 지구는 내부의 맨틀대류로 판이 움직이는데 이들이 솟구치거나 함몰하면서 지구 내부와 외부의 다양한 물질들이 순환하는 구조를 갖게 된다. 이는 지구가 같고 있는 하나의 닫히 세계로서 완벽한 재순환 구조를 제공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하지만 이들의 재순환속도는 지질학적 시간에 가까우며 보다 단기적으로 식량이 필요한 생명체들에게는 하나의 축복이자 재순환에 커다란 제약으로 작용한다.

 이외에도 지구는 외핵의 금속이 강하게 회전하며 만들어내는 자기장 효과로 태양풍으로부터 보호 받으며 여타의 조건으로 호기성 생물체가 만들어낸 오존에 의해서도 보호받는다. 생명체에게 잔혹한 우주에서 이런 모든 조건은 정말 완벽하다 말할 정도이며 심지어 상당히 인위적인 느낌마저 들게한다. 이런 조건이니 인류원리가 등장한것도 매우 당연하다 할 수 있다.

 

2. 식량 확보를 위한 소통전략들

생명체가 생존하고 보다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다양한 소통전략들이 필요했다. 가장 처음 개발한 방법은 DNA다. 이는 저장된 유전 정보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시스템으로 특정환경에 자동적으로 적응하는 훌륭한 방안이었다. 하지만 이는 특정 환경이 안정적으로 유지 될때만 성공적이었으며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경우 문제가 발생했다. 생명은 곧 다른 방식으로 이에 대응하니 그것이 학습전략이다.

 학습전략은 크게 세가지로 시행착오를 통한 개별학습, 사회적 학습, 누적 학습이다. 개별학습은 대개의 생명체가 보이는 전략으로 개체하나하나에겐 의미가 있으니 집단으로 공헌하는 바가 없으며 개체 역시 집단으로부터 누리는 혜택이 없다. 사회적 학습은 한 개체게 습득한 학습이 사회전체로 퍼져나가는 것으로 일본의 한 원숭이가 고구마를 씻기 시작하져 삽시간에 번져나간게 예이다. 이는 새로운 생각이  빨리 퍼져나간다는 장점이 있으나 만약 그 전략이 잘못된 것이라면 큰 손실이 온다는 문제가 있다. 마지막은 누적학습이다. 이는 인간만이 보이는 특징적 학습전략으로 학습이 대물림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언어나 사회성이라는 조건이 필요하며 세대를 거쳐 전략이 누적되므로 기술이 개선 변형하고 개선된다.

 누적학습으로 형성된 것은 바로 문화라고 할 수 있으며 도킨스가 그의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한 장을 할애해 밈을 주창한 것처럼 유전자 수준이거나 혹은 그 이상으로 강력하다. 문화는 유전자를 변형시키고, 유전자 역시 문화를 변형시킨다.

 

3. 첫번째 톱니바퀴 '농업'

농업이전까지 인류는 분명 다른 생명체보다는 훨씬 탁월한 식량확보 전략을 갖고 있긴 했으나 더 나을 뿐 같은 차원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농업이라는 톱니바퀴를 굴림으로써 인간은 다른 차원의 식량확보 능력을 갖추게 된다. 농업이 시작된 계기는 여러가지를 꼽지만 당시 기후가 비교적 안정적인 충적세의 시작과 일치한다는게 대개의 견해다. 기후가 급변했다면 인류는 농업을 위한 다양한 실험과 개선을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농사의 시작으로 인간은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하며 한곳에 정착하고 예측 불가능한 날씨에도 대처했다. 하지만 하라리가 지적한 것처럼 농경은 인간에게 엄청난 불행도 가져왔다. 사회가 계층화되어 수탈이 시작되었고, 뭉쳐있다보니 집단감염병이 발병하고, 식단이 단순하고 총량은 늘었지만 개개인의 식사량은 줄어 영양실조가 보편화되었다.

 이런 농업에 도끼가 날아드니 바로 토양의 영양부족이다. 정착사회는 수렵채집과 다르게 한곳에 머무르므로 자연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농작물을 수확하면서 토양엔 지력이 거의 남지 않게 되는 게 그것이다.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질소와 인이 필수적인데 이들의 자연계에 풍부함에도 토양으로 재순환해 돌아오는 시간이 매우 늦다. 이런 주기의 불일치성(자연의 재순환과 식량의 재순환)은 농업이라는 톱니바퀴에 도끼로 다가오고 인간은 새로운 성장축을 찾게 된다.

 

4. 두번째 톱니바퀴 화전과 새로운 농법들

 질소와 인의 재순환을 놓이기 위해 고안된 첫번째 방법은 화전이다. 남은 농작물이나 주변의 나무는 인간에게는 식량이 되지 못하는 것이지만 내부에 많은 질소와 인을 품고 있다. 이를 태워서 비료로 사용하면 질소와 인의 재순환속도를 높여 어느정도 지속적 농법이 가능했다. 도시화 이전에도 유럽지역과 아시아의 울창한 삼림이 이미 도륙난것은 이 때문이다.

 퇴비 역시 중요했다. 인간이 음식물을 섭취하고 남은 배설물에는 영양분이 60%이상 남아있으므로 그 자체로 훌륭한 비료가 된다. 고대 중국은 이 부분에서 하나의 완벽한 예였다. 그들은 뛰어난 관개시설을 구축하고 작물마다 다른 종료의 퇴비를 주었으며 이런 완벽성은 수천년간 수천만의 사람을 부양하는것을 가능케했다. 거기에 농경에 필요하며 단백질 공급을 제한할 목적으로 육식을 금기하는 문화도 발전시켰다.

 농업방법도 느린 자연적 재순환의 단점을 보완했다. 돌려짓기가 그것이다. 유럽인 이포식, 삼포식, 사포식으로 돌려짓기가 발전해갔다. 이포식은 반은 농경, 반은 휴경이 번갈아 지속되는 것이며 삼포식은 보다 발전에 하나는 농경, 하나는 콩과식물, 하나는 가축의 먹이가 되는 풀을 재배하는 것이었다. 콩과식물로 지력을 회복하고, 풀로 가축을 사육해 가축의 노동력을 농경에 활용하고 인간의 먹지 못하는 풀의 질소와 인을 섭취가능한 육류로 전환하는 방법이었다.

 사포식은 영국의 노퍽에서 시작 된것으로 이른바 농업혁명이라 불린다. 글자그대로 농경지를 4부분으로 나누어 밀, 순무, 보리, 토끼풀의 순서로 돌려짓는 것이다. 밀과 보리는 인간의 식량이 되며 순무를 가축의 먹이가, 토끼풀의 가축의 먹이이자 지력회복을 도왔다. 이는 보다 많은 잉여농산물을 가능케 해 산업혁명과 맞물려 도시노동자를 위한 많은 식량을 제공했다.

 이런 농법에도 불구하고 19세기까지 여전히 인간은 기아의 위협에 직면해있었고 다른 최상위 포포식 개체에 비하면 엄청난 숫자이긴 하지만 여전히 전세계인구가 5억정도에 불과했다. 거기에 또 다른 성장한계 도끼가 날아드니 바로 상하수시설의 구축이다.

 유럽지역에서는 도시 인구가 늘어나며 도시엔 인분이 넘쳐나고 농촌은 모자라는 불균형이 처음 시작되었다. 그러다 보니 도시에서의 인분이 농촌으로 흘러들어가 재순환되는 구조가 끊기게 된다. 반면 도시 지역인 인분을 무분별하게 강으로 방류하며 전염병과 위생상태가 매우 열악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하수 시설을 구축한다. 오늘날의 수세식 화장실의 시작인 셈이다. 도시는 개끗해지고 전염병도 막았지만 질소와 인의 재순환이 깨어지며 강과 바다에는 부영양화라는 오염이 시작되었다.

 

5. 세번째 성장축 '비료'

산업혁명으로 도시 인구가 늘어나고 전체 인구도 불어나자 인류는 다시 한번 도끼를 맞는다. 하지만 남미지역에서 발견한 구아노와 초석이 이를 단기적으로 해결한다. 수백만년간 새의 똥으로 거대한 층이 쌓인 이 지역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새똥이 매우 잘 보존되었다. 이런 구아노와 초석을 이용해 비료가 생산되었으며  이 지역의 경제성으로 스페인 남미연합 전쟁, 그리고 볼리비아 페루 대 칠레전쟁이 일어난다. 구아노와 초석은 몇십년간 전세계를 먹여살리나 곧 고갈된다.

 그래서 인류는 화학비료를 개발하게 된다. 우선 질소인데 질소는 대기의 80%가까이 차지할만큼 흔하지만 그 흔함은 강력한 결합때문에 가능하다. 이 강한 결합으로 단백질의 근원인 질소를 고정시키는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으나 인류는 이것을 해결한다. 한편 인은 질소만큼 자연계에 흔하지 않다. 동식물의 인은 해저로 흘러들어가 지층에서 암석화되고 이게 화산폭발이나 판운동으로 다시 육상으로 올라와 재순환되는데 인류는 이것을 이용하며 지하에서 인덩어리인 인회석을 캐기 시작했다. 양은 상당히 많았지만 질소만큼 흔하지 않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으며 인의 확보 방안은 안타깝게도 아직 이 수준에 머무른다.

 이런 방식은 커다란 두가지 변화를 불러온다. 하나는 화석연료의 사용이다. 질소와 인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계의 동력이 요구되었고, 이는 농업에 있어 화석연료 사용의 시작을 의미했다. 사실상 인간이 동식물 에너지가 아닌 화석연료의 에너지로 연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패러다임의 근본 전환이기도 했다. 과거 동식물 에너지에 의존할때는 인간이 식량 확보를 위해 들인 에너지보다 식량을 통해 얻은 에너지 반드시 많아야 했다. 그래야 생존과 번식이 가능하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식량화복에 이용하기 시작한 후, 식량의 양자체는 수십배로 늘어났지만 에너지 소모는 그 이상이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식량확보에 들이는 에너지가 더 많으면서도 번영하는 기묘한 적자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지금의 저가음식이 실제로 비싼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곧 도끼는 다시 찾아온다. 바로 병해충이다.

 

6. 네번째 성장축 DDT와 품종개량

화석연료에 의한 대규모 경작은 엄청난 생산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품종이 밭에서 단일하고 유전자마저 동일한 경우가 많아 병해충에 매우 취약했다. 실제로 우리는 하나의 바나나품종을 읽었으며 다른 많은 과일과 경작물도 위기상태다. 이런 병해충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게 살충제이고 그 대표작이 DDT다. DDT의 사용으로 많은 해충을 제거하였고 말라리아등 많은 질병도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진화의 원리상 내성을 갖춘 개체가 빠른 속도로 불어났고 살충제는 곧 위력이 크게 반감한다. 거기에 부작용도 있었다.

 레이첼 카슨이 밝힌 것처럼 DDT는 다른 생명체를 죽이기 시작했다. 이는 생물농축때문인데 DDT는 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농작물에 오래도록 머무를 필요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비수용성으로 개발되고 지방에 녹는 지용성으로 개발되었다. 문제는 대부분의 생물이 지방을 갖고 있다보니 DDT를 흡수하면 체내지방에 그대로 농축된다는 점이었다. 이로 인해 DDT를 살포한 지역의 다른 생물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으며 강이나 바다. 대기등으로 퍼져 농산물과 전혀 무관한 극지방에서도 발견되었으며 역시 더욱 무관한 에스키모의 혈중에서 고농도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DDT에 대한 찬반논란끝에 대부분의 선진지역에서는 살포가 금지되었지만 아직도 잔류물은 남아 있는 형국이며 열대지역의 개발도상국의 경우 말라리아에 대한 대비로 아직도 살포가 허용되고 있는 상태다.

 품종개량도 또 하나의 성장축이 되어주었다. 농업혁명에 이어 유전자 조작과 전통적 품종개량을 통한 새로운 작물이 등장했다. 이들은 단위면적당 생산성을 엄청나게 높여주었으며 주요작물인 밀과, 쌀, 옥수수, 콩등의 작물에서 개발되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통일벼같은 것이다. 하지만 녹색혁명은 역시 많은 문제를 낳았는데 다수의 물이 필요하다보니 건조지역에서는 지나친 관개로 호수가 말라버리거나 지하수층고갈의 문제를 낳았으며, 품종을 대규모 농산기업에 의존하다보니 경제적으로 농민이 그들에게 예속되고, 현지작물에 적합한 다양한 토착 품종이 절멸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7. 다시 등장하는 도끼들

살충제와 새로운 품종, 화석연료와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지금의 농업은 새로운 도끼들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화석연료의 사용과 가축의 사육으로 대규모의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있으며 화학비료의 과다사용으로 거기서 나온 아산화질소가 역시 강력한 온실가스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농업에 과다한 물을 사용함으로써 일부지역에서는 이미 공급을 능가하는 사용으로 물의 재순환이 깨어져나간 상태다.

 그리고 기후변화와 부영영화등의 환경오염으로 다양한 생물종들이 전멸하고 있어 환경적으로도 위기 상태이다.

 반면 사실상 생산을 위한 에너지의 과다사용으로 사실상 비싸지만 역사상 표면적으로는 가장 가격이 싸고 질이 낮은 음식으로 정작 인간의 건강도 위협받고 있다.

 책은 이러한 문제들에도 결국 우리가 새로운 성장축을 찾고 번영할수 있을 거라고 보는 편이다.(이런면에서 이 책은 낙관적이고, 사실 나도 비관론에 관심이 많은 낙관론자다.) 다만 이런 번영을 위해서 새롭게 등장하는 도끼들이 충분히 신경을 쓰고 대처해야나간다는 다소 뻔한 주장을 한다. 전체적으로 책은 매우 읽기 쉽고 재밌으며 인류전체와 현대의 문제를 살피는 재미가 있다. 이런 책을 많이 봐서 큰 감흥은 없었지만 이런류의 책이 생소한 사람에겐 제법 많은 독서의 기쁨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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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 꼭 알아야 할 디지털 변혁 이슈 16가지를
조원경 지음 / 로크미디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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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부터 미래와 관련한 책들을 제법 읽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미래 동향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해 그 후로 몇년간 집중했지만 나오는 책들도 대개 비슷하고 큰 변화가 없어 관심을 다소 끊은 상태였다. 그러다 모처럼의 강요로 미래 관련 서적을 다시 잡게 되었다. 일전부터 알고 있던 것들도 있었지만 전혀 모르거나 잘 모르는 것들도 적지 않아 제법 좋은 독서가 되었다. 책은 'soulmate'라는 영어철자로 각 소주제를 16개 다루는데 한 철자당 두개 씩이다. 미래에 관련한 자신의 책이 미래를 맞딱뜨려야 할 독자들에게 소울메이트가 되어주길 바란 것 같기도 하다.  

 관심이 갔던 소주제중 하나는 '스마트 시티'였다.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로 툭하면 스마트가 붙어 좀 지루한 표현이기도 했지만 개념이 참신했다. 책에 의하면 지금까지의 도시는 매우 2차원적이다. 공간은 분명 3차원인데 2차원 지도로 그림을 그리고 그 부분은 거의 한가지 기능만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 시티는 3차원 이상의 도시가 된다. 도시의 각 영역이 중첩적으로 협업하고 효율적인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도시는 도시이용자가 모든 서비스를 찾아야 하는 형국이었다. 차가 없는 아이 엄마가 고궁을 방문하고 싶다면 알아서 고궁 방문시간과 서비스가 혹시 있는지를 알아보고, 차량 및 교통과 요금등의 제반 서비스를 직접 찾아야했다. 하지만 스마트 도시는 마치 지능형 비서처럼 작용하며 이런 수요자의 요구에 알아서 대처한다. 스마트폰이나 앱으로 이런 요구를 하면 도시의 모든 기능이 하나로 연결되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과거 도시에서 주차난 해결을 위해서 주차장을 지어야 했다면 스마트 도시는 각 지역의 주차시간과 양, 퇴근후 인근 건물의 빈주차창등의 정보를통합적으로 제공해 해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다음으로 관심이 간 주제는 블록체인이다. 비트코인으로 유명해진 블록체인이라 돈과 관련한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블록체인은 상당히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그간 데이터의 처리는 상호간의 신뢰를 위해 믿을 만한 제3의 기관의 공증하에 이루어졌다. 개인의 돈거래에 은행이 있거나 인터넷 상거래에 각종 사이트가 중개하는 식이다. 이런 형태나 자연스레 고비용 비효율을 처래하며 무엇보다도 믿을만한 제3기관이 해킹당하는 위협에도 노출된다. 블록체인은 이를 해결하는 기술이다. p2p분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여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검증과 동의로 거래정보를 블록으로 형성하고 분산하고 저장하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제3의 기관이 필요없고 모든 사용자에 정보가 공개되고 분산 저장되니 믿을 수 있다. 또한 정보가 공개되니 여러 곳에 흩어진 정보를 모으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다. 가령 의료기관 이용시 병원을 옮길때마다 기본검사를 따로 하는데 블록체인 형태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

 블록체인은 가난한 국가들에도 긍정적이다. 전세계인구의 약 20%인 15억명이 자신을 입증할 만한 신분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 즉, 이들은 제3기관을 거친 거래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한다면 이들에게도 간단한 디지털 신원확인 프로그램 제공이 가능하다. 또한 분산적 형태의 운영으로 기존에 정보와 거래 권한을 독점한 구조를 깨뜨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의료 및 급여, 유지보수등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블록체인의 미래는 꽤 기대된다.

 책 전체적으로 중국의 발전을 많이 예로 든다. 중국은 따라가기가 매우 힘든 2-3차산업혁명을 건너뛰고 4차로 직행하는 느낌을 주는데 여기에는 중국 정보의 강력은 정책도 있었지만 중국 자체가 낙후되어 너무 넓어 모바일 및 원격거래 환경이 작용하기 유리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낙후가 간혹 혁신을 부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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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일의 미래,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 - "5년 뒤 당신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
선대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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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3-4년전 유엔미래보고서 시리즈를 필두로 미래를 예측한 책을 많이 봤다. 당시만 해도 4차산업혁명이나 자율주행차(그때만 해도 무인자동차란 말을 더 많이 썼다.) 등의 용어는 매우 생소했었다. 하지만 이젠 시대에 가장 뒤떨어진다고 볼수있는 대통령 대선 후보들마저 그런 용어를 거리낌없이 쓸정도로 시대는 변해가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많은 일자리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데 미래 변화와 관련된 정책은 거의 없다시피해 사실 예산확보등 여러가지 문제로 현재로서의 가능성도 많지 않고, 미래 예측 역시 없어 미래로서의 실현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이 책은 미래 4차산업시대의 변화에 대해 일자리 측면에서 개인과 사회가 살아남기 위해 해야할 일을 말한 책이다. 당면한 위기는 일단 4가지이다. 저성장, 인구감소, 기술빅뱅, 인공지능과 로봇이다. 저성장은 말그대로 저성장에 들어선 한국의 위기를 말한다. 과거 공부못하면 어른들은 장사나 해라라고 손쉽게 말했었다. 그리고 고성장시기이기에 뭘해도 웬만하면 망하지 않았다. 지금은 장사하면 3년내 60%가 망한다.

 인구감소 역시 문제다. 인구의 감소는 내수 시장의 감소를 의미하며 1인가구의 증가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과거 4인가족이 중심이던 시기 고급외식업체와 마트가 성장했지만 1인가구의 증가로 편의점이 증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편의점 주인과 알바는 성장하지 못하지만 편의점 갯수만 마구 늘리는 기업만 성장한다는 사실.

 기술빅뱅은 기술로 인한 기존 산업의 파괴다. 과거 기업의 수명은 60년에 달했고, 최근까지도 20-30년은 이어졌다. 하지만 기술빅뱅시대에는 빠른 변화로 기업의 수명이 매우 짧다. 피고용인의 안정성이 매우 떨어지는 상황인 것이다. 책은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를 예로 든다. 전기차는 부품이 매우 간소하고 수가 적어 고장확률이 크게 떨어진다. 그로 인해 내연기관 자동차 체제하에서의 수많은 부품제공업체와 카센터는 설자리를 잃게 된다. 또한 무인차로 인한 사고 가능성의 감소와 차량 공유가능성, 자율주행 기능은 수많은 운송업체의 일자리와 보험업계, 자동차 면허 관련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다.

 마지막은 인공지능과 로봇. 한국은 노조가 강하지 못하고, 신자유주의의 파고로 전세계에서 로봇비율이 거의 최고 수준이다. 이런 로봇과 인공지능은 과거 단순 육체노동을 대체하였지만 점차 중간사무계층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본다.

 이런 암울한 문제점에 대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기업, 개인, 정부의 차원에서의 대비책을 설명한다. 기업은 우선 현재 여력이 있을때 충분한 대비를 하고 기존에 갖고 있던 강점을 빠르게 4차산업분야와 관련된 부분으로 이전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현대차의 10조원가량의 부지 매입. 드론등 기계분야와 관련한 삼성테크원의 매각은 뼈아픈 실책으로 저자는 설명한다. 또한 이런 것들이 기업의 온전한 판단이 아닌 총수일가의 이득과 경영권을 위한 판단이란 점에서 더욱 시대 착오적이기도 하다.

 다음은 개인이다. 개인이 할일은 직장인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직장인이 아니라 직업인이 되는 것인데, 자신의 흥미와 능력을 바탕으로 역량을 키울수 있는 직장내에서 자신의 미래 관련 대비 역량을 강화해나가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에 재산이 몰려있는 것의 변화를 요구한다. 부동산에 돈이 몰려있다 보니 국가내수경제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연금제도를 바탕으로 개인이 새로운 스타트업 기업의 주식을 소유하고, 다른 금융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변화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개인은 미래를 내다보고 대체되지 않을 만한 일자리를 골라야 한다.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이 요구되는 자리, 사회적 협업능력이 필요한 자리가 그것이다.

 마지막은 정부이다. 가장 비중있게 설명한다. 정부가 할일은 공공성의 강화이다. 이미 한국은 빈부격차가 세계 최고수준이고, 미래 사회에는 로봇이나 소프트웨어등의 자본을 가진자가 이를 이용해 더욱 부유해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로봇세등의 신설과 공공부문의 강화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기본소득제도 등의 도입역시 강조한다. 그리고 교육을 강조한다. 4차산업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능 1-9등급 학생을 대상으로 미래 사회 필요 역량을 갖추었는지를 실험하였는데 역설적으로 수능 만점자의 능력이 낮았다. 때문에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 사회적 협동능력 등을 갖춘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교육현장의 변화를 요구한다.

 책은 미래와 관련하여 일자리를 놓고 설명하는 강점을 지니긴 했지만 다른 미래책과 대비해서 큰 임팩트는 없는 편이다. 미래 사회에 평소 관심이 많고 저서도 제법 본 사람이라면 크게 얻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아직 암기식 공부에 끌려다니고 있고, 좋은 학벌만이 미래를 보장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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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17-04-30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율주행차가 안정성이 완벽하게 보완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반드시 보편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음주, 졸음, 과속, 부주의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운전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직업을 잃는 문제도 문제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문제입니다.

닷슈 2017-04-30 20:41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요즘은 자율주행차의 윤리적 문제도 많이 화두더군요 양자택일시 어떤형태의 사고를 택할것인지 영화 아이로봇에서 로봇은 아이대신 윌스미스를구했죠 그런것같은문제입니다

커피소년 2017-05-01 21:33   좋아요 0 | URL
그런 문제도 있을 수 있겠네요.... 아무래도 인간처럼 약자에 대한 보호를 우선시 하는 가치관을 갖기 힘들테니.. 윤리적인 문제가 또 문제군요,,

아 그리고 ㅎㅎ 마지막 부분은 너무 공감되었지만 제 글에서 교육의 문제에 대해서 너무 많이 비판했던 것 같아서 여기서도 비판하기가 그래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창의성, 문제해결능력, 사회적협동능력등과 학교 성적과는 아주 무관하다는 생각.. 매우 공감 되더군요.. 가르치지 않는 것을 배울 수는 없을테니까요..^^

닷슈님 리뷰는 공감이 많이 되는 것도 있지만 읽고나면 많은 것을 깨닫고 느끼게 된다는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닷슈님 리뷰를 묶어서 책으로 내도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시간적인 문제나 활자공포증 때문에 많은 책을 읽지 못 하는 사람들이 잘 정리된 닷슈님의 글을 읽고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

닷슈 2017-05-01 22:17   좋아요 1 | URL
지나친 과찬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