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LOW(더 플로) - 시대의 운명을 내다본 사람이 부를 거머쥔다
안유화 지음 / 경이로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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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전쟁이 가속화하는 느낌이다. 마치 냉전 때처럼 한미일의 연합은 이번 정권 들어 굳건해지고 있고 그 반작용으로 와해되었던 북중러 관계도 다시 복원되는 느낌이다. 우리는 이번에 일종의 선택을 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한국의 새 정권은 미중 전쟁의 갈등 속에서 한미일 연합으로의 길을 선택했다. 여기엔 한국 보수 정권이 오랜 기간 미일에 의존하며 기득권을 챙겨왔던 것에 대한 향수와 심리적 편안함과 관성 그리고 미중 전쟁 속에 어느 정도 선택을 강요당하는 입장에서 기술력이 강한 미국 쪽을 선택했다는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은 과거 보수정권도 선택의 기로에서 실리를 챙기는 묘한 입장을 고수했었다는 점을 강조하긴 하지만 과거 정권은 미국으로부터 지금 정도의 압박을 받지 않았었다는 점도 고려해야한다. 물론 현 정권을 옹호하고 싶진 않다. 지난 분기 현대차가 러시아에서 판매한 자동차가 4000여대에서 고작 6대로 줄었다니 말 다하지 않았을까 

 현재의 상황을 분석하는 책들도 대개 정말 실리적 입장을 취하거나 향후 우리의 4차산업혁명에서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의 동맹을 공고히 해야한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많다. 사실 전제부터가 대부분 미국이 이긴다고 보는 것인데 이번에 본 책 '플로'는 다소 친중적 성향이 있는 책이란 점에서 독특하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하다 부를 얻고 싶으면 자본이 몰리는 미래 유망한 산업에 투자를 해야하며, 미중전쟁에서 중국이 이길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단 중국의 문제점부터 짚는다. 중국은 현재 경제 규모 2위의 국가지만 빈부격차가 매우크고, 국민들의 자산이 부동산에 몰빵 되어 있으며, 지방 정부를 포함하여 부채가 매우 크고 고령화 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중국이 빈부격차가 큰 이유는 공공기관의 정경유착으로 산업화 과정에서 공공기관 종사자와 그 관련자가 막대한 부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또한 경제 분야에서 독점이 일어났고, 자산 가격의 거품이 매우 심해 도시에 먼저 살았거나 돈이 많았던 자들이 부동산을 선점해 큰 이득을 보게 되었다. 중국의 지니계수는 이미 0.7로 폭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다.

 중국은 대부분의 가계 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은 가계 소비율이 39%에 불과한데 인도가 60%, 베트남이 68%인 것과 비교해도 매우 초라하다. 이는 빈부격차가 심해 상당한 인구가 소비여력이 없다는 측면도 있지만 자산의 상당부분이 부동산에 묻혀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은 1978년부터 2018년까지 개혁개방을 통해 GDP는 150배가 상승했지만 통화량은 무려 1500배가 증가했다. 경제성장도 엄청났지만 통화량은 그를 훨씬 상회하기에 당연히 자산가격이 폭등했다. 2018년 중국의 부동산은 가계자산의 77.7%를 차지해 35%정도인 미국의 두 배가 넘는다. 중국인이 부동산에 자산을 거의 투자한 이유는 주식, 선물시장 등 다양한 금융상품의 수익성에 대한 불안과 은행에 대한 불신, 그리고 부동산 불패신화때문이다. 놀랍게도 중국은 부동산 세 조차 없어 자산급등에 대한 재분배 효과조차 없다. 또한 부동산이 너무 수익성이 좋다보니 주요 기업들조차 부동산에 투자해 경제발전과 순환이 저해되고 있다.

 중국은 지방정부의 부채가 매우 심각하다. 이는 중국의 경제 발전 방식 때문인데 저자는 케인즈식 방식으로 이를 파악한다. 중국은 개혁개방 초기 기술력은 부족한데 사회주의식으로 공장은 많아 공장가동률이 매우 낮았다. 지방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방에 각종 인프라 사업을 마구 잡이러 벌려놓았는데 그렇게 해서 공장가동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들어 성장률을 높였다. 하지만 이런 인프라는 대개 공공시설로 수익성이 거의 없다. 그리고 지방정부가 사업을 벌이지 않으면 공장은 다시 멈춰 성장이 멈춘다. 그래서 지방정부는 지방채를 마구 잡이로 발행해 부채를 대규모로 쌓아놓으며 성장을 지속했다. 또한 개혁개방기 중국 정부는 주요 성의 고위 간부의 평가기준은 각 성의 경제성장으로 설정했다. 때문에 지방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승진과 직위 유지를 위해 이런 방식을 지속했다. 시진핑이 집권하고서야 이런 흐름이 다소 멈췄는데 그동안 해놓은 짓이 있어 부채가 엄청나다.

 이런 중국의 장점에도 저자는 중국이 앞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우선 미중전쟁이 과거 미소전쟁같은 냉전이 아닌 양국간 경제적 관계를 지속하는 양전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미중은 지난 40년간 서로 협력하며 세계경제에서 발생한 부가가치의 80%를 양국이 차지했다. 오랜 기간 미국은 중국의 물건을 빚을 내어가며 구입했고 중국은 미국의 채권을 구입하고 달러를 비축해 이런 미국에 돈을 공급했다. 또한 월가 역시 중국에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 있다. 세계 공급망 사슬도 복잡히 얽혀있다. 때문에 현재 겉으로 으르렁 거리는 것과 달리 미국이나 일본은 한국과 달리 중국과 경제적 협력도 지속하려는 면이 있다. 또한 미국은 베트남이나 인도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려고 하지만 저자는 인도와 중국은 문화적이나 정치체제 측면, 그리고 경제적 취약성으로 중국이나 동아시아 국가들처럼 발전의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앞으로 4차산업혁명으로 로봇이 본격 도입되면 한국, 대만, 중국처럼 저임금 양질의 가성비 노동력을 바탕으로 자본을 벌고 기술을 축적해 선진사회로 진입하는 길이 사실상 끊길 것으로 파악한다. 

 중국의 또 다른 가능성은 기술력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이 4차 산업혁명에서의 기술에서 중국을 압도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저자는 중국의 학문 수준과 과학기술수준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기술 부분에서 디커플링을 시도하더라도 데이터와 인공지능, 2차전지등 주요 부분에서 중국이 뒤쳐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부분은 특별히 언급이 없는데 이 부분은 확신이 없는 것 같다.

 또한 저자는 중국의 자본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즉, 과감히 중국 증시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우선 중국의 증시가 그 경제규모에 비해 매우 작다는 점이다. 언급한 것처럼 중국인들의 자금은 대부분 부동산에 몰려있는데 현재 중국정부가 그것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자본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고 한다. 미국의 증시가 꾸준히 우상향 한 것은 미국경제의 강함도 있지만 전세계의 돈이 몰리고, 무엇보다도 미국 근로자들의 노후자금이 중시에 꾸준히 투입된다는 점이 한 몫을 한다. 중국 역시 가까운 시일내에 그렇게 될 것이고 외국 자본의 진입도 점차 자유롭게 하고 있어서 중국의 증시가 가까운 미래에 크게 상승할 것이란게 저자의 생각이다.

 미중 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건 현재의 한국 정부는 이렇다할 것도 얻어내지 못한 체로 너무 쉽게 자신의 패를 드러내고 베팅을 했다는 측면이 강하다. 저자의 생각처럼 중국이 잘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을 쉽게 저버리기도 어렵다. 어찌되었든 두번째로 경제규모가 큰 나라이며, 군사력도 강하고 무엇보다는 이나라는 우리의 지척에 위치한다. 그래서 더욱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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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 인간의 소비심리를 지배하는 뇌과학의 비밀
한스-게오르크 호이젤 지음, 강영옥 외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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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이나 가게의 마케팅은 잘못된 신화에 빠져있다. 

 1. 고객은 의식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2. 고객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3. 중요한 단 한 가지는 가격이다.

 4. 고객은 복잡다단한 욕구를 갖고 있으며, 예측 불가능하다.

 5. 중장년층의 지갑은 쉽게 열 수 있다.

 6. 마케팅에서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7. 소비자는 광고와 마케팅 전략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위의 신화들은 기업이 갖고 있는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의 원칙에 가깝다. 하지만 현대의 진화론과 뇌과학에 입각한 마케팅 연구들은 위의 신화를 하나하나 부정한다. 다른 동물들처럼 인간은 감정을 갖는다. 감정은 주변 환경과 다른 사물 및 같은 동종 개체에 대한 평가라고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평가 기준은 이것이 나의 생존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다. 그래서 인간과 동물은 적응도를 올려주는 주변 환경과 생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며, 반대되는 경우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게 된다. 때문에 감정은 우리의 생명을 보호하고 생존과 번식이라는 삶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정신과 육체를 지배하는 일반화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동기는 감정 프로그램을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삶과 상황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감정은 비교적 영속적이고 일정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주변 환경은 늘 변화하기에 동기는 이를 맞춰주고자 하는 장치가 된다.  

 인간 뇌의 주요 감정 시스템은 3가지로 균형 시스템과, 지배 시스템, 자극 시스템이다. 이는 생물의 목적인 생존과 지배를 위한 장치로 균형은 안전과 보호, 자제 및 절약을 하게해 생존을 도모하는 역할을 하며, 자극은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용기를 부여해 새로운 식량과 기회, 성적 파트너를 찾을 수 있게 하고, 지배는 다른 개체와 경쟁하여 더 많은 자원과 성적 파트너를 얻고자 하는 행동과 관련한다.

 이중 가장 강력한 것을 균형 시스템으로 이는 안전에 대한 욕구다. 안전과 평화를 지향하고 모든 위험과 불확실성을 피해 조화를 추구한다. 이는 항상성을 추구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균형시스템의 명령은 다음과 같다. 모든 위험을 피하고, 모든 변화를 피하며, 습관을 만들어 가급적 오래 유지한다. 모든 방해물과 불확실성을 피하고 내외적 안전을 추구하며, 에너지 균형을최적화하고 쓸데 없는 에너지 낭비를 피한다. 

 자극 시스템은 체험에 대한 욕구다. 자극 시스템은 알려 지지 않은 새로운 자극을 찾아내고 벗어나며 주변 환경을 발견하고 탐험하게 한다. 새로운 보상을 찾고 지루함을 피하고자 하며 다른 사람과는 차별된 존재가 되려고 한다. 자극 시스템은 새로운 자원과 환경, 기회, 성적 파트너를 찾게 하여 예상치 못한 보상과 새로움을 선사한다.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하기에 자극 시스템은 인간의 중요한 감정으로 당연히 자리한다. 자극 시스템은 현대 사회에서도 잘 작용하여 인간으로 하여금 새로운 트렌드나 기술혁신, 호기심,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것을 추구하게 한다. 이러한 성향이 인간 문명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음은 자명하다.  

 지배 시스템은 권력에 대한 욕구다. 이는 사람들에게 각종 자원과 섹스 파트너를 둘러싼 싸움에서 경쟁자를 물리치고 자신의 권력을 구축하여 영역을 확장하려고 한다. 그래서 지위를 얻고자 노력하고, 타인보다 나은 사람이 되려 하며, 권력을 취하고, 경쟁자를 물리치고, 영역을 확장하며, 자율성을 보존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려고 한다. 지배 시스템으로 인해 인간은 각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인간의 감정시스템은 언제나 목표를 추구하며, 그것은 진화론적인 것이다. 모든 감정시스템은 긍정적이고 즐거운 측면,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운 측면, 혐오감을 일으키는 측면이 있다. 뇌에는 전체 감정의 일부분인 두 가지 시스템이 있는데 보상 시스템과 회피 시스템이다. 이중 보상 시스템은 두 개로 나뉘는데 보상기대 시스템과 실제 보상 시스템이다. 보상 기대 시스템은 보상을 찾으려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으로 도파민의 의존한다. 실제 보상 시스템은 보상을 실제 찾으면 얻는 보상으로 엔돌핀에 의존한다. 둘 중 더 강력한 것을 보상 기대 시스템이다. 보상 기대는 영원한 만족이 없으며 한 번 주어진 보상에 익숙해져 다음 보상에 쉽게 만족하지 못한다. 보상 기대 시스템은 인간으로 하여금 영원히 탐욕하게 만드는 장치로 필요가 아닌 욕망의 경제인 현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근본적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회피 시스템은 처벌 기대와 실제 처벌 시스템으로 나뉘며 처벌은 보상의 2배 강도가 되다. 그래서 사람은 100만원을 벌 때 보다 100만원을 잃었을 때 더 큰 고통과 상실감을 겪는다. 

 사실 인간의 균형, 자극, 지배 시스템은 진화론적 목적을 위한 것으로 원시시대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소비 자본주의로 변한 현대에도 그대로 작용한다. 지배, 자극 시스템은 고객의 뇌리를 낙관적으로 만들고 활성화 시킨다. 반면 균형 시스템은 소비와 관련하여 억압적이고 비판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양자의 균형과 반복은 경기 순환의 심리적 생물학적 원동력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생존을 위한 감정은 자본주의 사회의 상품과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파악하는데 시사점을 준다. 이미 현대 자본주의는 과잉생산경제로 필요에 의해서 상품을 사기 보다는 욕망에 의해 상품이 과다 소비된다. 따라서 소비자의 감정 시스템을 사로잡을 때만 상품과 서비스는 가치가 있게 되며 잘 팔리게 된다. 예를 들어 드릴의 경우 단순히 구멍을 뚫는다는 기능으로만 접근한다면 판매에 실패한다. 그런 본연적 기능 외에도 드릴은 힘과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균형 자극, 강한 힘으로 인해 사용자의 권력을 증가시킨다는 지배 시스템을 자극한다. 자동차는 단순 이동 기능이외에도 생활반경과 자신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지배 시스템을 자극하며 우리의 이동 노력을 줄여준다는 면에서는 균형 시스템을 자극하기도 한다. 

 특히,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공동체에 소속감을 느끼면서도 그 안에서 지위 경쟁을 하게 된다. 때문에 소속감을 주면서도 차별화된 느낌을 갖게 하는 상품을 인기가 많아지게 된다. 특히, 상품이 개별인간을 확실히 타인과 구별해주는 개성, 지위, 성적 매력을 부여한다면 소비자는 이것에 한해서는 균형자극의 경제를 무시하고 상당한 돈을 기꺼이 지불하게 된다. 

 인기가 있는 상품은 이런 면에서 뇌를 자극한다고 볼 수 있다. 뇌를 자극하지 않는 상품은 본연적 기능에만 집중하는 생필품이다. 연필이나 청소용품, 화장지 등이 그것으로 그래서 이것들은 소비자로 하여금 과다한 구매 욕구를 불러 올 수 없기에 가격이 싸나 반드시 필요하기에 많이 팔린다. 반면 인기가 있는 상품은 언급한 감정 시스템을 마구 잡이로 자극한다. 과자 같은 기호 식품이나 패션, 영양제, 책 등이 그렇다. 그리고 이보다 더 나아가 뇌를 유혹하는 상품도 있다. 이들은 본연적으로는 없어도 충분히 살 수 있는 것 들이지만 인간의 감정 시스템을 강하게 유혹하고 중독시키기에 그것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여기게 만든다. 스포츠카, 유명 브랜드의 화장품, 패션, 최신 스마트폰, 스토리가 담긴 상품, 영적 구원을 약속하는 상품들이 그렇다. 

 그리고 상품이나 서비스는 인간의 다양한 동기나 감정을 자극하면 당연히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예가 커피다. 사실 커피는 여러 음료 중 독보적으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커피가 맛이나 기능성에서 그런 위치를 차지할 만한 것은 아니다. 커피가 인기 있는 것은 멀티 동기성 때문이다. 커피는 다양한 품종이 있어 향유 동기를 갖게 하며, 카페인으로 활력을 주기에 활력 동기를 자극하며 각성효과가 있어 관철 동기를 주고, 한잔 이란 휴식을 주어 균형 동기를 주고, 개성 라이프 스타일, 의식, 사회적으로 같이 즐기며 소속감 마저 부여한다. 이러니 인기가 많은 것이다.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구분되며 이들의 역할은 다르다. 좌뇌는 낙관적이며 우뇌는 비관적이다. 즉, 좌뇌는 감정 시스템 중 자극, 지배 시스템에 주로 작용을 하며 각각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이 감정을 활성화한다. 우뇌는 반면 균형시스템에 주로 작용을 하며 나아가거나 행동하는 것에 망설임을 주게 한다. 인간 뇌에서 가장 나중에 발달한 신피질은 중요한 정보를 계산하고 저장하는 저장센터다. 배외측전 전두엽은 고유의 법칙으로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보상을 얻는 방법과 확률을 계산하다. 이것은 매우 직관적이고 순간적인 경우도 있지만 의식적으로 오래 이뤄지는 경우도 있으며 따라서 상당한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런 계산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 결정은 감정을 주관하는 변연계에서 이뤄진다. 

 이처럼 뇌는 결정에 있어서 의식을 배제한다. 이유는 정보가 의식을 거치지 않고 바로 동기 및 감정프로그램을 통해 행동으로 전환되면 반응이 빨리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그리고 동기 및 감정프로그램과 함께 저장된 경험은 이미 검증된 해결책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의식을 언급한 것처럼 상당한 비용을 소모한다. 뇌는 인간기관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의식이 비활성화 되기만 해도 에너지 소비량은 1/4로 줄어든다. 이렇기에 의식은 새로운 것이나 미지의 것, 지적인 문제해결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변연계가 각종 경험과 여러 조언을 위해 활성활 할 때만 작동하게 된다. 

 그래서 상품과 서비스는 인간의 감정은 자극하되 지나치게 복잡하고 새로워 소비자로 하여금 인지적 과부하에 걸리게 하는 것을 피하는게 좋다. 뇌는 에너지 소모가 적은 것을 좋아해 이미 경험한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매한 후 성공적 경험을 한 것을 계속 선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너무 새로워 판단이 자동화 되지 않으면 감정적 고통 및 처벌 중심부가 활성화 하여 소비에 극도로 비판적이 된다. 

 인간의 세 가지 감정 시스템은 자극, 균형, 지배는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진화는 인간 성격의 다양화를 허용한다. 즉, 사람에 따라 진화의 빈틈, 적응도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더 강조하는 부분이 있게 되며 이에 따라 다양한 성격이 형성되고 이는 구매유형의 다양화로 연결된다. 그리고 이 정도는 성별에 따라, 나이에 따라, 문화에 따라 변화하고 차이가 있다. 책은 독일 인구 12만을 연구하여 이를 유형화하였는데 총 7가지 유형이다.

 우선 전통주의자로 균형 중심의 사람이다. 비관적 사고를 담당하는 우뇌가 활성화되어 있고, 꼼꼼하고 오래 검증하며 불안하고 조심성이 있고 개방적이지 않다. 이들은 상품의 안정성, 신뢰감, 품질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며 구매 습관에 거의 변화가 없다. 

 조화론자는 역시 균형에 초점을 두는 사람으로 돌봄을 중시한다. 그리고 전통주의보다는 다소 개방적이다. 이들의 가정의 안정성과 화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정원, 가정, 반려 동물이 주 관심사다. 

 개방주의자는 양뇌가 모두 활성화 되어 있다. 개방적이고 긍정적인 생활 방식을 추구한다. 타인과 접촉을 중시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여 문화공연이나 이벤트에 적극적이다. 비용에 신경을 쓰는 편이며 균형에 의지해 원산지도 중시한다. 건강 관련 상품에도 긍정적인 편이다.

 쾌락주의자는 자극에 집중한다. 심사숙고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새로운 종류의 보상을 탐한다. 당장 필요없는 것을 쇼핑하는 충동구매 경향이 있고 신나는 체험과 자신의 표출이 중요하다. 건강엔 큰 관심이 없으며 유행과 화장품을 탐닉한다.

 모험가는 좌뇌가 활성화 되어 있다. 쾌락주의자의 즐거움에 전투적이고 충동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입증하는 과정에서 무언가를 체험하는 것을 좋아하고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뛰어난 성능과 즐거움을 좋아한다. 건강에 흥미가 없고 위험 의식도 적어 스릴 넘치는 스포츠를 즐긴다.

 실행가는 역시 좌뇌 중심이다. 구매 장소와 상품이 자신의 영리함과 높은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 타인과 차이를 두기 위해 고급 제품을 이용하면서도 영리한 소비도 추구한다. 하지만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라면 절대 돈을 아까지 않는다.

 규율 숭배자는 비판적 성향의 우뇌가 우세하다. 비관과 불신이 많고 변화 추구가 없으며 불필요한 소비를 피한다. 순수하게 기능성을 고려하며 가격을 꼼꼼히 비교하기에 구매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독일 인구 조사에서는 조화론자가 29%, 전통주의자가 19%, 개방주의자가 13%, 쾌락주의자가 13% 모험가가 6% 실행가가 10% 규율숭배자가 10%로 분포했다. 이들의 소비 성향은 자신들의 감정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다. 스포츠 용품의 경우 100을 기준으로 할 때 관심도는 모험주의자가 268로 가장 높은 반면 조화론자는 63의 관심도를 보인다. 반면 정원 용품은 규율주의자가 132의 관심도를 보인 반면 쾌락주의자는 62정도의 관심도만을 보인다. 자동차의 경우 실행가가 168의 관심도를 보인 반면 규율주의자는 겨우 68 정도의 관심도는 나타냈다. 

 남여의 성차도 상품 관심도에 중요한 요소다. 남여의 뇌는 매우 다른데 두 뇌를 연결하는 뇌랑은 여성이 더 두껍다. 변연계 속의 다수 신경 중추 중 성생활, 아이를 돌보는 부분의 남여 차가 뚜렷하며 남성은 편도체와 시상하부에 있는 지배 중추와 공격 중추가 여성의 2배에 달한다. 여성을 돌봄과 사교적 태도를 관장하는 변연계 부위가 남성의 2배다. 그리고 남성은 여성보다 한쪽 반추에 의자하는 특정화 성향이 더 강하며 여성은 회색질이 더 많아 신경 세포체가 많고 반면 백질은 남성보다 적어 신경 세포 돌기는 적다. 그리고 양측의 신장 체중차를 보정해도 여성의 뇌가 남성의 뇌보다 100g 정도 더 가볍다. 

 이런 남여차는 그대로 상품에 대한 관심도 차로 이어진다. 여전히 100을 기준을 했을 때 남성과 여성은 스포츠 용품은 160대 43, 자동차는 181대 23, 주거용 장식 및 패브릭 상품은 29대 168, 식료품은 54대 144, 세제 및 피부관리 제품은 43대 155의 관심도 차를 보였다. 제품의 디자인에 있엇도 남성은 정사각형 모양의 직선적이고 실용적인 형태를 선호하는 반면 여성은 부드럽고 둥그런 형태를 선호한다. 남성은 구매 시 세부 관찰을 하지 않고 진열대를 대충 보는 반면 여성은 세부적으로 꼼꼼히 관찰한다. 남성은 예측 가능하고 세계 지배에 유용하며 권력을 상징하는 제품을 선호하여 자동차, 기계, 기술장비, 스포츠용품을 선호한다. 여성은 소설, 예술처럼 상상력을 자극하고 배려 및 아늑한 느낌을 주는 제품을 선호한다. 

 남여의 뇌차이는 당연히 성격 유형에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남성은 모험가, 실행가, 규율숭배자의 비율이 여성의 두 배에 달하며 쾌락주의자, 개방주의자는 비슷하고, 조화론자, 전통주의자는 여성이 남성 비율의 두 배에 달한다. 

 상품의 구매에는 나이도 큰 변수다. 8-12세는 즉흥적 구매자다. 이들은 발달단계상 학습이 최우선이라 자극 시스템이 강하게 작용한다. 놀이, 싸움 모듈이 활성화하고 도파민이 분출되 호기심이 증가한다. 신피질에 새로운 경험네트워크가 구축되어 기존 네트워크와 결합한다. 8세의 뇌는 성인 뇌의 2배 에너지를 소모하고 신경세포 망도 어른의 20배나 된다. 뇌가 매우 느린 속도로 작업하고 신경망의 속도를 높이는 미엘린 수초가 미 생성되어 정보 전달이 느리다. 전전두피질이 성숙하지 않았고, 세분화된 가치관 형성도 미흡하다. 그렇다 보니 구매가 충동적이고 매우 즉흥적이며 무비판적이다. 

 14-20세는 젊은 야만인에 가깝다. 아직도 전전두피질이 미성숙하고 충동적이고 리스크를 즐기며 자기 관리가 미흡하다.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급상승해 자극시스템과 지배 시스템, 균형시스템이 모두 활성화해 충돌하여 감정이 급변한다. 이 나이엔 성차도 유의미하게 드러나는데 남자 아이들은 독립 추구와 결합추구로 인해 또래 집단을 형성하고 이로 인해 권력과 독립성, 확신을 동시에 충족한다. 자극, 지배 감정이 강화되어 전투적이고 남성적 우월함을 즐기며 모험을 좋아하고 쿨한 느낌의 브랜드를 선호한다. 여자 아이는 미의 경쟁을 벌인다. 고급 패션과 화장품 브랜드에 빠져들고 소년들과는 달리 폐쇄적 집단이 아닌 여러 개개인과 동시 관계를 구축한다. 관계적 공경성이 활성화하고 그로 인해 뒷담화를 많이 한다. 싸움 뒤에 쉽게 화해하는 남아들과 달리 갈등이 장기화하기도 한다. 

 20-30세는 소비가 즐거운 시기다. 욕구는 거대하고 신체도 최고 상태다. 하지만 이를 충족할 소득이 아직 낮다. 전전두피질이 드디어 성숙하여 미래 계획이 가능하지만 아직 욕구가 강하다. 성적 경쟁, 번식, 서열과 영역을 확정하는 시기로 경쟁자보다 더 강하고 아름다우며 똑똑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이를 위함 모험도 어느 정도 감수한다. 자극시스템과 도파민이 지적능력과 새로운 길에 대한 욕구를 키우기에 이 연령대는 지적 능력이 최고조에 달한다. 그래서 인류 역사상 학문 영역의 혁명 90%가 이 나이대의 남성에 의해 이뤄진다. 그래서 이 나이대는 모험가, 실행가, 쾌락주의자가 전체 평균의 두 배에 달하며 규율주의자, 조화론자, 전통주의자는 절반에 불과하다. 

 30-40세는 가정을 꾸리는 시기로 여성을 돌봄 모듈이 활성화 해 아이를 우선하고 구매도 아이와 가정 중심이 된다. 남성도 프로락틴의 증가로 정조관념이 생기고 가정에 충실하다. 그래서 가족 밴을 구입하고 보험에 가입하며 집 마련을 추구한다. 

 60세 이상은 안전과 건강 욕구가 강하다. 돈은 많으나 소비 지향이 매우 낮다. 자극, 지배 시스템의 연료인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이 매우 감소하고 스트레스와 부안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크게 증가한다. 반면 내적 여유를 담당하는 세로토닌은 적어져 인내심이 크게 적어져 작은 불편에도 여유를 보이진 못한다. 그래서 60세 이상은 조화론자나 전통주의자, 규율주의자의 비율을 모두 합치면 85%에 달하게 된다. 

 마케팅에서 브랜드는 인간의 감정 및 뇌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는 두 가지 중요한 기능을 한다. 우선 인간은 인지적 복잡함을 싫어한다. 하지만 브랜드는 오랜 성공경험으로 구매효과에 대한 확신을 주어 결정의 불확실성을 낮춰준다. 즉, 변연계에서 신피질을 활성화할 필요없이 바로 성공적 결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효율적 지표다. 그리고 브랜드는 인간의 감정을 마구 자극한다. 특유의 안정성으로 돌봄, 균형감정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약속하여 자극을 주고, 새로운 것과 자극을 선사하기도 하며, 지위와 우월감을 주기도 하고, 모든 것을 장악하는 균형과 통제의 느낌도 충족해준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든 처음 시장에 진출하면 새로운 것이기에 당연히 전두피질을 자극하게 되며 이에 변연계는 신속학습을 담당하는 안와전두피질을 활성화한다. 그리고 브랜드가 오래 노출되어 성공경험을 주면 그 브랜드의 감정 가치는 오래되고 깊숙한 위치에 있는 편도체에 저장되어 자동구매를 유도하게 된다. 이 때 그림, 소리, 사건 등 외부의 자극과 신체 내부의 감정, 내면의 소리가 서로 결합하게 되며 정보의 실제 관련성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때문에 광고는 상품의 기능성이나 주요 정보보다는 항상 상품과 그것과 관련한 특정 감정 유발 메시지를 주로 담아 소비자의 변연계에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상품과 감정적인 광고 메시지가 등장하는 빈도가 높을 수록 네트 워크게 속해 있는 신경 세포 사이의 결합이 크게 증가한다. 그렇기에 시장에 막 등장한 브랜드는 강하게 광고를 자주한다. 반면 이미 변연계에 들어간 오래된 브랜드는 잘 광고를 하지 않는다. 

 구매 결정은 원칙적으로 뇌가 주도하는 감정적 효용성 계산에 의해 좌우된다. 브랜드의 수퍼 코드는 눈에 띄는 것 뿐만 아니라 브랜드 특유의 감정을 활성화 시켜야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 하게 된다. 우리 뇌는 감정과 결합되어 있는 대상에게서만 가치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성공적이고 강력한 브랜드는 두 가지 부분은 전형적 형태와 명료한 감정적 영역을 모두 보유한다. 배려 돌봄의 니베아, 911형태로 지배의 포르쉐, 전형적 모양의 캔 용기와 자극, 모험을 상징하는 레드불이 그러한 예다. 

 상점의 공간 형태 및 배치등도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 상점은 인간에게 모르는 영역으로 균형 감정을 자극한다. 그래서 공간이 쉽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대개 전체를 둘러보고 방향을 정하는데는 최대 15초가 허용된다. 그 이상이 되면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고 과도한 균형 자극을 받아 구매에 비판적이 된다. 그래서 입구를 가급적 깔끔히 하고 친절한 방향 제시를 해야한다. 움직일 때는 좌뇌가 활성화 하기에 사람은 대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입구에서 오른 쪽 부분에 첫 번째로 보기에 좋은 상품을 진열하고 경로를 설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상점에 첫 번재 코너는 청과 코너다. 청과는 가장 신선하고, 건강에 좋은 천연의 이미지가 있어서 입구부터 좋은 경험을 주어 무의식적으로 전체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갖게 한다. 청과는 특유의 맛과 향으로 고객의 자극 시스템을 자극하고 발걸음을 느리게 한다. 상품 진열을 전체를 볼 수 있게 디자인해야 하며 최소 30cm를 간격을 두어야 눈에 들어온다. 이보다 넓거나 좁으면 판매가 떨어진다. 작은 경우는 나란히 배치해도 된다. 고객은 브랜드 별 진열 보다는 같은 기능 별 상품 배치를 좋아한다. 가전 회사별 진열보다는 세탁기는 세탁기 끼리 티비를 티비끼리 진열하는게 좋다는 이야기다. 진열대는 인간의 눈높이와 시야 제한으로 인해 150-175cm높이가 가장 인식이 잘 되어 판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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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부 - 인공지능 시대, 돈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가
이지성 지음 / 차이정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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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10년이 안된 것 같은데 뜬금없이 미국의 골드만 삭스가 미래 한국이 세계 경제규모 2위를 차지할 거란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중국도 인도도 아닌 한국이 2위라 무척 의아했었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말인데 당시만 해도 아직은 연간 출생아 수 40만을 유지하면서 출산률이 1점대를 찍는 상황이었다. 보고서는 아마도 통일이 빠른 시간 안에 잘 되어 남한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과 자본이 결합하고, 섬의 한계를 벗어나 대륙인 중국과 러시아와 결합하여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누리게 되는 통일 강소국 한국을 상상하고 작성된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통일은 쉽지 않다. 북한의 2인자 김여정은 한국을 거의 역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이라 불렀다. 그동안 북한이 기분 좋으면 남측 나쁘면 남조선이라 칭하니 약간 무시하는 듯했는데 이젠 대놓고 대한민국이라 부르니 다소 정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여기에 출생아 수는 40만 수가 무너진 후 2010년대 중반 불과 3년만에 30만선도 무너졌고 곧 10만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주 성장 발판이었던 거대한 중국 시장은 미중 갈등 속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리 외교로 사실상 사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의 형국도 어렵긴 매한가지다. 쌓아 놓은 돈이나 충분한 복지 체계도 없는데 OECD최고의 노인 빈곤률을 자랑하는 상황에서 벌써 국민 연금의 고갈 걱정을 하고 있다. 돈은 없는 상태에서 무자비한 사회적 경쟁과 부실한 사회 안전망으로 기성세대는 교육 전쟁으로 자식 투자에, 그리고 복지 미비로 부모 부양에 재산을 모두 써버렸다. 이들은 수십년 내 이렇다 할 자산 없이 모두 은퇴할 것이고 지금보다도 훨씬 빈약한 명맥만 유지하는 국민 연금이 그들의 썩은 생명 동아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몇 십년 먼저 겪은 일본은 우리의 반면교사임과 동시에 우리보다 상황이 낫다. 일본 정치인들은 그래도 한국보다 몇 배는 나아 자신들의 인구 구조를 미리 살피고 고령화에 철저히 대비했다. 그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적 연금과 사적 연금 체계를 마련했고, 오랜 기간 세계 2위의 황금 경제를 유지하면서 중산층이 워낙 두터웠기에 사적 자산도 잘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이 지난 30년간 워낙 크게 폭락했고, 평균수명이 세계 최고를 자랑하면서 2016년 노인 200만이 파산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하지만 일본은 그래도 건실하다. 버블경제와 인터넷 전환기에  자신들은 새로운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했어도 많은 해외투자를 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은 형편없는 경제상황 속에서도 매년 해외에서 국채나 여러 채권 및 주식배당금 및 각종 투자이익으로 무려 200조의 자산이 국내로 들어온다. 여기에 일본은 과거의 영화에서 얻은 기축통화국의 지위로 인해 통화도 안정적인 편이다. 그리고 아직 경제 규모도 세계 3위로 막강한 내수시장을 자랑한다. 여러모로 우리에 비할바가 아닌 것이다.

 책은 이런 암울한 상황에 대한 답을 사회적으로 찾기 보다는 철저히 개인에게 돌린다. 이게 이 책의 마음에 안드는 점인데 그래도 개인적 자구책을 무시할 순 없다. 책이 제시하는 답은 주식인데 다른 여러 나라의 주식도 아닌 바로 미국의 주식이다. 이유는 4차 산업혁명 미중 전쟁 상황 속에도 미국은 초기술격차를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에서 이미 벌려 놓았고 중국을 기술 경쟁에서 철저히 국제적으로 배제시켜 놓았기에 향후 100년 동안에도 1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책은 미국의 강력한 기술 기업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의 기업을 추천한다. 이들은 이미 미래의 먹거리인 데이터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기술에서도 다른 기업이 따라올 수 없고, 클라우드 시장 또한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과거와는 다르게 다른 나라의 막강한 기업들도 이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차별적인 부분이다. 때문에 저자는 이미 비싼 이들의 주식은 미래의 값어치에 비하면 아직도 싼 편이며 그렇기에 충분히 비축하여 미래 암울한 한국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은 1등 주식을 사고 배당을 받으면 다시 그 돈으로 1등 주식을 산다고 하는데 한국인 역시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냉정하게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을 낙관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 반도체의 설계 및 비메모리 부분을 하고 있지 못하기에 한국의 반도체는 냉정히 말해 소작농에 불과하다. 그리고 배터리 역시 아직은 최고 수준이지만 차세대 제품은 전고체 부분에서의 경쟁력이 부족하고 중국의 교체 방식과 테슬라의 단순 배터리에 대응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는다. 물론 이 예상과 다르게 현재 국내 배터리 주식은 매우 잘 나가고 있다. 대표적 인게 에코프로다. 

 책을 읽으면서 암울함과 답답함이 밀려왔다. 한국의 암울한 미래 전망이 뭐하나 틀린게 없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해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무자비한 교육경쟁을 배제하고, 국민 행복과 인재양성을 위해 교육개혁을 해야 하며, 여력이 남아있을 때 증세를 통해 두터운 복지체계를 구축하고, 지방을 양성해 인구를 분산시켜 더욱 인구를 늘려야 하며, 북한과의 평화정책을 통해 통일까진 아니더라도 군사적 긴장을 풀고 서로 간 왕래 및 평화교류를 통해 지정학적 약점을 극복해야하는데 말이다. 현재는 이 모든 상황 속에서도 모든 게 반대로 가는 것 같아 암울하다. 국가가 하는 것이 없어 각자도생을 해야하니 그 또한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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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배터리 레볼루션 - 향후 3년, 새로운 부의 시장에서 승자가 되는 법
박순혁 지음 / 지와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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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한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이 인근 경쟁 국가가 따라오기 힘든 초격차를 갖고 있다는 책을 본 적이 있다. 한국은 반도체 외에도 이차전지, 즉, 배터리 부분에서도 상당한 기술을 갖고 있다는 기사를 여러 번 본 적이 있었는데 이것이 초격차 수준이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은 한국의 배터리가 인근 국가가 웬만해선 따라오기 어려운 초격차 수준을 지니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의 배터리 부분 기업들의 주가가 반도체 기업들을 가까운 시일 내에 상회할 거란 주장을 담고 있다. 독서 이후 추천한 기업을 알아보니 실제로 주가가 엄청나게 오르긴 했다. 미리 책을 보았다면 이란 아쉬움이 컸다. 

 테슬라는 미국 제1의 전기차 기업이지만 원래 자동차와는 무관한 기업이다. 현재 전기차 시장을 보면 전통의 내연 기관차 업체는 의외로 부진한 반면 완성차 업계에선 듣도 보다 못한 기업이 득세하고 있다. 원래 내연기관차는 축적한 오랜 기술을 요구하는 부분으로 그로 인해 후발주자들이 따라잡기 거의 불가능했다. 지금 위세등등한 중국이나 인도도 내연기관차 부분만큼은 거의 포기상태였는데 전기차로 판세가 뒤집히며 이들도 막강한 내수시장을 압세워 선두로 치고나가고 있다. 이는 전기차의 단순한 구조로 인해서인데 배터리와 모터, 차체가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는 연료통에서 연료를 분사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폭발시켜 에너지로 전환하고 열을 식히고 관리하는 등 수많은 관련 장치가 필요하다. 이에 비하면 전기차의 구조는 그야말로 장난감 수준이다. 

 이렇기에 후발주자가 차를 생산하기 용이하다. 하지만 모터는 그렇다쳐도 배터리는 상당한 기술이 요구된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밀도다. 즉, 같은 배터리 무게나 부피당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저장가능하냐의 여부다. 한국 배터리의 주력은 니켈함량이 90%에 이르는 NCMA, NCM9, Gen6등이다. 이들의 에너지 밀도는 305kw/kg수준으로 중국의 배터리는 165kw/kg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중국이 LFP방식 배터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즉, 한국의 배터리는 경쟁국인 중국이 것보다 무게는 절반정도에 불과하면서 에너지 저장량은 거의 2배 수준이다. 즉, 한국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1회 주행거리, 가속력, 실내공간크기, 화물선적에서 압도적 능력을 갖고 있다는 셈이 된다. 

 배터리의 핵심은 양극재다. 배터리는 양극에 물질이 있고 가운데 이동매개체인 전해질이 있는데 양국에 있는 물질이 바로 양극재다. 이 양극재의 기술진입장벽은 매우 높은데 이것의 비용이 배터리 가격의 50%를 차지한다. 양극재에는 코발트, 망간, 니켈 등이 들어가는데 여기서 가격이 비싸고 원료가 부족한 코발트를 크게 줄이고 니켈의 함량은 90%까지 높인 것이 하이이켈로 품질이 우수하며 가격이 비싸다. 이것이 가능한 업체는 전 세계의 4곳인데 바로 한국의 LG화학, 에코프로비엠, 앨앤에프, 포스크 케미칼이다. 

 양극재를 만드는 공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혼합으로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등 혼합물질을 섞는 과정이다. 다음은 소성으로 혼합된 물질을 열을 가해서 익히는 과정이며, 분쇄는 소성과정에서 만든 알갱이를 쪼개서 일정한 크기로 만드는 것이다. 다음은 세정으로 알갱이에 붙은 잔류리튬 같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며 코팅은 입자의 형태를 강화하는 과정이다. 다음엔 다시 한 번 소성과정을 거치며 마지막은 포장으로 겉표면을 감싸 안정성을 높이는 과정이다. 

 저자는 배터리 책을 쓰다보니 전기차를 강조하지만 수소전기차 역시 매우 중요하며 그 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전기차가 과도하게 광물 의존적이라는 점이다. 배터리의 주재료가 리튬이다 보니 이런 필수 희귀 금속의 가격이 폭등한다는 점이다. 반면 수소전기차는 이렇다할 광물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음은 송배선의 문제다. 모든 가정에 전기차가 보급되면 각 가정의 전기수요가 딱 지금의 2배가 된다. 그렇다면 도시에 송배선을 확장해야하는데 이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수소차는 내연기관 완성업체에 유리하다. 수소차는 전기차와는 다르게 연료보급장치, 열관리시스템 등이 필요해 복잡한 구조에 대한 기술을 보유한 기존 업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대형트럭등 장거리 운송차량엔 전기차보다는 수소차가 압도적으로 적합하다는 점이다. 

 배터리는 형태에 따라 원통형과 각형, 파우치형이 있다. 원통형은 가장 전통적인 구조로 구조상 내부에 열이 잘 모여 위험하다. 그래서 원통형은 오랜 기간 지름 18mm에 높이 65mm를 사용해왔다. 기술이 발전하며 이것이 조금 커지는 수준인데 테슬라 모델 3에는 2170원통형 배터리가 4300개 들어간다. 원통형 여러 개를 붙이는 방법인데 당연히 쓸모없는 빈 공간이 생겨난다. 또한 각각의 껍질이 있는 배터리가 4300개가 있다보니 무거워진다. 사용공간 대비 비효율이 큰 셈이다. 

 각형과 파우치 형은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각형은 원통형 같은 데드 스페이스는 없으나 껍질의 무게와 부피가 크다. 파우치형은 배터리를 감싸는 아주 얇고 갸벼운 견고한 비닐 재질을 쓴 것이다. 그래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여기에 파우치형은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원통형이나 각형은 배터리의 형태가 정해져 제품이 이에 맞춰져야 하지만 파우치형은 배터리를 다양한 형태로 제작가능하다. 실제 배터리 관련하여 특허는 테슬라가 고작 700개 중국의 CALT가 4000개를 갖고 있는 반면 한국의 LG에너지 솔루션은 2만 4천개다. 

 다음은 주가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7만원 수준으로 시가 총액이 360조에 달한다. 반면 LG에너지 솔루션은 120조로 2위다. 3배의 차이인 셈이다. 저자는 이것이 가까운 시일내에 뒤집힐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향후 배터리 시장 규모가 반도체 시장규모를 압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간 반도체 시장은 600조 규모인데 이는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나뉜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이중 비메모리를 석권하여 200조 정도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이차전지 시장은 매년 28%고성장하고 있으며 자동차는 고가로 메모리 반도체의 10개급 시장이다. 전기차 시장은 커질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인간과 지구를 급습하는 기후위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중심으로 내연기관차는 가까운 시일내에 법적으로 퇴출된다. 세계 연간 자동차 시장은 1억대인데 배터리 가격이 1차량당 2천만원 수준으로 2000조의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세계연간 자동차 시장은 중국2500만대, 미국2천만대, 유럽연합 1500만대 수준인데 이 중 미국시장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은 인구밀도가 작고 땅이 넓어 큰 차량이 요구되고 따라서 차량에 들어가는 배터리도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자는 한국 배터리 업계의 성장성과 시장성, 그에 따른 주가의 미래를 매우 높이 보고 있다. 과연 이렇게 될 지 두고 볼 일이지만 현재까지는 그 예언이 실현되고 있어 자못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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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삼국지 -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과 한국의 활로
권석준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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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는 한국 수출액의 20% 정도에 주식 시가총액에서도 역시 20%를 차지한다. 한국은 자동차, 스마트폰, 첨단 가전, 조선, 석유화학 등 제조업 부분에서 고루 강하지만 무역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세계 시장에서도 반도체 산업의 규모는 매우 크다. 세계 반도체 산업의 규모는 연간 2000억 달러에 달하며 향후 인공지능, 자율 주행차, 사물 인터넷, 통신 분야에서 반도체의 요구도는 날로 커질 것이 분명하다.

  한국은 80년대부터 반도체를 시작했는데 불과 20여 년 만에 세계적 선두 주자에 위치에 올라섰다. 이 시기부터 세계 반도체 산업은 냉전의 붕괴로 세계화가 추진되며 비용을 가장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분화되었다. 설계와 공정 생산, 그리고 여기 필요한 소재, 부품,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가 나라 별로 비교 우위에 따라 다분화 된 것이다. 이런 체제에서 한국은 오랜 수혜를 받으며 선진국의 위치로 올라섰으나 이제 그 게임이 끝나버렸다. 미국은 자신들의 위치를 위협하는 강국 중국을 제대로 견제하기 시작했으며 반도체는 차세대 산업의 주력으로 그 제재의 주요 대상이다. 문제는 대중 수출 규모에서 한국의 반도체는 연간 800억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전처럼 눈치를 보며 애매한 위치를 고수하기 매우 어려워졌다. 이 책은 이러한 형국에 대한 분석과 해답을 제시한다. 책은 우선 한중일 삼국의 반도체 발전의 역사와 현 시점 향후의 과제를 제시한다.


1. 일본

 반도체의 역사는 서진한다고 한다. 최초 개발은 영국, 다음은 미국, 일본, 한국과 대만, 중국 순으로다. 중국으로의 걸음은 미국의 제재로 미지수가 되었지만 하여튼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 반도체를 제패했던 국가다. 일본은 한 때 세계 최초의 NAND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기술개발, 세계 최초의 KB급 DRAM 양산 공정 개발, 세계 최초 CMOS이미지 센서 양산, 세계 최초의 수퍼컴퓨터 개발이 일본의 작품이다. 

 1970년대 만해도 지금과는 매우 다르게 동아시아 국가는 반도체 시장에 없었다. 하지만 일본은 국가 주도로 준비하여 1980년대부터 시장을 장악한다. 통신산업성 주도로 초 LSI 기술 연구조합을 설립하여 기업 간의 중복투자 방지, 기술 노하우 공유 등으로 일본 만의 독자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한다. 그 결과 NEC가 1985-1991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 반도체 상위 10개 기업 중 6개가 일본 기업이었으며 전체적인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무려 80%에 달했다.

 이런 일본 반도체에 위협을 느낀 미국은 1985년 미국 통상법 301조(언론에 자주 나오는 수퍼 301조다.)를 걸고 넘어진다. 무역 제재와 보복 관세를 시작하였는데 그래서 일본 반도체 기업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50%이하를 유지하고 일본 국내 시장의 20%를 미국 기업에 내줘야 했다. 이 기간 일본 반도체 회사들은 수율을 높이고 극단적 품질 강화로 대응한다. 하지만 이는 차세대 기술의 미비로 한국과 대만에 밀리게 되는 패착이었다. 

 그리고 1980년대부터 반도체 생산에 세계적 변화가 일어난다. 기존에 반도체는 설계와 제조의 공정을 모두 한 회사에서 담당했었다. 하지만 세계화의 바람과 더불어 미국의 일부 반도체 회사들이 이 관습을 포기하고 설계와 생산을 분리하기 시작한다. 설계와는 다르게 생산공정과 수율관리는 막대한 자금과 인력 및 시행착오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이 때부터 세계 반도체는 설계만 하는 팹리스, 팹리스의 설계를 의뢰 받아 제작해주는 파운드리, 그리고 이 공정에 필요한 소재, 부품, 장비를 공급하는 회사들로 분업하여 최적화되기 시작한다. 반면 일본 업체는 이 흐름을 타지 않았다. 이들은 자체 생태계를 믿고 설계, 소재, 부품, 공정, 후공정에 이르는 수직계열화 방식을 고수하여 경쟁력을 잃게 된다. 

 결국 일본 반도체는 90년대 이후 급격히 몰락하여 지금은 흔적만 남게 되고 소부장에 집착하는 신세가 되었다. 일본의 패착은 3가지가 요인이었다. 우선 자신들이 구축한 기술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과 그로 인해 세계 시장에 대응력이 떨어진 점, 자신들의 기술을 믿고 과도하게 혁신을 하여 효율과 수익률을 떨어뜨린 점, 그리고 과거엔 성공적이었지만 시대착오적인 정부의 과도한 간섭이다. 하지만 일본은 아직 반도체를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대만 TSMC와도 협력하는 등 자신들만의 생태계 구축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는다. 일본은 미국의 중국 제재에 편승해 칩4동맹에 편승하여 과거의 영화를 회복하려 한다. 

 

2. 중국

 중국은 2020년 기준 전역에 50개가 넘는 반도체 투자 사업을 진행중이다. 총 투자비가 무려 2430억 달러로 한국 돈으로 280조다. 돈은 엄청나게 투자하지만 현재 반도체 자급률은 15%에 불과할 정도로 성과가 미비하다. 중국 반도체는 사실 정부 주도로 지난 20년 간 급성장해오긴 했다. 이들의 발전 비법은 강력한 정부의 정책과, 연구 개발 분야의 투자, 그리고 해킹을 이용한 무분별한 해외 기업들의 기술 탈취와 해외인력 스카우트를 통한 기술 획득이다. 

 중국은 공산당 중앙정부가 시책을 펼치면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지방 정부들이 무리하게 이 시책을 적극 추진하는데 반도체 분야도 그렇다. 하여튼 여러 시책에 무리하게 참여한 대가로 2020년 기준 중국 지방 정부의 부채는 무려 4600조다. 중국 국가 전체의 부채는 무려 6경원에 달한다. 중국 31개 성 중 8곳이 GDP대비 부채가 100%가 넘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거의 절반 이상의 성이 이런 처지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더 이상 투자를 위한 여력이 남아있지 않게 된 것이다. 여기에 중국은 고령화 문제와 엄청난 부채, 미국과의 제재로 인한 저성장 국면에 고착화되면서 반도체 부문의 기술 획득이 쉽지 않게 되었다.

 현재 중국이 기술적 한계에 부딪힌 부분은 10나노 공정이다. 10나노 까지는 비교적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그 이하로 내려가면 기술에 차원이 달라진다. 반도체는 패터닝을 통해 생산하는데 패터닝을 글자 그대로 반도체 표면 위에 2차원이나 3차원의 구조로 아주 미세한 작동 패턴을 새겨넣는 공정이다. 그리고 이것이 섬세해질수록 작은 크기에도 집적도가 높아져 고성능의 반도체가 생겨난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크기엔 큰 변화가 없음에도 무어의 법칙을 따라 성능이 꾸준히 개선되는 것은 이런 패터닝 기술이 극도로 발달해왔기 때문이다. 

 이 반도체 패터닝에는 품질이 매우 우수하고 신뢰도가 높은 광원이 필요하다. 이 광원에 감과원을 노출시켜 패턴을 얻기 때문이다. 넓은 파장의 저렴한 광원을 쓰면 물질이 전자기파를 흡수하는 정도가 달라져 균질한 제품을 얻을 수 없으므로 아주 좁은 범위의 파장이 필요하다. 레이저나 플라스마 발광이다. 

 10나노 이하의 공정에서 사용하는 광원이 EUV다. 이 광원은 신뢰도가 매우 높으나 여러 물질이 잘 흡수되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EUV공정에서는 나노두께로 수십겹을 겹쳐 극도로 반사율을 높인 거울을 여러 개 연결하여 광원을 집결시켜 패터닝을 한다. 때문에 처음 광원 세기의 7.5%수준에 불과해지고 전력 역시 크게 소모한다. 이렇게 낭비가 심한데도 이 기술이 아니면 10나노 이하 공정이 불가능하기에 이 기술이 사용된다. 

 이 고성능의 EUV장치를 양산단가에 맞춰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네덜란드의 ASML이다. 문제는 미국의 제재로 중국은 ASML의 EUV장비를 수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장비는 대당 1800억원의 고가이지만 돈이 많고 안달이 난 중국에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ASML은 네덜란드 기업이지만 EUV장비 생산에 필요한 부품 20%정도가 미국에서 생산되다. 때문에 중국은 EUV를 구매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중국의 반도체 미래를 암울하게 전망한다. 중국 자체만의 힘으로 오랜 역사와 협력을 자랑하는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자체의 물량과 돈, 그리고 해외 기술 빼돌리기와 스카우트로 해결하려 하겠지만 이 또한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쉽지 않은 형국이 되었다. 또한 기술 개발에 성공하더라고 세계 표준과 멀어지는 갈라파고스화가 진행되어 완전히 독자적인 길로 가게 된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된다. 하지만 중국의 넘쳐나는 인재와 반도체 분야의 논문 수준의 우수성과 기초과학 분야에서의 뛰어난 능력을 보면 위협적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3. 한국

 한국은 1980년대부터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다. 당시 일본 업체가 세계를 제패하고 있었으므로 한국의 도전은 무모해보였다. 한국은 1980-90년대까진 선두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줄여나가며 동시에 선행 기술을 개발하는 전략을 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는 선행기술을 적어도 두 세대 이상 먼저 개발하는 초격차 전략을 펼쳐 성공한다. 그 결과 삼성은 1996년 세계 최최로 1GB급 DRAM개발에 성공한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미국은 한국 반도체를 견제한다. 정부의 기술개발 보조금, 세제지원 축소, 대기업의 자금조달 투명화, 대출자금 정보 공개등이 요구되었다. 당시만 해도 반도체는 삼성외에도 현대와 LG에서도 사업을 진행했는데 현대반도체가 LG반도체를 흡수 합병한다. 21세기 초반은 반도체 업계가 불황이었기에 현대 반도체는 15조에 달하는 부채가 있었고 자본금이 부족해 신기술에 대한 투자도 미비했다. 결국 2001년 말 채권단에 매각되어 워크 아웃에 돌입했고 매각 후 하이닉스로 이름을 바꾼다. 2005년 업계가 호황으로 전환되어 흑자기조로 정상궤도에 올랐고 이동통신으로 자본을 쌓은 sk가 인수해 지금의 SK하이닉스가 된다. 

 대만의 TSMC는 파운드리 회사다. 파운드리는 설계사가 설계하거나 특정 제조사가 주문한 반도체를 그들의 입맛에 맞추어 제작해주는 회사다. 때문에 파운드리 회사에는 고도의 신뢰와 기술이 요구된다. 파운드리 회사는 고객의 입맞에 맞추기 위해 반도체 설계 단계부터 고객사와 협력하며 그들의 공정에 맞게 최적화해준다. 그리고 여러 회사의 칩을 설계해나가며 다양한 기술을 익히게 되고 이를 통해 시너지 효과도 갖게 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종합 반도체 회사다. 즉, 제작 뿐만 아니라 반도체 설계까지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쟁업체들이 고객이 되기도 한다. 삼성은 2017년부터 시스템 반도체에서 파운드리 부분의 사업을 독립시켰다. 그리고 2020년부터 파운드리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저자는 삼성이 파운드리 부분의 법인을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이는 삼성과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들인 기술 유출 문제로 삼성에 제작을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 사의 신뢰를 얻기 위해 법인의 분리가 필요하고 파운드리 제작사로 거듭날 때 삼성이 TSMC의 경우처럼 고객 다양성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현대 문명에서 가장 중요한 혁신의 동력이 되고 있다. 그 동안 한국은 중국과 미국의 협력 체계 하에서는 양국사이에서 모호한 입장을 취하며 경제적 이득을 얻어왔다. 하지만 미중갈등의 고착화로 판이 변하면서 이런 입장을 위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저자는 과감히 한국이 중국을 버리고 미국이 운영하는 칩 4동맹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연간 8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시장의 포기와 관련 산업체에 큰 타격을 입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미국이 반도체 뿐만 아니라 세계 과학 기술을 선도한느 강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로 제조업 각 분야에 대한 원천기술을 선점하고 확보하여 시장의 지배력을 보존해오고 있다. 특히, 각 산업의 공정마다 원천기술을 갖고 있어 자신들의 기술이 세계 시장의 표준이 되게끔 하는 노하우가 강하다. 현재 반도체 산업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는 패터닝이 극 미세화하며 원자 두께 이하의 양자영역으로 치닫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는 양자 ICT가 중요해질 텐데 이 부분에서도 미국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이 선점해나가는 기술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이를 잘 따라가며 몇몇 기술에서는 세계를 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상실하게 될 중국 시장 역시 생산기지와 소비지로 아세안을 주목해야 한다. 인도와 호주가 중국을 대신할 새로운 생산 및 공급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양국 모두 미국과 친밀한 경제, 정치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에 대한 시각도 거두지 말아야 한다. 우선 이들이 꾸준히 시도할 기업 기술 유출을 막고 인재의 스카우트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흔히 첨단 기술 인력에 대한 스카우트가 이뤄진다고 믿지만 반도체 공정에서는 긴 시간 이 환경에서 근무하여 각종 시행 착오를 겪고 이를 해결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중국 기업은 회사 승진에서 밀리거나 정리해고 위기에 처한 즉, 기존 기업에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 인재를 거액에 스카우트 하여 단기간 고용하고 버린다. 때문에 인력에 대한 처우를 높이고 감시도 더욱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산학협력도 중요하다. 반도체에 대한 산학협력은 미흡한 수준으로 대학에서 현재 기업의 현장 수준에 필적할 만한 시설을 갖춘 학교는 서울대가 유일하다고 한다. 네덜란드 수준으로 산학협력을 강화해 시설과 보안을 강화하고 현장의 경험 많은 고수준기술의 인재가 학생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소재, 부품, 장비의 생태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자유로운 분업체제에서는 이를 글로벌 공급망에 맡겼지만 이것이 붕괴된 지금은 비용이 더 들더라도 자국내에 안정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본의 쓸데없고 무리한 제재로 다수의 일본 소부장 기업들이 한국으로의 진출을 희망하는데 이들에게도 적극 지원을 해 한국에 종속되는 생태계로의 편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계 정세의 급변으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이제 새로운 공식을 따라 새로운 위기와 기회를 맞는듯 보인다. 중국 시장의 상실은 단기적으로 큰 손실이지만 중국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제거되는 이점이 있기도 하다. 향후 이 부분에 대한 불투명성은 매우 높아 보이며 반도체 부분에 대한 개인의 투자도 무척 조심스러워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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