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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떠나며 - 1945년 패전을 맞은 일본인들의 최후
이연식 지음 / 역사비평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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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무려 36년간 일제 식민지를 겪었다. 36년이라는 시간은 평균수명이 50대였던 당대에는 2세대 혹은 3세대에 이르는 긴 기간이다. 기간이 길다보니 당시 조선에는 무려 100만명이 넘는 일본인이 살고 있었으며 이들 중에 상당수는 조선이 고향인 사람들었다. 우리에게 약탈자와 가해자로 불리우는 이들은 패전과 동시에 모든 것을 잃고 쫓겨나는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되며 그 부분을 다루는 것이 이 책이다. 

 때문에 이 책은 양자에겐 서로 잊고 싶은 틈새의 역사 일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절대적 피해자인 조선민족으로서는 이들의 퇴거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를 응분의 대가로 여겨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일본 역시 그들을 무리한 전쟁을 일으킨자, 식민지배를 정당화하여 나라를 망친 주범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몇년 전 우리나라에 큰 충격을 안긴 '요코 이야기' 갖은 책들은 이런 맥락에서 다루어질 수 있다. 

 패전 일본인은 크게 지역에 따라서는 세 지역, 그리고 계층에 따라서도 3 계층정도로 다른 운명을 맞게 된다. 지역은 만주지역, 북한, 남한 지역이며 계층은 정보력과 무력을 가진 군인과 고급 공무원들의 고위인사, 적당한 정도의 부유층, 그리고 일반인들이다. 이 패전 일본인들은 이처럼 계층과 지역에 따라 퇴거과정에서 상당히 다른 운명을 맞게 되는데 이는 지역에 따라 점령한 세력이 다르고 계층에 따라 정보력과 힘에서 차이가 나 퇴거과정에서 상당히 다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계층별로 살펴보면 정보력과 힘을 갖고 있었던 군인계급과 고위공무원들은 패전과 거의 동시에 일본으로 빠르게 돌아갔으며, 어느정도 돈을 갖추고 있던 일본인들은 밀선이나 조선인 브로커에게 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재산도 어느정도 챙겨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일반 일본인의 경우, 이룬 거의 모든 것을 잃고 돌아 갈 수 밖에 없었으며 이 과정에서 폭행, 약탈, 상당히 비좁고 좋지 않은 환경에서의 수용과 아사 및 동사, 그리고 겨우 돌아간 고국에서의 문전박대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우선 가장 평안한 운명을 맞았던 것은 남한지역의 일본인들이었다. 이들은 겨우 1년여만에 일본으로 모두 돌아갈 수 있었으며 남한에 있었던 재산의 상당수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만 미군정의 비호하에 그래도 북한과 만주지역의 일본인보다는 상당히 편안하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들은 패전후 조선인들의 만세소리와 몰려다님에 적잖히 당황하였고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짤려, 자신이 우습게 보던 하위직 조선인들의 눈치나 보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 군인이나 경찰력들의 무장이 남아 있어 패전초기에는 오히려 만세를 부르던 조선인들이 이들에게 살해당하는 경우도 빈번하였다. 

 그리고 조선인들의 경우 일본인들을 좋게 돌려보내자는 분위기도 의외로 상당하였는데, 이는 일본인들과 같이 짐승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더불어 실질적으로 일본에서 돌아와야하는 조선인도 상당하였다는 이유에서 기인한다. 조선에서 퇴거하는 일본인에 가해지는 위해는 그대로 일본에서 돌아오는 조선인에게 가해질 수 밖에 없는 형국이었기 때문.

 만주지역과 북한 지역의 일본인의 운명은 남한보다 훨씬 위태로웠다. 이는 소련군의 열악한 상황때문이기도 한데, 당시 소련군은 열악한 상황으로 월급이나 물자등의 모든 것이 점령지에서의 현지조달이었다. 때문에 일본인은 물론이고 심지어 조선인들까지 소련군의 약탈의 대상이었으며 이는 상당기간 지속된다. 또한 소련군은 수감자 출신들도 많아 더욱 군기강이 해이했다. 

 또한 소련은 전쟁으로 인한 상당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만주와 북한지역에서 산업시설을 모조리 반출해갔으며 이는 북한 경제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한 점령지의 일본남자들을 1년이상 시베리아로 압송하여 강제노역케 하였다. 이런 소련군의 행태에 일본 여인네들은 윤간을 피하기 위하여 머리를 삭발하고 검댕칠을 하는등 갖은 노력을 다하였다고 한다. 또는 일반 부녀자의 피해를 막기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를 조직하려는 시도까지 행한다. 개버릇 남 못준다.

 이처럼 우여곡절끝에 돌아간 패전일본인들을 기다리는 것은 고국에서의 문전박대였다. 일본 본토인들은 전쟁기간에도 조선출신인들과 결혼을 피하는등 차별하는 풍토가 있었으며 심지어 패전후에는 전쟁의 책임을 그들에게 묻기도 하였다. 이들이 패전식민지에 놓고 온 재산에 대한 배상도 사실상 거부하게 된다. 이런 나라니 당연히 식민지 패해 보상역시 할 생각을 안하는 것이다.

 책은 쫓겨난 일본인의 고난에 가까운 실상을 담담하게 드러내면서도 그들에 대한 섣부른 동정은 경계한다. 요코이야기의 저자를 포함한 이들 역시 자신들의 피해만 알고 식민지배를 통해 수탈한 조선에 대한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민지배 기간동안 일본인과 조선인은 그 거주지가 공간적으로 구분되었으며 조선의 일본인들이 겪은 조선인 역시 친일파이거나 상대적으로 부유한 계층이었다. 때문에 이들에게 조선인은 마치 과거의 양반가의 노비처럼 속 가득한 불만을 전혀 내세우지 못하는 원래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광복이 가져온 조선인들의 기쁨과 일본인에 대한 분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기에 자신들의 피해자적 시각만 가득한 요코이야기 같은 책의 저술이 가능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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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2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내용이 흥미롭군요. 생각해보니 사실 광복 이후 국내에 남은 일본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 과정을 조명한 책이 없었던 것 같아요.

닷슈 2017-02-21 15:1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틈새를 본 가치있는책이라고 봅니다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 - 식민지 경성을 뒤바꾼 디벨로퍼 정세권의 시대
김경민 지음 / 이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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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서울이 경성의 전신이라는 점에서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당시 일제가 일본인과 조선인을 공간적으로 구분해서 주택에서도 많은 수준차이가 났고, 일본인의 거주지를 위해 조선인이 쫓겨났었죠. 그런 역사를 잘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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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 대한민국이 선택한 역사 이야기
설민석 지음, 최준석 그림 / 세계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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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중요한 사건별로 왕의 성격과 처지를 드러내며 조선왕조실록을 다룬 책. 정말 쉬우면서도 요약정리되는 느낌과 약간의 몰랐던 세부적 사실을 알게되는 재미가 있다. 가독성이 높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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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동아시아 세계대전 - 유라시아 지정학을 결정지은 위대한 전쟁 612~676
서영교 지음 / 글항아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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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7세기 초반부터 시작된 커다란 동아시아의 전쟁을 다루었다.

그 때의 국제질서가 어찌보면 상당기간 이어지는 부분이 있어 지금과도 무관하지 않은 면도 있다.

책에는 정말 많은 나라가 나온다.

중원의 수와 당

동쪽의 고구려, 백제, 신라, 왜, 그리고 고구려가 복속한 말갈

북쪽의 동돌궐과 거란,

서쪽에는 토번, 토욕혼, 고창국, 설연타, 서돌궐등이다.

 

이야기는 역사시간에 배운 것 처럼 스스로 건방지게 중원이라 일컫는 무리들의 통일로부터다.

수의 등장이다. 신기하게도 이 중원세력은 어느 왕조건 통일을 하면

주변을 정리하거나 안정화하려는 성격을 갖고 있다.

 

그래서 수는 북쪽과 서쪽을 적당히 정리한 후, 고구려 정벌에 들어간다.책에선 이부분을 크게 다루지 않고 거의 프롤로그 처럼 다루지만 어쨌든 수는 요동성공략중 서쪽에서의 변란으로 퇴각하고

이어진 반란으로 망한다.

 

이 전란과 혼란이 오래였다면 모르겠으나 곧바로 당이라는 세력으로 정리된다. 이는 고구려와 서쪽과 북의 세력에겐 큰불행이었다. 이들 역시 주변을정리하고 안정화하려는 성격을 같고 있다.

수와 당은 사실 한족왕조로 역사상 분류하나 그 지배세력이나 셩격을 보면 북방민족 성격이 강하며 그렇게 분류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와 당의 등장 직전 북중국 세력이 오랫동안 5호의 관련 국들의 지배를 받았으니 충분히 그럴만하다.

 

그것이 또 불행인데. 이것이 당 지도층에 유목민을 통한 외교와 군사력의 강화를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아버지인 고조 이연과 태자인 형을 몰아낸 이세민은 중국인들이 정관의 치라고 일컬을 만큼 좋은 능력을 보인다. 주변 세력을 모두 정리하거나 복속함은 물론이고 새로운 군사력인 유목민과 한족간의 융화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책에는 고대 전쟁에서 기병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간 기병은 보병을 치거나 속도전 정도로만 생각해왔는데. 이외에도 빠른 속도로 적의 성을 고립시키고 여러 방면으로 진군이 가능해 적의 방어망을 무력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고구려의 천리장성은 이러한 방법으로 무력화된다.

더군다나 유목민 출신 기병은 보급이 보병에 비해 크게 필요없으며 대부분이 유목민인만큼 당에 커다란 인력손실이나 부담도 적다.

무려 100만 이상을 전투병과 보급병으로 투입해야 했던 수와의 차이점이다.

 

이런 막강한 기병 위주와 장창보병과 진법, 공성병기에 능한 한족 보병으로 구성한 당의 막강한 군사력에 고구려는 상당히 고전한다. 하지만 고구려의 북방과 서방 외교를 통한 설연타의 침공, 그리고 연개소문에 독자적으로 굴었던 안시성의 선전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하지만 신라의 등장은 새로운 국면을 가져온다. 백제와 고구려의 침공으로 서부와 북부전선에서 상당한 손실을 입었음에도 불교에 매달려 국력을 낭비하던 신라는 당과의 외교, 그리고 김춘추 김유신 세력의 정권장악으로 이전과는 달라진다.

 

 이러한 신라를 당은 적극활용하여 다시 서방을 안전시킨뒤 엄청난 규모의상륙전으로 일순간에 백제를 멸한다. 다음은 고구려 차례로, 이후 당의 소규모 국지전과 대규모 침공을 견디던 강자 고구려도 결국 잘 알려진 연개소문 아들들의 내분으로 망국의 길로 접어든다. 침공후 당은 고구려와 백제의 지배세력을 대거 당으올 압송함으로써 그곳을 공백지로 만들지만 거듭된 침탈은 반란으로 이어지고 신라는 이 반란세력을 적극하여 당에 대항하며 평양이남의 땅을 주지않으려던 당을 향해 전쟁을 일으킨다.

 

대당전쟁은 문무왕에서 신무왕까지로 이어지나 본격적인 대당전쟁을 앞두고 책은 마무리된다.

읽고서 드는 생각은 일단 책의 방대한 두께다.하지만 소설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 800p가량의 분량임에도 빨리 읽을 수 있다.

배운 것은 기병의 전쟁에서의 역할, 그리고 당시의 엄청나게 얽힌 국제관계이다.

또한 당에 대한 새로운 생각인데 유목민족을 사실상 중국왕조중 처음으로 제압한 것, 그리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전쟁에 이용하여 군사력을 크게 강화한 것, 또한 군부에서 한족과 호족의 융화노력, 당대의 외교를 잘 파악하고 세력들을 실리에 맞게 이용한 것과 때에 따라서는 유교적 명분에 매달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배신한 점들이다. 이러한 면은 한족 중심의 중국왕조들과는 분명 다른 점이다. 이로 인해 당은 동과 서를 아우르는 큰 영역을 가질수 있었고, 중국 역사상 영토나 세력을 크게 떨친 것은 확실히 이민족 왕조라는 생각이다.

 

제법길긴 하지만 역사를 좋아한다면 휴가철에 읽을만하다. 작가는 이 시기 정말괴로웠을 중국, 삼국, 유목민들의 고통 역시 놓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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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년 - 현대의 탄생, 1945년의 세계사
이안 부루마 지음, 신보영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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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이 끝나고 새로운 국제질서가 만들어진 그해를 0년으로 개념화하고 서술한 책이다. 전통적인 강국이 몰락하고 새로운 강자로 미국과 소련이 대두하고, 패배자인 일본과 독일에 새로운 질서가 들어서게 된 해이기도 하다. 당연히 국제질서가 크게 변화한 지금도 그 때 구축된 질서는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아직도 냉전체제인 한국에서는.

 책은 읽기가 쉽지만은 않다. 아무래도 서구인이 아니다보니 그런 세세한 서구쪽의 당시 역사엔 큰 관심과 집중이 가질 않는다. 물론 일본과 중국, 그리고 매우 간헐적으로 한국에 대한 언급이 있으나 비중이 그리 크진 않아 아쉽다. 아마 반대의 형국이라면 매우 집중해서 보았을 것이다. 사람은 자기 이야기에 관심이 많으니. 

 커다란 의외는 막연히 전후 전범과 새로운 질서 구축에 비교적 완벽했을 것 같았던 서구사회의 전후 처리가 형편없었다는 것. 사회질서를 유지해야하는 현실적 측면에서 전범을 확실히 처단하지 못한 점, 전범의 경중을 제대로 파악할 만한 행정력과 상대국의 문화를 파악하는 능력의 미비, 일본과 독일같은 패전국에 새로운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필요했던 전범들, 유대인을 구했음에도 싫어하는 뿌리깊은 반 유대주의등, 상당히 여러가지가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이런 면들은 의외로 당시 한국에서 친일파가 처단되지 못한 정황과 매우 유사하여 의외였다. 물론 처단의 정도와 정의의 실현은 서구가 단연 우수하다. 적어도 작금에 상황에서 전쟁협력자를 감히 긍정하고 그 수혜를 받은 세력이 정권을 차지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말이다.

 국제연합의 설립도 재밌는 부분이다. 괴멸적인 전쟁으로 인해 평화라는 공감대에서 이루어진 국제연합은 결국 강대국들의 거부권 설정, 그리고 주권의 양도 거부와 강국간의 이해관계의 대립속에서 허울뿐인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한국전쟁에 그토록 많은 나라들이 참전한 것을 보면 세계평화에 대한 의지와 이상향이 그래도 그 당시에는 꽤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지루하고 읽기 어려운 면이 있는 책이지만 그래도 제법 생각할 거리는 많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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