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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비결 - 사기, 성공하는 관계를 말하다
박영규 지음 / Mid(엠아이디)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요즘 관계 때문에 고민이 많다. 인간이란 말자체가 사람의 정체성을 사람간의 사이로 묘사하는 만큼 사람에게 있어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기는 영원한 고민거리 일 수 밖에 없다. 일전에 읽었던 행복의 기원에서는 사람의 행복에 관한 가장 큰 요인으로 사람간의 관계를 꼽았었다. 관계가 행복의 근원임에도 인간의 성향을 외향성과 내향성으로 양분할수 있는 것은 관계가 행복의 근원인 동시에 불행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책 관계의 비결은 사람간의 올바른 관계 맺기에 관한 책이다. 좀 독특한 점은 이를 심리학이나 다른 여타의 것이 아니라 고대 중국의 역사와 일화에서 따왔다는 것이다. 주로 의존한 것은 사마천의 사기다. 사기는 기원전 3천년 중국 전설의 삼황오제시기부터 사마천의 시기인 한나라 무제까지를 다룬 역사책이다. 한나라 무제시기(고조선이 이 무제땜에 망했다.)도 상당히 오래전인데 그것이 가장 최근인 역사책이니 중국의 역사가 오래긴 하다. 

 저자는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수많은 일화중 관계 맺기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관심과 배려, 정의로움을 기준으로 이를 잘 드러내는 일화들을 소개하는 형태로 책을 구성했다. 그래서인지 책은 관계 맺기 책 같기도 하고 중국 역사 일화책인것 같기도 한 애매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 역시 중국의 고대 역사엔 삼국지이외엔 크게 관심이 없는지라 책에서 다른 춘추시대와 전국시대, 그리고 진과 진한교체기의 인물들이 낯설기도 했다. 아마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다룬 여러 역사소설이나 초한지 정도를 독파한 분이라면 이 책에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클 것이라 생각된다. 

 재밌고 인상적인 부분은 앞 부분 유방과 항우에 대한 점이다. 저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양웅의 관계 맺기에서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고 생각한다.

  유방의 경우 기본적으로 성격이 소탈하고 너그러우며 옳은 말이라면 즉각 자신의 태도를 고치는 성품을 지녔다. 또한 전 왕조인 진의 함양을 점령했을때 그 화려함에 욕심을 부리고도 부하의 참언에 이를 그대로 보존하여 이로 인해 전쟁내내 윤리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선다.  물론 상당히 세속적이면서 자기가 살고자 자식까지 죽일 수 있는 비정함도 갖추고 있다.(유방은 전쟁에서 패해 마차가 추격당할때 속도를 내기 위해 동승하던 자신의 두 자녀를 마차밖으로 내버리려 했다.) 본인의 권력에  대한 강한 의지와 그로 인한 비정함에도 유방의 이런 관계맺기는 상대방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정의로움까지 모두 갖춘 셈이다.

 반면 항우는 훌륭한 집안과 세력등 유방에 비해 객관적 조건이 월등함에도 부하의 말을 듣지 않는 불같은 성격, 부하에 대한 신뢰의 부족(그래서 항우의 부하들은 위기시 모두 등을 돌린다), 그다지 뛰어나지 못한 판단력. 거기에 진의 함양을 유방의 점거이후 나중에 들어가 약탈함으로써 도덕적으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즉, 관계맺기의 배려와 정의로움, 관심이 모두 부족한 셈이다.

 유방의 통일 후 2인자들의 대조적인 후일담도 인상적이다. 장량과 소하, 하후영은 유방과 아주 초기시절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토사구팽이라고 전후 강력한 2인자 세력은 1인자에 의해 숙청되기 마련. 이들은 이런 관계의 변화를 잘 감지하고 끝까지 자신의 몸을 낮춤으로써 자신과 일가를 보존할 수 있었다. 반면 한신과 경포, 팽월(다 무인이다.)은 이를 감지하지 못하고 자신의 공적 및 유방과의 변화된 관계를 감지하지 못하면서 숙청되고 만다. 관계에서는 변화 역시 중요한 것이다.

 이처럼 책에서 사기의 일화를 통해 들려주는 관계 맺기의 핵심은 배려와 관심, 정의로움을 유지하면서도 결국은 여러 요인에 의한 관계의 변화와 사람을 바라보는 안목과 적절한 처신 그리고 거기에 운까지 겹쳐줘야 긍정적으로 작용함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전란중의 관계 맺기에 관련한 책이라 일상생활과 관련이 없어 보일수 있긴 하지만 우리의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이 안보이는 물밑작업을 통한 관계의 싸움이지 않은가? 결국 결핍된 존재라 남을 필요로 하므로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우린 아직 사적인 네트워크에 얽혀사는 유인원 집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고 이는 냉정한 현실이다. 중국역사와 더불어 관계 맺기에 대한 뭔가를 던져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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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된 인간 - 나는 어떻게 인간의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졌는가
토머스 트웨이츠 지음, 황성원 옮김 / 책세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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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본 책중 가장 독특한 책이다. 책을 읽으면 항상 리뷰를 하고 정리할 생각을 하며 큰 그림을 그리고 나름대로 책을 파훼하여 다시 머릿속에서 세워보지만 이건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왜 이런 행동을하고 책을 냈을까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책이었다. 그만큼 저자의 책은 독특하고 이상하다.

 동기부터 이상하다. 잘은 모르지만 작가는 토스터기로 몇년전에 뭔가 업적을 이루어냈다. 나름 세상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로부터 5-6년의 시점이 지났다. 어느덧 33세의 나이가 된 작가는 무직에 세상에서 요구하는 안정을 위한 뭔가가 전혀 없다. 그런데 친구들은 의사가 되었으며 안정적인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런 작가지만 묘하게 여자친구는 있다. 작가인 트웨이츠는 생각했다. 이런 세상사에 대한 걱정없이 살고 싶다고. 그래서 동물이 되기로 했다. 동물이라고 걱정거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지극히 본능적이거나 현재적이고 인간처럼 쓸데없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게 없는 지나친 미래까지 걱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 찍은 건 코끼리였다. 그리고 한 프로젝트에 응모해 돈도 받아냈다. 그런데 코끼리가 되려고 하니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크기도 커서 인력이 아닌 자동차 수준의 엔진이 필요했고, 너무나도 컸다. 거기에 도구나 다름없는 코를 사용하는 것이 웬지 둉물적이지 못했다. 잎으로 풀을 뜯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찍은게 염소다. 물론 지원단체에 재설명이 필요했다. 왜 염소인지.

 작가는 동물이 되고 싶긴 했짐나 충분히 인간적이어서 겨울에 산을 타고 싶지는 않았다. 거기에 염소가 되고 싶으면서도 짝짓기를 위해 자신의 소변을 수염에 바르는 염소수컷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염소의 번식기와 겨울을 피하고자 하니 시간은 가을 뿐이었다. 시간이 촉박했다.

 그는 진정한 염소가 되기위해 염소의 영혼과 마음, 몸에 대해 연구한다. 영혼을 알고자 샤머니즘과 애니미즘이 떠올랐는지 무당을 찾아가 이상한 의식을 한다. 마음을 알기 위해서 동물연구자들을 찾아갔으며 마침내 몸을 알기 위해서는 염소를 같이 해부까지 한다.

 우여곡저끝에 매우 우스꽝스러운 염소의 몸체를 만들었는데 몸체를 만들어준 연구자까지도 염소처럼 걷는 것은 무리라고 한다. 그리고 풀을 먹고 싶은게 문제였다. 몸체는 그렇다쳐도 풀을 당으로 바꾸어주는 염소의 내장기관은 도무지 무리였던 것이다. 그래서 셀룰로스를 소화하는 화학 물질을 준비하고 자신이 염소처럼 씹은 후 풀을 그 약품에 뱉어 소화시킨 후 먹기로 한다. 물론 맛을 보고는 정말 맛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마침내 알프스로가서 염소떼와 함께 산을 내려오기로 하는데 도저히 그들의 속도를 맞출수가 없어 몇시간 미리 하산하지만 추월당한다. 평소 충분히 걷는 연습을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인 만들어놓은 지극히 평평한 바닥에서였고 경사지는 처음이었으며 그로 인해 더욱 힘들었다. 어쨌든 작가는 내려오고 염소떼는 마치 그를 환영하는 듯 하다.

 거기에 염소들은 제법 비슷한 작가에게 친근감을 보이기도 했고 심지어 이녀 석이 풀을 뜯으니 몇몇 경계심을 보이는 무리들은 안도하기 까지 한다. 간혹 동물 프로그램에서 어설픈 위장이나 로봇으로 야생동물에 접근하는데 쉽게 성공하곤 하는데 이런걸 보면 동물들이 자신의 종을 외형으로 구분하는 능력은 그리 정밀하지 못한듯 쉽다. 인간이 보기엔 단박에 아닌데 말이다.

 이런 재밌는 시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염소이 생태와 마음에 대해서는 좀 알게되었다. 이런 초식동물의 다리가 빠른 속도에도 불구하고 매우 가는 것은 속도를 위해서이며 속도를 더욱 내기위해 네발을 웅크렸다고 점프한 후 강한 등근육으로 다시 펴서 더욱 속도를 낸다는건 재밌었다. 거기에 사람의 무릎처름 보이는 염소나 말의 뒷다리가 사실은 발목이고 발처럼 보이는 부위가 발끝부분이 변형된 것이란 것도 놀라웠다. 그러니 생김새가 휘는 것이 그러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개도뒷다리가 좀 이상했던 것 같은데......

 하여튼 재밌고 이상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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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과 제왕 - 문화인류학 3부작 넥스트 3
마빈 해리스 / 한길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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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마빈해리스의 문화인류학 3부작은 꽤 유명하다. 몇년 전 돌아가신 지인이 추천해준 책인데, 그 당시 사놓고 쟁여만 놓고 있었다. 책도 좀 오래돼 보이고 문화인류학이라는 것이 그닥. 한물간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휴가철을 맞아 일주간 매일 반나절 정도 나만의 시간이 생기는 행운덕에 그동안 구매만 했던 책들을 본격 소비하고 있다. 모처럼 소비가 구매를 초월하고 있다. 그러다가 서재 제일 아랫칸에 묻힌 이녀석을 발견했다. 이녀석을 본건 사실 우연이 아니다. 지인이 죽고나서도 꽤 오랜기간 가상공간에 여러 흔적이 있었는데 며칠전 우연히 지워진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은 보였을 것이다. 

 책은 놀라웠다. 책의 출간 시점이 94년인만큼 97년 정도인 총균쇠를 앞선다. 그게 아니었음 총균쇠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책으로 오인했겠지만 사실은 당연히 반대다. 어찌보면 총균쇠는 이 책을 다양한 사례와 균 정도를 보충하고 좀더 전시대를 자세히 보며 자신만의 의견을 강하게 보충한 책에 불과할지도 모를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지리학계의 도킨스인 셈이다. 

 문화인류학이라고는 하지만 기실 이 책은 지리책에 가깝다. 상당히 지리적 결정론적 관점에서 쓴 책이다. 그 문화라는 것이 철저히 지리로 인한 생산력과 기후, 동물 및 생태계군에 절대적 영향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도 문화보다는 그를 파생한 지리 이야기가 대다수다. 해리스는 공식을 보이는데 처음 정착지에서 생식압력(인구증가압력)이 생겨나고 이를 위해 생산력을 증가하기 위한 노력이 일어나며 이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된다. 그러면 이를 극복할 새로운 생산양식이 출현하여 문명이 다시 시작된다는 것이다. 해리스는 이를 문화유물로적 결정론이라고 했으며(지리적 환원로이나 지리적 결정론이 더 잘어울리는데......) 이래 놓고서도 애써 자신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창의력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쨌든 책은 수렵시대부터 농경의 시작, 원시국가, 전쟁, 식인, 자본주의의 탄생과 그 한계를 다룬다. 인류역사 전체를 다룬 셈이고 시기순으로 다루었음에도 좀 시기마다 도약하는 듯한 모습과 주제별로 다룬 면이 있어 통사적인 느낌은 의외로 별로 없다.

 수렵시대에는 인류는 평방마일당 2-3인의 인구밀도를 유지했다. 그 이상이면 생산력 저하가 급격히 오기 때문인데 마땅한 인구조절 방법이 없던 시기 해결책은 노인 살해 및 영아 살해였다. 당시 평균수명이 30세정도였고, 여성의 가임기시작부터 그 나이까지 생존하면 8회 정도의 임신이 가능하다. 절반정도의 아이가 여러 이유로 초기에 자연사해도 위의 인구밀도를 유지하려면 출산율이 2정도여야 한다. 그러면 2-3명정도를 살해할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영아 살해는 수렵시대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에 이르기직전까지 암묵적으로 꾸준히 유지되며 주로 여아에 집중된다. 해리스는 그 증거로 각 시대마다 인구밀도 과잉으로 인한 생산력 위기시에 등장하는 비 정상적 성비를 보여준다. 남아선호가 한창이던 20세기 말의 한국의 저리가라 할정도이며 1자녀 정책으로 남아를 선호하는 중국역시 명암을 못내밀 정도다. 이런 수렵인들에게도 나름의 인구조절 피임법이 있었는데 자로 수유기간을 길게 갖는것과 단백질 위주의 식습관이다. 이는 출산후 생리를 현저히 늦춘다

 재밌는건 수렵시기라고 해서 인간에게 농경시대의 특징은 가축화와 재배기술이 없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이미 사람은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었고, 정식 농경까지는 아니지만 농경기술을 적지 않게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발현하지 않은 것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아직 충분히 많은 수의 잡아먹을 동물과 식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개 결핍이 기술의 발전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빙하기의 끝으로 모든 것이 달라진다.

 BC 1만3천년경 온난화로 동물의 터전인 목초지가 대규모로 사라지고 숲이 등장하게 된다. 게다가 인간이 수렵기간동안 상당수의 대형동물을 절멸시킨 상황이어서 상황은 설상가상이었다. 자연히 인간의 식생활은 토끼나 사슴따위의 전에는 눈여겨 보지도 않던 작은 동물로 향하게 되었으면 조개류나 물고기도 주요 식량원이 되었다. 거기에 식물재배에도 노력을 기울여 농경이 시작되었고 육식위주의 오랜 식습관에서 채식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게 되었다. 아마 온난화로 식물을 매우 잘 자랐을 것이다. 

 동물이 귀해짐에 따라 농경과 더불어 가축화가 시작되었는데 이는 염소나 소등의 가축들이 다행스럽게도 인간이 먹지 않는 식물의 다른 부위를 먹기에 무리없이 가능했다. 불행히도 아메리카는 구대륙보다 더 빠르게 대형동물이 절멸하여 딱히 가축화할 동물이 남아 있지 않았다. 거기에 구대륙만큼 농경에 적합한 식물도 많지 않았다. 총균쇠에 나온 것처럼 이 커다란 차이는 향후 더 엄청난 차이를 불러온다. 왜냐하면 가축은 생산력증강과 단백질 공급은 물론이요 힘쓰는 동물로 사용한 경우, 바퀴나 축, 도르레등 기술발전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아메리카에서도 발견된 바퀴가 고작 애들 장난감으로만 쓰인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해리스는 이런 가축화를 전무후무한 동물 보호운동이라 했는데 정말 기가막힌 표현이었다. 

 농경이 시작됨에 따라 수렵채집인들에게 가능했던 피임법은 사용이 불가해졌고, 인구증가와 이를 위한 생산증강활동으로의 농경과 가축화는 삼림을 파괴하고 토양을 산성화 시키며 가축을 통한 질병까지 불러왔다. 농경시대의 전쟁은 이 해결책중 하나라고 저자는 말한다.

 전쟁의 기원은 조금 다르다. 원리는 비슷하지만. 과거 국가 시스템이 전무하고 영토개념이 없던 시기 전쟁은 인근 부족을 쫓아내어 인근 배후 지역에 무인지대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무인지대는 생태계의 보고로 향후 생산활동에 필요한 농물과 식물보호 역할을 하였다. 전쟁의 다른 이유는 인구조절기능이다. 전쟁에서는 주로 남자가 죽지만 사실 남자의 살해를 통한 인구조절효과는 매우 일시적이다. 실제로 한국전쟁이나 세계2차대전후 세계 각국은 베이비붐을 통해 빠른 속도로 인구를 수년안에 회복한다. 하지만 몇세대 걸리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여성의 살해다. 남성은 수가 적더라도 여러 여성을 상대함으로 인해 인구조절에 기능이 없지만 여성의 경우는 다르다. 인구의 수는 여성의 수만큼 늘수가 있다. 때문에 초기 인류의 전쟁에서 인구조절은 여아살해에 초점이 이루어졌고, 전쟁을 통해 남성을 중시하게 되는 남성위주의 문화를 통해 남아선호를 통한 일상적 여아살해기능도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리스는 원시국가의 기원을 태평양지역 부족의 빅맨에서 찾고 있다. 빅맨은 부족 전체를 돌보고시혜적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이는 재산상 빅맨에게 상당한 마이너스인데 이들 빅맨과 그 추종자들은 그럼에도 그 존경을 유지하기 위해 이를 행한다. 하지만 집약적 농업과 곡물이 대량수확되면서 이들 초기 지도자들은 상설 군대의 유지와 생산수단으로의 접근권을 제한할 권력을 갖게되며 본격적인 지배자로 올라선다. 이들 초기국가는 인구밀도가 과해지면서 분리되는 다른 촌락에 대해 재분배 기능을 제공하는 조건 혹은 패한 다른 촌락에 대해 추방대신 복종을 요구하며 성장해나간다. 초기 중심국가 주변에는 제2기 국가들이 들어서는데 이들은 초기국가에 대한 군사적 방어의 필요성과 초기 국가의 부로 인핸 무역 및 그 약탈을 위해 발생한다. 

 이런 국가의 성장을 이야기하던 해리스는 갑작스레 아즈텍의 식인문화로 향한다. 구세계의 주요 종교와 문화 및 관습들은 대개 식인을 금기시한다. 물론 다른 문화권에서도 일부 허용되던 적도 있다. 하지만 아즈텍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권장된 곳은 없다. 해리스는 정말 놀랍게도 이를 가축화할만한 동물이 부족하여 만성적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던 아즈텍의 자연환경에서 찾는다. 아즈텍의 신들은 인간의 피와 심장에 굶주려 있는데 피라미드위에서 산체로 가슴을 갈라 심장을 꺼낸후, 신관들은 이 시신을 피라미드 아래로 굴린다. 문제는 이 시신이 아래쪽의 사람들에게 고기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물론 해리스는 아즈텍에서 포로로 잡아 인신공양에 사용된 사람의 숫자가 전체 사람들에게 충분한 단백질 공급원이 될만한 수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사람고기는 비싼법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수는 하위관리와 일부백성에게 지급되 단백질 부족으로 인한 반란을 막는 정도로는 충분하다고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아즈텍에도 칠면조와 개라는 고기가 있긴 했지만 칠면조는 사람이 먹는 곡물의 낟알을 먹으며 개는 고기를 먹는다. 때문에 단백질 공급원으로 매우 부적격이었기에 왕이나 일부 신관만이 사치스럽게 즐겼다. 또한 적절한 단백질 공급원이 될만한 리마나 기니피그를 가진 잉카문명에 식인습관이 없었던 것도 이를 어느정도 뒷받침한다. 

 그 다음엔 정확히 반대로 고기를 안먹는 쪽으로 간다. 바로 중동지역의 돼지금기와 인도의 소금기다. 농경이 심화되며 전세계 문화권은 늘 먹던 고기를 금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는 인구밀도가 증가함에 따라 재배지가 넓어지고 이에따라 가죽을 위한 유휴지가 부족해졌기때문이다. 게다가 가축은 노동력제공, 비료 공급, 섬유질 공급등 쓰임새가 많았다. 때문에 고기는 모두의 음식에서 사치품이 되어갔으며 종교차원에서 육식을 금지하는 교리가 생겨나게 된다. 

 돼지는 고기공급원으로서의 가치는 매우 높지만 젖을 제공하지도 노동력을 제공하기도 힘든 동물이다. 따라서 사치품이 되어갔다. 특히나 돼지는 스스로 열을 발산하지 못해 습기가 많은 지역을 선호하는데 사막지역인 중동에서는 정말 쥐약인 셈이다. 거기에 돼지는 자연상태에서 돼지감자, 과일, 견과류등 비싼것만을 먹어치우니 자연스레 중동지역에서는 돼지에 대한 혐오감을 발달시키고 금기시하게 되었다. 

 소는 정확히 반대다 소의 금기는 신성화로 나타났다. 돼지는 필요없음에 소는 너무나 필요했음에 나타난 현상이다. 인도 갠지스 강 유역의 인구밀도는 매우 조밀했다. 거기에 여건상 관개수로가 매우 약하다보니 변덕이 심한 몬순의 강우량에 지역전체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때문에 농경이 매우 중요해졌는데 소의 노동력이 더욱 절실해질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재밌는건 암소의 신성화다. 수소는 노동력의 제공으로 가정에서 사육되지만 암소는 방목한다. 하지만 일상에선 크게 필요치 않은 암소도 기근이 심하여 노동력이 더욱 절실해지거나 수소의 재생산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보호받는 수소에 비해 일상에서는 보호하지 않은 암소를 신성으로 보호했다는 것이 해리스의 견해다. 

 하지만 이런 소의 신성화의 경우 소를 사용한 다른 몬순 아시아 지역에서는 어째서 소의 신성화가 나타나지 않은 것일까? 해리스는 중국의 예를 든다. 중국에서도 역시 소는 농경을 위해 귀한 동물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지금도 그렇지만 인도와 인구는 비슷하면서도 몇배에 달하는 영토를 갖는다. 거기에 농경생산성도 인도의 두배에 달해 소에 대한 의존도가 인도에 비해 낮았다. 게다가 다른 가축을 위한 땅 및 기후조건도 좋아 굳이 소의 신성시까지 갈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 부분은 자본주의외 의회민주주의다. 해리스는 왜 이 것이 세계 다른 지역이 아닌 알프스 이북의 북유럽에서만 등장할수 있었는지를 살핀다. 우선 아시아지역을 살피는데 인도및 중국 지역의 문명을 비트포겔의 개념을 빌려 수력사회로 간주한다. 수력사회는 문명이 주로 건조 및 반건조지역에 위치에 하천의 물을 끌어다쓰는 평원과 계곡에 발달한 사회를 말한다. 이 사회에서는 생식압력에 대처하고자 필연적으로 수리시설의 강화가 필요하며 이는 이를 관리하기 위한 강력한 관료제를 동반한다. 수력사회에서 왕조의 순환은 다음과 같다. 초기 왕조는 치수-관개생산양식을 회복하거나 개선한다. 이로 인해 인구가 다시 조밀해지며 생산력을 한계에 도달한다. 그리고 왕조의 지속에 따라 이를 해결해야할 관료조직 역시 부패해지며 생산력이 더욱 떨어져 일반 백성은 극빈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 결과 새로운 패권을 다툴 반란 혹은 외부 침입이 일어나고 그 결과 새로운 왕조가 탄생하여 이 쳇바퀴를 다시 돌리게 된다. 

 이런 수력사회는 관개의존성으로 인해 강력한 중앙집권적 전제체제를 갖게되며 국가가 대내적 수탈 대외적 수탈, 공공기관을 통해 국내의 모든 재산을 통제함으로써 의회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생기기 매우 어려운 여건에 놓이게 된다.

 반면 알프스 이북의 기후는 겨울의 많은 강설량과 봄비로 연간 충분한 습기가 공급된다. 게다가 이렇다할  큰 강도 존재하지 않아 강 주변에 문명이 집중하는 수력사회에 적합치 않다. 이로 인해 인구가 전역에 분산되며 문명이 지방 분권적 경향을 갖게 된다. 국가형성 이후에도 이런 경향이 이어져 로마제국이 붕괴하고 중세장원경제체제하에서도 왕과는 별도로 장원경제가 돌아갔다. 생산수단에 대한 확실한 접근제한권을 갖고 있던 수력사회와는 달리 유럽지역을 왕이 이렇다할 칼자루를 갖지 못했던 셈이다. 

 이런 장원경제는 점차 붕괴되기 시작하는데 해리스의 공식처럼 장원경제체제의 생산력이 인구밀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자연스런 여아조절로 성비가 130대 100에 달할정도로 인구조절에 들어가지만 그래도 역부족이었다. 장원의 생산성에 관심이 많은 영주와 농민들은 수입원 보충 수단으로 양모를 얻기 위한 양치기에 들어간다. 하지만 양을 위한 목초지가 재배지를 집어삼키면서 농민의 토지는 감소하였으며 땅을 잃은 농민들은 빈민화 하거나 먹고 살기 위해 발달하고 있는 도시노동자로 변모한다. 이는 도시노동자의 임금을 극적으로 저하시키는 효과를 낳아 제조업이 발달하는 최저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가 발달하게 되었으며 자본주의 체제는 개인의 부 축적을 방해하던 여러 정치적, 사회적, 도덕적 제약을 풀어헤침으로써 역사상 최고의 생산력 약진을 가져온 제도로 해리스는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해리스는 화석연료에 의지한 지금의 생산력이 화석연료의 고갈 및 생태계 파괴로 인해 다른 문명들처럼 곧 생산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한다. 책을 쓴 시점이 94년이니 그럴만도 한데 무려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여전히 화석연료에 충분히 의존하고 아직 그 고갈에 큰 신경을 안쓰고 있으며 환경을 더욱 크게 파괴되었지만 매우 더워진 지구에서 그럭저럭 버티며 4차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인류를 보면 저자가 어떤 혜안과 반응을 보일지 자못궁금하다. 하긴 당시만 해도 지구온난화라는 개념이 지금처럼 본격화되고 심각하진 않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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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넘어 인문학 - 미운 오리 새끼도 행복한 어른을 꿈꾼다
조정현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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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서문에서 어릴 적 어머님이 사주신 동화전집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 말한다. 그리고 저자의 어머니는 동화전집을 보고 눈이 빛나던 작가를 보고 그걸 사준걸 후회하신다. 그토록 힘든 글쟁이의 길을 가고 있으니 말이다. 작가외에도 누구나 동화 전집이나 위인 전집, 혹은 백과사전 한질씩은 갖고 있던 어린시절이 있었다. 딱히 놀것도 없던 시절이고 마냥 밖에서 놀수 만은 없는 경우도 있으니 그럴때는 이런 책과 함께 했을 것이고 몇번이고 계속 읽었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어릴때의 뇌는 책이든 영화든 만화든 두세번 보는것을 이상스레 지겨워하지 않았다.

 지금 아이들은 매우 다르다. 간혹 이런 동화를 당연히 읽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의외로 읽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매우 당연시 되었던 동화교육에 대해서도 과거와는 달리 말이 많다. 어려서부터 선과 악이 분명한 일방적 도덕을 주입한다는 비판, 남여 관계가 너무 전통적이고 불평등하다는 비판, 과거의 가치관을 너무 주입한다는 비판등등.

 하지만 아직도 아이들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동화를보고 있으며 그 교육적 효과를 옹호하는 측도 만만치 않다. 작가는 이 책에서 그런 동화를 가지고 인문학을 이야기한다. 서문에서 인문학을 어렵다 하셨는데, 지나친 겸양이셨다. 동화 하나와 인문학 서적 하나를 엮어 재밌고 다양한 주제로 생각보다 깊이 있게 책을 엮었다.

 이솝의 당나귀와 아버지와 아들에서는 주체적 사유 없이 이사람 저사람의 말에 휩쓸리는 어리석은 인간 군상이 나오며 여기서 사유없이 자본의 힘이 휩쓸려 이리저리 소모되며 사는 현대 사회의 사람들을 찾아낸다. 그리고 이를 한병철의 피로사회와 엮어낸다. 그리고 인어공주의 사랑에서는 축복받은 조건에서도 모든 걸버리고 달려나가는 사랑의 무모함과, 더불어 자신의 사랑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시키는 모습에서 사랑의 숭고함과 다른 이를 위한 보편적 희생을 찾아내기도 한다.

 책은 전체적으로 이런 식으로 짜여져 있으며 중간중간 저자의 고민과 성찰이 담긴 통찰력 있는 매력적인 문장들도 있었다. 몇 개 뽑아 봤다.

 

p58

삶은 영위하는 생명이란 외부로부터 흡수한 것을 다시 외부로 배출하는 존재입니다.

 

p74

사실 행복이란 아무 사건도 없는 평범하고 심심한 삶이다.

 

p78

우리는 대부분이 자기 중심적이라 상대에게 잘해주고 싶을 때 조차 자기 기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나와 우리 마누라는 서로를 기쁘게 해주는 선물을 좀처럼 하지 못한다.)

 

p82

개선장군은 모름지기 상례(喪禮)로 맞이 해야 한다. -노자

(개선장군을 위해 개선문을 세우고 잔치를 하지만 사실 개선장군은 수많은 적과 민간인 그리고 자신의 부하들을 묻고 온 사람이다. 역사상 이런 배려를 한 재상이나 왕, 관리가 있었을까?)

 

p107

사랑은 원래 불가능이라는 연료로 인해 존재를 태워버리는 것이다

 

p128

사랑의 근본적인 모순은 하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서로 다른 존재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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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을 살아보니
김형석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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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이 백년을 살아보니이다. 제목만 보고 그냥 꽤 오래 사신 분이 격동의 한국 20세기에 대해서 평한게 아닐까. 그리고 백년의 방점은 한국의 20세기가 아닐가 싶었다. 유시민작가도 반세기를 조금 넘게 살았지만 나의 한국현대사를 쓰지 않았는가.(생각해보니 그 책은 50년만 다뤘던 것 같기도) 그런데 저자 약력을 보니 정말로 100년을 살았다. 한국나이로 무려 98세.

 대한제국의 신민까지는 아니지만 일제강점기의 신민에서, 일본의 엘리트 유학생, 해방후 공산주의에 고민하는 평안도 사람에서 남한으로의 탈출, 그리고 독재정권과 오늘 날의 민주정권까지. 정말 파란만장한 한국의 근대사를 글이 아닌 온몸으로 체험한 셈이다.

 그런 사람이 인생의 소회를 다룬 책이 이 책이다. 읽어보니 전체적인 느낌은 한국의 온건한 기독교 우파같은 생각이다. 아직 반세기도 살지 않은 나같은 사람이 평하자니 웃기기도 하지만 평은 평일 뿐이다. 사실 저자의 삶은 많이 굴곡진 한국근대사에 비하면 덜 굴곡진 삶처럼 보인다.

 식민지 시기에는 일본에 유학가서 대학을 마칠수 있는 엘리트였고, 학도병에 끌려갈까 고민을 했을뿐 독립운동은 하지 않았다. 물론 신사참배로 학교를 강제로 쉬게된 경우는 있다. 공산정권하에서 탈출했지만 전쟁에 참전하지는 않았고, 독재정권하에서도 꾸준히 교수생활을 영위한 걸 보면 독재정권을 비호하진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항거하지도 않은 것 같다. 물론 역시 적극적으로 어용학자가 되지도 않았다. 그리고 과거에는 식자층 자체도 적어 교수자체가 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처럼 굴곡진 한국사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성찰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유시민처럼 그리고 독립투사들처럼 살순 없고, 나역시도 그렇지 않은 삶을 살고 있기에 이런 삶을 함부로 비판하거나 나쁘다고 생각치도 않는다.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 종교인이지만 근본주의를 배격하고 다른 것을 포용하는 생각 그리고 휴머니즘을 가장 근본적이고 이상적인 가치로 삼은 것은 인상적이었다.

 애국심이라는 것이 독재정권의 비호에 악용되고 오늘날에는 보수정당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프레임이로 굳어져 상당히 아쉽긴 하지만 애국심은 여전히 신경써야하는 중요한 가치인건 분명하다. 유시민이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말한 것 처럼 국가와 시민과의 관계, 그리고 시민적 가치가 우선시 되는 국가에 대한 애국심이란게 전제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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