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수레바퀴 (한글판 출간 10주년 기념 리커버 에디션) -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고자 하는 이에게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지음, 강대은 옮김 / 황금부엉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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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스 로스 퀴블러라는 사람이 자신의 일대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호스피스와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의학자였고, 영성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저자는 뇌졸중으로 60대 후반부터 고생을 하였는데 그 와중에 남긴 책이 이것이다. 책의 장은 총 4개로 4마리 동물의 이름으로 그것을 정했다. 생쥐, 곰, 들소, 독수리다. 보통 모든 것의 시작으로 얼음이 녹고 새싹이 자라나며 꽃이 피는 봄과 성숙한 여름, 수확이 있고 슬슬 노년이 보이는 가을, 모든 것이 다시 얼어붙고 사그라지느니 겨울을 인생에 많이 비유한다. 

 하지만 그는 바삐 정신없이 움직이는 청소년기를 생쥐, 태평하고 젊은 시절을 돌아볼 여유를 가진 성년기를 곰, 여유롭게 삶은 바라볼 수 있으나 아직은 힘든 짐을 짊어진 장년기를 들소, 마침내 세상위에 올라 모든 것을 관조할 수 있는 독수리를 노년기로 정했다. 

 엘리자베스는 스위스 사람으로 1928년 생이다. 당시엔 놀랍게도 세 쌍둥이로 태어났고 겨우 900g의 미숙아였다.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다고 한다. 지금 태어나도 생존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 세쌍둥이 자매는 모두 살아남아 장성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부모님은 세 자매에게 항상 같은 옷과 같은 것을 먹이곤 했다. 엘리자베스는 이런 여파로 어릴 때부터 남과 다른 자신의 보이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오빠가 하나 있었다. 

 스위스의 대자연을 벗 삼아 자라났으며, 집에는 가축과 식량 작물들이 있었다. 토끼를 기른 기억이 있는데 토끼의 번식력이 엄청나다보니 가족들은 자란 토끼를 도살자에게 보내 고기로 먹곤 했다. 그러다 엘리자베스가 무척이나 마음을 준 블래키라는 토끼를 잡게 된 날을 엘리자베스는 평생 잊지 못한다. 아마 그 때 그가 평생을 고민한 죽음이라는 주제를 심각하게 접하게 된 게 아닐까 한다. 신해철의 노래 날아리 병아리가 떠오른 대목이었다. 어린 엘리자베스는 병약하기도 했는데 한 번은 아버지와 구경을 나갔다가 심취하여 하루 종일 축축한 바닥에 앉아있다 고열에 시달려 학교도 나가지 못할 정도로 몇 달을 고생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는 토끼 블래키 일도 그렇고 완고한 아버지로 인해 어린 시절 그리고 청년기에 고생을 한다. 아버지는 옛날 분들이 그렇듯 세 자매의 직업을 결정했다. 엘리자베스는 죽음에 대한 강렬한 경험으로 의사를 하고 싶었는데 아버지는 그녀가 자신의 회사에 나와 경리일을 보길 원했다. 장성한 엘리자베스는 화가나 그대로 집을 나가버려 가정부로 일한다. 주인여자는 매우 악독해 엘리자베스를 노예처럼 부려먹고 인간적인 대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집을 나와버린 처지였기에 어쩔수 없었고 일 년을 더 버티다 집으로 돌아간다. 

 이 경험으로 아버지는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허용해주기 시작한다. 엘리자베스는 간호사나 연구원으로 일하며 의대 입학을 준비한다. 그러다 2차 대전이 터졌다. 스위스는 그 전화를 피한 몇 안되는 나라였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그녀는 폴란드를 비롯한 전쟁이 심한 나라에 국제자원봉사단으로 참여하며 참상을 경험한다.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게 부족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그는 의대 입학을 준비하면서도 틈만 나면 자원봉사에 참여한다. 처음엔 동구권에 가는 것이 자유로워졌으나 철의 장막이 쳐지며 그것이 쉽지 않아졌다. 감시와 간섭이 심해져 자원봉사의 의미도 없었다. 그를 걱정한 아버지가 철의 장막에 가면 넌 내 딸이 아니다란 엄포를 놓치만 다시 한 번 폴란드에 방문했다 아버지와 갈등을 겪는다.

 세월이 지나 엘리자베스는 의대에 입학한다. 거기서 남편이 될 미국 출신 베니를 만난다. 둘은 사랑에 빠졌고 의외로 완고한 아버지도 베니만큼은 좋아했다. 둘은 졸업 전에 결혼하지만 먼저 결혼한 자매의 남편이 어린 나이에 위암으르 죽는다. 그는 약혼식까진 참석할수 있었다. 엘리자베스가 먼저 의대를 졸업하고, 베니가 다음 해 졸업한다. 둘은 미국으로 향한다. 전후는 경제사정이 어려워 부부는 매일 장시간 일하고도 급여가 충분하지 못했다.

 부부는 아이를 원했지만 아이가 잘 생기지 않았고, 유산도 많았다. 4번의 유산을 겪었으나 그래도 부부는 케네스와 바버라 남매를 얻는다. 차차 의사의 처우가 과도하게 좋아지면서 둘은 부유해지고 유명건축가가 지은 집도 사게 된다. 베니는 신경병리학 쪽에 전문가가 되어갔고, 어릴 적부터 죽음에 민감했던 엘리자베스는 의사와 병원이 죽음을 앞둔 환자를 과도하게 비인간적으로 대우하는 처사에 분노하여 그 부분에 천착한다. 

 그 와중에 스위스의 아버지가 죽는다. 아버지가 위중하단 소식에 고작 3살인 케네스를 데리고 스위스로 간다. 아버진 팔꿈치 수술이 잘못된 합병증으로 죽음에 이른다. 아버진 온몸에 생긴 고름으로 인해 이런 저런 장치를 하고 병원에 있었는데 계속 집에 가길 원했다. 엘리자베스는 병원을 설득해 무리를 해서 아버지를 집으로 모신다. 엘리자베스는 어릴적 이상적인 죽음을 본 적이 있는데 바로 이웃 과수원의 아저씨의 죽음이었다. 사람이 집에서 죽음을 맞던 시절 그는 집에서 자신과 유대관계를 맺은 이웃 및 친지, 가족들의 품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평생 자신이 일궈온 과수원의 곁에서 죽음을 맞는다. 그것은 무척 존엄하고 평온하고 고통이 덜한 죽음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아버지도 그렇게 보내고 싶었고 그렇게 된다.

 병원에서 호스피스에 관심을 보이고 노력하던 그는 우연히 영성을 접하게 된다. 한 부부를 만나고 그들이 채널링이란걸 통해 과거의 영을 불러내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데 엘리자베스는 죽음이 끝이 아니란 생각에 이 부분에 매료된다. 그리고 이 시점에 병원도 그만두게 된다. 하지만 과학자이자 의학자이던 매니는 이런 엘리자베스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경력을 쌓던 부부는 바빠서 이미 애정을 잃은지 오래였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매니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있었는데 매니의 입장이 워낙 단호해 이혼하게 된다.

 그 후의 인생에서 그녀는 영성에 관한 경험, 사후 체험에 대한 경험, 죽음을 앞둔 환자를 돌보는 일과 강의에 전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채널링을 벌였던 부부의 행위 중 일부가 사기극이란걸 알게 되었고, 에이즈에 대한 오해가 심하던 시절 에이지에 걸린 어린 환자를 센터를 지어 돌보려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다. 한 지역에 만든 시설이 반발하는 외부인에 불타 모든 기록과 자료들을 상실하고 재산상 손실도 컸던 일은 그녀에게 큰 타격이었다.

 그런 와중에 어머니도 죽는다. 해외 일정에 지쳤던 엘리자베스가 두 자녀와 더불어 어머니와 스위스 여행을 하였는데 건강했던 어머니는 무슨일인지 엘리자베스에게 자신이 건강이 나빠지면 인생을 마감해줄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후 며칠되지 않아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그녀의 어머니는 괜찮은 요양원으로 가게 되지만 4년을 앓다가 죽게된다.

 그리고 60대에 접어든 그녀도 건강이 악화된다. 아무래도 중년 이후, 이혼과 부모님의 죽음, 영성과 관련한 사건들, 돌봄 센터에 대한 지역의 반발, 그리고 자신의 이론을 알리기 위한 강의와 해외 일정 등이 건강에 많은 무리를 끼쳤던 거 같다. 그녀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상태가 안좋아졌다 좋아지기를 반복하고 이 책을 마무리 하고 74세의 나이에 죽는다.

 엘리자베스 로스 퀴블러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어릴 적 경험한 대자연과 죽음, 그리고 가족이 아닐까 한다. 그녀의 인생은 죽음을 막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다가 이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고, 그것이 결국 끝이 아니고 다른 것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영성이나 내세를 전혀 믿지 않는 독자의 입장에서 영성에 매몰되는 책의 후반부 부분은 좀 어이없기도 했지만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냥 그럴수 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 하지만 그 외에 그가 보여주는 인생에 대한 생각과 정서, 서사는 그냥 그 자체로 감동과 깨달음을 주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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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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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아프리카를 벗어나 수렵채집 경제의 영역을 넓혀왔다. 이 시기는 풍족한 시기로 인간은 위험하긴 했지만 적게 노동하고, 영양상태가 좋았고, 서로 평등했으며, 감염병으로부터도 안전했다. 그러다 정착을 먼저 하게 되었고, 농경이 시작되었다. 농경은 처음 효과가 매우 좋았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첫 농경이 시작된 비옥한 초승달지대는 농경을 하는 경우 같은 넓이의 토양에서의 수렵채집보다 100배의 인구부양효과를 나타냈다. 

 잉여식량은 초과 인구를 만든다. 하지만 초과 인구는 잉여식량을 빠르게 소모하고 곧 기근과 약해진 몸에 의해 질병에 쇠약해져 사망률이 올라간다. 그렇게 인구는 다시 감소한다. 이것을 멜서스 효과라고 하며 이는 농업 이후 산업화 이전까지 인류의 역사를 규정하는 공식이었다. 

 하지만 산업화에 도달하며 이 공식은 깨진다. 인간의 기대수명은 크게 상승했으며 소득도 수십배 높아졌다. 감염병으로부터 자유로워졌고, 기술수준은 엄청나게 올라갔다. 저자는 여기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게 인쇄술의 발달과 교육으로 파악하는 것 같다. 여기까지가 1장인데 비교적 평범한 내용서술인 편이며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2장이다. 그리고 2장의 내용은 왜 인류가 같은 종임에도 지역마다 국가마다 산업화에 다다른 속도가 다르게 현재 불평등한가이다.

 

1. 국제무역 때문

 우선 국제무역을 이유로 꼽는다. 19세기부터 본격화한 국제무역은 1800년 겨우 세계 GDP의 2%수준이었다가 1870년 10%, 1900년 17%, 1913년 21%로 올라간다. 서유럽의 성장은 사실상 그들이 식민지의 자원, 원주민, 노예를 부리고 무역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국민소득 가운데 국제무역에서 얻은 것이 178년대 10%에서 20세기 초반엔 51%로 상승할 정도였다. 

 먼저 산업화한 서유럽은 국제무역에서 주로 공산품을 판매했다. 그렇기에 이런 국제무역의 확대는 서유럽에서 숙련노동의 필요를 더욱 부채질 했고 교육이 강화되어 생산에 대한 전문화를 촉진하고 생산성과 기술은 더욱 향상되었다. 반면 식민지 국가들은 주로 원료와 식량을 판매했으며 이는 저숙련 노동을 요구한다. 따라서 교육이 미 발전하게 되고 저숙련 노동이 많이 필요하니 수입이 인구증가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 선진국과 후진국의 기술과 교육격차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1인당 산업생산지수는 서유럽의 경우 19세기 내내 상승한 반면 후진국은 19세기에 오히려 내려가다가 20세기 후반이나 되어서야 상승하기 시작한다. 


2. 제도 때문

 지배층이 권력을 독점하고 불평등을 영속화하려 하면 착취적 제도 이며 정치권력을 분산하고 재산권을 보호하여 민간기업과 사회적 이동성을 장려하면 포용적 제도다. 영국은 1689년 명예혁명으로 입헌군주국이 된다. 의회는 부상하는 상인계급과 광범위한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사유재산권을 보호하고 민간기업을 장려하며 기회의 평등과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독점폐지에도 주력하여 대서양무역의 광범위한 이득이 상인계급에 고루 나뉘어져 산업자본이 성장하였다. 그리고 주식거래, 중앙은행 등 네덜란드의 선진 금융기법도 도입한다.  

 이는 기업가의 신용을 올렸고, 정부 역시 절제 있는 행동으로 조세와 지출의 균형을 이룬다. 의회가 강력한 국채발행 감독 권한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한 행동으로 보이나 다른 절대왕정국가의 왕들의 전비나, 사치스러운 예산 사용과는 상당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 결과 영국은 국제 신용시장에서 신용도가 높아 낮음 금리로 차입을 할 수 있었다. 

 흑사병 이후 영국은 인구가 격감하여 봉건제에 치명타를 입는다. 그래서 포용성을 늘리고 착취를 줄이고 임금을 늘리는 등 정치체제를 바꾼다. 하지만 동유럽은 흑사병 이후 오히려 착취가 강화된다. 이는 도시화율이 낮아 농노가 선택권이 없었고, 봉건질서가 더욱 강했고, 서유럽으로 농산물을 수출하는 경제때문이었다. 

 그리고 영국은 유럽 대륙 국가에 비해 길드가 강하지 않았다. 이는 과거 단점이었지만 신기술 도입에 유리했다. 실제 유럽의 한 길드는 인쇄기의 도입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100년 가까이 막아내었다. 영국은 이런 저항이 적었기에 산업가가 새로운 기술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채택할 수 있었다.

 식민지였던 국가들은 대개 지배국의 법 체계를 상속한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은 영국식 보통법 체계를 따랐다. 반면 스페인,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브라질, 아릇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등은 다양한 형태의 시민법을 따랐다. 그리고 보통법이 투자자와 재산권을 더 강력히 보호한다. 


3. 농경과 토지소유 때문

 지금이야 북미가 황금지대이고 세계에서 가장 번영하지만 17-18세기만 해도 농업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그냥 얼어붙은 땅에 불과했다. 각광받던 지역은 중미의 플랜테이션 지대였다. 중미와 열대는 플랜테이션 농업에 적합했다. 그 결과 중미와 열대 지역은 토지가 소수에게 집중되었다. 이는 커다란 부의 불평등을 낳았고 노예제가 고착화했고 성장을 방해했다. 사람들이 농토에 붙잡혀 도시화가 낮았고, 교육 수준도 높아질 이유가 없었다.

 반면 북미 지역은 농경과 축산에 적합했다. 연결된 소규모 가족 농장이 적합했고 넓은 토지를 평등하게 많은 사람이 나눠가졌다. 부의 분배가 평등했고 장기적 번영에 도움이 되는 민주주의와 법압의 평등, 재산권등이 보장되었다. 향후 도시화율도 높아져, 교육수준도 높아졌다. 

 산업화 시기 산업 자본 세력은 공장 노동이 숙련 노동자를 요구함에 따라 공교육을 국가에 요구하게 된다. 노동자의 교육수준이 높을 수록 이익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주 세력은 산업화 시기 공교육에 반대한다. 그들의 농업노동에 교육에 굳이 필요가 없었고, 오히려 많이 아는 것은 반란의 불씨로만 여겼기 때문이다. 


4. 지리적 요인

 이는 총균쇠와 마빈 해리스의 문화인류학 3부작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따른다. 중국과 유럽의 지리적 비교다. 유럽은 중국과 달리 오랜 기간 하나로 통합되지 않고 분열되었다. 물론 일시적 통일은 있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반면 중국은 거의 2천년 이상 광대한 지역이 하나의 체제로 통합되었고 유지되었다. 

 우선 수력가설 때문이다. 중국은 동아시아 몬순지역으로 벼를 재배하며 여기엔 많은 집중된 노동력과 관개가 필요하다. 때문에 환경자체가 강력한 중앙집권을 요구한다. 반면 서유럽의 밀은 그런 체제가 전혀 필요하지 않으며 개인의 노동으로 재배가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중국은 이렇다할 지리적 장벽이 없는 반면 유럽은 피레네, 알프스 산맥, 해협, 반도 등 지리적 격리가 많아 하나로 통합되기 어려웠다. 또한 중국의 해안선은 단조로운 반면 유럽의 해안선은 복잡하고 만이 많으며 반도가 많다. 이는 방어에 유리하고 전시에도 해안이 열려 보급이 용이하다. 동아시아에 이런 해안 지형은 한반도가 유일한데 그래서 한국이 독자적 문명을 유지하는지도 모른다.

 

5. 미래지향적 사고

 미래지향적 사고는 산업발전과 성장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사고는 지역별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놀랍게도 해당 지역의 농업과 관련이 깊다. 파종에 대한 잠재 산출률이 큰 경우 해당 지역에서는 농산물을 바로 소비하기 돕다는 미래를 위해 종자로 저장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지역일수록 미래지향적 사고가 크다. 반대의 경우는 바로 소비하는 것이 이득이기에 미래지향적 사고가 적다. 


6. 성평등적 문화

 이것도 놀랍게도 농경과 관련한다. 농사를 짓는 도구는 크게 쟁기와 괭이다. 이는 토질과 작물에 따라 달라지는데 쟁기가 훨씬 더 많은 힘을 요구한다. 그래서 쟁기는 가축이 끌며 가축이 끄는 경우에도 이를 통제할 강한 상체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쟁기를 주로 사용하는 지역의 경우 남성이 농사일을 전념하게 되고 상체힘이 부족한 여자는 거의 철저히 가사에 종사한다. 반면 괭이를 사용하는 지역은 가사를 여성이 주로 전담하지만 농사에도 상당부분 관여를 한다. 

 이런 부분이 평등적 문화에 오늘날에도 영향을 미친다. 쟁기 지역일수록 남여 분업이 확실한 성차별적이며, 괭이 지역일수록 성평등적이다. 


7. 인구 다양성

 인구 다양성은 양면적이다. 적절하면 사회의 다양성으로 기회를 확산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며 다양한 문제에 저항력을 높인다. 반면 어느 수준은 넘어서면 사회가 쉽게 통합되지 않아 갈등을 낳고 분열하여 오히려 퇴보한다. 

 이는 과거나 현재도 마찬가지인데 과거나 근세 이전에는 동아시아 정도의 인구 다양성 수준이 사회발전에 최적이었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더 많은 다양성이 요구되었고 식민지 개척 및 다양한 교류로 사회내 다양성이 확보된 유럽 지역이 다양성 부분에서 최적인 지역으로 부상하였다.

 오늘날에는 산업 선진 지역은 과거 식민지 경험과 높은 수준으로 인해 각지에서 밀려드는 인재로 상당한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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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
팀 잉골드 지음, 차은정.권혜윤.김성인 옮김 / 이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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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고르거나 구매하면서 제목과 목차를 많이 본다. 서평도 좀 보긴 하지만 신간의 경우엔 그 수가 적기도 하고 사람마다의 주관으로 인해 썩 믿진 않는 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제목과 목차에 의해 구매한 책이다. 하지만 상당히 예상과 달랐다는게 책을 간신히 마무리 한 지금의 생각이다.

 제목과 목차를 보곤 솔직히 과학과 관련한 책 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의 주제는 선이다. 물론 그것을 과학적으로 고찰할 수 있겠지만 책은 철저히 인문적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것을 자각하든 아니든 홀로 존재하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 그래서 어떻게든 서로 간에 연결을 필요로 한다. 연결은 상대나 사물을 부속지를 이용하여 붙잡거나 아니면 자신이 이동하거나 상대방이 자신에게 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동이나 이동을 위한 부속지들은 소위 선이라는 걸 남긴다. 선은 부속지 자체의 생김새에서 나오기도 하고, 바닥이나 물에서 이동하며 그 흔적을 남기기도 하고, 공기 중에 잠시 남기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사고에 기초해서 사물이나 생명을 덩이와 선의 조합으로 본다. 각 개체는 안과 밖을 구분해주는 덩이로 구성된다. 물론 이 덩이도 완전히 닫혀있지 않다. 그래선 생존이 불가능하다. 여닫을수 있긴 하지만 안팎을 연결하는 구멍이 있고 외벽도 사실 많은 부분에서 외부와 소통하는 반밀폐형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동으로 인함과 부속지들은 이런 개체를 더욱 서로 간에 의존하게 끔 도와준다. 

 그래서 저자는 이 세계에 완전히 독립된 개체는 없기에, 세상을 객체없는 세계라 칭한다. 여기까지가 대충 책의 100쪽 정도 되는 분량에 해당한다. 개인적으로 여기까진 읽을만 했다. 세상을 과학적으로 관통하는 시야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의 분량은 상당히 인문학적이다. 이런 생각의 근거로 각종 언어의 근원을 찾고, 철학자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덮씌운다. 이것을 인상적으로 느끼는 사람도 많겠지만 적어도는 난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후의 책 읽기가 무척 힘들었다. 읽어나가며 이걸 더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이는 상당히 개인적 입장이다. 이 책을 무척 인상깊게 읽고 깨달음을 얻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여튼 읽기 힘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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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시대 - 나쁜 습관은 어떻게 거대한 사업이 되었는가?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 지음, 이시은 옮김 / 커넥팅(Connecting)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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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외 뇌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적응도를 높이려는 개체의 행동을 권장한다. 권장 방법은 뇌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인데 여기에 사용하는 호르몬이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인간이 식사나 섹스 같은 본연의 목적에 걸맞는 행동을 할 때 분비된다. 하지만 모든 결과에는 노력과 과정이 필요한 법이다. 성적 매력이 있는 상대방을 보고 흥분하거나 접근한다고 해서 곧 번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먹을 것을 보고 군침을 흘려도 식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과 과정도 시간과 노력을 반드시 들여야만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에 인간의 뇌는 직접 목적 행동 외에도 관련 활동에도 도파민을 분비한다.

 그래서 인간은 직접 섹스가 아닌 자위행위나, 포르노 시청에도 도파민이 분비되며 식사가 아닌 먹을 것을 보거나 심지어 먹방을 봐도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나마 이런 관련 행동은 상황이 좋다. 문제는 적응도를 올리지 않는 자연계의 여러 식약에도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담배나 술, 마약 등이 그렇다. 

 하여튼 우리의 뇌는 동기 회로에서 도파민을 증가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계속 반복하려고 한다. 심지어 그에 따른 보상강도가 감소해도 그렇다. 그래서 욕구는 거기에서 얻게 되는 쾌락과 별도로 점점 강해지게 되며 그렇기에 인간은 도파민은 뿜게하는 여러 가지 것들에 중독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갈망은 오히려 쾌락 자체보다 더 절실하고 집요해진다. 

 중독은 약물과 세트(사용자의 성격과 특성, 의도), 세팅(약물을 복용하는 물리적 사회적 환경)의 조합이다. 책 '중독의 시대'는 이렇게 생존을 위한 부작용으로 뭔가에 중독되기 쉬운 인간의 중독의 역사를 잘 살피고 꼬집은 책이다. 현대는 어쩌면 새로운 중독의 시대인데 그것에 대한 지적도 강렬하다.


1. 고대의 중독

 인간의 역사는 어찌보면 오랜 확산과 최근의 수렴의 역사다. 인간은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5-6만년전 전 세계로 퍼졌다. 현생 인류는 수렵 채집자 무리가 이동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화적, 생물학적 진화를 했다. 대대적 이동을 통해 쾌락을 제공하는 동식물에 대한 보물찾기가 시작되었는데 이것이 쾌락, 즉 중독의 역사의 시작이다.

 초기 인류는 꿀에 탐닉했다. 자연상태에서 당을 좋아하는 본능에 꿀만한 강력함은 없었다. 그래서 인류는 대부분의 지역으로 이주하며 꿀을 찾아다녔고 양봉벌을 이용하기도 했다. 다만 북미로 이주하는 사람들은 지역의 추위로 인해 양봉벌을 가지고 갈 수 없었다. 그들이 대신 찾은 쾌락 물질은 사탕단풍나무 수액으로 메이플이다.

 쾌락의 초기 역사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자극하거나 분비를 모방하는 분자가 포함된 물질을 동식물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그 연관성을 찾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쾌락을 주고 고통을 진정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유도하는 식물은 더 가치있게 여겨졌고 재배되고 전파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럼에도 쾌락 자원은 당시 지역적으로 편재했다.

 카카오는 아마존, 사탕수수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콜라 나무는 아프리카의 숲, 아편 양귀비는 유럽, 대마초는 중미, 차는 중국 남서부, 후추는 남아시아에만 있었다. 이들은 각 지역에서만 소비되다 농업과 문명, 장거리 무역의 발전이 이뤄지고 나서야 전 세계로 전파된다. 

 다만 지역적 편재가 없었던 쾌락물질이 있었으니 알코울, 바로 술이다. 이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효묘균 세포들이 과일에 내려앉아 과당의 혐기성 발효를 일으키면 알코올이 생겨나며 술이된다. 오래된 과일에서 술맛이 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과일이나 효묘균은 전 세계 어디서나 있기에 재료의 차이가 있을 뿐 술은 지역적 편재 없이 초기부터 인류를 중독시킨다.


2. 농경과 대항해 시대의 중독 

 농경은 인간에게 고된 일이다. 초기 제국이 성립하며 지배층이 생겨났고 이들은 대다수 일반인이 생산한 잉여물을 착취한다. 농사가 고되었기에 술을 비롯한 여러 식약 물질은 농사꾼들에게 일종의 보상이 되었다. 그것으로 그들은 잠시나마 스트레스, 피로, 불안, 질병에 대한 불안에서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중독을 일으켰는데 통치자는 이걸 이용해 식약과 술을 적절히 제공하여 그들을 달래고 지속적인 생산을 추구하게 하였다. 

 쾌락 식물은 이처럼 유용하여 그 전파가 빨랐다. 농경과 가축 시대에는 유용한 식물과 동물의 인위적 선택으로 인해 무척이나 다양했던 세계의 풍경을 단조롭게 만들기 시작했다. 쾌락 물질은 귀했기에 초기엔 엘리트들이 주로 독점했다. 하지만 생산이 늘고, 교역이 활성화 하며 서서히 일반계층에게도 퍼지게 되었다. 

 문명시대에 인간의 중독은 자연에만 의지하진 않았다. 인간은 특유의 지적 능력과 협동성, 도구제작능력을 활용해 쾌락을 주는 인공도구를 만들어 내었다. 바로 도박과 스포츠 경기, 내기 등이 그것이다. 한국과 중국에서 기원한 카드 게임은 교역로를 따라 서쪽으로 서서히 이동하다가 유럽에서 크게 성공했는데 여기엔 15세기 등장한 인쇄술이 큰 역할을 했다. 

 한편 알코올에도 근본적 변화가 일어난다. 바로 농축과 증류 기술 덕분이다. 농축과 증류는 술의 맛과 도수를 높여 보다 빠른 쾌락에 도달하게 하여 중독을 심화시켰다. 이는 알코올의 끓는 점과 어는 점이 다른 물질과 다르기 때문에 가능했다. 농축은 술이 얼며 생겨났는데 심한 한파에서 얼지 않는 부분에 알코올을 비롯한 나머지 물질이 응축되며 농축이 일어났다. 증류는 알코올이 물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기에 순수한 알코올을 더 강하게 증기로 모을 수 있어 생겨났다. 

 콜럼버스의 항해 이후에는 무역으로 인해 전 세계 동식물의 대규모 이식이 일어났다. 즉, 지역적 편재의 극복이 더욱 본격화 한 것이다. 또한 화폐경제가 도입되면서 식약의 가격이 저렴해지게 되었다. 사치품에 대한 가격이 하락하여 일반인도 소비할 만한 정도가 된 것이다. 


3. 산업 시대의 중독

 인류는 지난 1천년 간 쾌락을 발견, 발명, 개선, 교환했으나 진정한 대중 시장이 열린 것은 1660-1800년 사이다. 이후 과학과 산업이 더욱 발전하면서 쾌락의 속도도 같이 빨라지게 되었다. 쾌락 물질은 대개 사치품이었는데 이들의 가격이 비쌌던 것은 바로 운송비용 때문이었다. 하지만 산업시대는 운송수단이 획기적으로 발달하며 운송비가 낮아져 사치품의 가격이 낮아지게 된다.

 증기선의 발명으로 1830-1880년 대서양 횡단 운송 비용은 절반으로 줄어들었으며 1914년이 되면 1/4 까지 감소한다. 19세기 후반이면 증기선의 규모와 속도는 두 배가 되었으며 20세기가 되지 대서양횡단은 5일이 일반화하였다.  

 도박도 진일보 하였는데 산업화 시대 유럽에 등장한 카지노는 엄청난 중독거리였다. 이 시기 수학자들은 도박에 대한 통계적 지식을 생성하였고 이로 인해 승률 추정이 가능해졌다. 정부와 기업가들은 하우스 엣지(수수료 명목으로 하우스가 유리하도록 설정한 고객과 하우스의 승률차이)를 이용해 떼돈을 벌어 들였다. 카지노는 지역에 큰 돈이 되었기에 지역 통치자들은 카지노를 내주고 세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카지노가 귀족들의 재산을 탕진하고 문제가 발생하자 19세기 통일민족주의 국가들은 도박을 규제하고 불법화하기도 하였다. 프랑스의 조치는 작은 모나코 공국으로 카지노가 몰리게 하여 이 지역의 도박산업의 발판이 되기도 했다. 카지노 리조트는 다양한 쾌락을 뒤섞어 대중고객에 제공한다. 도박과 술, 마약, 매춘, 관공, 식사, 음악 등이다. 

 카지노의 경우처럼 쾌락은 패키지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중독의 상승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퍼브와 살롱의 주인은 손님에게 담배를 제공하며 유흥거리로 무성영화를 틀었고 갈증을 유발하기 위해 소금에 절인 음식을 제공했다. 오늘날의 놀이공원은 환상과 놀이기구, 공연, 볼거리 , 음식을 같이 제공하며 영화는 스펙터클과 사운드 서사, 섹스를 같이 제공한다. 

 산업시대 원시적인 카카오는 쵸콜렛이르 진화하여 강력한 중독물질로 거듭난다. 카카오는 원래 쓴맛이 강했다. 아즈텍인들은 여기에 고추와 바닐라를 혼합해서 이를 해결했고 유럽인은 설탕과 계피, 향신료를 첨가했다. 하지만 결국 답은 설탕이었다. 1771-1819년 아마존의 카카오 생산량은 증대하여 유럽의 수입량도 같이 커진다. 

 카카오의 절반은 카카오 버터로 유럽인은 카카오를 녹여 음료로 먹었는데 이 경우 기름으로 둥둥떠서 보기 좋지 않고 역했다. 1886년 카카오에서 과도한 전분과 기름을 제거하는 기술이 생겨 코코아 에센스가 탄행한다. 캐드버리 형제가 이를 해냈는데 그들은 카카오 버터도 이용하여 식용 초콜릿을 생산했다. 코코아 가루와 설탕이 혼합되었는데 이것이 초기의 쵸콜릿이다.

 스위스의 다니엘 패터는 농축 우유와 쵸콜릿을 섞에 밀크 쵸콜릿을 만들었다. 그리고 스위스의 로돌프 린트는 콘칭 기법을 활용해 지속적인 롤러 분쇄와 코코아 버터 주입으로 코코아 결정과 설탕 결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부드럽게 녹는 쵸콜릿을 개발했다. 미국의 허쉬는 설탕과 코코아 분말, 코코아 버터를 첨가하여 유지방이 발효될 때 생기는 식욕을 돋구는 신맛의 밀크 쵸콜릿을 개발했다. 허쉬는 크게 성공해 1905년 100만달러 였던 매출이 1931년이면 3100만 달러에 이르게 된다. 이엔 대중이 쵸콜릿에 중독된 탓도 있으나 1차대전으로 인해 쵸콜릿이 전쟁 군수물자로 크게 사용된바도 있다. 허쉬는 쵸콜릿의 이미지를 변모했다. 순수한 놀이이자 건전한 음식, 로맨서와 결부시킨 것이다. 이 이미지는 아직까지 쵸콜릿 하면 떠오르는 것으로 파급력이 강하다. 


4. 도시화와 악덕

 산업화 시대 즈음 부터 서구권에서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도시화가 이뤄졌다. 산업화된 도시에는 이주자들이 밀려들었는데 이들이 바로 악덕업자의 표적이 되었다. 이들은 가장 낮은 계층의 사다리에서 가장 지속적이고 비루한 일을 담당했다. 혼잡하고 불결한 도시에서 폭력에 노출되고 가난했으며 약탈당했고 소외되었다. 때문에 이런 스트레스와 가난으로 인해 악덕이 스며들기 쉬웠다. 술, 담배, 매춘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도시는 시골에서 온 노동자에게 강한 익명성을 부여했다. 소외로 인한 것인데 이로 인해 오히로 가난한 이주잘는 악덕에 손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익명성이 비난으로부터 숨겨주었기 때문이다. 도시가 커질수록 노동자가 많이 사는 지역일 수록 악덕은 성행했다. 

 교통, 통신, 산업화, 도시화의 혁명이 맞물리면서 악덕은 더욱 성행하고 접근하기 쉬워졌다. 과거 엘리트들은 농경사회에서 평민에 대한 지속적인 지배를 위해 텔레트로픽 관습을 생성했다. 이는 의식을 조작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게 하는 것으로 정서적 당근과 채찍을 이용했다. 종교적 의식, 기념비적 건축물, 전차경주, 연극 공연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리고 이런 당근이 먹히지 않고 저항이 일어나면 권력자는 잔혹한 폭력과 살해를 저지른다. 이런 텔레트로픽 관습은 모든 문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정서적 충격과 경외감을 제공해 대중을 종속 상태로 유지했다. 

 반면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로 인해 오토트로픽이 등장한다. 이는 자신의 감정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일로 쾌락을 행하는 것이다. 오토트로픽 쾌락이 개인에게 자율권을 부여하게 되면서 이제 당국은 쾌락의 관리가 주요 관심사가 된다 

 대량중독을 가능하게 하는 5가지 요소가 있다. 바로 익명성과 접근성, 가격적절성, 광고, 아노미다. 이들은 상당부분 산업화한 도시에서 가능하며 이뤄진다. 


5. 반악덕주의의 등장

 산업화와 도시화로 악덕은 광범위하게 이뤄지게 된다. 식약 작물들은 농장주와 상인에게 이익을 주었고, 운송업자 입장에서는 무게에 비해 매우 이윤이 높았고, 대중에겐 싼 가격에 에너지와 쾌락을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에겐 꾸준하면서도 상당한 세금 수입원을 확보해주었다. 오늘날 까지도 정부가 악덕들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보이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전시엔 악덕에 대한 금지가 행해졌다. 1915년 러시아에서는 금주령. 1914년 프랑스에서는 압생트의 판매 금지, 1915년 영국은 맥주 공급을 줄였고 1916년 미국은 군사 구호소에서 헤로인을 금지했다. 1917년 미국은 성병 감염 우려로 기지촌의 홍등가를 폐쇄했고 같은 해 프랑스의 필리피 패랭은 프랑스 군사지역에서의 술 구입을 어렵게 제한했다. 

 빅토리아 시대 들어 각 지역은 혼란스럽기는 해도 악덕을 이해하는 방식과 악덕의 책임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의료 관계자들은 개인의 피해, 사회적 비용, 미래에 대한 위협 등 세 가지 노선을 강화했다. 의학계는 쾌락과 악덕, 중독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라는 입장이었다. 

 의학계는 중독성 물질에 일찍 노출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 다는 것을 알아냈는데 특히 빈곤층이 그러했다. 이들은 가난, 도취, 중독의 상호작용으로 그 계급에서의 탈피가 더욱 어려워졌다.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뇌에서 구조적 차이가 나타났는데 특히, 행동을 통제하는 영역인 전두엽 피질에서 차이가 컸다. 이는 나이가 들어 정신질환과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기 쉽고 즉각적인 만족을 얻기 위해 미래의 보상을 쉽게 포기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 모든 조건은 위험한 행동을 예고하는 것이었으며 수 세대에 걸쳐 빈곤, 무력감, 가정불화 같은 규제 받지 않은 악덕이 일상화된 문화나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위험한 행동을 할 확률이 높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특히, 청소년기의 약물 사용은 더욱 심각한 행동과 인지손상을 불러왔다. 약물 남용이나 폭식 등 어떤 강박적인 행동이나 집착의 수준에 이르면 그 사람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일자리를 얻기 힘들었으며 낙인이 찍혔다. 이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중독 행동을 더욱 강화해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이에 19세기에서 20세기 초 유해하고 습관적인 쾌락의 악영향을 제한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악덕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주장하는 운동이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이들은 도시화와 악덕의 연계성을 눈치채고 도시 환경의 개선을 주장하기도 했다. 더구나 한창 산업화 중인 국가에서는 문맹률이 획기적으로 떨어져 도시민의 비루한 삶과 중독의 폐해를 언급하는 소설들이 발간되어 높은 경계심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860-1960년 사이 국민 국가는 집중적으로 국가를 건설했다. 여기엔 건강한 인구가 필수 요소였기에 이 국가들은 내부 정비와 위생 개혁을 단행한다. 위생 개혁은 선순환 구조를 불러왔다. 인구가 건강할 수록 마약성 진통제와 알코올의 항균작용에 덜 의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악덕이 기술, 통신, 교통 발달로 날개를 달았던 반악덕 운동도 이를 적극 이용해 캠페인을 전개한다. 

 악덕은 역설적이게도 공급이 부족해지면 날개를 달았다. 악덕의 공급 부족은 대개 규제, 징벌적 세금, 금지법 등 이 시기 국가가 단행한 조치로 인함이 많았다. 이는 하나 같이 실패했는데 공급부족으로 더 큰 이윤을 누리게 된 악덕 업자들이 사업을 불법화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금지조치는 악덕 제품의 가격을 급격히 높여 도시 노동자의 악덕 소비를 감소시키긴 했다. 하지만 악덕의 가격 상승은 불법 거래상을 증가시키고 그들은 법외에서 영업하며 부정부패하고 폭력화한다. 가난한 사람은 악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 높은 가격을 부담해야 해 더욱 가난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국가의 부족한 의지도 반악덕 주의를 방해했다. 국민 국가는 충분히 상업적 악덕이 초래하는 사회적 결과나 건강 문제를 인지하고 이를 해결한 힘과 통제 방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악덕은 언급한 것으로 상당히 꾸준하고 거대하며 손쉬운 정부 재원을 마련해준다. 이에 대한 갈등은 정부로 하여금 악덕에 대한 양가적 태도를 견지하게 만든다. 


6. 악덕의 시대

 일련의 반악덕행동주의는 결국 실패한다. 여기엔 국가의 모호한 태도, 자유의지론자들의 등장, 그리고 전쟁의 역할이 컸다. 1910년만 해도 유럽의 웬만한 길거리에서 누군가 담배를 피우고 있으며 그것을 비판하며 낚아채는 일이 쉽게 일어났다. 하지만 1950년의 유럽 길거리는 다르다. 상당수의 남성이 흡연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1-2차 대전의 여파다. 전쟁으로 인해 징집된 남성 군인들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들에겐 이를 위안해줄 여러 중독성 쾌락 물질이 허용되었는데 담배나 술, 매춘, 마약등이 그것이다. 전시 중 담배는 아예 보급품화 하였으며 작전중이 아니라면 술이 허용되었고, 군대는 병사들을 위해 매춘을 적극 관리하고 허용했다. 또한 전투중 두려움과 공포플 이겨낼 수 있기에 공공연히 마약도 눈감았다. 

 이런 악덕을 경험한 이들이 전후에 사회로 풀어져 일반 사회도 과거라면 비판했을 악덕에 상당히 둔감하게 되었다. 또한 자본주의도 여기에 한 몫을 한다. 20세기의 기업들은 상품화와 매출 증대의 길을 가기 위해 악덕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것의 대표적 방법이 광고이다. 쵸콜릿의 경우처럼 완전히 긍정적이고 가정 친화적인 이미지를 시도하기도 하고 그것이 어려우면 반대의 일을 했다. 복권의 경우 거액의 상금을 판매금액의 일부를 교육과 노인 복지에 사용하면서 그것을 정당화 했다. 술이나 판매하는 기업조차 책임감 있는 음주 캠페인과 자선 프로그램을 내세웠다. 

 이처럼 다국적 유통업체와 마케팅 회사들은 심각한 습관화와 위험과 해악이 따르는 다양한 제품을 돌러싸고 전략적 공모로 제품의 사용을 만류하는 위장된 설득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자신들의 제품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꾸준히 중독성을 강화했다. 

 담배업계는 1960년대 들어 흡연의 폐해가 부각되기 시작하자 흡연자가 사망하거나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을 대신할 새로운 흡연자를 모집하기 위해 일련의 캠페인을 벌여 청소년의 중독을 조장했다. 이들은 담배의 마취와 진정효과를 위해 멘톨을 첨가했고, 맛을 돋을 수 있고 니코틴의 쾌감을 강조하기 위해 암모니아를 첨가했다. 서구권에서 담배에 대한 제한과 부정적 인식이 강화되자 이들은 무역자유화와 해외투자 기회를 통해 담배에 대한 통제력이 약한 개발도상국 저소득층과 중산층시장으로 진출한다. 

 담배 산업은 현재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전자 담배를 개발했는데 이것은 가연성 담배의 해악을 피하기 위함도 있지만 끝없는 향과 맛을 첨가할 수 있어 중독성이 더 강하다. 담배업계는 생각보다 많은 기술과 자본을 요하고 있어 진입 장벽이 높다. 담배업계는 그래서 위기 속에도 안정적 수요와 넓은 세계 시장, 높은 마진율로 아직까지 고공행진하고 있다. 

 해악은 식품업계에도 만연하다. 이들인 만든 식품은 설탕, 지방, 소금 덩어리로 사람에게 강한 쾌감을 제공하나 건강에 해롭고 강박적 과식을 불러 일으킨다. 강박적 과식은 심장 질환과 13가지 이상의 악성 종양을 유발하며 비만율을 높인다. 1980-2015년 사이 비만율은 세계 73개국에서 무려 2배나 늘어났다. 음식중독은 놀랍게도 태아에도 영향을 미친다. 동물의 경우 어미가 임신 중에 고지방을 섭취하면 새끼는 도파민과 오피오이도 유전자 발현이 변화하여 입맛에 맞는 음식만 선호하게 된다. 사람의 경우 지방과 당분이 많은 식단을 먹은 비만 여성의 자녀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비만과 ADHD발현 가능성이 높았다. 

 이는 개인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식품 업계는 싼 가격에 형편없는 음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 가난한 계층들은 몸에 좋은 식품을 제공하는 상점이 없는 식품 사막지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것을 선호하는 인간의 입맛은 당연히 선천적이다. 여기에 어머니의 식습관이 더해지면 아이는 설탕이 든 제품에 일찌감지 노출되어 중독된다. 여기에 지방은 맛있는 식감을 추가하여 설탕의 맛을 보강하고, 거꾸로 설탕은 지방의 느끼함을 감춰준다. 소금은 제품의 단맛을 높이고 쓴 맛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맛을 잡아준다. 천연 방부제인 이 나트륨 덩어리는 모든 스낵 부스러기에 들러붙어 부자연스러운 모양으로 만들어지지만 최대한의 폭발적 맛을 선사한다. 

 식품광고는 무자비한 음식 포르노에 가깝다. 포르노와 음식 광고 역시 뇌의 같은 부분을 자극한다. 광고주들은 화려한 시각 외에도 청각 효과로 효과를 강화한다. 최근 음식 중독은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소위 먹방은 방송인에게 수백만의 팔로워와 좋아요 및 수천 달러의 수익을 선사했다. 


7. 디지털 중독

 20세기 말 인터넷이 등장했다. 초기 민주주의와 평등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인터넷은 독점과 과점, 부의 쏠림을 낳았다. 통신기술에 민감한 악덕업자들도 인터넷에 올라탔다. 현재의 인터넷은 광범위한 중독거리를 자랑하는데 디지털 포르노, 온라인 도박, 비디오 및 RPG 게임, 성인용 판타지 채팅방, 온라인 쇼핑몰, SNS, 웹서핑등이 그렇다. 인터넷 이전 쾌락, 중독, 악덕의 역사는 결국 시간과 공간의 확장의 역사였다고 볼수 있다. 쾌락을 주는 악덕을 팔아 중독 시키기 위해 수많은 식약과 행위들이 무역과 교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 크게 줄었다. 악덕이 그야말로 날개를 펼 수있는 최적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악덕 양상은 다음과 같다. 디지털의 연결성과 이동성은 전혀 새로운 충동 행동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넷의 발달로 도박, 향정신성 약물, 매춘, 포르노를 비롯한 오래된 악덕과 중독이 다시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었다. 새롭게 등장한 나쁜 습관과 새로운 배출구들은 소비자들이 기기나 앱에서 보내는 시간, 소비하는 데이터, 그리고 관련 기업의 매출을 극대화하게 설계되었다.

 게임 개발자들은 어린 게이머를 연구하고 그들의 마우스 클릭을 분석하여 게임 시간을 연장하고 아이템 구매를 촉발하며 강화 계획을 고안한다. 어떤 게임은 한정된 시간만 보상을 제공하여 그 시간동안 게임에 몰입하게 만들기도 한다. 

 디지털에 심각하게 중독된 사람들은 하루 9-11시간 SNS를 사용한다. 다른 중독처럼 디지털 중독도 정적강화와 부적강화를 사용하는데 좋아요와 리트윗 메시지, 인기 순위등이 정적 강화이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것 같은 소외에 대한 두려움이 부적강화에 해당한다. 

 2007년 스마트폰과 테블릿이 등장하면서 모바일 시대가 열린다. 디지털 중독은 더욱 강화되었는데 2015년 미국의 10대 소녀의 92%가 매일 온라인에 접속했으며 이중 24%는 거의 항시 접속했다. 10년 전이니 지금은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을 것이다. 스마트 폰은 기분을 돋우는 앱으로 가득찬 휴대용 자판기에 가깝다. 이는 소비자의 자율성이라는 양의 탈을 쓰고 실제로는 늑대처럼 사용자를 중독에 빠뜨리고 본인들은 이득을 얻는 구조다.

 식품공학자처럼 SNS와 비디오 게임 개발자들은 쾌락의 전통적 기술을 응용한다. 우선 사용자가 즉시 도달할 수 있는 수준보다 약간 높고 강력한 목표를 제공한다. 또한 예측 불가능하나 자극적 피드백을 주고, 점진적으로 나아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숙달된다는 감각을 주며, 서서히 더 어려워지는 과제나 레벨을 제공하고, 해소가 필요한 긴장감을 주며,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과 연결된다는 사회적 연결을 준다. 

 스마트폰 중독의 주된 위험은 개인적 대화, 수면, 운전, 공부, 사색, 운동, 일 등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한 활동에 대해 주의가 끊임없이 분산된다는 점이다. 이래서는 친밀감, 건강, 안전, 지식, 창의성, 전문성 등 사회적으로 필요한 덕목을 몰입하여 얻기가 불가능하다. 이용자는 결국 돈과 시간, 현실에서의 성취와 만족감을 상실하고 전자기기로 인해 인내심 감소 등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8.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 까

 저자는 책에서 언급한 쾌락을 제공하는 악덕을 팔아 사용자를 중독에 이르게 하는 일련의 행위들은 변연계 자본주의라 칭한다. 변연계 자본주의란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뇌 보상을 주어 파괴적인 습관을 만드는 대부분의 내구성 없는 상품과 서비스의 설계, 생산, 마케팅, 전 세계적 보급에 해당한다. 여기서 자유로운 현대 기업의 거의 없을 거란 생각이다. 

 그들의 목표가 이윤 추구인 만큼 기업은 꾸준하고 구입해주는 소비자를 원하며 이를 위해서는 중독시키는 것이 필수다. 현대 국가는 자본과 결탁해 이런 일련의 것들이 환경과 공동체를 파괴하고 심각한 경우 개인의 삶을 파멸시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음에도 국가 경제 성장과 세수에 대한 유혹으로 인해 이를 묵과한다.

 물론 이를 막기 위해 기업이나 정부는 중독을 방지하는 캠페인이나 예산을 사용하여 이미지 세탁 및 폐해를 막는 척을 한다. 하지만 모든 돈과 이문은 기업과 엘리트가 얻어가고 그로 인한 부정적 효과인 공동체의 파괴, 환경 파괴, 개인의 파멸을 모두 사용자의 몫이다. 하지만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중독은 개인만의 책임이 아니다. 유전적으로 따지면 그러한 행위와 초기 환경을 제공한 부모와 기업의 몫이며, 이를 용인한 사회와 기업의 책임, 그 폐해를 충분히 교육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이런 중독의 폐해를 모두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일 발달하고 과학 기술이 발달하며 쾌락을 제공하는 악덕 제품은 더욱 강력해지고 심지어 맞춤형으로까지 진화할 것이다. 그런 반면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한 일자리의 상실과 양극화, 인지적 편향은 개인을 더욱 소외시키고 고립시켜 더욱 쾌락 물질에 의존하게 하는 상황을 만들 것이다. 도시화는 더욱 강화될 것인데 이는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중독을 강화한다.

 저자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보는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손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독도 세계적 과제라고 본다. 한 나라와 정부가 소비자와 환경에 좋은 제품을 생산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것을 선택할까. 전체가 나서야 할 문제고 어렵다고 본다. 또한 사람들에겐 위안 역시 필요하다. 20세기 초반 무조건적 금지가 오히려 악덕을 키웠다는 역사적 증거도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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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4-05-14 2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독 분야가 꽤 세금이 짭짤하기에 정부가 손을 써 중독 시장을 방지할지 의문입니다. ^^
 
회복력 시대 - 재야생화되는 지구에서 생존을 다시 상상하다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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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지구 역사에서 등장한 생물 중 자신들의 번식이란 측면에서 유래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드물어야만 하는 생태계 최고 포식자의 위치를 차지하면서 그 개체수가 무려 80억개에 이르렀고, 주변 환경을 높은 지능과 사회성을 바탕으로 한 문명의 구축으로 자신에게 맞게 완전히 개조하여 사실상 환경에 의한 절멸과 진화 압박에서도 거의 벗어났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성공 뒤에는 그림자도 같이 짙다. 너무 많이 먹어 인간은 상당수의 비만 인구를 갖게 되었고,이로 인한 건강문제와 높은 사망률로 막대한 돈을 쓰게 되었다. 반면 비만으로 고생하는 수를 상회하는 다른 인간들은 굶주림으로 여전히 고생한다. 환경 문제도 발생했다. 비록 지구의 모든 생물이 의존하고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태양에너지가 거의 무한히 공급되지만 물질이나 쉽게 쓸수 있는 에너지는 거의 바닥났다. 그리고 과거의 축적 에너지를 마구 잡이로 쓴 결과 상당한 오염과 기후위기라는 결과를 불러왔다. 현재로썬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사회 내에서 인간들 간에 가진 것의 격차도 문제다. 극도의 효율화로 지구에서 착취해낸 부가 그나마도 인간 소수에게 집중되었고 나머진 매우 적은 것을 얻으며 효율화의 논리로 가진 자들에 의해 점점 발전하는 디지털 도구로 강하게 통제되고 있다. 훌륭해 보였던 정치체제인 대의 민주주의도 상당한 한계를 드러내며 실패하고 신뢰를 잃었으며 어느 덧 다음의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인간의 성공과 실패는 우리 종을 유지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의 다른 생물종들과 함께 나아가고 생존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책 회복력 시대는 현재의 문제를 강하게 진단하고 이리 된 역사적 기원과 여러 생각과 변화들, 향후 변화해야할 우리의 생각과 체제, 과학, 생각에 대해 이야기 한다.

 

1. 인간 사고 방식의 변화

 인간은 원래 원시시대 물활론적 사고 방식이 강했으며 다른 생물체들보다는 확실히 환경 적응력이 뛰어났지만 여전히 묶여 있어 자연과 자신을 관계짓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문명의 발전과 사회가 커지고 인간이 자연을 활용하고 착취하는 능력이 강해지며 사고 방식이 점차 변화한다. 중세 봉건사회만 해도 인간은 지구가 신의 창조물이며 아담과 하와의 후손에게 신이 인간을 맡겼다는 인식을 교회가 견지했다. 신이 내림차순으로 물려준 창조물이므로 감히 자연을 소유한다는 개념보다는 점유한다는 생각 정도를 했었다. 

 529년 몬테카시노의 베네딕트는 베내딕트 회를 창시하고 가장 중요한 규칙으로 게으름이 영혼의 적이라 규정한다. 이는 기록상 시간의 흐름을 희소한 자원으로 인식한 최초의 시도였다. 인간사회에서 효율성을 측정하는 하나의 척도인 시계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순간이었다.

 르네상스 시기엔 선형 원근법이 발명된다. 이는 인류가 공간을 인식하는 방법을 바꾸었는데 공간의 수학화에 영감을 주어 현대적 지도 제작의 도구와 기법을 제공했다. 원근법으로 인해 시선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평가되고, 크기가 조정되고 , 포획, 수용, 사유화의 잠재적 대상이 되었다. 인간은 관찰 대상을 응시하고 수학이라는 측정 수단을 통해 연구 중인 현상을 객관화하고 파악하는 초인적 관찰자가 된다. 또한 원근법으로 인해 청각 보다는 시각 우위의 문화가 형성된다. 과거 유럽은 청각 문화가 발달해 대부분의 계약을 증인이 있는 앞에서 구두계약했다. 하지만 시각적 문서로 대체되었고 청각 문화가 공동체 개인간 거리를 좁히는 문화인 반면 시각 위주 문화는 거리를 멀리하고 개인적 공간을 탄생시킨다. 공동체보다 개인의 탄생이 우선시 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인쇄술이 등장한다. 인쇄술의 발달로 인간은 시간과 공간을 모두 가두는 변혁을 하게 된다. 인쇄물로 인해 구전땐 없었던 특정 지식에 대한 개인 저작권의 개념이 생겨난다. 그리고 인쇄로 인해 널리 퍼진 책은 시간 자체를 포획하고 격리시켰다. 사실과 진실에 대한 구전 감각은 원근법에 이어 인쇄물로 인해 완전히 주변부로 밀려나게 된다. 인쇄는 다양한 토착어와 방언도 없앴는데 책을 팔려면 아무래도 하나의 공통 언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쇄혁명 후 농경, 목축, 도시 개발로 유럽은 삼림이 크게 감소한다.

 영국은 대안을 석탄에서 찾았는데 문제는 이 석탄을 파기 위해 일정 깊이로 파고 내려가면 반드시 물이 차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인간은 물을 퍼내기 위해 증기기관을 발명한다. 그리고 1780년대 석탄 연소 중기기관이 산업에 적용되었고 증기기관차가 등장해 1830년대 시속 98km로 이동한다. 시간의 장벽이 사라지고 이동거리가 단축되었으며 교통과 물류에 엄청난 영향이 왔다. 배송속도, 시간, 계절의 영향과 장벽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새로운 에너지원과 이동 물류방식의 유럽과 미국을 1890년대까지 시공간적으로 강하게 압축했다. 그리고 경제 사회활동을 움직이기 위해 효율성 개념이 사회의 지배적인 주제로 자리매김한다. 이동이 빨라지면서 각 지역마다 제각가인 시간을 맞추기 위해 표준시가 도입되게 된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며 자연에 대한 소유권 개념이 생겨난다. 로크는 사유재산권을 빼앗을 수 없는 자연권이라 주장했다. 그는 지구의 공유지에 대한 지배를 신의 위대한 존재 사슬을 토대로 한 공유에서 각 개인이 지구의 일부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로 바꿔냈다. 

 20세기초 이 효율성을 극한으로 밀어 붙인게 테일러 주의다. 효율성의 핵심은 마찰, 즉 경제활동의 속도와 최적화를 늦추는 중복과 반복을 제거하는 것이다. 테일러는 이를 위해 경영진이 생산과정 모든 단계에서 모든 노동자의 거의 모든 움직임을 통제하는 분업 시스템을 고안한다. 놀랍고도 당연하게도 테일러주의는 효율성을 신봉하는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간다. 가정에도 도입이 되었고, 학교시스템에도 도입되어 고도로 표준화한 교육이 이뤄진다. 

 테일러 주의는 포드주의로 이어진다. 포드주의는 빈약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당시엔 혁명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면서도 노동자의 급여를 늘리는 방식을 실시했다. 다만 대량생산에 초점을 두다보니 유연성이 부족하고 실시간 수요 변화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개선한 것이 도요타의 린 생산 방식이다. 표준화한 제품라인의 대량생산에 의존하는 회사는 비용절감을 위해 최대 역량으로 라인을 돌리게 된다. 시설비가 워낙 많이 들어갔기에 항상 최대로 가용하려고 노력하며 경영진은 생산 차질을 없애려고 추가 인력과 과잉 생산을 재고로 돌려 이를 해결하려 한다. 다만 제품 라인의 교체가 비싸 고객은 대량생산으로 인해 저가의 혜택을 보는 대신 신제품과 다양성을 포기해야 한다. 

 린 생산방식은 이런 문제점에 주목해 민첩성과 유연성을 도입했다. 시장의 현재 수요에 맡게 생산하면서 고객의 개별 선호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동시에 제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런 유연성을 위해 린 생산 방식은 노동력을 협력하는 팀으로 구성한다. 상명하달식에서 상호대면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다양한 팀이 실시간으로 현장 문제를 해결해 가동 중지시간도 줄어든다. 그래서 린 생산 방식은 결함, 고장, 지연, 관료주의, 재고의 다섯가지를 제로화한다. 린 생산 방식은 효율성을 무척 높이지만 역시 문제가 있다. 여전히 권위가 형성되어 있으며 노동자에 요구하는 사항이 더욱 까다롭게 비민주적이다. 모든 직원은 정신 육체적으로 더욱 착취당한다. 그결과 기업은 더욱 효율성을 높이게 된다. 즉, 린 생산 방식은 테일러 주의의 강화에 불과하다. 

 현대 기업은 여기서 더 나아가 노동자에 게임 요소 마저 도입한다. 테일러 주의와 린 생산방식에서 노동자는 자신이 착취당하고 있음을 인지한다. 하지만 게임 요소는 이런 착취를 은폐하기에 노동자는 게임 방식으로 적극 참여하기 까지 한다. 

 3차산업혁명이 가져온 디지털 기술의 발전인 인간 효율화를 더욱 극대화한다. 인간이 개발한 GPS는 지구의 자원을 수용 사유화하고 소비하기 위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합리화도구다. 인간이 구축한 스마트 디지털 인프라는 시간 조정과 동기화로 모든 것을 연결하고 통제한다. 재계와 각국의 정부는 사이버 공간 전반에 걸쳐 과거의 자료를 모두 수집하여 분석하는데 많은 자산을 쓰고 있다. 이는 미래를 그 데이터를 분석한 인공지능을 개발하여 미래를 예측, 설명, 규정, 선점하기 위해서다. 이런 예측에 의한 선점은 앞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더욱 극대화할 것이 자명하지만 문제가 크다. 이는 타인의 미래를 확장된 잠금 상태로 유지하고 특정 인구가 자기 나름의 의제에 따라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막아 궁극적으로 권한 강탈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은 인간의 주체성과 능력도 약화시킨다. GPS의 사용으로 인간은 이동방향과 공간을 인식하고 그려내는 능력이 상당히 약화되었다. 또한 몰입형 가상 신세계로 인해 문해력과 어휘력이 급감하였고 이로 인해 의사소통능력이 감퇴하였다. 그래서 정보처리 능력을 증가한 반면 비판적 사고에 중요한 숙고와 분석, 상상력을 줄었다. 때문에 개개인의 인지 주체성은 상실되고 있는 반면 충동성만 증가했다. 전반적 인지능력이 현저히 저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위기와 정치위기, 경제위기가 몰아치고 있다. 커다란 위기상황인 것이다.


2. 과학이 변해야 한다.

 뉴턴에게 물질과 운동하는 우주는 질서 정연하고 계산할 수 있으며 자발성이나 예측 불가능성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즉, 질적인 세계가 아닌 계산하고 측정할 수 있는 양적 세계였다. 수학은 세상을 이해하고 착취하는 과학이 디었고 뉴턴은 계몽주의 시대를 수학화했다. 뉴턴의 운동에서 시간은 가역적이었다. 시간은 의미가 없어서 그가 만든 이 탈시간적 도식은 경제활동의 모델링 도구가 되어 경제학을 현실과 동떨어지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근대 과학적 방법론은 몇 가지 함의와 공통 방법론을 갖게 되었다. 우선 체계적 ㅣ실험과 귀납 연역적 추론, 가설 및 이론의 형성 실험이다. 다음은 지식이나 예측, 통제의 목표와 객관성, 재현성, 단순성, 과거의 성공등 모두에게 알려진 일련의 최우선적 가치와 정당성의 동반이다. 그리고 방법론으론 전체 집합을 이해하기 위해 종종 단일 현상을 분리하고 구성요소와 부분의 작용을 관찰하여 이론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었으며 이 과정에서 과학자가 편견이 없다고 가정하였다. 하지만 실제 세계는 전체에서 분리될 수 없으며 지구 자체와 지구상의 거의 모든 물질이 완벽한 폐쇄적 체계가 아니기에 부분을 완전히 분리 될수 없다. 또한 과학자 역시 편견을 갖고 과학 연구에 임하며 이 과정에서 지원을 받는 단체에 의해 이득을 취하고 그들을 위해 연구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때문에 과학은 다음처럼 바뀌어야 한다.

 우선 자연을 정보와 에너지의 교환을 통한 자신의 구조적 형상을 조직화할수 있는 개방적이고 역동적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 자연은 새로운 상황과 패턴, 환경, 상태에 맞춰 스스로를 변모시키고 적응한다. 그래서 과학은 향후 부분의 특성에서 시스템 전반의 속성으로, 대상에서 관계로, 폐쇄적 시스템에서 개방적 시스템으로, 복잡성의 측정에서 포착 및 평가로, 관찰에서 개입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불가능한 예측을 버리고 기대와 적응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3. 기업도 변해야 한다.

 인간은 문명을 발전시키며 매번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 인프라 패러다임의 변혁은 사회집단의 존립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세 가지 구성요소의 결합을 수반하는데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과 에너지와 동력의 새로운 원천, 새로운 물류 운송 방식이다. 그리고 우린 두 번의 인프라 변혁을 경험하고 세 번째 인프라 변혁을 실시하고 있다.

 1.2번째 인프라 변혁은 1.2차 산업혁명이다. 이중 2차 산업혁명은 주로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것으로 중단없는 운영을 위해 돈과 시간, 인력의 광범위한 지정학적 군사적 투입이 필요했다. 1.2차 산업혁명의 인프라는 중앙 집중형 설계였는데 상의하달 피라미드 식으로 작동하고 지적, 물리적 재산권이 계층별로 사유화되는 경우에 최상의 효율성을 보였다. 이런 중앙집중 인프라는 투자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기 위한 수직적 통합이 요구되었고 그에 따라 자원과 생산수단을 선점한 소수가 신흥 시장을 장악하고 각 산업의 전체 및 부분을 지배했다. 철도, 전신, 전화, 송전, 송유, 자동차 산업등이 이 시기의 것으로 그 개발과 배치, 운영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여 정부 및 일부 가문도 자체 운영이 불가능했기에 주식회사 및 금융자본, 초기 자본가 계급이 발달하게 된다. 

 1.2차 산업혁명의 인프라는 기업이 주주들에게 계속 증가하는 이익을 줄 수 있또록 효율성을 최적화하였다. 또한 사실상 제로섬 게임으로 다수보다는 소수가 더 많이 보상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3차 산업혁명은 다르다.

 3차는 인프라가 중앙집중이 아닌 분산형으로 설계된다. 이것을 사유화를 피해 개방적으로 투명하게 유지될 때, 그리고 네트워크 효과를 개방적으로 투명하게 유지할 때 가장 잘 작동한다.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더 많은 사회적 자본을 축적된다. 3차 산업의 인프라는 플랫폼에 대한 중앙집중형 명령과 제어를 어렵게 하는 버전으로 계속 자체 진화한다. 데이터의 수집과 저장, 분석과 알고리즘의 관리를 수직적으로 통합된 거대 글로벌 기업에서 지구 곳곳에 분산된 첨단 기술 중소기업으로 옮기는 수평적 공간이동이 강제진행된다. 

 현재 자본주의의 버팀목은 시장 교환가치다. 고전 경제학자들은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력을 물건의 가치와 분리시켰는데 그래서 최적의 시장은 한계비용으로 판매하는 것이 된다. 시장엔 다운 타임이 존재한다. 이는 거래 시간 외에도 판매자가 재고, 임대료, 세금, 급여, 기타간접비를 처리해야 하는 것으로 판매자는 여기에 마케팅, 광고, 구매권유도 해야한다. 이 모든 것을 비용으로 시장 교환에서 더 많은 시간과 비용 추가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한계비용이 증가하는데 디지털시대는 이 한계비용을 거의 0으로 수렴시킨다. 

 상업활동은 시장의 시작-중지의 거래에서 네트워크의 지속적 흐름으로 바뀐다. 네트워크엔 다운 타임이 필요치 않다.경제는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시장의 판매자와 구매자에서 네트워크의 공급자와 사용자로 전환된다. 한계 비용은 이 과정에서 디지털 상호연결로 더 낮아지며 네트워크의 지속적인 서비스 공급과 트래픽의 종단없는 흐름으로 한계비용이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지식공유에서 에너지 공유, 차량 공유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제활동이 잠재적으로 서비스가 된다. 서비스 제공자는 일반적으로 자산을 소유하기에 과거와 다르게 수명이 긴 고품질의 물건을 제공하게 된다 그리고 시스템은 과거처럼 효율성이 아닌 회복력을 강화할 대리 기능성을 갖춘 공급망과 물류배치에 관심을 두게 된다. 

 결국 3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다음과 같은 경제적 변화가 일어난다. 소유에서 접근으로, 판매구매자 시장에서 공급자 사용자 네트워크로, 제로섬에서 네트워크 효과로, 성장에서 번영으로, 금융자본에서 자연자본으로,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선형 프로세스에서 인공지능 프로세스로, 부정적 외부효과에서 순환성으로, 수직통합형경제에서 수평통합형경제로, 중앙집중형 가치사슬에서 분산형 가치사슬로, GDP에서 QLI로, 세계화에서 세방화로, 글로벌 대기업에서 유동적 네트워크에 블록체인으로 결합한 민첩한 첨단 중소기업으로, 지정학에서 생물권 정치로다. 


4. 다양성, 적응성, 회복력의 시대로

 2008 경제위기, 코로나 팬데믹, 미중갈등,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인류는 효율성에만 집중한 사회의 대가를 치뤘다. 비용만을 생각한 글로벌 공급망으로 인해 여타 선진국에서는 웬만한 제품하나 생산할 능력을 이미 잃고 있었으며 여러 환경문제와 정치문제, 국제문제에 대해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효율성을 버리고 다양성과 적응성을 기반으로 하는 회복력 시대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당면한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은 매우 회복력이 강한 종이다. 과학계에서는 초기엔 인간이 홍적세에 이미 완성되었고 거의 진화하지 않았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하지만 이후 인간은 긴 환경 변화를 거치고, 스스로 만든 문명과 공진화하며 상당 부분 또 다시 진화했고 뛰어난 적응성을 기반으로 한 회복력을 보인 존재다. 즉, 회복력은 인간 종의 주요 특성인 것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발전된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시대다. 디지털 시대에는 인간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인 자유의 개념이 변호하게 된다. 본래 자유는 서구에서 인클로져 운동으로 경작지에서 쫓겨난 수백만 농노에게 강제로 주어진게 시초다. 그들은 노동력을 도시의 일터와 공장에 제공할 수 밖에 없었고 그 대가로 보상과 자유계약이 허용되며 자유로운 산업노동자가 되었다. 하지만 당시 그들에게 그 자유는 강제로 주어진, 기존 질서와 정체성을 흔드는 혼란스러운 타율적인 것이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새롭게 해야하는 부담을 가졌기에 초기의 자유는 부정적 자유일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이 자유는 배타적 권리와 자급 자족의 원리, 타인에게 예속되지 않은 섬 같은 개인을 양성하는 자유였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자유는 자율성과 배타성이 아닌 접근성과 포용성을 기반으로 한다. 디지털 세대는 확산중인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는 접근성으로 자유를 판단하며 그들에게 포용성은 수평성의 확장이자 성별, 인종, 성적 지향, 심지어 살아 있는 다른 생명체들과의 제휴가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자유는 모든 구성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자유이며 전 세계적 디지털 공유자산으로 축적하는 사회적 자본을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접근성과 포용성은 향후 새로운 정치의 기반은 동료시민정치의 근간이 된다. 

 앞으로 회복력 시대의 정치는 하향화하여 거주하는 생태지역과 최대한 밀접한 수준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 이는 시민 사회와 대의 정부 사이에서 중개자 구실을 하는 분산형 동료 시민 거버넌스다. 

 인간은 공감하는 동물이다. 인간의 공감 능력은 인간 인프라가 새로 개발되어 구축되고 전개될 때 마다 그 범위를 확장하여 왔다. 수렵 채집 사회에서는 정령 숭배의식이 공감의 기반이었고, 수자원 농경 제국 시대에는 신학적 의식이, 그리고 산업시대에는 그것을 넘어선 국가, 이념 등의 이데올로기가 그 역할을 했다. 공감의 확장은 인프라의 확대로 인류의 시공간적 연결성이 확대되면서 같이 확장하였다. 그리고 회복력 시대의 공감은 생명애 의식이 된다. 

 생명애 의식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선 교육의 변화가 중요하다. 생명애 의식은 인간에겐 어느 정도 본능적인 것으로 유아와 미취학 시기에 강하게 나타나다 전통 교육에 편입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된다. 생명에 의식은 근복적으로 관계성에 대한 애착이다. 때문에 어릴 적부터 보호자와의 애착 관계, 그리고 사회 안전망 확보를 통해 불안을 제거하고 커다란 사회 역시 애착관계를 사회 구성원 개개인과 형성해야 한다. 아이들은 자연과 밀접한 숲속 학교를 다니는게 좋다 . 숲은 자연에의 애착을 형성하게 한다. 생명애 의식은 공감에 기반하긴 하나 감정적인 접근만은 좋지 않을 수 있다. 공감은 단순한 감정 느낌이라기 보다는 존재의 본질과 그것과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사고를 체계화한 인지 경험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공감 신경 회로는 자신을 초월하고 삶을 경험하며 그것을 활용해 연결을 생성하고 주변의 세상에 적응하도록 끊임없이 자극을 보낸다. 우린 이런 적응성이 있기에 회복력 시대를 열수 있으며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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