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 따비 음식학 1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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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수는 5100만 수준이다. 그런데 좀 오래전인 2013년 한국에서 키우는 닭의 숫자는 무려 8억마리에 달했다. 그것도 산란닭은 뺀 육계만 그렇다. 그러면 일인당 연간 16마리 정도의 육계를 먹은 격이니 1인1닭이라는 표현도 그리 과하지 않은 셈이 된다. 물론 이건 극히 최근의 일이다. 고기가 없던 한국인에게 알을 낳는 닭은 그리 함부로 먹을 수 없는 존재였고, 중장년층의 한국인의 기억속에도 통닭은 아버지가 월급+보너스가 두둑하거나 승진이라도 하셔야 노란 크래프트지에 담아 오시던  특별한 음식으로 뇌리에 잡혀있다. 

 닭을 조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물에 끓이는 백숙이나 삼계탕이 있고, 구운 로스트치킨, 그리고 기름에 푹 담가 튀긴 치킨이 있다. 이중 한국인에게 닭은 단연 치킨이다. 한국만큼 인구대비 치킨집이 많고 일인 일닭 하는 나라가 있을까 싶다. 하여튼 이런 조리방식 때문에 치킨은 사실 귀한 음식이다. 기름에 폭담가 튀기니 기름이 많아야하고, 당연히 본재료인 닭도 많아야하고, 튀김옷인 밀가루도 풍부해야한다. 이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진게 1970-80년대다. 양계산업이 본격화 및 기업화했고, 밀가루도 많아지고 미국산 대두를 활용한 기업의 콩기름 생산도 가능해졌다. 


1. 치킨의 역사

 사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치킨이라 할 만한 것은 1960-1970년대 인기 있던 전기통닭구이였다. 한국인에게 최초로 기름진 닭맛을 느끼게 해준 것인데 당시 인기를 잠시 누리다가 본격 기름맛을 앞세운 후라이드 치킨에 곧 자리를 내준다. 전기통닭구이는 굽는데도 2-3시간이 걸리고 살이 퍽퍽해 여러모로 후라이드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최초의 후라이드 1세대는 엠보치킨이다. 닭이 아주 작고, 한방 염지나 야채염재를 한 후 물반죽이 아닌 건조한 파우더를 표면에 묻혀 튀긴다. 튀김기는 압력튀김기를 썼으며 조리시간이 짧고 수분이 보존되어 겉바 속촉이 가능했다. 보드람치킨, 치킨뱅이, 둘둘치킨, 그리고 한국 최초의 치킨 프랜차이즈인 엠보치킨이 바로 엠보치킨집들이다. 보통 치킨은 브로일러 종을 쓰지만 엠보치킨은 주로 다리가 긴 백세미를 쓴다. 잘기지 않고 부드러운 맛을 자랑하며 비린내 제거 이상의 풍미로 초기 인기를 끌었다.

 2세대 치킨은 민무늬 치킨이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치킨이라 할 수 있는데 시장통닭을 생각하면 된다. 물반죽한 반죽을 치킨에 묻힌 후 바로 튀겨내며 조각을 많이 내고 물반죽을 많이 하여 먹는 양자체를 늘린게 특징이다. 민무늬 치킨이 대중화했을때 양념치킨도 등장했는데 둘은 죽이 잘 맞았다. 지금의 대세인 크리스피 치킨은 컬 사이사이 양념을 바르는게 힘들어 양념이 많이 드는데 비해 민무늬 치킨은 표면이 매끄러워 양념을 묻히기에 가장 좋다. 그리고 엠보치킨은 특유의 염지향이 양념과 충돌했다. 

 3세대 치킨은 크리스피 치킨이다. KFC의 크리스피가 우리나라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퍼지며 대중화했다. 튀김옷의 컬이 중요하고, 큰 튀김옷은 만족스러운 식감에 닭을 커보이게 까지해서 인기가 좋다. 크리스피는 염지닭에 튀김가루를 묻히고 거기에 코팅 효과를 주기 위해 물반죽 코팅에 담갔다가 다시 튀김가루에 묻혀 튀기는 방식으로 만든다. 복잡한 공정때문에 1,2세대 치킨에 비해 큰 주방시설이 필요하다. 작은 통에서 튀김옷을 묻히면 서로 눌려서 컬이 사라지기에 큰 반죽 통이 필요하고, 튀길때도 컬이 잘 떨어져 기름이 잘 타기에 튀김기도 커야했다. 크리시피는 큰 튀김옷으로 치킨을 크게 하기에 닭 자체를 작게했다. 이는 윈윈이었는데 사육업계에선 사육시간과 회전수가 늘어 자본회전율이 증가했기 때문이고 기름도 많이 필요해 기름업계도 좋기 때문이다. 


2. 치킨을 만드는 방법과 그 가격

 우리가 먹는 치킨은 모두 염지를 한다. 염지는 소금과 후추를 넘어선 향이 증진된 가루를 묻히는 가정으로 닭의 근육 조직을 끊어내 닭살을 촉촉하게 하는 과정도 포함한다. 치킨대학이나 치킨 학원등에서 사람들은 치킨을 튀기고, 소스에 버무리고 ,담는 일은 얼마든지 배울 수 있지만 치킨 맛을 좌우하는 이 염지와 양념소스를 만드는 비법은 절대 배울 수없다. 이를 얻는 방법은 가맹점이 되어 프랜차이즈 본사의 노예가되어 염지가 된 닭과 소스를 받거나 성공적인 개인 창업점으로부터 수백에서 수천의 로열티를 내고 받는방법 뿐이다. 치킨에서 염지와 튀김 옷의 재료인 파우더, 소스는 매우 중요하다. 이는 치킨이 닭맛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실제 치킨을 먹으면서 튀김옷의 바삭함과 소스맛을 평가하지 닭고기 자체의 맛엔 신경쓰지 않는다. 냉동닭이거나 브라질, 미국산인지 정도를 확인하는 수준이다. 

 흔한 마트에서 우리는 생닭을 3-4천원에 구매한다. 그래서 우린 치킨 값이 무척 비싸다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장사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저 재료의 원가만 생각한다. 하지만 치킨집에서 자신의 염지를 하는 기술이 없는 한 염지된 닭을 받게 되는데 염지닭은 2014년 기준으로 4-5천원이다. 천원이상 더 붙는 것이다. 거기에 닭을 튀기는데 필요한 식용유가 한마리당 천원정도이고 튀김옷인 파우더 비용인 마리당 오백에서 팔백원, 그리고 배달용 박스가 4백원, 치킨무도 4백원, 소스가 100원, 박스 바닥에 까는 유산지가 10원이 든다. 그리고 서비스 음료수와 매장월세와 운영비, 인건비등은 별도다. 이 모든걸 감안한담녀 치킨 가격은 당연이 만오천이상에서 이만냥에 육박하게 된다. 

 또한 매장영업만 하는 치킨집은 업식에 여기에 배달비가 추가된다. 과거 배달서비스가 발달하기전엔 매장마다 배달알바를 사용했고, 이들의 성실함과 성향여부가 치킨집의 경영에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당시 흔히 비눈이 오면 치킨 주문이 늘어 사장들은 좋아했을 것 같지만 한편으론 배달알바가 사고라도 날까 노심초사했다한다. 최근엔 배달대행서비스가 많아졌다. 그래서 매장마다 위험부담을 않고 거액을 내며 전용알바를 쓰기보다는 일정 가입비를 내고 건당 배달수수료를 내는 형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도 문제가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배달알바가 가게에 직접 고용되는 형태가 아니다보니 가게에 충성심이 없으며 장사를 하는 가게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게 된것이다. 때문에 배달알바가 배달과정에서 불친절한 경우가 많고, 라이더들 역시 여러건을 뭉쳐서 한방에 배달하는게 편하기에 치킨이 눅눅해지거나 식어 배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지도 저러리조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달업에는 13-16%수수료를 받는다. 2014기준이니 독과점이 더욱 심해진 지금은 더할 것이다. 


3.치킨 영업과 광고

 양념치킨이 처음 등장하고 치킨 프랜차이즈가 대중화한 90년대에는 개그맨을 동원한 치킨 광고가 인기가 많았다. 중년층은 아직도 최양락이 부른 페리카나 로고송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광고 모델이 개그맨에서 유명스타로 전환되었다. 굽네치킨은 기름기 많은 후라이드와 대비해 건강하고 기름기 적은 로스트치킨의 이미지를 소녀시대를 이용하여 구축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최근엔 모든 방송매체에 PPL이 많다. 2010년 5월부터 허용된 PPL은 규정상 방송시간의 5%이내, 브랜드는 30초이내, 한번에 화면 크기의 1/4를 넘을 수 없다. 처음엔 제품자체를 등장시키는 방향이었지만 이제는 드라마나 영화를 후원해 주인공이 그 기업의 알바나 경영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치킨 업계는 맛보다는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하기에 드라마에 대한 치킨 업체의 후원은 뜨겁다. 

 치킨은 맥주와 함께하는 술안주이지 가족끼리 함께 먹는 행사음식 성격이 많다. 때문에 스포츠와 연관이 깊다. 2002월드컵의 대성공은 치킨 업계의 호황을 불러왔다. 하지만 가끔 있는 국제행사에 의존하는 축구보다는 항시 국내리그가 인기 좋은 야구가 치킨 업계와 관련이 깊다. 야구는 사실 치맥에 매우 적합한 스포츠다. 국내리그의 운영시간이 퇴근한 직장인은 야구장에 직관해서 경기를 관람하며 끼니와 음주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으로 치맥을 택하기 딱 좋다. 거기에 치킨은 혼자 먹기엔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야구의 경기시간은 3-4시간에 달해 딱 좋다. 그래서 치킨 업계는 다른 스포츠보다 국내프로야구에 공을 들인다. 많은 간판 광고는 물론 스폰서도 한다. 3월은 설 이후이고 신학기의 시작이라 가계소비가 많아 외식이 줄어드는데 3월말 개막하는 프로야구가 치킨 업계를 되살려준다. 이러니 좋아할 수 밖에. 


4. 양념통닭과 치맥

 사실 치킨의 본고장은 당연히 미국이다. 다른 나라는 당연히 KFC나 파파이스등이 치킨 시장을 주름잡는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KFC나 파파이스는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인데 이는 양념통닭의 등장과도 관련한다. 한국인은 유독 느끼함을 잘 못참는다. 조금만 느끼하면 김치를 찾곤하는데 그래서 라면엔 김치가, 치킨엔 치킨무가, 파스타와 피자엔 피클이, 고기엔 쌈장과 파채가 빠지지 않는다. 양념통닭은 바로 이 느끼함을 잡은 치킨이다. 원조는 찾기가 어려운데 일단 공통적으로 고추장과 물엿이 기본이다. 고추장이 양념통닭 소스의 주성분란 생각이 들지만 사실 소스의 40%이상이 물엿이다. 물엿은 전분으로 만드는 것으로 음식에 점성과, 촉측함, 단맛을 제공하는 마법의 성분이다. 

 KFC나 파파이스는 제법 잘나가다 IMF를 기점으로 밀리기 시작했는데 당시 대량실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개인 치킨집을 차려 시장을 빼앗겼고, 양념통닭에서 시작한 다양한 소스이 한국 치킨메뉴를 따라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치킨과 이미 일심동체인 맥주를 매장내에서 팔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맥주와 치킨은 이미 치맥이란 합성어로 하나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치킨과 맥주는 원래 궁합이 안맞는 음식이다. 기름지고 뜨거운 치킨과 차가운 맥주는 소화불량이나 설사의 원인, 심지어 통풍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맥주의 차가움과 탄산은 치킨의 기름맛을 해소하고 갈증을 해결해준다. 둘이 하나가 되는 이유다. 


5. 육계의 기업화와 문제점들

 미국의 원조로 주한미군의 국내달걀 구입 결정으로 자본과 구입처가 결정되자 국내 육계업계가 본격 기업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60년 사육 닭의 수는 1200만 마리에 달했고, 70년엔 2400만 마리 98년엔 4억마리 2013년엔 8억마리에 달했다. 닭은 외식업에 매우 적합했는데 닭의 사육주기가 매우 짧아 회전율이 좋기 때문이다. 

 미국산 콩과 옥수수, 그리고 밀가루는 국내 치킨 업계와 육계업계의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언급한 것처럼 치킨엔 값싸고 풍부한 기름과 싼 가격의 닭이 필요한데 콩과 옥수수가 그걸 해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쓰는 콩기름은 대개 미국산 대두를 사용한다. 콩은 우리가 두부를 만들어먹는 것처럼 사실 단백질이 많다. 기름은 고작 20%에 불과해 기름용으론 여의치 않은데도 그럼에도 콩기름은 넘쳐난다. 이는 기름을 짜낸 콩이 사료로 매우 적합하기 때문인데 기름기가 없는 단백질 위주의 콩은 소화효율이 높아져 동물사료로 훌륭하다. 이렇기에 적은 기름에도 콩기름을 짜내는 것이다. 최근엔 이 역할을 옥수수가 대신한다. 사료도 옥수수로 만들어지고 기름도 옥수수다. 콩으로 만든 치킨에서 옥수수로 만든 치킨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육계시장은 1등기업인 하림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되어 있다. 수직계열화는 본수가 종계장을 통해 농가에 병아리를 공급하고 사료 공장은 운영해 사료도 판매하며 약품, 기자재, 사육지도의 모든 것을 맡는 것이다. 그렇기에 튀기는 기술 이외엔 광고, 소스, 염지닭은 모두 의존하기에 본사의 노예가 된는 가맹점 사장처럼 양계장 사장도 육계기업의 노예가 된다. 이 기업은 위의 요소말고도 가공공장과 대규모 도계장이 있고 심지어 프랜차이즈도 소유한다. 특히 하림은 병아리당 고작 400원의 사육수당을 주는데 이는 닭을 키우는 기간이 35일에 불과함에도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하지만 하림은 자본을 집중하여 출하사이클을 조절해 다른 기업에 비해 병아리의 사육과 출하를 1번 더 할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를 통해 양계장을 유혹하고 자신들의 이윤을 더욱 창출한다. 거기에 항상 자금에 쪼달리는 양계장에 15일마다 결제를 통해 현금유혹을 한다. 이렇기에 다수의 양계장은 하림과 거래하게 된다. 더욱 노예의 길로 빠져듬에도 말이다. 


 이 책은 보며 그동안 수백마리는 먹었을 치킨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얇고 가벼워보이는데도 알찬 지식으로 가득찼다. 좀 알고 먹어야 할 것이 아닌가. 책은 2014년 책으로 시류에 떨어진 부분도 있지만 아직도 유효하다. 그래서 10쇄를 찍거 계속 나오는거 아니겠는가? 저자가 책을 지금 다시쓴다면 아마 수직계열화와 프랜차이즈의 횡포로 인한 을들의 수난, 그리고 배달대행업체와 배달앱 운영업체의 갑질에 대해서 더 쓰지 않았을까 싶다. 하여튼 재미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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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0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20-09-10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년책이 아직도 있어 찾아보니 10쇄더군요 대단합니다

2020-09-10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막시무스 2020-09-10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녁에 치맥하면서 치킨의 역사를 되새겨봐야 할것 같아요!
즐건 저녁되십시요!ㅎ

닷슈 2020-09-10 19:30   좋아요 0 | URL
네 즐거운 치맥하시길
 
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 저출산,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는 미래 세대를 위한 처방전
우치다 타츠루 외 지음, 김영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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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주요 선진국중 앞으로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앞으로 7천만이나 늘어날 예정인데 공교롭게 앞으로 사라질 일본과 한국의 인구수를 합친 것과 거의 엇비슷하다.감소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주요 선진국들은 인구감소는 수치상 기정사실이다. 인구의 감소는 국민경제규모의 감소를 의미하고 시장의 축소와 생산력의 감소를 의미하기에 각국은 위기감을 갖는다. 하지만 그게 꼭 나쁜 것일까? 인구가 감소한다면 개인은 훨씬 비경쟁적 사회에 놓인다. 앞세대가 죽어서 버리고 간 자원과 통화가 그의 것이고, 취직도 쉬우며, 부동산 가격도 쌀 것이다. 사회적 대접도 지금 같지는 않을 것이며 환경오염도 덜 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선진국의 이야기일 뿐이다. 전세계적으로는 아직 선진사회에 도달하지 못한 지역의 인구가 계속 늘어날 것이기에 세계인구는 100억을 돌파할 것이다. 책은 무려 2100년에 이르러야 세계인구가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이라고 보는데 선진국의 인구라도 줄어서 그정도 일것이다. 그 전에 지구가 인간을 견뎌낼지 모를일이다. 

 어쨌든 이 책은 인구감소를 옹호하는 책 같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인구감소를 막는 방법과 인구감소가 불러오는 사회변화에 주목한 책이다. 더구나 한명이 쓴 책이 아닌 여러분야의 사람이 인구감소를 주제로 자신의 전문분야와 관련에 썰을 풀어낸 책이라 일관성도 없다. 여러모로 기대와 다른 책인셈. 재밌는 저자의 글만 좀 뽑아봤다.

 공동 저자중 한명은(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미래 자본주의 사회가 두뇌자본주의 사회로 변모할거라 한다. 지금까지는 노동자의 수가 아무래도 전체 생산규모를 크게 하고 시장도 크게하기에 중요했는데 이젠 머릿수가 아닌 질적인 두뇌수준이 그 나라의 경제규모를 결정할 것이란 이야기다. 특히, 앞으로 모든걸 다할 수 있는 범용인공지능이 개발될 경우 이 범용목적기술을 활용해 먼저 생산활동의 급격한 변혁에 성공한 국가가 패권국가가 될거라 보았는데 매우 그럴듯하다. 앞으론 인구규모보단 4차산업혁명 기술을 성공적으로 도입해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기술 혁신이나 생산력 증가를 불러오는 나라가 세계패권국가가 될 것이다. 아직은 그 과도기라 세계기술패권국가인 미국과 저렴한 노동력을 가진 개발도상국만 경제가 성장하는 듯하다. 

 여기엔 나름 논리가 있는데 농업혁명시기엔 토지와 노동이 투입되어 생산활동이 이루어지고 그 산물이 농작물이었다. 토지가 정해져 있고 노동을 아무리 늘려도 그 결과 먹을 입도 늘기에 경제성장이 좀처럼 이루어지지 못했다. 산업혁명 시기가 되자 생산요소로 토지에, 기계, 그리고 노동이 추가된다. 기계는 노동이 늘어도 소모되지 않고 기계가 기계자체를 생산하기에 자본이 무한 증식이 가능했다. 처음엔 고성장이 가능하고 경쟁이 심화되고 기술적으로 무르익으면 지금처럼 2%수준으로 경제성장이 수렴한다. 그리고 이 시기에 기술을 가진 나라와 아닌 나라간에 대분기가 일어났다. 그리고 앞으로 올 시기엔 생산요소로 노동이 빠지고 인공지능과 로봇기계가 들어선다. 이들은 만든 생산품 자체가 투자요소가 되므로 산업혁명초기처럼 무한 성장이 가능하다. 제2차대분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사람은 제품개발이나 인공지능, 로봇관리, 경영관리의 역할만 하게 된다. 이렇기에 빨리 통일을 해야할 듯 하다. 북한과의 결합이 불러오는 주요 장점중 하나인 저렴한 노동력은 이런 사회가 올 경우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인상 깊은 글은 저출산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와 그에 걸맞는 윤리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이 사람은 한국일본 같은 유교전통사회와 프랑스, 스웨덴 같은 유럽 사회를 비교하는데 한국, 일본은 저출산 문제가 심화된 반면 프랑스, 스웨덴 같은 유럽의 저출산 국가들은 1.5이상의 출산률로 나름 선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보기에 양자의 차이는 혼인 관계에 대한 집착의 유무다. 동아시아 국가는 결혼제도를 중시하고 저출산 대책도 혼인한 부부에게 초점을 둔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의 경우 이미 혼외자녀가 50%이상에 가까울 정도로 높고 그만큼 혼인을 강요하거나 윤리적으로 여기지도 않으며 지원도 같은 수준으로 이루어진다. 즉, 한국과 일본 같은 나라가 출산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혼외자녀 같은 다양한 가족 구조를 인정하고 윤리적으로 옹호하며 지원도 같은 수준으로 이뤄져야한다는 것이다. 매우 그럴듯한 생각이다. 

 또 다른 인상 깊은 생각은 지방과 사람관계에 대한 생각이다. 자본주의는 무연고 사회로 돈만 있으면 사실 사회적 관계가 그렇게 필요치 않다. 이게 사람간의 단절을 불러왔는데 지방의 여러 1차산업종사자와 도시민들의 연결을 해보자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들은 건강에 좋지만 당연히 시장성은 없을 제대론 된 가격의 1차상품을 만들고 도시민들은 직접 가서 일을 돕기도 하고, 그것을 사먹으며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방을 살리자는 것이다. 이는 저출산 대책의 하나가 지방으로의 인구회귀라는 점에서 나온 생각이다. 지방엔 적절한 수준의 사회 인프라도 필요한데 주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어머니의 관심은 결국 육아지원과 교육수준, 의료, 문화시설인데 이를 지방에 갖추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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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9-01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에 백퍼 동의합니다.
닷슈님의 낮은 평점에 약간 불안하지만 제목만큼은 엄청 끌리는 책 입니다. ^^

닷슈 2020-09-02 00:20   좋아요 0 | URL
저도 제목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제목은 좋지만 내용은 좀 부족합니다. 다이제스터님 성에 차지 않을 것입니다. 비추입니다. 일본 학자들 책은 일본식 한자때문인지 아니면 스타일에 안맞는 건지 맘에 드는 경우가 이상하게 적네요.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 메이지 이후의 일본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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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작가는 47년 생으로 재일 교포다.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부모가 한국인이다. 대학의 교수로서 일본사회의 주류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출신이 철저히 변경인 재일 교포인 것이다. 재일한국인이나 조선인은 아직도 일본에서 외국인 등록증명서를 받는다. 거기엔 다양한 정보와 동시에 상륙허가와 재류기간이 써있는데 당연히 자이니치들은 국적만 한국이나 북한일뿐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라 앞으로도 살아갈 사람들이니 굳이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마치 일본에 잠시 들르는 외국인처럼 상륙기간과 재류기간을 표기한 외국인 등록증명서를 준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인 셈이다. 본인들도 억지인걸 아는지 물론 재류기간과 상륙기간에 별표시가 되어있기는 하다.

 자신들의 식민지 만행으로 생겨난 자이니치에게도 이런 대접을 하는 일본에 저자는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이 과연 약자인 국민과 변경인들에게 어떤 대우를 했을지 살펴볼 필요가 들었던 것 같다. 2차대전의 패전, 미나마타병, 미카와탄광폭발사건, 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 폭발등 이런 끔찍한 사건은 대체 왜 일본에서만 반복되는지도 저자의 주요의문이었다.

  역사가 보여주듯 메이지이후 150년간 일본의 역사는 떠오르는 역사였다. 아시아 최초로 산업화에 들어섰고, 그 힘으로 아시아의 많은 지역을 지배했다. 패전 후 몰락할 것만 같았지만 한국 특수로 다시 기사회생하여 60년대에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서 거의 50년간 그 자리를 유지했다. 그리고 쇠퇴의 기미가 역력하지만 여전히 3위의 경제대국이다. 그렇게 국운이 욱일승천하는 동안 그 나라를 위해 일하고 전쟁에 참여한 국민들, 그리고 특히 약자들은 어떠했을까? 그리고 국운을 올리는 것만이 제일 목적인 나라에서 뒤틀린 부분은 어떤 것이었을까?

 우선 일본은 교육부터 뒤틀려 있다. 패전 이후 68혁명을 통해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고자 현대사의 아픈 부분을 집중 교육하는 독일에 비해 일본은 전쟁이전의 메이지유신까지의 역사만 집중적으로 다룬다. 일본의 교육은 상당히 국가주의적이고 다양성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데 외세의 강한 힘과 영향으로 인해 교육의 주체성이 가장 담보되지 못했던 메이지 유신 초기와 패전 직후의 시대가 일본 교육이 가장 다양하고 교육적 자유가 보장되던 시기였다는게 아이러니다.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나라의 운영권을 되찾은 52년부터 일본의 권력층은 바로 교육 검토에 들어갔고, 1970년대부터는 일본의 교육이 권리만 강조하고 의무는 방기한다. 애국심이 부족하다는 등 과거로 급격히 회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후 점차 검정교과서의 기준과 절차가 엄격해지고 교사의 지도방침에 대한 점검도 강화되어등 일본의 교육은 우경화와 더불어 급속히 뒤틀린다.

 일본은 지진이나 해일, 화산등 자연재해가 그 어느나라보다도 많으면서도 이를 무시한 개발을 진행해왔다. 저자는 자연에 반한 이런 인간의 세공, 잔꾀 등이 지진의 운동에너지가 될 위치에너지를 키워다고 말한다. 즉, 지진으로 더 큰 피해가 될만한 인재로서의 잠재적 에너지를 더 키워단 셈이다. 지진해일이 많은 나라가 원전을 하는게 그런게 아니겠는가. 하여튼 저자는 재난이 날때 그 지역, 사회, 국가의 본성이 드러난다고 본다. 25년전 고베에 대지진이 일어났다. 지진이 일어나는 순간은 무척 짧지만 그 여파는 수십년을 간다. 일본정부는 붕괴한 해당지역에 집단 이전이나 토지정리, 부흥재개발 등으로 복구를 추진했는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지역민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런 복구방식에서 지역 커뮤니티의 재생이 방해되었고, 서로 연결되어 버티며 재기해야할 사람들이 유리화되었다. 때문에 해당지역의 가설주택과 공영주택에서는 한해 이재민 고독사가 천명 넘게 발생한다고 한다. 이런걸 복구라 말할 수 있을까.

 문제가 하도 많은 아베총리의 외할아버지도 기시 노부스케도 총리였고, 한국을 무시하는 일본 외무상 고노의 아버지는 아들과 다르게 일본의 가해행위를 인정한 고노담화를 한 그 고노였다. 이처럼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정치가 세습된다. 일본은 정치를 개혁한다는 명분으로 94년 정치개혁 4법을 통과시켰는데 명분과는 다르게 그 법은 자금의 운용과 인사발탁의 기능이 정당 지도부로 집중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때문에 각 지역 의원은 일본 국민이 아닌 정당의 지도자에 충성하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 법의 통과후 정치세습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는데 96년 이후 일본 총리10명중 8인이 무려 정치가 집안 출신이다. 중의원의 세습률은 25%를 넘어서가 집권당인 자민당은 경우가 더 심해 30%를 넘어선다. 2017년 11월엔 총리를 포함해 내각의원의 절반 이상이 세습의원으로 구성되었다고 하니 정도가 점점 심해진다 할수 있겠다. 정당지도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의 통과후 세습의원이 많아 진것은 정당이 가족 정치인들에게 선거에 유리한 지명도와 자금, 지원조직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본 정당은 정권을 얻어 국민의 민의를 반영하기 보단 관직임명권을 얻고 권력이 당 지도부에 집중되고, 각 의원들이 지역이나 국민의 생각보다는 정당지도부의 명령에 복종하는 형태가 된다. 제대로 튀틀린 셈이다. 

 변경민과 약자에게도 국가주의앞에 그저 도구일 뿐이다. 일본은 52년에 본토를 미국으로부터 찾았지만 오키나와를 찾는데는 그로부터 20년이 더걸렸다. 2차대전때 본토보다 먼저 공격당해 점령당한 오키나와는 당시 전인구의 1/4정도가 죽었다. 미군이 죽인 것보다 옥쇄당한 이들이 훨씬 많았을 것이다. 전후 주일미군의 대부분이 오키나와에 주둔한 것도 오키나와가 일본이면서도 일본이 아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이니도 그렇다. 그들은 비록 이등국민이긴 했지만 일본제국의 신민이었다. 그러다 패전하니 자동으로 외국인이 되어버렸다. 어째서 일본은 동화의사가 없으면서도 한국이나 북한으로의 귀순을 희망하지 못하거나 안한 이들에게 이중국적을 부여하지 않았을까? 농민도 약자이다. 일본은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쌀값안정은 도모하면서도 수입품과의 경쟁에서 이겨내기 위해 농민들에게 쌀생산 제한을 강요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농민간의 이합집산이 일어났고 자기들끼리 싸우게 만들었다. 후쿠시마에서 원전으로 재산과 터전을 잃은 사람들은 어째서 도쿄의 불을 밝히기 위해 자신들이 그런 꼴을 당해야 했는지를 묻는다. 이는 하시마탄광의 일본, 조선, 중국인 노동자들 그리고 사양화되던 탄광산업으로 인해 예산이 줄어 위험속에서 작업하다 희생된 미카와 탄광의 노동자들, 그리고 미나마타만의 어부들도 했던 말일 것이다. 

 이 책을 메이지 유신이후 상당히 많은 일본의 뒤틀린 역사와 현재, 희생된 사람들을 현장을 찾으며 기리고 성찰한다. 저자가 보기에 일본은 메이지 유신당시 화혼양재를 택했다. 과거 중국을 배우자는 화혼한재에서 한을 양으로 바꾼 것이다. 한국의 동도서기나 중국읜 양무운동과 괘가 같다. 이는 기존의 정신문명을 보존하면서 서구의 과학기술만을 따르자는 것인데 일본의 경우 두 나라와는 달리 성공하면서 오히려 동아시아의 전체주의적 사고에 서구문명기술만 발달한 기형아를 낳은 셈이 되고 말았다. 때문에 메이지유신의 성공부터 일본의 뒤틀림은 배태되었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정신문명의 변화까지 이어지지 않았기에 민주주의도, 문화주의도, 성찰과 반성도 없다. 더구나 최근 버블경제의 붕괴와 저출산 고령화, 지방의 쇠퇴, 감각적 충동의 해방, 국권과 민권의 분열, 국가와 자본의 유착, 도쿄로의 부와 인구의 쏠림, 미국만의 추동과 다른 나라의 무시, 계급 격차의 확대라는 문제가 전방위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문제는 오히려 과거로 회귀에 더욱 국가주의로 경도되고 그 수단인 국민의 순수성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치닫는다는게 저자의 해석이다. 

 재밌고, 한국에게도 공통되는 부분이 있어 상당히 반면교사가 되는 책이지만 많은 주제를 다루면서 상세하고 깊이 있는 서술이 좀 부족해 이해가 어려운 면이 있었다. 지금 책의 두배 볼륨으로 두껍게 서술했다면 더욱 나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거기에 일본학자이니 당연히 일본식 한자를 많이 썼는데 이 부분이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다. 여러모로 아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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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인생 - 저주가 아닌 선물
린다 그래튼.앤드루 스콧 지음, 안세민 옮김 / 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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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대에 주요 선진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104세까지 살 확률은 무려 50%에 달한다. 과학기술이 본격 발달한 19세기 중반부터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간의 수명은 매년 3개월씩 늘어났다. 수명이 상당히 길어진 지금 이 상승곡선은 그 기울기가 완만해졌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아직도 과거의 가파른 추세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100세 이야기는 그래서 가능하다. 물론 이후 인간의 수명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당연히 죽음을 맞이하는 생물학적 한계가 있는 몸이니 이 가파른 곡선이 지금처럼 영원히 유지되진 않을 것이다.

 20세기에 산업혁명이 완성되고 인간의 수명이 상당히 늘어나면서 교육과 직업활동, 은퇴라는 3단계의 삶이 완성되었다. 기업이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와 정부의 지원정책 및 사회구조 역시 이것에 맞추어졌는데 3단계의 완성으로 인해 기존엔 없던 계층인 일로부터 자유롭고 인생을 즐기고 고민하며 공부하는 청소년 층과 은퇴이후의 남은 여생은 연금으로 누리는 은퇴층이 탄생했다. 하지만 100세시대가 열리고 신자유주의의 등장과 4차산업혁명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이 단계는 깨어졌다. 과거 나이대에 맞는 사회단계가 있었지만 이게 상당부분 이미 깨어졌으며 그에 걸맞는 개인의 대비와 기업 및 정부의 대처가 필요해지는 지점이 다가오고 있다. 100년을 살면 개인에겐 무척 많은 시간이 생겨나는데 1주일이 168시간이니 70년이면 613,200시간을 살며 100세면 876,000시간을 산다. 무려 26만시간 정도가 더 생겨나는 셈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변화는 다음과 같다.

1. 70-80세까지 일을 해야 할 것이다

2. 새로운 직업과 기술이 나올 것이다.

3. 재정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4. 3단계가 아닌 다단계의 삶이 될 것이다.

5. 과도기(다음단계로 넘어가는 단계, 가령 직업을 새로 구하기 위해 공부하거나, 은퇴후 다른 직장을 고민하는 단계 등)를 보내는 것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6. 새로운 단계가 나타날 것이다.

7. 기분전환 보다는 재창조가 중요하다.

(여가 시간을 레저나 취미등으로 보내기보다는 새로운 단계로의 진입을 위해 자신의 지식과 기술, 인적네트워크등을 재구성하는 것이 재창조)

8. 밀집대형이 사라진다

(좀 요상한 표현인데 베이비붐세대처럼 같은 나이대의 세대가 같은 단계로 동시에 넘어가는 것, 과거 20세면 모두 대학에 가거나 취직하지만 앞으로의 미래엔 같은 나이데애 모두 다른 단계나 길로 같다는 뜻.)

9. 선택권이 중요해짐

10. 젊음을 오래 간직함

11. 일과 가정의 관계가 변화함

12. 세대간의 관계가 복잡해짐

13. 수많은 실험이 진행

14. 인사정책의 혼란

15. 정부의 과제가 많아짐.


 책에선 일단 개인의 대응을 살핀다. 100세시대를 대비해 개인은 자산을 마련해야 한다. 개인은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을 갖는데 유형자산은 수치로 표현되는 주택, 주식, 채권등 개인이 가진 경제적 자산이다. 반면 무형자산은 수치로 쉽게 표현하기 힘든 것으로 생산자산과 활력자산, 변형자산이 있다. 생산 자산은 개인이 가진 지식과 기술, 평판으로 기업을 운영하거나 고용되었을때 사회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개인의 자질로 주로 교육을 받을때나 일을 하고 있을 때 향상된다. 활력자산은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다. 변형자산은 자기인식, 다양한 네트워크 접근 능력,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적 태도 등으로 현 단계에서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헤쳐나갈수 있는 능력이다. 즉, 100세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산은 무형자산이 된다. 현재 대부분의 개인은 어느 정도의 생산자산과 활력자산을 갖는다. 문제는 생산자산은 대개 인생초기 교육과 직장에서 취득하는 것으로 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빠르게 가치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평소 여가 시간이나 인생초기 및 과도기를 이용하여 자신의 변형자산을 꾸준히 향상시켜야 한다. 그래야 100세시대에 여러단계로 넘어가며 인생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쉽지 않은 일이며 많은 정서적 신체적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평소 활력자산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다음은 유형자산이다. 책에서는 65세정도 은퇴한다면 100세까지 안정적 삶을 영위하려면 마지막 소득(아마도 가장 잘 벌때일 것이다.)의 50%정도가 필요하다 본다. 문제는 세대별로 이걸 모으는게 너무나도 다른데 71년생이라면 매년 소득의 17%를 98년생이라면 5%를 저축해야한다고 한다. 사실 50%는 주택을 보유한 것을 가정한 수치로 주택이 없어 월세를 내야한다면 70-80%까지 모아놔야 한다. 많은 사람이 50%를 충분한 수치로 여기지만 노년기엔 의료비가 급증할 수 있으며, 늦게 결혼한 경우는 자식, 아니면 손주의 대학학자금이나 결혼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 때문에 젋어서부터 금융에 관심을 갖고 상식을 갖고 투자하는 방법을 익힐 필요가 있으며 결혼을 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을 권장한다. 활력자산 측면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되며 둘이 있는 경우 혼자보다 유지비가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의외로 지금의 흐름과는 다소 다르게 결혼에 상당히 호의적이며 긍정적이다. 이런 효과외에도 결혼은 유리한 자산을 형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도 유효한 선택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집값이 많이 비싸지고 모일수록 경제적 효과가 높고 수명또한 길어져 미래엔 4대가 모여사는 대가족이 등장할 가능성도 점친다. 

 다음은 기업의 변화다. 산업화시대가 완성되며 기업은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고 연금 및 보험혜택을 제공해왔지만 신자유주의와 신기술의 대두로 이 같은 혜택은 이미 과거의 것이 되고 말았다. 책은 우선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기업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하는데 우선 무형자산과 유형자산의 균형에 대비해 입장을 재검토하고, 노동자의 과도기를 인정하고 그들의 변형 기술을 개발하고 보호하도록 지원하며, 경력 관리에 관한 관행과 절차를 기존 3단계가 아닌 다단계의 삶에 적용하고, 가정의 역할 변화에 대해 인식하고, 연령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어 고용 및 승진에 있어 연령차별을 없애고, 다양한 사회적 실험의 가치를 인식하라는 것이다. 당연한 것들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

 마지막은 정부로 정부의 정책 역시 기존의 3단계에 입각해 있으며 이로 인해 노년층에 복지 및 지원이 상당히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다단계의 삶에선 젋어서부터 과도기 및 취업난으로 지원이 필요하므로 지원을 다양한 연령과 상황에 맞춰 다변화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복지망을 확대해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과도기에 다양한 변형자산을 쌓을 수 있게 평생교육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책엔 제시하지 않았지만 이런 경우 가장 좋은 해결방안은 역시 기본소득으로 보인다. 저자가 왜 이런말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100세시대를 앞에두고 많은 우려와 걱정이 쏟아지지만 하나하나 대응책을 제시한 책은 처음이다. 전례가 없으니 쉽지 않은 일이가 우리 역시 앞세대의 삶을 보고 삶을 계획하는 만큼 대비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좋은 책이지만 비슷한 내용을 계속 중언부언 풀었는 서술이 좀 지루했다. 그래도 볼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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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 만든 세계사
함규진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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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관련 이야기에선 벽의 유용성을 설명한다. 자연세계에선 맹수나 다른 인간 적이 많다. 때문에 인간은 정주이전부터 벽을 만들었는데 벽은 인간의 인지적 심리적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탁트인 곳의 개방감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불안감도 많이 느낀다. 실제 사람은 탁트인 곳보다는 여러 방향이 막힌 곳이나 높은 곳을 선호하며 엘리베이터만 타면 벽쪽에 붙는다. 그리고 이건 사실 인간만의 성향도 아니다. 다른 동물역시 그러하다.

 이처럼 벽은 나를 또는 우리집단을 타자 혹은 외부집단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짓는 경계가 되기도 했다. 사람은 아직까지도 기본적으로 이런 목적으로 벽을 짓는다. 이 책은 이런 벽의 역사를 고대부터 현대까지 짚었는데 하나하나 재밌는 요소가 많았다. 흥미있는 몇개를 살펴본다. 


1. 방어하는 벽 테오도시우스 삼중성벽

출처 네이버 블로그


위 그림은 지금의 터키 이스탄불, 그리고 오래전 비잔틴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의 지도다. 이슬람 세력이 확장하며 도시는 무수한 침략을 받았는데 제국의 쇠퇴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적을 무찌른 철옹성이다. 테오도시우스 성벽은 3중인데 우선 제1장벽은 2m의 높이이고 앞에 20m 정도의 해자가 있다. 제1장벽 뒤에 10m 공간이 있고 높이 8m의 외성이 나타난다. 이 외성엔 망루가 있어 침투한 적에 화력을 집중한다. 외성 뒤에는 무려 20m 높이의 내성이 나타나는데 여기에도 망루가 있고 이 망루는 앞 외성 망루의 사이사이에 있다. 적입장에선 첩첩산중인 것이다. 

 이 3중성벽을 피한다면 위 지도처럼 바다밖에 없다. 아래 마르마라해는 워낙 물살이 거세고 폭풍우가 잦다. 이를 피해 상륙한다해도 삼중성벽만큼은 아니지만 성벽이 기다린다. 그나마 나은 곳이 위쪽 금각만이다. 여기를 방어하기 위해 비잔틴은 반대쪽 해안에 갈라타 요새를 만들고 만집입로에 강력한 쇄사슬을 설치한다. 또한 해안에도 역시 성벽이 있어 들어와도 역시 침투가 어렵다. 

 이런 콘스탄티노플도 결국 제국의 쇠락기에 무너지는데 상대는 오스만제국의 메흐메드2세였다. 그는 함대로 해안을 포위하고 포신 8m에 구경 75cm의 대포로 성벽을 무너뜨려간다. 하지만 성민들은 무너진 성벽을 목책과 진흙으로 재축하였고, 상황은 어려워지나 비잔틴의 구원을 끝끝내 외면한 기독교세력의 미지원, 그리고 기독교 세력의 지원을 기대하며 그들과 교세를 통합하자는 세력과 이를 반대하는 세력간의 내분, 마지막으로 갈라타 요새를 소유한 제노바에 대한 불신과 그럼에도 죽음을 다해 콘스탄티노플을 사수한 주스티나아니에 대한 불신이 패배를 좌초했다. 이런 많은 불안요소와 겨우 8천의 수비병으로 당대 최강의 군대를 오래도록 막아냈음은 테오도시우스 성벽의 방어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수 없다. 

 하지만 역사가들은 테오도시우스 성벽이 서구에선 사실상 방어수단으로서의 마지막 성벽으로 본다. 이후 화약이 발달하며 성벽을 한방에 날려보내는 작열탄이 등장하며 방어수단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2. 차별하는 방벽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방벽 

 유대인만 사는 지역을 의미하는 게토는 히틀러가 만든 것 같지만 사실 중세시대부터 연원을 찾을정도로 오래되었다. 2차대전 당시 폴란드에는 무려 40만의 유대인이 살고 있었는데 이 수는 독일 전체의 유대인 수를 상회할 정도로 많은 것이었다. 나치는 알려진 것과는 달리 처음부터 유대인을 학살할 생각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유대인이 유럽인이 아니고 유럽을 더럽히는 존재이니 다른 지역으로 추방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바르샤바 한복판에 거대 게토를 만들었는데 크기가 3.4km2였다. 그런데 유대인의 수가 무려 40만이니 1.46m2당 7명이 1명을 수용하는 격이었다. 즉, 한방크기에 7명이 들어가는 셈이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이니 초기부터 탈출시도가 많았고 이에 나치는 장벽을 세울 생각을 한다. 전쟁이 길어지며 식량배급이 열악해졌는데 유대인에 대한 식량배급은 독일인의 1/3수준이었다. 게토내에서도 소수의 부유한 유대인과 여유있는 중산층, 그리고 빈민층이 나뉘어 처우가 달라졌다. 부유층은 자신의 재산및 인맥을 동원해 식량을 얻어냈고 빈민층은 굶어죽었다. 장벽마다 약간의 틈이있어 빈민층의 어린 아이들이 바깥에 식량을 얻으러 나가곤 했는데 발각되면 독일군의 구타로 인해 죽곤했다. 

 바르샤바 게토의 상황은 겨울에 최악이었다. 물이 얼어 사람들은 배변을 바깥 공간에 버리게 되었고 이에 장티푸스등의 전염병이 창궐했다. 굶주림과 추위도 엄청났고 식량은 더욱 부족했다. 이런 열악한 상황으로 1942년 말이 되자 불과 수용 2년만에 40만 중 8만이 사망한다. 또한 전쟁이 길어지며 유대인의 이주 및 관리비용이 증가하자 나치는 마침내 이주를 시킨다는 거짓말로 이들을 기차에 태워 집단학살장으로 보낸다. 수용소의 열악한 상황에서 탈출한다는 생각에 게토를 관리하던 유대인인 유덴라트들을 동족을 기꺼이 기차로 실어날랐다. 게토에 남은 유대인들과 유덴라트들이 그 참상을 알아챘을때는 이미 30만이 죽은 상황이었다.

 이에 남은 바르샤뱌 게토 유대인이 소수의 폴란드인들과 봉기를 일으킨다. 하지만 워낙 소수였고, 연합군에 대한 지원요청도 묵살되었으며 내부에서도 좌파와 우파가 갈려 진압된다. 이 봉기로 남은 이중 1만3천이 죽고, 남은 이들중 3만은 가스실로 향한다. 이 지옥에서 굶어죽지 않고, 가스실로 가지 않고, 봉기에서도 살아남은 이는 매우 소수였다. 


3. 갈라놓은 장벽 휴전선

 휴전협상은 전후 1년인 1951년에 시작된다. 양측의 입장이 달랐는데 UN군은 현 시점영토로의 휴전을 북한군은 전쟁이전 38선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면서도 개성지역을 요청하는 형태였다. 협상은 당연히 결렬되는데 38선으로 회귀하면 황해도의 옹진반도 남단은 북측이 언제든 차지할수 있는 형국이었고 동부의 알짜배기 지역인 철원, 양양, 속초가 북의 수중에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951년 UN군이 동부전선 양구지역을 점령하며 공산지역의 기가 꺽인다. 또한 휴전협상의 내용을 알게된 이승만정권과 한국군, 한국민이 분노하면서 시위가 일어났고, 이에 이승만이 반공포로를 일방적으로 풀어줌으로써 협상자체가 엎어지게 된다. 그 결과 미국은 이승만이 원하는대로 현재의 영토로 휴전할 것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다.

 휴전선은 대단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렇다할 경계없이 말뚝을 몇개 박아 놓은 게 처음이었다. 이 군사분계선에서 양측은 서로 2km씩 물러나 북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을 설정한다. 이 총 4km의 구간이 비무장지대가 되는데 서로를 못믿어서인지 그 안에 GP를 설치했고 밖에는 GOP를 설치한다. 또한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비무장지대의 기지에 군이 들어갈수 없으니 일본 자위대마냥 북은 민경대란 이름으로 무려 1만의 병력을 남은 민정경찰이란 이름으로 2천의 병력을 배치하는 촌극을 벌였다. 거기에 남한의 경우 미군사령관이 일방적으로 남방한계선에서 5-20km를 민간인 통제구역인 민통선으로 설정해버린다. 

 미군의 짓거리는 이게 끝이 아니다. 휴전회담엔 남한군 대표가 참여하지 못했는데 그래서인지 육상의 한계는 잘 구분짓고도 해상의 경계를 설정하지 못하는 실수가 벌어졌다. 당시 북한군에 이렇다할 해군이 없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이후 서로 해군이 생겨나며 UN에서는 뒤늦게 북방한계선 MLL을 해상에 선포하고 북에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이후 NLL은 당연히 남과 북사이에 갈등거리가 되었으며 남한에서는 북한적대로 먹고사는 세력의 주 안주감이 되고 만다. 


 책에는 다양한 장벽의 세계사가 등장한다. 만리장성도 하드리아누스 장벽, 오스트레일리아의 토끼장벽, 이스라엘의 장벽, 트럼프의 장벽등이 말이다. 과거 방어와 구분의 역할을 하던 장벽이 방어역할을 상실하며 차별의 장벽으로 넘어갔고, 이후 구분과 차별의 역할로 최근 넘어가는 분위기다. 트럼프의 멕시코 장벽, 유럽연합의 난민 장벽들이 그렇다. 장벽은 결국 스스로를 가두는 행위임을 깨달을 날이 와야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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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7-04 0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 색깔은 정말 단호하게 벽치는 느낌으로 잘 골랐네요...무슨 필터낀 줄 알고 한참 새로고침 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