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 Z (Z세대) -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로버타 카츠 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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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세대 혹은 포스트 밀레니얼은 글자처럼 200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를 칭한다. 이들은 인터넷이 등장한 1995년 이후 출생하여 이전 세대와는 달리 인터넷 이전의 세상, 즉 아날로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했다. 책 Z세대는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이들 세대를 연구한 책이다. 디지털 플랫폼와 인터넷 공간에서 이들이 사용한 언어와 심층면접으로 연구를 구성하였는데 그래서 좀 더 흥미롭다. 물론 영미권 연구이기에 한국의 Z와는 또 다른 측면도 많다.

 Z세대는 자신의 정체성과 소속을 말할 때 새로운 어휘를 사용한다. 이들은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개인의 행복과 자기돌봄을 중시한다. 또한 탈위계적이면서도 협력적 방식으로 사회를 운영하려고 한다. 이들의 경험은 상당히 역설적이고 모순적인데 과거 어느 세대보다도 디지털 도구의 등장으로 발언권(유튜브, 밈, 틱톡 등의 SNS)의 수단이 많으면서도 현실 세계에선 자신의 힘이 위축되었다고 느낀다는 점이며 실제로도 그렇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기 세대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그 해결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나 윗세대에게서 물려받은 문제들, 그러니까 기후위기, 폭력, 젠더문제, 인종차별, 정치체제의 실패와 부유해질 가능성의 낮아짐에 대해서는 심히 비관적이다. 

 Z세대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그들은 선명한 자기 정체성을 지니고 원치 않는 압박과 요구에 그 선명한 정체성을 이용해 자신을 규정한다. 이들은 개인의 정체성, 목적의식, 그리고 공동체 또는 그것을 지지하고 정교하게 만드는 공동체에 소속된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위계질서를 거부하고 평등과 협업을 바탕으로 목소리와 권력이 고르게 배분되는 수평적 리더쉽을 지향하고 확고한 가치관을 갖는다. 

 먼저 정체성을 살펴보다. 디지털 시대에 정체성은 개인의 여러 특성이 복잡 다단하게 얽힌 혼합물이자 신중한 탐색의 결과물이 된다. Z세대에게 정체성이란 거대한 사회집단 내에서 스스로 주장하고 개인적으로 형성해야 할 사회적 개념에 가깝다. 그래서 이들의 정체성은 고유하고 미세한 조각들로 구성되며 유연하고 심지어 교차적이다. 또한 형성과정에서 인터넷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의 정체성이 매우 복잡하고 유연하며 교차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것이 성정체성이다. Z세대의 성정체성은 매우 다양하다. 논바이어리(남성, 여성 정체화 거부), 시스젠더(태어난 성과 일치하는 성정체성), 트랜스(남성, 여성 어디도 아니며 심지어 논바이어리도 아님), 젠더 비순응자(젠더의 표현과 정체성이 남성, 여성, 양성을 오감), 젠더 플루이드(남성, 여성쪽으로 확실한 정체화가 아님, 양자를 오감), 젠더 퀴어(사회적 범주로서의 젠더를 부정)가 그런 것들이다. 물론 이것도 범주화 한 것이며 이것조차 오가는 경우도 있으며 실제 양상은 더 복잡다단하다. Z세대의 정체성 중 성이 유독 복잡한 것은 민족, 인종개념 등은 거의 주어지고 스스로 탐험할 여지가 적은 반면 성정체성은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인종과 민족 정체성의 이면과 다문화주의, 인종 간 관계,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을 존중하려는 욕구가 고도화하면서 이조차도 점점 미세하게 구분하고 있다. 또한 Z세대의 대부분은 종교를 거부한다. 그러나 이것을 정체성과 관련지어 받아들이면서 자신들의 유산, 문화나 민족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탐험할 만한 가지 정도는 있다고 본다. Z세대는 이처럼 남들과는 달리 매우 세분하여 자신의 정의하는 미립자 정체성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며 이 정체성은 남에게 진정성 있고 솔직하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디지털 기술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디지털 도구들이 개인의 어떤 삶은 디지털 플랫폼에 공개할지 신중하게 선택하게 하기 때문이다. 

 한편 디지털 기술 때문에 이들의 정체성은 도전 받기도 하는데 디지털 플랫폼에 자신의 정체성이 공개되고 진정성을 요구 받기에 이를 지켜나가고 실천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실제 정체성과 디지털 플랫폼의 다른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정체성이 다른 경우 양자의 경계선이 흐려져 진정성이 도전 받는 경우도 생겨난다. 

 Z세대 두 번째 특성은 조립식 소속감이다. Z세대는 안정성과 사회적 정착을 원하면서도 한 집단에 모든 정체성을 투사하거나 평생 한 집단에 메이지 않는다. 인터넷은 정체성의 경우처럼 자신이 속할 수 있는 집단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준다. 심지어 없다면 자신이 만들어 낼 수 도 있다. 모든 SNS 플랫폼들은 저마다의 거품방울 아래로 고유한 하위문화와 언어를 생성하여 여러 유형의 조립식 소속감을 갖는 작은 공동체를 형성해낸다. 

 Z세대는 조립식 소속감을 실천하며 새로운 사회 실험을 시작한다. 저마다 고유한 조합으로 구성되고 복수의 커뮤니티에 소속됨으로써 표출되는 이들의 정체성은 고유함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각자에게 다층적인 사회적 지지를 제공한다. 이들의 소속감은 본질적으로 유연하며 비공식적이고 담화적이다. 

 Z세대의 마지막 특성은 위계의 거부와 평등성이다. Z세대는 부모세대와는 다르게 기성세대, 전문가들과 교훈적 진리, 그 밖에 전통적 형태의 위계적 권위를 경계하고 불신한다. 위선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며 진정성에 집착하는 이 세대는 종교처럼 물려받은 가치와 관행의 상당수를 거부하거나 변형하여 수용한다. 그래서 전통적 제대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옅다. Z세대는 과거 제도에 의존하여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스스로의 힘으로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많으며 그래서 자급자족, 자기의존, 자기의지를 선호한다.

 Z세대는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그룹을 위해서 기꺼이 책임지려는 수평적이고 헌신적인 리더를 선호한다. 그들에게 리더는 더 잘난 사람이 아니라 남을 위해 헌신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며 리더십은 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다수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지시보다는 영향력을 행사하며 길을 안내하는 것이다. 

 이들은 협업을 매우 중시하는데 기존 세대는 위계 구조에서 시키는 대로 해왔기에 모든 것을 협업하려는 이들의 등장이 모든 사회조직에서 당황스럽다. 협업과 가벼운 리더쉽을 선호하는 경향을 이 세대의 지향성과 가치, 특히 개인 정체성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공동체, 공정에 대한 열망과 관련이 깊다. 협업을 지향하면서도 개인의 자율성도 함께 보장해주는 사회구조의 새로운 탄생이 어쩌면 Z세대의 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회학자들은 이들의 동료생산 방식이 새로운 사회 위계구조를 대체할 수 있을지 바라보고 있다. 

 Z세대는 이렇게 당차면서도 불안하고 의존적인 면도 있다. 우선 이들은 생각보다 부모세대의 이존한다. 경제적 위기로 인해 부모 세대는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 Z세대가 어려서 부터 프로젝트 관리자처럼 일상의 문제를 세심하게 계획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해 왔다. 이에 의존해온 이 세대는 이런 문제로 인해 경제적, 정신적 독립심이 생각보다 부족하다. 또한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정신건강문제가 좋지 않다. 수천수만가지의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관계의 가능성이 무한해 보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선택이 더 어렵고 여기서도 소속되지 못하면 더욱 큰 고립감과 외로움에 시달린다. 또한 이들은 급격한 사회변화와 포격, 갈등, 경제성장에 대한 불신, 정치불안정을 바라보며 자라났기에 정보 과부하와 스트레스성 뉴스에 시달렸다. 이들은 사회와 어른을 믿지 못하기에 이런 정서적인 문제해결은 자신(45%)과 또래집단(25%)에 상당히 의존한다.

 이처럼 Z세대는 많은 사회 문제를 양산하고 중첩시켜 악화시킨 이전 세대와 근본적으로 다르며 수평적 리더십과 협력, 민주시민성으로 이를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세대다. 하지만 의외로 취약한 면이 있으며 전통의 의지하지 않기에 정체성이나 소속감도 쉽게 흔들리기 쉽다. 이런 이들은 기성세대가 잘 이해하고 사회에 잘 안착시켜주는 것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 이들은 향후 100년을 살아가며 기후위기 문제, 미중갈등, 경제위기, 민주주의 실패, 정치갈등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마주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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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세계 - 미국의 100개 팩트로 보는 새로운 부의 질서와 기회
스콧 갤러웨이 지음, 이상미 옮김 / 리더스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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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두말할 것 없는 초 강대국이지만 강력한 위기에 봉착해있다. 물론 그들에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생 약소국으로 최강국인 모국 영국과의 독립 전쟁, 그리고 큰 희생을 감내한 내전인 남북전쟁, 세계 1차, 2차 대전이 큰 위기였다. 그 후 강력한 소련과의 냉전이 이어졌으나 미국은 이 모든 것을 극복해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예전과 다르게 안과 밖이 다 불안하다. 밖으로는 가까운 시일 내에 경제 규모면에서 미국을 능가할 것이 확실한 중국의 도전이 그리고 안으로는 중산층의 붕괴와 정치 갈등으로 인한 내부 분열이 자리한다. 

 책 '표류하는 세계'는 100가지 데이터로 이런 미국의 불안함을 표출한다. 처음엔 하나하나 지나치게 짧은 장으로 이뤄져 불만이 있었지만 읽을 수록 일관된 문제 의식과 책의 깊이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이런 문제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 사회 및 전 세계에도 상당 부분 투영할 수 있어 더욱 가치가 있다.

 저자가 보기에 미국이 2차 대전 이후에 최강국으로 자리할 수 있었던 것은 역동적인 경제에서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안정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후 미국은 매우 두터운 중산층을 형성했는데 이는 당시 사회 복지 수준이 우수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더 안전하고 후한 대접을 받았고, 국가는 이들을 강력하게 지원했다. 당시 최고세율은 무려 91%에 달했다. 공교육의 수준도 높아져 무려 수백 만의 가구가 번듯한 집 한 채와 자동차, 공교육을 받는 아이들, 지역사회의 공동체에 참여하여 높은 삶의 질을 누렸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성장률이 둔화되고 사회주의 진영이 붕괴하고 1981년 신자유주의자 레이건이 집권하며 방향이 바뀐다. 레이건의 대표 정책은 감세였다. 그가 취임한 1981년 최고한계세율은 70%였으나 그가 후임인 부시에게 배턴을 넘겼을 땐 무려 28%까지 줄어든 상태였다. 부의 재분배가 크게 약화한 것이다. 여기에 대규모 감세로 레이건 취임 당시 9300억 달러 였던 부채규모는 임기를 마칠 무렵엔 2조 7천억 달러로 불어나 있었다. 레이건 집권기엔 전쟁도 없었으니 그야말로 국가의 부를 그대로 민간 부유층에 넘길 꼴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중산층은 약해졌다. 1950년 비농업부분 노동자의 1/3이 노동조합 소속이었고, 당시만 해도 1천명이 넘는 파업 건수가 연간 424건데 달했다. 하지만 1988년이면 고작 40건으로 줄어든다. 권력이 노동에서 자본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래서 1973-2014년 사이 노동 생산성이 73%증가했음에도 임금은 9%증가에 그친다. 잉여분은 자본가에게로 넘어간 것이다. 부유층은 더욱 부자가 되었다. 상위 1%가 미국 주식의 50%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위 80%는 고작 13%를 갖고 있다.

 부유층의 힘은 더욱 강해지고 있는데 1965년 최고 경영자와 노동자의 임금 비는 21:1이었으나 2020년엔 351:1로 벌어졌다. 최근 기술 기업의 창업자들은 해당 기업에 대한 강한 통제력을 갖는다. 그 방법은 차등의결권 구조에 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자가 자신의 기업을 상장 시킬 때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특정 주식에 2표 이상의 의결권을 주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그는 회사운영의 통제권과 외부 주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현재 미국 기술 기업의 46%가 차등의결권구조로 기업을 상장한다. 

 미국의 기술 기업들 역시 강해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년간 로비 비용을 11배나 급증시켰다. 2000년 기업의 로비 비용은 700만 달러였으나 2020년엔 8000만 달러가 되었다. 우버나 리프트 같은 회사들은 미국의 노동자들을 독립 계약자로 분류하는 법안인 주민 발의안 22의 홍보에 2억달러를 썼다. 

 반면 사람들은 가난해지고 분열하고 분노하고 있다. 미국의 최저임금은 2021년 8.5달러 정도다. 노동생산성과 비슷하게 임금이 상승되었다면 현재 최저임금은 22달러가 적당하다. 미국에서 주거비와 기본생활비의 충당을 위해서는 최소 15달러 정도의 최저임금이 필요하다. 이 정도가 되면 전체 노동력의 21%인 3200만의 근로소득이 증가해 370만명의 빈곤 탈출이 가능해진다. 노동자가 높은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고학력이 필요한데 미국의 학자금은 지난 30년간 169%증가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에 빠져들고 있다. 2010년 사람들은 깨어있는 시간의 3%만을 휴대폰 사용에 썼지만 지금은 무려 33%를 사용한다. 이런 인간의 사용시간은 그대로 기술 기업의 수익이 된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광고가 수익의 80%이며 메타는 98%다. 그런데 우리가 시간을 들여 보는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쓸모 없기 그지 없다. 사용자가 보기에 거북함을 느끼는 유튜브 영상은 70%나 조회수가 높아지며, 트위터에 도는 거짓 정보는 진실보다 6배나 빠르게 퍼지며 메타에서 도는 뉴스의 15%가 신뢰도가 없다. 사람들이 이런 것을 좋아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 기업들은 이것들을 딱히 검열하지 않는다. 

 중산층의 붕괴는 젋은 세대에게 큰 타격을 주나 남여는 이것에 다르게 반응한다. 교육 측면에서 미국의 부모는 남아보다는 여아에 더 큰 기대를 한다. 남학생은 대개 낮은 성적으로 여학생보다 정학 가능성이 2배나 된다. 미 전역에서 남학생은 고등교육기관에 여학생의 2/3수준 정도만 등록되어 있다. 남성들의 낮은 학력은 향후 무능으로 이어져 그들의 경제력과 혼인, 출산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고립화하고 빈곤해지고 있다. 미국의 데이트 앱에선 남성과 여성의 신체조건과 나이, 직업, 경제적 능력에 따라 그들을 서열화하는데 지니계수로 이를 측정하면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 여성은 0.38인데 비해 남성은 무려 0.54에 달한다. 국가와 비교하면 남성의 수치는 빈부격차가 극심한 브라질의 그것을 상회한다. 남성의 빈곤정도가 여성보다 극심하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사회에 현재 그리고 앞으로 큰 위협이 될 수 있는데 지난 2017-2019년 미국 내 총기 난사사건 인구통계를 살피면 범인의 92%가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여성은 자신의 불우함을 반자동무기로 표출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에 남는다.

 미국은 세계 경제규모의 25%를 차지한다. 그들의 통화인 달러는 기축통화인데 국제통화 보유액에서 달러는 미국의 경제규모를 상회하는 59%에 달한다. 물론 결제 건수나 세계 국가들의 최대 교역국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쳤다. 미국의 국방력은 인도와 중국, 러시아의 국방비를 합친 것 보다 많이만 실제 지수인 국방구매력지수로 비교해보면 중국은 이미 미국의 2/3수준이다. 미국의 연구개발투자는 1960년 세계 69%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30%수준이다. 이처럼 미국은 객관적 지표상에서 중국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며 미국이 가장 강력했던 시점은 2차 대전 이후 10-20년 간으로 그 때는 매우 야만적이지만 역동적인 자본주의를 운영하면서도 그 밑바탕을 지지하는 배의 밸러스트 역할을 하는 강력한 중산층이 있었음을 지적한다. 당시 그들은 교회나, 로터리 클럽, 스카우트 등의 지역 공동체에 소속되어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많았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붕괴하고 기술 기업들이 제공하는 소셜미디어 등에 포획된 지금은 정치적으로 양극화하고 텍시트(텍사스+엑시트) 같은 용어와 국회의사당을 공격할 정도로 분열이 심각하다. 저자는 다시 사회적 제도를 강화하고 기술기업의 제재와 공공정책의 재수립으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미국의 문제는 한국 사회와도 상당히 닮아있다. 얻을 시사점이 많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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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5-07 2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텍시트라는 말이 있군요.

오늘 처음 알고 기사를 찾아 보게
되었습니다.

저물어가는 팍스 아메리카나에
대한 보고서가 아닐까 싶네요.

닷슈 2023-05-07 23:58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보고 이 용어를 처음 알았습니다. 가능성이 작아 크게 주목 받진 못하는 용어인 듯 합니다. 저물어 가는 미국에 대한 이야기지만 모국에 대한 많은 애착과 희망을 갖고 냉정하게 지적한 책이었습니다.

짜라투스트라 2023-05-08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닷슈 2023-05-08 13:35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검찰국가의 탄생 - 검찰개혁은 왜 실패했는가? 서해문집 사회과학 시리즈
이춘재 지음 / 서해문집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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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 이 맘 때 문재인 정권은 그야말로 꽃길을 걷고 있었다. 촛불 혁명으로 인한 탄핵 정국 속에 탄생한 정권은 사실상 외교 공백 상태이던 상황에서 힘든 상대 국가들을 잘 조율해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북한과의 관계도 상당 부분 회복했었다. 북한과는 조만간 종전 선언이라도 나올 분위기였고 이로 인해 대통령의 지지율은 2년차 임에도 무려 80%에 달했다. 이어진 지선과 총선에서도 압승해 '뉴노멀'이란 단어와 민주당 20년 집권설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그랬던 그들은 자신들이 임명했던 검찰총장 윤석렬에게 뒤통수를 맞아 그에게 대권을 5년 만엔 내주고 당 대표가 수십 차례 압수수색을 당할 정도로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책은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이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소홀이 했다 이 지경에 이른 것으로 판단한다. 책은 문재인 정권과 윤석렬을 비롯한 검찰의 과거 행보를 나란히 보여주며 현재에 이르게 된 과정을 보여준다. 촛불 혁명 당시 여러 적폐에 대한 청산요구가 들끓었지만 그중 특히 사람들이 주목했던 것은 검찰개혁이었다. 당시 검찰은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김학의를 무혐의 처리했고, 정윤회 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건, 이명박 다스 사건 등 누적된 비리로 무능으로 국민적 반감을 크게 사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첫 개혁은 검찰 개혁이 아닌 그들을 이용한 적폐 청산이었다. 물론 박근혜와, 이명박 정권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문재인 정권 집권 이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정권이 바뀌었어도 그 양태가 변함이 없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를 용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박근혜의 탄핵에는 상당수 보수당 의원들도 참여했었는데 이들은 적폐 수사의 대상으로 전환되면서 사실상 문재인 정권과의 협치는 물 건너 가게 된다. 

 사실 검찰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숙원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에 사상 최대의 자율권을 부여했음에도 막강히 저항했고 정권이 넘어가자 그를 무자비하게 사정하여 죽음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개혁에 대한 강한의지와 한 번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집권초기부터 강한 여론을 등에 없고 이를 실시해야 함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적폐 세력에 대한 청산에 대한 욕구가 더 컸었던 듯 하다. 특히, 친노 친문 계열엔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명박은 반드시 심판받아야 하는 대상이었다.

 박근혜와 이명박 일당이 마무리 되자 검찰의 다음 대상은 사법부였다. 국정농단에 사법부가 연루되어있었던 것이다. 당시 양승태 대법관은 박근혜 정권과 사법 거래를 하였다. 일본 강제 징용 노동자에 대한 판결을 해결해주기로 한 것. 박근혜 정권으로선 아버지가 행했던 한일 협정을 안정적으로 계승하고 일본과의 위안부 협의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윤석렬 검찰에게도 이런 비리는 좋은 기회였는데 사실상 검찰의 유일한 대항마라 할 수 있는 사법부를 초토화시키고 길들일 수 있는 찬스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 명의 전직 대통령 그와 연루된 한국 최고의 기업 총수, 사법부마저 주무른 윤석렬 검찰의 힘은 역사상 최대가 된다. 이런 큰 수사를 위해 문재인 정권은 검찰 조직을 증대했고 수사의 편의를 위해 윤석렬이 원하는 인사를 실시해주었다. 즉, 검찰은 역사상 가장 막강해지면서도 가장 한 명의 입맛에 맞게 조직이 장악되고 만 것이다. 

 이렇게 적폐 청산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자 집권 3년차에 문재인 정권은 검찰 개혁을 시도한다. 학자 출신인 조국과 적폐 청산을 열심히 마무리해준 윤석렬이라면 이 모든 게 이뤄질 것이라는게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윤석렬에 대한 경고와 반대가 충분히 있었다. 그가 생각만큼 검찰개혁에 적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반대에 가까우며 측근에게만큼은 그다지 공명정대하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경고에도 대통령은 잘못 판단한다. 잘못 판단한 것에 대해서는 조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생각만큼 깨끗하지 못했고, 민정 수석으로 있으면서 13명의 차관 급이 인사 청문회에서 낙마하는 등 윤석렬을 비롯해 인사 검증에 미숙했다. 

 이는 검찰개혁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기존 생각과도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검찰 개혁은 정권 초기에 강하게 여론을 등에 없고 해야 하며, 검찰 개혁의 적임자 역시 매우 깨끗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모두가 어그러진 것이다. 알고 있는 것처럼 조국은 이 일로 인해 윤석렬에 의해 멸문지화에 가까운 고통을 겪게 되고 대통령의 지지율도 처음으로 부정여론보다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일에도 민주당은 총선에서 압승한다. 다시금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조국의 후임인선이 쉽지 않았다. 조국을 압살한 윤석렬의 서슬이 퍼래 많은 인사들이 고사하였고 거의 유일한 대안은 추미애 장관이었다. 추미애 장관은 5선 의원에 당대표까지 지낸 중진중의 중진이어서 사실 장관보다는 총리에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판사출신에 사법연수원도 윤석렬보다 한참 선배로 그를 누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로 보였다. 

 이렇게 장관이 바뀌지만 이어지는 것은 추-윤 갈등이었다. 초기 추미애는 인사로 윤석렬을 눌렀지만 법기술자인 윤석렬의 저항으로 각종 소송에서 절차 상의 이유로 패소 하며 위기에 몰린다. 또한 윤석렬을 누르는 과정에서 검찰 조직내의 전체적인 반발을 사게 되어 사실상 검찰 개혁 동력이 상실된다. 추미애와 윤석렬의 갈등은 마치 정권이 내로남불하는 것처럼 여론에 비춰졌다. 윤석렬이 대선과정에서 공정과 상실을 그토록 내세울수 있었던 이유다. 

 여기에 부동산 폭등은 정권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검찰 개혁 같은 것 보다는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욕구가 더 컸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역사적 아쉬움은 사상 초유의 정치경력이 부족한 대통령의 탄생으로 이어졌으며 행정부의 주요직이 모두 검찰출신으로 장악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저자는 이것이 민주주의의 위기이며 약자를 옹호하지 않고 정치적 타협을 모르는 검찰조직에 의해 운영되는 정치가 성공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한다. 즉, 지금의 검찰정권은 무능하고 시대착오적이었던 진보정권이 실패가 낳은 부산물이라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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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 사람들 - 왜 돌봄은 계속 실패하는가, 2021년‘올해의 인권책’선정
정택진 지음 / 빨간소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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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선진국 지위에 올랐음에도 사회의 보장망이 충분하지 못한 나라다. 민주사회로서의 역사가 부족하고 복지국가로서의 역사는 더욱 일천하기에 국가 사회의 보장 속에서 이렇다 할 성공적인 보살핌을 받은 경험이 없다. 경험의 부재는 상상의 부재로 정책의 정당성과 지지의 부재로 이어진다.   그래서 한국엔 유독 빈민이 많다. 그리고 빈민에 대한 문제도 많은데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빈민에 대한 지원의 부족함이다. 기초생활수급제가 있으나 생존을 보장할 뿐 인간적인 삶을 사는 실존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둘째는 빈민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다. 한국은 능력주의 신화가 깊숙히 자리잡아 그 실패자인 빈민에 대해 유독 가혹하다. 때문에 빈민을 능력없는 자로 취급하거나 도움의 대상보다는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는 반면교사의 대상으로 삼기 일쑤다. 마지막은 가족 주의다. 한국의 지원법망은 기본적으로 가족이 대상이다. 즉, 아무리 그 개인이 가난하고 근로 능력이 없더라도 부양능력이 있는 가족이 있다면 국가의 지원 대상이 되지 못한다. 때문에 간혹 가족이 경제력이 있어도 가족과 연이 끝어진 빈민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어려움을 겪는 뉴스를 우린 종종 접하게 된다. 

 동자동 사람들은 이런 한국의 빈민이 모여 있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사람들은 한 사회학자가 르포처럼 오랜 기간 그들은 대하며 그 환경과 사회, 살아가는 사람들을 분석한 책이다. 동자동은 전형적인 쪽방 촌으로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빈민 밀집 거주 지역이다. 현재 70동의 건물, 1328개의 쪽방에 1160명이 거주한다. 동자동은 한국 전쟁 당시 폭격이 심해 폐허가 되었고 전후, 피난민과 빈민이 모여 판자집을 건축한다. 남대문 상권이고 일거리를 구하기 쉬운 서울역과 인접하여 유동인구가 많았다. 때문에 윤락가가 들어서는데 빈곤과 타락의 이미지가 겹쳐 오래전부터 정화의 대상이 되고 만다. 범죄의 온상으로 취급되고 실제 그런 면도 있어서 그 유명한 소설 인간 시장의 배경이 바로 이 동자동이기도 하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 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지며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이 동자동으로 더욱 몰려들었다.

 한국의 복지는 이중적 형태로 국가운영에 필요한 노동자를 보호하는데 중점을 뒀다. 공무원 연금, 군인연금, 국민복지 연금법, 의료보험법이 그것들이다. 여기에 들어가지 못하는 노동자나 사람을 보장하는 법은 생활보호법(1961)이 유일한 것으로 이것이 큰 변화없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동자동 사람들은 자신들의 동네를 네 가지로 설명한다. 우선 기초수급이다. 주민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조건부수급자로 이것에 절대적으로 의지해 생활을 영위한다. 두 번째는 죽음과 장례에 관한 서사다. 주민들 상당수가 가족과 연이 닿지 않는 상태로 사망 시 무연고 사망, 장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여러 단체로부터의 물품 지원이며 네 번째는 동자동을 상징하는 세 개의 건물이다. 

 동자동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과 연이 끊긴 빈민이지만 장례 절차에 대한 생각은 보통사람과 같다. 장례는 죽은 사람을 기리는 행위이고 살아 생전의 모습이 어떠했든 제대로 된 절차를 통해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 서울시의 공영장례 조례안은 무연고 시간 또는 연고자가 미성년이거나 75세 이상으로 장례 능력이 없는 경우에만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개정하여 기초생활수급자나 조건부수급자로 확대하였다. 즉, 동자동 사람들이 대상이 될 수 있게 개정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번에 여러 구의 시신을 짐짝처럼 쌓아서 운구를 하거나 화장 후, 공영납골당에 다른 유해와 섞여 소위 '잡탕'이 되는 것은 동자동 사람들이 매우 싫어하는 행태다. 또한 무연고 장례의 경우 무연고의 입증에 시간이 걸리기에 장례의 마무리까지 3-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동자동 같은 쪽방의 주민들은 기초생활수급에 의지하고 여러 단체의 지원에 의지하기에 장기가 소위 길들여지게 된다. 이들은 이로 인해 자신들이 받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 사라지고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는 능력마저 상실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동자동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나 지원단체의 사람들은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는 이들의 행태에 대해 실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일단 이들이 스스로 뭔가를 할 수있 게 자립을 시키려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 자체가 일종의 낙인이다. 타고난 장애나, 성격적인 부분, 그리고 성장과정에서의 문제로 그렇게 될 수 없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쪽방 거주민들은 자신들 간의 상호 호혜나 베품으로 긍정적인 상호의존 관계를 맺기도 한다. 사람은 일방적으로 수혜를 받기만 하면 사회적 존재로 진화해왔기에 자존감이 무너지게 된다. 때문에 일부 동자동 주민들은 무료 자장면 같은 지원을 거부하기도 한다. 그들이 서로 돕는 형태는 이렇다.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워 즉각적인 도움을 서로 죽고 받지 못하기에 자신의 주기 행위를 안부를 물어보며 몰래 돕거나, 남는 옴식이라는 형태로 주는 등 받는 자에 대한 부담을 더는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다. 때문에 받는 자도 존엄성을 지키고 다음에 자신이 비슷한 행위를 언젠가 행함으로써 긍정적 상호 의존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이것이 갖는 한계도 뚜렷하다. 이들의 이런 상호돌봄 관계는 일면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그 관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보니 역설적 자기 파괴가 일어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남편의 폭행에 시달리는 한 아내가 동자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의 상호 돌봄에 의지 하는게 그러한 예다. 

 저자는 사람은 물질 이외에도 일종의 자격으로 타인의 인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자동 사람들은 취약한 연결 속에서 사람 됨을 부정 당하고 상호 돌봄과 사회적 관계도 박탈 당한다. 때문에 쪽방에서의 삶은 파괴적 결과와 자기 소모, 인격 손상과 무력함을 견뎌내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걸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보다 충분한 물질적 지원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존엄함 보장, 그리고 건강한 사회적 네트워크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이런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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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3-04-16 14: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대정신은 지극히 인문학적이며 아름답습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 국가 기념식과 대통령 행사 이야기
탁현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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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현민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의전비서관이다. 직함이 말하듯 청와대 대통령이 참가하는 의전을 담당한 사람인데 아마 역대 의전비서관 중 가장 유명할 것이다. 유독 문재인 정권에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이 약간의 흠으로도 트집을 많이 잡긴 했지만 의전 자체에 대해서도 시비거리를 많이 만들어내다보니 그 담당자인 비서관도 그 칼끝을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책에서 밝히듯 탁현민 비서관은 의전으로 인해 고발도 여러 번 당했다고 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의전이 기존 역대정부들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 어느 집단이든 우두머리 급들은 어느 정도 의전이란게 필요하고 사실 굳이 필요가 없을 만한 위치도 이런 걸 대놓고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의전은 모두 꼰대 의전에 불과하다. 의전의 진정한 의미는 그 사람보다는 그 사람이 한 국가를 대표하거나 한 지역, 한 기업을 대표한다는 차원에서의 존중이며 또는 그 행사 자체에 대한 의미 부여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의전에 참여하는 대통령보다는 대통령이 그 행사에 참여하는 이유와 행사의 본질에 집중했다. 여기엔 역사와 민족을 중시하고, 그것을 위해 희생한 진정한 민중을 기리는 의식이 반영되었고 아마도 이것이 본능적으로 그것들과 대척점에 있는 보수 야당과 언론을 건드리지 않았나 싶다. 

 책의 제목은 미스터 프레지던트인데 짙푸른 겉표지와 인주처럼 약간 어두운 붉은색의 속지를 썼다. 책의 겉에도 의전의 느낌을 강조한 셈이다. 프레지던트는 문재인 대통령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탁현민 비서관이 활동을 하며 김형석 작곡가와 만들어낸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대통령 음악은 미스터 프레지던트를 의미하기도 한다. 선진사회의 각 나라의 왕이나 지도자들은 고유의 상징적 음악이 있는데 한국은 그런 것이 없다. 탁현민 비서관은 이를 만들어 냈던 것인데 그 스스로 아쉬움을 표했듯 윤석렬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위풍당당 행진곡을 썼다. 

 책은 제법 두껍지만 술술 읽힌다.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수많은 의전 행사들과 그것의 의미와 뒷이야기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같가지 노력이 들어가고, 누구를 섭외했으며 어떤 논의를 했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가 실려있다. 보다보니 무척이나 당연해 보이고 어쩌면 경호만 좀 신경쓰지 않았을까 싶었던 행사들이 상당한 노력과 시행착오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었다.

 탁현민 비서관은 대놓고는 아니지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도 적잖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중 항상 피곤해보였는데 이는 결과는 둘째 치더라도 항상 맡은 바 직무에 많은 힘을 쏟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책에는 대통령이 각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이야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화장실 한 번 다녀오지 않은 이야기, 술을 즐김에도 불구하고 항상 군 통수권자로 최상의 판단을 내리기 위해 술을 일절 입에 대지 않은 이야기 등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문재인 정부 의전 중 기억에 남는 것은 국군의 날 행사와 트럼프에게 대접한 독도새우, bts의 유엔 연설, 홍범도 장군의 귀환이다. 국군의 날 행사는 매우 파격적이었는데 딱딱한 사열이나 퍼레이드 중심에서 젊은 군인들이 현장에서 축제를 즐기고 싸이의 노래에 맞춰 열기를 뿜어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트럼프에게 대접한 독도 새우는 그 자체로 인상적이었으며 책에는 한일관계의 민감성으로 독도 새우를 도화새우라는 이름으로 대접하려다 그대고 갔다고 한다. 항의하는 일본에는 우리가 무엇을 대접할지는 우리가 결정한다라는 말로 일축했다고 한다. bts의 유럽 연설은 그자체로 한국에 영광스러운 일이었지만 유엔 관계자들도 열광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행사에 이렇게 높은 시청률이 나온게 처음이었단다. 그럴만 하다. 홍범도 장군의 귀환도 하나의 명작이었다. 우여곡절끝에 카자흐스탄으로 부터의 송환이 결정되었고, 파묘를 통해 조심스레 묘를 찾아내고 장군이 말년 극장 경비를 맡았던 귀한 서류까지 잘 찾아왔다. 

 홍범도 장군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는 한국전에 사망한 한국군의 유해를 적극적으로 찾아왔는데 북한 장진호 전투에서 사망한 유해들 중 북한에 의해서 미국으로 반환된 것으로 우리가 다시 찾아오는 형식이다. 미국은 한국군이 순식간에 수세에 몰려 급하게 참전하느라 인적구성이 완벽하지 않아 한국인을 차출하여 썼고 이것이 지금 우리가 아는 카투사의 원형이다. 그들이 미군을 따라 북진했다 그 치열했던 겨울 장진호 전투에서 숨을 거둔 것이다.

 책을 보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수 많은 의전 하나하나를 복기하며 재밌게 읽었다. 의외로 많은 의전이 떠올랐는데 그 의미는 내가 그것을 시청했다는 의미이며 국경일마다 채널을 돌리게 만들었던 재미없던 의전이 문재인 정부에서 만큼의 의미있고 재미나고 독특하며 개성있게 연출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재만큼 독특하고 재미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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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3-02 2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재미없는 의전들을 의미있고 볼만한 것으로 만들어내는데서 탁현민씨 참 탁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내내 했어요. 그런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책이 흥미롭네요

닷슈 2023-03-03 14:09   좋아요 1 | URL
내 재미난 책입니다.탁현민 비서관은 대단한 사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