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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살까지 살 각오는 하셨습니까? -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은 노년을 위한 100세 인생 지침서
가스가 기스요 지음, 최예은 옮김 / 아고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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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20세기 초반 잦은 전쟁으로 베이비 붐세대가 여러개 생성되었고 그로 인해 사회인구구조에큰 영향을 미치는 다수의 덩어리 인구층을 갖고 있다. 거기에 세계 최고 장수국으로 고령화속도도 빠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일본은 인구에 관해선 세계 여러 나라 중 최첨단을 달린다. 때문에 저출산에 고령화가 세계 주요 선진국의 주요흐름이라면 일본의 인구변화와 그 사회의 대응은 다른 후발주자 나라로서는 반드시 참고해야하는 사례가 될 법하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변화를 현실적으로 잘 담아내고 있기에 매우 볼만한다.

 일본에게도 그렇고 다른 나라도 그렇고 고령문제에 관해서 공통적인 문제는 이 고령문제가 그야말로 실감도 나지 않고 처음 접한다는 점이다. 물론 별다른 과학적 의학적 발전이 없다면 곧 한계에 봉착하겠지만 현재로선 인간의 수명은 기약없이 늘어나고만 있다. 그러다보니 이 정도로 나이든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사회로서도 처음이고 개개인에게도 처음 접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전례가 없기에 마땅한 롤모델 조차도 없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일본 노인들은 실제로는 90세 이상까지 살아가면서도(일본의 평균 수명은 남자82세 여성 87세 정도이며 여성의 경우 90세를 넘길 확률이 무려 50%나 된다) 자신의 노인으로서의 마지막 모습을 대부분 80대 정도에 맞춰놓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90세 이상이 되어 쇠퇴하고 자연스럽게 요양및 보호와 의존을 필요로할 자신의 모습을 전혀 상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은 노년의 삶이 자존적이기 위해서는 건강과 기력 두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건강은 글자 그대로 건강한 삶이고 기력은 나이가 들어서도 활동적으로 일을 할만한 체력을 의미한다. 건강이 없다면 기력은 당연히 없을 터이고, 건강하지만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것 또한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이 건강과 기력이 죽기직전까지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에서 인터뷰하고 조사한 수 많은 일본의 노인들은 70-80대까지는 매우 건강과 기력을 잘 유지하며 활동적이고 사회적으로 살다가도 한 순간의 충격이나 사고, 질병, 혹은 노환으로 90대에 들어선 대부분 건강과 기력을 상실하고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하는 처지에 빠졌다. 이는 결국 마지막 순간엔 누구나 의존과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노인들이 이런 의존과 보호를 받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정도다. 하나는 가족에 의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녀가 마땅히 부모를 봉양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고령화 저출산의 세태로 인해 자녀가 오히려 먼저 죽거나 봉양해줄 자식이 없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지고 있다. 즉, 가족에 의한 보호는 기대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형국인 셈이다.

 다음은 국가사회에 대한 의존이다. 일본은 개호보험이라고 국가가 조건에 맞는 노인들을 시설에서 살수 있게 하거나 요양도우미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노인이 이 조건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고 노인들이 워낙 많기에 대기해야 하는 시간도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 또한 일본의 노인이 점점 많아짐으로 인해 이런 시설에 들어가는것을 더욱 기대하기 힘들어 질 수 도 있다. 거기에 일부 자존적 노인들은 이런 시설에 들어가 노후를 마치는 것을 심정적으로 꺼려한다. 다들 자택에서 팔팔하게 생활하다가 갑작스레 조용히 죽음을 맞는 누구나 원하는 비상식적 결말을 원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개인적 대비다. 이것이 이 책에서도 강조하는 바인데 결국 가족이나 국가사회가 노인을 알아서 잘 대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책에서 일본인둘의 노후단계를 60대 부터 90대까지 나누고 그 시점마다 자신의 사회관계, 자신의 상태, 자신의 인적관계등을 대비하는 표를 작성하게 하는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노인들이 건강과 기력이 쇠퇴하는 90대 이후를 거의 작성하지 못했다. 그만큼 자신의 노후대비가 안일하고 소홀하며 롤모델이 없는 90대 이후의 모습을 좀처럼 상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은 개인이 가족이든 친지든, 비영리단체든 혹은 잘 아는 사람이든 후견인을 하나 상정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의존해야 할때를 대비해 하나하나 권리를 넘기고 대비할 것을 주문한다. 결국 자신의 노후를 자기 결정권이 남아 있는 시기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이처럼 이미 다가온 초장수시대에 대한 대비를 현실적이고 날카롭게 잘 집어준다. 하지만 이 책도 결국은 현재의 70대나 60대 많이 잡아야 50대 정도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다. 지금의 기성세대나 30-40대가 노후를 맞이하는 시점이 된다면 그 때의 평균수명은 또 달라질 것이며 대비책 또한 극적으로 바뀔 것이다. 예를 들면 의학적 혁명으로 평균수명이 120세를 대부분 상회하고 노화에 대한 대비도 이루어져 미치오 카쿠가 미래의 물리학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이 도대체 언제 죽을지 아무도 알수 없는 세태가 다가 올 수도 있다. 혹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건강과 기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로봇과 인공지능이 자신을 대신해 줄 수도 있다.

 어쨌든 현시점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문제를 다룬 책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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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의 수가 상당히 많아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당연시 되는 시점을 넘어 기이해졌는데, 무려 수가 70억을 넘어선 것이다. 최상위 포식자는 피라미드의 최상위에 위치하기에 그 수가 적고 영역을 넓게 갖고 퍼져있어야 한다하지만 인간은 정반대로 밀집했고, 수는 지나치게 많다. 이런 일이 가능한것은 바로 농경과 가축화때문이다. 만약 인간이 자연계의 다른 최상위 포식자처럼 야생의 생물을 잡아먹어 연명했다면 지금과 같은 개체수는 지구의 크기론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책 잡식동물의 딜레마에선 잡식동물로서 인간이 발전해온 경로와 수렵, 농경, 산업으로서의 세가지 음식사슬을 분석한다. 인간은 석유에 의존해 음식사슬을 구축함으로써 지금의 식량생산을 갖출 수 있었으며 곡물중 옥수수가 이에 가장 어울리기기에 옥수수가 이것의 중심에 놓여있다는게 이 책의 골자였다. 결국 석유를 옥수수로 바꾸는 법을 알아낸 셈인데 이 옥수수는 다른 가축과 여러 가공음식의 재료가 된다는 점에서 인간자체도 옥수수로 바꾸어낸 셈이다.

 

 책 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에서는 우리가 싸게 먹고 있는 여러 고기들이 실제로는 가격이 싸지 않으며 우리는 이를 위한 막대한 무대 비용을 치루고 있음을 입증한 책이었다. 친환경적이면서도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전통농업에 대한 공격은 그것이 고기를 비싸게 만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사실 지금의 싼 고기는 막대한 환경비용(온실가스와 환경오염), 농가에 대한 보조금, 다국적 기업에 대한 지원, 사치와 낭비(유통과정에서의 약간의 흠만생겨도 동물과 식물은 폐기된다.), 그리고 동물들이 겪는 엄청난 고통이라는 비용을 고려한다면 실제로는 상당히 비싸다는 것이었다.

 위 두책은 별점 다섯개를 아낌없이 뿌릴 만큼 훌륭한 책이었지만 음식 산업의 체계와 역사상의 문제점을 수치와 논리로 다루고 이를 통해 산업화한 농축산업이 결국 인간과 환경에 무리를 주는 올바르지 못한 선택이란 점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결국 상당히 인간중심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쓴책이라 당연한 것이지만 결국 이 문제에 있어 인간과 더불어 주요 당사자인 동물을 다루는 것이 다소 미약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꼭 그렇지만은 않다. 두책은 동물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책의 중심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어쩔수 없었던 두 책의 미약한 점에만 비교적 크게 집중한 책이 바로 이번에 읽은 '고기로 태어나서'이다. 이 책은 저자가 한국의 축산업계에 짧은 시간이나마 직접 종사하면서 동물의 고통에 대해서 목도하고 쓴 책이다. 너무 솔직하게 썼기에 책은 다소 충격적이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 번 글을 쓰기 전에 통계를 찾아 보았는데 한국엔 닭인 2억마리 돼지가 1천만 마리 소가 3백만 마리 가량 살고 있다. 상당히 많은 수치인데 동물과 인간의 수명이 서로 다른 걸 감안하더라도 우리가 고기를 먹기 위해 도축하는 동물의 수를 계산한다면 연간 이들의 수보다 두세배는 많은 동물이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위 수자체도 크지만 이는 평균적으로 유지되는 수다. 탄생과 죽음의 수로 연간 변동이 적은 인간의 수에 비해 위 동물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하여튼 책에서 다루는 동물은 닭과 돼지, 그리고 개다. 소가 아닌 점이 좀 특이했는데 사실상 불법이면서도 묶인하에 고기로 많이 유통되는 개를 다룬 점은 오히려 이 책을 더 부각시킨 것 같다.

 

1. 닭고기로 태어나서

 가. 부화장 

닭들은 당연히 자연상태로 태어나진 않고 부화장에서 대거 부화한다. 양계장은 항상 더럽고 냄새나는 곳이란 편견과 달리 부화장은 매우 깨끗하고 위생적이며 작업을 위해선 멸균을 하고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달걀에서 병아리가 부화하면 이야긴 매우 달라진다. 부화한 병아리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대거 이동하는데 여기서 '감별'이 이루어진다. 막 부화한 병아리들도 어느정도의 운동능력이 있어 녀석들은 컨베이어 벨트의 이동에서도 가까스러 균형을 잡는다.

 암과 수의 운명은 매우 극적으로 달라지는데 이는 암컷이 우리가 먹는 달걀을 낳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수정이 인공적으로 이루어지기에 수컷 병아린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예전에는 그래도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에 나오는 얄리처럼 수컷병아리를 가져다가 파는 사람이 있었다. 최근엔 그마저도 없어 수컷병아리의 운명은 모두 죽음이다.

 암컷은 구별되고 수컷병아리는 마치 물건처럼 커다란 플라스틱 노란박스에 던져진다. 먼저 던져진 녀석은 다른 녀석들에 깔리고 플라스틱 박스는 놀랍게도 다 차면 그위에 새로운 박스를 던져서 다시 쌓는다. 박스는 다행히 홈이 있어 어느정도 무게를 견디지만 대충 쌓거나 그 사이에 낀 녀석들은 눈알이며 내장을 모두 쏟아내고 죽는다. 간혹 컨베이어 벨트나 박스에서 탈출한 녀석들도 있다. 녀석들이 탈출해도 결국은 돌아다니는 차나 인부의 발에 깔려 죽는다. 작업장은 매우 바쁘고 분주해 눈에 띄지 않는 개미처럼 녀석들은 존재감없이 밟혀 죽는다. 워낙 삐약 소리가 많아 녀석의 삐약소리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박스 쌓기가 끝나면 대형 컨테이너 차에 병아리는 버려진다. 다른 병아리들도 계속 쏟아지며 병아리를 다 버리고 나면 부화하지 않은 무정란도 여기 버려진다. 병아리들은 이 무정란을 얻어 맞는다. 동료와 무정란 다음으로 쏟아지는 건 쓰레기다. 이게 끝나면 컨테이너는 닫히고 병아리의 삐약소리도 현저히 줄어든다. 이 수컷병아리 사체들은 공장으로 이동해서 갈려져 흙과 섞여 비료로 이용된다. 생명은 질기고 강해 이 지옥의 아수라장에서도 공장인근까지 살아남는 병아리도 있다고 한다.

 

나. 산란장

 알을 낳는 닭은 농구공만하다고 한다. 그런데 한 케이지에 농구공이라면 도저히 들어갈수 없는 케이지에 닭들은 들어간다. 움직이고 우겨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지들은 삼단으로 인간의 무릎놓이정도와 머리 높이 그리고 허리 높이 정도에 위치한다. 저자가 근무한 산란장에서는 3마리가 간신히 들어갈 공간에 무려 네마리를 처넣었다. 그래서 항상 한마리가 깔려 있었고, 일어서려 발버둥치면 나머진 셋에 의해 다시 깔렸다. 이 녀석들은 매우 시끄러웠는데 먹이가 나올때만 조용해졌다. 좁은 케이지 사이로 머리를 항상 넣고 자기들 끼리 부딪혔기에 깃털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닭의 형상이 아니었다.

 달걀이 저절로 굴러떨어져 나올수 있게 케이지는 기울어져 있었고 때문에 닭들은 항상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횃대가 있어야 마땅할 곳에 오히려 미끄럼틀이 있는 것이다.

 저자는 녀석들에게 주사를 놓을 때가 무척 끔찍했다. 주사를 놓으려면 녀석들을 잡아야하는데 이놈의 날개가 잡을때마다 부러지기 일수였던 것이다. 처음엔 자신이 서툴러서 그런가 했지만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매일 같이 알을 무리하게 낳는 녀석들을 칼슘부족으로 뼈가 매우 약한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다. 육계장

육계들은 그래도 산란닭들에 비하면 대접받는다. 처음으로 닭같은 풍모를 느낄 수 있었고, 상당히 빨리 자랐다. 하지만 결국 한달 정도의 시간후에 도축된다는 점에서 그들의 운명도 비참하긴 마찬가지였다. 고기의 품질이 손상되면 안되기에 위생관리도 좀더 나은 편이다. 하지만 더럽긴 매한가지.

 육계장에서 저자를 힘든게 한건 빨리 자라나지 못하거나 문제를 갖고 태어난 녀석을 매번 잡아 죽여야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저절로 폐사하는 녀석들을 치우는 일도 곤욕이었다. 문제가 있는 녀석을 죽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축산업계에서 가장 많이 드는 비용이 사료값인데. 바로 이녀석들이 사료 대비 고기전환비율이 낮은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빨리 죽이는 것이 나았고, 실제로 그렇게 된다.

 저자는 처음으로 자신이 육계장에 닭을 키우러 온것이 아니라 죽이러 온것임을 깨닫는다.

 

2. 돼지 고기로 태어나서

어느 동물이나 어미의 숙명은 잔혹한지 알을 낳는 산란계처럼 새끼를 낳는 모돈은 죽을때까지 갇혀사는 운명에 처한다. 거대한 몸집을 하고서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스톨에 갇혀산다. 이유는 효울성때문이다. 모돈은 한마리 한마리가 개별 이력 관리를 받으므로 처방한 약품과 건강, 출산횟수등이 모두 기록된다. 이를 위해 갇혀사는 것이다.

 편리한 점은 또 있다. 거대한 돼지에게 주사를 놓기도 편리하며 새끼를 낳으면 문제가 생길 경우 팔을 넣어 직접 꺼내기도 용이히다. 새끼 돼지인 자돈은 이 스툴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어미 밑에서 자라나는데 간혹 어미에 깔려죽는 녀석들도 더러 발견된다.

 어머 못지 않은 새끼의 잔혹한 운명도 이제 시작이다. 녀석들은 고밀도로 갇혀살다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이로 인해 서로의 꼬리를 씹는다. 때문에 새끼돼지들은 위라래로 나있는 무려 8개의 송곳니를 어릴때 제가당한다. 꼬리도 마찬가지.  그리고 병아리처럼 수컷돼지는 수컷이란 이유로 또하나의 고통을 당한다. 바로 거세다.

 거세의 이유는 순전히 인간의 입맛때문인데 거세를 해야 돼지 특유의 냄새가 사라지고 고기기 연하다고 한다. 실제 우린 정육점에서 돼지나 소가 거세했음을 알리는 이력을 아무생각없이 손쉽게 볼 수 있다. 거세를 위해서 수컷의 뒷다리를 잡고 당겨 항문이 튀어나오게 하는데 이 경우 힘조절이 중요하다. 너무 세면 탈장해 돼지가 죽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고환을 11자로 자르고 그냥 뜯어낸다. 돼지들은 이때 꼬리자르기나 이빨자르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비명을 질러대며 처치후 축사로 바로 돌아간다. 이 모든 외과적 처치가 어떠한 마취도 없이 이루어진다.

 자돈들은 어느 정도 자라면 어미로부터 떨어져 다른 축사로 이동하는데 이 또한 아비규환이다. 본능적으로 가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돼지는 무척이나 무겁기에 회초리나 갖은 몽둥이로 돼지를 후려팬다. 고기로 자라나는 자돈 역시 무척이나 많이 먹기에 잘 자라지 못하는 녀석들은 바로 폐기 대상이 된다. 저자는 잘 자라지 못하는 돼지도 죽여야 했는데 닭과는 달리 돼지를 죽이는 일은 쉽지 않다. 대개 경우 망치로 머리를 치는데 축사사람들은 돼지가 즉사하지 않아도 내버려뒀다. 힘들여 즉사시키느니 저대로 두어도 더 먹지 못하고 죽는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커진 돼지를 치우는 것도 일이었다. 백 킬로 그램이 넘는 돼지를 치우는 것은 닭을 치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간혹 돼지들은 예방접종을 맞아야 하기도 했는데 이때도 아비규환이 벌어진다 겁먹은 돼지들이 서로 도망치고 한곳에 몰려 깔리기 일쑤기 때문이다. 돼지에게 놓는 주사는 목에다 놓는다. 왜인지는 안나오지만(이래서 목살을 먹지 말라는 것인가) 주사를 잘못 놓으면 돼지의 목은 부풀어 올라 상품가치가 떨어진다고 한다.

 돼지들이 마지막으로 대거 이동하는 것을 출하일이다. 이 때는 돼지의 무게가 최고조에 달했기에 겁먹은 돼지를 모는 일이 엄청나게 힘들다. 때문에 돼지에 대한 폭력은 그 어느때다 극대화되고 심지어 전기 충격기를 쓰기 까지도 한다.

 

3. 개고기로 태어나서

돼지나 닭보다 개가 내는 소리가 더 큰가보다. 저자는 닭 돼지보다 개의 짖는 소리로 인한 스트레스가 매우 컸다. 개는 닭이나 돼지와는 다르게 비교적 자본이 적은 사람들이 한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개의 사육에는 축산업계의 최대적인 사료값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개가 잡식성이기에 인간이 먹는 음식찌꺼기를 먹기에 가능한 일이다. 개 사육장에서는 음식점을 돌며 소위 짬을 수집한다. 학교가 최대 고객인데, 음식의 질과 양이 많고 보장되고 웬만하면 망하지 않는 장기 고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는 방학이 있어 다른 음식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짬을 치우며 오히려 돈을 받는다.

 이런 구조이기에 정부는 동물단체와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개고기 사육장을 어찌하기 힘들다. 사실상 음식물 처리에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인 사료는 나름의 발효과정을 거쳐 개에게 제공된다.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형태와 냄새의 음식이지만 평생 그것만 먹어온 개들은 이를 탐식한다. 간혹 닭발이나 버려진 소세지도 제공되며 이는 특식이다.

 개에게는 짬이 조절되는데 이는 살이 찌면 찔수록 좋은 닭이나 돼지와는 다른 점이다. 이는 개고기 시장에서 기름기가 너무 많거나 마른 개고기가 선호되지 않기 때문이다. 개고기 시장에서 마블링은 적인 셈이다.

 개 사육 역시 케이지에서 이루어진다. 녀석들은 평생 여기 갇혀서인지 저자가 불쌍히 여긴 개 한마리를 잠시 풀어주자 오히려 매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는 축산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도축 역시 잔혹하게 이루어지는데 주로 전기봉으로 개를 죽인다. 개는 자신의 주둥이로 다가오는 막대기를 무는 습성이 있는데 이를 이용해 전기봉을 물게 한 후 죽이는 것이다.

 개는 죽인 후 토치로 털을 그슬린다. 이는 털의 이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개의 해체도 사육장에서 행해지는데 이 과정이 매우 비위생적이다. 법의 테두리 밖에서 행해지기 때문이다.

 개가 도축되는 수는 생각보다 놀라운데 정부는 대충 연간 백만마리가 식용으로 유통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돼지나 닭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놀라운 수치다. 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4. 그 안에서의 차별

이 책은 동물에 대한 인간의 철저한 잔혹함도 지적하나 그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의 고통도 드러낸다. 우선 철저한 비위생이다. 동물에게 주사를 놓는 것을 인부가 하며 이 과정에서 동물수십마리에게 놓은 주사에 찔리기도 한다. 이런 것에 대한 처치는 없다. 또한 축사는 매우 지저분함에도 마스크나 분진제거를 위한 설비는 거의 없으며 심지어 샤워시설도 축사에 없는 경우가 많다. 있어도 저자는 온수가 없어 찬물샤워를 했다.

 또한 농축산없의 어려움 때문인지 최저임금법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있어 이처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노동을 하고도 200만원도 안되는 월급을 받았다. 급여가 적다보니 한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일하지 않아 외국인의 노동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여기서도 차별이 이루어져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 간에는 수십만원의 급여차가 존재했다.

 또한 한국인 사용자나 관리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반말을 하고 함부러 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래서인지 외국인도 이직율이 매우 높았으며 그래서인지 한국인 사장들은 어쩌다 저자처럼 이 바닥으로 들어오는 한국인 젊은이들을 주로 감언이설로 정착시키려고 갖은 노력을 한다고 한다.(그려려면 대우가 좋아야하는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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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오래전부터 다른 생물과는 다르게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해왔다. 상투적인 나는 누구고 어디서 왔는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대체 왜 살아가는가? 이런 질문들을 갖고 말이다. 나도 인간인지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름 정신을 어느 정도 차린 나이부터 이런 질문은 크진 않았지만 가슴속에 자리잡아왔다. 어찌보면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들인데 인간은 그런 것을 하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운명을 어느정도 넘어선 존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여튼 근원을 알고 욕구가 있기에 보다 근본적인 답을 주는 학문에 관심이 가는 편이다. 우주와 진화, 지리가 그것들이다. 인간은 무한하면서도 유한할 우주속에서 우리 은하에서도 구석에 박힌 태양계에 속한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머문다. 이 먼지같으면서도 거대한 지구가 주는 물리적 한계는 인간의 많은 속성과 운명을 결정한다. 또한 이 작은 지구안에서도 우연히 어떻게든 생겨난 생명체들은 부족한 자원과 가혹한 환경, 그리고 동종 및 타종개체와 경쟁해야 했으며 보다 생존에 유리한 형질을 갖춰나간 생명체들의 후손이 지금까지 살아남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생존에 유리한 형질 하나하나를 얻어가며 변해가는 과정이 진화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의 인간을 속박하고 결정한다. 거기에 지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진화적 관점에서도 지리는 환경을 의미하는 것이니 매우 중요했겠지만 인간이 문명이라는 것을 갖출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했을때 비슷한 능력을 가진 인간들의 모습은 지리라는 요소로 인해 무척이나 달라지게 되었다. 그래서 인지 좀 막연한 우주를 제외한다면 진화나 지리에는 결정론이란 단어가 심심치 않게 따라다닌다. 그럴만한 충분한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언젠가 인간이 지구를 완전히 이용하게 되고 더나아가 태양계를 넘어 다른 항성계나 은하로 진출하게 된다면 지구결정론 같은 단어도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모든 것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교육학에서는 인간의 발달에 있어 유전과 환경의 역할을 대등하게 중시하는데 아직 과학적 근거는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나는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 증거는 생물체가 갖고 있는 지능과 후성유전학, 뇌의 가변성등이다. 책 '지능의 탄생'에서는 지능이란 생물체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생명체, 특히 인간에게 지능이 생겨난 것은 모든 것을 유전자가 사전에 프로그래밍하는 본능에 비해 개개의 생명체가 스스로 의식을 갖고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후성유전학은 인간이 태아시절 외부환경을 감지하고 그것에 유리한 유전자를 발현시킬수도 안시킬수도 있음을 주장하는 학문이다. 과거 2차대전시절 식량부족으로 고통받는 산모가 전후 낳은 아기들은 태아시절의 궁핍한 환경을 예상하고 부족한 식량에 적응할 수있게 끔 태어났다. 하지만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럽게도 환경은 풍요로워졌고, 영양을 쉽게 축적하는 유전자가 발현된 이들은 다른 시기에 태어난 이들보다 고혈압이나 당뇨에 상당히 취약하게 된다.

 인간에게 또 다른 후천적 가능성을 주는 요소는 바로 뇌의 가소성이다. 뇌의 가소성은 초기 환경에의 적응을 위해 어린 시절 가장 강력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꾸준히 작동한다. 과거 뇌세포는 성인이 된 이후에는 더 이상 생성되지 않고 서서히 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오인되었지만 최근의 연구결과는 80세에 달하는 노인조차도 하루에 1400개에 달하는 뇌세포가 새로이 생성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생존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죽음에 가까운 나이에 이르러서조차 인간은 학습 및 변화가 가능한 것이다.

 

 

 

 

 

 

 

 때문에 이런 인간의 후천적 노력에 의한 변화가능성과 변화원리에 주목한 책들도 있다. 바로 1만시간의 법칙이다. 1만시간의 법칙은 각 분야의 정상에 오른 전문가집단들을 분석한 결과 해당분야에서 1만시간 정도의 연습시간이 필요했다는 결과에서 나온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곧 반발을 불러왔다. 인간의 수명은 제법 길기에 누구나 1만시간 정도는 투여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20세에 면허를 따서 운전을 출퇴근을 위해 매일 2시간 정도한다면 10년이 안되 곧 운전시간 1만 시간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필히 F1 경기에 나갈 법할 실력에 도달해야 할터인데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1만시간의 재발견에서는 1만시간의 개념은 유지하되 올바른 연습자세나 모델링을 제공하는 스승의 존재, 그것을 알고 자신의 잘못을 고치기 위한 노력을 중시한다. 운동이든 음악이든 학문적인 것이든 올바른 성공형태를 마음에 나타내는 것을 심적표상이라고 하며 이것을 유지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담긴 연습시간을 중시한다. 즉 이책에서의 1만 시간은 해당분야에서 의식적인 노력을 하는 연습시간 1만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또 다른 책은 그릿이다. 그릿은 무언가를 향한 인간의 장기적인 노력이나 열망을 의미하는 것이다. 책의 저자는 각 분야의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요인을 연구하면서 그릿의 4가지 속성을 밝혀냈다. 하나는 무언가에 대한 관심사가 흥미를 갖는 것이며 둘째는 그것을 잘하기 위한 의식적인 연습, 셋째는 그것을 잘하고자 함이 긍정적이고 상위적인 목표와 연결되어야 함이며 마지막은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쉽게 좌절하지 않는 성장향 사고 방식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이번에 본 책은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원제는  THE CREATIVE CURVE로 글자 그대로 창의성 곡선이다. 이 원제를 마치 돈을 잘벌수 있는 방법에 관한 책처럼 꾸며낸 한국어판 제목은 한국에선 책이 보다 잘 팔리는데 공헌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 책의 내용과는 좀 거리가 있다.

 하여튼 이 책 역시 마치 인간의 속성 중 가장 선천적으로 느껴지는 창의성을 후천적 노력으로 누구나 습득가능하다고 주장한다는 면에서 인간의 가능성을 옹호하는 책이다. 책은 인간의 특질을 살피는데서부터 시작한다. 인간은 오래전 진화하면서 낯선 환경을 두려워하면서도 호기심을 갖게끔 진화해왔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낯선 환경에는 생존을 위협할 만한 것이 있을 가능성이 크면서도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식량이나 자원등이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충적인 심리기제는 문명을 이룬 오늘날까지도 적용되어 인간은 그것이 무엇이든 친숙한 것에 호감을 느끼고 낯선 것을 두려움과 호기심을 같이 갖는 편이다. 실제로 어떤 창작물의 노출빈도가 커질 수록 그것에 대한 인간의 호감도는 올라갔다. 하지만 노출이 지속되면 그것에 대한 호감도는 정점을 찍은 후 다시 하락하게 된다. 책의 저자는 친숙성과 선호도의 관계를 나타내는 이 곡선을 THE CREATIVE CURVE라 명명하고 책의 소재로 삼은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창의성은 이 창의곡선에서 사람들의 호감도가 가장 높게 나타날 만한 어떤 친숙하면서도 다소 낯선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며 이는 후천적 노력에 의해 누구나 획득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엔 4가지 요소가 자리하는데 먼저 소비다. 소비는 글자 그대로 해당분야에 대한 막대한 소비를 의미하는 것이다. 좋은 아이스크림을 개발하고 싶으면 많은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좋은 작가가 되고 싶으면 좋은 문학을 많이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0%의 법칙을 제시하는데 소비의 정도가 깨어 있는 시간의 20%를 해당분야의 소비에 할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는 해당분야에 대한 많은 데이터를 뇌에 축적시켜놓아 창의성의 기반이 된다.

 다음요소는 제약이다. 제약은 얼핏 창의성을 저해하는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이야기, 영화등은 매우 자유로운 것 같지만 기본적인 틀에 묶여있다. 음악은 대개 3-4분정도이며 이야기엔 뻔한 공식이 있고, 영화도 비슷하다. 매우 창의적인 작품이 이러한 틀을 넘어제작된다면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친숙도를 상당히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게 되며 그 창의성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빛을 잃게 된다. 20분짜리 댄스곡이 과연 히트할까? 때문에 제약은 창의적인 작품이라도 어느 정도의 친숙도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세번째는 창의적 공동체다. 창의적 공동체는 마스터티쳐와 상충하는 협업자, 모던 뮤즈, 유명 프로모터로 구성된다. 마스터 티쳐는 멘토로 제약을 가르치고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며 의식적 훈련을 시켜주는 사람이다. 상충하는 협업자는 나와 의견이 충돌하면서도 협력적으로 일하는 사람으로 다양한 의견을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충시켜주면 긴장감을 유지하게 해준다. 모던 뮤즈는 격려하는 사람으로 해당분야로의 훈련과정에서 동기를 꾸준히 부여해주는 사람이다. 유명 프로모터는 당신과 당신의 작품을 인정해줄 만한 권위와 신뢰도를 가진 사람이다. 이들의 인정이 성공으로 가는 문턱을 낮춰주기에 이들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은 반복이다. 반복은 4가지 하위 요소를 갖는데 개념화-압축-큐레이션-피드백이다. 개념화는 여러가지 제약을 고려하면서 최대한 많은 합리적인 가능성을 생각해내는 것이며 압축은 이들을 현실적으로 실험가능한 갯수로 줄여내는 것이다. 큐레이션은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하고 체험하여 평가하는 것이며 피드백은 현실화한 아이디어에 대해 다른사람의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꾸준히 하는 것이 반복인 것이다.  책은 이와 같은 과정을 누구나 알고 실천해나간다면 성공으로 이어지는 창의성의 획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과학이 발달하고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더 잘이해하는 날이 오면 결정된것과 후천적으로 가능한 것 간의 가능성도 보다 명확해 질 날도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가능성이라고 생각한 요소들도 사실 선천적으로 상당히 결정된 것으로 밝혀질지도 모른다. 속히 말하는 노력하는 재능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애초에 선천적 프로그래밍은 개체의 생존을 위한다는 측면에서 결코 완전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유전자는 반드시 후천적가능성을 선천적으로 결정해 놓았을 것이다. 때문에 인간은 자유롭거나 혹은 자유롭다고 착각할 수 있으며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향유할 수 있는 존재로서 자신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갈 수 있는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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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시대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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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알고 있는 대로 박노자는 독특한 면을 갖고 있다. 특이한 정체성과는 다르게 러시아 출신이고, 한국에서 오래 공부하고 활동하고 있으나, 정작 사는 곳과 근무지는 노르웨이다. 한국에 대한 애착이 강해 한국이름도 있는데, 러시아 사람이란 뜻으로 '노자'다. 한자로 러시아가 '노'이니 노를 쓰고, 사람이나 아들이란 뜻으로 '자'를 쓴 것이다.

 이렇게 독특하다보니 시각도 남다르다. 한국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외국인만한 객관자가 될수 없는 없는데 그는 이런게 가능하면서도 외국인이 놓치는 한국만의 정체성과 문화에 대한 이해도 상당히 갖고 있다. 즉,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인 이해와 관찰이 가능하달까? 거기에 러시아와 노르웨이에 대한 경험으로 상호 비교가 가능하니 날카로운 통찰과 시사점 제공도 가능하다.

 이번 책도 그랬다. 전에 읽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연장선인데 이번엔 모음글을 엮을 책이다. 전작은 박근혜 치하에서 나온만큼 상당히 절망적이고 어조가 강했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말 말이 안되는 일만 사라졌을 뿐이지 나라의 근본 문제는 여전해 책에서는 여전히 문제의식이 강하다. 대통령만 조금 나아졌을 뿐 바뀐것은 많지 않으며 변화의 속도와 깊이는 약하다는게 그의 전반적 평이다.  

 책 제목은 전환의 시대인데 그가 말하는 전환은 3가지로 '탈분단', '탈군사', '탈자본'이다. 전환을 필요로 한단 이야기는 박노자가 보기에 이 세 가지 것들이 한국사회의 근원적 문제라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우선 탈분단으로 그는 통일이란 말이 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오래된 진영의 논리이고 북측을 동등한 파트너이자 주체로 생각하는 느낌이 약하기 때문이다. 탈분단이 필요한 이유는 우선 분단이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양측의 젊은이들 중 상당수가 의무라는 이유로 정당한 대가없이 긴 기간 군복무를 해야한다. 거기에 국방비로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한국의 국방비는 GDP대비 상당한 수준이며 매번 국방비리와 주요구매처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효율적 집행도 안되는 편이다. 이 비용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경제협력으로 썼다면 진작에 평화는 구축되었을 거라는게 박노자의 생각이다. 북측입장에서 생각하는 것도 재밌다. 북측입장에서 보면 적국인 한국과 미국의 전력은 막강하기 그지 없다. 한국하나만 보더라도 자신들의 수십배에 달하는 경제력과 기술력을 갖고 있으며 그로 인해 군사력도 상당하다. 거기에 러시아와 중국이 떨어져나간 자신들과는 달리 여전히 세계 최강국의 군사가 주둔하고 있다. 가히 위협적이라 할 수 있으며 북의 핵무장도 이런 논리의 연장선에서 이해한다.

 다음은 '탈군사'이다. 박노자는 이전 저작부터 한국의 군사문화가 사회전반에 퍼져있는 것을 의아해하며 문제시했다. 그리고 그는 한국사회의 갑질 문화도 이 군사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한다. 한국이 군사화 된 것은 사실 분단때문인데 이승만 정권이 미국의 의존하고 냉전의 전초기가 된 것이 그 시초로 볼 수 있다. 한국은 냉전의 대리전을 통해 지독히 가난함에도 대병을 유지해야하는 군사국가가 된다. 이로 인해 한국의 인구대비 군사의 숫자는 세계최고 수준에 달하며 이로 인해 상당수 한국민들이 업악적이고 수직적인 관계를 상당기간 거치며 내면화하게 된다. 또한 외세에 의존한 정부역시 이로 인해 상당히 수직적이고 억압적인 갑질 문화를 내포하게 되었으며 이들의 수혜를 받아 각종 특혜로 성장한 대기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로 인해 사전에도 없어 한국어 발음으로 표기할 수 밖에 없는 갑질문화가 한국사회 널리 퍼졌있다는게 박노자의 생각이다.

 마지막은 '탈자본'이다. 한국은 상당히 신자유주의에 친화적인 국가다. 돈이 많이 들고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어리석은 정치인이 있지만 여전히 한국의 gdp 대비 복지예산편중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거기에 최근의 모 드라마에서 잘 지적한 것처럼 한국의 인적재생산은 철저히 부모계층의 자본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엄청난게 오른 집값과 부동산 값은 물론이고 엄연한 계약관계임에도 사용자와 노동자와의 갑을관계는 자본의 폐해를 매우 잘 보여준다. 박노자는 적어도 인간의 최소생존조건인 교육, 의료, 주거에 있어서는 자본에 모든 걸 맡겨놓아서는 안된다고 본다. 질도 그다지 좋지 않은 교육을 학벌이라는 이름으로 팔아먹는 대학, 지불능력이 없는 환자는 진료하지 않는 병원, 집값을 올리는 토건세력과 있는데로 상인을 쥐어짜는 건물주역시 모두 적폐로 본다.

 그럼 이런 꽉막힌 현실의 해결책은 대체 무엇일까? 박노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약자층의 연대다. 노동조합이나 사회적 연대를 통해서 약자들이 뭉치고 연대해서 저항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어야 학벌이나 명문대학은 사라지고 모두가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병력은 모병제로 충원되어 규모는 10만정도에 불과해지고, 무상치료와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람들 모두가 쉽게 거주할 수 있으며, 평화체제가 정착되어 누구나 평양이나 원산에 쉽게 다녀올수 있는 나라가 될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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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2-09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목조목 잘 정리해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흐흑.. 박노자가 제시한 해결책은 조금 답답해 보이고 과연 그런 날이 올지 참 멀게만 느껴지네요. ㅠ.ㅠ

닷슈 2019-02-09 23:30   좋아요 1 | URL
저도 참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그럴수 있다면 의외로 쉽게 될수도 있긴한데 마중물을 주거나 불붙이는게 참 지난하게 느껴집니다. 책에서 박노자는 착취당하는 시민들의 분노 임계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는 것 같았습니다.

cyrus 2019-02-10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연대’를 주장하면 결집력이 생길 수 없어요. 연대하는 세력이 모두 같은 마음, 같은 사회적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없거든요.

닷슈 2019-02-10 20:17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잘 뭉쳐지지 않고 기득권층에 이이제이 당하는 측면도 크죠. 하지만 공통점도 크다고 봅니다. 최순실 게이트도 어이없게도 ‘학벌‘이라는 것의 공정성을 건드린게 도화선이 된 만큼 모든 걸 포괄하지도 못하는 어이없는 무언가가 결집과 혁명의 계기가 될지도 모른단 생각입니다.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 스스로 ‘정상, 평균, 보통’이라 여기는 대한민국 부모에게 던지는 불편한 메시지
오찬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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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한 명칭은 모르지만 매년 말이면 한 교수집단에서 올해를 지칭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하곤 했다. 박근혜때였는지 이명박때였는지는 정확하지는 않으나 어떤 해에 한국사회를 지칭하는 사자성어로 그들은 '각자도생'을 택했다. 당시 매우 시의적절해서 무릎을 쳤던 기억이 있다. 알아서 잘 살아남아야 한단 뜻인데 공공성과 복지가 매우 취약한 한국엔 정말 잘 어울리는 표현이며 이는 지금도 꽤 유용한 표현이다.

 책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에도 각자도생의 시대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결혼과 육아는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대한 결정이고 과거엔 의무나 아름다운 것으로 여겨졌지만 각자도생의 시대엔 그야말로 치열한 전쟁이 된다.

 우선 시작인 결혼부터 쉽지 않다. 이미 한국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결혼연령층의 응답이 사상 최초로 50%를 밑돌았다. 여기엔 결혼을 하는데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과 가부장적 질서가 자리한다. 책은 여성의 관점을 주로 보는데 여성입장에선 결혼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다. 양성평등적 사고방식을 갖고 자라났지만 결혼 후 육아는 대개 여자의 몫이 되며 사회복지의 미약으로 이는 경력단절로 이어진다. 거기에 주거부담으로 신혼부부는 남자쪽 집안에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남자집에서의 간섭이 시작된다. 이 경제적 도움으로 시부모는 신혼부부의 삶에 간섭할 권한이 생기기 때문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전념할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툭하면 이미 성인인 자식의 집에 허락도 없이 시부모가 들어온다. 집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나친 것이 사실이지만 그들도 그럴만하다. 노인빈곤율이 경제선진국 집단중 가장 심각한 한국사회에서 자신들을 부양하지도 않을 자신들에게 무려 1억이상의 거액을 선뜻 건낸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남편의 부족한 양성평등적 사고도 한몫하기 시작한다. 결혼전에는 지극히 양성평등적 사고를 보이는듯 하던 이 사람이 결혼 후 돌변한다. 시부모님에게 효도할 것을 강요하고 맞벌이임에도 살림이나 아침밥상이 여자의 몫이 되는게 당연한 것처럼 행동한다. 더 기가막히는건 친정부모의 반응이다. 자신을 양성평등적인 사람으로 교육하고 자신처럼 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던 어머니가 상견레자리부터 굽신거리며 가부장적인 사람으로 돌변한다. 결혼후에도 이런 엄마의 반응은 마찬가지. 여자는 기댈때가 없다. 이 거대한 문화적 장벽앞에 대부분 이를 받아들인다.

 이런 결혼에서 비정상적인 육아가 탄생한다. 양성평등적으로 자라난 자신의 모든 것을 결혼앞에서 잃어버린 여자는 비정상적인 엄마로 돌변한다. 자신이 결혼으로 이루지 못한 여러가지 것들을 자식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만들어진 모성도 이를 부채질 한다. 여성에게 모성을 아름답고 귀한 것으로 강요함으로써 모성의 당사자인 여성 자신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육아는 마치 전쟁터다. 얼마 쓰지도 않는 유모차가 500만원 가량이나 하며 각종 육아서나 장난감 학습도구들은 넘쳐난다. 이들은 엄마를 압박하며 이상스레 주변엔 이런 것들을 잘 알고 한발 앞서나가는 엄마들이 자리한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출생아수가 크게 감소함에도 이런 육아시장의 규모는 끝을 모르고 성장한다. 여기엔 정도란 것이 없다. 이런 것들을 해나가야 간신히 평균이 될 뿐이며 TV나 주변엔 더 대단한 사람 투성이다.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이 자식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교육에도 비슷한 공식이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의 교육은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사람을 서열화한다. 모두가 이 서열화 논리에 매몰되어 있어 이 공식의 신봉자가 된다. 그래서 비정규직을 함부로 정규직화하는 논의나 노동조건이 좋지 못한 사람이 좋은 대우를 받는 꼴을 보지 못한다. 그들은 학창시절 열심히 하지 않아 서열화에서 탈락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논리로 교육은 움직인다. 그리고 이에 발맞추어 사교육을 한다. 사교육은 효과가 없다고 언론에서 눈가리고 아웅하지만 책은 단연코 사교육은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명문대학과 고교에 진학하는 학생이 대부분 사교육을 많이 받고 있으며 사교육 효과가 보이지 않는 것은 모두가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때문에 사교육의 효과는 많은 사람에게 있어 뒤쳐지지 않는 정도로만 보인다. 결국 안하면 서열화 교육시장에서 탈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책에는 자녀 소유과 자녀 보호의 개념이 나온다. 자녀 소유는 흔히 우리 한국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보고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자식을 폭력을 사용해서 교육하든 내 맘대로 동성애는 나쁜 것이고 특정신앙등을 자식에게 강요하는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반응하는게 자녀 소유다. 이런 사람들은 공적인 부분이나 다른 사람이 자기 자녀 교육에 참견하는 것을 꺼린다. 여긴엔 공공성이 없다. 반면 자녀 보호는 공공의 개념이다. 국가와 사회가 자녀교육에 참견하며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에게서 자녀를 분리하거나 교육을 시키지 않는 부모에게서 친권을 박탈하는 개념들이 자녀 보호다.

 책은 결혼에서 육아 그리고 교육으로 이어지는 이 일련의 문제에는 결국 각자도생이 있음을 말한다. 모두가 모든 것을 경쟁할 수 밖에 없기에 죽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이 싫어서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란다. 그들 역시 결국 그들처럼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과 자신들이 다름을 강조하여 경쟁에서 다른 방식으로 승리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게 타파되려면 결국 나만 다른 방식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다른 방식으로 가야한다.

 책을 인상적인 말로 마무리를 한다. 삶이 전투가 된 세상에서 우리는 전쟁이 없는 사회를 희망하지 않고 더 강력한 무기로 무장했다. 그 결과 모두가 피투성이가 되어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는 비열한 경쟁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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