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부족주의 - 집단 본능은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가
에이미 추아 지음, 김승진 옮김 / 부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어느새 협력과 그에 필요한 이타심, 그리고 이에 기반한 고도의 윤리체계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여기엔 적용범위가 있다. 어디까지나 이들이 나의 내집단에 속해야만 하는 것이다. 나와 같은 언어와 비슷한 복장과 생김새, 주거지역, 먹는 음식등이 비슷해야 비로서 나의 내집단으로 여기고 협력과 윤리성이 적용된다. 이에 벗어나면 금방 적개심을 갖거나 적이되는데 최근 미국을 뒤엎고 있는 플로이드 사건만 해도 그렇다. 백인과 흑인은 서로 모든게 매우 다르다.

 이런 인간의 미개해보이는 특성은 상당한 장점이 있다. 내집단의 협력성은 나의 적합도를 현저히 높인다. 짝짓기 기회도 높이고 먹이도 나눌 수 있으며 외부 침입에서 나를 보호한다. 또한 외부에서 온 녀석은 알수 없는 전염병 같은 것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여러모로 이런 특성은 과거 분명 유효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오래 지나며 이런 작은 규모의 내집단은 다른 내집단에 잡아 먹히거나 합세하기도 하여 점점 그 크기를 키웠나갔다. 그래서 이룩된게 현대 국가다. 한국처럼 과거 여러 다민족이 서로 한민족이라는 신화에 하나로 융합되어 스스로가 단일민족으로 착각하며 살아간다면 그 융화가 상당히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경우는 분명 아니며 한 국가에 억지로 상당한 정체성과 반목을 가진 여러 민족이 공존하는 경우도 잦다. 이는 역사적 우연에 의해서이기도 하고 일부 힘있는 나라들의 장난질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서로가 매우 이질적으로 생기고 문화와 종교가 다른 외집단들이 서로 같이 살고 있음에도 서로를 어느 정도 강한 내집단으로 여겨 같은 나라의 국민으로 스스로를 여기고 그 나라에 충성하는 국가가 하나 있으니 바로 미국이다. 저자는 그래서 미국이 세계 주요 강대국중 유일하게 수퍼집단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수퍼집단을 이룬 강대국은 많지 않다. 영국은 국호는 영국이나  사실상 그 좁은 나라안에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잉글랜드가 따로 논다. 캐나다 역시 프랑스계와 영국계가 아등바등하고 살며, 프랑스내에서도 기존 프랑스 인외에 이민자 집단과의 갈등이 심하며 프랑스는 강제 통합정책을 실시한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내 다양한 민족과 그들의 정체성을 허락한다. 그래도 미국이라는 하나의 수퍼집단으로의 통합을 자신하는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와 미국의 개척자 정신으로 하나가 되어온 오랜 역사적 전통에서 비롯된 자신감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게 미국에 항상 긍정적으로만 작용한 건 아니다. 우선 외교에서 그랬다. 우리한테 한 것만 봐도 미국은 전통적 지지를 얻던 민족주의 진영을 무시하고 친일파와 미국에 협력하는 우파 세력에만 손을 뻗었는데 이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 대해 무지한 결과였다. 미국은 한국에만 그런게 아니다. 베트남에서도 헛발질을 했는데 그들은 베트남이 중국에 오랜 저항을 해온 역사를 갖고 있고, 소규모 집단임에도 오랜 지배로 기득권을 얻어온 중국의 후예인 화교집단에 대한 적대감도 몰랐다. 단지 한국에 그랬던 것처럼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안경만 끼고 바라 봤을 뿐이며 결과는 참당함 실패였다. 물론 미국이 이러는데는 앞서 말한 것처럼 자신들의 성공적 통합 경험이 있다. 서로 작은 별볼일 없는 집단이 아둥바둥해도 강한 힘과 민주주의라는 정의 앞에 결국 하나로 통합되어 국가를 이룰거라는 순진한 믿음 말이다. 또 거기에 미국은 다른 오래된 강대국들에 비해 식민지 운영 경험이 일천하다. 구 열강들은 원거리에 위치한 강대한 식민지 국가를 지배하기 위해 그들의 역사와 민족을 철저히 연구했고, 반목집단을 서로 이용함으로써 지배를 유지해왔다. 미국은 이런 경험이 없다.

 하여튼 이런 정치적 부족주의에 대한 몰이해로 베트남에서의 실패, 아프간에서의 실패, 이라크에서의 실패를 쪽 살펴본게 이 책이다. 다만 베네수엘라의 예는 미국과는 조금 덜 상관있고 더욱 재밌는 예이기에 자세히 살펴본다.

 베네수엘라 하면 죽은 우고 차베스와 미인대회, 석유, 파탄난 경제가 떠오른다. 아마도 대중적으로 미인대회가 가장 친숙할텐데 베네수엘라의 미인대회의 수준은 상당하며 실제로 세계 미인대회에서의 성적도 좋은 편이다. 베네수엘라 자체내에서도 미인대회의 시청률이 80%에 이를 정도로 대국민적 관심사다. 그런데 베네수엘라 미인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남미적 특성이 좀 섞여 더욱 매력적이긴 하지만 유럽인에 가까운 미인이 생각나지 않는가. 그래서 나도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대개 그런 스타일인 많은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 베네수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우고 차베스처럼 생겼다.

 이는 남미내에 깊이 뿌리 박힌 인종차별에서 비롯하는 정치적 부족주의를 강하게 상징한다. 헌데 이는 우리의 상식과 부합하지 않는다. 북미와는 다르게 중남미는 가족이민을 하지 않아 강하게 혼혈이 이루어졌고 그래서 인종차별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지역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그리고 현지인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결정적 증거는 빈부격차인데 중남미 국가는 하나 같이 혼혈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백인 지주의 후예들이 대부분의 부와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 중남미에서 혼혈인에 대한 인종차별의 역사는 매우 길다. 메시코에서는 백인과 아메리카 토착민의 혼혈인 메스티소가 땅을 소유하거나 성직자가 되는걸 오래도록 금지했다. 그리고 칠레는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했을때 이를 칠레의 백인적 특성때문으로 여겼다. 중남미에서는 백인과 아메리카토착민, 흑인노예,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의 혼혈들의 마구잡이 뒤섞임을 무려 20여종으로 분리해놓았는데 차별할 필요가 없었다면 대체 이런 짓이 무슨 의미가 있었겠는가. 차별의 반증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중남미에서 코스모폴리탄적 성향을 보이는 것은 부유한 백인계층이다. 여유에서 나온 사치랄까.

 이런  틈새를 파고든게 우고차베스다. 그는 이미 존재하던 인종차별에서 비롯되던 정치적 부족주의를 날카로운 정치적 감각으로 파고들었고 대중에게 이를 일깨웠다. 백인이 차지하던 요직과 권력은 자신과 닮은 혼혈인과 토착민에게 부여했다. 차베스의 집권은 베네수엘라가 고유가로 호황을 누리던 시기와 함께 지속되었고 나라가 저유가로 흔들리는 낌새를 보이는 시기 그의 죽음으로 끝났다. 남미의 반목과 백인에 의해 만들어진 코스모폴리탄의 정체를 잘 파헤쳐준 사건이다.

 수퍼국가를 만든 미국도 사실 정치적 부족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치적 부족주의는 소수이면서도 정치, 경제, 사회의 권력을 잡은 시장지배적 소수가 있을때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데 오늘날 미국엔 이런 소수가 없어 위협을 모두가 느끼는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정치적 부족이 위협을 느낀다. 권력을 장악한 백인도, 흑인도, 무슬림미국인도, 멕시코계 미국인도, 아시아계도, 미국의 여성도 모두 위협을 느낀다. 경제적 어려움과 중산층의 붕괴가 사회의 안정성과 통합을 해쳐 모두가 위협을 느끼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는 확실한 주도적 세력이 없기 때문엔데 주도적 세력의 경제, 사회, 정치 권력의 상실은 어이없게도 모두에게 위협적인 상황이 된다. 확실한 헤게모니를 장악한 세력은 관용을 베풀 여유를 갖기도 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오랜 추구로 세계 여러 부유한 나라의 중산층은 붕괴하였고, 강함을 잃었다. 때문에 정치적 부족주의는 강하게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새로운 정치적 부족주의라고 할수 있거나 그것을 넘어서는 틀이었던 민주주의는 각국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 인간이 이를 넘어 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위기에 몰릴수록 내집단에 더욱 기대는 것이 우리의 오랜 본성이기 때문이다.

 인류 문명이 발달할 수록 내집단은 새로운 이념과 정체성, 신화를 내세우는 더큰 하나의 집단으로 통합되어 갔다. 한국만 봐도 고구려,백제, 신라의 정체성은 통일신라에 그대로 남아있었고 고려시대만 해도 사람들은 자신을 고려인이라고 칭하기 보다는 백제, 신라인으로 자신을 칭했다.거기서 벗어난건 조선에 이르러서였다. 새로운 정치적 부족주의로 갈아타는데 오백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했던 것이다. 세계 각국도 언젠간 하나의 지구라는 신화로 통합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아닐수도 있지만. 어릴적 좋아하던 일본 만화 '마크로스'를 보면 지구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외계 거대 모함이 지구의 한 섬에 불시착한다. 이 거대모함의 불시착은 전 지구에 큰 충격을 주었는데 글 결과는 지구 통합전쟁이었다. 강한 외부의 적을 인식해 지구인 전체는 하나로 통합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로 인해 수년간의 전쟁이 수행되어 통합정부가 수립된 것이다. 그리고 이 통합정부는 결국 외부의 적을 맞이하게 된다. 이처럼 인간의 진정한 코스모폴리탄 시각을 가지려면 둘중 하나겠다. 외부의 적의 등장과 인간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신화의 등장이다. 무엇이 될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착취도시, 서울 - 당신이 모르는 도시의 미궁에 대한 탐색
이혜미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옥고란 말을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지옥고는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을 말한다. 모두 우리사회에서 주거의 질이 가장 낮은 곳이라 볼 수 있는데 희안하게도 이들의 단위면적당 주거비용은 그 품질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지옥고보다도 더 위에서 노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쪽방'이다.

 쪽방은 방을 여러 개로 나누어 작은 크기로 만든 방으로 한 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크기의 방이다. 보통 3제곱미터 전후인데 보증금 없이 월세 혹은 일세로만도 살 수 있어 홈리스나 홈리스전단계의 빈민들이 선호한다. 이처럼 쪽방은 홈리스로 전락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보증없는 낮은 문턱으로 주거공간을 제공한다는 순기능이 있다. 실제로 외국에선 쪽방같은 것을 없애버렸다가 오히려 홈리스가 늘어나는 일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 책에 드러난 우리나라의 쪽방 실태를 보면 순기능보다는 부정적기능이 압도적으로 보인다.

 지옥고나 쪽방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한국엔 놀랍게도 최저주거기준이란게 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것인데 14제곱미터, 즉 4.3평정도의 면적에 부엌과 전용목욕시설, 화장실을 갖춰야한다는 것이다. 지옥고와 쪽방은 물론 이것이 갖춰져 있지 않은데 이는 이들이 비주택으로 분류되는 법망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쪽방은 그 어느법의 적용도 받지 않는듯하다. 실체가 불분명하다보니 숙박업도 아니고 임대업도 아니어서(물론 사실상 임대업이다.) 공중위생관리법이나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 및 적용대상이 아니다. 이 애매한 공간에 사는 이들이 서울만 3296명이며 다른 지역 및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를 더한다면 배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쪽방은 놀랍게도 난방 및 냉방기능이 없다. 힘없는 쪽방의 사람들은 쪽방의 대기수요도 많기에 세입자로서 당연한 요구를 감히 하지 못한다. 목욕시설도 당연히 바깥에 있으며 화장실도 공용이다. 창문은 언감생심이다. 이런 쪽방의 주인들은 대부분 타지인인데 놀랍게도 임대투자목적으로 대개 쪽방건물을 구입하고 운영한다. 운영은 주인이 직접하는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개 쪽방에 거주하는 사람이나 근처 중개사를 이용한다. 때문에 쪽방주민들은 대개 이 관리자들을 주인으로 착각하며 살며, 정식 부동산 임대차 계약이 아니기에 서류상 주인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당연히 이들의 임대수익은 정식으로 잡히는 돈이 아니며 탈세로 이어진다. 삼층짜리 쪽방건물에 방이 10개라면 쪽방의 평균임대수입이 22만원이므로 한달에 220만원의 임대수익이 주어진다. 일년이면 2600만원 가량되는 셈이다. 이 금액은 면접대비로 친다면 강남 타워펠리스의 수배에 달한다. 질은 수십배 낮음에도 말이다.

 더 기가막힌 것은 이 쪽방의 수리를 행정당국이 맞고 있다는 것이다. 마땅히 주인이 해야하나 타지인인 주인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관리자도 주인이 아니다. 그렇다보니 주거민의 생활안정을 위해 행정당국이 매년 국민의 세금으로 땜질식 수리를 한다고 한니 기가막힐 노릇이다.

 거기에 쪽방은 위험관리도 되지 않는다. 돈만되면 마구잡이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받다보니 전과자나 위험성향을 가진 인물이 입주하는 경우가 많고 이들의 주변 쪽방 이웃들에게 위해를 가해도 특별히 방법이 없다. 쪽방엔 장애인들도 무척 많이 사는데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많이 거주한다고 한다. 또한 쪽방은 성차별적이기도 하다. 남성의 경우 홈리스 신세를 면하고나 면해가는 과정에서 임대주택의 전단계로 쪽방에 거주하기도 하는데 여성의 경우 쪽방촌의 거주민이 대부분 남성이고 사생활 보호가 전혀되지 않아서 거주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쪽방의 가장 안좋은 점은 주민들의 발목잡기다. 쪽방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잠시 이곳을 스쳐지나가는 목적으로 거주하기 시작하지만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다. 쪽방에 거주하는 평균 기간은 무려 11.7년에 달한다. 한번 들어가면 장기간 여기에 묶이는 것이다. 이는 쪽방에 사는 사람들이 경제적 능력이 취약하다는 점과도 관계하지만 아무래도 과도한 임대료도 한몫하지 않는다고 하기 어렵다.

 이런 쪽방이 대학가에도 있다고 하니 바로 대학가 신쪽방촌이다. 언젠부턴가 대학가에서는 기존 주택을 불법개조하건나 신축하여 쪽방크기의 원룸임대가 성행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대학이 학생 10명당 거의 1명밖에 수용하지 못하는 형편없는 기숙사시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가 신쪽방촌은 대개 노후한 다가가 주택을 리모델링하여 원래 존재하지 않던 방을 둘이나 셋 만들어 호수를 부여한다. 신축하는 경우는 법에 맞게 사용승인을 일단 받은후, 이후 더 많은 가구로 나눠 방을 쪼개는 경우다. 101호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102호와 103호가 나오는 형국이다.

 이들은 주로 대학가에 당연히 위치하는데 몇년전 한양대가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자 쪽방주인들이 나서 대거 항의한 적이 있다. 당연히 이 지역 정치인도 합세하여 더욱 문제가 된 사건인데 한양대는 이들과의 갈등으로 아직도 기숙사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대학생들과 주변 직장인들이 이 쪽방의 주 고객인데 이들은 사회초년생이라 자신들의 권리에 미숙한 면도 있고, 워낙 주거비용이 비싸 선택의 여지가 없이 이런 방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곤 한다. 이런 쪽방은 당국의 행정지도에도 불응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적발되어도 시정비율이 불과 5%에 못미친다고 한다. 이는 이행강제금보다 월세수익이 이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이런 쪽방 사업은 투자대비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고수익 비즈니스 사업이다. 빈곤 비즈니스라 할 수 있는데 정상적인 임대업에 비해 자신들은 어떠한 책임과 임차인에 대한 기본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매우 악랄하다 할 수 있다. 결국 해결은 당국에 있는듯하다. 법의 개정으로 쪽방과 대학가 신쪽방에 대한 관리. 또한 결국 임대주택의 많은 보급 그리고 대학의 책임있는 자세가 문제의 해결책이 될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르노랜드 열다 페미니즘 총서 5
게일 다인스 지음, 신혜빈 옮김 / 열다북스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과거 포르노는 엄청 귀했다. 비디오가게에서 몰래 빌리거나 잡지를 사서 봐야했고, 모든게 노출되는 진정한 포르노를 구하려면 용산이나 다른 상가에 암암리 가야했다. 그래서 이처럼 야동이 귀하던 시절 그 어려운걸 해낸친구들은 묘한 권력을 갖기도 했고 무용담을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포르노는 일상화되었다. 약간의 구글링만으로도 얼마든지 포르노를 볼 수 있고, 그 수위는 과거 우리가 보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단지 쉽게 구할수 있게 된 것만도 아니다. 포르노가 이처럼 쉽게 구해지고 허용되면서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 포르노가 암암리 파고 들었다. 부부간의 성생활, 남녀간의 성생활, 그리고 여성을 대하는 남성의 인식과 광고, 상품, 심지어 여성자체의 자기인식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말이다.

 이 책 프로노 랜드는 포르노의 탄생과 변화 그리고 포르노가 우리 일상에 어떻게 파고들었는지를 파헤친 책이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을 주로 다루었는데 사실상 포르노의 본고장이 미국이고 우리가 접하는 상당수의 포르노가 미국산이란 점에서 우리에게도 유의미하다고 하겠다.

 

 

1. 포르노의 창시자들

미국에서 포르노의 시작은 '플레이보이'다. 50년대 생긴 이 잡지는 여전히 유명하다. 창립자 휴헤프너는 센터폴드라는 여성의 전라사진이 들어가는 잡지를 생각해낸다. 그의 의도는 명백히 도색잡지의 가능성을 보고 이를 판매하는 것이었지만 당시 성적으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와 광고수익의 저하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때문에 플레이보이는 전쟁과 공황을 겪으며 물질적 빈곤의 시대에 자라는 높은 수준의 물질적 소비에 익숙치 않은 50년대 미국백인 남성들에게 새로운 소비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래서 플레이보이는 도색잡지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단편문학도 수록되었으며 유명인사와의 인터뷰, 차, 술, 의류, 음식, 소비재, 여자에 대한 조언등 수록되었다. 이런 플레이보이의 스타일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곧 경쟁자가 나타난다. '펜트하우스'다. 펜트하우스는 플레이보이와 경쟁하기 위해 단기적 광고수익의 감소를 염두에 두더라도 보다 성적으로 여성의 음모가 드러나는 노골적인 화보를 제시한다. 단기적 광고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플레이보이를 무너뜨린 후 시장을 장악해 광고수익마져 얻겠다는 전략이었으며 어느정도 플레이보이를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잡지는 아직 소프트코어정도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본격적인 하드코어의 길을 연 잡지가 레리플린트가 만든 허슬러다. 허슬러는 매우 노골적인 이미지를 수록하기 시작했고 사실상 소프트코어랑 대비되는 곤조포르노 영역을 사실상 만들걸로 평가받는다. 이 세잡지는 시대의 변화로 예전과 같은 판매고를 기록하진 못하고 쇠퇴한 것들도 있지만 플레이보이의 경우 고급스튜디오를 만들거나 다양한 소비재에서 라이선스 수익을 거두고 있으며 이미 웹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해놓은 상태다.

 

2. 포르노 산업의 공범자들

우리는 포르노 산업이 그자체로만 있을 뿐 다른 영역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포르노는 주류산업과 상당한 유착관계를 가지며 자신들의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데 케이블 티비와 유통사, 웹사이트, 검색엔진, 은행과 부동산이 그렇다. 케이블 티비는 포르노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통사는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포르노 유통으로 돈을 번다. 웹사이트에는 단일주제로는 최대의 사이트가 포르노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글을 비롯한 유명한 검색엔진들은 이 사이트로의 접근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약간의 검색으로 매우 쉬운 접근을 허용한다. 또한 은행은 포르노 업자들이 포르노를 통해 번 검은 돈을 주식, 채권, 뮤추얼 펀드등에 투자하게 허용하고 있으며 부동산 업자들인 인근에 포르노 스튜디오라도 생기면 막대한 시세상승으로 수익을 거둔다. 모두가 공범자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포르노 산업은 이런 파트너 기업들과의 협력 뿐만 아니라 정당성을 추구하며 번듯한 주류이미지를 치밀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상당히 성공적인데 과거 우리는 포르노를 즐기면서도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회사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지만 오늘날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포르노에대해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느낌을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며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과거 음지에서 활동했던 포르노 스타들이 다른 스타들처럼 거리낌 없이 주류언론에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포르노는 거대 비즈니스화하고 있다. 이미 양지에서 국내, 국제시장에서 과감히 진출하거나 정치적, 입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향후 소유집중이 극대화하고 브랜드 파워와 광범위한 운영능력까지 갖춘다면 그 영향력은 엄청나 질 것으로 예상된다.

 

3. 포르노의 문제점은?

 그렇다면 대체 포르노의 문제점은 뭘까? 과거 우리는 희소성이 높은 포르노를 즐겼지만 비판했었다. 하지만 어디서나 쉽게 접할수 있는 지금은 어떨까? 포르노의 수위가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졌음에도 비판을 하는 사람은 찾기 쉽지 않은데 이는 포르노가 그 만큼 우리의 인식저변에 일상화 되었고 파고들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강한 증거이기도 하다. 이는 앞서말한 것처럼 포르노 선구자들의 오랜 노력에 의한 것이다.

 포르노는 소프트코어에서 시작해서 곤조포르노로 대변되는 하드코어로 접어든지 오래되었다. 이는 과거와는 다르게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져서인데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얼마든지 손쉽게 포르노에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엄청난 수의 사이트와 프로노들이 범람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심화는 점점 포르노의 수위와 강도가 심해지는 결과를 낳았고 이로 인해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항문성교나, 두구멍 섹스, 애스 투 마우스, 구토를 동반한 오렐섹스 등이 일반화되었다. 이런 식의 포르노의 수위 높아짐과 과격화는 여러 문제를 낳을 수 밖에 없다.

 우선 이런 식의 격렬한 섹스가 여성 출연자의 몸에 상당한 위험을 동반한 다는 것이다. 항문성교 두구멍섹스는 항문파열이나 탈장의 위험을 격렬한 오럴섹스는 턱관절이나 목구멍에 상당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관리되지 않은 소규모 업체에서는 성병감염의 위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것이 주 사용자인 남성소비자의 인식과 행위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부부사이건, 사귀는 남여사이건 남여사이의 정상적인 성행위는 손을 맞잡는 행위부터 포옹, 키스, 깊은 애무에서 섹스로 이어지는 일련의 애정을 동반한 정신적 육체적 교감과정을 동반한다. 하지만 포르노의 성행위는 그런 과정이 없다. 정상적인 남여사이에서 섹스로 이어지게 하는 정서적 교감행위나 서로에게 매력을 갖게 되는 장면도 없으며 갑작스레 격렬한 애무와 성행위로 이어진다. 여기서 남배우는 주로 여배우를 학대하는 장면이 많으며 걸레같은 년, 정액받이, 창녀 등 비인격적인 용어도 서슴치 않는다. 그리고 여배우는 이를 모두 기꺼이 자발적으로 즐기는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포르노업자들이 정상적인 남성들은 이런 모욕행위를 불편해할수 있다는 걸 잘 알기에 포르노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이런 취급을 해 일상적인 여성과 분리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행위다.

 이처럼 포르노는 기본적으로 여성폄하의 의도를 갖게 되는데 여성이 가장 무력하게 폄하되는 성행위가 항문성교다. 때문에 항문성교는 포르노에서 상당한 인기를 갖고 있으며 그것이 강제성을 띄는 모습을 보이거나 여성이 고통을 느끼는 모습을 보이거나 혹은 항문성교후 바로 성기를 여성의 입에 물리는 등 여성폄하의 정도가 강해질수록 인기는 강해진다. 이런 섹스를 포르노로 학습한 남성은 비정상적인 포르노의 성행위를 일상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실현 하고자 한다.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들이 보지 않았음에도 포르노에 나오는 성행위를 하게 되고 강요받는다. 여성들은 성행위 및 인식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도 포르노배우처럼 되기를 강요받는데. 미끈하고 오일을 바른 날씬한 몸뿐 아니라 음모를 제모하는것을 강요받는다. 포르노 배우들은 거의 대부분 음모를 제모한 상태인데 이게 일상으로도 연결된 것이다. 실제로 음모를 제거하지 않은 경우 여성들은 많은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불성실이나, 불결의 이유로 섹스를 거부당한다고 한다. 여성들중 일부는 만나는 상대와 섹스를 원하지 않는 경우 제모를 게을리한다고 하니 사태의 양상을 짐작할만하다.

 그리고 포르노는 심지어 인종차별적이기 까지 하다. 포르노의 소비자들은 주로 자신과 같은 인종이 등장하기를 원한다. 때문에 미국의 포르노는 대부분 백인 남성을 겨냥해 만들어지고 그렇다보니 여성출연자의 대부분이 금발에 파란눈을 가진 백인이다. 때문에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은 이 업계에서 매우 차별받는데 항문성교가 없는 1대1 섹스의 경우 백인 여성출연자는 최저 8백달러이상의 보수가 주어지지만 흑인 출연자의 경우 최저가 5백달러가 최고가 8백달러에이른다. 백인의 바닥이 흑인의 천장인 셈이다. 이런 인종차별이 심한 포르노업계에서 아시아 여성은 그나마 인기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여기엔 백인중심주의적 시각이 짖게 깔려 있는데 그래서 출연하는 아시아 여성에게는 아시아를 대하는 오랜 백인의 고정관념인 순종적이거나 작고, 말을 잘듣는 등의 이미지가 따라 붙는다. 강자로써 약자 나라의 여성을 마음껏 취할수 있다는 시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 아시아 남성이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반면에 매우 인종차별적인 업계임에도 이상하게도 흑인 남자는 자주 등장하고 인기가 있는 편이다. 여기서 흑인남자들은 걷잡을 수 없는 변태나 종마의 느낌을 많이 주는데 이처럼 흑인 출연자는 과잉남성화의 극단으로 표출된다. 이런 여성을 지배하는 극단적인 남성성이 포르노에서 표방하는 남성의 이미지이므로 이에 외모적으로 가장 잘어울리는 흑인은 유색인종임에도 거부감 없이 사용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기하는 포르노의 문제점은 아동포르노와 수위의 극단화다. 포르노는 앞서 이야기한 거처럼 경쟁의 심화로 이용자의 관심을 끌 수단을 찾다보니 그 행위가 더욱 극단화하고 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그 한방향이 아동 포르노다. 이는 자연스레 출연자의 연령의 하향화를 가져왔는데 1990년대 중반 미법원은 18세이하의 포르노출연에 대한 판결에서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포르노업계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 이 때부터 포르노 업계에서는 18세 이상을 18세 미만처럼 치장에 출연시키는게 가능해졌는데 외모가 어려보이는 출연자를 사용하고 출연자가 막대사탕을 물고 있거나 양갈래 머리에 교복을 입고 출연하는 것들이다. 이런 방향전환은 실제 아동포르노의 증가를 가져왔는데 포르노 업계에서 출연 과정이 강압적이고 유혹적이라는 면에서 제작과정에서 학대당하는 아동의 수를 증가시킬 우려와 아동포르노로 인해 아동에 대한 실제 성범죄가 증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책의 저자 게일다인스는 포르노에 반대하는 강연과 운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포르노에 대한 비판이 마치 성행위자체를 부정하는 것 같은 공격적인 반응을 많이 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식문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게일 다인스의 포르노에 대한 비판도 건강하고 열린 성행위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닌 그것에 악영향을 미치는 포르노에 대한 비판일뿐이다. 이런 반응이 많았다는 것자체가 포르노게 이미 일상화되었다는 증거가 아닐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육의 미래, 컬처 엔지니어링 - 질문하는 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폴 김 외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하면 떠오르는게 뭘까. 혹자는 그 나라의 대표 이미지를 알고 싶다면 애국가를 보라고 한다. 그렇다. 애국가엔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이미지가 나와있다. 애국가에도 나와있지만 국가이미지로 한국정부가 밀고 싶은 것 혹은 외국인도 어느정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그리고 한국민도 자랑스레 내세우는건 아무래도 '다이나믹 코리아'가 아닐까 싶다. 한국이 매우 역동적인 나라라는 것인데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것. 농업국이 최첨단 기술강국이 된것, 스포츠에서 보이는 강인함, 독재국가에서 민주시민사회를 만들어낸 것, k pop을 비롯한 영화 게임산업의 한류 같은 단기간의 긍정적 급변화상은 실제 이 나라를 매우 역동적인 사회로 느끼게 한다.

 하지만 내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는 주로 보수쪽 때문에 중간영역을 허용치 않는 극한대립상태이며, 노동시장이 양극화해 대기업과 중소기업노동자간의 차이가 크며 비정규직 정규직 간엔 계급의식 마져 있다. 또한 농업과 중소제조업분야에서는 외국노동자에 의존할수 밖에 없으면서도 이들을 피부색과 국적, 그나라의 경제력에 따라 무시, 차별한다. 또한 자국내에서 소수인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에 대해 허용적이지 않으며 일부 개신교를 중심으로 이들을 극단적으로 배척하기까지 한다. 산업분야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말로만 규제혁파를 외칠뿐 기득권보장에 앞장서 어떤 신산업도 각종 규제와 대기업의 견제로 자라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 몇 있는 글로벌 기업과 각종 공공기관 내부에서도 유교적 질서에 입각한 관료제가 뿌리 깊게 박혀있으며 이는 창의성과 다양성을 말살해 각종 조직의 혁신성과 효율성을 갈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한다.이런데도 한국을 역동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여튼 이런 사회의 여러가지 의식적 문제와 사회적 문제를 포함하여 전반적인 문화를 바꾸어나가자는 개념이 이 책의 제목인 '컬쳐 엔지니어링'이다. 컬쳐엔지니어링은 그 사회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확보하여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글로벌 시민을 양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지구적 관점에서도 중요하고 그 사회의 경쟁력과 건강함을 이룩하는 필수요소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네 명의 전문가가 모여 여러문제를 다룬다. 몇가지만 살펴보겠다.

 우선 한국이 극심한 리스크 회피사회라는 점을 지적한다. 한국은 앞서 말한 것처럼 변화가 많고 역동성이 뛰어난 것처럼 보이며 이는 사실이다. 하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무언가를 하기를 두려워하는 극심한 리스크 회피 사회다. 비교적 혁신적이어야 할 젊은 층과 기업에서 도전적 태도가 극히 업악되어 있으며 이는 유교나 전체주의에서 기원한 강력한 관료주의와 사회안전망이 지극히 부실한 것에서 기인한다. 현재의 글로벌 기업들은 인재를 뽑을때 쓸데없는 스펙보다는 이 사람의 도전 경험과 그로 인한 실패의 경험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미국의 스탠퍼드대학은 학생들의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거의 모든 프로젝트를 지원하여 실패를 종용한다. 낭비같아 보이는 이 행동은 단 몇개만의 혁신적인 성공으로 모든 실패를 되갚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다음은 도시경쟁력에 관한 이야기다. 미래사회엔 글로벌 본사가 어디에 위치하는가가 매우 중요해지며 세계 각국의 도시들은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하지만 여러 당근에도 글로벌 본사들은 비교적 뻔한 기존유명한 도시들에 입점하고 마는데 이는 이들이 필요한 인재가 그곳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비싼 지가나 각종 세제혜택보다 인재의 중요성을 택한 것이다. 때문에 오늘날의 도시경쟁력은 과거처럼 도시인프라가 아니라 얼마나 뛰어난 인재를 모이게 하느냐에 달렸다. 결국 도시를 사람중심으로 디자인해야 하고, 글로벌한 환경을 조성하는게 중요해진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아이러니한 문제도 발생한다. 글로벌 본사의 도시 진입은 결국 기존 주민의 젠트레피케이션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주 피해자는 아무래도 젊은 층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도시의 다양성과 역동성,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게 한다. 여러모로 고려해야할 점이 많은 셈이다.

 사회적 신뢰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한국은 여기서도 저신뢰 사회로 규정된다. 저신뢰사회는 개인적 연고, 혈연적 연고 등 사적 신뢰에 기반한 사회이다. 한국은 아이러니하게도 저신뢰 사회이면서 노력없는 보상이 상당히 많기까지 한데 노력에 기반해 사회적 신용이 쌓이는게 아니라  학연, 지연, 혈연같은 사적 특수성이 많이 작용한다. 반면 신뢰를 위해 구축한 객관적 시스템과 사회적 프로세스는 작용하기 어렵다. 문제는 미래 사회의 한 축인 공유 플랫폼 경제가 결국 사회구성원 상호간의 신뢰성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의 경우 신뢰성 축적을 위한 사회적 공정성의 확보, 정보공유, 신뢰평가가 중요해진다.

 사회적 규제도 같이 이야기한다. 일본 후쿠시마는 동일본 지진이 일어나기전 지진에 대한 메뉴얼과 훈련이 상당히 갖춰져 있었는데 이로 인해 정작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사태는 메뉴얼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는데 사람들이 이를 깨닫지 못하고 메뉴얼로 대피소로 이동했다 쓰나미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울리히 벡은 현대 사회를 위험사회로 규정했는데 현대 사회가 모든게 연결되어 있어 효율성이 매우 높지만 위험도도 굉장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의 연결성은 극도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위험이나 급격한 변화도 메뉴얼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사회나 교육 전 영역에서 세부지침을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positive list를 만들기보다는 폭넓은 자율성을 주고 판단을 개별주체에 맡기는 negative list가 중요하다고 한다. 개인의 책임감과 윤리의식도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마지막은 교육이다. 결국 컬쳐엔지니링의 완성을 교육에 의한 것이니 교육의 개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두려움에 기반을 두고 두려움을 조장하는 교육시스템으로 책은 규정한다. 한국의 교육엔 무엇보다 학생들의 주도성이 결여되어 있는데 자기 주도성이 있다는 것은 스스로 도전하고 실패의 경험을 갖는 다는 것이다. 학교가 다양한 것도 매우 중요한데 한국은 초, 중, 고, 대학이 모두 중앙조직의 하부구성물처럼 존재하고 몰개성하며 자기 비전이나 독자성이 크게 부족하다. 학교마다 자율성과 독자모델을 갖추기 위해 책은 교장과 교사의 자율성을 높이고 교장에게 필요한 인재를 수급할 수 있는 인사권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읽으면서 미래 사회와 한국사회의 문제점, 글로벌 시민, 지향점등 여러면에서 생각할 거리와 식견을 주는 책이었다. 깊이 있는 대화집이었지만 아무래도 양적으론 부족해 각 저자들의 저서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 한빛비즈 교양툰 2
솔르다드 브라비.도로테 베르네르 지음, 맹슬기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아주 짧고 간략한 한 권의 만화지만 역사상 여성의 지위변화와 성차별의 역사를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담아냈다. 때문에 아주 많은 내용을 상세히 알 순없지만 그래도 제법 충격적인 사실들이 상당히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여성의 민주시민으로서의 지위 획득은 서구권에서 노예가 얻어낸 것보다 늦었다. 아주 오래전에 본 '컬러 퍼플' 이란 영화는 백인에게서 차별받는 흑인사회내부에서도 따로히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만연한 것을 잘 드러낸 인상적인 영화였다. 

 책 내용은 선사시대부터 시작하는데 여성은 생리를 한다. 강하게 풍기는 피냄새에 사냥감 동물을 자극할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남성이 사냥을 담당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역사적으로 공인된 바와 같이 사냥은 성공률이 적어 전체 식량의 대부분은 여성이 채집했고 가족들은 그것에 거의 의지했다. 하지만 지방과 단백질을 대규모로 제공하는 남성의 사냥이 간헐적이었지만 보상효과와 임팩트가 압도적이었다. 고기는 주로 남성이 먹었고 그래서 남성이 더 커졌으며 사냥에도 더 적합해졌다고 나온다. 책에서 가장 동의가 안되는 부분이었는데 뭐 하여튼 그렇단다.

 중세가 가장 기가 막히는데 종교는 왜인지 여성을 탄압했다. 남성성직자로만 구성된 카톨릭에서 여성의 득세는 좀 부담스러웠나보다. 아닌척 하지만 종교는 분명 상당히 남성중심적 집단이다. 여성집단인 수녀가 아무런 권력을 갖고 있지 못함이 증거고 이는 불교집단 역시 마찬가지이며 기독교도 마친가지다. 좀처럼 여성 목사를 본적이 없으며 비구니가 이렇다할 권력을 가진걸 본적이 없다.

 하여튼 중세엔 출산마저 부정히 여겨 출산후 여성은 무려 40일간 교회출입금지였다. 그리고 귀족여성도 그리 대단하지 않아 남편이 전쟁이나 출타중일 경우 영주의 성 탑안에 갇혀 지내야 했다. 그래서 유독 중세유럽 배경의 동화에 등장하는 공주나 왕비가 성탑안에 무척이나 자주 있었나 보다. 중세 영주는 영지내 일반 평민이 막결혼한 경우라도 그 여성을 첫날밤에 먼적 강간할수 있었다. 예전 멜깁슨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 잉글랜드 귀족들이 스코틀랜드 평민들을 향해 이런 짓을 저지르는 장면이 있었다.  

 중세에 여성을 가장 손쉽게 제압하는 방법은 바로 마녀사냥이었다. 마녀는 표본이 있었는데 머리가 적갈색이고, 지식이 많으며, 28세 이상의 나이가 많은 여자, 사회체제에 불만이 있는 여성들이 그것이었다. 생리통이 심하면 역시 악마가 깃들었다고 믿었으니 많은 여성이 살기 위해 고통을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마녀 감별법이란게 있는데 기가 막힌다. 당시엔 물이 악을 밀어내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는데(그래서인지 영화 검은사제들에 보면 막판 악마를 제거하려면 악마를 검은 돼지에 넣고 큰 강물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래서 마녀로 추정되는 여성을 꽁꽁 묶어 물에 빠드렸다. 이는 무조건 죽이는 방식이었는데 떠오르면 물이 밀어낸 것이니 악한 마녀로 입증되어 건져서 화형에 처했고, 떠오르지 않으면 마녀는 아니지만 거의 그 사이에 익사하는 셈에기 때문이다.

 현대에 들어서도 여성의 지위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19세기의 나폴레옹 헌법은 근대적인 법으로 전체적으로 추앙받지만 여성에 관해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그 법에선 여성의 낙태가 금지였고 전체적으로 여성의 지위를 많이 깎았다. 그 법에 의하면 여성은 아버지의  승낙이 있어얌나 결혼이 가능했고, 남편에게 복종해야 했으며 재산도 없고, 직업도 남편의 동의를 얻어 가질수 있었다. 또한 직업이 있었어도 급여는 남편이 받았으며 이동의 자유도 없었고, 자신의 앞으로 편지가 와도 남편이 먼저 본후에야만 읽을 수 있었다.

 이러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는데는 아이러니하게도 두차례의 전쟁이 큰 역할을 한다. 1차대전과 2차대전을 겪으면서 수천만명의 젊은 남자들이 징집되어 갈려나갔고, 남겨진 여성들이 평소라면 절대주어지지 않았을 직업활동을 대신 수행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심지어 전쟁보조역할과 지원 및 군수물자의 생산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 영국에선 1918년에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졌고 1928년엔 모든 여성에 선거권이 주어졌다.

 이로 인해 여성의 지위와 역할은 점차 향상되었지만 갈길은 여전히 멀었다.  프랑스에선 1965년이 되어서야 여성이 자기 이름으로 은행계좌를 가질수 있었다. 1967년에야 1920년에 법으로 금지왼 피임이 합법화하였고, 1975년에 이르러서야 이혼이 자유롭게 허용되었다. 프랑스는 지금은 낙태가 합법이고 심지어 낙태비용도 국가가 모두 지원한다고 한다.

 많은 것이 여성의 지위와 권한이 남성과 비슷해진 현대이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책에 나온 자료에 의하면 대기업 사장중 89%가 남성이고 일부 유럽의 선진국의 경우 국회의원들의 성비를 동등하게 강제하는 동수법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의 33%만이 여성이다. 매년 58만명의 여성이 성범죄에 노출되고 이중 무려 90%가 여러가지 이유로 신고를 하지 않는다. 신고를 해도 처벌되는 경우는 10% 불과하다니 그럴만하다. 어느 정도 범위의 통계인지는 모르겠지만 매년 123명의 여성이 남자친구나 남편에게 살해당하고 6만 2천명이 강간을 당한다. 또한 영화감독중 여성은 단지 20%에 불과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