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물질과 공룡 - 우주를 지배하는 제5의 힘
리사 랜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어떤 책을 읽으며 재밌는 의견을 본 적이 있다. 지구 빙하기는 규칙적으로 찾아오는 편인데 이는 태양계가 은하계를 공전하며 태양 빛을 많이 산란시키는 짙은 가스층이나 성운주변에 주기적으로 들어가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런 층에 들어가게 되면 태양과 지구사이에 빛을 막는 물질의 농도가 짙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빛이 줄어 그 기간 빙하기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태양이 멈춰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태양계 전체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우리 은하를 공전하고 있다. 다만 태양계 전체가 태양에 딸려 다같이 움직이기에 태양은 우주 한 가운데 멈춰있고 지구 같은 행성들만 태양주위를 공전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기적인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지구와 소행성들의 충돌 빈도다. 내가 어릴적만 해도 공룡의 갑작스런 멸종 이유는 의문에 가까웠으며 그나마 유력한 이론은 갑작스레 찾아온 빙하기로 인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6600만년전 거대한 소행성이 유카탄 반도에 떨어져 궤멸적인 파괴현상이 일어났고 이로 인한 대멸종으로 공룡이 사라졌다는 것이 정설이 되었다. 책의 저자 리사 랜들은 지난 2억 5천만년동안 발생한 지구의 크레이터(소행성의 충돌 흔적이다)를 바탕으로 충돌의 빈도가 주기성을 갖고 있으며, 그 이유는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암흑물질이라는 이론을 내세웠다. 책 '암흑 물질과 공룡'은 그 과정하나하나를 밣아가는 책으로 우주의 기원부터 생명의 기원, 태양계,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우리 은하 등 관련 지식과 이론을 체계적으로 다룬다.  


1. 암흑 물질

 우주는 암흑에너지 69%, 암흑물질 26%, 물질 5%로 구성된다. 은하나 별, 그리고 우리 같은 생명을 구성하는 물질이 고작 5%에 불과하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하지만 암흑에너지나 암흑물질의 존재를 가정하지 않고서는 우주의 팽창과 팽창에도 불구하고 은하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그리고 우주의 총물질량과 에너지량이 이론과 도무지 맞지 않기에 이들은 실제 관측이 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된다. 

 이중 암흑물질은 사실상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며 심지어 우리 몸을 실시간으로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보통물질과는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아 감지조차 되지 않는다. 암흑물질은 빛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에 사실 전혀 보이지 않으며 관측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암흑물질도 물질이기에 자기들끼리 뭉쳐 한곳에 집중되며 그 결과 강력한 중력효과를 나타낸다. 이런 암흑물질의 성질덕에 우리 은하를 비롯한 우주 초기의 은하단이 생성될수 있었다. 

 암흑물질의 중력으로 인해 이들이 있음을 알아낼수 있기도 하다. 먼저 1970년대 루빈과 켄트 포드는 별들이 은하중심에서 멀리 떨어졌음에도 회전 공전 속도가 중심부와 거의 같음을 발견했다. 사실 이 정도 거리면 은하중심의 중력이 거의 미치지 않아 이 별들은 은하 바깥으로 튕겨야만 했다. 하지만 보통물질 이상의 물질이 은하내에 존재해 더 강한 중력이 작용한다면 이들이 이렇게 붙어 있는 이유가 설명된다. 때문에 이는 암흑물질의 존재를 입증하는 하나의 증거가 된다. 

 암흑물질의 존재를 설명하는 또 다른 증거는 중력렌즈다. 빛은 직진하지만 중력이 큰 부분을 지나게 되면 그것에 이끌려 휘게 된다. 지구와 일직선상에 놓은 별이 방출하는 빛은 가운데 커다른 은하가 있다면 그것에 가려 원래 보이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은하 위 아래로 지나가는 빛이 은하의 중력에 이끌려 아래로 휘게되고 그 결과 일직선상에 가려져있던 지구에도 별의 빛이 도달하게 된다. 다만 위 아래에서 오기에 그 별이 두개로 보이게 된다. 이 휘는 정도로 은하단이 갖는 질량의 계산이 가능해지는데 그 결과 은하단의 중력은 보통물질보다 훨씬더 강한 것으로 계산되며 이 역시 암흑물질이 은하내에 존재한다는 강한 증거가 된다.

  

2. 우주의 시작과 암흑물질

 우주의 나이가 십의 -43승 도 안되고 우주의 크기가 십의 -33승 cm도 에 불과한 시점에 빅뱅이 시작되었다. 초기 우주는 1조*1조배의 온도와 수많은 입자로 구성되어 있는 고밀도 에너지 덩어리였으며 이 입자들이 광속으로 날아다니며 서로 상호작용하고 소멸하여 엄청난 에너지를 형성하였다. 하지만 빅뱅으로 인한 팽창으로 우주가 식자 에너지 밀도가 큰 무거운 초기 입자가 더 이상 생성될수 없었다. 이 무거운 입자들은 반입자와 같이 소멸하여 에너지로 전환되었고, 이 에너지가 남아 있던 가벼운 입자에게 에너지를 주었다. 빅뱅 후 몇분이 지나자 양성자와 중성자는 온도가 충분히 떨어져 날아다니기를 멈추고 강한 핵력으로 뭉쳐 원자핵을 형성한다. 원래 양성자와 중성자는 수가 같았으나 중성자가 약한 핵력에 의해 붕괴하여 양성자가 되어 둘의 상대적 존재비가 달라지게 된다. 하지만 중성자는 매우 느리게 붕괴하므로 충분히 남아 양성자와 함께 원자핵에 흡수된다. 헬륨이나 중수소, 리튬의 원자핵이 형성되고 이 때 오늘날 우주에 남은 이 원소들의 양이 결정되었다. 

 우주가 더 식어 빅뱅후 38만년이 지나자 양전하의 원자핵과 음전하인 전자가 결합하여 중성원자를 이룬다. 마침내 우주는 전기적으로 거의 중성이 되어 전자기력을 전달하는 입자인 광자가 하전입자들에 더는 포섭되는 일 없이 우주를 산란없이 직진하게 되었다. 이 최초의 복사가 우주배경복사로 현재까지 관측이 가능하게 된 이유다. 초기의 빅뱅은 무거운 초기 물질을 파괴했지만 식으며 우주를 메울 물질들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우주는 초기에 급팽창했기에 매우 균일하고 평평하다. 현재 우주는 급팽창으로 1%수준으로 평평하다. 하지만 완전히 균일하지는 않았는데 이로 인해 은하의 별이 탄생하게 된다. 

 항성계는 우주의 밀도가 낮아지고 물질이 복사보다 에너지가 많아진 시점에야 생성되었다. 복사가 더 강한 시점엔 물질이 뭉치는 것을 마구잡이로 부딪히며 방해했기 때문이다. 우주는 평평하고 균일했지만 작은 밀도 요동은 있었고 여기서 부분의 밀도가 커지기 시작했다. 중력은 물질을 당기고 복사는 물질을 밀어내는데 질량이 어느정도 커지게 되면 밀어내는 힘을 능가하여 물질이 계속 뭉치게 된다. 암흑물질은 이 과정에서 복사의 영향을 받지 않기에 보다 수월하게 인력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암흑물질은 지금도 중력을 발휘하여 별이 날아가지 않도록 하게 하고 초신성에서 분출된 물질의 일부를 은하로 도로 끌어당기기도 한다. 그 결과 은하는 이후에 별형성 및 생명형성에 필요한 중원소들을 보유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우주에서는 저밀도 지역이 더 빨리 팽창하고, 고밀도 지역은 느리게 팽창한다. 그 결과 저밀도 지역이 더 팽창해 고밀도 지역을 부피로 압도하여 고밀도지역은 저밀도 지역의 가장자리에 실처럼 몰리게 된다. 그리고 고밀도 영역은 저밀도 지역의 부피에 눌려 섬유처럼 형성되고 이런 섬유들이 만나는 지역이 상당한 고밀도가 된다. 이 지역이 바로 은하형성의 시작점이다. 


3. 은하와 태양계의 형성

 이 고밀도 지점에서 보통물질은 뭉치는데 특이하게도 항성이나 행성처럼 공모양이 아닌 원반형태가 된다. 이는 회전때문인데 그 회전은 물질이 형성될때 모인 가스구름으로부터 물려 받은 성질이다. 물질이 식으면 붕괴에 대한 저항이 낮아져 한 방향으로 붕괴하는데 이는 나머지 방향으로의 붕괴가 가스의 회전에서 생기는 원심력으로 방지되거나 약화되기 때문이다. 일단 회전을 시작한 물질은 최초의 각운동량을 보존하므로 가스는 수직으로는 붕괴해도 방사상으로는 붕괴하지 않는다. 그래서 원반이 되어 납작해지는 것이다. 

 이 은하에서 형성된 태양은 초속 220km로 은하를 공전한다. 이런 엄청난 속도에도 은하자체가 상당히 크기에 한번 공전하는데 무려 2억 4천만년이 소요된다. 태양이 형성되자 태양의 강한 하전입자에 의해 수소와 헬륨이 바깥으로 날아가고 고온에서도 녹지 않는 철이나 니켈, 규산염, 알루미늄만이 가까이에 남아 응축되어 내행성의 재료가 되었다. 이런 태양의 하전입자로 날아간 풍부한 재료로 인해 외행성계는 중력이 낮아 물질이 부족했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풍성한 재료가 넘치는 지역이 되었다. 그래서 외행성들은 크기가 크고 수소를 잔뜩 축적하여 상당히 빠르게 형성되었다. 이들은 형성 직후 갑작스레 움직였는데 목성은 태양계 안쪽으로 나머지들은 바깥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들의 강력한 중력에 딸려 소행성들도 같이 움직이게 되었다. 이 갑작스러운 이동으로 상당히 많은 수의 소행성들이 궤도에서 벗어나 태양계 안쪽으로 향하게 되었는데 지구와 달, 수성등에 남아있는 후기 대충돌에 의한 크레이터들은 대부분 이때 형성된 것이다. 

 이는 상당히 파괴적이었지만 지구에 긍정적 역할도 남겼는데  생명과 물, 귀금속 자원의 형성이다. 초기의 하전입자로 인해 지구에는 내부에 약간정도의 물만 남아있는 것이 가능했는데 외부에서 날아온 소행성에 의해 상당량의 물을 축적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물의 양이 적당하여 행성 일부는 물에 잠기고 일부는 드러나 향후 다양한 생명의 분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인류문명에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된 무거운 금속원소들도 이 때 충돌로 축적된 것이다. 지구가 생성되며 무거운 원소들이 지구중력에 의해 핵근처로 말려들어갔는데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내외부의 금속들은 대부분 소행성충돌로 생성되 지구지각 내외부에 축적되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생명의 형성이다. 소행성에는 아미노산이 충분히 있는데 이 아미노산이 충돌과 더불어 역시 지구에 대규모로 쏟아져내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확실한 것이 아니며 그것만으로 생명의 기원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지구 최초의 생명이 35억년전에 발생한 것과 후기 대충돌이기가 40억년전으로 시기적으로 비교적 유사한 것은 묘한 여운을 남기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여튼 태양계는 형성되어 내행성과 소행성대, 외행성대 카이퍼대, 오르트구름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목성은 외행성계의 대장으로 소행성대를 강력한 중력으로 묶어두어 내행성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중 단주기 혜성과 소행성들은 카이퍼대에서 주로 공급되며 안정적 궤도를 갖는다. 하지만 장주기혜성은 오르트 구름대에서 공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르트 구름대는1000에서 5만 천문단위거리에 있다.


4. 은하 중심의 암흑물질과 소행성의 흔들림

 지구에서 생명은 35억년전에 처음 생겼지만 5억4천만년전 캄브리아기에 생명이 지금처럼 대폭발했다. 이후 생명은 환경의 급변에 의해 대규모로 혹은 부분적으로 멸종하였는데 환경의 급변은 크게 지구내부의 지각변동에 의해서 그리고 외부 소행성과의 충돌이라는 두 가지 방법에 의해서 발생했다. 지금까지 다섯번 정동의 대규모 멸종이 발생했는데 이중 3번은 지구내부의 지각 변동에 의해서 그리고 나머지 두번은 외부 소행성충돌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학자들은 이런 대규모 혹은 부분적 종의 감소나 멸종이 지질조사 결과 2700만년 정도의 주기 또는 6200만년 정도의 주기를 갖고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냈다. 지구 내부의 지각변동도 주기성을 어느정도 갖기는 하지만 이 책에선 소행성의 주기적 충돌에 주목한다. 그리고 지구 궤멸적 효과를 갖는 충돌은 소행성보다는 혜성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유는 두 가지로 우선 소행성 충돌은 주기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며, 무엇보다도 충돌 에너지가 혜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충돌에너지는 충돌체의 질량과 속도와 관련하는데 혜성은 속도가 최대 초속 70km까지 나오는 반면 소행성은 10-30km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기 역시 상대적으로 혜성이 더욱 큰 편이다. 

 혜성의 발생은 소행성의 무작위성에 비해 주기성을 가질 확률이 높은데 이는 혜성이 오르트 구름대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언급한 것처럼 오르크 구름대는 태양의 중력이 간신히 미치는 곳으로 아주 작은 다른 별이나 은하에 의한 섭동에 의해 소행성들이 충분히 교란되어 그 궤도가 바뀔수 있는 지역이다. 궤도가 바뀌면 태양계 바깥으로 벗어나거나 안쪽으로 향하게 되는데 태양계 안쪽으로 궤도를 향하여 안쪽까지 도달하는데 수천년이 걸리게 된다. 만약 이런 섭동에 주기성이 있다면 태양계 안쪽으로 혜성들이 떼를 지어 주기적으로 대규모 충돌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며 지구같은 별에는 주기적 멸종을 갖고 오게 된다. 

 태양계는 은하주위를 공전하는데 나선면을 따라 수평으로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수직으로도 요동친다. 태양은 은하주의를 2억4천만년간 공전하면서 3회에서 4회정도 수직으로도 수직 이동을 한다. 수직이동을 하게 되어 은하의 나선 위아래로 향하면 태양계는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은 지역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며 은하나선면 중심을 향하며 밀도가 높은 지역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밀도가 높은 지역을 만나게 될때 오르트 구름대의 천체를 흐트러뜨릴만한 섭동이 일어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은하의 보통물질의 밀도만을 생각한다면 태양계 외곽을 흐뜨러트릴만한 조력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 있고, 또 다른 문제는 보통물질 은하의 수직두께는 200광년정도의 크기인데 이 두께와 지구의 멸종주기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일치하려면 은하의 두께는 더 얇아야 한다. 

 리사랜들이 이 문제에 대해 제시한 해법은 바로 암흑물질이다. 리사랜들은 책에서 우리 은하에는 보통물질 은하보다 훨씬 얇은 원반형의 암흑물질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리사랜들은 암흑물질 전체가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만이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상호작용하는 이들만이 에너지를 방출할수 있어 보통물질처럼 같은 원리로 식어서 원반을 형성할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암흑물질은 보통물질보다 입자질량이 100배정도 클 것으로 추정되는데 보통물질과 암흑물질이 같은 온도로 식어있고 같은 속도로 은하로 회전하려면 은하의 두께 역시 100배 얇아야만 한다. 그러면 암흑원반의 두께는 2광년정도로 줄어들고 섭동을 일으킬만큼 강한 중력을 띠어 지구의 멸종주기와 일치하게 된다. 이 경우 태양계가 암흑원반을 통과하는 시기는 100만년에서 200만년정도가 되며 섭동에 의한 유성체의 흐트러짐과 이어지는 대충돌은 약 3200만년 정도의 주기를 띠게 된다. 그리고 태양이 은하평면을 왔다갔다 수직이동하는 주기는 3000만에서 3500만년정도로 모든 것이 대개 일치하게 된다.

 즉, 정리하면 지구의 멸종은 주기를 갖는데, 이는 유성체와의 충돌에 의한 것이다. 충돌유성체는 오르트 구름대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발생주기는 태양이 은하를 공전하며 암흑물질로 이뤄진 농도짙은 암흑원반을 지나는 시기다. 그러므로 우리 은하내의 암흑물질이 지구 생명을 멸종시키는 충돌유성체를 주기적으로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신비의 물질은 암흑물질과 지구의 생명기원과 멸종을 주기적으로 연결시킨 아이디어가 놀라운 책이었다. 더 나아가 은하들도 서로 움직이면서 충돌하곤 하는데 더 큰 스케일에서 은하들의 움직임이 발생시키는 무언가도 지구나 태양계의 역사에 주기적은 뭔가를 일으키지도 않을까란 생각이다. 아니면 이 스케일은 시간적으로 너무커서 지구나 태양계의 역사를 넘어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비교적 간단했지만 리사랜들은 이 과정을 하나하나 설득하듯 지난하게 그 과정과 이론적 배경을 설명한다. 아무래도 암흑물질이란 것 자체가 신비롭다보니 이론 자체게 학계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워서가 아닐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명이란 무엇인가 - 5단계로 이해하는 생물학
폴 너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부터 방영하는 EBS 위대한 수업을 가끔 본다. 매일 감질나게 찔끔 보기보다는 토요일 오전에 하는 재방에서 한 학자 분을 모두 몰아주는걸 한 방에 보는 걸 선호한다. 아무래도 옛날 사람인듯 하다. 나에게 한 텀이란 5분 10분보다는 한 시간이다. 그래도 위대한 수업은 요즘 젊은 사람들 특색에 맞게 15분 분량 정도로 한 강씩 잘라서 방영한다. 그러고보니 알라딘에서도 관련 저자 책들을 모아놓은 이벤트가 있다. 

 지난 번 본 사람은 폴 너스였다. 그래서 그의 책을 찾았다. 생명이란 무엇인가가 책 제목이었다. 슈뢰딩거가 오래 전 같은 제목으로 책을 썼는데 폴 너스 역시 그를 기리고 자신이 생물학의 연구자인 만큼 평생 연구를 통해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책을 써나갔다. 그래서인지 책은 얇은데 읽는 것이 녹록치 않았다.

 생명이 역사가 겨우 50억년에 불과한 이 지구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자생설도 있고, 생명이 이렇게 고도로 발달하기엔 역사가 너무 짧아 외계에서 도입되는다는 설도 있다. 외계 도입도 거의 완전한 생명이 들어오거나 혹은 상당히 생명에 가까워진 유기물질이 들어온게 아닌가로 갈리는 듯 하다. 폴 너스는 책의 서론에서 생명의 요건으로 3가지를 주목한다. 번식이 가능하고, 유전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 유전체계가 다양성을 드러내고 이것이 대물림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경계를 지닌 물리적 실체로서 생명은 진화를 하며 화학적, 물리적, 정보적 기계로 작동한다. 때문에 생명이 위와 같은 작동을 하려면 경계로써의 세포막과 유전물질, 대사작용이 이뤄져야 한다. 

 하여튼 많은 학자들은 초기 생명이 발생한 곳으로 지구 심해의 열수공을 지목한다. 이곳은 지금도 고세균 같은 혐기성 생물이 많이 모여사는데 생명이 발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우선 열수공 암석 곳곳에 구멍이 있어 뭔가 물질들이 농축되어 모여들면서도 보호받기에 좋다. 세포막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즉, 폴 너스가 언급한 경계를 어느 정도 지니게 해준다. 세포막은 지질구조로 분자 두 개정도의 두께를 갖고 있지만 생명과 환경을 분리해준다. 세포막의 재료인 지질구조를 물속에 넣으면 놀랍게도 이들은 서로 모이고 뭉쳐 속이 빈 공모양, 즉 마치 세포같은 모습을 형성한다. 지질구조가 적당히 모여있으면 저절로 세포막 같은 걸 형성한다는 것이다. 세포막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생명의 발생에 매우 중요하다. 생명은 고도의 질서를 지닌 존재로 우주가 생성된 이래로 존재하는 열역학 제2법칙에 위배된다. 경계가 없는 곳에서는 항상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엔트로피가 점점 커지며 무질서해지므로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경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엔드 오브 타임에서 브라이언 그린이 말한 것처럼 생명체는 자신의 질서를 고도로 유지하는 대신에 열이나 다른 형태의 무질서한 에너지를 그 이상으로 방출해 엔트로피를 자신이 낮춘 것 이상으로 높이므로 열역학 제 2법칙을 국소적으로는 위배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위배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주목할만한 것은 RNA다. RNA를 초기생명에 주목하는 것은 이것이 정보저장 및 복제와 대사작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RNA는 아마도 열수공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이 뿜어져 나오고 이들이 인근 열수공에서 고농도로 농축되고 압력이 높고 열을 충분히 받으며 여러 화학작용이 이뤄지기 용이한 조건에서 우연히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RNA는 그 자체로 유전물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에선 세포핵에서 나온 RNA를 통해 리보솜이 유전물질을 읽고 그대로 단백질을 생성한다. 그리고 RNA는 효소만큼은 아니짐나 특정한 화학반응의 촉매역할을 한다. 즉, RNA는 대사와 유전을 동시에 진행한 셈이다. 그리고 이 RNA가 열수공 밖에 혹은 안에서 지질막이 형성된 막안에 들어가게 되면 최초의 원시세포가 탄생하게 된다. 생명의 탄생인 것이다. 폴 너스는 이런 생명의 개관 외에도 생명의 구성 요소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핀다. 

 

1. 세포

 세포는 생물의 구조적 기본 단위이자 생명의 기능적 기본 단위다. 이런 세포들이 조금씩 모여 다세포 생물을 이루고 이것들이 서로 따로 작동하는 것 같으면서도 놀랍게도 일사분란하게 생존과 번식을 위한 거대한 화학, 물리, 정보기계를 이루는 것이 생명이다. 때문에 세포가 늘어나는 것은 모든 생물의 성장과 발달의 토대다. 크기와 복잡성에 상관없이 모든 생물은 하나의 세포에서 나온다.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생물도 단 한번의 세포발생에서 시작했다. 이 말이 근거를 갖는 이유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막론하고 세포의 형태와 그 기능이 같기 때문이다. 

 모든 세포는 내면 상태와 주변 환경과 긴밀이 시통하고 생존과 번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내부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 없이 활동한다. 세포의 존재의 핵심에는 유전자가 있다. 유전자는 각 세포가 스스로를 만들고 조직할 때 사용하는 명령문을 담고 있다. 생물의 평생에 걸쳐 유전자는 세포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세포에 제공한다. 

 유전자는 세포에게 특정한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지시하는데 세포안의 일어나는 일을 모두 이 단백질이 수행하기에 이 정보는 대단히 중요하다. 단백질은 4개의 염기만을 사용하는 유전자에 비해 훨씬 복잡한 문자체계를 사용한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는 20가지 기본 구성단위들이 한 줄로 이어져서 만들어진다. DNA의 네 문자(ATCG)는 DNA사다리에 3개씩 모여 한 단어를 이루는 방식으로 배열된다. 그리고 이 짧은 3문자는 아미노산과 일대일 대응한다. 예를 들어 CGT는 알라닌, TGT는 시스테인이라는 아미노산을 이룬다. 그래서 메타글로빈이라는 인간 유전자는 147*3개로 147개의 아미노산을 번역한 것이 된다. 


2. 유전

 돌연변이는 유전자의 DNA서열이 바뀌거나 재배치되어 일어난다. 원인은 자외선이나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또는 세포분열과정에서의 오류산물이다. 세포는 이런 오류를 대개 수선하므로 한 번 분열할때 3개의 미세돌연변이만이 발생한다. 이는 DNA분자 10억개당 1개 정도의 오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미세돌연변이 중 일부는 개체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되어 혁신의 원천이 된다. 

 모든 생물은 부모에게는 없는 무작위로 생기는 소수의 유전체 변이를 갖고 태어난다. 유전자는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보전할 필요성과 변화하여 발전할 능력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오류율이 너무 높다면 유전체에 저장된 정보가 퇴화하여 애써 지금껏 쌓아온 것이 무의미해지며 오류율이 너무 낮다면 진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한 진행생물은 유성생식 과정에서 추가로 다양성을 획득한다. 생식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세포분열이 일어날 때 염색체의 일부가 뒤섞여 재편되기 때문이다. 같은 부모를 둔 형제자매가 모두 다른 이유다. 


3. 화학으로서의 생명

 우주는 생성된 이래로 물질이 퍼져나갔고 별이 핵융합을 하고 다시 폭발하고 모여 핵융합을 하고 다시 폭발하는 여러 과정을 거쳐 다양한 원소를 생성해냈다. 그리고 이 원소들은 왜 인지 서로 안정적이지 못해 안정을 찾을 때 까지 결합을 하거나 분해하기를 반복한다. 이것이 화학반응이며 사실상 생명 현상의 근원이다. 물질이 없으면 화학반응도 없었을 것이고 화학반응이 없었다면 무언가 모여 자신을 존속하고자 하는 행위를 하는 무언가가 아예 생성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물질과 에너지가 무질서하게 퍼지는 열역학 2법칙이 적용되는 우주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하여튼 이 화학반응엔 촉매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원소들은 항상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늘 쉽게 화학반응이 어디서나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질이 적잖이 모여 있어야 하고 온도가 높아야하거나 압력이 높아야 하거나 산성이거나 염기여야 하는 다양한 조건이 각각의 화학반응엔 필요하다. 하지만 촉매가 있어면 굳이 이러지 않아도 된다. 촉매는 평범한 조건에서도 화학반응을 놀랍게 촉진하며 우리몸의 세포에서 지금도 이런 화학반응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세포안의 화학반응은 대부분 낮은 온도와 온화한 조건에서도 발생하는데 촉매 작용을 하는 효소 때문이다 효소는 대부분 단백질로 이뤄지는데 단백질은 세포가 만들어내는 중합체라는 긴사슬을 가진 분자다. 중합체 구조는 지구의 생명에 매우 중요한데 대부분의 효소와 단백질, 세포막 지질,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DNA, RNA가 모두 중합체 구조이기 때문이다. 

 중합체는 5가지 원소인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으로만 구성된다. 이중 탄소가 중추적 역할을 하는데 탄소원자는 다른 원소와는 다르게 4개의 원자와 결합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합체는 탄소와 다른 원자 다시 탄소와 다른 원자 식의 결합을 이루며 이런 식으로 매우 긴 거대 분자가 생성이 가능하다. 이래서 지구의 생물이 탄소기반 생물로 불리는 것이다. 

 생명은 딱 20가지의 아미노산만 사용한다. 각 아미노산은 주된 중합체 사슬로부터 옆으로 뻗어나가는 곁가지를 지닌다. 이런 곁가지 때문에 각 단백질은 화학적으로 독특한 특성을 지니게 된다. 어떤 아미노산은 다른 분자와 쉽게 결합하고 어떤 건 그렇기 않게 도니다. 각각 다른 곁가지를 지닌 분자를 지닌 아미노산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사슬을 만듦으로써 세포는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 중합체 형성이 가능해진다. 이 선형 단백질 중합체는 일단 조립되면 접히고 꼬이며 자체 결합하여 3차원 구조를 형성하게 되는데 긴 투명테이프가 서로 엉겨붙어 3차원의 공모양을 형성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이 3차원 도약으로 각 단백질은 독특한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갖게 된다. 

 효소는 세포대사의 토대를 이루는 거의 모든 화학반응을 실행한다 다른 분자를 만들고 분해하며 품질을 유지하고 세포의 영역들 사이 성분과 메시지의 운반을 하기도 한다. 침입자가 있는지 감시하고 세포를 방어하고 몸을 질병에서 보호하는 단백질을 활성화한다. 효소라는 촉매 덕에 세포안의 화학반응은 환경에 무관하게 쉽게 일어난다. 세포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화학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반응들의 상당수가 당연히 서로 분리되어 일어나야하므로 구획화가 일어나며 세포는 여러 층위에 걸쳐 구획을 한다. 그리고 효소들은 서로 협력하여 한 반응의 산물이 곧바로 다음 반응의 기질이 일어나게 할수 있다. 

 리보솜은 단백질을 만드는 기구다. 새로운 단백질 분자를 만들려면 리보솜은 특정한 유전암호를 읽고서 그것을 단백질의 아미노산 문자 20개로 번역한다. RNA가 이를 위해 리보솜으로 이동하고 리보솜이 이것을 읽고 유전자의 저정 순서에 따라 아미노산을 한 줄로 이어 붙인다. 리보솜 1개가 1분에 무려 아미노산 300개 규모의 단백질을 합성한다. 

 모든 생물은 이 엄청난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동물에게 이 에너지를 생성하고 제공하는 기관은 세포내의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리아는 전자를 잃어 양전하를 띤 수소이온의 양성자를 미토콘드리아 중앙에서 자신을 감싸고 있는 이중막 사이로 이동시킨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내부보다 안쪽막 바깥에 양성자가 점점 쌓이고 지름이 1만분의 1mm에 불과한 통로로 양성자가 다시 쏟아져 들어온다. 그리고 들어오며 마치 댐의 물이 떨어지며 터빈을 돌리듯 미토콘드리아 내의 매우 작은 분자 회전 날개를 돌린다. 그리고 이 날개가 회전하면서 화학결합을 일으켜 ATP를 생성한다. 이 반응은 초당 150회의 속도이며 이 ATP가 생명의 보편적 에너지원이다. ATP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미세한 배터리 역할을 하는데 세포내 어떤 화학반응이 에너지를 요구하면 세포는 ATP의 고에너지 결합을 끊어 아데노신이인산으로 전환시킨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방출되고 그것을 이용해 세포가 화학반응이나 분자모터가 취하는 물리적 단계를 일으킨다. 


4. 정보로서의 생명

생물이 복잡하고 조직된 계로서 효과적으로 행동하려면 자신이 사는 바깥 세계와 자기 내면의 상태에 관한 정보를 끊임없이 모으고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세포의 모임으로서 생물은 자신의 안에서도 상당한 정보를 주고 받는다. 하지만 이를 분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는 진화때문인데 생물은 자연선택에서 살아남은 것으로 미리 이상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기에 가장 효율적이거나 가장 수월한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인간의 눈이나 어이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이상한 턱 부분의 신경구조를 보면 그렇다. 이 모든 복잡성과 중복성 때문에 생물학적 신호 전달망과 정보의 흐름의 분석은 매우 어렵다. 

 폴너스는 생명을 정보라고 보는 관점에 함축된 의미로 세포너머로까지의 확장, 분자상호작용, 효소활성, 물리적 매커니즘이 어떻게 정보를 생산, 전달, 수선하고 저장, 처리하는지를 이해할 방법을 찾아내면 생물학의 모든 분야는 진정으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세포가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조직을 만들고, 이 조직이 어떻게 기관을 만들고, 이 기관이 어떻게 작동하고 협력하여 온전한 기능을 하는 생물을 만드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종내, 종간, 생태계 전체까지 확장하는게 앞으로 생물학이 나가야 할 길이라고 보고 있다. 

 생물학은 물리나 화학처럼 전체를 설명하는 어떤 법칙같은 것이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정보로써의 생명관을 토대로 한 생물학은 장래에 생물학 내에서도 이런 깔끔하고 전체에 적용될 원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폴 너스는 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담배와 술, 과식을 즐기는 사람에게 그것을 그만두게 하는 것은 무척 힘들다. 그들은 그것의 해악을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그 위험성에도 이를 잘 체감하지 못하고 여전히 그것을 즐긴다. 때문에 다그치는 것도 나무라는 것도 좀처럼 효과가 없다. 환경문제도 이와 비슷하다. 인간은 자신의 평안과 만족, 즐거움을 위해 자연을 소비하고 있으며 이미 생존 이상의 평안을 누림에도 소비로 인한 환경 문제에 무관심하다. 위험성도 우리 대부분이 수십년전부터 잘 알고 있지만, 이제서야 슬슬 위험성을 체감하고 있으나 그것도 극히 일부 사람만 그렇다. 또한 자신의 행동을 바꾸는 것은 그들 중에서도 정말 더 극소수일 것이다.

 이런 인간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책이 선택한, 그리고 저자가 선택한 방법은 담담하게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간이 얼마만큼 자연을 사치스럽게 소비하고 있고, 그 결과가 어떤지를 말이다. 책엔 큰 감정조차 없는데 이런 방식은 의외로 충격으로 다가온다. 사실 우린 환경파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수치나 환경파괴의 영향, 그리고 그것이 남과 다른 생물체에게 어떤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는 과거와 지금의 사치정도를 비교하는 기준으로 1969년을 들었다. 특별한 것은 없고 1969년이 바로 저자가 태어난 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자신이 태어나서부터 목도하고 저지른 것을 보여주는 것이 더 의미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1969년보다 인간의 경작지는 겨우 10%늘었다. 하지만 인구는 배로 늘었는데 이게 가능했던 것은 농작물 수확량은 무려 3배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농업기술의 발달과 품종개량, 비료, 농약의 강화로 가능했다. 1부셸은 곡물의 측량단위로 대충 30리터들이 한 바구니에 들어가는 곡물량이다. 아마도 담는 곡식의 무게와 부피에 따라 천차만별이니 1부셸은 대충 무게로 22-27kg정도다. 50년전엔 1부셸에 해당하는 옥수수를 재배하려면 농구장 크기의 경작지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차 두대정도의 넓이면 된다니 얼마나 생산량이 늘었는지가 체감된다. 

 전 세계 비료사용량도 69년에 비해 3배가 늘었는데 관개능력도 2배가 좋아졌다. 이러니 지하수가 고갈될수 밖에 없다.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농경환경은 영양과 물이 넘쳐나는 곳으로 재배작물 뿐만 아니라 다른 식물과 해충들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공간이다. 따라서 이들의 제거를 위해 인간은 해마다 무려 500만톤의 살충제를 사용한다. 한중일의 논에는 해충방지로 클로드피시포스를 살포하고 아열대, 온대, 중위도는 잡초제거라 아트라진을 사용한다. 글리포세이트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농약으로 과거 밭고랑에만 뿌리다 개량되어 이젠 밭 전체에 뿌려도 된다. 글리포세이트의 사용량은 지난 20년간 15배가 늘었고, 내성을 갖춘 잡초도 15종 이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 글리포세이트는 발암가능물질이다. 그리고 전 세계는 미국산 농작물에 의지한다. 

 인간의 농업과 축산은 낭비가 무척 심하다. 미국은 옥수수를 무척 많이 키우는데 이중 인간의 입으로 들어가는건 겨우 10%다. 나머지 45%는 사료이고 나머지 45%는 거름형태로 전환된다. 어차피 거름이 될걸 뭐하러 키우는지 이해 불가지만 하여튼 그렇다. 문제는 이 거름전환양이 1억명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2011년 이후 전 세계의 육류 생산량은 연간 3억톤 이상으로 1969년의 3배에 달한다. 이중 97%는 소, 닭, 돼지로 이 3가축의 운명은 기구하다. 미국에서는 매 시간 100만마리의 동물이 식재료가 되기 위해 도살되고 있다. 매년 소는 3천만마리, 닭은 90억마리, 돼지는 1억 2천만 마리가 도살된다. 거기에 이들은 69년에 비해 몸집도 무려 20-40%가 커졌다. 고기를 얻기 위한 품종개량 때문인데 빠른 성장, 낮은 신진대사, 높은 번식력이라는 모순되는 생물학적 특징이 나타난다. 69년엔 송아지가 생후 3개월이 지나야 간신히 45kg이 되었지만 지금은 50일이면 90kg이 된다. 

 육류는 그 자체로 낭비다. 때문에 육류를 얻으려면 엄청난 자원이 필요하다. 문명의 발상이후 지배층을 제외한 나머지가 육류에 굶주린 이유이며 힌두교는 소를 이슬람은 돼지를 금지한 이유라고 할수 있다. 일단 보통 3kg의 사료를 사용해야 고기 0.5kg을 얻는다. 물론 칼로리가 늘어나는것도 아니다. 인간은 매년 10억톤의 사료를 동물에게 먹이고 고작 1억톤의 고기와 무려 3억톤의 분뇨를 얻는데, 맛이 더 좋다는 것을 뺀다면 에너지나 환경면에서 지극히 손해보는 거래가 아닐수 없다. 과거 축산이 이득이었던 것은 사람이 먹지 못하는 곡물의 부위나 잡초를 가축에게 먹이고 고기를 얻었기 때문인데 지금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곡물을 먹이는 것이니 에너지상의 이득이 전혀 없다. 실제 미국인이 주당 1.8kg의 육류 섭취를 반으로 줄인다면 1억 5천만톤의 곡류 저장이 가능하고, OECD국가 36개국이 육류 소비를 절반으로 줄이면 세계 곡물 생산이 무려 40%나 늘어나게 된다. 모두가 비건이 되면 엄청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놀랍게도 축산은 바다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 바로 양식이다. 인구증가와 남획으로 바다 자원이 줄자 인간은 바다에 목장을 세운다. 바다 양식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데 연어 양식을 하려면 알을 부화시키고, 먹이를 주고, 목욕시키고, 예방주사를 놓고, 약을 치고 벌레를 잡고, 기생충을 제거하고, 홍합이 못자라게 양식장 울타리에 구리를 쳐야한다. 거기에 어류는 인간보다 5배 자주 배설하기에 찌꺼기를 걸러내주기도 해야한다. 노르웨이에는 연어양식자잉 있는데 크기가 보통 지름 50미터에 깊이도 비슷하다. 그리고 이 크기에 무려 100만마리의 연어를 양식한다. 연어는 양식장에서 다 자라면 담수탱크로 이동하고 거기서 일년간 머무르며 6kg의 항생제와 1kg의 기생충퇴치제, 9kg의 마취제를 먹는다. 각 양식장에선 매년 3-4천톤의 연어가 생산되고 이런 연어양식장이 노르웨이 피오르드는 따라 서쪽 해안에 수천 수만개가 있다. 노르웨이 연어가 전 세계 마트마다 있는데는 다 이유가 있던 셈이다. 

 이 바다축산은 육지축산만큼이나 낭비가 심하다. 물고기는 짧은 소화관 때문에 육지동물보다 오히려 더 많은 단백질이 필요하다. 이 단백질 공급을 위해 외해에서 작은 물고기를 잡아 압착하고 건조하여 가루로 만든다. 당연히 외해에서 이 작은 물고기를 먹고사는 큰 물고기들은 굶게 된다. 1kg의 연어살을 얻기위해 작은 물고기 15kg이 필요하다. 

 인간은 바다 농장도 갖고 있다. 1969년 전 세계 바다에서 해초는 200만톤이 생산되었다. 지금은 2500만톤이다. 양식 때문인데 해초 소비의 절반은 토양비료, 사료, 다양한 제품 가공생산이다. 육지에 이어 비료로 만들기 위한 재배를 여기서도 한다. 해초는 점성용액을 만들때 필요한 하이드로 콜로이드 제조에 사용되는데 알긴산, 한천, 카라기닌이다. 모두 용액을 진하게 하는 저칼로리 탄수화물로 대부분의 아이스크림, 휘핑크림, 샐러드 드레싱에 콩과 해추추출물이 들어간다. 이들은 음식에서 우유, 계란, 크림의 식감을 낸다. 

 단맛을 좋아하는 인간은 설탕과 액상과당도 탐닉한다. 과거 미국인들은 설탕을 대량으로 사서 가정에서 음식을 만드는데 썼지만 지금은 주로 업체에서 만드는 간편식을 통해 설탕을 섭취한다. 1970년 주당 450그램의 당분을 간편식을 통해 섭취했지만 2004년엔 주당 700그램으로 섭취가 늘었다. 1977년 하루 건너 한 캔이던 당분음료의 섭취도 2000년대 들어 17시간 한 캔으로 늘어났다. 미국인의 소모 칼로리 10%가 당분음료에서 나올 정도다. 설탕에서 액상과당으로 당분이 전환된건 1972년 소련 우크라이나 지역의 대 가뭄으로 사탕무 농사가 망한 것과 1974년 카리브해 열대폭풍으로 사탕수수 농장도 타격을 크게 입은 것고 관련한다. 업체들은 액상과당에 주목함으로써 이 위기를 돌파했고 그 이후로는 액상과당의 시대가 되었다. 액상과당은 미국은 섭취 당분은 1/3을 차지한다. 설탕은 산과 섞이면 가수분해하고 맛이 이상해지며 갈변하지만 액상과당은 늘 액체상태이고 안정적이며 액체이기에 다른 것에 첨가하기도 매우 좋다. 현재 인간은 설탕과 액상과당의 과다 섭취로 음식물 소비가 줄었고, 일반 음식물의 무려 40%가 쓰레기로 전락하게 되었다. 

 늘어난 인간은 많아진 가축처럼 자신의 분뇨로 환경을 오염시킨다. 거기에 인간은 각종 쓰레기도 만들어낸다. 성인은 매주 1kg의 대변과 15kg의 소변을 만들어낸다. 세계 인구가 80억이란걸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일 것이다. 인구증가와 음식물 섭취 증가로 배설물의 양은 크게 늘었는데 사실 정화장치만 괜찮다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세계 인구의 20%는 배설물 정화장치가 없는 곳에서 거주하며 10억의 인구는 오염물을 완전히 걸러낸 음용수가 없다. 인간 배설물과 음식물 쓰레기, 각종 유기물 쓰레기는 매년 8천만 톤이 생겨나며 OECD모든 국가는 이 폐기물 양이 1억 5천만톤이고 전 세계 합산은 4억 톤이다. 특히, 음식물은 먹고 남기는 것 외에도 크고 작다고 버려지고, 운반중 소실되며, 우유와 고기는 유통과정 및 판매단계에서 상하고 썩어서 버려진다. 미국 수퍼에서 1/7의 신선식품이 버려지며 이중 버려진 과일채소의 양은 연간 아프리카 필요량에 달하고, 버려진 곡물의 양은 연간 인도에서 필요한 양에 달한다. 

 에너지 사용량도 엄청나다. 전기 사용량은 50년 전에 비해 4배가 늘어났다. 미국은 전 세계 에너지의 15%, 전기 에너지의 20%를 쓴다. 미국의 전 세계 대비 인구비중은 4%다. 현재 전 세계에는 10억대의 자동차가 있고 교통수단중 비교적 에너지 절약형인 철도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늘고 도시가 더욱 커졌음에도 쇠퇴하고 있다. 미국에선 자동차가 매년 600만대가 팔리는데 2017년 자동차의 수가 인구수보다 50%나 더 많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미국인은 겨우 5%다. 과거 자동차는 오일쇼크를 겪으며 에너지 효율이 무척 좋아졌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미니벤이나 SUV, 픽업트럭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통근거리도 무척 길어지면서 이 효과가 완전히 상쇄되었다.

 미국과 유럽연합, 브라질은 식량으로 에너지를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 또한 매우 낭비다. 만드는 과정에서 채산성이 떨어져 미국은 무려 400억 달러의 보조금은 농부에게 지급한다. 미국은 옥수수 기반 에탄올을 , 브라질은 사탕수수 기반 에탄올을 유럽연합은 대두와 카놀라유 기반의 바이오 디젤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생산량도 매우 적어 미국은 겨우 6일치, 브라질은 3주, 유럽연합은 고작 3일치의 화석연료 대체효과가 있다. 바이오 연료는 육류만큼 낭비가 커서 1kg의 바이오 연료를 위해 무려 20kg의 사탕수수가 필요하다. 이들은 그럼에도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것은 위기나 안보상의 대비 때문이다. 

 이 책은 언급한 것 외에도 지구 온난화, 세계적 발전 등 인류가 풍요의 대가로 지출한 많은 손익계산서를 담담하게 서술한다. 책의 말미엔 잊을까봐 이를 한문장 한문장 두 페이지에 걸쳐 정리해놓았는데 이게 더 극적이다. 이미 선진국의 일원으로 환경을 적극 파괴하고 과소비하는 우리 입장에선 꼭 봐야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부수고 쓴건 일부지만 그걸 치우고 피해를 보는 건 전체이며, 역시 부수고 쓴건 먼저 태어난 사람이지만 이를 해결하고 감당해야하는 것은 나중에 태어날 사람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와이즈베리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수학과 과학이 잘 안되어 문과를 선택하고 대학도 그렇게 진학한 전형적인 문과생이다. 그런 내가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두 사람 때문이다. 한 사람은 장대익 교수이고 다른 한 사람은 브라이언 그린이다. 장대익 교수의 '다윈의 서재'를 보며 진화론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브라이언 그린의 '멀티 유니버스'를 보며 우주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실 문과생으로 철학과 사회과학, 인류사 등을 좋아하게 된 것도 그것들이 인간과 세상에 대한 진리를 말해주기 때문이라 믿었기 때문인데 놀랍게도 진화론과 우주론은 역시 당연히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고 보다 진리에 다가가고 있었다. 같은 이유로 하나 더 좋아하게 된 분야는 지리학인데 이 지구의 땅덩어리가 만들어낸 지형적 제약과 지정학, 기후 등으로 한 지역의 운명이 상당히 좌우되는게 무척 근원적인 설명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최근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를 낸 후 부쩍 세계 여러 지성들에 의한 인류사 책이 많아 지고 있음을 느낀다. 아무래도 하라리가 자신만의 식견을 조금 보태 인류의 발전사를 설명한 것이 자극이 된듯 하다. 그래서 우주를 연구하는 물리학자인 브라이언 그린도 자신의 전공을 발판삼아 인류사를 아니 더 크게 우주사를 설명한다.

 제목은 거창하게 엔드 오브 타임, 즉 시간의 끝으로 인류의 발전사를 아득히 넘어선 느낌이 든다. 하여튼 브라이언 그린이 책에서 주요 우주사의 흐름에 대한 중심개념으로 잡은 것은 열역한 2법칙이다. 잘 알려진 엔트로피다. 이유는 정확히 알수 없지만 빅뱅 이래로 모든 우주의 만물은 무질서상태로 소모, 퇴화, 쇠퇴한다. 어찌보면 빅뱅 이전은 매우 좁은 범위에 고도의 물질과 에너지가 뭉쳐있는 상당한 질서상태였고, 빅뱅이후는 이것이 완전히 무너져 무한한 우주공간을 이 물질과 에너지로 균일하게 채워나가는 상황 같기도 하다. 잘 뭉친 먹한 방울이 거대한 종이에 떨어지고 균일하게 번져나가며 점점 흩어지고 희미해져 아예 색을 잃어나가는 과정 같다. 실제로 우리가 체험하는 자연상태도 열역학2법칙을 따르기에 빅뱅 이후 엔트로피를 높여가며 물질과 에너지가 퍼져나가는 것은 당연히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직 과학은 왜 우주에 열역학 2법칙이 작용하는지 설명하진 못한다. 왜가 아닌 어떻게만 아는 상황인 것이다. 

 하여튼 브라이언 그린은 엔트로피를 좀 다르게 본다. 엔트로피는 무질서로 정의되는 편인데 브라이언 그린은 여기에 통계를 들이댄다. 엄청나게 많은 구슬이 바닥에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다. 구슬 한개한개의 위치를 바꾸면 이는 분명 바뀐 것이지만 실제로 변화는 거의 감지되지 않는다. 하지만 구슬은 열과 행을 맞추어 같은 간격으로 질서정연히 있는 상태라면 하나를 다른곳으로 바꾸면 큰 변화가 감지된다. 때문에 브라이언 그린은 엔트로피는 그룹의 크기, 즉 구별되지 않는 멤버의 수와 같다고 말한다. 무질서한 구슬 그룹은 한 두개를 바꾸어도 크게 구별이 안되지만 질서있는 구슬 그룹은 바꿀수 있는 경우가 무척이나 많다. 그래서 무질서한 쪽은 엔트로피가 낮고, 질서가 있는 쪽은 엔트로피가 높다. 

 그리고 이 엔트로피는 우리의 시간관념과도 일치한다. 물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시간은 비가역적이지 않다. 그들이 연구한 어떤 방정식에 의해서도 시간은 한방향으로 흐르지 않으며 반대로 흐르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은 실제 비가역적이다. 이는 엔트로피 때문인데 빅뱅이후 시간과 공간이 생겨나며 엔트로피가 낮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양자역학에 의해 물질과 에너지는 엔트로피가 높은 방향으로 흐를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희박한 확률이며 무한한 시간속에서 일어날수도 있지만 거의 일어날수 없다.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우리는 엔트로피가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보게되며 이로인해 시간은 비가역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완벽하게 설계된 미적인 건축물이 오랜 세월이지나 방치되면 파괴되어 흙으로 돌아갈뿐이지 다시 성이 되진 않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기보다는 엔트로피의 차이를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엔트로피는 압력과 온도, 공간과 관련한다. 같은 수의 분자가 좁은 영역에 빽빽히 모이면 엔트로피는 낮다. 반대로 넓은 영역에 퍼져있다면 엔트로피는 높다. 온도가 높아지면 분자의 운동이 빨라져 분자속도가 높아지므로 엔트로피가 높고, 낮은 온도에선 분자의 운동이 느려 엔트로피가 낮다. 압력은 분자수와 관계하는데 분자수가 적으면 압력은 낮고 엔트로피가 낮다. 하지만 분자수가 많으면 압력은 높아지고 엔트로피는 높아진다. 즉, 정리하면 분자수가 적고, 온도가 낮으며, 점유공간의 부피가 적으면 엔트로피는 낮다. 반면 분자수가 많고, 온도가 높으며, 점유공간의 부피가 크다면 엔트로피는 높다. 그리고 엔트로피는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 변화해나가며 그러기 위해 흐른다. 엔트로피는 흐름으로 결국 이동이 필요한데 그 이동방법이 바로 열의 흐름이다. 열을 흡수한다는 것은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이고 이는 분자수의 운동속도를 증가시켜 결국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

 이처럼 엔트로피는 빅뱅이후부터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증거가 있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과 그것을 보고 사고를 하는 인간 같은 생물들이다. 이들은 고도의 질서를 가진 존재로 엔트로피가 매우 낮은 존재다. 엔트로피가 높게만 흘러가는 우주에서 어떻게 이런 존재들이 생겨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그리고 이것은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배하는 것이 아닌가? 브라이언 그린은 아니라고 답한다. 엔트로피는 국소적으로는 감소할 수 있지만 이것이 전체적으로 더 큰 증가를 불어온다면 이것은 열역학 제2법칙에 위배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질서를 만들어내는 이런 지역은 주변 환경에 엔트로프를 증가시키는 열과 폐기물을 꾸준히 만들어내어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엔트로피 총량을 증가시킨다. 우리 같은 생물체만 봐도 그렇다. 생물은 고도의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열과 폐기물을 꾸준하게 방출하여 주변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 때문에 엔트로피가 국소적으로 높은 지역은 오히려 우주 전체를 고엔트로피로 이끌고 가는 촉매작용을 한다. 

 국소적으로 엔트로피를 낮추면서 항성과 행성 그리고 생명이 생겨난 이유를 살피려면 빅뱅으로 돌아가야 한다. 중력은 대개 당기는 힘이지만 공간에 유주연료라는 특별한 물질이 가득차 있고 이들이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고르게 퍼지면 밀어내는 중력이 발생한다. 지름이 무려 1/10억*10억*10억m의 작은 영역에 에너지 장이 형성되고 균일하면 밀어내는 그 힘이 폭발적으로 작용하는데 이것이 빅뱅이다. 빅뱅이전 초기우주는 극도로 혼란하고 역동적이어서 균일하기가 매우 힘들었는데 오랜 기다림속에서 언젠간 발생할 이 극히 적은 확률의 일은 결국 일어났다. 

 빅뱅직후 1/10억*10억*10억 초 사이에 밀어내는 중력으로 극히 작았던 영역이 지금의 관측 가능한 우주만큼 커졌다. 여전히 인플라톤 장은 극도로 불안했는데 이 인플라톤 장이 터져서 에너지가 입자로 변화하였고 이들이 서로 빠르게 반응하여 오늘날의 양성자, 중성자, 전자를 형성한다. 그리고 인플라톤의 양자요동으로 균일한 우주에서 순간적으로 입자의 밀도차가 발생하는 지역이 발생하였고 여기서 당기는 중력이 발생하여 서로 뭉쳐 더욱 강력한 중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수억년이 지난후 입자들은 충분히 모여 핵반응을 일으키는 상태에 이른다.

 향후 은하를 이룰만큼 충분히 커진 지역에서는 중심부가 수축하여 핵반응으로 강한 열이 차가운 변두리로 뿜어져 나오게 된다. 하지만 열을 흡수한 주변부는 열의 흡수로 공간이 팽창하여 오히려 다 차가워지게 된다. 즉, 중심부의 엔트로피 감소보다 주변부의 엔트로피 증가가 더욱 커 열역학2법칙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힘이 중력과 핵력이다. 중력으로 물질과 에너지가 퍼지고 밀도차로 물질과 에너지가 뭉친다. 중력으로 인해 핵력이 발생할 만큼의 상황이 되고 핵력에 의한 핵분열에 의해 수축이 멈추고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열과 빛이 방출된다. 즉, 엔트로피가 다른 공간으로 이전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브라이언 그린은 책에서 중력과 핵력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구조체의 근원이라 말한다. 

 항생과 행성이 생겨났으니 이젠 생명이 생겨날 차례다. 원자는 에너지가 낮은 위치부터 전자를 배치한다. 여기가 다 차야 다음 위치에 전자를 배치하는데 1층엔 2개, 2층엔 8개, 3층엔 18개인 식이다. 원자는 각 층아 다 차거나 아예 비어야만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원자는 항상 각 층의 전자가 모자라거나 남아 불안한 상태가 되며 이로 인해 서로 전자를 주고 받아 결합하여 분자를 형성한다. 이 과정이 화학반응이다. 

 물분자는 산소원자는 1층엔 2개 2층엔 6개의 전자가 자리하여 2층에 2개가 모자란다. 반면 수소는 1층에 1개만 있다. 산소원자는 수소원자 두 개와 결합하여 전자 2개를 얻으며 수소는 전자 각각 한개씩 잃게 된다. 서로 안정화되는게 이 화학반응의 결과 생겨난게 물이다. 물은 전기적으로는 중성이나 가운데 산소에 양쪽 끝에 수소를 한 개씩 두어 산소쪽은 음극을 수소쪽은 양극을 띠어 각각 다른 전하를 끓어당긴다. 때문에 물질이 물과 닿으면 각각 그 부분으로 전자를 빼앗겨 분해된다. 물이 물질을 녹이고 포획하는 능력을 이 때문이다. 그래서 물은 생명활동에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생명은 주변환경에서 에너지를 흡수하여 질서정연한 구조를 유지하고 저품질의 에너지를 외부로 방출한다. 입자들도 그러한데 불규칙한 입자는 외부에너지를 흡수하면 질서 정연한 배열로 바뀐다. 그리고 향후 유입되는 에너지는 현재의 배열을 유지하거나 질서를 더 높이는데 사용되며, 역시 이 과정에서 저품질의 에너지를 외부로 방출한다. 이를 소산적 적응이라 하는데 이것이 최초 생명체 탄생과 관련한다. 핵력과 중력으로 항성이 에너지를 방출하고 행성의 분자가 이를 받아들여 질서를 형성하여 점점 복잡한 구조를 띠어가기 때문이다. 복잡한 구조의 물질은 어쩌다 RNA를 형성했을 것이고 이 RNA 분자는 복제능력을 갖고 있어 다른 분자들을 제끼고 지구상에 가득하게 된다. RNA분자가 복제되던 중 자외선이나 다른 요인으로 변이가 일어나게 되고 이 변형RNA가 일부 아미노산을 사슬처럼 연결해 최초의 단백질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단백질은 촉매작용을 하므로 RNA의 복제효율을 더욱 향상시켰고 더욱 번성한다. 그러다 RNA가 더욱 빈번해지게 되고 2개의 RNA가 엃히는 변이가 일어나 최초의 DNA가 형성된다. DNA는 두 개의 사슬이 견고히 얽혀있어 RNA보다 더욱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복제가 가능하다. 그리고 RNA는 지금처럼 복제과정에서 서서히 소외되어 다른 역할을 갖게 된다. 그리고 DNA 분자주머니가 형성되어 세포벽의 작용을 하게되어 복제는 더욱 안정성을 띠게 된다. 이후의 과정은 우리가 아는 진화론에 의지하게 된다. 

 이 부분부터 브라이언 그린은 인간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다룬다. 진화론자나 다른 인류학자들이 다룬 것에 비해 크게 차별성은 없지만 몇 가지 독특한 부분이 있었다. 먼저, 자유의지다. 인간은 현실세계를 살아가며 이것이 자신의 생각과 욕망, 그리고 결정이 반영된 행동을 통해서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물리학적 입장에서는 고도의 질서를 갖춘 것일뿐 인간 역시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으며 입자의 집합일 뿐이다. 즉, 인간의 자유의지는 물리법칙의 결과일뿐이라는 것이다. 내가 자신이 자유롭다고 느끼는 것은 물리법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의 거대한 내부조직이 고도의 질서를 갖춰 나로 하여금 자유롭게 반응을 보일 수 있도록 해방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변화는 결국 입자의 형태 변화다. 인간 몸의 입자는 매순간마다 특별한 형태로 바뀌는데 내부나 외부에서 특별한 경험을 쌓을때마다 배열상태가 조금씩 달라지며 이것으로 인해 향후의 생각과 행동에 변화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것이 입자의 규모에서 학습이 된다. 애매한 말이지만 결국 정리하면 자유의지란 것은 추상적이고 영혼같은 것이 아니라 철저히 물리법칙의 입각해 입자의 질서형태를 바꾸는 것이고 인간 자신은 고도의 질서를 갖춘 존재로 입자배열을 바꾸어나갈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입자를 바꿀수 있는 능력을 우리는 자유의지라고 생각한다는게 아닐런지.

 다음으로 재밌는 것은 종교에 대한 생각이다. 브라이언 그린은 종교적 믿음이 생존경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이토록 광범위하게 퍼진 이유를 집단에 대한 감시기능에서 찾았다. 집단이 커지면서 협동과 규칙준수를 직접적으로 감시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믿음과 신뢰가 구축될만한 범위가 180명정도인데 소속된 사회의 크기가 이를 아득히 넘어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종교가 작용할 여지가 생긴다. 집단의 규율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에 의해 항상 감시받고 있다는 종교의 기능은 많은 사람들의 범법행위를 자제하게 하고 보지 못한 사람을 믿고 협력할수 있게 한다.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이렇게 범법행위가 줄어들고, 가십에 오르내리를 횟수가 줄며, 집단 추방가능성이 적어지고 이를 통해 번식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적응력은 세대를 지나면 강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예술에 대한 견해도 재밌었다. 강한 능력을 선천적으로 갖춘 개체는 생존에 유리하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 이것이 훈련이라는 후천적 노력에 의해 상당 부분 획득이 가능하다. 훈련은 힘든 과정인데 적응력을 높이는 것인 만큼 마땅히 이를 독려하기 위한 즐거움같은 자기강화적 피드백이 생겨났을 가능성이 높다. 스티븐 핑커는 예술이 언젠가부터 이 자기강화적 피드백 회로에서 벗어나서 단지 독립적으로 괘락 중추를 자극하는 행위가 되었을 것으로 주장한다. 이는 예술이 인간의 적응력을 딱히 높이지 못함에도 이렇게 퍼져있는 것을 잘 설명한다. 물론 예술을 짝짓기와 관련되어 설명하는 이론도 있다. 그리고 예술이 혁신적 사고를 촉진하고, 사회적 결속력을 다지는등 적응력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음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 맞는 말인 것 같은데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이 없다는게 아쉽다. 

 그렇다면 인간 이후 생명체가 번성한 고도의 질서의 끝은 어떻게 될까. 우주공간의 팽창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는 암흑에너지의 척력이 질서를 갖춘 은하단들의 인력보다 강하다는 뜻이다. 만약 밀어내는 힘이 점점 강력해진다면 200억년후면 은하단은 해체되고 10억년후면 은하수의 별이 흩어지며 6천만년후면 행성들이 태양에서 멀이지고, 몇개월후면 밀어내는 중력이 분자단위까지 작용해 별과 행성이 폭발하게 된다. 30분후면 개체를 구성하는 입자조차 분해된다. 사실상 질서를 갖춘 생명체의 끝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고는 남을 수도 있다. 다만 사고체 역시 엔트로피가 낮은 존재이므로 무언가를 생각해내려면 주변에서 에너지를 추출해야하고, 추출한 열은 나중에 방출할 열보다 적거나 최소한 같아야 한다. 즉, 계속 생각하려면 저엔트로피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다만 우주가 팽창하여 에너지와 물질이 넓게 퍼져 매우 희박해서 에너지를 구하기 힘든 경우가 된다면 사고체는 이에 대비하여 사고를 매우 느리게 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겨울잠 같은 휴식을 갖는 형태로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사고를 지속하는게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사고의 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지겠지만 우주의 시간 단위에서 이 정도 느림은 충분히 문제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사고 역시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우주가 가속팽창하여 상당히 커지면 결국 엔트로피가 매우 커져 사고체 자체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열배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브라이언 그린은 10의 50승 년정도의 시간이면 사고가 종말 할 것으로 예측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화의 종말 - 하버드 의대 수명 혁명 프로젝트
데이비드 A. 싱클레어.매슈 D. 러플랜트 지음, 이한음 옮김 / 부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죽는다. 너무나 오랬동안 그래왔기에 이는 매우 당연한 진리처럼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간혹 죽음을 초연히 여기거나 마땅히 받아들여야하는 순리처럼 여기기도 한다. 한 때 미래과학기술의 발전과 관련한 독서토론을 하면서 사람이 꼭 죽어야 하는가? 영원히 살게 되면 어떨까?라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었는데 의외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생보다 죽음을 선호했다. 다들 건강하게 남들 정도 만큼은 오래살고 싶어하진 했지만 영생은 마치 하면 안될 것 같은, 그리고 무척이나 끔찍한 것이며 인생을 의미없게 한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었다. 죽음에 대한 이런 반응은 어느 집단에서나 마찬가지 일 것 같다. 

 이쯤 되고 보면 인간과 다른 생물들은 죽음을 육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받아들이게끔 설계된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곤 한다. 죽음을 극도로 거부하는 진화한 생존기제들을 강하게 갖고 타고났지만 막상 죽을 때가 되면 이를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이는 정신적 기제도 같이 진화한건 아닌지 한다. 

 사람은 왜 죽어야할까? 아마도 앞선 개체들이 죽는 것이 진화에 필수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앞선 개체가 죽지 않는다면 아마도 번식은 하지 않을 것이다. 죽지 않으니 영원한 DNA 보관 그릇이 있는 것이며 그로 인해 번식은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번식은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든다. 생식기관을 만들고 보존하고 운영해야 하며, 유성생식인 경우 성경쟁이 치열하다. 그리고 개체가 영생하는 상태에서 번식하면 그 종은 가까운 시일내에 강한 환경압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부모세대가 죽으며 자연히 자녀세대가 그 서식지의 자원과 짝짓기 대상을 차지하게 되는 것인데 부모세대가 영생하며 남아있다면 자라난 자녀세대와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이게 될 것이다. 부모세대가 영생한다면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그런 경쟁 대상인 후손을 낳을리 만무하다.  

 때문에 영생을 하는 개체는 번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데 문제는 번식하지 않으면 진화도 없다는 것이다. 이미 완성된 개체는 유전자가 변형하지 않아 변이하지 않는다. 변이는 번식에 의해서만 생기는데 번식하지 않으면 돌연변이도 없을 것이고, 그 돌연변이중 우연히 주변 환경에 맞아 적합도를 높이는 진화한 새로운 형질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즉, 영생은 진화자체를 막는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생물은 당연히 진화, 즉, DNA의 안정적이고 영속적인 전달을 위해 다소의 변이를 각오하면서도 앞세대의 죽음을 전제로한 번식과 진화를 택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영원히 업그레이드 하지 않는 프로그램보다는 꾸준히 업그레이드 하는 프로그램이 당연히 훨씬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소 어이없게도 진화는 죽음을 전제로 하면서도 정작 생물의 유전인자에는 생물을 죽으으로 이끄는 유전자가 없다. 일정시간 생존하고 나면 반드시 발현해 생물을 죽이는 그런 유전자가 없다는 뜻이다. 때문에 생물의 죽음은 시한폭탄이 터지는 느낌보다는 시스템 전체가 조금씩 붕괴해 어느 한 부분이 임계점에 달해 다른 부분마져도 억지로 기능이 멈추어져 전체가 죽게되는 것에 가깝다. 심장이 멈췄다고 다른 부분이 죽는 것은 아니며 심장의 멈춤으로 인해 다른 부분에 혈액이 공급이 되어 죽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책 '노화의 종말'에서는 이런 인간의 죽음을 어떻게 하면 현 시점에서 가장 늦출 수 있는지, 그리고 언젠간 노화가 질병으로 규정되고, 미래의 과학기술로 인해 인간이 죽음에서 완전히 탈피할수 있을 미래를 그린다. 


1. 생존회로

40억년전 열수분출구 옆에 물웅덩이가 있다. 행성 표면은 운석이나 혜성에서 온 유기분자가 표면을 뒤덮고 있었고 이 물웅덩이엔 이 유기분자들이 있었다. 일반 표면이었다면 그냥 분자상태였겠지만 이것들은 열수분출구 옆의 웅덩이에 있는지라 열로 인해 녹았다고 가장 자리에 말라 붙곤 하며 특수한 화학과정이 진행되었다. 

 이것이 핵산의 형성이다. 그리고 핵산이 농축되면서 중합체를 형성하였고, 이 중합체가 RNA로 DNA의 선구물질이다. 이 핵산가닥은 유전물질이 되었고, 이 유전물질이 지방산에 감싸지며 일종의 미세한 비누방울처럼 되었는데 이 비누방울이 최초의 세포막이 된다. 이 세포들은 주위 물질이 당연히 충분히 않았으므로 경쟁이 시작된다. 당연히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생존매커니즘이 진화하였는데 이것이 유전적 생물매커니즘의 탄생이다.

 이 매커니즘에서는 유전자 A가 탄생한다. A는 환경이 안 좋을 때 번식을 멈추는 관리자다. 그리고 유전자 B가 탄생한다. B의 역할은 침묵단백질을 형성하는 것이다. B는 상황이 안좋을 때 유전자 A에 달라 붙어 유전자를 끈다. 즉 상황이 않좋으니 A를 꺼서 번식을 멈추고 생존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B에는 이후 하나의 기능이 추가되는데 DNA를 수선하는 기능이다. DNA가 손상되면 B는 A떠나게 되고 DNA를 수선하는 동안 생식과 번식활동을 중지한다. 저자는 이 생존회로가 바로 노화의 원인이라고 본다. 


2. 노화이론

노화이론은 꾸준히 발달해왔다. 1930-60년대에는 돌연변이의 축적에서 원인을 찾았고, 1963년 이후에는 오류 파국 가설로 유전자 복제과정에서의 오류축적을 노화의 원인으로 보았다. 1970-1980년대에는 짝이 없는 자유라디칼이 산화를 일으켜 유전자를 손상시키고 이 자유라디칼이 많은 미토콘드리아가 주로 손상되어 노화가 일어난다고 보았다. 지금도 인기가 좋은 항산화물질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하지만 책에서는 노화의 원인은 바로 정보의 상실이라고 본다. 생물은 두 종류의 정보를 갖고 있으며 양자는 부호화 방식이 다르다. 우선 DNA인데 여기에는 디지털 정보가 사용된다. ATCG 4진수의 디지털 코드가 이것이다. 다음은 아날로그 정보로 후성유전체에 이용된다. 후성유전체는 수정 후 발생하면서 주변 환경에 따라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체로 이 부분이 아날로그 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유연하게 환경에 적응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날로그 정보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손상이 잘 일어나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이것이 노화의 원인이 된다. 

 생물에겐 앞서 언급한 생존메커니즘 유전자 B에 해당하는 것으로 서투인이 있다. 서투인은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번식 대신에 개체의 생존에 치중한다. 당장 에너지를 아껴 허리띠를 조이고 당뇨, 심장병, 알츠하이머, 골다공증, 암 등의 주요 질병으로부터 몸을 지키라 명령한다. 만성적 과잉염증을 억제하고 세포 죽음을 예방하며 미토콘드리아까지 활성화한다. 실험에서 생쥐에게 서투인을 활성화시키자 DNA수선이 활성화하고, 기억력과 운동지구력이 올라갔으며 많이 먹었음에도 비만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서투인에겐 또 다른 역할이 있었으니 후성유전체로써 다른 유전자가 발현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역할이다. 서투인은 일인 이역을 하는 셈인데 여기서 노화로 이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개체가 오래살면서 주변의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DNA 손상이 잦아지면서 서투인도 바빠지게 되는데 서투인이 수선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후성유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몸의 여러부분의 세포가 정체성을 잃고 혼란에 빠져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고 이것이 노화라는 것이다. 즉, 정보의 상실이 노화이자 죽음이라는 거인데 이것이 노화를 설명하는 정보이론이다. 

 포유류는 7개의 서투인 유전자를 갖는데 SIRT1, SIRT6, SIRT7은 DNA를 수선하고, SIRT3, SIRT4 SIRT5 는 미토콘드리아와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며 SIRT2는 세포질을 돌아다니며 세포분열과 건강한 난자생산조절을 돕는다. 


3. 어떻게 노화를 막고 건강해지는가

 정보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노화하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적절하게 서투인을 비롯한 생존유전자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과도한 손상이나 파괴는 죽음이나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불러오며 언급한것처럼 서투인 유전자가 유전자 손상에 치중하느라 건강을 유지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때문에 적절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생존유전자를 작동시키는 비법이 된다. 그리고 이것을 호르메시스라고 한다.

 적절한 호르메시스로는 우선 적절한 열량제한이 있다. 영양실조 없는 열량의 적절한 제한은 장수로 이어진다. 포도당을 덜 먹인 효모는 더 오래살고 유달리 DNA가 압축되어 있었다. 불가피한 ERC의 축적과 , 인폭발, 불임이 상당히 지연되었다. 인간에게도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1992년 바이오스피어2의 사람들은 자급자족적 실험조건 때문에 불가피하게 열량제한에 시달렸다. 그들은 실험 이전과 이후 철저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체중이 15-20%줄고, 혈압이 25%이상 저하했으며 혈당도 21%저하하고 콜레스트롤도 30%이상 저하했다. 열량을 적절히 제한하는 방법에는 간헐적 단식이 있는데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늦게 먹는 16시간 공복, 8시간 먹기 방법이 있다. 또한 일주일에 이틀은 열량을 75%정도로 줄인 5:2식단과 분기마다 일주일 정도를 굶는 방법도 있다. 이처럼 간헐적 단식을 포함하는 열량제한은 무엇을 먹는지보다는 어떻게 먹는지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먹는지도 중요하다. 몸에 공급되는 아미노산이 적으면 몸이 스트레스를 받아 생존회로가 활성화한다. mTOR효소가 억제되면 세포가 분열할 때 쓰는 에너지가 줄고 자가포식과정에 에너지가 많이 사용된다. 그 결과 손상되거나 비정상적인 구조를 지닌 단백질이 분해되어 재활용된다. 필수아미노산중 메티오닌은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달걀에 많다.메티오닌 농도가 체내 적어지면 몸의 방어체계가 향상된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조건부 아미노산인 아르기닌, 아이소류신, 발린의 낮은 농도도 비슷한 작용을 한다. 때문에 아미노산을 줄이고 이를 식물성에서 얻으라는게 책의 충고다. 

 운동 역시 몸에 스트레스를 주는 활동이다. 운동은 NAD농도를 증가시키고 이는 생존회로를 활성화해 장수조절인자인 AMPK, mTOR, 서투인이 새혈관을 형성하고 심장과 폐를 더욱 건강히 하며 텔로미어의 길이도 늘린다. 운동은 일주일에 6-8km를 뛰는 정도가 좋으며 강도가 중요하다.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좋다. 

 몸에 스트레스를 주는 또 다른 활동은 체온의 조절이다. 실험에서 생쥐의 체온을 0.5도 정도 낮추자 수명이 암컷은 무려 20%, 수컷은 12%증가했다. 낮은 체온은 등과 허벅지의 갈색지방을 활성화하는데 좀 춥게 지냄으로써 이 갈색지방이 활성화 해 안에 들은 미토콘드리아가 활성화한다. 

 이처럼 열량제한, 아미노산의 조절, 운동, 추위는 생존회로를 자극해 장수를 도모한다. 이는 언급한 것처럼 호르메시스다. 그리고 호르메시스처럼 작용하는 이종호르메시스가 있다. 인간은 직접 주변 환경을 체험하며 스트레스를 겪고 이에 대비하였지만 이는 다소 어리석은 방법이다. 직접 겪지 않고 주변 환경에 경고를 통해 대비하는 것이 선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주변 생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만든 물질을 섭취할 경우 주변 환경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여 생존회로를 작동시킨다. 이것이 이종호르메시스다.  

 이종호르메시스로 우선 메트포로민이 있다. 메트포로민은 당뇨약이다. 그런데 메트로포몬을 설치류에 투여하자 수명이 6%나 늘고 LDL콜레스트롤도 내려가고 신체능력이 강화되었다. 메트로포민은 TOR억제 대신 미토콘드리아의 대사반응을 제한하여 우리의 세포발전소가 다량 영양소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을 늦춘다. 메트로포민은 암세포의 대사도 억제하고 잘못접힌 단백질도 제거했다. 인간에 대한 결과도 있는데 당뇨치료를 위해 메트로포민은 투여받은 61-80세의 노인 4만1천명에 대한 조사결과 치매는 4%, 심혈관질환은 19%, 암은 4%노화는 24%우울증은 무려 16%나 낮춘 것으로 드러났다. 

 이종호르메시스로는 이외에도 라파마이신, 레스바라트롤, NAD 증진제등이 있다. 이중 NAD는 7가지의 서투인을 모두 활성화한다. NAD는 20세기초 알코올 발효 증진제로 발견되었으며 비타민 나이아신의 산물로 500가지 넘는 효소에 쓰인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뇌, 혈액, 근육, 면역세포, 췌장, 피부, 모세혈관등에서 NAD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2004년 비타민 B3의 한 형태인 NR이 NAD를 늘리고 NR은 몸에서 NMN 으로 전환되고 이것이 다시 NAD로 전환됨이 밝혀졌다. 동물실험결과 NR이나 NMN이 섞인 음료를 먹이면 2시간 이내 NAD농도가 25%증가했다. 그래서인지 이미 시중엔 NR, NMN 관련 약품이 많다.


4. 의학의 미래

저자는 앞으로 인간의 수명이 150세까지 늘어날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의 의학은 문제가 많은데 우선 무차별적 처치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각 유전체가 다른데 이를 파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같은 약물이나 처치를 한다는 것이다. 개별 유전체가 모두 밝혀지고 이에 따라 처방이 이루어질 미래에 이같은 과거는 무척이나 야만적인 행위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의학은 대기시간이 무척 길다. 환자는 오래도록 기다려 매우 짧은 시간의 만남으로 진단 및 처치를 받으며 이로 인해 오진도 무척이나 많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미래에 동영상 가정 방문 진료능력 기술이 개발되고 간단한 시료를 껌처럼 씹어 의사가 원하는 환자의 대사산물과 유전체가 한꺼번에 파악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 의학의 또 다른 문제는 선제성이 없다는 점이다. 많은 환자가 증상이 나타나도 자연 치유에 기대하며 대부분 시기를 놓친 강한 통증사태에서 병원을 방문해 시기를 놓치곤 한다. 하지만 항상 신체를 체크하는 이식 칩이나 센서등의 도입으로 환자의 상태가 항상 체크되고 위기 상황 시 이를 의사는 물론 주변 사람에게도 알리는 선제적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저자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같은 의학적 처치와 우리의 생존프로그램을 잘 자극하는 관리가 이루어지면 인간은 영생의 길로 들어설지도 모른다. 그런 경우에 대한 언급도 재밌다. 의외로 밝지 않다. 우선 환경오염이다. 미국인은 생존에 필요한 것보다 식품은 3배이상 물은 250배를 사용하며 하루 쓰레기를 2kg이나 배출한다. 이런 인간의 수가 영생으로 이어져 많아진다면 지구의 환경허용량을 가까운 시일내에 초과할 것이다.(이미 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미래가 밝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다른 밝지 않은 미래는 정치적 문제다. 나이든 사람들은 범죄를 일으키거나 충동성은 적지만 정치적으로 매우 보수적이다. 사람은 정치적 성향이 쉽게 바뀌지 않으며 역사적으로 진보는 기존의 사람들이 바뀌기보다는 새로운 생각을 가진 젊은 사람들에 의해 바뀌었다. 하지만 이런 젊은 이들이 적어지고 생각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나이 많은 사람들만 많아지만다면 사회의 진보는 쉽사리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물론 영생으로 가는길에 장점도 있다. 생산성의 증가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정년에 도달할때쯤 경험과 지식이 최고조에 달한다. 그의 능력을 젊은이에 비할바가 아니지만 법과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나야 한다. 그런것이 없어진다면 어떨까. 사회는 최고의 생산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않을까? 경지에 도달한 장인이 계속해서 경지를 향해 나아가게 되는 셈인데 모르겠다. 생산력은 높겠지만 혁신적인 마음은 역시나 부족하지 않을런지.

 하여튼 이런 논의를 여러번 던지며 책은 끝난다. 노화와 건강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많이 접할 수 있었고 다소 아쉽긴 하지만 노화가 상당히 미뤄진 미래 세계에 대한 고민도 재밌었다. 개인적으로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겠단 생각도 꽤 들었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나루 2021-07-07 2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당선축하드려요^^

닷슈 2021-07-08 11:0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07-07 2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1-07-08 11:0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07-07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닷슈 2021-07-08 11:0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mini74 2021-07-07 2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닷슈 2021-07-08 11: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초딩 2021-07-07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아~

닷슈 2021-07-08 11: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07-08 0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닷슈 2021-07-08 11:0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