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의 종말 - 어느 비만수술 전문의사의 고백
가쓰 데이비스 지음, 김진영 외 옮김 / 사이몬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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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탄고지, 구석기 식단 등 한번 쯤 들어본 적이 있는 식사 방법들이다. 공통점은 당뇨와 비만을 불러일으키는 탄수화물을 멀리하고, 고단백, 좋은 지방을 갖춘 식단을 갖추라는 것이다. 물론 약간의 채식도 포함이다. 이처럼 언젠가부터 우린 탄수화물을 건강의 적처럼 여기며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럴만도 하다. 커피와 각종 음료에 들어가는 온갖 시럽과 크림등은 탄수화물에 지방 투성이고, 달디단 도넛과 슈거 등도 모두 탄수화물이다. 이들은 정말 단맛이 강해 중독성이 크고 먹으면 살이 많이찌게되니 건강에 상당한 문제요소로 여겨졌다. 실제 이의 영향을 많이 받아 많은 사람들이 식단에서 고기나 약간의 야채만 먹는 경우가 많고, 내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건강앱같은 경우 탄수화물, 지방, 심지어 비타민이나 칼슘, 칼륨, 철분등의 섭취량에도 일일 제한량이 있지만 단백질은 제한량이 없다. 무한히 먹어도 괜찮다는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나. 

 저탄고지나 구석기 식단은 모두 인류가 농경 이전 탄수화물을 많이 먹지 않고 고단백, 고지방 식사를 즐기면서 건강을 영위해왔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하지만 인간은 먹은 식품의 대부분은 역사상 농경이전에도 탄수화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인간은 육식동물이 아니고 잡식이고 사실상 채식에서 육식을 첨가하는 잡식으로 진화했다. 즉, 기본 바탕이 채식이라는 것이다. 또한 육식을 시작하고서도 변변치 않은 육체적 능력과 사냥솜씨로 인해 채식이 열량의 대부분을 채웠을 것이 분명하다. 사냥 기술이 발달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사냥은 성공률이 떨어졌고 변동성이 커 대부분의 열량은 역시 탄수화물 기반의 채식에서 이뤄졌을 것이다. 인류가 사치품은 육류를 마음껏 즐길수 있게 된 것은 기껏해야 최근 50년간 선진사회에서만으로 인간이 과거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방법을 개발해낸 이후이다. 그리고 탄수화물을 멀리하고 단백질을 찬양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시점이며 인간이 비만과 고혈압, 고지혈, 심장병, 뇌졸증, 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이다. 

 저자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탄수화물은 우리의 적이 아닌 오랜 에너지원으로 우리 몸에 가장 적합한 요소이며 단백질과 지방은 그렇지 않다고. 특히 단백질의 문제점에 대해 상당히 많이 지적한다. 보여지는 근육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면서 근육의 생성을 위해 단백질의 섭취를 트레이너들을 중심으로 중요히여기는데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근육은 우리몸에서 충분히 재활용을 통해 재생성되므로 굳이 고기를 먹어가면서까지 보충할 필요가 없으며 단백질 섭취량을 늘려나가면 어느정도까지는 근육 생성량이 늘어나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감소한다고 말이다. 거기에 작금의 단백질 중독 현상은 비만과 암,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등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단백질의 진실로 5가지를 지적한다.

 우선 단백질은 체중감량의 열쇠가 아니라는 점이다. 저탄고지나, 구석기 식단이 인기를 끈 이유는 눈에 보이는 체중감량 효과와 근육 증량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일년 이내의 매우 단기적 효과다. 이런 식단을 유지하면 결국 이전 체중 이상으로 증가하는 요요현상이 오고 성인병과 설사, 통풍, 고약한 채취 등으로 고생하게 된다. 고단백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되면 몸은 에너지원 탄수화물이 고갈되어 간에 저장한 글리코겐을 분해하여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된다. 글리코겐은 수분과 함께 저장되는데 글리코겐을 사용하며 이 수분이 같이 사용되게 된다. 즉, 고단백 다이어트의 효과는 이 수분의 상실효과에 불과하다. 때문에 고단백 식단은 건강하고 지속적인 다이어트 방법이 되질 못한다. 

 두 번째는 단백질이 당뇨, 고혈압, 심장병, 암과 같은 병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식물성 단백질이 인간에 이로우며 모든 식물에는 인간에게 필요한 충분한 단백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영양학계에서는 인간에게 필요한 단백질을 하루 50g정도로 꼽는데 이는 사실 최소 권장량이 아닌 최적의 권장량이다. 즉, 다소 모자라도 괜찮고 넘어서면 과잉이라는 점이다. 이는 생각보다 매우 적은량으로 언급한 것처럼 인체 자체가 상당수의 단백질을 재합성하여 활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50g의 단백질은 풍성한 채식 위주의 식단만으로도 하루 보충이 충분히 가능하다. 채식으로 3끼니를 모두 떼우고 단 한번만 육식을 하면 단백질은 바로 과잉이 된다. 네 번째는 저단백, 저지방 식단을 살을 빼고 건강을 향상시키며 미래의 질병을 예방한다는 것이며 마지막은 탄수화물은 인간의 건강과 활력의 원천이나 정제 탄수화물만은 건강의 적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정제 탄수화물은 가공에 좋게 정제된 백색 밀가루나 백미, 백색 설탕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동물성 단백질을 과다 섭취하게 되면 몸엔 바로 이상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바로 이것들이다. 과체중, 콜레스트롤 과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고혈압, 변비, 설사, 피부의 여드름, 종종 피곤하거나 에너지 부족, 기억력 집중력 등 뇌의 인지기능의 문제, 잦은 통증이다. 육식이 잦은 미국인들은 게실염이라는 병을 앓는데 이는 육류섭취가 과다하고 채식이 부족할때 생기는 병이다. 섬유질이 부족해지면 배설물이 결장에 쌓여있어 대변이 잘 나오지 않게 되는데, 그러면서 배변시 많은 힘을 주게 되고 그 압력으로 대장벽이 망가져 부풀어 오르다 터져버리는 것이 게실염이다. 

 사실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매우 자명하다.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국가 사람들은 대개 10%이하의 열량만을 단백질에서 얻는다. 현재의 건강상식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이상적 비율은 5:3:2정도로 잡고 단백질 식단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이를 3:5:2정도로 시행한다. 하지만 이런 식단을 갖는 사람들은 선진국 사람들로 대개 성인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건강한 장수국가의 사람들은 채식위주의 식단이고 단연 탄수화물 중심의 식단이다. 아마 8:1:1정도일 것이다. 세계 최장수국인 일본, 거기서도 더 장수하는 오키나와의 원주민의 전통 식단은 쌀과 고구마류인 얌이다. 이들은 오랜 기간 대부분의 열량을 여기서 얻었고 약간의 생선류를 즐겼을 뿐이다. 

 그리고 선진사회에서도 채식을 즐기는 자들의 건강에 압도적으로 좋다. 비건은 체중이 가장 덜 나가며, 성인병 유발이 적고, 수명도 길다. 많은 사람들이 탄수화물이 당뇨를 유발한다고 하는데 저자는 당뇨를 유발하는 것은 사실 단백질이라고 말한다. 실제 과거 육류가 귀한 시절의 사람들은 지나칠 정도로 곡식을 많이 섭취하여 현대인이 보기에 과다한 탄수화물을 섭취하였지만 당뇨가 거의 없었다. 유럽 10개국 52만명을 12년간 추적한 에픽 실험은 당뇨는 육류와 관련하고 채소 및 과일은 관련이 없음을 결론내렸다. 실제 채식인의 당뇨발병률은 2.9%, 유제품과 달걀까지를 허용하는 페스토는 3.2%, 생선까지 허용하는 채식인은 4.8%, 보통 육류 섭취자는 7.6%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실제 위 추치는 단백질 섭취가 허용될 수록 당뇨발병률이 증가함을 보여준다. 

 단백질이 당뇨를 유발하는 매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인간은 채식에서 진화했으므로 오랜 기간 천연당을 활용하게 발달했다. 췌장에서 생산된 인슐린은 포도당을 세포에 배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저탄고지 식사를 하게 되면 인슐린의 분비가 최소화된다. 하지만 그러면서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나는데 이는 고기에 포함된 지방 성분 때문이다. 섭취한 지방은 세포로 침투하는데 단백질 섭취 증가로 인해 황이 풍부한 아미노산도 같이 증가한다. 아미노산은 이름처럼 산성으로 인체를 산성하시키고 이로 인해 조직에 염증이 발생하게 된다. 신체는 산도 조절을 위해 근육의 칼슘을 혈류에 내버리게 된고 이로 인해 칼슘 부족으로 골다공증이 생겨난다. 즉, 단백질은 당뇨와 골다공증을 같이 일으키는 셈인 것이다. 

 고기가 비위생적인 것은 이런 현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충분히 높은 온도에서 조리한 고기는 세균이 죽어 안전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동물의 근육안의 박테리아에 의해 생성되는 내독소는 고열에서도 파괴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 내독소가 염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 염증으로 근육세포에 지방이 축적하고 언급한 것처럼 지방이 근육세포로 들어가면 새로운 인슐린 수용체를 만들어내는 세포의 능력을 방해한다. 즉,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나 당뇨가 유발되는 것이다. 

 고기의 높은 철분도 문제다. 철분은 헴철과 비헴철로 구분되는데 육류의 철분은 헴철이다. 이 헴철은 산화의 주범이며 인슐린 저항성은 높여 당뇨를 유발한다. 실제 당뇨 환자들에게서는 많은 혈류 철분량이 관찰되며 이들에게서 다량의 혈액만 뽑아내도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고기는 혈압도 상승시킨다. 섬유질은 몸속 찌꺼기를 긁어내어 천연 혈압강하 역할을 한다. 식물성 단백질은 아미노산은 글루탐산을 포함하는데 이것이 체내에서 매우 강력한 항산화 물질은 글루타티온으로 변환되어 혈압을 강하시킨다. 동물성 단백질은 이러한 역할을 못하니 혈압을 상승만 시킬 뿐이다. 또한 고기의 섭취는 아미노산 아르기닌의 분해를 방해하는데 아르기닌은 아산화질소가 되어 혈관을 팽창시킨다. 즉, 아르기닌의 방해는 혈압 강하는 막는 셈이된다. 

 저자는 과다해보이는 탄수화물의 섭취가 실은 정제된 것의 과다 섭취만 아니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탄수화물의 섭취가 늘면 우리 몸은 탄수화물 이용률을 크게 증가시킨다. 많이 먹을 수록 많이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다 지방은 바로 저장한다. 탄수화물이 과다하면 역시 지방으로 전환되긴 하지만 이는 화학적 과정상 매우 번거로운 작업으로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여분이 보다 쉬운 글리코겐으로 먼저 저장되며 이것마저 어려우면 지방으로 저장되는 것이다. 반면 과잉 단백질은 지방처럼 즉시 지방으로 저장된다. 

 단백질과 지방의 섭취는 과잉 열량을 불러온다. 단백질, 지방이 사치품인 이유는 이들의 영양소와 열량의 밀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체는 이를 섭취하여 열량이 충분함에도 포만감이 충분히 느껴지지 않아 필요이상으로 더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과일아니 채소의 섬유질은 당분결합체 역할을 하여 체내에 당분이 서서히 흡수하게 도우며 상당한 포만감을 일으켜 과잉섭취를 막는다. 

 저자는 채식에 대한 오해도 하나하나 타파한다.

우선 비타만 B12 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엄격한 비건은 비타만 B12가 결핍되는 면을 보인다. 하지만 이는 채식의 잘못이 아니다. 비타만 B12의 결핍은 이 성분이 토양세균에 의해 생성된다는 것이고 이것이 채소로 이동하여 인체에 흡수되는 것인데 지금은 지력의 고갈로 비타만 B12가 토양에 매우 부족하다. 하지만 지력이 충분한 유기농 채소의 경우 비타만 B12가 여전히 풍부하다. 

 다음은 뼈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뼈를 칼슘과 동의어로 생각하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실제 뼈는 칼슘이에도 칼륨, 마그네슘, 섬유질, 비타민으로도 강해진다. 이는 채소에 풍부한 성분이다. 반면 언급한 것처럼 과다한 육식은 체내 칼슘을 고갈시켜 오히려 골다공증을 유발한다.

 세 번째는 빈혈이다. 채식을 하면 철분이 다소 낮게 유지도니다. 하지만 이것이 빈혈을 일으키는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과다 육식으로 인한 철분 과다는 언급한 당뇨 및 산화문제를 일으키며 노화와 산화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네 번째는 HDL 수치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HDL은 좋은 콜레스트롤로 LDL이 높을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채식인은 이미 LDL자체가 매우 낮기에 굳이 HDL이 많이 필요치 않다.

 마지막은 허약하다는 이미지다. 하지만 이는 가장 형편없는 편견으로 이미 많은 유명한 강인한 운동선수들이 채식을 즐기고 있다. 자연계만 봐도 사자나 호랑이 같은 포식자를 일대일로 압도하는 코끼리나 하마, 코뿔소 등은 강력한 근육을 갖추고 있다. 호랑이나 사자가 이들보다 유리한 것은 근육에서 오는 강인함이 아니라 포악함과 이빨, 발톱때문, 협동사냥능력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게 끔 설계되지 않았고 육식동물만큼 고기에서 비롯되는 산을 잘 처리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턱과 침과 장기들은 기본적으로 과일과 채소를 먹게끔 설계되었다고 말한다. 잘익은 과일과 통곡물의 섭취는 공생하는 장속 세균들에게 양질의 섬유질과 과당류를 공급해준다. 하지만 고기는 그렇지 않다. 더구나 최근 우리가 먹는 고기들은 매우 오염된 것들이다. 물고기들은 PCB와 다이옥신, 수은으로 오염되었고, 소는 옥수수와 각종 동물의 부산물을 열처리한 후 각종 첨가물을 들이부은 사료를 먹고 자란다. 그 소가 만든 우유에는 각종 항생제체 남아있고 상업용 우유는 거기에 다시 표백제와 각종 화합물을 첨가한다. 이 동물들이 그 과정에서 받는 고통과 지구 온난화도 문제다. 육식은 이렇게 문제가 많다. 인간 자신의 건강과 지구, 그리고 동물을 위해 채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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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바버라 J. 킹 지음, 정아영 옮김 / 서해문집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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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상 감정은 주변 세계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생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긍정적인 감정은 주변 세계가 나의 생존과 적응에 유리한 것이기에 부여되며 부정적인 감정은 그 반대다. 슬픔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무언가를 상실하거나 잃었을 때 나타난다. 책'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에서 다루는 슬픔은 발로 주변 개체를 상실하였을 때의 슬픔이다. 나와 늘 친하게 지내던 형제나, 자매, 부모, 또는 항상 같이 지내던 친구 같은 개체의 상실에서 나오는 슬픔이다. 그리고 이런 류의 슬픔은 인간에겐 매우 당연시 되지만 동물에게선 의문시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동물과 가까운 삶을 산 사람들은 동물이 이런 종류의 슬픔을 마땅히 느낀다고 생각하며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경험적, 과학적 증거 모두 없음을 말하며 이에 반대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자는 이런 종류의 슬픔을 많은 수의 동물도 마땅히 느낄수 있음을 주장한다. 다양한 경험적 증거를 대는데 우리가 이런 동물의 슬픔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는 동물들이 이런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 인간의 그것과 상당히 다르며 인간은 주변에 동물을 가까이 하지 않고 따라서 이런 감정을 잘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물같은 경우는 사별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며 자의식도 부족한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상실에 의한 슬픔을 못느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 오랫동안 함께한 친구 개가 죽어서 사라졌는데 다른 개가 그 사라짐을 죽음으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슬픔을 느낀다는 사실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의견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데 이는 동물 역시 인간처럼 서로 협력하고 장기간 그 관계를 유지하는 집단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슬픔과 그 애도는 진화상 하나의 적응적 감정이다. 동물이 집단을 형성하는 것은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되는데 같이 지내던 개체가 사라지는 것은 이 집단의 해체를 의미하며 이는 곧 해당 개체의 적응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되는 만큼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슬픔이라는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적응에 유리한 일이 된다. 부정적 감정을 통해 스트레스를 받은 개체는 해당 상황을 빠르게 해쳐나가려고 노력할 것인 만큼 이는 진화상 충분히 나타날만한 적응행동이된다. 때문에 집단을 형성하는 동물에게 상실에 따른 슬픔이 나타날수 있다는 논리는 매우 타당하다. 

 책에서 저자는 고양이와 개, 말, 닭, 토끼, 돌고래, 염소, 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이 오랫동안 함께한 동료나 가족이 상실되었을 때 보이는 다양한 슬픔을 일화로 제시한다. 물론 이는 과학적으로 잘 설계된 실험은 아니며 저자의 직접 경험이나 들은 일화들에 불과하다. 이것이 이 책의 약점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설득력이 떨어지진 않는다. 이들은 일상에서 우리가 충분히 경험해온 내용이기 때문이다. 

 재밌는 점은 원숭이들이 고도의 협력성에도 불구하고 새끼나 동료의 죽음에 마땅한 슬픔이나 애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미 원숭이들은 새끼가 사망한 경우 상당 기간을 죽은 새끼를 업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동과 행위에 상당한 위험성과 에너지 소모가 생기는 만큼 이는 새끼를 상실한 것에 대한 깊은 슬픔 반응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미원숭이들은 사망한 새끼를 앉고 교미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평소 새끼를 안전하게 안는 방법과 죽은 새끼를 들고 다니는 방법이 다른 것으로 보아 죽은 것은 인식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거기에 죽은새끼를 결국 버리는 시점은 수유기의 종료와 일치하지 않았다. 여러모로 예상과는 다른 셈이다. 다만 이들은 겉으로 보이는 무던함과는 다르게 막상 주변 개체가 포식자에 의해 희생되거나 사고로 죽으면 호르몬상 큰 스트레스 수치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상 표현은 안하더라도 큰 슬픔을 생리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셈이다. 원숭이들이 이렇게 겉으로 슬픔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들의 높은 사망률과 관련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원숭이 집단은 성체가 되어서도 12%정도의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데 이는 이 집단이 항상 생존의 압박을 느끼며 이것은 슬픔과 애도에 쓸만한 에너지와 시간이 충분치 않음을 의미할수도 있다. 즉, 슬픔을 표현할만한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실제 인간도 전쟁이나 극한 상황에선 슬픔을 좀처럼 표현하지 않는다. 그만한 여유와 시간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슬픔이 삭혀지진 않는다. 이후 돌이켜 생각나며 곱씹게 되고 오히려 충분히 애도하고 슬퍼하지 못한 것에 향후 더큰 부정적 감정을 갖는 경우도 생겨난다. 원숭이 사회는 이런 상황과 비슷하지 모른다.

 책을 진화론적으로 살피긴 했지만 무척 인상적인 애도와 슬픔에 잠긴 동물의 이야기가 책엔 많이 실려있다. 이들이 회복하는데는 공통적으로 자신보다 어리숙하고 약한 새끼와의 만남 혹은 다른 개체와의 만남이 주요 계기가 된다. 어떻게 보면 집단의 회복이 슬픔의 감소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말이 죽어서 묻히자 다른 말들이 이상스럽게도 그 주변이 원형대형으로 자주 모여 있으며 심지어 좋아하는 먹이임에도 헌화한 꽃을 먹지 않은 사연, 함께 지내던 고양이나 토끼가 죽자 무척 슬퍼하는 모습, 심지어 다른 종간에도 상실에 의한 아픔을 느끼는 일화들은 아름답고 가슴을 먹먹히 한다. 여러면에서 의미있는 책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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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물리학 -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물리학의 대답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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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한 카를로 로벨리의 책으로 그의 책들 중 가장 얇기에 처음으로 골라봤다. 집에 몇 권이 더 있는데 정독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책이 매우 쉽다. 칼 세이건 처럼 물리학의 과학의 어려운 현상이나 법칙들을 매우 인문학적으로 썼단 느낌이 든다. 그래도 테마별로 과학적 사실을 다루는데 가벼워 읽기가 좋았으나 사실 내용은 무거운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과학잡지사 '물리학 연보'에 논문 세 편을 게재한다. 하나는 원자가 실제로 존재함을 증명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양자역학의 장을 여는 내용, 그리고 상대성 이론에 관한 것이다. 상대성 이론에 관한 논문은 발표와 동시에 찬사를 받았으나 중력과 논리적으로 충돌하여 아인슈타인은 10년여의 보강 끝에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여 이 문제를 해결한다.

 상대성 이론이 위대한 이유는 매우 간단하기 때문이다. 이론이 등장하기 전 중력은 뉴턴에 의존했다. 뉴턴은 모든 물체는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당기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물체가 움직이는 공간이 텅빈 우주라 생각했고 어떤 힘이 가해져 이동 경로를 휘게 만들지 않는 한 그러한 공간에서 물체는 똑바로 직선으로 이동한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 중력이 왜 생기는지 그 공간은 무엇으로 이뤄지는지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패러데이와 맥스웰이 전자기 장 이론을 확립하며 차가운 뉴턴의 공간에 전자기 장이 추가되었고 아인슈타인은 이에 영향을 받아 중력의 범위가 미치는 중력장이란 개념을 생각해냈다. 다만 중력장은 전자기장처럼 전자기 파로 그 범위가 확산되는게 아니라 중력장 그 자체가 공간이란 생각이 매우 놀라웠다. 이로 인해 공간 자체도 물질 같은 개념이 되어버렸고 그래서 공간이 뒤틀리거나 수축 확장한다는 생각이 나올 수 있었다.

 실제로 질량이 많은 별 하나로 인해 공간이 휘게 되어 주변의 행성이 별 주위를 공전하는 것이고 빛은 직진하다가 방향을 틀게 된다. 시간도 곡선처럼 휘어져 중력이 약한 곳에서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양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량의 단위다. 광자는 빛의 단일 양자이다. 이처럼 물리량에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단위가 있다는 생각은 양자역학이 받아들여지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왜냐하면 양자역학의 초기만 해도 에너지를 연속적인 변화로 생각했기에 물체로 취급하는 것이 어려워 생각의 발전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닐스보어는 원자속 전자 에너지도 빛 에너지처럼 양자화된 일정한 값만 취할 수 있고, 무엇보다 전자들이 특정한 값만을 허용하는 원자궤도가 있는 한 다른 원자 궤도로 점프만 할 수 있으며, 점프를 하는 동안 광자를 흡수, 방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이젠베르크는 전자가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지 않으며 그저 다른 무언가가 전자를 봐줄 때, 무엇인가와 상호작용을 일으킬 때만 전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전자가 어디에서 나타날지는 우발적이고 예측이 불가능하며 그저 확률적으로 가능성만을 계산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양자물리학에서는 물리계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설명은 불가능하고 한 물리계가 다른 물리계에 어떻게 인지되는지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현실은 상호작용으로써만 설명이 된다는 것이다.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로 구성된다. 빛은 광자로 구성되고 양성자와 중성자를 강하게 붙어 있게 하는 것이 글루온이다. 즉, 우주는 전자, 광자, 글루온, 쿼크로 구성되는 셈이다. 표준모형은 우리가 세상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가장 작은 것들을 설명하는 표준모형은 매우 복잡하기에 아직 불완전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등장한 수십년간 많은 것을 설명하고 도전을 물리쳐왔다.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은 서로 모순되는 면이 많다.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계속되어왔는데 카를로 로벨리는 루프양자중력이론을 제시한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공간을 압축되거나 삐뚤어질 수 있는 역동적인 것으로 파악한다. 양자역학은 모든 종류의 장이 양자로 이뤄지고 미세한 과립구조라 물리적 공간 역시 양자로 구축되었다고 본다. 루프양자이론은 공간은 다른 것들처럼 역시 무한히 나누어지지 않으나 연속적이지 않고 공간 원자로 구성된다고 본다. 일반 원자핵보다도 수천억배는 작은 크기로 이들이 서로 고리로 연결되어 네트워크를 형성한다고 본다. 공간과 시간의 개념은 이로 인해 사실상 없는 것이며 시간의 흐름은 세상의 양자들간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양자들간의 관계로 생성되는 것이기에 열이 있을 때만 과거와 미래의 차이가 발생한다. 열의 이동으로 인해 관계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이 매우 강하게 아주 좁은 곳에 머물러 있다 전체적으로 퍼지고 요동치는 우주는 그 과정이 매우 역동적으로 일어났기에 지속적인 시간의 흐름이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는 기본적인 현상은 열이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그것은 법칙이 아니다. 열의 이동은 역시 확률적인 것으로 뜨거운 원자가 찬 원자에게 에너지를 줄 가능성이 현저히 높기에 거의 그런 일만 발생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찬 원자가 뜨거운 원자에게 에너지를 줄 가능성도 있다. 블랙홀은 플랑크 별 상태로 압축된다. 플랑크 별은 원자만한 크기로 태양은 수명을 다하면 1.5km정도 크기의 블랙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원자만한 크기의 플랑크별이 된다. 하지만 이후 다시 튕겨 올라 팽창하여 폭발하는데 이 과정이 재미있다. 블랙홀 내부는 매우 중력이 강하여 시간이 상당히 느리게 흐른다. 블랙홀이 폭발하여 되튀기는 과정은 내부에서는 엄청나게 빠를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매우 느리기에 블랙혹의 되튀기는 과정은 외부에서 보기엔 매우 느리게 진행된다. 어쩌면 블랙홀은 상당수가 이미 되튀기는 과정중임에도 바깥에서는 평안하게 보일런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우주의 빅뱅도 비슷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빅뱅 이전 매우 좁은 영역에 말도 못한 에너지가 요동쳤으니 말이다. 물론 이건 물질이 아니었으나 중력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면 그 또한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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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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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에게 유명한 정재승의 책이다. 워낙 잘 알려져서 책을 많이 쓴 느낌인데 과학콘서트, 그리고 진중권과 같이 쓴 크로스 시리즈, 이 책 열두발자국 정도가 전부라기에 좀 의외였다. 책은 강연을 엮은 책이라 가벼우면서도 인간의 성향에 대한 재밌고 유익한 사실이 많아서 아쉬우면서도 좋았다.

 인간은 90%이상의 확신이 들어야 선택하고 실행한다. 생존을 위해 실패하지 않으려는 당연한 성향때문인데 문제는 90%정도까지 확실할만한 일이 무척 드물다는 것이다. 정보가 지나치게 많고 부족한 현대사회엔 더할 것이다. 그래서 미해병대엔 70%룰이 있다고 한다. 일단 70%정도 확신이 들면 하라는 것이다. 실제 이것이 실패보단 성공사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가설도 이를 뒷받침하는데 심사숙고보다는 자신의 오랜 총체적 경험으로 빠르게 의사결정할때 의외로 맞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 사회적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매우 성실히 모은다는 것이고 이를 적절한 시기에 실행한다는 것이다. 결국 평소 많은 경험과 독서, 만남등으로 충분한 정보를 모아놔야 빠른 의사결정이 성공으로 이어질수 있다는 셈이다. 

 결핍은 용어자체가 부정적이지만 사람에게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결핍의 긍정적 효과로 우선 마감효과가 있다. 하기싫어 미루던 것이 마감이 다가오면 갑작스레 엄청난 효율과 집중력으로 해치워 결과가 좋아지는 효과다. 또한 결핍은 동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원하는 것을 얻는 과정이 힘겨울수록 그 결핍은 오래 지속되며 갈망도 강해져 사람을 열정적으로 만든다. 돈과 사랑, 부모에 대한 인정결핍이 그것을 추동하는 강한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면에서 요즘 청소년은 결핍이 적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자녀수가 적은 세대이다 보니 부모로부터 알아서 보호 및 여러 제공을 받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아도, 음악을 하고 싶지 않아도 부모는 알아서 미리 학원등을 보내준다. 때문에 청소년들은 어려서부터 뭔가를 스스로 하고 싶어 배우는 경우가 매우 적다. 젊은이들을 성취동기로 가득찬 이들로 성장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결핍을 느낄만한 자유로운 시간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결핍은 역시 어두운 면도 있다. 사람은 뭔가가 결핍되면 그것을 채우고 싶은 나머지 그 충족에만 급급하여 큰 것을 보지 못하는 터널 비전효과에 빠진다. 또한 결핍이 심하면 충동억제능력에 시달릴수도 있다. 돈이나 사랑에 대한 결핍이 그것을 강하게 추동하여 성추행을 하거나 절도성향으로 이어질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늘 새로고침을 갈망한다. 자신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끊어놓은 시간단위인 새해가 되면 굳이 의미부여를 해가며 누구나 새로고침을 시도한다. 바로 새해결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실패확률이 매우 높다. 77%가 새해결심을 1주일 유지하고, 19%만이 2년을 유지한다. 새로고침이 어려운 이유는 결국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야 하는데 그것의 중추인 뇌가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행동하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다. 

 판단을 할때 뇌는 두 영역을 사용한다. 목표지향영역과 습관 뇌영역이다. 목표지향영역은 목표를 생각하여 가장 큰 보상을 주는 선택지를 찾는 것이고 습관 뇌 영역은 일상과제반복 수행에 사용되고 큰 보상보다는 인지적 노력을 줄여 통상적 보상을 얻는 방식이다. 이중 뇌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것은 당연히 목표지향 영역으로 많은 에너지 소비가 뒤 따른다. 새로고침은 목표지향 영역에 해당하고 습관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실행이 어려운 것이다. 

 인간에게는 믿음 엔진이란게 있다. 무작위적 패턴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경향이다. 음모론에 대표적인데 사건과 사건 사이의 고리를 잘 짜여진 스토리로 연결하여 인과관계를 부여하는 것이다. 인간이 무작위에 패턴을 부여하려는 성향을 가진 것은 그래야 예측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생존확률을 높일수 있기 때문이다. 

 뇌의 도파민은 전대상피질 영역에서 무작위적 패턴에서 의미있는 패턴을 찾는 역할을 한다. 도파민이 부족하면 패턴 찾기 능력이 약해지며 반대로 과다하면 지나치게 패턴을 찾으려고 한다. 도파민이 과다하다면 음모론이나 미신, 징크스등을 믿기 쉬워진다는 말이다. 이처럼 미신과 징크스는 미래를 통제하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되나 미래를 통제하는 것은 결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회의주의적 삶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지능이 높으면 대개 창의성도 높다고 생각하지만 둘은 상당히 다른 편이다. 지능은 기존 지식과 절차를 빠르게 습득하는 것과 관련하지만 창의성은 기존 지식과 절차를 사용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창의성은 흔히 은유와 많이 관련하는데 은유가 전혀 상관이 없어보이거나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두 가지를 연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 질 때 평소 신경 신호를 주고 받지 않던 상당히 멀리 떨어진 뇌의 영역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 받는 것이 관찰된다. 이 과정에서 전두엽, 측두엽, 후두엽, 두정엽등이 서로 신호를 주고 받는데 이는 창의성이 뇌의 전 영역을 두루 사용해야 생성되는 것이며 전두엽같은 고등사고 영역에서만 산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창의적이 되려먼 문제를 굉장히 다양하고 이질적인 각도에서 바로보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지적인 대화를 하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지식을 섭취 흡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창의성을 생활에서도 길러지는데 운동과 수면, 독서, 여행, 사람만나기가 창의성에 필요하다. 운동을 하면 신경세포를 자극하여 뇌세포가 늘어나게 되며 독서는 평소의 경험과 학습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독서와 여행, 사람 만나기를 새로운 환경과 생각, 자극, 경험을 얻게 하는 것이다. 

 창의성은 교육환경과도 관련하는데 층고가 중요하다. 보통 교실이나 아파트는 층고가 낮은 편인데 창의성은 층고가 높은 환경에서 잘 양성된다. 층고가 2.4미터이면 통상적인 단순 문제를 풀이하는데 좋은 성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층고가 3.3미터에 달하면 창의적인 수행능력에 좋은 성과가 나타나게 된다. 

 창의성은 한 가지 문제에 천착하면 나타나기 쉽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창의적인 사람은 대부분 멀티태스킹에 능숙하며 순간적인 전환이 빠르다. 한 가지에 오래 집착하기 보다는 이일 저일을 다루면서 서로 간의 관련성이 나타나고 생각이 전환되며 창의적인 해결책이 떠오르게 된다. 여러모로 갖추기 힘든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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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4-09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닷슈 2022-04-11 15:0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힐링하면서.

이하라 2022-04-09 0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닷슈 2022-04-11 15:07   좋아요 1 | URL
매번 감사합니다.

꼬마요정 2022-04-09 0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잘나고 싶은(지능도 높고 창의성도 높고) 마음과 현실 사이에서 저는 그냥 생긴대로 살려구요. 꼭 다 잘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 이것 저것 해 봅니다. ㅎㅎㅎ 믿음 엔진을 잘 가동하면 삶이 더 풍족해질까요^^

닷슈 2022-04-11 15:08   좋아요 1 | URL
믿음 엔진 가동하면 풍족해지리라 믿습니다. 아무리 대단해도 자기가 만족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죠. 감사합니다.
 
암흑 물질과 공룡 - 우주를 지배하는 제5의 힘
리사 랜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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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어떤 책을 읽으며 재밌는 의견을 본 적이 있다. 지구 빙하기는 규칙적으로 찾아오는 편인데 이는 태양계가 은하계를 공전하며 태양 빛을 많이 산란시키는 짙은 가스층이나 성운주변에 주기적으로 들어가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런 층에 들어가게 되면 태양과 지구사이에 빛을 막는 물질의 농도가 짙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빛이 줄어 그 기간 빙하기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태양이 멈춰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태양계 전체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우리 은하를 공전하고 있다. 다만 태양계 전체가 태양에 딸려 다같이 움직이기에 태양은 우주 한 가운데 멈춰있고 지구 같은 행성들만 태양주위를 공전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기적인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지구와 소행성들의 충돌 빈도다. 내가 어릴적만 해도 공룡의 갑작스런 멸종 이유는 의문에 가까웠으며 그나마 유력한 이론은 갑작스레 찾아온 빙하기로 인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6600만년전 거대한 소행성이 유카탄 반도에 떨어져 궤멸적인 파괴현상이 일어났고 이로 인한 대멸종으로 공룡이 사라졌다는 것이 정설이 되었다. 책의 저자 리사 랜들은 지난 2억 5천만년동안 발생한 지구의 크레이터(소행성의 충돌 흔적이다)를 바탕으로 충돌의 빈도가 주기성을 갖고 있으며, 그 이유는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암흑물질이라는 이론을 내세웠다. 책 '암흑 물질과 공룡'은 그 과정하나하나를 밣아가는 책으로 우주의 기원부터 생명의 기원, 태양계,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우리 은하 등 관련 지식과 이론을 체계적으로 다룬다.  


1. 암흑 물질

 우주는 암흑에너지 69%, 암흑물질 26%, 물질 5%로 구성된다. 은하나 별, 그리고 우리 같은 생명을 구성하는 물질이 고작 5%에 불과하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하지만 암흑에너지나 암흑물질의 존재를 가정하지 않고서는 우주의 팽창과 팽창에도 불구하고 은하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그리고 우주의 총물질량과 에너지량이 이론과 도무지 맞지 않기에 이들은 실제 관측이 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된다. 

 이중 암흑물질은 사실상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며 심지어 우리 몸을 실시간으로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보통물질과는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아 감지조차 되지 않는다. 암흑물질은 빛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에 사실 전혀 보이지 않으며 관측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암흑물질도 물질이기에 자기들끼리 뭉쳐 한곳에 집중되며 그 결과 강력한 중력효과를 나타낸다. 이런 암흑물질의 성질덕에 우리 은하를 비롯한 우주 초기의 은하단이 생성될수 있었다. 

 암흑물질의 중력으로 인해 이들이 있음을 알아낼수 있기도 하다. 먼저 1970년대 루빈과 켄트 포드는 별들이 은하중심에서 멀리 떨어졌음에도 회전 공전 속도가 중심부와 거의 같음을 발견했다. 사실 이 정도 거리면 은하중심의 중력이 거의 미치지 않아 이 별들은 은하 바깥으로 튕겨야만 했다. 하지만 보통물질 이상의 물질이 은하내에 존재해 더 강한 중력이 작용한다면 이들이 이렇게 붙어 있는 이유가 설명된다. 때문에 이는 암흑물질의 존재를 입증하는 하나의 증거가 된다. 

 암흑물질의 존재를 설명하는 또 다른 증거는 중력렌즈다. 빛은 직진하지만 중력이 큰 부분을 지나게 되면 그것에 이끌려 휘게 된다. 지구와 일직선상에 놓은 별이 방출하는 빛은 가운데 커다른 은하가 있다면 그것에 가려 원래 보이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은하 위 아래로 지나가는 빛이 은하의 중력에 이끌려 아래로 휘게되고 그 결과 일직선상에 가려져있던 지구에도 별의 빛이 도달하게 된다. 다만 위 아래에서 오기에 그 별이 두개로 보이게 된다. 이 휘는 정도로 은하단이 갖는 질량의 계산이 가능해지는데 그 결과 은하단의 중력은 보통물질보다 훨씬더 강한 것으로 계산되며 이 역시 암흑물질이 은하내에 존재한다는 강한 증거가 된다.

  

2. 우주의 시작과 암흑물질

 우주의 나이가 십의 -43승 도 안되고 우주의 크기가 십의 -33승 cm도 에 불과한 시점에 빅뱅이 시작되었다. 초기 우주는 1조*1조배의 온도와 수많은 입자로 구성되어 있는 고밀도 에너지 덩어리였으며 이 입자들이 광속으로 날아다니며 서로 상호작용하고 소멸하여 엄청난 에너지를 형성하였다. 하지만 빅뱅으로 인한 팽창으로 우주가 식자 에너지 밀도가 큰 무거운 초기 입자가 더 이상 생성될수 없었다. 이 무거운 입자들은 반입자와 같이 소멸하여 에너지로 전환되었고, 이 에너지가 남아 있던 가벼운 입자에게 에너지를 주었다. 빅뱅 후 몇분이 지나자 양성자와 중성자는 온도가 충분히 떨어져 날아다니기를 멈추고 강한 핵력으로 뭉쳐 원자핵을 형성한다. 원래 양성자와 중성자는 수가 같았으나 중성자가 약한 핵력에 의해 붕괴하여 양성자가 되어 둘의 상대적 존재비가 달라지게 된다. 하지만 중성자는 매우 느리게 붕괴하므로 충분히 남아 양성자와 함께 원자핵에 흡수된다. 헬륨이나 중수소, 리튬의 원자핵이 형성되고 이 때 오늘날 우주에 남은 이 원소들의 양이 결정되었다. 

 우주가 더 식어 빅뱅후 38만년이 지나자 양전하의 원자핵과 음전하인 전자가 결합하여 중성원자를 이룬다. 마침내 우주는 전기적으로 거의 중성이 되어 전자기력을 전달하는 입자인 광자가 하전입자들에 더는 포섭되는 일 없이 우주를 산란없이 직진하게 되었다. 이 최초의 복사가 우주배경복사로 현재까지 관측이 가능하게 된 이유다. 초기의 빅뱅은 무거운 초기 물질을 파괴했지만 식으며 우주를 메울 물질들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우주는 초기에 급팽창했기에 매우 균일하고 평평하다. 현재 우주는 급팽창으로 1%수준으로 평평하다. 하지만 완전히 균일하지는 않았는데 이로 인해 은하의 별이 탄생하게 된다. 

 항성계는 우주의 밀도가 낮아지고 물질이 복사보다 에너지가 많아진 시점에야 생성되었다. 복사가 더 강한 시점엔 물질이 뭉치는 것을 마구잡이로 부딪히며 방해했기 때문이다. 우주는 평평하고 균일했지만 작은 밀도 요동은 있었고 여기서 부분의 밀도가 커지기 시작했다. 중력은 물질을 당기고 복사는 물질을 밀어내는데 질량이 어느정도 커지게 되면 밀어내는 힘을 능가하여 물질이 계속 뭉치게 된다. 암흑물질은 이 과정에서 복사의 영향을 받지 않기에 보다 수월하게 인력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암흑물질은 지금도 중력을 발휘하여 별이 날아가지 않도록 하게 하고 초신성에서 분출된 물질의 일부를 은하로 도로 끌어당기기도 한다. 그 결과 은하는 이후에 별형성 및 생명형성에 필요한 중원소들을 보유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우주에서는 저밀도 지역이 더 빨리 팽창하고, 고밀도 지역은 느리게 팽창한다. 그 결과 저밀도 지역이 더 팽창해 고밀도 지역을 부피로 압도하여 고밀도지역은 저밀도 지역의 가장자리에 실처럼 몰리게 된다. 그리고 고밀도 영역은 저밀도 지역의 부피에 눌려 섬유처럼 형성되고 이런 섬유들이 만나는 지역이 상당한 고밀도가 된다. 이 지역이 바로 은하형성의 시작점이다. 


3. 은하와 태양계의 형성

 이 고밀도 지점에서 보통물질은 뭉치는데 특이하게도 항성이나 행성처럼 공모양이 아닌 원반형태가 된다. 이는 회전때문인데 그 회전은 물질이 형성될때 모인 가스구름으로부터 물려 받은 성질이다. 물질이 식으면 붕괴에 대한 저항이 낮아져 한 방향으로 붕괴하는데 이는 나머지 방향으로의 붕괴가 가스의 회전에서 생기는 원심력으로 방지되거나 약화되기 때문이다. 일단 회전을 시작한 물질은 최초의 각운동량을 보존하므로 가스는 수직으로는 붕괴해도 방사상으로는 붕괴하지 않는다. 그래서 원반이 되어 납작해지는 것이다. 

 이 은하에서 형성된 태양은 초속 220km로 은하를 공전한다. 이런 엄청난 속도에도 은하자체가 상당히 크기에 한번 공전하는데 무려 2억 4천만년이 소요된다. 태양이 형성되자 태양의 강한 하전입자에 의해 수소와 헬륨이 바깥으로 날아가고 고온에서도 녹지 않는 철이나 니켈, 규산염, 알루미늄만이 가까이에 남아 응축되어 내행성의 재료가 되었다. 이런 태양의 하전입자로 날아간 풍부한 재료로 인해 외행성계는 중력이 낮아 물질이 부족했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풍성한 재료가 넘치는 지역이 되었다. 그래서 외행성들은 크기가 크고 수소를 잔뜩 축적하여 상당히 빠르게 형성되었다. 이들은 형성 직후 갑작스레 움직였는데 목성은 태양계 안쪽으로 나머지들은 바깥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들의 강력한 중력에 딸려 소행성들도 같이 움직이게 되었다. 이 갑작스러운 이동으로 상당히 많은 수의 소행성들이 궤도에서 벗어나 태양계 안쪽으로 향하게 되었는데 지구와 달, 수성등에 남아있는 후기 대충돌에 의한 크레이터들은 대부분 이때 형성된 것이다. 

 이는 상당히 파괴적이었지만 지구에 긍정적 역할도 남겼는데  생명과 물, 귀금속 자원의 형성이다. 초기의 하전입자로 인해 지구에는 내부에 약간정도의 물만 남아있는 것이 가능했는데 외부에서 날아온 소행성에 의해 상당량의 물을 축적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물의 양이 적당하여 행성 일부는 물에 잠기고 일부는 드러나 향후 다양한 생명의 분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인류문명에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된 무거운 금속원소들도 이 때 충돌로 축적된 것이다. 지구가 생성되며 무거운 원소들이 지구중력에 의해 핵근처로 말려들어갔는데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내외부의 금속들은 대부분 소행성충돌로 생성되 지구지각 내외부에 축적되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생명의 형성이다. 소행성에는 아미노산이 충분히 있는데 이 아미노산이 충돌과 더불어 역시 지구에 대규모로 쏟아져내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확실한 것이 아니며 그것만으로 생명의 기원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지구 최초의 생명이 35억년전에 발생한 것과 후기 대충돌이기가 40억년전으로 시기적으로 비교적 유사한 것은 묘한 여운을 남기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여튼 태양계는 형성되어 내행성과 소행성대, 외행성대 카이퍼대, 오르트구름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목성은 외행성계의 대장으로 소행성대를 강력한 중력으로 묶어두어 내행성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중 단주기 혜성과 소행성들은 카이퍼대에서 주로 공급되며 안정적 궤도를 갖는다. 하지만 장주기혜성은 오르트 구름대에서 공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르트 구름대는1000에서 5만 천문단위거리에 있다.


4. 은하 중심의 암흑물질과 소행성의 흔들림

 지구에서 생명은 35억년전에 처음 생겼지만 5억4천만년전 캄브리아기에 생명이 지금처럼 대폭발했다. 이후 생명은 환경의 급변에 의해 대규모로 혹은 부분적으로 멸종하였는데 환경의 급변은 크게 지구내부의 지각변동에 의해서 그리고 외부 소행성과의 충돌이라는 두 가지 방법에 의해서 발생했다. 지금까지 다섯번 정동의 대규모 멸종이 발생했는데 이중 3번은 지구내부의 지각 변동에 의해서 그리고 나머지 두번은 외부 소행성충돌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학자들은 이런 대규모 혹은 부분적 종의 감소나 멸종이 지질조사 결과 2700만년 정도의 주기 또는 6200만년 정도의 주기를 갖고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냈다. 지구 내부의 지각변동도 주기성을 어느정도 갖기는 하지만 이 책에선 소행성의 주기적 충돌에 주목한다. 그리고 지구 궤멸적 효과를 갖는 충돌은 소행성보다는 혜성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유는 두 가지로 우선 소행성 충돌은 주기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며, 무엇보다도 충돌 에너지가 혜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충돌에너지는 충돌체의 질량과 속도와 관련하는데 혜성은 속도가 최대 초속 70km까지 나오는 반면 소행성은 10-30km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기 역시 상대적으로 혜성이 더욱 큰 편이다. 

 혜성의 발생은 소행성의 무작위성에 비해 주기성을 가질 확률이 높은데 이는 혜성이 오르트 구름대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언급한 것처럼 오르크 구름대는 태양의 중력이 간신히 미치는 곳으로 아주 작은 다른 별이나 은하에 의한 섭동에 의해 소행성들이 충분히 교란되어 그 궤도가 바뀔수 있는 지역이다. 궤도가 바뀌면 태양계 바깥으로 벗어나거나 안쪽으로 향하게 되는데 태양계 안쪽으로 궤도를 향하여 안쪽까지 도달하는데 수천년이 걸리게 된다. 만약 이런 섭동에 주기성이 있다면 태양계 안쪽으로 혜성들이 떼를 지어 주기적으로 대규모 충돌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며 지구같은 별에는 주기적 멸종을 갖고 오게 된다. 

 태양계는 은하주위를 공전하는데 나선면을 따라 수평으로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수직으로도 요동친다. 태양은 은하주의를 2억4천만년간 공전하면서 3회에서 4회정도 수직으로도 수직 이동을 한다. 수직이동을 하게 되어 은하의 나선 위아래로 향하면 태양계는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은 지역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며 은하나선면 중심을 향하며 밀도가 높은 지역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밀도가 높은 지역을 만나게 될때 오르트 구름대의 천체를 흐트러뜨릴만한 섭동이 일어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은하의 보통물질의 밀도만을 생각한다면 태양계 외곽을 흐뜨러트릴만한 조력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 있고, 또 다른 문제는 보통물질 은하의 수직두께는 200광년정도의 크기인데 이 두께와 지구의 멸종주기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일치하려면 은하의 두께는 더 얇아야 한다. 

 리사랜들이 이 문제에 대해 제시한 해법은 바로 암흑물질이다. 리사랜들은 책에서 우리 은하에는 보통물질 은하보다 훨씬 얇은 원반형의 암흑물질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리사랜들은 암흑물질 전체가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만이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상호작용하는 이들만이 에너지를 방출할수 있어 보통물질처럼 같은 원리로 식어서 원반을 형성할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암흑물질은 보통물질보다 입자질량이 100배정도 클 것으로 추정되는데 보통물질과 암흑물질이 같은 온도로 식어있고 같은 속도로 은하로 회전하려면 은하의 두께 역시 100배 얇아야만 한다. 그러면 암흑원반의 두께는 2광년정도로 줄어들고 섭동을 일으킬만큼 강한 중력을 띠어 지구의 멸종주기와 일치하게 된다. 이 경우 태양계가 암흑원반을 통과하는 시기는 100만년에서 200만년정도가 되며 섭동에 의한 유성체의 흐트러짐과 이어지는 대충돌은 약 3200만년 정도의 주기를 띠게 된다. 그리고 태양이 은하평면을 왔다갔다 수직이동하는 주기는 3000만에서 3500만년정도로 모든 것이 대개 일치하게 된다.

 즉, 정리하면 지구의 멸종은 주기를 갖는데, 이는 유성체와의 충돌에 의한 것이다. 충돌유성체는 오르트 구름대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발생주기는 태양이 은하를 공전하며 암흑물질로 이뤄진 농도짙은 암흑원반을 지나는 시기다. 그러므로 우리 은하내의 암흑물질이 지구 생명을 멸종시키는 충돌유성체를 주기적으로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신비의 물질은 암흑물질과 지구의 생명기원과 멸종을 주기적으로 연결시킨 아이디어가 놀라운 책이었다. 더 나아가 은하들도 서로 움직이면서 충돌하곤 하는데 더 큰 스케일에서 은하들의 움직임이 발생시키는 무언가도 지구나 태양계의 역사에 주기적은 뭔가를 일으키지도 않을까란 생각이다. 아니면 이 스케일은 시간적으로 너무커서 지구나 태양계의 역사를 넘어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비교적 간단했지만 리사랜들은 이 과정을 하나하나 설득하듯 지난하게 그 과정과 이론적 배경을 설명한다. 아무래도 암흑물질이란 것 자체가 신비롭다보니 이론 자체게 학계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워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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