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 디지털 인프라를 둘러싼 국가, 기업, 환경문제 간의 지정학
기욤 피트롱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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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온난화의 압도적 주 요인은 에너지 사용이다. 산업, 교통, 건물의 에너지 이용이 온실가스 배출의 75% 가까이 되며 나머지 25% 정도가 먹거리인 농축산업에서 배출된다. 기후 위기 책 상당수는 비중이 낮음에도 농축산업에 집중한다. 아무래도 동물의 고통에 대한 공감, 그리고 먹을 거리 정도는 개인 차원에서도 당장 어떻게 해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당장 채식을 하긴 쉬워도(물론 매우 어렵다)산업이나 건물은 당장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그래서인지 온실가스 배출의 75%나 되는 산업에 대한 비판이나 주목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 그 중에서도 디지털 산업에 대한 지적은 상당히 적은 편이다.

 이는 디지털이 탈물질산업으로 여겨져 직접적인 탄소배출과는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편지 하나만 봐도 그렇다. 전통적 아날로그 방식의 편지는 종이를 사용하고, 이를 우체부가 탄소를 배출하는 교통 수단으로 장거리 이동하여 배송한다. 하지만 이메일은 약간의 전기를 사용하여 기기를 이용해 작성하고 보내면 끝이다. 받는 쪽에서도 매우 약간의 전기 만을 사용할 것이다. 여기에 탄소 배출이 있다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선 제조과정에서 많은 자원과 탄소를 배출하는 컴퓨터가 세계적으로 생산되어있어야 한다. 거기에 인터넷 망을 통해 배송되니 상당한 길이의 광섬유 케이블이 필요하고, 여기에 이메일을 무료 제공하는 플랫폼이 운영하는 거대 서버와 데이터센터가 요구된다. 여기서 배출되는 탄소를 이메일 하나당으로 계산한다면 과연 아날로그 방식보다 적을지 의문이다. 탈물질산업으로 여겨지는 디지털 산업은 이처럼 상당히 철저하게 엄청난 물질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이런 디지털의 물성을 탄소 배출의 측면에서 고찰한 것이 책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이다. 

 책인 서두부터 기후세대를 비판한다. 이들은 Z세대로 출생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함께 자라났으며 인터넷 이전의 시대를 알지 못한다. 이들은 기후 위기를 일으킨 앞 세대를 비판하며 어느 세대보다도 기후 위기에 민감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들 세대가 기후 위기에 앞장서고 있다. 기후 위기세대는 어느 세대보다도 육식을 즐기고, 해외여행에 적극적이며 디지털 기기를 항상 끼고 살기 때문이다.(이들은 하루 7시간 22분을 여러 가지 기기가 제공하는 화면 앞에서 소모한다) 이들이 좋아하는 이 세 가지는 모두 상당량의 탄소를 배출한다. 때문에 저자는 기후 위기 세대로 인해 기후 위기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디지털 산업의 총 전력소비는 2025년이면 전체의 20%에 해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성장세도 엄청나서 매년 전력소비가 5-7%상승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여파로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 5G통신, 인공지능, 로봇의 개발과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므로 전력 소모의 증가는 이 예상을 한창 웃돌 수도 있다. SNS상에서 내가 찍은 좋아요는 바로 옆 기기로 거의 동시에 불과 수미터를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이동은 그렇지 않다. 나의 좋아요는 해저케이블로 이동하고 이통사업자나 인터넷 모뎀의 4G안테나를 거쳐 건물의 공유기에서 인도 아래의 구리관으로 이동한 후 데이터 센터으로 이동하고 나서야 다른 기기로 이동한다. 고작 수미터 이동을 위해서 디지털 메시지는 실제로는 수천km를 이동하는 셈이다. 

 디지털 기기의 대표주자 스마트폰은 그 제조과정에서 상당한 자원을 소모한다. 스마트 폰에는 이름처럼 온갖 기능이 들어가있는데 캠2개, 마이크3개, 적외선 센서1개, 근접성 탐지기1개, 자기계1개, GPS, Wifi, 블루투스, 4G통신 같은 기능이 기본이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에는 금, 리튬, 마그네슘, 규소, 브로민등 무려 5가지 이상의 원자재가 들어간다. 그리고 모든 디지털 기기를 연결하는 통신망인 케이블, 라우터, 와이파이, 접속단자, 데이터 센터등의 구축은 그야말로 어떤 산업보다도 엄청난 물질적 인프라를 요구한다. 이 거대 하부구조가 독식하는 지구 자원은 엄청난데 구리 12.5%, 알루미늄7%, 팔라듐15%, 은23%, 탄탈럽40%, 안티보리41%, 베릴륨42%, 루테늄66%, 갈륨70%, 저마늄87%, 터븀88%에 해당한다.

 더군다나 디지털 기술은 빠르게 발전한다. 때문에 세대교체가 빨라 이 거대 인프라는 빠르게 구식 폐기물을 양성한다. 1995-2015년가지 웹사이트 페이지의 무게는 무려 115배 증가했는데 이는 부하되는 데이터의 소모나 기능의 요구량이다. 때문에 각 디지털 기기는 과거보다 새로운 사이트나 플랫폼에 들어갈 때마다 더 많은 명령행을 요구받으며 느려지고 이 때문에 사용자는 더 나은 기기를 빠르게 요구받게 된다. 지난 30년간 컴퓨터의 수명은 11년에서 4년으로 짧아졌는데 스마트폰의 수명은 이보다 더 짧을 것이다. 스마트폰은 매년 15억개가 판매될 정도로 교체가 잦은 소모품이다. 여기에 제조업체들은 디지털 기기의 오랜 사용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빠른 기기 교체 사이클을 유지하기 위해 스프트웨어를 교체하고 이전 기기가 이 소프트웨어에 적합하지 않게 설계한다. 또한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이전 기기의 예비부품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사용자로 하여금 빠른 기기 교체를 강제한다. 

 때문에 저자는 품질 보장기간을 연장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출시해도 이것을 향후 10년간 과거 프로그램과 호환가능하게 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기업이 시장에 내놓은 기기에 대한 부속품을 반드시 제공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페어폰이란 것이 있는데 이는 전화기가 친환경적이고 금속이 윤리적인 방식으로 채굴된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이 내뿜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선 우리는 가급적 페어폰을 쓰고 그 주기를 7-8년 정도로 유지해야한다. 

 저자는 우주의 암흑물질에 빗대어 디지털 산업의 MIPS개념을 제시한다. 이는 보이지 않는 디지털 서비스 단위당 투입된 물질을 의미한다. TV 한 대의 MIPS는 1:200-1:1000 정도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1:1200에 달한다. 가장 심한 것은 반도체 칩인데 고작 2g짜리 칩의 제작을 위해 32kg의 원자재가 필요하다. 이는 1:16000의 비율이다. 디지털 산업의 기반인 이 칩을 한국의 삼성, 대만의 TSMC, 미국의 인텔등이 매년 1조개 정도를 만들어 낸다. 반도체의 웨이퍼는 원료가 되는 규소는 채굴과정, 섭씨1400도에서의 용해, 극 자외선을 만드는 기계에 사용되는 빛 에너지와 수십차례의 판 세척등의 공정을 거치며 완성되며 이 과정에서 에너지를 엄청나게 소모한다. 집적회로는 제조 단계마다 탈 이온수로 세척해야 하므로 막대한 물이 소요되고 대만의 TSMC는 매일 15만 6천톤의 담수를 사용한다. 몇 년 전 대만이 가뭄위기로 난리가 났을 때도 TSMC에 물을 몰아준 이유다. 

 디지털 플랫폼의 핵심엔 데이터 센터가 자리한다. 전 세계에는 수백만개의 데이터 센터가 존재한다. 이는 우리가 데이터를 상당히 많이 생산하기 때문인데 우리는 하루에 5엑사바이트의 데이터를 양산한다. 이는 데이터 시대의 시작부터 2003년까지 인류가 생산한 데이터의 총량과 같다. 그걸 매일 생산하는 것이다. 인간은 분당 페이스북 로그인 130만회, 구글검색 410만회, 유튜브 시청 470만회, 온라인 쇼핑액 110만 달러를 지출한다. 이렇게 항상 디지털에 우린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많은 산업과 기반이 여기에 연동하기에 클라우드는 항상 늘 기능하는 하이퍼 대기상태여야 한다. 

 그래서 클라우드 기업들은 더 큰 낭비를 하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 비용과 보안을 이유로 본사에서 데이터 센터 및 서버를 구축하기 보다는 클라우드 전문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클라우드 기업은 항상 실수가 없이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때문에 우선 그들은 에너지 분배망을 증폭한다. 하나는 언제든 꺼질 수 있으니 한 데이터 센터의 두 개의 장치와 설비를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이런 데이터 센터를 세계 여러 지역에 중복 설치 해 놓는다. 만일을 대비해서다. 또한 트래픽 피크에 대비해 과잉으로 인프라를 구축한다. 일년에 몇번 있지도 않을 과도한 트래픽으로 인한 중단을 대비해 상당한 큰 장비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들도 항시 켜져 있기에 데이터 센터의 전력 90%는 낭비된다고 관계자들은 토로한다. 

 인간이 보내는 이메일 한 통은 최소 0.5g의 탄소를 배출한다. 하지만 용량이 큰 첨부파일이 첨부된다면 2g으로 탄소가 늘어난다. 이는 1시간 내내 전구를 켜놓는 거소가 비슷한 효과다. 하지만 우린 사람없이 켜져있는 전구엔 민감하지만 별생각없이 보내는 이메일은 그렇지 못하다. 인간은 매일 무려 3190억통의 메일을 발송한다. 이중 상당수는 스팸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별 쓸모가 없는 경구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메일을 청소하지도 열람하지도 않고 방치하는데 이 역시 데이터 센터를 소모시켜 계속 탄소를 배출한다. 온라인 영상은 데이터 전체 흐름의 무려 60%를 차지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무려 17억 조회를 달성했는데 이를 위해 279기가와트의 에너지가 사용되었다. 이는 프랑스 트루아 정도 도시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때문에 우리는 디지털 소비를 좀 줄일 필요가 있다. 와이파이로 동영상을 감상한다면 4G의 경우보다 23배의 에너지를 절약하며 영화 한편을 저화질로 감상하면 에너지 소비는 4-10배 줄어든다. 7천만명의 네티즌이 화질을 낮추어 동영상을 감상하면 매달 대기 배출 이산화탄소량 350만 톤이 줄어들 수 있는데 이는 미국 석탄 생산의 6%에 해당하는 수치다.

 4차산업혁명은 이런 데이터의 사용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자율주행차는 무려 3억개의 명령행을 가질 것으로 추정되는데 자율주행차는 주행하면서 각종 정부를 수집하여 데이터를 대량생산해 1초당 무려 1기가 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산할 것이다. 여기에 운전하지 않는 사람이 내부에서 인터넷 망과 접속하여 데이터를 사용하고 생성할 것이므로 더욱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자율주행차의 일반 자동차에 비해 좋은 주행성능과 에너지 절약기능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20%나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물인터넷도 마찬가지다. 현재는 인간이 생성하는 데이터가 더 많지만 사물들끼리 연결될 경우 이들이 인간과 별도로 생성해내는 데이터의 양이 인간의 것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개발도 여기에 한몫하는데 비관적 시나리오에 따르면 2040년 무렵이면 세계 전기의 절반 가량을 인공지능이 차지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여튼 현 시점에서 우리는 디지털 세계에 빠져 들어 무료란 이유로 무분별하게 데이터를 생산 소비하고 있으며 이것이 지구 온난화와 자원의 소모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끼치는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를 아끼도록 노력하고, 기기를 더 오래 사용하고, 잘 재활용하며, 이에 맞는 법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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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 - 우주의 95%, 보이지 않는 어둠에 관한 과학 서사
아메데오 발비 지음, 김현주 옮김, 황호성 감수 / 북인어박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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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는 140억년에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으며 생겨난 이후로 계속 팽창을 거듭하여 아직도 관측하지 못할 부분이 있을 정도로 광대하다. 우주라는 시공간엔 물질이 있는데 우리를 비롯한 항성계 등을 구성하는 물질은 우주 전체의 5%에 불과하며 나머지 25%정도를 암흑물질이 나머지 70%를 암흑에너지가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양자는 모두 인간이 밝혀낸 네 가지 힘에 반응하지 않으며 중력에만 반응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때문에 이렇게 엄청난 양임에도 관측이 아직까지 불가능하다. 

 이중 암흑물질은 우주의 생성과정에서 중력작용을 하여 터무니 없이 부족한 물질이 지금의 은하구조를 형성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암흑에너지는 우주가 계속해서 팽창하는 힘의 근원으로 생각된다. 양자는 관측이 되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그 존재를 의심받았지만 있다고 생각해야만 모든 것의 아귀가 맞아 떨어지기에 관측되어 실증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며 힉스입자처럼 반드시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대개 언젠간 관측이 되고 말았다.

 이 책은 우주의 기원과 그 구조의 발견을 통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향해 나아가는 방향을 담고 있다. 우리는 태양 빛에 늘 의존하여 살아가는데 태양은 늘 핵융합을 하기에 방금 만들어진 광자가 우릴 향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7분의 시간차로 말이다. 하지만 방금 내몸을 덮힌 광자는 7분 전이 아니라 사실 수십만년 전에 생성된 것이다. 태양의 내부에서 핵융합으로 광자가 만들어지면 주변 온도가 매우 높아 다른 물질들이 플라스마 상태이기에 광자가 계속 튕기고 반사되어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된다. 광자는 거대한 태양외부에 도달하는데 무려 수만년에서 수십만년을 소요한다. 방금 쬔 햇빛은 인류역사보다 긴 세월을 살아온 셈이다.

 우주도 태양 내부와 비슷한 적이 있었다. 빅뱅 초기 에너지가 온도가 매우 높아 뜨거운 플라스마와 큰 에너지를 가진 수많은 광자가 가득했다. 이들은 서로 충돌하고 광자는 이동할 수 없는 소위 불투명한 우주에 있었다. 우주가 팽창하여 온도가 낮아지자 물질이 플라스마 상태에서 벗어나 하전입자들이 중성수소 원자가 되어 고아자가 우주로 퍼질수 있게 되었다. 이 시점이 빅뱅후 38만년정도 지난 시점이다. 이 때 온도는 3000k로 이는 태양의 광구 온도와 비슷하다. 이 뜨거운 복사들이 우주로 퍼져나갔고 우주는 지속적으로 팽창해 복사의 파장도 팽창했는데 그래서 지금은 고작 3k정도의 마이크로 무선파 정도로 변환되었고 이것이 우주배경복사다. 

 이처럼 우주는 지속적으로 팽창해 현재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지평선은 약 500억 광년 정도이다. 물론 빛은 계속 이동하기에 우주 지평선은 조금씩 늘어나지만 우주도 계속 커지기에 관측 가능한 영역엔 한계가 자리 한다. 지금까지 관측 한 것중 가장 멀리서 일어난 것은 블랙홀이 붕괴되어 나오는 감마선 폭발로 우주가 생긴지 6억년 정도 된 후의 일로 추정된다. 그리고 우리가 관측한 것중 가장 오래되고 먼 신호는 당연히 우주배경복사가 된다. 

 우주배경복사가 생기기전인 빅뱅후 38만년전 이전은 광자가 나올 수 없었기에 우리에겐 사실상 영원히 관측이란게 불가능한 지점이 된다. 이걸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주에 있는 원자에서 방출된 희미한 신호를 찾는 것이다. 빅뱅후 30만년에 중성수소가 이온화한다. 그리고 최초의 별이 방출한 자외선으로 인해 중성수소가 다시 양성자와 전자로 분해되었다. 우주를 돌던 우주 배경복사는 이 양성자와 전자와 상호작용을 하여 아무 방향으로나 분산하거나 편광되는데 이 흔적을 연구하면 초창기 별과 은하형성시기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우주의 곡률은 초창기 중요한 문제였다. 우주의 곡률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평균밀도와 관련하는데 이 평균밀도가 세제곱미터당 10의 -29보다 크면 우주는 구형이 되며 낮으면 쌍곡면이 되고 비슷하면 편평하다. 곡률이 양수이면 거대하나 하나로 연결되는 구체같은 형태가 된다. 즉, 우주는 무한히 크나 크기가 정해져있다. 때문에 안정적이고 정적이고 완결된 우주로 초기 학자들은 이 개념을 선호했다. 반면 곡률이 음수면 우주의 한계는 없고 영원히 팽창해 나간다. 곡률의 계산은 삼각형을 통해 할 수 있다. 공간에 삼각형을 그려 그 내각의 합이 180도이면 편평한 것이며 180이상이면 구형, 그보다 작으면 쌍곡면이다. 다만 우주의 곡률이 매우 작아 삼각형의 길이가 거의 우주지평선가지 펼쳐져야 했는데 관측결과는 우주가 편평한 평면 기하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기서 모순이 발생했다. 이렇게 편평하려면 우주의 평균밀도가 위에 언급한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관측 결과 우주의 물질이 터무니 없이 모자랐던 것이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의 존재를 생각해내고 이를 상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암흑물질은 이렇게 등장했고 현재 모든 은하에 곳곳이 펴져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암흑물질은 현재 직접 관츨은 어렵지만 중력렌즈효과 등으로 있는 것이 간접적으로 입증된다. 

 탄성의 법칙은 두 물체 간의 힘이 거리가 멀어질수록 감소하는게 아니라 거리에 비례하여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당기는 힘인 인력이 아니라 미는 힘인 장력으로 작용한다. 이 반발력이 우주가 팽창하는 요인인데 우주적 규모에서는 중력과 균형을 맞추는 정도지만 더 짧은 거리에서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다. 우주가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팽창함에도 태양계나 은하내에서 서로간의 거리에 이렇다할 변화가 없는 이유다.

 허블상수는 일정한 거리만큼 떨어진 두 은하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상대적인 속도로 우주의 팽창률이다. 이는 비례법칙으로 두 은하가 두 배의 거리라면 두 배의 속도로 멀어진다는 뜻이다. 즉, 우리은하와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우리와 더욱 빠른 속도로 팽창하여 멀어진다는 셈이다. 우주의 팽창을 정확히 알려면 광원들의 거리를 측정해야 한다. 이는 Ia초신성으로 가능했다. Ia초신성은 쌍성계에서 하나가 수소의 고갈로 백색왜성이 되고 이후 다른 항성과 행성의 물질을 자양분으로 성장하다 어느 시점에 질량이 너무 커지면 격렬한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다. 폭발 후 밝기가 감소하는 속도는 최대 밝기와 관련하는데 Ia초신성은 최대 밝기가 매우 짧아 방출되는 빛의 시간적 변화를 관측하면 폭발의 실제 광도가 유추되어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Ia초신성 관측 결과 우주의 팽창은 감속 팽창이 아니라 가속 팽창인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이렇게 되려면 암흑물질을 포함하여도 물질의 밀도가 부족했는데 광활한 에너지인 암흑에너지가 그 밀도를 충족하기에 우주가 가속 팽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암흑에너지도 팽창의 설명을 위해 필요해진 것이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누군가 관측해낸다면 반드시 노벨상 감이라 생각된다. 우주의 생성원리나 근원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설명해낼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날이 기대되면서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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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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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우영우가 큰 인기를 몰고 난지 얼마 후 충격적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국 자폐인의 평균수명에 관한 기사였는데 놀랍게도 23.8세에 불과했다. 이는 자못 충격적인 수치였는데 한국의 다른 장애인과 비교해도 평균 수명이 과하게 짧았기 때문이다. 지적 장애도 낮긴 했으나 50대였으며 인지능력이 정상인 시청각 장애도 70대로 거의 천수를 누리고 있었다. 자폐인의 수명이 이렇게 과도하게 낮은 이유로는 학습 능력이 우수한 경우 외부 자극과 자신들에 대한 사회의 몰이해로 강한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률이 높게 형성된다는 점, 그리고 학습 능력과 인지 능력이 낮은 경우는 판단 능력 부족으로 사고사가 잦다는 점이다. 또한 유일한 보호자인 부모가 나이 들어 사망하거나 경제적 능력을 잃는 경우 건강 관리가 안되 각종 질병에 취약하다는 점도 꼽힌다. 아파도 그런 표현을 하지 못하는 그들이다.

 물론 다른 선진국들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과 비슷한 경제적 수준을 자랑하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해 높은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 수준을 보이는 다른 나라들은 자폐인의 경우도 평균 수명이 40-50대에 이른다. 이는 일반인에 비하면 30년 정도 낮은 수준이나 그래도 한국의 두 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서론이 길었지만 이것은 이번에 읽은 책과 관련이 있다. 책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은 영국계 자폐인 과학자가 쓴 책이다. 물론 일반 자폐인에 비하면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다. 과학자가 될 만큼 인지 능력을 가졌고, 자신이 일반인들과 매우 달라 외딴 혹성에 떨어진 외계인 같다는 느낌을 가질 정도로 외부 인지와 타인에 대한 고려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래도 저자도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이라 성장 과정에서 무척 큰 고통을 겪었고 이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저자는 자폐인으로서 자신의 특징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과학적 현상에 대한 비유로 재미나게 풀어냈다. 물론 자폐인이 쓴 책인지라 일반인인 나로서는 초반 분위기 잡는 게 쉽지 많은 않았다. 하지만 의도를 이해하고 나니 제법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되었다. 

 저자는 자신의 자폐스펙트럼 장애로 인해 깨어 있는 시간은 항상 강박 관념과 공포의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불안감이 가장 절정에 달하는 시간은 밤이었다고 하는데 자폐인들의 상당수가 수면 장애를 앓는 것에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그는 ADHD이기도 했는데 이 상태는 특정 상황에 걸맞는 뇌의 파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시공간 감각이 붕괴되어 전체적으로 기능이 엉망인 상태가 되고 만다. 오랜 시간 집중이 어렵고 매우 충동적이고 감정 변화가 심한 사람으로 만들어 한 순간에 매우 행복해하다가 곧 매우 우울하고 절망적이 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중 조울증상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것도 이것과 관련한 것이다.

 저자의 여러 이야기 중 가장 재미나고 인상적인 이야기는 에르고딕 이론에 관한 것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용어였는데 이는 특정 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표본은 전체의 평균적인 특성을 갖는 다는 것이었다. 이는 이론적으로 특정한 미시 상태는 무엇이든 간에 어느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쉽게 말하면 브라운 효과처럼 물에 담긴 꽃가루 하나하나의 움직임은 도무지 예측 불가하나 전체적인 움직임은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것과 비슷하다. 즉, 아무리 독특하고 예측이 불가능한 하나의 움직임이더라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체의 일부이며 그렇기에 어느 것이든 평균적인 표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무리 이상한 자신이더라도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다양한 인간 군상의 평균적인 표본으로도 간주할 수 있다는 점에 인상을 받은 듯 하다. 그리고 그렇기에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도 가진 듯 하다. 책에 등장하는 다른 예처럼 물론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파장을 가진 사람을 가장 편안히 여기고 선호한다. 하지만 자신과 다른 파장을 가진 피곤한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수용하는 것 역시 더불어 사는 인간의 입장에서 중요하다.

 하여튼 오랜 세월을 살아오고 남과 다른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다른 사람들(재밌는 일화가 많다. 저자는 자폐인이라 또래 압력을 거의 겪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 또래 압력으로 인해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 복장이나 문신, 행동 등을 하는 것에 시달리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하고 친숙해지기 위해 일부러 그런 행동을 따라하기도 했는데 하나같이 친구들로부터 거부당했다. 그리고 한 번인 집에 전화가 왔는데 상대의 통화내용은 저자의 어머니가 집에 있느냐 였다는 것이다. 쉽게 아무개야 엄마 집에 있니?라는 내용이었다. 저자는 그 내용을 듣고 네라고 호기롭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무척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며)로 인해 많은 고충을 겪으며 내린 저자의 결론은 책 제목처럼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이었다. 그렇게 될 수 있게 끔 사회와 각 개인이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사회의 폭력으로 지나치게 일찍 사망하는 자폐인들도 하나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주어진 천수를 누리며 인간답게 살 권리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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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5-16 0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폐인을 위한 사회의 도우미 역할이 아직도 많이 부족함을 느끼게 합니다.ㅠㅠ

닷슈 2023-05-16 10:52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장애인은 최저임금조차 보장이안되고 취업도 어렵더군요 자폐인은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것같습니다
 
기후위기인간
구희 지음, 이유진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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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봄 개나리와 벚꽃이 거의 동시에 만개했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난 이런 광경을 처음 봤다. 개나리는 제 시기에 핀 듯 한데, 벚꽃의 만개가 예년보다 2-3주 정도 빨랐다. 작년에 이미 벚꽃의 이른 개화 시기가 역대 급으로 빨랐는데 아무래도 올해 바로 갱신 될 듯 하다. 아마 내년도 이렇지 않을까. 이런 심각함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른 꽃 구경을 즐겼는데 대부분 차량으로 장거리 이동을 감행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온난화는 더욱 심각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꽃이 지자 바로 산불이 난리다. 온난화는 기온을 상승시켜 증발량을 늘린다. 물론 증발이 많은 만큼 비도 더 많이 내리지만 조금씩 나눠 내리는게 아니라 단기간 폭발적으로 내리는 형태가 더 잦아진다. 집중호우가 일어나면 그것 자체도 문제지만 물이 급류로 바다로 흘러 내려가 땅엔 물이 좀처럼 남지 않게 된다. 즉, 역설적으로 더욱 건조해지는 것이다. 한국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다 보니 안 그래도 취약한 봄철에 산불이 더욱 많아지게 되었다.  

  시국이 이렇다 보니 기후 위기 관련 책도 많이 나오고 있다. 책은 심각하고 과학적 사실과 사회적 사실, 심각한 내용으로 대개 꽉 차 있어 보기 어려운데 '기후 위기 인간' 같은 만화라면 청소년이나 책에 약한 성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만화지만 책 내용은 알차다. 기후 위기의 주 원인인 인간의 소비 행태와 에너지 소비, 그리고 축산업의 문제를 간단하지만 잘 지적한다. 여러 가지 수치를 제시하며 이를 뒷받침하는데 이런 것은 하나하나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가령 이런 거들이다. 책엔 음식 1kg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나온다. 소고기는 60 양고기는 25, 치즈는 21 초콜릿은 19, 커피는 17, 양식 새우는 12, 돼지고기는 7.2, 닭고기는 6.2, 양식물고기는 5.1, 쌀은 4, 바나나는 0.8이다. 

 위 수치를 보면 알 수 있듯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적다. 에너지 효율도 가장 높을 것이다. 의외는 커피와 초콜릿이 상당히 수치가 높았다는 점이다. 둘다 식물성 식품이지만 로스팅 등의 가공 과정과 세계적으로 산지가 제한되어 있어 소비지로의 장거리 이동이 필수적이라 이런 높은 수치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물론 커피와 초콜릿은 고기에 비해 밀도가 낮아 가볍기에 1kg은 분명 다를 것이다. 아메리카노 한잔에 들어가는 커피는 분명 몇 그램 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또 다른 의외의 품목은 양식 새우였다. 같은 양식 물고기의 두 배가 넘고 큰 덩치를 자랑하는 돼지보다도 높은 온실가스 배출을 기록했다. 이는 새우 양식의 특성도 있겠지만 책에 의하면 맹그로브 숲과도 관련이 있는 듯 하다. 양식은 당연히 연근해에서 이뤄질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해안주변의 맹그로브 숲이 양식을 위해 제거되는데 이 맹그로브 숲의 온실가스 흡수량이 매우 높다. 때문에 이런 수치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다. 

 세계는 파리에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금세기 내에 1.5도 이내의 기온 상승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이는 달성하기 매우 어렵다고 본다. 인구는 100억으로 치솟을 것이며 미, 중 간의 경제전쟁은 협력보다는 온실가스를 더욱 배출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은 중국을 대신할 세계의 공장으로 동남아나 인도를 주목하고 있는데 이들 지역, 특히 인도가 중국만큼 산업화 된다면 지구 온난화란 측면에서 이보다 더한 재앙도 없을 것이다. 인도의 인구는 이미 중국을 상회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세계 각국의 시민들은 아직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잘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여전히 소비 중심, 육식 중심의 문화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상당한 강제조치 였던 코로나 19 팬데믹도 온실가스 배출을 고작 8% 줄이는데 그쳤다. 세계 시민의 노력이 그보다 한참 못 미치기에 기대도 어려운 것이다. 물론 책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한다. 3.5%의 사람은 강한 확신을 갖고 어떤 일의 변화에 매진하면 근본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완벽한 비건보다 열 사람의 불완전한 비건이 더욱 의미있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이대로라면 2100년이면 지구의 기온은 4도 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2100년은 80여년 후이나 지금의 10대는 수명의 증가로 아마도 그때까지 생존할 것이다. 혹은 어쩌면 지금 더 높은 연령대의 사람들도 그 때까지 생존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기후위기에 더 심각성을 갖고 자신의 생활 하나하나로 고쳐나가고, 기업과 정부에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압력을 넣는 정치적 선택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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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 - 실재하는 시간을 찾아 떠나는 물리학의 모험
리 스몰린 지음, 강형구 옮김 / 김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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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물리학의 흐름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뉴턴의 물리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끈이론으로 이어진다. 이들이 향하는 지향점은 우주 전체를 완벽히 설명하는 대통일 이론이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이후 끈이론이 대통일 이론의 하나의 가능성으로 거론되었고 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갇혀 사는 인간이 우주에 대해 알아낸 것치고는 정말 대단하다. 인간은 과학과 수학적 도구, 그리고 기술 개발로 발명한 몇몇 관측  도구와 뛰어난 통찰력으로 우주의 비밀을 이처럼 어느 정도 알아냈다. 우주의 신비와 몇몇 인류 원리 같은 절묘한 상황 때문에 몇몇 학자들은 지금의 우리 우주가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게임같단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 게임은 몇몇 생성규칙을 갖고 있고 한 점에서 무한히 뻗어나가며 공간을 만들어내고 물질과 에너지를 퍼뜨렸다. 그리고 그 물질들은 창조자가 만든 규칙에 의해 계속 퍼지면서 뭉치고 변화하는데, 물질과 에너지가 뭉친 부분에서 구조가 생겨났고 이에 자생적으로 생겨난 몇몇 개체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들이 자체적으로 진화 발전하여 지능을 발전시키고 게임 자체의 물질과 에너지를 이용해 스스로의 문명을 발전시키고 게임의 몇몇 규칙까지 알아내는데 이른다면 정말 대단하지 않겠는가? 

 하여튼 인간은 우주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아냈지만 아직 고전하고 있다. 특히 미시 세계의 양자역학과 거시 세계의 상대성이론은 좀처럼 통합되지 않고 있는데 여기에 많은 물리학자들이 힘을 쏟고 있는 듯 하다. 상대성 이론은 시간을 환상처럼 여기게 만들었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지 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변화라는게 중력과 속도가 빠른 곳에선 매우 느리게 일어난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소리다. 즉, 시간은 중력과 물체의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다. 여기에 물체의 변화, 즉 정보는 빛에 의해 전달되는데 이 빛이란게 속도 제한이 있다. 그러다 보니 2억광년 떨어진 곳에서는 서로의 2억년 전 모습을 보게 된다. 이렇다 보니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시간은 우주의 공간적 한계, 그리고 물질의 질량에 따른 중력과 속도에 철저히 종속되는 변수로 실재하는 것이 아닌 환상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이론 상으론 거의 불가능해서 그렇지 심지어 과거로 갈 수 있기까지 하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양자 얽힘이란게 있다. 얽힌 입자들은 서로 반대 속성을 띠게 되는데 얽힌 입자 하나가 +전하를 띠면 반대 입자는 -전하를 띠게 되는 그런 것이다. 문제는 이 얽힘이 빛의 속도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얽힌 입자에 하나의 속성을 관측하면 반대입자는 그 반대 속성을 바로 갖게 되는데 이게 빛의 속도보다 빨리 이뤄진다. 정보전달이 빛의 속도에 얽매이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단한 현대 물리학에서 모르는건 이 뿐만이 아니다. 왜 우리 우주가 이렇게 생명체에 친화적인 물리법칙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며, 각 기본 입자들과 힘이 왜 그런 성질과 값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전자는 원자 안에서 궤도의 특정 부분에 확률적으로 존재하며 정수값의 에너지를 가지며 각 궤도로 도약하는데 대체 왜 이러는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여기에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우주를 팽창시키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도 발견하지 못했으며 이들이 왜 이런 작용을 하는지도 모르며, 무엇보다 빅뱅이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빅뱅이 일어났는지도 정확히 모른다. 또한 우주 바깥이 있는지 있다면 대체 무엇이 존재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우주 자체만 있는 건지도 알 수 없다. 사실 이런 건 대통일 이론이 발견 되도 모를 일이다. 

 앞의 게임으로 돌아가서 게임 세계에서 자체 구축된 개체가 발전하여 그 게임에 적용된 물리 법칙과 원리들을 모두 알아내는데 성공했다쳐도 이들은 자신들이 바깥에서 만들어진 세계에 의해 창조되고 살고 있으며 창조자들이 왜 그런 물리 법칙을 적용했는지 알 순 없을 것이다. 이런 여러가지 알 수 없는 문제들 때문에 물리학은 철학적 성격도 상당히 갖고 있다.  

 시간의 물리학에서 저자 리 스몰린은 상대성이론과 양자물리학이 시간에 대해서 보여준 태도를 부정한다. 그가 보기에 시간은 절대적이며 비가역적인 것으로 실재한다. 시간이 실재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비가역적이어야하며 우주의 모든 것에게 동시성이 있어야 한다. 상대성 이론은 시간에게 이 두 가지를 빼앗아가 사실상 환상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리 스몰린은 우리 우주는 자체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주의 설명에는 외부의 계가 필요하지 않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그 자체로 자기충족적이어야 한다는 말인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는 세 가지 논리를 제시한다. 충분한 근거의 원리, 식별 불가능자의 동일성 원리, 추동된 자기 조직화의 원리다. 충부한 근거의 원리는 우주를 설명하는데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식별 불가능자의 동일성 원리는 우주 안에 완전히 모든 조건이 같은 물질은 서로 식별이 불가능하며 이런 것들은 사실상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되려면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은 추동된 자기 조직화의 원리로 요동에 의해 균일성이 깨져 중력에 의해 뭉친 물질과 에너지가 항성을 형성하고 이 항성이 내뿜는 광자로 인해 주변 세계가 고도로 점점 조직화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리 스몰린은 우리 우주가 진화하고 있다고 믿는데 이 때문에 묘하게도 인류원리가 등장할 만큼 생명체와 그 토대인 은하계와 항성, 행성의 생성에 친화적인 물리법칙들을 설명한다. 그는 새로운 우주는 블랙홀안에서 새로이 생성되므로 각각의 우주들은 블랙홀을 많이 생성하는 쪽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블랙홀을 많이 만들어내는 물리법칙과 값을 가지고 있는 우리 은하가 왜 그런 법칙을 갖게 되었는지가 설명된다. 오랜 진화끝에 만들어진 법칙과 값인 것이다. 

 리 스몰린은 공간을 다시 설명한다. 그는 공간이 사실 물질보다도 더 작은 격자구조라 생각한다. 공간을 확대해보면 매듭들이 존재하고 이 매듭 간의 길이는 딱 플랑크 길이다. 그리고 물질인 입자는 공간의 매듭들에만 존재할 수 있는데 그래서 물질들의 공간에서의 이동은 사실상 건너뛰기가 되게 된다. 우리는 연속적으로 공간을 이동한다고 생각하지만 확대해서 보면 사실상 건너뛰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꽉 찬것처럼 보이는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가 텅 빈것임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는 주장도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물질이 이동한다고 생각하면 전자가 원자에서 궤도간 이동을 할 때 왜 정수값으로 점프를 하는지도 설명된다. 그렇게 움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리 스몰린의 격자 공간은 양자얽힘도 설명한다. 이 격자들은 사방으로 연결되는데 각 매듭들은 인접한 매듭과 연결되지만 간혹 차원을 넘어서 멀리 있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입자는 이 매듭들을 계속 건너뛰어야 하기에 이동은 속도제한을 갖게 된다. 빛의 속도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어떤 입자들은 멀리 연결된 매듭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양자얽힘상태다. 때문에 얽힌 입자는 멀리 떨어진 매듭으로 같이 얽힌 입자와 연결되어 있어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바로 정보전달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리 스몰린이 제시한 격자공간은 굳이 지금의 우주와 같은 3차원 형태를 가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3차원인데 스몰린은 이에 대해 이런 설명을 제시한다. 우주 초기 빅뱅이 전 공간은 모두 사방으로 매듭이 연결되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여기엔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요동으로 빅뱅이 발생하며 에너지와 물질이 퍼져 높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매듭연결이 끊어지고 대부분 인접한 매듭끼리만 연결되어 3차원 형태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여튼 공간이 이런 식의 구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시간은 사실상 실재하게 된다. 동시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리 스몰린이 이런 공간 구조로 상대성 이론도 설명해 주었으면 좋았겠지만 책엔 아쉽게도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사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었을지도 모른다. 격자 공간이더라도 중력으로 공간이 크게 휘어지면 많은 격자 공간이 움푹 패일테고 당연히 입자가 직선으로 같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더 많은 매듭을 이동해야 한다. 시간이 느려지는 것이다. 

 리 스몰린의 이런 대담한 주장은 당연히 입증된 것이 아니며 더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 그는 카를로 로벨리와 같이 양자고리중력을 연구했는데 그럼에도 둘의 시간에 대한 입장은 완전히 상반된다. 카를로 로벨리의 책을 읽으면 시간은 환상임이 분명하고 리 스몰린의 책을 읽으면 시간은 실재하고 공간이 환상 같다. 

 리 스몰린은 메타상태를 제시한다. 우주가 블랙홀이 많은 상태로 진화한다면 그 진화를 추동하는 법칙을 찾게 된다. 즉, 메타법칙을 찾게 되는데 그 메타법칙 역시 또 다른 메타법칙을 당연히 갖게 된다. 무한 퇴행하는 셈인데 그래서 리 스몰린은 메타법칙에 보편적인 원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법칙과 상태 두 가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닌 동시에 존재하는 메타배열을 제시한다. 즉, 우주를 외부가 아닌 자기 충족적으로 꾸준히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책의 내용은 쉽지 않았다. 잘 이해가 안되어 여러 번 앞으로 돌아가야만 했고 검색도 해야했다. 대충 이해한 것 같은 지금도 사실 완전히 이해했는지에 대해서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책은 무척 재밌었다. 상당히 신선한 주장이었고, 앞으로 물리학이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떤 검증과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하다. 책은 2013년 책으로 이미 10년 전의 책이다. 이제서야 번역이 된 셈인데 그간 더 많은 연구와 성과가 있었을 것이다. 기다려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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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07 2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