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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비밀 - 미각은 어떻게 인간 진화를 이끌어왔나
존 매퀘이드 지음, 이충호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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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에겐 오감이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다. 이중에 하나만 남길수 있다면 무엇을 택할까?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 같으면 시각을 택할 것 같다. 가장 생존에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간은 시각을 통해 외부 정보의 70-80%정도를 얻는다고 한다. 그래서 시각과 청각에 복합 장애를 갖고 있던 헬렌켈러 역시 '사흘만 볼수 있다면'이란 책을 쓴게 아닐지. 시각은 또한 학자와 철학자들에게도 사랑받았다. 진리와 예술을 탐색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청각역시 음악으로 인해 그에 준하는 대접을 받아왔다. 반면 미각과 후각은 천대받았다. 상당히 동물적인 감각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각에 대한 질문을 바꾸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질문은 '오감 중 무엇이 가장 먼저 생겨났는가?'라는 것이다. 진화상 대답은 촉각이나 미각이 될 수 밖에 없다. 영양을 다른 것으로부터 갈취해야만 생존이 가능한 동물에게서는 무언가를 먹거나 흡수하기 위해서 대상에 닿는 느낌을 가져야만 했을 것이고 그것이 나에게 유익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 마땅히 맛을 느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 대상을 탐지하는 방안인 시각과 청각, 후각은 모두 다음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미각은 어찌보면 생물체인 인간에게 가장 본연적인 감각이라 할 수 있다.

 책은 이러한 관점에서 미각에 접근해 나간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라 볼 수 있다. 하나는 어쩌다 우리 인간이 그러한 감각들을 느끼게 되었는지, 그리고 나머지는 이런 감각이 인간존재의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이다.

 인간이 느끼는 미각은 5가지 정도다. 단맛과 쓴맛, 신맛, 짠맛, 최근에 발견된 감칠맛이다. 감칠맛은 단백질을 느끼는 맛이며, 저자는 지방을 느끼는 맛도 곧 공식적으로 인정될 것으로 본다. 이미 우리는 지방맛을 느꼈음을 말하는 여러 표현을 갖고 있기도 하다. 사실상 시간의 문제이다.

 이러한 맛중 책은 먼저 쓴맛에 접근한다. 인간이 쓴맛을 느끼는 이유는 두 가지의 필요성 때문이다. 우선 독소의 탐지이다. 독은 쓴법이다. 다음은 약의 팀지이다.  약도 입에 쓴 법이다. 쓴 음식에는 항염증 화합물과 혈당을 낮추는등 건강에 도움이되는 많은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놀랍게도 인간중에서는 열성 인자로 소수이긴 하지만 쓴맛을 못느끼는 미맹이 적지 않다. 이 같은 미맹역시 진화상 충분한 필요성 때문에 살아남은 것인데, 쓴맛을 못느끼는 장점은 쓴 음식이 둔감한 경우 민감한 사람보다 많은 쓴음식의 섭취가 가능해 생존에 유리하고, 이로 인해 보다 쓴음식에 용감해져 인간의 먹거리를 확대하는 첨병역할이 가능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책을 통해 처음 안 사실인데, 인간의 몸 곳곳에는 쓴 맛을 느끼는 수용이가 있다고 한다. 입이외에도 이런 것을 느낀다는 것인데 정확한 용도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대사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다음은 단 맛이다. 책은 목차로 쓴맛에 대해서는 쓴맛 유전자라 해놓고 단맛 부분은 유혹이다. 참 적절한 표현이다. 식물은 태양에너지를 광합성을 통해 당분자로 합성해낸다. 당분자는 화학구조상 쉽게 끊어지는 장점이 있어 다른 생물체가 영양분으로 활용하기 쉽다. 때문에 당은 지구 먹이 사슬의 기반이 되었다.

 책은 단맛이 섹스보다 오래된 충동이라 말하는데 과감해 보이지만 당연하다. 섭취는 섹스보다 오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오래전에 영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섹스와 초콜릿중 어느것을 택할 것이냐라는 질문이 있었다. 당시 어려서 섹스가 답이 아닐까라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당시 영국여성들은 초콜릿을 택했었다. 적지 않은 문화적 충격이었다. 지금은 다소 과학적인 답변이라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책은 단세포 생물들이 더 많은 당을 빨리 섭취하기 위해 복잡하게 진화했을지도 모른다고 까지 말하며 단맛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재밌는 부분은 단맛이 제공하는 좋은 느낌을 인간의 다른 쾌락과 연관지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느끼는 다른 종류의 쾌락인 음악듣기, 독서, 친구만나기 등은 사실 단맛이 주는 쾌감과 매우 다른 종류이다. 하지만 책은 FMRI측정 결과 단맛과 이런 다른 종류의 쾌감시 나타난 뇌 활동이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간이 진화하고 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그것들이 인간의 뇌에 여러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본래 있었던 단맛에 대한 쾌감에 대한 신경회로들이 다양한 형태로 분화했다는 것이다. 즉, 단맛에 대한 신경반응이 쾌감의 시작이고 그런 것들이 다른 이로운 것들에 대한 쾌감반응으로 분화및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인간존재는 당분이 부족하면 매우 쉽게 거의 모든 것에서 쾌감을 잃고는 한다. 쉽게 화내거나 날카로운 주변사람에게 우린 너 당떨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나름 근거가 있는 말인지도 모르다.

 다음은 혐오감이다. 신맛이니 짠맛이 나와야 마땅한데 혐오감이 나오니 다소 이상했다.하지만  책에는 나름 이유가 나온다. 다윈은 인간의 보편적인 얼굴표정을 6가지로 구분했는데 행복과 슬픔, 혐오, 놀라움, 분노, 두려움이다. 다윈은 이중 행복과 혐오가 음식의 맛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즉, 혐오감을 어떤 특정미각이라고 부르긴 애매하지만 무언가 우리의 생존에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맛에서 유래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상한 음식을 먹은 사람의 사진을 주고 표정을 위 6가지 감정에따라 구분하라면 우린 마땅히 혐오감을 고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책에 따르면 대다수 사람은 질병과 관련한 이미지를 역겹게 느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한 혐오감은 대개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쉽게 느끼는 편인데. 왜냐하면 육아들 담당한 여자의 경우 아이와 아기를 돌보아야 했기에 보다 질병에 민감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이런 혐오감은 점점 줄어드는데 이것은 생식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그리고 인간은 가까운 친구나 친척등 유대감이 강한 상대일 수록 같은 칫솔의 사용을 허용하는 등의 면역행위에 관대해지는데 이러한 인간의 행위를 행동면역계라고 한다.

 마지막은 매운 맛이다. 사실 매운 맛은 맛이 아니라 통증이다. 그것은 매운 음식을 입술이나 신체 다른 부위에 갖다 대어도 얼얼함을 느낄 수 이따는 점에서 입증된다. 이러한 매운맛을 다른 동물들은 그 맛을 느낄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싫어하지만 인간만은 예외로 열광한다. 다른 맛들에 비해 매운 맛은 매우 새로운 것이다. 다른 모든 맛들이 인간이 존재하기 이전부터 있었던 반면 매운 맛의 발현은 겨우 1만 2천년정도의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추가 매운 맛을  만든 이유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이다. 고추는 가지과 식물로 맨드레이크 속인데 이들은 유독 자연계에서 독소가 많은 편이다. 매운 맛은 이런 독소가 변형된 일종으로 실제로 매운 맛은 곰팡이나 벌레의 공격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고추 자신의 생식능력을 약화시키는 반작용도 갖고 있다.

 매운 맛은 캡사이신이라는 알칼리로 인해 느껴지는 것인데 이 캡사이신 수용기는 다른 맛들처럼 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물체의 온몸에 존재한다. 한 실험에서는 유전적으로 캡사이신 수용기를 생쥐에서 제거하였다. 그 결과 수용기가 없는 생쥐는 수명이 14%가 증가하였고 대사활동도 비교적 나이에 비해 젊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수용기가 온전한 정상생쥐의 경우 나이가 들면 캡사이신 수용기가 오작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엉뚱한 단백질을 형성시켜 당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고추를 먹으면 캡사이신 수용기가 마비되므로 오작동 수용기가 멈춰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대사작용도 높아져 칼로리 소모도 높아지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책은 매운 맛을 인간이 하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생리학과 인간 행동에 대한 실험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없었던 맛에 인간이 열광하며 광범위하게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매운 맛 역시 진정한 하나의 맛으로 느낄수 있게끔 인간이 진화할 수 도 있으며 단맛이나 상한 음식의 맛처럼 인간 본연의 감정형성에 언젠가 중요한 역할을 할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책은 인간이 매운 음식에 열광하는 이유를 시련에서 오는 안도감으로 설명하는데 설득력이 없어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매운 맛이 매우 최근의 경험인만큼 인간이 이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해보인다.

 책은 마지막 두장을 최근의 음식문화에 할애한다. 다양한 음식보관기법과 조리기법의 발달로 20세기 까지 인간이 맛볼수 있는 맛의 수준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하지만 그 후에 등장한 화학조리법으로 인간의 향미는 크게 개선되었지만 영양과 건강부분에 있어 악화된 부분이 적지 않기때문이다. 책은 향미를 건강한 방법으로 개선시키고자 하는 여러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미각에 대한 정말 흥미로운 책이었으며 미각의 유래와 가장 근원적인 감각으로서 미각을 인간심리와 연결한 부분은 정말 신선하고 재밌었다. 하지만 그 깊이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으며 역시나 무척 중요할지도 모른 짠맛과 신맛을 다루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어쩌면 짠맛과 신맛이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가 없어서였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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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4-25 05: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고 있는 책에서 관련한 내용이 있어 옮깁니다.
˝중식당에서 가면 우리는 흔히 짜장면과 짬뽕 중에서 무엇을 시킬지 고민을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선택이 늘 어렵게 느껴지는 한 가지 이유는 미각의 적응 현상 때문이다. 짜장면이 우리에게 주는 맛의 즐거움은 짜장면이 입안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급속도로 감소하기 때문에, 짜장면을 시키고 나면 짬뽕이 더 먹고 싶어지는 것이다˝
ㅡ이대열 <지능의 탄생> 중

짬뽕과 짜장면의 메뉴 갈등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ㅎ

닷슈 2017-04-25 07:55   좋아요 1 | URL
이거 너무재밌군요
 
[전자책]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 : 진화의학자 로빈 박사의 특별한 건강 상담소 - 진화의학자 로빈 박사의 특별한 건강 상담소
권용철 지음 / 김영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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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론이 새롭게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화두인 시대. 이 책은 진화의학을 다룬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 건강과 관련하여 알토란 같은 지식을 잘 알려준다. 어찌보면 과학책이자 건강책이다. 인간은 사는 지형이나 환경에 맞게 적응하여 생존해 왔는데 이를 다루는 것이 진화의학이다. 적응의학이라고도 하고 서구에선 다윈의학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재밌는 사실 위주로 정리해봤다.


1. 장내균총

글자 그대로 장에 있는 균들의 집합이다. 인간의 장에 있는 균들은 태아가 탄생시 산도를 지나며 그리고 엄마 젖을 빨며 형성된다. 장내균총은 우리와 공생하며 소화와 체질, 면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매우 중요하다. 산도와 젖을 통해 초기 형성되는 만큼 제왕절개로 탄생하고 분유만 먹고 자란다면 남들보다 몇발이나 늦게 되는 셈이다. 균들마다 좋아하는 음식의 음식의 색상이 다양하므로 여러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게 좋으며 최근엔 비피더스 균들이 너무 많아 문제란다. 또한 항생제의 무분별한 사용은 장내 균총을 어지럽히는 작용을 하여 좋지 않다고 한다. 알러지 반응은 그 음식에 대한 면역계의 미성숙이나 장내균총의 문제를 의미한다고 한다.


2. 아프면 식욕이 떨어지는 이유

인체에는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기 위하여 철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철분이 필요한 것은 세균역시 마찬가지. 때문에 세균의 침투로 몸이 아파지면 인체는 철분 생산 유전자를 꺼고 식욕을 떨어뜨려 체내 철분 농도를 떨어뜨려 세균을 죽인다. 과거 아프면 피를 삐내는 사혈이 유행했는데 철분 농도를 낮춘다는 측면에서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이었다.


3. 태아와 엄마의 전쟁인 입덧과 임신 중독증

입덧은 태아가 만드는 것이다. 태아는 임신초기 독성이 있는 음식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하는데 그를 위한 방어기전인 입덧이다. 또한 태아는 성장을 위해 많은 당분과 산소가 필요한데, 그래서 엄마의 몸으로부터 더 많은 양의 그리고 더 고당분의 혈액을 원한다. 그래서 모체에 고혈압이나 임신당뇨를 일으키곤 한다. 10%정도의 산모가 이것을 겪는다고 하며 동물에게는 거의 없는 경우이기 때문에 두뇌발달을 위한 인간만의 특징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4. 살이 찌는 이유

살이 찌는 이유는 5가지라고 한다. 우선 식욕을 증가시키는 항생제나 스테로이드 계 약물의 남용. 다음은 소화가 느린 경우. 노화현상, 영양소의 부족이 그것들이다. 영양소의 부족은 살이 찌는 것과 거리가 있어보이지만 우리 몸은 영양소가 부족할 경우 에너지와 면역계 시스템의 손상을 막기 위해 에너지 생산을 감소시켜 살이 찌게 된다.

 마지막은 염증으로 인한 비만이다. 만성 염증의 경우 장기간 치료가 필요해 인체는 장기전을 위한 에너지 비축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대사 속도를 느리게 하여 그 결과 살이 찌게 되는 것이다. 만성 염증의 원인으로는 술 담배, 카페인, 과도한 운동으로 인한 활성산소의 발생, 환경오염이 있다.


후성유전학의 발달로 유전자는 변하지 않지만 태아시기의 모체 환경, 그리고 자신의 생활습관으로 유전자의 메틸화와 히스톤화를 통해 건강에 유리한 유전자를 자신이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는게 밝혀졌다. 따라서 책은 건강을 위해 자신의 유전자의 스위치를 바른 습관과 평온한 마음, 적당한 운동으로 조절해 나갈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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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uvin 2017-04-18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이 찌는 이유에 식탐이 없다니...! 충격이예요 ㅠ ㅠ

닷슈 2017-04-18 23:33   좋아요 0 | URL
글게요 충격입니다
 
[전자책] 과학을 읽다 - 누구나 과학을 통찰하는 법
정인경 지음 / 여문책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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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과학책을 좀 좋아해서 취미인지 책무인지 사놓고선 그냥 쌓아놓고는 한다. 과학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분야보다 읽는데 정신적 에너지가 확실히 더 드는 편이어서 그런 것 같다. 이 책도 그래서인지 조금 쌓여있었다. 전자책으로 샀기에 이 표현은 부적절하지만 달리 다른 표현도 모르겠다. 과학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다 읽고보니 마치 '사피엔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인간의 진리를 위한 정신발전사를 쭉 훑어본 정신세계의 인류사 같은 느낌이 들어 그런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이책은  생각보다 가볍게 잡았는데 무척이나 무거웠고 영혼이 생각보다 좀 더 흔들렸던 책이었다.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역사, 철학, 우주, 인간, 마음이 그것들이며 관련된 유명저자와 그 책들, 그 의견을 토대로 인간의 정신발전사를 서술해나간다. 저자가 워낙 유명인들의 견해를 자신의 언어로 소화해서 표현하는 듯 해, 인용인지 저자의 의견인지 헛갈릴 정도였다.

 어쨌든. 책을 보면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바로 뇌의 탄생이라 말할 수 있다. 조금 자세히 말하면 마음의 탄생이며 조금 더 기원을 올라가면 동물의 탄생이다. 왜냐하면 동물은 항상 방향과 목적을 갖고 움직이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이는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얻은 에너지를 갈취하고, 다른 동물을 잡아먹거나 피하기 위함인데, 때문에 책에서는 이런 동물의 움직임을 위해서 탄생한 대표적인 감각기관인 눈의 진화를 동물의 광합성이라고 하기도 한다. 참 재밌는 표현이다.

 동물의 이러한 움직임은 당연히 운동성과 지향성을 갖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외부세계의 변화를 예측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신경계가 필요하고 탄생하게 되었으며 그 중심부에는 뇌가 자리한다. 따라서 우리의 뇌와 그 작용인 마음은 목적지향적인 형태가 된다. 외부세계에 대한 생존을 위한 예측과 반응을 하는 곳이니, 외부를 뇌에서 재현하면서 모든 것에 목적과 의미를 두게 되며 이는 인간이 모든 사실에 가치를 부여하는 형태로 자리잡게 된다. 실제로 책에서는 뇌과학의 결과 인간에게 사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관장하는 영역과 가치를 관장하는 영역은 같은 걸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때문에 동물은 감각장에 구속되어 있으며 인간은 의미장에 구속되어 있다는 말이 책에 나온다. 인간은 결국 한순간도 의미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목적지향적인 뇌는 끊임없이 의미를 만들고 의미를 가지고 주변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즉, 계속해서 사실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는 사고를 담고 있고 사고를 만들고 제한하는 우리의 언어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고 본다. 우리말에는 없지만 영어권과 유럽의 언어에는 사실에 해당하는 명사를 지칭할때 관사가 항상 붙는데 영어에는 특정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관사가 그리고 유럽 언어에는 성을 지칭하는 관사가 항상 자리한다. 이런 것들은 사실에 가치를 부여한 형태라 생각한다.

 책의 앞으로 돌아가면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상징적인 형상을 지닌 물체를 보면 다른 것을 떠올리는 능력인 상징추론, 자의식과 마음읽기, 언어능력을 획득하게 된다. 이는 인간만의 특질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이런 능력을 자신의 생존을 위한 고통의 해결과 목적지향적이기에 삶의 가치와 목적을 찾기 위해 사용하게 된다.

 그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종교의 발명을 통한 초자연적인 존재인 신을 그려낸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해결책은 철학의 탄생이다. 철학을 통해 인간은 세계는 무엇인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라른 것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간다. 그래서 초기 철학은 이데아나 기하하등을 동원하여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그 너머의 원리에서 답을 찾아나가는 형이상학적 형태를 갖게 된다.

 하지만 뉴턴이 과학을 통해 숫자와 기호 도형등을 이용하여 세계를 설명하는 원리를 찾아내자 이 같은 형태의 답변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과거 절대적 신과 형이상학에 의존하던 진리를 인간이 발견하게 된것이다. 이에 철학에는 인간이 인식의 주체로 올라서며 기존의 존재론에 이해 인식론이 추가된다. 인간이 진리를 발견할 수 있고, 이는 인간의 이성과 경험, 감각, 사고에 의존하므로 그것을 다루는 분야가 생겨난 것이다.

 이에 대해 칸트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의 이성 사용을 엄격히 하는 순수이성비판을 제시하였고, 비트겐슈타인은 인간의 사고를 반영하는 언어의 사용을 엄격히 하는 논리철학 논고를 제시한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과학은 더 나아간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절대적으로 여겨지던 시공간을 상대적인 공간으로 만들어버렸고, 다윈은 인간의 모든 이성과 감각, 사고, 경험의 근간을 생물학적 인간이라는 유물론에 고착시켜 버렸다. 즉, 존재론과 가치론 인식론에 대한 해답이 인간 외의 것들에서 떠돌다 과학의 이름하에 그 답을 인간 내부의 생물학적 기원에서 찾기 시작하게 된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은 도덕성에 대해 말한다. 책은 동물에게도 감정과 기억, 지능이 있음을 말하며 인간만의 특질로 사회성과 도덕을 제시한다. 인간은 과거 초원에서 여럿이 무리지어 살아가며 서로 의존하고 이로 인해 다른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느끼고 배려할 필요성이 생겨났다. 그 과정에서 기쁨, 슬픔, 즐거움, 괴로움 같은 감정이 진화하였고, 이러한 감정이 무엇에 좋고 나쁜지를 느끼는 가치판단을 하게 되었다. 즉, 이러한 사회성이 공감능력의 발달과 더불어 도덕성의 기초를 형성하였다는 것이다. 현재 인간의 도덕은 교육과 종교 같은 문화적 요소들에 의해 더욱 진보되어가고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인간의 도덕은 과거 자신과 가족에서 동료로, 다른 인종으로, 사회의 약자들로, 그리고 다른 생물에게로까지 확장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책은 오히려 고리타분하게 도덕적 절대주의를 주장한다. 도덕이 객관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모든 인간이 같은 형태의 생물학적 체계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또한 도덕의 기준은 과거 그 기원처럼 매우 단순하다. 인간의 욕구가 충족되면 도덕적인 것이고 욕구를 해치면 그른 것이다.

 개인적 생각에 도덕성의 그 기원을 맞게 찾았지만 상당히 단순하다는 생각이다. 사회가 확장되고 복잡해짐에 따라 욕구의 충족은 상당히 복잡하고 다변화 했기 때문이다. 충돌하는 경우도 많으며 개인과 사회, 집단등 욕구의 수준역시 다층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매슬로우의 욕구이론처럼 욕구자체도 상당히 다층화되어 있다. 물론 가장 강력한 욕구는 가장 본능적인 욕구이겠지만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무엇이 결국 욕구를 충족하는 것인지에 대답은 결국 요원해지고, 문화적 밈과 상당히 관련하므로 결국 생물학적 인간의 몸 밖에서 대답을 찾아 헤메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도덕성의 기원이 결국 인간존재의 생존과 관련한 욕구의 충족에 기원을 두는 만큼 공감과 문화적 발달에 기원한 공감대상의 확대, 즉 도덕의 대상확대도 그 한계가 뚜렷하다. 책에는 인간의 도덕이란 결국 자신과 일체감을 느끼는 사람에 국한된다고 한다. 나치와 일제에 충성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그리 나쁜짓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피해자들에게 일체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도덕성은 이 일체감이 다른 생물체에게 까지 도달한 상태지만 결국 배부름의 도덕이란 생각이다. 지금의 풍족함과 평화가 깨어져 일체감을 느낄 수있는 집단이 줄어드는 상황에 도달한다면 결국 도덕성의 범위는 매우 본능적인 수준으로 회귀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처음 알았지만 책의 저자인 이처럼 인문학과 과학을 융합하고 통섭하고자 하는 여러 책을 쓴 것 같다. 이 사람의 책을 더욱 보고 싶은 생각이며 책에서 인용된 저자들과 책 역시 매우 관심이 가는 좋은 계기가 된 책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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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17-04-08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인간의 도덕이란 결국 자신과 일체감을 느끼는 사람에 국환된다고 한다. 나치와 일제에 충성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그리 나쁜짓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피해자들에게 일체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정말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는 악한 사람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학교에서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고 때리는 아이도 강한 아이들(일진)끼리는 좋은 아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 아이에게는 힘이 약한 아이는 일체감이 없는 것이겠지요.

돼지, 닭, 소를 먹지만 강아지를 먹지 않는 저 또한 일체감의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상위포식자인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완벽하게 결백한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인지.. 채식주의자, 비폭력주의자(육체적 폭력 반대)여야 결백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채식주의자 또한 식물이라는 살아있는 생명을 빼앗는 것이고.. 비폭력주의자 또한 결국 다른 방식의 폭력을 사용하겠지요..

닷슈님의 글은 항상 깨달음이 있네요.

감사합니다.


닷슈 2017-04-08 18:12   좋아요 1 | URL
저도 동물인이상 최상위포식자인이상 그리고 지구라는 한계가 있는이상 인간도덕은 유일하고 대단하긴하나근원적한계있다고 봅니다 환경운동역시 나의 목줄을죄니 시작한감이있죠
 
공생 멸종 진화 - 생명 탄생의 24가지 결정적 장면
이정모 지음 / 나무나무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책도 좀 얇고, 국내저자란 묘한 편견에, 표지도 좋아하지만 핑크빛인 것이 가벼워 보여 큰 기대 안하고 잡은 책이었다. 하지만 편견이란 나쁜 것이어서 이번에는 다행히 좋은 쪽으로 기쁘게 혼이나고 말았다. 아주 초기 지구의 생명의 탄생에서부터 지금 인간시대에 이르기 까지 생물진화사에서 정말 중요한 지점을 잡아서 설명한 책이다. 하나하나 무겁지 않고 재밌으면서도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어 무척이나 좋은 책이란 생각이다.

 책의 주제를 굳이 하나로 잡자면 멸종이다. 지구에서는 작은 것 까지 하면 수십차례 큰 것만 따지만 총 5차례의 엄청난 멸종이 일어났다. 6번째 멸종은 지금 인간에 의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중이다. 멸종은 당시 생명체 당사자에겐 엄청난 일이지만 지구사적으로 보면 기회이기도 했다. 멸종의 틈새를 살아남은 종들이 빠르게 채워나갔고 새로운 진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고생대의 대 멸종은 공룡시대를 중생대 말의 대멸종은 포유류의 시대를 불러온 것 처럼 말이다. 멸종시기에는 공통적인 자연조건이 있다. 하나는 운석이든, 지구 지각의 대변혁이든 기온의 급 상승 및 저하이다. 다음은 아마도 그로인해 일어났을 대기 중 산소 비율의 저하, 그리고 대기중 산성가스로 인한 산성비다. 이 산성비가 식물을 절멸시켜 자연스레 다른 생물도 멸종시킨다. 이런 자연적 멸종에 비해 인간에 의한 멸종은 철저히 인간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되며 멸종에 가장 취약한 종이 최상위 포식자라는 점에서 인간에게 경종을 울린다. 하지만 바로 자신이 원인인 이런 식의 멸종은 처음이고 자신이 위험하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엄청난 힘을 가졌다는 점에서 이번의 최상위 포식자는 어떤 운명을 맡게될지는 모를 일이다.

 다음은 책에서 매우 재미난 부분이다.


1. 지구에 바다가 남아 있는 이유.

지구에 바다가 엄청나 보이지만 실제 깊이는 4km정도에 불과하고 지구 자체도 그리 큰 행성이 아니라 물의 양은 사실 적은 편이다. 과거 금성과 화성에도 바다가 있었는데 이들은 바다를 잃고 지구에는 바다가 남아 생명의 온상이 되어 주었다. 차이는 산소를 발생시킨 생명체의 유무였다. 태양빛에 포함된 자외선은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시킨다. 이 때 분리된 산소는 지각에 노출도니 철을 빠르게 산화시키며 소모된다. 화성의 땅이 온통 붉고, 우리 행성의 흙이 붉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데 되면 홀로 남은 수소는 무척이나 가볍기에 상승하여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버린다. 이런식으로 바다가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지구의 경우에는 박테리아가 산소를 발생시켜, 지각을 산화시키고도 충분히 산소가 남아 상승한 수소와 다시 결합해 다시금 물을 생성하였다. 이로 인해 바다가 지구에서는 유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수소는 그럼에도 매우 가벼워 매년 무려 300만 톤의 수소가 우주공간으로 방출된다.


2. 어째서 석탄이 그리도 많은가

지구상의 석탄은 고생대 석탄기에 생성된 것이다. 당시에는 나무의 뿌리가 무척 약해 하나의 거목이 쓰러지면 도미노처럼 여러개가 쓰러지는 일이 잦았다. 게다가 믿기 어렵지만 당시에는 지상에 미생물이 없어 죽은 나무들이 그대로 열과 압력을 받아 탄화되어 석탄이 되었다. 즉, 지금은 도저히 자연적으로 석탄이 생성되기 어렵단 뜻이다.


3. 공룡이 등장한 이유는

앞서 멸종이 다른 생물에게는 기회의 장이 된다고 했다. 고생대 대 멸종후, 지구의 산소는 14%대로 떨어졌다. 당시 양서류들은 다리가 옆으로 나서 움직이는 동안 폐가 있는 상체가 크게 흔들렸는데, 그래서 무척 호흡이 힘들었고, 떨어진 산소비율은 더욱 치명적이었다.

 공룡들은 이점을 공략했다. 옆으로 나던 다리를 아래로 나게 했으며 초기에 이족 보행 위주로 진화했다. 이족 보행을 하면 하체와 상체가 따로 놀아 호흡에 더욱 유리했다. 또한 앞다리가 놀게되어 쥐고 할퀴는 형태로 변화해갔으며 후에는 날개로 진화하기 까지 한다. 물론 산소비중이 높아지는 중생대 중후기에는 다른 형태로 진화해간다.


4.풀의 등장

당연히 풀이 나무보다 먼저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나무가 먼저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풀이 진화의 방향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공룡의 멸종후, 조류형 공룡이 그 자리를 득세하고 있었다. 포유류들은 좀처럼 덩치를 키우지 못해 이들에게 상당세월 고전하고 있었는데, 풀의 등장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풀의 등장으로 초식 포유류가 그 섭취로 덩치를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하였고, 이를 포식하는 덩치큰 육식 포유류도 등장하였다. 이 육식 포유류가 조류형 공룡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게 된다.


5. 네안데르 탈의 멸종

네안데로 탈의 멸종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이 책에서는 네안데르 탈의 짧은 유년기를 원인으로 꼽았다. 네안데르 탈은 집단이 작고 수명이 호모 사피엔스에 비해 무척 짧았다. 그 결과 어린아이가 빠르게 성인기로 접어드는 수밖에 없었고, 이는 유년기에 놀이나 문화 전승을 통한 창의성을 말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네안데르 탈은 바늘조차 발명하지 못했는데 그로 인해 추운지역에 살면서도 제대로 된 방한복을 만들지 못해 항상 추위에 약했다. 이는 수명을 더욱 낮추고, 유년기가 더욱 살라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책에서 말하는 원인은 이것이지만 일전에 읽은 책에서는 네안데르 탈의 해부학적 구조가 언어 사용이 어려웠다는 걸 본적이 있다. 언어의 사용 여부는 진화경쟁에서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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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03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 이후》라는 책이 여섯 번째 멸종의 조짐을 소개하고, 여섯 번째 멸종 이후 인류의 미래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생 멸종 진화》에 나온 내용들이 중복되어 있어서 책 후반부만 봐도 됩니다.

닷슈 2017-04-03 12:46   좋아요 1 | URL
잘알겠습니다

커피소년 2017-04-08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는 공부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과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언제부턴가 과학에 관심을 많이 가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과학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면서도 당장에 삶과 맞닿아 있는 사회에 관심이 많이 쏠리게 되더군요.

그래서 모르고 지나간 것들.. 알지 못 하는 것들이 많았는데 닷슈님 덕분에 알고 갑니다..

닷슈님의 재미있고 유익한 글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닷슈 2017-04-08 18:10   좋아요 1 | URL
저도 과학에 관심간지 얼마안됐습니다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간에 대하여 과학이 말해준 것들 - 진화학자 장대익의 인간 탐구
장대익 지음 / 바다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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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장대익 교수의 또 다른 책으로 이번에는 인간의 5가지 특성에 대해서 진화론의 입장에서 접근했다. 늘 주장하는 인문학과 과학이 통섭된 시도를 한 것으로 생각된다. 초반 부분은 좀 재미가 없는데 뒤로 갈수록 역시 장대익 교수다라는 생각을 하면 보게 되었다. 

 5가지 부분은 탐구하는 인간, 따라하는 인간, 공감하는 인간, 신앙하는 인간, 융합하는 인간이다. 앞의 4가지는 확실히 인간 본성이라 생각되지만 마지막 융합하는 인간은 저자가 현재 인간사회에 바라는 부분이다. 따라하는 인간은 모방과 관련하여 인간의 지식을 쌓고 전수가 가능하여 문명을 이루게 된 것과 관련이 있으며 공감하는 인간은 도덕성의 발달과 그것의 동물로까지의 확장, 신앙하는 인간은 종교와 각각 관련이 있다. 

 책 내용들은 장대익 교수의 책을 꾸준히 본 사람이라면 크게 새롭지는 않다. 이 책에서 특별히 재밌게 본 부분은 두가지다. 

 

1. 가족의 탄생

 장대익 교수는 가족의 탄생에 성의 분화를 전제로 깐다. 무성생식을 한다면 당연히 가족은 필요없다. 1인 가구만 무한할 뿐. 현재 세계는 1부1처제가 보편적인 편이다. 하지만 인간의 고환의 상대적크기(고환무게/몸무게)는 일부다처인 침팬지와 완벽한 일부일처인 고릴라의 중간정도에 있다. 생물학적으로는 애매한 셈인데, 실제로 일부일처를 종교의 영향으로 완성한 서양문명이 지배적이 되기 전에는 인류 문명의 80%이상이 일부 다처제였다고 한다. 우리도 그러했고, 아직도 그러한 나라들이 많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 머리가 크고 신체적으로 상당히 미숙한 태아를 갖게 되었는데, 그 결과 남성의 장기간 보호가 요구되었다. 어머니 혼자만으로 그 미숙한 아이들 돌보는 것은 단연 무리이기 때문. 또한 남성 입장에서도 인간 여성은 배란기를 숨기는 재주를 갖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녀석이 내 아이인지 도저히 알 수 가 없으니 장기적으로 함께 거주하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2.융합 혹은 통섭

통섭이나 융합개념이 회자한지 상당히 오래이지만 나 역시 그렇고 오해가 많은 편이다. 실제로 저자는 일종의 유행처럼 들끓다가 끝나지 않을까란 우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대학이나 학교에서 융합을 교과나 과목간의 경계를 없애는 통폐합을 생각하는편이다. 물론 이것도 융합이지만, 저자는 진정한 융합이란 질문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의 주제나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교과나 학문들이 함께 협력하는 것이다. 교육계에서 말하는 주제중심의 통합인 셈이다. 

 또한 대학에서 자신의 전공과목조차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융합이 무리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게는 이렇게 말한다. 대학에서 학부생의 융합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서의 융합이라고. 즉, 연구를 해내가는 과정에서의 융합인 셈이고 그 과정에서 융합적 지식보다는 융합적 태도를 강조한다. 

 장교수는 이처럼 융합의 개념이 진정성 있게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사회의 융합은 아직 큰 도움이 안되는 야생의 밈으로 파악한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융합을 길들여진 밈으로 만드는 것이다. 비유조차 뼛속까지 진화론자다. 


장대익 교수를 잘 알건 모르건 상당히 재밌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임이 분명하다. 마지막에 또, 과학 관련 도서를 추천하는 것은 이 사람의 특징이다 매번 해결 불가능한 숙제를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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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3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섭’의 개념을 잘못 알면, 보편화된 하나의 학문이 소규모 수준의 학문들을 통합하는 걸로 인식할 수 있어요. 학생 수가 많고, 취업이 보장된 A 학과와 학생 수가 적은 비인기 B 학과를 통폐합하는 경우가 그런 거죠.

닷슈 2017-03-31 10:37   좋아요 0 | URL
그렇게 악용되기도 하는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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