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알고 있다 - 물속에 사는 우리 사촌들의 사생활
조너선 밸컴 지음, 양병찬 옮김 / 에이도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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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나 fish란 단어는 둘 다 좀 문제가 있다. 물고기는 글자 그대로 이들을 동물로 여기기 보다는 식량으로 여기는 뜻을 내포하고 있고, 영어의 fish 역시 이 단어 자체가 낚시를 하다란 뜻을 갖고 있기에 비슷하다. 이처럼 우리나 영미권 국가들 모두에게 물고기는 어떤 같은 생명체의 느낌이라기보다느 식량으로써의 수단이나 자원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도 그럴만 한 것이 우리가 사냥을 하며 육상동물을 살해하면 그들은 뜨거운 피를 뿜어내고 고통스런 표정과 소리를 내지만 물고기는 그 어떠한 표정변화없이 차가운 피를 흘리기에 크게 공감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물고기 역시 인간 또는 다른 육상의 척추동물처럼 생각을 하고 감정을 갖고 있으며 계획을 하고 협력을 하는 윤리적 대상이 될 수 있는 하나의 지각체라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책은 물고기에 대한 많은 연구사례를 제시하여 그들에 대한 오해를 풀고, 마지막으로 이런 수준을 갖고 있는 물고기인 만큼 인도적 대우를 해야 함을 주장한다. 


1.물고기의 감각

 동물은 서로 다른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고, 자신만의 지각 세계인 환경 세계를 갖는다. 물고기는 눈에 고굴절 구면 렌즈를 갖고 있어 물속에서도 사물을 뚜렷히 볼 수 있다. 특히, 해마, 베도라치, 고미, 가자미는 두 개의 눈을 독립적으로 회전 시킨다. 이는 두 개의 상이한 시야를 동시에 처리한다는 뜻인데 매우 놀라운 능력이다. 

 가자미 치어는 양 눈이 일반적인 경우처럼 붙어 있다가 성체가 되면서 눈이 모두 반대쪽 얼굴로 이동한다. 강도다리는 눈의 완전 이동에 고작 5일이 걸리면 어떤 종은 하루면 된다. 

 중남미의 배눈박이 물고기는 천연 복초점 렌즈를 갖는다. 이들은 수영하다 망막 경계선이 수면과 일치하면 수면 위는 공기를 수면 아래는 수중에 초점을 둔다. 

 수심이 깊은 받는 햇빛이 적어 수온이 낮다. 그러면 물고기는 근육기능과 뇌의 기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반응시간도 늦춰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물고기는 근육에서 생성되는 열을 활용하여 감각기관을 데운다. 황새치는 눈의 온도를 이런 식으로 수온보다 11-18도를 올리고, 먹이 추적 능력이 10배나 상승한다. 상어는 망막 뒤에 반사막이 있는데 반사막에 충돌한 빛이 상어의 눈으로 되돌아가 망막을 다시 한번 두드려 야간 시력을 2배로 올린다. 

 물고기는 수면의 밑면을 거울로 삼아 시야에 없는 물체도 본다. 물 밖에는 새로 비롯한 포식자와 곤충 갖은 먹잇감이 많기에 이를 보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수면이 거울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수면이 잔잔해야 한다. 날씨로 수면이 어지러운 날엔 물고기의 사냥 성공률은 줄어들고 역으로 새에게 잡아 먹히는 확률은 늘어난다. 

 3억년 전에 물고기는 색각을 발명했다. 현생 경골어류는 4색각자로 3색각자인 인간에 비해 더 넓은 색을 구분한다. 심지어 일부는 근자와선 영역의 빛도 보는데 그래서 22과 100종의 물고기 피부가 자외선을 반사하고 이 종은 이를 통해 물고기의 얼굴을 구분한다. 

 육상동물은 후두, 조류는 울대를 이용해 소리를 낸다. 하지만 물고기는 부레, 항문, 아가미, 이, 뼈등 다양한 기관을 이용하여 소리를 낼 수 있다. 이는 물이 공기보다 5배나 더 빠르게 소리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고기는 굳이 소리를 잡아내기 위해 귀가 필요하지 않으며 가청 역역도 넓다. 대부분 물고기는 20-20000헤르츠를 가청하나 인간은 50-3000헤르츠에 불과하다. 이처럼 청각이 예민한 물고기는 인간이 만들어낸 수중 소음에 취약하다. 해양 석유 탐사에 쓰이는 에어건은 고강도 저주파로 물고기 내부의 청각기관 내벽의 유모세포를 심각하게 손상할 수 있다. 

 물고기는 화학적 신호, 즉 냄새를 이용하여 배우자를 구하고 먹이를 찾고 위험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후각은 어둡고 탁한 수서환경에서 유용하다. 일부 물고기는 냄새만으로도 동종의 개체를 인식할 수 있다. 홍연어는 1억분의 1로 희석한 냄새를 탐지하고, 상어의 후각은 인간의 1만배다. 미국산 뱀장어는 모천수의 천만분의 한 방울도 탑지하는데 이를 통해 고향의 하천으로 회귀할 수 있다. 

 물고기는 경고용 화학물질도 방사한다. 이 물질을 슈렉슈토프라고 하는데 이는 세포에 존재한다. 매우 연약하여 상처가 나면 세포에서 파열되어 쉽게 방출된다. 물고기의 피부 1mg을 천분의 1로 잘라 14리터 수조에 넣어도 다른 물고기는 이 물질을 감지해 공포에 휩싸인다. 수 많은 경골어류가 일 물질을 갖고 있다. 진화상 이점이 있는 것이다. 

 물고기는 미각도 있다. 다만 물을 통해 맛을 느끼기에 미각을 느끼는 맛봉오리가 육상동물과는 다르게 전신에 분포한다. 입과 콧구멍에도 있으며 그 어떤 척추동물보다 많은 맛봉오리를 갖는다. 40cm의 얼룩 메기는 전신에 68만개 맛봉오리를 갖는데 이는 인간의 100배다. 물고기는 민감함 미각만큼 개체별로 식성이 크며 먹이를 가린다. 

 물고기는 살아있는 내비게인션이다. 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방향을 찾는데 지구자기장, 후각, 시각을 사용한다. 이중 지구 자기장 탐색은 세포수준에서 이뤄진다. 물고기 개별세포에는 자철석 입자가 있는데 세포막에 단단히 붙어 자기력선을 향해 이끌리므로 연어가 방향을 바꿀때마다 세포막 위에서 회전력이 생성된다. 

 물고기는 측면에 측선이 존재하는데 이 측선은 어두운 선으로 각각의 비늘에 움푹한 부분이 존재하여 그림자를 드리우기 때문이다. 측선엔 감각세포의 집합체인 신경소구가 모여있는데 털 모양의 돌기를 갖고 있어 물고기의 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와류와 수압이 신경소구의 털을 휘게 하여 자극을 촉발해 뇌에 전달한다. 이 측선은 마치 음향탐지시스템처럼 작동했고 이로 인해 떨어져 있는 물고기의 움직임이 서로 접촉한 것처럼 잘 전달된다. 물고기는 이런 전달된 신호로 인해 시각영상에 비견되는 유체역학영상을 구현한다. 

 지구 생물중 전기자극을 지각하는 생물은 단공류와 바퀴벌레, 벌을 빼곤 물고기들이 유일하다. 경골어류 중에서도 300종 만이 이 능력을 보유했다. 상어, 가오리류는 전기를 탐지하나 생산하진 못한다. 굶주린 메기나 상어는 모래 밑 15cm에 숨어 있는 물고기의 심장박동도 탐지가능하다. 전기뱀장어는 낮은 전압을 사용하여 혼탁한 서식지에서 길을 찾는다. 이 녀석은 전하생성기관이 꼬리의 근육구조속에 존재하여 전기를 한꺼번에 방출하여 600v 전압으로 상대를 죽이거나 제압한다. 

 은상어나 칼고기들은 약한 전기신호로 서로 의사소통한다. 은상어는 고속 전기기관 방전으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전기의 속도, 지속시간, 진폭, 주파수를 변동시켜 종, 성별, 나이, 덩치, 위치, 거리, 성향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전기신호는 종마다 서로 달라 종 식별에도 이용되며 포식자의 위치파악, 짝짓기에도 이용된다. 일부 포식자는 영리하여 이 전기신호를 탐지해 역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2.물고기의 느낌, 생각, 사회생활

 물고기는 우리의 통념과는 다르게 통증을 느낀다. 송어에게 벌독과 식초를 주입하고 물에 넣으면 아가미의 개폐수가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는 스트레스의 징후다. 그리고 이들은 통증으로 먹이에도 관심을 한동안 보이지 않는다. 물고기의 가장 민감한 통각 수용체는 눈, 콧구멍, 꼬리, 가슴, 등 지느러미에 위치한다. 이는 인간의 경우 얼굴 손처럼 사물을 감지, 조작하는 부위다. 물고기는 통증을 느끼에 모르핀 같은 진통제에도 반응하는데 이는 통증을 감지한다는 또 하나의 증거다.

 감정은 오래 전에 진화한 뇌회로와 연관된다. 모든 척추동물이 이 회로를 공유한다. 감정은 호르몬과 관련하는데 경골어류와 포유류의 신경내분비 반응은 사실상 동일하다. 인간은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사회성이 좋아지는데 어류는 이소토신이 이에 해당하고 이소토신을 부여받은 물고기는 실제 폭력성이 감소하고 사회성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물고기는 놀이도 즐긴다. 물고기의 어항에 온도계를 넣은 실험에서 3종류의 물고기는 밀면 올라갔다 다시 내려오는 온도계의 특성을 이용해 놀이를 즐겼다. 심지어 물고기는 어항 밖에 고양이와 노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하며 자연상태에서도 물밖으로 점프하는 놀이를 즐긴다. 

 물고기는 인지능력 및 기억능력도 우수하다. 물고기 프릴린 고비는 인간처럼 지형을 기억하는 인지지도를 이용한다. 한 개체군은 전체 지형을 학습할 기회를 주고 물을 빼고, 다른 개체군은 학습기회를 주지 않고 물을 뺐을 경우, 자극을 준 경우 학습한 개체군이 지형을 기억하고 안전한 웅덩이로 97%의 확률로 피신했다. 문제는 40일 이후에 시행한 시험에서도 지형을 기억했다는 점이다. 

 장완 흉상어는 엔진을 끈 선박을 이용한다. 이 똑똑한 상어는 선박이 엔진을 껐다는 사실이 고기잡이가 끝났음을 학습하고, 소리가 중지되면 선박 인근으로 접근하여 인간이 잡은 물고기를 거져 수확한다. 

 대개 물고기는 새에게 사냥을 당하는 편이지만 일부 물고기는 새를 사냥하기도 한다. 타이거 피시는 수면에서 제비를 쫓거나 기습적으로 점프하여 제비를 사냥한다. 제비는 수면근처가 먹을 것이 많고 빠르게 날 수 있기에 저공비행을 선호하는데 그러다 사냥을 당하고 마는 것이다. 이외에도 큰입 배스, 강꼬치고기등의 포식 어류도 수면 가까운 암초 위에 앉은 작은 새를 사냥하곤 한다. 

 물고기는 동종을 정확히 인식하고 동종끼리 어울리는 것을 선호한다. 물고기는 집단을 이루는데 떼와 무리가 있다. 떼는 상대방의 존재를 알고 그룹 안에 머무르려 노력하나 각자 독립적으로 헤엄을 치며 언제든지 다른 방향을 향할 수 있다 .반면 무리는 떼 지음보다 더 혼연일체가 되어 같은 속도, 방향, 간격으로 같이 수영한다. 떼는 단체로 수렵채취를 하고 무리는 단체 이동을 하는데 무리가 더 오래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무리 짓기는 여러 이점이 있다. 우선 이동이 용이하다.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면 움직이는 방향으로 해류가 형성되어 저항력이 줄고 이동효율이 60%나 상승한다. 그리고 포식자를 탐지하기 쉬우며,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숫자의 힘이 있다. 무리가 포식자를 만나면 두 가지 이점이 생긴다. 우선 혼동효과로 비슷한 먹잇감이 너무 많고 빠르게 움직이니 포식자를 특정 개체를 찍어 사냥하는데 혼돈을 겪는다. 둘째는 분수효과다. 무리는 포식자를 만나면 빠르게 양방향으로 갈라졌다. 포식자 뒤에서 뭉치고 이 과정을 반복하는데 회피능력이 상당히 올라간다. 

 물고기의 청소행위는 독립적으로 여러 번 진화했다. 전 세계 다양한 서식지에서 발견되는데 청소부 물고기는 보통 고객을 기다리나 고객이 너무 많아 주체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청소 물고기의 존재는 매우 중요한데, 한 실험에서 특정 지역의 청소 놀래기를 모두 제거하자 해당 산호초의 물고기 다양성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개체수는 1/4까지 감소했다. 청소부 물고기가 하루 제거하는 기생충은 하루 평균 1218마리다. 한 물고기를 가두고 청소를 차단했더니 12시간 만에 무려 기생충수가 4.5배나 증가했다. 

 청소부 물고기와 고객의 관계는 무작위적이지 않다. 이들은 수주 접촉을 유지하며 신뢰감을 쌓는다. 청소 물고기는 자신에게 찾아오는 고객을 모두 기억하며 심지어 방문 빈도도 기억한다. 오랜만에 찾아오는 고객에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는데 이는 그가 기생충, 즉 먹잇감을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며 청소 물고기는 놀랍게도 이를 다 기억하고 관리한다. 

 사실 청소 물고기는 기생충보다는 고객의 점액질을 더 선호한다. 이것이 더 맛이고 영양가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액질은 고객에겐 비싸게 생성한 물질이고 먹힐시 통증을 유발한다. 그래서 청소물고기는 물고기가 접촉을 좋아하는 성질을 이용해 오래도록 정성껏 마사지를 한 후, 점액질을 먹곤 한다. 

 물고기에게도 문화가 있다. 물고기는 연장자 물고기에게 짝짓기 터나 사냥터, 서식지에 대한 학습을 받는다. 지식 승계를 위해서는 사회적 결속력과 정보에 능통한 개체의 비율, 정보에 능통한 개체들의 특정 목적의 선호도가 중요하다. 그런데 인간의 물고기 남획으로 물고기들의 문화가 단절되고 있다. 특히 인간은 큰 물고기(연장자 물고기)를 사냥에서 더 선호하기에 문화단절이 더욱 극심하다. 이처럼 생존에 유리한 전통이 단절되어서 인간의 물고기 개체수 회복을 위한 노력에도 붕정적으로 작용하는 면이 있다.

 물고기는 협동사냥을 하기도 한다. 꼬치고기 무리는 나선형으로 헤엄을 쳐서 멋잇감을 얕은 곳으로 몰아 쉽게 사냥을 한다. 참치대는 포물선 모양으로 사냥을 한다. 심지어 물고기는 이종간에도 사냥을 하는데 그루퍼와 곰치는 같이 협력 사냥을 하며 때론 인근에 사냥감이 없어도 서로 의사소통을 하여 사냥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물고기는 집단적 의사결정도 한다. 물고기 한 마리가 잠재적 식량원을 향해 나아갈 때 다른 물고기들은 지느러미를 이용하여 그에 따를 것인 말지를 결정한다. 합리적 의사결정의 이득은 집단의 크기가 커질 수록 결정의 속도와 정확성이 증가한다. 연구자들은 크고 건강해보이는 물고기와 작은 약해 보이는 물고기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하고 나머지 집단이 어디를 따르는지 실험해 보았는데 당연히 물고기들은 크고 강한 개체를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의 크고 건강함이 생존에 대한 성공적 경험을 많이 했다라는 하나의 지표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3.물고기의 짝짓기

 대다수의 물고기는 암수 딴 몸이다. 하지만 일부는 유니섹스다. 유니섹스는 암수가 동시에 한 몸에 나타나거나 순차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짝을 찾기 힘든 심해에서는 암수가 한 몸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연령과 몸짓에 따라 성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물고기의 일부 종은 수컷이 암컷을 독차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몸이 작을 때는 암컷을 유지하다 몸이 커져서 암컷을 차지하기 용이해지면 수컷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흰동가리는 몸집, 서열, 성별로 사회질서를 유지한다. 흰동가리는 덩치가 가장 큰 두 개체가 무리를 지배하고 나머지들은 몸 집대로 서열을 형성하고 모두 수컷이다. 큰 둘이 번식개체로 암컷이 가장크고 두 번째가 수컷이다. 하급자들은 모두 두 마리의 강압에 의해 섭식이 제한되어 성장과 발육이 억제된다. 소식하여 성장이 억제되면 장수하기에 번식 수컷이 죽는 경우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시클리드는 암컷이 알을 낳는 안식처를 마련한다. 안식처의 높이와 깊이가 수컷의 건강상태와 양호한 유전자 풀을 상징하는 지표다. 암컷 갈색 송어는 한껏 달아오른 수컷 앞에서 몸을 부를 떨며 알을 낳는데 수컷은 이에 맞춰 사정한다. 하지만 때론 이 암컷이 거짓으로 알을 낳는 시늉을 하여 수컷을 낭패를 보게 만든다. 수컷의 정력을 시험하는 것이다. 다시 사정할 수 있는지. 

 일부 20종의 메기는 특이하게 구강 성교를 한다. 이 메기는 수컷이 암컷의 구강에 사정하는데 이 경우 특수한 매커니즘이 작동해 불과 4초 정도만에 정액이 암컷의 내장을 통과해 항문을 나와 알에 도달한다. 이것의 장점을 배달사고가 나지 않는 것과 수컷입장에서 암컷의 알을 확실하게 독점하는 효과다.

 물고기 납줄개는 조개인 홍합의 사이펀에 산란한다. 그러면 수컷이 홍합의 사이펀에 역시 사정하는데 수정된 알이 안전하게 홍합의 껍질안에서 자라난다. 홍합이 이를 허용하는 것은 자신도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홍합은 자신의 알이 성숙해지면 입을 열어 납줄개 치어를 알과 같이 방출한다. 자신의 알이 납줄개 치어에 한동안 붙어서 이동하기에 자손들이 멀리 퍼지는 이점을 갖게된다.

 물고기는 양육행동도 한다. 양육행동은 최소 22번 진화했고 물고기의 1/4정도가 양육행동을 한다. 나미의 시클리드인 디스커스는 특별한 점액질을 생산해 치어에 먹인다. 이 점액질은 항생물질과 고영양을 포함한다. 상어나 메기는 영양란을 만들어 치어에게 먹인다. 

 물고기는 새끼를 지키거나, 둥지나 피난처에 알을 숨기거나 혹은 입이나 파우치로 알을 운반해 알을 보호한다. 스프레잉 카라신은 놀랍게도 공중에 매달린 나뭇잎에 알을 낳는다. 암컷이 먼저 점프해 알을 낳아 나뭇잎에 붙이고 이어 수컷이 사정한다. 이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나뭇잎에 수십개의 알이 수정되어 붙어 있는다. 수컷은 이후 2-3일간 1분 간격으로 알에 물을 부어 성장을 촉진시킨다. 

 구강포란은 새끼를 널찍한 입에 넣어 운반하는 방식이다. 4대륙의 9개과의 물고기가 구강포란을 한다. 시클리드는 총 2천종중 무려 80%가 구강포란을 한다. 구강포란은 많은 새끼를 보호하진 못한다. 공간의 한계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높은 생존율을 보장한다. 구강포란은 안전하지만 이를 수행하는 수컷에 극한을 요구한다. 구강포란을 하는 동안 수컷은 식사를 하지 못한다. 1개월간 금식해야 하기엔 때론 굶어죽거나 도무지 참지 못해 그냥 알을 삼키는 경우도 간혹 있다. 

 물고기는 협동번식도 한다. 시클리드 도우미는 번식쌍의 일과 새끼 보호를 위해 청소와 부채질, 번식지에서의 모래와 달팽이 처리, 영토지키기를 수행한다. 이들은 헌신적이지만 일부 수컷 도우미는 간혹 번식 암컷과 바람을 피운다. 이 빈도는 4번 중 1번 꼴이다. 번식 수컷 입장에선 통탄할 노릇이지만 꼭 나쁘지만은 않다. 도우미는 이런 바람으로 인해 어떤 경우든 도우미 역할에 높은 충성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4. 인도적으로 물고기 다루기.

 물고기는 인간에 의해 매우 비참하게 살해당한다. 어업 선박에게 포획되는 경우 물고기는 수백에서 수천마리가 한꺼번에 잡히고 올려져 아래 있는 개체는 엄청난 무게에 깔려죽고 나머지는 스트레스나 질식사한다. 물고기가 질식사하는 시간은 10분 정도로 생각보다 길다. 특히 일부 어선은 선도를 위해 바로 물고기를 얼음탱크게 넣곤 하는데 이 경우 질식에 걸리는 시간에 몇 시간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해저의 물고기는 잡히는 과정에서 수면으로 급상승하기에 감압에 의해 장기가 망가져 죽기도 한다. 또한 낚시를 하는 경우 미늘에 의해 큰 상처를 입는다. 낚시꾼은 잡기만 하고 물고기를 놓아주는 경우도 있는데 잡히는 과정에서 낚시꾼의 손길, 뜰채, 낚시바늘에 의해 점액질이 손상되어 세균감염과 부상으로 죽는 경우도 상당하다. 

 무책임한 어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많이 일반화했지만 낚시에 대한 비판적 의식은 부족한 것에 대해서도 저자는 많은 비판을 가한다. 물고기들은 부속어업으로도 희생당한다. 대부분의 선단은 표적 물고기가 있는데 당연히 바다의 생태계가 당연하니 필요없는 물고기도 마구 잡이로 잡혀 쓸데없이 희생된다. 전체어획의 대충 40%가 이런 부속어업으로 추정된다.

 책에 언급된 것처럼 물고기는 웬만한 육상척추동물처럼 생각과 계획을 하고 감정을 느끼고 통증이 있으며 서로 협력하고, 양육을 하는 지각체이다. 육상동물이 물속에서 전혀 감정 및 소리를 지를 수 없는 것처럼 물고기도 공기중에서 그런 것을 할수 없고 표정이 없기에 우리가 그것을 느끼지못하는 것 뿐이다. 때문에 물고기에게도 최근의 흐름처럼 인도적인 대우를 해야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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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1-12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본디 육상동물들은 물고기에서 진화한 양서류의 육상진출에서 비롯되었지요.

닷슈 2024-01-13 08:4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그래서 인간 및 다른 척추동물과 공유하는 부분이 많더군요.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벨리의 존재론적 물리학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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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에서 과학 혁명이 일어난 이후로 우주와 세계를 보는 관점은 혁명적으로 변해왔다. 인간과 지구는 우주에서 상당한 우연으로 생겨난 매우 독특한 존재다. 하지만 이 무한에 가까운 방대한 우주에서 매우 작은 부분에 불과한 곳에서 일시적으로 생겨난 인간 존재가 우주 전체의 원리를 파악해 나간다는 것은 무척 놀라운 일이다. 이 책은 그 놀라운 과정과 최근의 논의를 정리한 책으로 무척 체계적이다. 

 우주와 세계를 파악하는 주요 패러다임의 전환은 뉴턴 역학-패러데이 맥스웰의 전자기학-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양자역학-양자중력이론으로 이어진다. 책에 나온 도식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뉴턴]                 (공간)       (시간)       (입자)


[페러데이, 맥스웰]   (공간)       (시간)       (장)     (입자)


[특수상대성이론]            (시공)              (장)       (입자)


[일반상대성이론]                     (공변장)             (입자)


[양자역학]                   (시공)               (양자장)


[양자중력이론]                         (공변양자장)


 위 도식을 보면 서로 별개의 것으로 바라보았던 공간과 시간, 입자가 결국 원리 상 통일 된 것으로 인식 과정이 변화해나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뉴턴 역학은 공간과 시간이 존재하고 물질은 원자 같은 작은 입자라는 전제로 만들어졌다. 이는 상당히 정확하고, 오늘날의 거시 세계에서도 사용된다. 뉴턴은 시간이라는 것은 결국 그 자체를 측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넘어갔다. 그리고 뉴턴 물리학에서 속도는 절대적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해 상대적인 것이었다. 

 다음 세대인 맥스웰의 방정식은 빛이 무엇이지 우리에게 말해 주었다. 그는 자신의 방정식에서 역선들이 파도처럼 물결칠 수 있음을 알아내고 그 파동의 움직이는 속도를 계산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것이 빛의 속도와 일치했다. 결국 빛은 전자기파의 주파수였던 것이다. 그리고 맥스웰 방정식은 빛의 속도를 결정했다. 속도가 상대적이라는 개념이 흔들리는 것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으로 공간과 시간 개념을 흔들었다. 그는 절대적인 동시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우주는 지금 존재하는 사건들의 집합이 아니고 그래서 우주의 모든 사건들의 집합은 하나의 현자가 다른 현재를 뒤따르는 사건들의 연속으로 기술될 수 없다고 보았다. 사건은 빛으로 전달되는데 빛의 속도 제한으로 사건이 서로 멀리서 일어날 수록 상당히 큰 시간차를 두고 내게 일어나게 된다. 때문에 현재는 상당히 연장된다. 이것이 동시성의 상대성이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자기장이 전기력과 자기력을 나르는 것처럼 공간도 중력장임을 밝혔다. 공간은 장이기에 물결치고 요동치는데 이로써 공간은 더 이상 물질을 담는 비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물질적인 것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시공의 리만 곡률은 물질의 에너지에 비례하는데 이는 물질이 많은 곳에서 더 많이 휜다는 뜻이다. 그리고 휘는 것은 공간 뿐만 아니라 시간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시간도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주변의 질량에 따라 늘고 줄고하는 것이 된다. 

 다음으로 양자역학이 등장한다. 양자역학의 기초 아이디어는 세 가지로 입자성, 비결정성, 관계성이다. 양자역학은 아인슈타인의 중요한 생각에서 촉발되었다. 아인슈타인은 브라운운동에서 물질의 입자구조에 대한 증거를 발견했으며 바로 그 가설을 빛에도 적용하여 빛도 입자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 즉, 빛을 포함한 모든 사물의 바탕에는 입자성이 있다. 색은 빛의 진동수, 즉 빛을 방추하는 전하들의 진동에 의해 걸정된다. 이 전하는 원자 내부를 도는 전자들이다. 뉴턴 역학에 의하면 전자는 어떤 속도로든 원자 핵 주위를 돌 수 있고 그 어떤 진동수의 빛도 방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원자는 특정색을 지닌다. 이는 그들이 가진 것이 연속이 아닌 불연속적인 특정한 것임을 뜻하는 것이다. 보어는 이를 전자의 에너지가 오직 양자값을 갖는다고 가정하여 해결하였다. 또한 전자도 핵으로부터 특정 궤도에만 존재하고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움직이는 불연속적인 양자도약만 가능하다고 보았다. 

 양자역학의 입자성은 입자가 특정 값만을 지닌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이 갖는 의미는 한 체계 내에서 존재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 계가 유한하고 그곳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입자인 양자로 구성되고 그 양자가 불연속적이고 양자화한 특정 값을 갖는다면 당연히 정보는 유한해진다.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가능한 상태들의 수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비결정성은 장의 양자인 전자나 광자는 공간에서 경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어떤 것과 충돌할 때 특정시간, 특정장소에 나타날 확실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즉, 모든 변수가 끊임없이 요동치는 것이다. 

 관계성은 양자들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입자가 어디에 있는지 기술하지 않고 입자가 어떻게 다른 것에게 자신을 드러내는지 기술한다. 존재하는 사물은 가능한 상호작용의 세계로 환원된다.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은 세계를 다른 스케일에서 매우 잘 설명한다. 하지만 양자가 융화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중력장은 양자역학을 고려하지 않으며, 장들이 양자화된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고 기술된다. 그리고 양자역학은 시공이 휘어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따른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고 공식화한다. 즉, 양자역학은 시공의 곡률을 다룰 수 없고, 일반 상대성 이론은 양자를 감안하지 않는다. 

 이는 공간이 무한하여 무한하게 쪼개질 수 있다는 가정에서 비롯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공간은 무한히 쪼개질 수 가 없다. 입자를 아주 작은 영역에 두고 관찰하려고 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입자가 매우 빠른 속도를 가진다는 것은 매우 큰 에너지를 갖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에너지가 큰 것이 있으면 해당 공간은 상대성이론에 의해 휘어지게 된다. 그러면 아주 작은 영역에 매우 큰 에너지가 있어 모든 지역에 블랙홀이 생길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때문에 입자가 빠르게 움직이더라도 블랙홀로 변하지 않을 만한 최소 공간 크기가 전제될 수 밖에 없으며 이 공간의 최소 크기가 플랑크 길이다. 

 여기서 양자중력이론이 탄생한다. 양자중력의 기본 방적식은 훨러-드위드 방정식에서는 해가 나오는데 이는 닫힌선 또는 루프를 의미한다. 그래서 양자중력이론에서는 모든 것이 양자화하는데 이는 이 선들이 유한한 수의 별개의 가닥을 가진 실제 거미줄과 비슷해진다. 이는 공간 속의 장이 아닌 공간 자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선들이 만나는 점인 노드가 존재하고 이 노드는 공간의 부피를 의미한다. 선들은 개별 부피를 연결하는 것이다. 각 노드들은 공간을 이루는 기본 양자가 된다. 때문에 공간은 당연히 불연속적인 값을 갖는다. 양자중력이론의 핵심은 공간은 연속적이지 않고 무한이 나눌수 없으며 공간의 원자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가장 작은 원자핵읜 10억분의 10억분의 1보다 작다. 

 공간의 양자상태를 기술하는 그래프는 각 노드에 대한 부피와 각 선에 대한 반-정수로 특정지어지는데 이런 그래프를 스핀 네트워크라고 한다. 스핀 네트워크는 중력장의 양자상태를 나타낸다. 공간의 양자들은 어느 공간의 양자와 인접해 있는지 어느 것이 어느 것 옆에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있다. 이 정보는 그래프의 링크로 표현되어 있고 링크로 연결된 두 노드는 인접한 두 공간의 양자다. 

 공간인 스핀 네트워크는 양자역학에 의해 고정적 실체가 아니다. 전 영역에 걸친 확률의 구름이다. 즉, 물리적 공간은 관계망을 통해 끊임없이 몰려드는 관계로 생겨난 조직이다. 이 선들은 그 자체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서로 간의 상호작용으로 장소를 만들어낸다. 

 전자는 양자역학에 의해 원자의 핵속으로 추락하지 않는다. 마치 양자가 본성적으로 반발력이 있어 전자가 핵에 너무 가까이 다가올 때 전자를 밀쳐내는 것만 같다. 때문에 양자역학에 의해 우주는 수축으로 인해 한없이 붕괴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우주는 또 다른 우주가 공간과 시간의 확률 속에서 용해되어 있는 이러한 양자적 국면을 거쳐 붕괴한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최대 속도의 존재, 양자역학은 최소 정보의 존재, 양자중력은 최소 길이의 존재를 밝혀냈다. 시간은 공간과 다르게 직접 측정되지 않는데 시간의 단위는 빛이 플랑크 길이를 지나는데 걸리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의 기원은 열의 기원과 유사하다. 우리는 시간을 주변의 변화로 감지하는데 바로 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현상이 벌어질 때마다 언제나 열이 발생한다. 그리고 열은 많은 변수들을 평균화한 것이다. 열의 개념은 우리가 많은 변수들이 평균량과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에서 나오며 열의 시간 아이디어도 시간의 개념 또한 우리가 많은 변수들의 평균량과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착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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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구조론 - 아름다운 지구를 보는 새로운 눈
김경렬 지음 / 생각의힘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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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교 시절 판구조론을 배운 적이 있다. 베게너가 만든 것으로 우리 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이 매우 조금 씩이지만 움직인단 이론이다. 지금은 무척 당연하게 생각되는 판 구조론은 사실 이론으로 확립되는데 오랜 기간이 걸렸다. 사람들은 지구 내부에 대해서 알지 못했으며 이 거대한 구조물인 지각이 움직인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으로 광범위한 증거가 쌓이고 나서야 판구조론은 정설이 된다.

 베게너는 독일의 기상학자로 판구조론을 주장했다. 그가 보기에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연안은 생김새가 마치 퍼즐의 조각처럼 상당히 유사했고 실제로 특이한 지질학적 구조나 동식물들의 화석이 공통적으로 등장했다. 또한 일부 대륙의 지층에서만 나타나는 극단적인 기후 변화의 증거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었다. 베게너의 주장은 일축되었는데 그가 1차대전의 전범 국인 독일 출신인데다 감히 기상학자인 주제에 지질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도무지 전문성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시엔 지구 내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당시 사람들은 지구의 내부는 서로 관통된 공동들이 산재해 있는 고체 정도로 여겼다. 이 관통된 공동은 두 가지 종류로 한 종류는 비어 있거나 부분적으로 물이 차 있고, 광활한 지하의 강이나 바다를 엮은 거대한 연결망이다. 다른 하나는 바로 여기에 물 대신 뜨거운 물과 용암이 자리한다. 세계의 기후는 바로 이 공동에 뭐가 흐르냐에 따라 갈리는데 화산이 많고 뜨거운 지역은 용암이 서늘하고 축축한 지역은 물이 아래에 있다고 생각했다. 당대의 소설 해저 2만리 같은 소설은 바로 이런 당대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이후 몇 가지 발견이 일어난다. 우선 지구의 질량이다. 지구의 질량을 1799년 캐번디시가 마침내 측정하였는데 이로 인해 지구 내부의 물질 추정이 가능해졌다. 부피는 익히 알고 있었으니 질량만 구하면 밀도는 자연히 나오는 것이었다. 지구의 무게는 6조kg의 1조배에 달했는데 지구의 부피를 감안하면 지구의 밀도는 5.24g/cm3여야 했다. 지표의 암석대는 겨우 2.5-3에 불과했기에 그러면 지구 내부는 밀도가 거의 8-10에 달해야 했다. 이러려면 지구 내부의 물질은 마땅히 액체나 금속이었어야 했으나 당대의 학자들은 액체의 고체는 압축될 수 없다고 믿었기에 놀랍게도 지구 내부는 기체가 초고압으로 압축되었다고 생각했다.

 다음의 발견은 지진파다. 지진파는 p파, s파, 표면파가 있다. 언급한 순으로 도착하는데 이외에도 이들은 지나는 물체에 따라 속도가 바뀌거나 아예 지나가질 못한다. 이로 인해 지구 내부에 대한 추정이 가능해졌고, 핵의 크기도 알게 되었다. 핵의 반지름은 2900km정도이며 외핵은 액체, 내핵은 고체임을 밝히게 되었다.

 또 다른 발견은 대서양 해령의 확장이다. 해저소나의 개발 등으로 이 시기엔 해저의 지도 작성이 가능해졌다. 해저의 지형은 통념과 다르게 지상과 다를 바 없었다. 대서양 중앙해령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암석의 자기층이 좌우가 대칭이었다. 지구 자기장은 주기적으로 극이 바뀌며 이로 인해 암석이 매번 반대 방향으로 자화된다. 그런데 가운데를 중심으로 좌우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암석대가 심지어 자화 방향까지 같았던 것이다. 이는 대서양해령을 중심으로 해저가 좌우로 확장됨을 말해주는 결정적 증거였다. 학자들은 지각의 아래 부분도 매우 단단할 것으로 추정하였는데 이런 발견들을 토대로 지각 바로 아래층이 연약권이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1960년대 들어 판 구조론은 확립된다. 우선 지구의 약 100km 두께의 표층은 해저산맥, 해구 등을 경계로 하는 10여개 조각으로 나뉘어 지며 이들은 상대적으로 운동을 한다. 그리고 판의 경계는 지질적으로 불안정하기에 여기서 지진이 발생한다가 된다. 판의 생성과 소멸은 주로 해양 지각에서 일어난다. 증거로는 우선 해양지각의 퇴적물 양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해양지각이 매우 오랜 기간 존속되었으면 퇴적물의 양이 상당해야하지만 의외로 축적량이 적다. 또한 해양지각은 암석이 어리다. 가장 오래된 해양지각의 암석이 1억년 수준인데 육상에선 40억년 짜리도 있다. 해양지각이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지점이라는 증거다.

 판의 경계는 3가지로 발산형과 수렴형, 변환단층형이 있다. 발산형은 지각이 생성되는 곳으로 대서양 해령과 동아프리카 지구대가 있다. 수렴형은 판이 서로 부딪혀 소멸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또 세 종류가 있다. 우선 해양판끼리 부딪히는 경우로 양자가 밀도가 비슷하여 한 쪽이 앞서가는 해양판 밑으로 섭입한다. 해구가 생성되고 해구 앞에는 화산섬이 생성된다. 마리아나 제도나 일본, 사이판이다. 해양판과 대륙판이 부딪히는 경우 해양판이 무거워 섭입하고 대륙은 그 위로 솟아로른다. 그래서 앞바다엔 해구가 생기고 대륙쪽은 높아지는데 안데스 산맥과 그 앞의 칠레 해구가 여기 해당한다. 대륙판끼리 부딪히는 경우는 둘다 가벼와 가라앉지 않고 주름이 생기며 밀착한다. 인도와 아시아가 충돌한 히말라야 산맥, 티베트 고원, 과거 남중국과 북중국의 통일로 생긴 중국대륙이 여기 해당한다. 

 변환 단층형은 발산형 경계와 그 반대편의 수렴형 경계가 하나의 판을 만들려면 이들을 연결시켜 주는 경계가 필요한데 바로 여기 해당한다. 이 부분은 바로 인접한 두 판이 서로 수평적으로 미끄러지는 곳인데 미 서부 연안의 샌안드레아스 단층이 여기 해당한다. 이 변환 단층은 대개 버티다 100년 정도 주기로 미끄러지며 그 간의 스트레스를 발산해 지진을 일으킨다. 

 사실 지구의 껍데기인 판을 움직이는 거대한 힘은 지구 내부에 있다. 지구 내부엔 상당한 열이 축적되어 있는데 우선 방사성 물질의 붕괴에서 오는 열과 지구 생성 초기 수많은 운석에 충돌하면 발생한 열이 내부에 갇혀있다. 이 초창기의 열은 암석대에 섞여 있던 니켈이나 철등을 거대한 열로 녹였고 유동성이 확보되자 이들 금속은 중력에 의해 핵으로 스며들었다. 관측결과 지구 내부에는 거대한 2-3개의 상승류가 존재하며 이들은 판을 움직이는 중요한 힘으로 작용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지구 내부와 외부의 열 차이에 의한 대류다. 그 매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우선 고온의 외핵이 핵-맨틀 경계부의 맨틀 물질 일부를 가열하여 상승류를 형성한다. 이들이 지표에 도달하면 하와이 제도 같은 화산 섬이 형성된다. 핸-맨틀 경계부의 넓은 면이 가열되면 중심부 물질이 상승하기 시작하며 거대한 원통형의 통로가 생성된다. 많은 물질이 상승하면 거대한 상승류가 생겨나고 이들은 상부 맨틀 및 하부 맨틀의 경계면(670km)까지 도달한다. 그리고 이 때 경계면의 위아래의 압력 차이로 스피넬 구조에서 감람석 구조로 바뀐다. 이들은 대개 경계면을 따라 수평으로 퍼지면서 가지를 치며 상승하여 약 100km두께의 판의 하부에 도달한다. 이들이 판을 뚫고 지표면까지 나오게 되면 아프리카 열곡대 같은 열점이 되며, 판에 균열을 내어 올라와 해양저 산맥과 같은 확장 축을 이룬다. 해양저의 확장축으로 상부 맨틀의 물질이 계속 올라오며 해양지각을 덮어 나가며 옆으로 확장한다. 오랜 기간 해양지각은 서서히 식어가며 밀도가 높아져 가라앉으며 섭입하게 된다. 이들은 무려 상하부 맨틀의 경계로 까지 내려가 다시 옆으로 퍼진다. 위에서는 계속해서 물질이 내려오는데 그러면서 덩어리가 매우 커진다. 이 압력으로 덩어리의 감람석은 다시 스피넬 구조로 바뀌게 되며 더욱 무거워지면 하부 맨틀의 바닥까지 떨어지게 된다. 이 거대한 무게의 하강류가 그 강대한 압력으로 액체인 외부 맨틀을 강타하게 되고 액체의 특성상 그 받은 압력은 다른 곳을 자극하여 솟구치게 된다. 즉, 다시 거대한 상승류가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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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2-25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0억년이라니... 상상이 안 됩니다요. 즐거운 성탄절 보내십시오.^^

닷슈 2023-12-26 10:11   좋아요 1 | URL
40억년이면 아마 지구에 대규모로 운석이 충돌하던 시점의 종료와 대충 맞물릴 것 같습니다. 하여튼 상상이 안가는 세월이죠. 연말 잘 보내십시오.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 - 뇌과학과 성선택으로 풀어본 성적 미학의 탄생
마이클 라이언 지음, 박단비 옮김 / 빈티지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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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의 추동력은 환경 압박과 성 경쟁이다. 산업 시대 영국에서 대기가 스모그로 뒤덮이자 그을린 나무의 색과 비슷한 회색 나방이 우세종이 된 것은 환경 압박에 대한 진화다. 반면 유지비만 많이 들고 비행 및 생존 등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수컷 공작의 화려한 날개는 성 경쟁의 산물이다. 성선택은 이처럼 개체의 생존에 그닥 도움이 되지 않기에 진화론의 창시자 다윈에겐 상당한 고민이었다. 물론 그는 이를 과학적으로 인정하고 분석한 성선택에 관한 책을 펴냈다. 책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는 이 성선택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재밌게도 오히려 환경압박보다 성선택이 더 큰 진화요인이라 주장한다. 

 성선택이 이뤄지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우선 생물종이 당연히 유성생식을 해야한다. 그리고  번식 때 성비율의 균형이 무너저야 한다. 그래야 성경쟁을 하고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생물은 암수 성비가 비슷하지만  번식 때는 성비율의 균형은 대개 무너진다. 이는 수컷은 거의 항상 생식이 가능하지만 암컷은 수정이 이뤄지면 상당기간 생식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번식을 원하는 수컷은 항상 많지만 그것에 응해줄 암컷의 수가 적기에 성경쟁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설사 암컷의 수가 수컷과 1:1대응이 되거나 암컷이 많은 경우라도 상당수 종의 강력한 수컷들은 많은 수의 암컷을 독차지해 다른 수컷의 짝짓기를 방해한다. 때문에 그런 종의 수컷들은 늘 암컷 부족과 경쟁에 시달린다. 다른 전제는 이 성 경쟁에서 미적인 요소를 인식할 감각 기관과 그를 바탕으로 이를 미로 인식한 암컷의 두뇌발달, 그리고 암컷이 미적인 것으로 수컷의 행동이나 신체요소, 혹은 그의 확장형의 발현이다.   

 언급한 것처럼 저자는 성선택이 더 강한 진화의 추동력이라 주장한다. 그럴만도 한 것이 도킨스가 말한 것처럼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유전자의 전달을 위해 생성된 생존기계이기 때문이다. 결국 생존의 목적인 번식이고, 결국 길게 생존을 하는 이유는 번식의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차례의 번식기회를 갖기 위해서다.

 저자는 파나마 운하의 퉁가라개구리를 연구했다. 봄만 되면 개구리는 밤에 시끄럽게 울어대는데 이는 번식을 위한 구애의 수단이다. 수컷은 암컷에게 자신의 정체와 위치, 짝짓기 준비 정도를 알려주기 위해 노래한다. 성적 아름다움은 개체의 형질과 그를 인식하는 감각기관과 두뇌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퉁가라 개구리는 소리를 내고 그것은 두 종류이다. 단순음성은 '퉁'소리와 복합음성인 '퉁+그륵'소리다. 그리고 복합음성이 더욱 내기 어렵고 비용이 요구되기에 암컷 퉁가라는 이를 더 선호한다. 울음의 지속시간과 여기에 들이는 에너지는 10%더 늘리면 수컷의 매력도는 무려 50%나 상승한다. 암컷은 소리의 크기로 수컷의 크기도 판별하는데 이는 크기가 클수록 대개 발음기관도 커져 소리가 크고 낮아지기 때문이다. 퉁가라 개구리가 크면 몇 가지 이점이 있는데 일단 크기는 수컷의 건강과 좋은 발달을 하는 유전자를 의미한다. 그리고 퉁가라개구리는 수컷이 암컷의 등에 올라타 교미를 하는데 이 때 수컷이 커야만 실패 확률이 줄어든다. 암컷은 단 한 번의 실패로 무려 6개월 후를 기약해야 하기에 이는 상당한 비용부담일 수 있다. 

 그리고 수컷의 울음은 두 가지 상당한 비용이 따른다. 우선 대사량의 증가다. 울음을 내면 수컷은 에너지 소비가 무려 250%폭증한다. 그리고 이 비용은 복합울음을수록 더욱 증가하기에 수컷은 복합울음이 효과적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가급적 기피하고 단순울음을 내려고 한다. 또 다른 비용은 천적에게로의 위치 노출이다. 박쥐는 대개 개구리의 가음영역을 듣지 못하지만 파나마의 일부 박쥐는 놀랍게도 구애 울음을 탐지하도록 진화했다. 그래서 울음은 커질수록 암컷과 더불어 천적에게도 자신의 위치는 노출된다. 수컷의 저음은 박쥐에게 덜 감청되는데 그래서 저음은 더 선호될지도 모른다.

 유성생식을 하는 동물에게 있어 이종교배는 반드시 피해야할 최악의 선택이다. 다른 종과의 교미는 에너지는 그대로 소비하지만 후세가 태어나지 않거나 태어나도 불임이거나 기형등 약체로 태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대부분의 종에서 구애자들은 선택자에게 자신의 종 정체성을 확실하게 알리는 특징을 선호한다. 그래서 우리가 듣기에 다 비슷해 보이는 개구리들의 소리는 각각의 종에게 다 다르게 들린다. 그래서 암컷의 두뇌는 청각, 의사결정, 행동출력 체계까지 전체 신경 회로가 암컷으로 하여금 동물의 음성을 가장 매력적이고 성적으로 아름답게 느끼게 편향을 일으킨다. 어쩌면 최초의 성적 구애는 종구분을 위함에서 시작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동물의 성적 미학은 다음의 두 규칙이 절대적이다. 우선 동종의 짝을 구분하여 찾기, 그리고 그 동종의 개체 중 더 우월한 짝을 찾기가 된다. 동물의 성적 미학 차이는 감각기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당연히 상대방이 감지하지 못하는 모든 행위와 신체적 특징은 무의미 하기 때문이다. 암컷 개구리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목청 껏 낼수도 없겠지만 내어서 무엇하겠는가. 그리고 이는 대부분의 동물의 감각기관의 기능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모든 동물의 감각기관은 자신의 생존에 적합한 정보를 얻고 해석하게끔 진화한다. 우린 가끔 모든 정보를 수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비용적으로도 너무 큰 문제를 일으키고 두뇌가 처리하지도 못한다. 정보가 너무 많이 들어올수록 뇌의 처리 효율이 큰 폭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각기관은 일부 필요한 정보만을 수용하게끔 설계된다. 또한 감각 경로는 이걸로도 부족해 온갖 신호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뇌에 도달하기 전에 필터링한다. 

 동물은 상대방의 미를 감지하기 위해서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학자들에게 어려운 부분이기도 한데 미를 발현하고 감지하는 유전자는 당연히 하나가 아니며 여러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모든 동물 및 인간의 성적 두뇌가 처리해야 하는 갖아 중요한 과업은 서로 다른 감각에서 오는 자극을 하나로 모아 통합한 다음 이것을 통해 새로운 배우자 감이 나의 성적 미학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판단하는 일이 된다. 

 구애를 하는 입장에서 상대방의 뇌를 자극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어려운 점은 한 종의 구애행동은 대개 무척이나 비슷하다는 것이다. 퉁가라 개구리만 해도 비슷한 주파수의 단순울음이 반복된다. 이는 단순한 행동을 무의미하게 처리해버리는 뇌의 습성상 자극적일 수 없다. 때문에 수컷들은 이 지루함을 방지하기 위해 성적 미학을 복잡하게 진화시킨다. 퉁가라 개구리의 복합음성이 그러한 대표적 예다. 하지만 이는 많은 비용과 위험을 초래하기에 수컷은 무조건적으로 복합음성을 내기보다는 상대적인 전략을 취한다. 경쟁 수컷이 많으면 복합울음의 빈도를 높이고 적으면 하지 않는 식이다. 이런 절대적 차이보다 상대적 비율로 우위를 점하려는 행동을 베버의 법칙이라 하며 이는 과도한 성적 미 진화의 브레이크로 작용한다. 

 성적 미학은 감각기관을 자극한다. 그리고 동물의 감각탐지는 크게 시각, 청각, 후각이 있다. 공작의 화려한 날개나 큰 덩치, 뿔등은 시각적 요소다. 구리고 새의 울음소리, 인간의 노래, 통가라 개구리의 울음을 청각을 자극한다. 다만 시각과 청각은 쾌감센터로 보내지기전 두뇌 하부의 중계국을 거쳐 더 많은 처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후각은 다르다. 후각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쾌감센터에서 작동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동물들은 시각과 청각 정보가 보내주는 미에 대해서는 계산하고 고민하나 후각정보에 대해서는 본능적 무의식적으로 반응한다. 즉, 효과가 가장 직접적이고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들은 서로의 우월한 유전자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없다. 유전자가 발현된 간접적인 모습을 보게되는 것이다. 하지만 더 잘 탐지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것이 바로 후각에 의해서다. 인간의 몸에는 주조직적합성 복합체(MHC)라는 것이 있다. 이는 우리 면역 반응에서 기능을 하는 유전자 집합이다. 이들은 병원체나 기생충과 같은 이질적 형태의 세포를 식별하고 그것들이 확인되면 신체에 경고를 보내 t세포로 하여금 침입에 맞서게 하는 것이다. 

 MHC 유전자가 엄청나게 다양한 적군과 아군을 정확히 구분하려면 변이를 아주 잘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척추동물에게서는 MHC가 가장 변이를 많이 하며 상대방이 자신과 상이한 MHC를 가질 수록 자녀의 변이가 심해져 면역력이 강해지게 된다. 그리고 MHC보유 동물들은 바로 상대방의 체취로 이 MHC를 감지한다. 

 한 티셔츠 실험에서 남성들은 거의 3-4일간 씻지 않은 상태로 티셔츠를 입었다. 그들의 채취가 충분히 밴 티셔츠의 냄새를 여성들에게 맡게하였는데 여성들은 이 실험에서 자신과 상이한 MHC유형의 남성 채취를 더 매력적으로 느꼈다. 때문에 MHC차이로 인한 성적 매력도의 차이는 다른 성적 미학과는 다르게 매우 상대적인 요소가 된다. 나에겐 좋은 것이 남에게는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동물의 성적 미학에는 시간과 기회도 하나의 중대한 변수로 작용한다. 동물에게 상대방을 탐지할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의 성적 미학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기준도 까다롭다. 하지만 시간과 기회가 없다면 그것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기준도 한없이 낮아지게 된다. 이는 매우 당연한 것으로 번식의 기회를 아예 상실하는 것 보다는 미덥지 못하더라도 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퉁가라 개구리 암컷은 한번 번식 기회를 놓치면 무려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기에 고르고 고르다 결국 어려우면 주변의 아무 수컷이나 잡게 되는게 결국 이득이 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는 인간도 마찬가지다. 한 실험에서 술집에서 이성에게 매기는 점수 실험을 실시하였는데 초반에는 정상적이던 점수가 술집 마감시간이 높을 수록 치솟았다. 기회도 중요해서 남성은 가임기인 여성의 사진을 더 매력적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여성 자신도 가임기에 더 톤이 높고 매력적이며 여성스럽게 목소리가 변화한다. 또한 여성은 가임기일수록 다른 여성의 매력을 더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금전적 보상도 공유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여성은 남성과 다르게 폐경하면 생식능력이 사라진다. 때문에 여성은 남성보다 마감시간 효과가 이르게 작용하게 된다. 그래서 여성은 중년이 되어 갈수록 섹스에 대해 더 많은 환상을 갖게 되고 실제로 더 많은 남성과 섹스한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성적 미학에는 배우자 선택 복제효과도 있다. 모든 암컷과 수컷에게는 배우자는 잘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유전자의 전달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여기엔 자신만의 검증과 성적 미학 기준도 중요하게 자리하지만 다른 개체의 선택도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할 수 있다. 때문에 한 수컷이 다른 암컷에게 선택된다면 또는 심지어 많은 암컷에게 선택된다면 이는 일반 암컷의 눈에 매우 매력적인 요소로 자리하게 된다. 그래서 암컷들은 또래의 선택을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는 매우 특이하게도 다른 종과 섹스하는 모습을 보아도 작용한다. 세일핀 수컷은 아마존 암컷과도 어울린다. 물론 둘은 비슷한 부류지만 엄연히 다른 종으로 세일핀 수컷은 아마존 암컷과 교미해도 자식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일핀 수컷은 당연히 세일핀 암컷과 어울리는 빈도가 훨씬 높긴 해도 적지 않은 빈도로 의도적으로 아마존 암컷을 노리기도 하는데 이는 명백히 배우자 복제 효과를 노리는 행동이다. 실제로 세일핀 암컷들은 아마존 암컷과 어울리는 세일핀 수컷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아름다운 형질과 그를 선호하는 미학이 짝을 이루는 방식을 정리하면 세 가지다.

 기존의 형질이 선택자에게 이익을 주어 선택자들이 그에 대한 선호를 진화시키는 경우다. 가령 수컷 사슴의 작은 뿔이 육식동물에 대한 대항력을 높여 종의 생존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면 이를 암컷이 성적 미학으로 인지해 더욱 폭발적으로 진화하는 형태다. 두 번째는 형질과 선호가 동시에 진화하는 것이다. 어떤 종에서 갑작스레 새로운 형질이 나타났는데 이럴 선호하는 암컷의 선호도 같이 나타나 이 형질이 진화하는 경우다. 세 번째는 어떤 형질이 진화할 때 그것이 숨겨진 선호를 이용하여 즉각적으로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경우다. 한 물고기 종은 꼬리 지느러미 부분에 긴 형태의 검 모양을 선호하여 수컷의 꼬리 지느러미에 긴 검 모양의 줄무늬가 진화했다. 반면 근연종은 그런 모습이 수컷에게 나타나지 않았었는데 실험자가 한 수컷에게 그런 모양의 줄무늬를 부착하자 암컷들에게 큰 선호를 받게 되는 경우다. 이는 숨겨진 선호로 우연히 한 수컷이 그런 형질을 나타내게 되면 급격히 선호를 받아 진화하게 된다.

 책은 성적 선택과 이를 위한 성미학에 대한 재미난 지식과 원리가 가득하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예가 많기를 기대했는데 애초에 실험에 적합하지 않고 상당히 많은 요소가 성적 미학으로 자리잡고 있는 인간인지로 기초적인 내용외에도 대개 동물의 내용인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척이나 재미있게 볼만한 책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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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본 적 없던 바다 - 해양생물학자의 경이로운 심해 생물 탐사기
에디스 위더 지음, 김보영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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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혁명 이후 유럽 세력을 필두로 반지름 6400km나 되는 이 광활한 행성은 인간의 발자취로 뒤덮였다. 그들은 사람이 가보지 못한 지역은 남겨두지 않으려 했다. 현대에 이르러 지구에 대한 탐험은 사실상 끝난 듯 하며 이제 남은 것은 우주로의 진출 뿐인 듯 하다. 하지만 지구상엔 아직 인간이 가보지 못한 광활한 지역이 남아 있는데 바로 심해지역이다. 아직 인간이 진출하지 못한 이 지역의 영역은 인간이 가본 지역보다 훨씬 더 광대하다. 여기는 탐험이 매우 어려운데 햇빛이 들지 않고, 기온이 낮은데다가 내려갈수록 수압이 엄청나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가 우주보다 더 위험하다 생각하는데 우주에선 우주복과 바깥 사이가 고작 1기압 차이지만, 심해에선 수백, 혹은 수천 기압의 압력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약간의 틈만으로도 바깥의 물은 엄청난 압력으로 침투해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찢어 놓게 된다. 

 그리고 이런 심해와 그 중층수에는 생각보다 많은 생물들이 존재한다. 저자는 해양생물학자로 수백번은 잠수정과 잠수복에 몸을 싣고 이 생물들을 관찰해왔다. 매우 중요한 첫 발견도 저자가 해냈는데 팰리컨 장어나 대왕오징어에 대한 것들이 그런 듯 하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중층수와 심해생물을 발광을 한다. 발광은 진화사에서 무려 50회나 독립적으로 진화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만큼 생존에 꼭 필요한 형질이란 뜻이다. 

 중층수에 사는 생물이 발광하는 이유는 이 곳에 마땅한 은신처가 없기 때문이다. 그야 말로 망망대해다. 연안이라면 해초도 있고, 가까운 해저도 있고, 산호도 있어 은신하기 충분하나 물밖에 없는 이곳은 360도로 뚫려 있다. 하지만 바다는 빛을 잘 투과시키지도 않고 산란시킨다. 그래서 반드시 빛이 거의 없는 어두운 곳이 존재하는데 이를 어둠의 가장자리라 한다. 지구가 자전을 하기에 이 어둠의 가장자리는 위치가 변화한다. 한 낮엔 바다 깊이 이동하지만 밤이 되면 표층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지구상 가장 거대한 생물군 이동이 하루에 일어나게 된다. 해양 중층수 생물들은 낮엔 어두운 중층수에 머무르다 밤이 되면 표층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서로 사냥을 한다. 

 생물발광은 다양한 색을 띠지만 육지에서 떨어진 외해로 갈수록 압도적으로 푸른색을 띤다. 이는 물속에서 다른 색은 거의 흡수되고 푸른색만이 압도적으로 가장 멀리까지 전파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해와 중층수에 사는 생물들은 대개 적색은 띤다. 적색이 청색광을 흡수해버려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빛이 대개 청색광이기에 이 지역의 해양생물들의 눈은 거의 청색광만을 포착한다. 간혹, 적색광도 보는 것들도 있는데 이는 먹이 포착을 위해서다. 

 중층수의 생물들은 위장을 위해 몸도 변화시켰다. 이들은 매일 중층수와 표층수를 오가느라 많은 이동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그렇기에 발광 외에도 에너지가 들지 않는 다른 위장술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신체 외형의 변화다. 대부분의 어류는 은색의 비늘을 갖고 매우 가는 몸체를 갖고 있다. 비늘이 은색이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빛을 받아 위쪽의 빛과 흡사하게 빛을 반사하게 된다. 때문에 포식자는 이를 잘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어류는 대개 등이 어둡다. 그러면 포식자가 보기에 아래로 갈수록 빛이 약해져 어둡기에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이를 역그늘 효과라고 한다. 또한 어류는 체형이 얇다. 어류는 배부분이 밝은 편으로 노출이 되는데 이를 최대한 줄여 안보이게 하는 것이다. 

 때문에 돛새치나 청새치, 청다랑어, 청새리상어등 매우 빠른 속도를 가진 어류들 만이 둥근 몸체를 갖는 것이 허락된다. 이들은 포식자이거나 포식자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만큼 빠르기에 몸이 얇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생물발광을 하면 몸이 흡수하는 빛을 대체하여 사실상 역조명 역할을 하게 도니다. 완벽한 위장을 위해서는 생물발광이 방출하는 파장이 그들 위의 빛의 파장과 일치해야 한다. 때문에 발광 생물은 눈이나 다른 기관으로 빛의 변화를 실시간 감지해 발광 정도를 세밀하게 조정한다. 빛의 색상과 각도도 일치해야 하므로 발광색은 언급한 것처럼 당연히 푸른색이고 렌즈, 오목거울, 광섬유등을 사용하여 각도를 맞춰나간다. 

 중층수 생물과는 다르게 심해생물을 발광을 다르게 이용한다. 여기엔 아예 거의 빛이 없기에 발광은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는 치명적 약점이 된다. 그래서 이들은 포식자가 다가오면 순간적으로 강하게 발광하여 포식자를 일시적 실명상태로 만들어 도주하거나, 빛이 나는 물질을 뿜어내고 다른 데로 이동하여 포식자를 기만한다. 

 발광은 이처럼 위장 기능 외에도 짝짓기 용으로도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랜턴상어와 바이퍼 상어는 둘다 배쪽에 발광기관이 있는데 랜턴상어는 측면에도 빛표식이 있지만 바이퍼 상어는 그렇지 않다. 랜턴상어의 측면 발광은 짝짓기 용도로 추정되는데 이는 다양한 종분화를 일으켜 랜턴 상어는 무려 37종인데 반해 바이퍼는 겨우 1종에 불과하다. 짝을 유인하는 발광은 치명적으로 포식자도 유인하기에 짝짓기에 발광을 사용하는 심해 생물들은 빛구름을 방출하는 방식으로 진화하여 빛과 자신의 몸을 분리시켜 포식자를 피하며 짝짓기에 성공한다. 

 눈의 크기는 빛과 관련이 깊다. 눈이 커지면 작은 빛도 잘 감지하지만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든다. 해양에선 수심이 깊어질 수록 생물체가 눈이 커지고 몸은 작아지는 경향을 띤다. 빛이 줄어들고 먹이가 줄어 몸을 크게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중층수로 가면 다시 눈이 작아지게 된다. 이는 은신을 위해 중층수 생물들이 대개 발광하여 빛을 내기에 눈이 굳이 커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해로 가면 발광생물이 다시 크게 줄기에 다시 눈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 중층수 생물은 75%가 발광하는데 비해 심해생물은 1-2%만 발광한다. 

 그리고 중층수와 심해는 발광색이 다르다. 중층수는 언급한 것처럼 파란색을 발광하지만 심해는 녹색광을 발광한다. 이는 해저 가까이 부유하는 퇴적물이 청색보다는 녹색광을 잘 투과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놀랍게도 바다에선 세균들도 발광을 한다. 큰 발광 생물은 섬광을 발하는데 비해 세균 발광은 빛을 지속적으로 분출하기에 차이가 난다. 이것은 세균의 발광에 관여하는 화학반응이 호흡과 관련한 화학반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부 생물은 자체 발광 기관이 아닌 세균을 통해 발광을 한다. 아귀나 손전등고기가 그러한데 이들은 발광 세균을 몸의 특정 기관에 가두고 이들에게 산소를 공급하거나 차단하는 방식으로 발광한다. 즉, 발광 때는 산소를 공급하고 아닐때는 차단하는 식이다. 이들은 공생관계로 발광 세균은 빛을 제공하는 대신, 보금자리와 영양분을 얻게 도니다. 

 발광 세균은 공생 이외에도 자체적으로 발광하기도 한다. 이는 진화상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발광은 상당한 에너지를 요구하기에 충분한 적응도가 있어야 진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자외선이 요인이 된다. 자외선은 세균의 DNA를 파괴하는데 발광세균은 손상도니 유전자를 복구하는 포톨리아제라는 광분해 효소를 갖고 있다. 이는 발광 효과를 갖는다. 그리고 세균도 포식 작용을 하기에 발광을 하면 먹이를 찾느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세균은 분변에 모여 발광을 한다. 심해 생물이나 중층수 생물은 표층 생물의 사체나 배설물이 중요한 먹이가 된다. 발광 세균은 이 분변에 모이는데 발광을 하여 분변을 눈에 띄게 하여 포식자의 내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들은 포식자의 내장에서 살아남아 더 영양분이 많은 환경에서 번성하게 된다. 또한 이들의 발광에는 정족수 감지 기능이 있다. 세균 하나하나의 발광은 대단치 않아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게 된다. 따라서 어느정도 규모가 되어야만 발광이 의미가 있는데 이를 위해 세균들은 특정 분자를 방출하고 이것이 어느정도 임계점에 이르러야 같이 발광을 한다. 

 책에는 저자가 다양한 해저 탐험을 통해 훔볼트 오징어나 대왕오징어, 팰리컨 뱀장어, 갈치 등 무수히 많은 해양생물을 만나며 경외감을 갖게 되고 중요한 발견을 하게 되며 위기에 처하게 되는 순간도 나타난다. 하나하나 재밌는 이야기들이다. 저자는 어릴 적 매우 개구장이 였던 것 같은데 그로 인해 허리가 부러진 채로 자라나로 그 증상이 어른이 되어서야 나타나 죽을 고비에 처하기도 한다. 책 제목처럼 우린 심해와 바다 중층수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우리가 일으키는 온난화는 알려진 생물 외에도 전혀 알지도 못하는 생물들도 절멸시키고 있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와 탄소가스의 흡수, 남획으로 해양 생태계는 어류보다는 해파리류가 번성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머잖아 해파리 냉채만 먹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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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2-05 2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닷슈 2023-12-05 21:5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좋은 연말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3-12-06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로벌 워밍의 시대를 지나
이제 글로벌 보일링의 시대에
진입했다고 하는데...

당대와 미래 세대가 살아갈
지구별의 환경을 위해 미약하나
마 관심과 신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닷슈 2023-12-07 16:0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이 문제 해결 못하면 다음세대는 수영과 부가 모두쥰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