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 핸드북 1 : 기초 진화심리학 핸드북 1
데이비드 M. 버스 지음, 김한영 옮김 / 아카넷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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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에 데이비드 버스의 진화심리학을 읽었다. 매우 인상적인 진화심리학 입문책이었는데 작년에 그 데이비드 버스가 총감독을 맡아 최근의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진화심리학 핸드북'이 1-2권으로 나왔다. 이게 뭔가 싶어 구입했는데 핸드북이란 말이 무색하게 각 권이 무려 1000페이지가 넘었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선 이게 핸드북이겠지만 일반 교양독자 입장에선 핸드북의 두께가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일부분이 전공서적 처럼 좀 어렵게 다가오는 면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만 대충 넘어선다면 내용 부분은 교양인의 입장에서 충분히 읽을 만한 수준이라는 점이었다. 


1. 진화심리학이란

 인간 신체의 여러 기관과 부분들은 오랜 기간의 적응을 통해 특정 기능을 하기 위해 진화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뇌 안에도 오랜 기간의 적응을 통해 특정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여 적합도를 높이기 위한 기제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것이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것이 진화심리학이다. 진화심리학에 의하면 인간의 마음은 빈서판이 아닌 어떤 프로그램을 갖추고 세상에 나온다. 그것은 조상이 직면한 통계적으로 꾸준히 재발했던 수백가지의 적응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선택 및 성선택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설계한 심리기제의 발달전담 프로그램이다. 

 사람의 지능을 언급하는데 있어 일부 학자들은 일반적인 범대용 문제해결장치가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진화심리학은 반대로 이 심리기제들을 특정 문제만을 해결하는 작은 모듈로 생각한다. 즉, 사람의 뇌에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작은 심리장치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이며 이것들은 인간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환경과 문화의 영향을 받아 영향을 받으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작은 모듈들은 서로 연결되었기에 마치 복합적 문제를 해결하는 일반대응장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건 사람의 몸만 봐도 그런데 눈을 보기 위해서, 입은 먹기위해서 코는 숨쉬기 위해서, 위는 소화를 위해서 간은 해독을 위해서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의 몸은 이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작용하기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의 뇌의 장치들도 아마 이러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진화프로그램들을 찾는 것이 쉽지가 않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이 형질들이 개인적으로만 나타나는게 아니라 다른 개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복잡한 집단적 표현형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진화한 프로그램들은 현대적이고 복잡한 집단 및 개체군 수준에서 많은 현상들을 부산물로 낳았다. 

 프로그램들이 발생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발달하는 신경 회로의 소자가 바뀔때 돌연변이는 이 프로그램의 정보처리 속성을 변경해 새로운 정보-행동 관계를 생성할 수 있다. 새로운 설계가 만들어내는 정보-행동관계가 유전적 토대를 잘 증식시킨다면 선택이 일어나며 선택되면 이 새로운 설계구조는 증식되고 아니면 폐기된다. 이 선택이 성공적이면 가까운 시일내에 개체군 내로 이 새로운 설계구조가 퍼져나가게 되고 곧 종의 전형적인 행동이 되어 개체군 내에 안착하게 된다. 즉, 그 종의 심리장치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인간 문화의 형성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떤 프로그램들은 일정한 생각과 관습이 한 마음에서 다른 마음으로 쉽게 퍼지는 것을 허용하게 되고 어떤 것이 그렇게 되지 않는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문화의 형성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문화는 그 문화의 소속한 구성원의 심리장치에 영향을 미치기에 진화심리학은 환경과 문화의 공진화를 인정한다. 

 학습도 마찬가지다. 일부 학자들은 진화심리학과 문화, 학습을 대척점을 상정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문화와 학습은 진화의 과정을 통해 인간의 뇌에 형성된 심리프로그램으로 인해 발생하며 문화와 학습은 한 개체가 발달하면서 심리프로그램이 작동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즉, 학습에 있어 우리의 진화한 프로그램은 무엇을 배울수 있고 무엇을 배울수 없는지를 조작해 놓았으며 학습을 발생시키는 프로그램이다. 때문에 본성과 양육은 서로 반대의 관계가 아니라 할 수 있으며 본성자체(진화프로그램)가 많아야 가능한 학습도 많아지게 된다. 

 진화와 관련해서 적응, 부산물, 잡음이란 용어가 있다. 정리하면 적응은 선택되었기에 현존하는 어려 장치들이다. 인간의 눈이나 미각, 언어능력등이다. 부산물은 선택의 목표는 아니었지만 이러한 선택의 목표와 인과적으로 결부되어 있거나 그러한 형질로부터 만들어졌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포식을 위해 만든 입이 언어를 말하고 키스를 하는 등의 행위다. 잡음은 진화의 확륙적 구성요소에 의해 주입된 것이다. 한 가지로 예를 들면 말하기 능력은 적응이고, 읽고 쓰는 능력은 부산물이며, 난독증은 잡음이 된다. 

 학자들은 설계구조가 복잡할 수록 이것이 적응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데 복잡할수록 특정 기능만을 위해 작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정 형질이 적응이 되려면 3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우선 조상의 적응적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어울리는 설계적 특징을 갖고 있어야 하고, 다음은 이 표현형이 우연히 출현했을 가능성이 낮아야 하고, 마지막으론 그 속성들이 어떤 다른 적응적 문제나 포괄적 적응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설계된 기제의 부산물일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언급한 것처럼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뇌에 특정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들이 자리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장치들을 서로 통합하고 통제하는 장치가 감정이라고 진화심리학자들은 주장한다. 이 장치들이 기능적으로 행동하려면 서로 상충되는 상황에서도 하위 프로그램들이 서로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이런 오케스트레이션을 하는 상위프로그램이 바로 감정이라는 것이다. 


2. 생활사

생명의 진화는 변이형들이 환경에서 에너지를 수확하여 자신의 복제물로 전환하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생명은 평균적으로 포괄적합도를 최대화 하도록 에너지를 분배하는데 최적의 분배는 개체와 그 환경의 특징에 달려있다. 생활사이클은 여러 절충점들 사이에 직면한 유기체가 다양한 과제를 해결하고 여러가지 형질을 가지도록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분배해야 적합도를 극대활 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유기체는 수확한 에너지를 세 곳으로 분배하는데 바로 번식, 관리, 성장이다. 이 세 곳으로 절충점을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해당 종의 생활사전략이 결정된다. 인간의 노화도 이것으로 설명할수 있는데 유전자 입장에선 해당 유기체는 언제든 사망할수 있다(포식당하든, 사고든, 부상이든, 질병이든 말이다.) 때문에 번식에 집중하도록 에너지를 집중하는게 나을수 있지만(실제 그렇게 하는 종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부모 유기체를 번식과 동시에 일찍 죽게 만들어 자식의 양을 몰라도 질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자식의 질을 적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부모의 몸의 유지에 적당한 에너지를 쓰면서 번식에도 에너지를 쏟아 완전한 관리는 못하게 하여 신체를 마모시켜 노화에 이르게 하는 것이 신체 마모설이다. 실제로 자식의 질과 양은 맞거래의 관계이며 짝짓기와 양육도 맞거래의 관계다. 

 생활사전략은 빠른 생활사와 느린 생활사로 나뉜다. 모든 생명체는 이 빠름과 느림의 연속성상의 한 부분에 놓이게 되는데 빠른 생활사는 주로 이른 성숙과 번식, 빠른 성장, 작은 체구, 높은 번식력, 짧은 수명, 자식에 대한 낮은 투자가 특징이다. 느린 생활사는 반대로 늦은 성숙과 번식, 느린 성장, 큰 체구, 낮은 번식력, 긴 수명, 자식에 대한 높은 투자가 특징이다. 생명체들은 다소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주변 환경이 안정적이고 인구가 조밀한 경우 늦은 생활사 전략을 택하며 주변 환경의 변동이 심하고, 밀도가 높은 생태환경에서는 빠른 생활사전략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생명체가 번식을 뒤로 미루는 생활사 전략을 선택하면 행동 미성숙의 기간이 길어지고 번식과 관련한 행동체계가 억제된다. 이런 지연된 번식은 위험회피와 보통 연고나되는데 이를 통해 성숙기에 이르기 전에 죽을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반면 위험한 환경이 만연해 외인성 요인으로 성체 사망률이 높아지면 위험을 피할수 없어 이른 성숙과 번식이 만연한다. 짧은 기간에 번식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개체의 빠른 성숙과 느린 성숙을 조절하는 것이 바로 호르몬이다. 때문에 내분비계의 주된 기능은 초기형태를 갖춘 이후 맞거래에 직면해서 에너지 및 기타자원을 적응력있고 조화롭게 분배할수 있도록 신체를 조절해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생활사에 관여하는 내분비계는 종이 달라도 일정하다.(아마 오래전에 진화한듯 하다) 척추동물 수컷에서 테스토스테론은 대개 짝 짓기, 육아, 생존 간의 맞거래를 조절한다. 

 인간의 경우 확연히 늦은 생활사 전략을 택한 종이다. 이는 외인성 사망위험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인간은 개체 자체는 매우 약하지만 집단을 고르고 협동적으로 위험을 감수해나갔으며, 사회적 능력이 발달하여 식량 수집의 효율성을 크게 올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회, 생태 지능이 공진화하면서 뇌로 하여금 대량투자를 하도록 이끌었다. 인간의 다른 종에 비해 상당히 고품질의 식사를 하고 지연된 발달을 하며 큰 뇌를 유지하는데 이는 커다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상당히 위험한 방식이다. 하지만 인간은 복잡한 협동전략과 세대내 세대간 자원 이동을 통해 이 위험을 흡수한다.

 인간 뇌는 4세 무렵에 극도로 발달하는데 이 시기 뇌가 소비하는 글로코스의 비율이 집중된다. 안정시 대사율의 무려 65%를 소비한다. 이 때문에 영아기에 축척해 놓은 지방이 소진되고 신체성장이 느려진다. 어린 나이에 아이들이 무척 살이 오르는 것은 이시기를 대비해서이다. 뇌 발달이 이 시기에 집중되는 것은 인간의 기능중 상당히 고급 기능은 언어를 빠른 시기에 습득하기 위해서이다. 사람들은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이 시기 아이들의 부족한 신체협응력이나 다른 신체부분의 미발달을 고려한다면 유독 고급기술은 언어를 이시기 빠르게 습득시키기 위해 뇌를 크게 만드는 것은 진화상의 충분한 이점이 있어서이다. 바로 세계에 대한 빠른 이해와 사회성 습득이 그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스트레스가 개체의 생활사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가령 스트레스가 높으면 개체는 생활사전략의 속도를 보통보다 높이기 되는데 그 이유로는 스트레스가 주변 환경의 위험도를 높인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스트레스 그 자체가 개체의 사망률 자체를 높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때문에 유년기의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는 생활사 전략의 속도를 빠르게 하고, 반대로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는 생활사 전략의 속도를 늦춘다. 재밌는 부분은 인간의 정신질환이나 반사회적 성격장애, 행동장애와 같은 외현화 장애를 빠른 생활사 전략의 표출로 볼수도 있다는 해석이었다. 실제 빠른 생활사 전략은 높은 수준의 신체적 증상을 동반한 우울장애를 특별히 조장한다는 징후가 있다. 

  

3. 생존

 [1] 음식의 섭취

 인간의 생존에는 적대적 힘들이 존재한다. 물리적 환경, 다른 종, 그리고 같은 종과의 경쟁이다. 인간은 매우 특별한데 이런 인간의 특별함에는 그들이 먹는 음식이 매우 중요하게 관련한다. 실제 인간의 큰 뇌는 인간이 먹는 고급음식이 아니면 그 유지를 설명할 길이 없어진다. 인간은 잡식동물이기에 음식선택에 있어 무엇이 독이 있고 무엇이 영양분이 높은지를 판단해야 했으며 이를 위해 개인의 활동을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즉, 음식 확인이 매우 까다로운 과정이었고, 이 조건때문에 더 크고 더 정교한 계산을 하는 뇌를 선호하는 선택압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간이 선호하는 음식은 대개 맛이 좋고 건강에 좋은 신호를 보내는 것들이다. 이를 판별하기 위해 인간과 영장류 동물, 쥐는 단맛에 대한 선호와 지방 맛을 선호하는 기제가 발달해 있다. 초콜릿은 바로 이 단맛과 지방맛을 합성한 것으로 음식에 대한 인간 선호를 극대화한 것이다. 반면 싫어하는 것에 대한 기제도 발달했는데 바로 메스꺼움이다. 문화적 음식에 대한 터부, 메스꺼움, 혐오는 음식의 범위를 좁혀 먹어서는 안되는 것에 대한 기준이 된다. 

 고기는 동물의 몸 그 자체로 필요한 것을 모두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것을 잡아먹는 동물의 입장에서 완전식품이다. 하지만 고기는 역설적이게도 그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 그래서 인간에게 역겨움을 발생시키는 음식은 거의가 동물성 식품이다. 고기는 매우 영양함량이 높고, 유용하지만 기생충이 존재하고 감염의 위험이 있기에 역겨움을 발생새킨다. 이런 역겨움은 다른 동물에겐 발견되지 않고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인상적인데 주로 4-5세경에 발생한다. 

 이 역겨움은 본연의 적응적 기능을 넘어서 확장하는데 음식의 역겨움에서 인간의 여타 다른 동물적 속성(근친상간 섹스, 내장, 죽음 등)에 대한 역겨움, 개인간 접촉에서의 역겨움, 신성위반의 도덕적 위반에 대한 역겨움까지이다. 이는 문화적 전통이 인간의 전반적인 신진대사, 행동인지능력, 선천적경향에서 영향을 받는 동시에 인간 미각의 유전과 신진대사 능력도 문화와 함께 공진화 했음을 보이는 사례이다. 


[2] 면역

신체적 면역은 매우 소중한 기능이지만 단점도 많다. 면역 반응은 체온상승을 수반하는데 이는 막대한 비용을 발생한다. 체온 1도가 상승하면 물질대사는 무려 15%나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면역은 몸을 쇠약하게 하며 반응자체가 선제적이지 않고 후천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때문에 인간에게는 면역 자체에 이르지 않게 애초에 이를 막기 위한 행동면역계라는 심리기제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행동면역과 관련한 인간의 주요 반응이 역겨움이다. 역겨움은 오염된 음식의 맛에 주로 반응하지만 그 외에도 언급한 것처럼 갖가지 자극물을 지각하기만 해도 생겨난다. 행동면역계는 감염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확실히 지각할수 있는 물체와 행동에 나타나는 반응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위험이 되질 않는 물체와 행동에 대한 반응도 지배한다. 이는 과잉 일반화인데 이는 진화한 기제가 일반적으로 적합도 관련 고유한 영역보다는 더 넓은 현실적 영역의 자극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심리기제는 이처럼 과잉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과잉대응해서 위험을 회피했을때의 손실보다 위험을 과소평가하여 실제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에서의 기회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많은 전염병은 그 증상으로 인간 얼굴 표정의 일그러짐을 나타낸다. 그 결과 표정은 특유의 대칭성을 잃거나 전형에서 멀어지게 되는데 그래서 인간은 실험결과 감염의 위험이 현저할때 좌우 대칭이 같은 얼굴을 선호한다. 이 암묵적 편견은 형태적 이형에 대해서도 드러나는데 바로 형태가 다른 사람들을 봤을때 나타나는 혐오감이다. 전염병 위험이 현저할때 인간은 신체장애인, 노인, 뚱뚱한 사람에 대한 편견이 강해진다. 비만은 좀 의외의 결과인데 과거 비만은 형태적 이형으로 지금처럼 일반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비만에 대한 이런 반응은 과거의 기제가 현대에 잘못된 형태로 드러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특징때문에 행동면역계는 외국인 혐오에도 영향을 미친다. 외국인은 실제로 이형적 외모를 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에서 왔기에 알수 없는 병원체를 가지고 있을 우려가 있고, 문화권이 달라 자신의 문화권의 규범을 위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류역사에서 문화적 의례나, 전통, 규범등은 병원체 전파를 억제하는 기능을 한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행동면역계가 잘 작동하는 환경에선 사람들이 실제 규범을 더욱 잘 준수했고, 규칙 위반자에 대해 더 냉혹해졌다. 이는 행동면역계가 인간의 동조적 성향, 정치적 보수주의, 도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침을 보여주는 사례다. 인간은 전염병에 취약하다고 느낄수록 동조형질을 가진 인간에 호감도가 높아지고, 더욱 동조적 태도를 보였으며 , 다수의견에 동의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즉, 행동면역계가 강하게 작용하는 환경이 조설될수록 인간은 보수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생겨나는 것이다. 실제 지금의 코로나 상황에서 각국의 사람들이 보여준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 행위는 이런 현상을 잘 드러낸다고 할수 있겠다. 또한 보수적 정치인일수록 위기와 공포적 상황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인간의 이면을 스스로들 잘 이해하고 있다는 방증이라 할수 있겠다. 

 행동면역은 국가적 상황과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여성은 행동면연계가 잘동할때 성관계에 더욱 민감해지고, 경험 개방성도 낮아진다. 이는 남성보다 여성이 감염된 자와 성관계를 했을때 감수해야할 위험성이 더욱 크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국가별로는 병원체 유형의 빈도가 높은 국가 일수록 신체적 매력을 중시하고, 외국인 혐오증이 많았으며, 다수 이견에 동조하고, 동조압력도 컸으며,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고, 권위주의적이며, 집단문화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행동면연계는 실제 체내 면역력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인간은 감염위험이 높다고 지각하면 실제 면역력 수치도 올라가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3] 길찾기

 공간문제는 유기체의 적응적 행동을 이루는 거의 모든 양상이다. 음식 찾기, 물 찾기, 주거문제, 포식자회피, 육아에 공감문제는 모두 관여한다. 유기체가 길을 찾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인데 정위와 지표전략이다. 정위는 장거리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위치와 지구상의 다양한 표의 관계를 계속 파악하여 길을 찾는 것이다. 태양이나 별, 풍향, 지구 자기장 처럼 변하지 않는 표의를 기준으로 길을 찾는 방법이다. 지표전략은 단거리에 효과적으로 질에 따라 나열된 시각적 지표와 그 지표간의 상관관계를 익히고 기억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근처에 눈에 띄는 건물이나 지형지물을 알아두고 이를 바탕으로 길을 찾는 형식이다. 동물들은 멀리 이동하고 귀소하는 형인 경우엔 정위전략을 사용하며 집 주변에 머무는 형이라면 지표전략을 사용한다. 

 인간의 경우 길찾기 전략과 관련한 공간 능력에 유전 가능성이 대략 0.50에 달한다. 상당히 높은 편인데 아이들의 경우 2세 무렵엔 지표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하며 8세에 도달하면 정위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그래서 지도 사용법을 늦게 배우는 것 같다.) 공간 과제를 사용하는 인간의 능력은 성별차이를 보이는데 공간과제를 더 잘해결하는 남성의 능력은 인간의 지리학적 분포와 무관하에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설치류도 그러한데 여성 호르몬은 에스트로겐은 공간 능력의 감소와 관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 남성이 높은 공간적 능력을 가진 이유는 일부다처 때문으로 생각된다. 일부다처의 수컷은 대개 넓은 행동권을 갖고 관리하면서 잠재적인 짝이나 그 짝은 매료한 자원을 찾는 기술이 필요하다. 인간은 현재 사회적으로 일부일처를 유지하고 있지만 인간 남성이 보이는 적당한 성적 이형성과 고환의 크기, 늦은 성숙등은 인간이 오래도록 적당한 일부다처 환경하에서 진화했음을 보이는 증거들이다. 남성의 높은 공간능력은 짝짓기 경쟁 이외에도 남여간의 분업과도 관련한다. 인간 남성은 사냥을 하고 여성은 주로 수렵채집을 했는데 사냥엔 당연히 공간능력이 필수적이다. 인간 여성은 시야가 넓고 주변을 넓게 보는 특징이 있으며 특정 위치의 물체를 잘 기억하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식량을 잘 채집하기 위한 적응이다. 

 실제 길찾기 과제를 제시하면 남성을 정위전략을 여성은 주로 지표전략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남성은 언급한 것처럼 짝짓기를 위한 수컷간 경쟁으로 정위형 길찾기를 발달시켰고, 여성은 자신과 자신의 안전, 그리고 식량 채집을 위해 지표전략을 진화시킨 것으로 생각된다. 


[4]풍경

풍경 선호는 종의 서식지 선택의 표출이고 그 선택은 음식과 물, 주거지, 날씨, 포식자 방어 같은 생태조건에 달려있다. 그리고 인간은 동아프리카에서 진화했기에 사바나 풍경을 선호한다. 사바나 풍경은 풀에 간혹 나무가 있는데 인간은 아카시나 아무가 적당히 빽빽하면서도 지면 근처에서 두갈래로 나뉘는 것들을 선호한다. 이는 포식자가 접근했을때 빠르게 나무 위로 대피하기 위해서다.

 인간은 조망이 있으면서도 확실한 탈출루트가 보이는 풍경을 선호하는데 전체적인 통일성과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명료성이 있으면서도 새로운 것에 대한 선호로 약간의 신비적 느낌과 복잡성도 선호한다고 한다.


[5]사냥

 최초의 영쟝류는 식충동물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과일도 함게 먹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때문에 영장류는 시각과 운동기술을 발달시켰다. 이후 육식으로 전환되며 사냥이 시작되었다. 사냥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증가했는데 협동과 사회적 학습, 긴수명, 큰 뇌, 사냥 및 식량 수집과 관련한 인지기제는 사냥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인간의 장거리 달리기 기능도 사냥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호미닌이 진화한 동아프리카의 초기 환경은 개방지였다. 포식자가 조밀했고, 이 포식자는 당연히 호미닌의 진화에 영향을 미쳤다. 포식은 영장류가 사회성을 선택한 주요 동인으로 보이는데 이 협력의 대가로 인간의 종간 경쟁과 병원체 증가라는 비용도 수반하게 되었다. 사냥은 사실 모험적이고 분산이 큰 식량원인 고기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행위인데 이는 인간의 사회성과 사회적 인지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고기를 식량원으로 삼은 덕에 열량을 얻어 큰 뇌의 성장이 가능해졌고, 사냥자체가 고급 기술이기에 사회적으로 전달되는 정보와 기술에 대해 의존하게 되었으며, 사냥자체가 협동과 사회성을 가속화했고, 무엇보다도 높은 지능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냥이라는 진화프로그램은 사냥과 직접 관련이 없어보이는 지능과 협동 사회적 학습, 부모투자라는 부산물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사냥은 도구의 사용을 수반하는데 이 도구의 제작엔 많은 기술이 필요하기에 사회학습 및 교육을 야기한다. 또한 사냥은 공간인지기제, 자원 분포와 관련한 의사결정기제, 탐색기제, 위험-보상체계와 관련한다. 그리고 사냥은 포식자든 피식자든 살아있는 유기체를 대상으로 하므로 그들을 탐지하고 그 행동을 예측하는 추론기제를 필요로한다. 이는 대상에 대한 마음 읽기와 마음이론을 발달시키는데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6] 위험 회피

 사람은 추적과 회피를 다른 종류의 운동과 잘 구별하는데 회피에 있어서 이리떼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이는 특정 다수의 행위자가 동시에 인간을 향하면 즉각적으로 도피하는 반응이다. 이는 역시 과잉일반화에 가까운 반응인데 이런 과잉일반화는 언급한 것처럼 정확성의 상실로 인한 비용보다 잘못판단했을때의 피해비용이 훨씬 크기에 생성된다. 

 두려움과 불안은 오로지 포식과 관련한 감정은 아니겠지만 지각체계와 마찬가지로 포식에 대한 선택압으로 인해 생겨난 감정으로 보인다. 선택적으로 주의하고 학습하는 위험자극은 위험동물이나 조상시대의 자극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현재의 위험과 관련한 경험도 두려운 학습체계를 어느정도 조정한다. 인간은 위험한 동물을 학습하도록 사전에 준비된 사회학습체계를 갖고 있다. 이는 위험자체가 수반하는 비용이 너무 크기에 사전에 준비된 것인데 다음의 3가지 특징을 갖는다. 우선 다른 유형의 동물 정보와는 다르게 위험을 선택저긍로 학습하는 영역-특이성이 드러난다. 다음은 피드백 없이 한번의 시도로 이루어지는 학습이라는 점이며 마지막은 위험을 장기기억에 보존한다 것이다.

 이 때문에 어린 유아들도 추적과 회피의 상호작용에 예민하고, 예측성 추론을 한다. 추적에 주의하고 추론하는 능력은 모든 문화권에서 보편적으로 유아초기에 나타나는 인간 특성이다. 


[7] 인간 위협에 대한 적응

 인간이 큰 뇌와 사회성을 갖추고 문명을 형성한 이후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는 역설적이게도 인간 자신이 되고 말았다. 실제로 인간은 매우 위험하다. 다른 종들도 동종경쟁을 겪기도 하지만 환경이나 다른 종의 위협이 거의 제거된 인간에게는 같은 종간의 경쟁이 가장 큰 위험 요소로 남는다. 실제 매년 모기 다음으로 인간을 많이 죽이는 동물은 바로 인간이다. 해마다 580만명이 상해로 사망하며 이중 1/7이 살인과 전쟁으로 인해서이다. 번식과 관련해서도 살인이 일어나는데 번식과 관련한 자원을 놓고 경쟁이 가장 심화하는 15-29세에 살인이 그 연령대의 4번째 사망원인이다. 

 이런 인간의 위험성은 심리적 적응의 결과로 인간은 배우자 폭력과 공격성, 강간등의 폭력적 행위를 심리기제로 갖고 있다. 이 적응들은 제한된 자원과 사회적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과 경쟁으로 생겨나며 이런 공격성 자체가 매우 위협적이기에 상반되게 가해자에 대한 방어기제도 적응했다. 이런 가해자 방어와 공격은 군비경쟁식으로 공진화 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폭력적 행위가 진화한 것을 그것이 도덕을 논외로 친다면 생각보다 효과적인 경쟁전술이기 때문이다. 폭력의 실행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듯 자신을 폭력으로 부터 보호하고 경쟁자의 저항을 적게 받으며 원하는 자원에 쉽게 접근하는 이점을 갖고 있다. 이에 맞추어 피해자도 방어기제를 진화시켰는데 이는 희생 전, 중, 후로 나뉜다.

 희생전의 방어는 최선의 방어책이다. 방법으로는 미심쩍거나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나 유아의 낯가리기 등이 있다. 희생중에는 보편적인 태아자세의 움크리기 방어자세이다. 이는 주요 장기를 보호해 치명상을 막는다. 또한 언어로 가해자의 감정을 자극해 피해를 줄이는 방법과 탈출기화를 모색하는 기제등이 있다. 희생 후에는 스스로 희생에 대한 부상을 평가절하에 자신에 대한 평판의 추락을 최소화해 이후의 또 다른 가해를 막는 기제가 있다. 그리고 피해를 당한 사람이나 장소에 대한 위험 학습이 이루어지며 복수도 중요한 기제로 작동한다. 공격자에 대한 복수는 보복능력의 과시로 향후 다른 공격이나 착취에 대해 확실한 메시지를 주어 향후의 희생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실제 남성을 복수 결심만으로도 쾌감 중추가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도 공격성에 대비해 진화했는데 주로 가격당하는 얼굴뼈가 그러하다. 남성의 얼굴뼈는 여성과는 다르게 가격을 당했을 시에 충격을 완화하는 구조로 진화했다. 

 강간은 번식의 이익으로 진화했다. 강간이 이루어지면 가해자는 번식의 이익을 얻지만 피해자는 가정, 신체, 번식상의 적합도에 피해가 발생한다. 때문에 주로 피해자인 여성은 방어기제를 적응시켰다. 우선 강한 남자의 선택이다. 장기적 파트너로 강한 남자를 선택하면 강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다음은 배란 중 위험행동의 회피이다. 강간이 이루어지더라도 임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번식상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심리적 행동으로 피해 후 역설적이게도 가해자를 비판하기 보다는 자신으로 문제의 원인을 돌린다. 이는 자신이 피해자로 여겨져 평판이 추락하는 것을 막고 그것을 비밀화하기 위해서다. 성폭행 후 나타나는 보편적인 몸씻기 현상도 이것의 일환으로 생각되다.

 다음은 살인이다. 살인은 동종을 죽이는 것으로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우선 경쟁자를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다른 동종이 미래에 자신의 친족이나 짝, 동맹자를 괴롭히고 피해나 강간, 살해의 행위를 벌이는 것을 예방한다. 그리고 평판이 유지되며 경재자로부터 자신의 자원과 영토, 거주지, 음식을 보호할 수 있다. 또한 자신과 유전적 상관성이 없으면서도 자원을 축내는 경쟁자를 제거하는 행위이며 이로 인해 자원을 자신과 유전적 적합도가 높은 이에게 돌릴 수 있다. 

 반면 살해당하는 것의 비용은 더욱 엄청나다. 미래 번식의 기회가 상실되며 남은 자식들의 피해가 커진다. 또한 자신이 살해당함으로써 소속 집단의 물질적 피해와 평판 피해가 발생한다. 때문에 살인을 피해는 전략도 진화한다. 우선 남의 영토에 들어가지 않는다. 살해당할 동기와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주변 환경을 탐지한다. 그늘진 곳을 싫어하며 언제든 공격받을 수 있고 피신처가 마땅치 않은 탁 트인 곳을 경계한다. 경쟁자의 특징도 감지하는데 강한 자기중심주의와 , 반사회적 성격, 높은 충동성과 낮은 성실성, 높은 적개심을 가진 이는 언제든 살인자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 두려움과 불안의 감정도 발전시키는데 이 감정들은 자신을 고립시켜 발견이 어렵게 만들어 공격을 회피하기 한다. 또한 개인을 자극해 현재의 환경에서 위험을 회피하고 모면하게 하며 자기 방어로 공격 전략을 채택하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항복전략도 적대행위의 원천을 피해난 거승로 채택하게 한다. 다양한 두려움에 대한 유형도 생겨난다. 낯선 무리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으며 공격당할시에는 본능적으로 태아자세로 웅크리며, 공격당하는 위험상황에서는 웬만한 상처를 무시하는 전투무감각 현상도 나타난다. 그리고 출혈이나 감염을 일으킬수 있는 날카로운 투척 무기에 대한 혐오감도 있다. 

 언급한 것처럼 친족 집단은 구성원의 살해에 대해 보복하는 경향이 있다. 살해자체의 피해도 물론이거니와 집단의 평판이 추락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동종살해는 인간에게 많이 발생하지만 약 5천 4백의 포유동물중 대댜수에게서 일어나는 것으로 비교적 일반적인 심리기제라 할수 있다. 

 살해는 놀랍게도 어머니와 자녀간에도 자주 발생한다. 살해는 태어나기 전에도 공공연히 이루어지는데 수정란의 대부분이 실패하는 것이 그것이다. 착상실패나 자연유산은 무려 78%에 달하는데 이는 어머니가 태아의 염색체 이상이나 발달 이상을 탐지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런 자연유산은 아직 비용이 크지 않은 12주안에 대부분 일어난다. 태아는 이에 대응해 인간 융모성 고나도르도핀을 생성하여 모체의 월경을 방지해 자연유산을 막는다. 이는 태아가 건강하다는 생체적 신호이며 모체는 이에 반응해 월경을 중지한다. 

 출생후에도 살해는 이루어지기에 태아는 출생하자마자 왕성한 신호를 드러낸다. 출생후 1시간 안에 젖을 먹으면 모체의 옥시토신이 증가하는데 이는 산모에게 어머니로서의 심적변화를 수반한다. 때문에 이른 젖먹기, 큰 울음소리, 강건한 움직임은 태아가 자신의 가치를 어머니에게 드러내 스스로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적응으로 볼 수 있다. 

 아이는 부모이외에도 낯선 사람으로부터의 살해위험도 높기에 이에 대한 적응도 진화시켰다. 낯가림이 그것인데 부모가 의부모인 경우 유아 살해확률은 40-100배까지 치솟는다. 때문에 아이는 의부모에게는 항상 자세를 낮추고 자원을 최대한 적게 요구하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표시하기 위해 의부모의 친자에게 매우 잘하는 경향이 있다. 신데렐라나 콩쥐팥쥐는 과학적 근거를 가진 셈이다. 또한 부모중 한명이 친부모인 경우는 의부모를 쫓아내기 위한 시도도 이루어진다. 일부러 비행을 저질러 친부모의 관시믈 유도하고 투자 회복을 시도하는 행위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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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1-27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두꺼운 책을 다 읽고 깔끔한 정리까지 하셨네요.....
여기, syo의 리스풱을 받아주세요....😀

닷슈 2021-01-27 15:48   좋아요 0 | URL
쇼님의 리스퐥이라니 과분합니다. 이 책이 2권까지 있다는게 좋으면서도 무섭습니다.

noomy 2021-01-28 1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관심이 있어서 예전에 보관함에 담아놓기는 했는데 쪽수보고 놀래서 계속 담아 놓고만 있습니다. 닷슈님이 잘 정리하신 글 읽었으니 계속 담아놓기만 해도 되겠어요.^^;;

닷슈 2021-01-28 16:36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제 나름의 요약이라 보시는게 훨씬 좋긴 할겁니다.
 
오리진 -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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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생존을 위해 진화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항상 다양한 변이가 일어나는데 그 중 일부 변이가 갑작스레 바뀐 환경에 적합해 생존력이 높아지는 일이 발생한다. 그 변이를 가진 개체가 일제히 증가하여 종 자체내에서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기도 하며 때론 그 결과 싹 다 그런 형질을 가진 개체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변이 과정을 다윈은 진화라고 명명했다. 영국의 런던이 산업혁명으로 대기가 뿌옇게 되자 회색 나방이 눈에 잘 띄지 않게 되어 개체수가 늘어났고, 최근 다시 공기가 맑아지자 이전의 흰나방이 다시 많아진 것은 이런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 가끔 진화는 선후관계가 있는 것 같고 원인과 결과가 있는 것 같기도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유전자는 대체 환경이 어떻게 놓일지 알수 없기에 어쩌면 로또식으로 다양한 형질을 만들어 놓아 제발 일부만이라도 건지길 바라는 것 같다. 물론 후성유전이란 안전장치가 하나 있긴 하다.

 이건 지구에 엄청나게 진화한 다양한 생물학적 승리를 가져왔지만 사실 매우 비효율적 방법이다. 그래서 유전자는 생존을 위한 외부적 신체변이 외에도 내적인 적응 장치를 만들어 놓았으니 그것이 바로 지능이다. 지능은 이미 신체적 변이로는 감당하기 힘든 급진적 환경변화나 다양한 환경변화에 개체가 대응하여 생존력을 높이게하는 장치라 말할 수 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다고 피하지방이 두꺼워지거나 털이많아질 충분한 시간이 없으니 그 자리를 벗어나거나 옷을 해입는 등의 해결책으로 생존을 도모하는게 바로 지능의 방식이다. 처음엔 생존에 적합한 몇 개의 설정된 본능만이 있었을 것 이다. 그리고 그것이 복잡한 형태의 후천적 결정을 하는 정신적 기제로 점차 발달했다. 당연히 지능을 고급화 하기 위해서는 큰 두뇌가 필요했고, 이로 인해 동물들의 뇌는 제법 커졌고, 적어도 인간에 도달해서는 외부적 신체진화는 큰 필요가 없어질 정도로 지능에 생존을 의존하게 되었다. 물론 그 지능을 더 크게 하기 위해서는 머리난 아직 더 커질 필요가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혹시 알까? 가까운 근미래에 약인공지능이나 강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생물학적 두뇌가 다시 한 번 진화의 과정을 거칠지. 하여튼 책 오리진은 우리 동아프리카에 살던 작은 호미닌의 하나인 우리 인간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형태로 진화했고, 어떻게 지금과 같이 높은 지능을 갖추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모든 것은 다 우리 어머니 행성 지구의 짓이고 그 지구가 딸린 태양과 우주의 놀음이다. 그 거대한 설정환경부터 살펴보자.


1. 우주적 요소

 진화는 절대적으로 환경변화에 반응하는 생물의 적응장치 인만큼 환경이 어떠하느냐는 진화의 방향을 설정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게 어떻게 나타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지구가 처한 우주의 환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구는 우선 태양을 공전한다. 이심률이란게 있는데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가 완전한 원에서 타원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심률이 클수록 공전궤도가 타원이 되어 태양에서 멀어진다. 지금도 이심률이 큰 편인데 북반구의 여름엔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가장 멀어져 있을 때다. 이심률의 주기는 대략 10만년이다.


 둘째, 약 4만 천년을 주기로 태양에 대한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가 22.5도에서 24.5도 사이에서 변화한다. 현재 23.5도 인데 이 기울기가 태양 빛의 입사각을 변화시키는 만큼 각도의 변화에 따라 계절의 강도가 세진다. 24도로 갈수록 여름 겨울이 강해질 것이고 22도로 갈수록 좀 밋밋할 것이다.


 셋째, 지구 자전축이 2만 6천년을 주기로 뒤뚱거리며 팽이처럼 원을 그리며 변한다. 이를 세차운동이라 한다. 세차에 따라 계절의 시기가 변한다. 현재 자전축이 각도는 유지하도라도 팽이처럼 돌아서 반대로 된다면 여름과 겨울이 오는 시기가 바뀔 것이다. 


이 세 가지 변화는 태양빛의 총량 자체는 변화시키지 않는다. 다만 특정 지역의 태양 빛 강도 즉 계절의 강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데 이것만으로 생물에게는 지대한 환경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2. 지구적 요소

 태양 빛 만이 환경 요소가 아니다. 지구는 지각으로 덮혀있는 만큼 땅의 변화도 중요한 환경 변화요소가 된다. 지구는 거대한 맨틀 위를 연약한 지각이 코팅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이 연약한 지각은 맨틀위를 떠다니며 그 힘에 의해 자주 깨어지고 찢어지며 부딪힌다. 우린 이런 거대한 지각 조각들을 판이라고 부른다. 지구의 판은 역사상 꾸준히 움직여았고, 그로 인해 한때는 지각덩어리가 모두 뭉쳤던 판게아를 또는 지금과 같은 5대양 6대주의 형태를 만들기도 한다. 판의 이동은 그 지각이 속한 지역의 기후를 바꾸기도 하고, 바닷물의 흐름마져 변형하기에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진화를 초래한다. 우리 인간의 조상 호미닌이 있던 동아프라카의 환경이 급변한 것도 이 판의 운동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중요한 요소가 포함되니 바로 물이다. 아무리 자전축이 변화하고, 이심률이 변하고, 판이 요동쳐도 물이 없다면 해류도 생기지 않고 기후란 것도 애초에 있을 수가 없다. 아니 물이 없다면 생명자체가 있을 수 없다. 때문에 물은 당연히 중요한 요소다. 지구가 생겨났을 당시 지구는 몹시 뜨거웠으므로 지구자체의 가벼운 휘발성 물질들을 모두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 버렸다. 지금도 적지만 매년 지구 바깥으로 소량의 기체가 탈출하고 있고, 역시 마찬가지로 우주공간에서 다른 행성이나 물질들의 기체가 지구 중력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물은 지구가 차갑게 식은 이후 지구에 충돌한 혜성이나 소행성에서 온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지구 자체의 화산분출에 의해 뿜어져 나온 내부의 수증기도 소량 있었을 것이다. 하여튼 지구의 생명체가 온전히 지구의 것인지 정체성에 의문에 생기는 대목이지만 하여튼 물은 생겨났고 생명체를 만들고 그 생명체가 진화하는 환경을 구성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3. 동아프리카 호미닌 진화의 시작.

 3천만년 전 북동아프리카 지하에서 뜨거운 맨틀 기둥이 솟아올랐다. 이 힘은 땅을 위로 밀어올려 무려 1km나 지각이 떠올랐는데 풍선처럼 갑자기 부풀어 오른 결과 지각 껍질이 얇아져 가운데가 갈라져 열곡이 형성되었다. 북쪽에서는 이 갈라진 열곡으로 물이 들어와 지금의 홍해와 아덴만이 형성되었고 아프리카 뿔 부분이 떨어져 나가 역시 지금의 아라비아 판이 형성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동아프리카 지구대는 홍해와 걸프만과 만나 Y자 삼중교차점을 형성하고 있으며 지금도 벌이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동아프리키 지구대는 지금도 열곡이 벌어지고 있는데 벌어진 양측면이 밀려 올라가 경사면이 생기고 그 사이 블록은 아래로 가라앉아 골짜기 바닥을 형성한다. 그 골짜기 자체도 떠오른 지형이라 해발800m의 높이에 달한다. 하여튼 골짜기 옆 산맥은 아프리카 동쪽 해안에서 들어오는 해안 공기를 막아 응결시켜 해안에만 비를 뿌리게 하고 내륙을 건조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단순한 평지에 열대우림이던 아프리카 동쪽은 높은 산맥에 깊은 골짜기와 산악지형으로 복잡하게 변모했고 이에 따라 자연환경도 운무림에서 사바나, 사막 관목으로 매우 다양화한다. 책의 저자는 동아프리카의 이런 지형적 변화는 호미님의 신체적 진화를 그리고 잦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호미닌의 지능진화를 촉발했을 것으로 주장한다.   

 호미닌의 주요 신체적 진화중 하나인 이족 보행은 흔히, 동아프리카가 사바나로 변화하고 생겼을 것이라는게 통념이지만 저자는 이족 보행은 열대우림부터 존재했던 형질이고 사바나가 조성되면서 그 진화를 더욱 강화시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족 보행은 긴 풀의 사바나에서 풀너머를 볼수 있고 지구력을 높이고 이동방법을 다양하게 해 지형이 매우 다양해진 이 지역에서 다른 동물들은 쉽게 이동할 수 없는 지역으로의 이동을 가능케 한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족 보행은 태양빛에 노출되는 신체부위를 최소화시켰고, 남는 양손은 엄지의 방향이 바뀌어 물건을 쥐기 쉬운 형태로 변화한다. 동아프리카의 다양한 지형 변화는 연약한 호미닌이 다른 육싱동물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지형으로 대피하는 효과를 가져다 주었고, 초식동물을 사냥할때는 절벽아래로 몰거나 코너로 모는 형태로 사냥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호미닌은 호모에렉투스에 이르러 몸크기와 뇌용량이 극적으로 증가했는데 골격도 머리뼈 아래 부분에서 장거리 달리기에 적합한 구조가 되었구 투사체를 던지기에 적합한 어깨구조를 갖게 되어 사냥이 더욱 용히해졌다. 에렉투스에 이르러 지금처럼 발달이 느린 긴 유아기를 갖게 되었고, 사회적 행동을 하기 시작했으며 수렵채집인이자 불을 다루기 시작한 최초의 호미닌이 된다. 에렉투스의 뇌가 커지게 된 이유로 불을 이용한 화식을 꼽는 책도 있을 정도다. 호모에렉투스는 80만년 전에 사라졌지만 무려 200만년간 존속한 성공적인 호미닌이었다. 이후 호모 하이델비르겐시스가 등장했는데 이종은 25만년전 유럽에서는 네안데르탈, 아시아에선 데니소바인으로 진화한다. 지금의 우리인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한 것은 30-25만년전이고 역시 동아프리카에서 진화했다. 

 동아프리카의 지형적 변화는 자연히 기후의 변화도 가져왔고, 지형보다 훨씬 단기적으로 변화하는 기후는 호미닌의 지능 진화를 촉발했다. 동아프리카 지구대는 300만년전부터 골짜기 바닥에 여겨 저기 큰 분지가 생성되었다. 비가 많이 오면 이 곳은 커다란 호수를 형성하여 생태계의 보고가 되었고, 가물면 말라버렸다. 이 호수는 호미닌에게 중요한 삶의 터전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호수의 바닥이 양산맥의 가운데에 있어 바닥 기온이 높아 증발이 활발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약간의 요동치는 기후의 변화에 호수 환경은 급변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심률에 의해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가 일정치않고 세차운동에 의해 북반구에 햇빛이 더 강하게 들어올때 남반구인 동아프리카 지구대엔 더 많은 비가 왔다. 그리고 반대의 경우는 가물었다. 이 주기적 변동이 이 지역의 식물과 먹이에 큰 변화를 초래했을 것이며 여기에 대한 지능적 대응이 호미닌의 지능발달을 촉발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더 큰 뇌와 더 높은 지능으로 말이다.

 실제로 최근의 극심한 기후변동 세 시기는 270-250만년전, 190-170만년전, 110만-90만년전이다. 이 세 시기는 새로운 호미닌이 출현하거나 기존 호미닌이 멸종한 시기와 대략 일치한다. 특히, 190-170만년전에는 호모 에렉투스가 출현했다. 호미닌 15종 중 12종이 이 변동시기에 출현했다. 즉, 기후 변화는 호미닌의 뇌의 변화, 즉 지능의 변화를 촉발한 것이다. 


4. 빙기와 농업의 시작

지구 온난화때문에 다소 아이러니하겠지만 지금은 빙기이며 살짝 따뜻한 간빙기의 시기다. 현재의 빙기가 시작된 것은 우선 히말라야 산맥이 융기하며 그 광물이 빗속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바라로 가고 바다생물이 껍질등의 형태로 그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으로 저장해 전체적인 온실가스를 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극 대륙이 고립되고 호주와 남미가 북으로 이동해 남극대륙 주변에는 해자처럼 냉기를 가두는 남극해류가 형성되었다. 남극에 거대한 냉장고가 형성된 이유다. 마지막은 북미와 남미의 충돌로 태평양과 대서양이 차단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따뜻한 적도해류가 방향을 틀어 북미로 향하게 되었다. 이는 인근의 기온을 따뜻하게 하는 면도 있지만 강설량을 증가시켜 빙하를 더욱 생성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런 요소로 인해 지구는 빙기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빙기는 변덕이 심했다. 지구의 이심률과 북반구가 자전축 기울기가 심해지는 세차가 겹쳐 갑작스레 따뜻해졌다. 반대로 머어지고 자전축 기울기가 약해지는 밀란코비치 주기에 의해 빙기는 요동쳤다. 거기에 2만에서 1만 5천년전에는 북미에서 빙하가 후퇴하며 바다로 빠지지 못하고 내륙에 남아 흑해 크기의 아가시즈호를 형성한다. 세월이 흘러 계속 물이 흘러들어 아가시즈호는 대규모 홍수를 일으키며 바다로 물을 토해냈는데 이 거대한 민물의 합류로 열염순환이 중단되어 갑작스레 지구에 냉각기가 찾아오기도 하였다. 

 이처럼 빙하기에 기후는 안정적이지 못하고 변덕이 심했다. 때문에 인류는 충분한 기술과 지능, 농업에 대한 가능성에도 좀처럼 농업일 시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약 1만1천년에서 5천년 사이에서 간빙기로 접어들며 기후가 안정화되자 사람들은 농경을 시작했다. 결국 지구의 역사로 보면 매우 짧지만 사람의 역사로보면 매우 긴 간빙기기간의 기후 안정성이 농업의 시작을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문명의 발달로 이어진다. 

 책에서 재밌는 부분은 농경이 발달한 초기 지역들의 위치다. 초기 농업을 기반으로 고대문명이 발달한 곳은 하나같이 판의 경계에 위치한다. 이는 판의 경계에는 충돌로 인해 높은 산맥이 생기고 그 반작용으로 그 무게에 짓눌린 침강하는 저지대 분지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 저지대 분지는 산맥에서 내려오는 퇴적물이 쌓이게 되므로 농업에 매우 유리한 토양이 생성된다. 때문에 초기문명중 이집트와 중국문명을 제외한 나머지 문명이 신기조산대에 위치한다. 이는 사막지역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저지대 사막과 살기 힘든 높은 산고원 사이에 판의 충돌이 층상단층을 형성해 여기에서 지하수가 솟아 농업 및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으로 층산단층과 신기조산대는 언제든 생업을 뒤엎을 화산 및 지진활동이 일어난다. 오늘날 이란의 수도 테헤란이 위험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5.초본식물과 동물의 가축화

농경은 야생식물과 동물의 순화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인간의 농경은 식물중 오로지 속씨 식물인 초본식물에 의존한다. 사람들은 풀이 나무보다 먼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풀은 식물종중 지극히 최근에 등장한 것이다. 초본식물은 약 5500만년전 생겨났다. 신생대 지구가 건조해지고 냉각됨에 따라 초본식물이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는데 2-1천만년전 초본식물이 생태계 곳곳에 퍼진 걸로 추정된다. 초본식물은 속씨식물로 난세포를 겉으로 노출하지 않고 원래 동그랗게 잎을 말린 것이었던 씨방으로 난세포를 보호하고 여기서 난세포가 씨로 발달한다. 씨방은 씨의 확산을 돕기 위해 이후 과육질로 발달하게 되고 인류는 초본 식물의 영양가 높은 씨를 노렸다. 농경할만큼 크고 영양분이 많은 씨를 가진 초본식물은 동남아시아와 지중해지역에 32종 동아시아 6종,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4종, 북미4종 중미4종 남미와 호주 각 2종으로 유라시아 지역에 많이 분포했다. 그리고 그 결과 당연히 농경은 유라시아에서 압도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인간이 가축화한 동물은 식물보다도 오히려 더 제한적이다. 약 5550만년전 세계 평균 기온이 갑자기 상승하며 폭발적으로 진화했는데 이시기 우제류, 기제류, 영장류등이 폭발적으로 진화했다. 가축을 위해서는 해당 동물이 영양분이 높은 식품을 제공하고 성격이 유순하며 사람에 대해 선천적 두려움이 적고, 사육장이라는 좁은 곳에서도 잘 번식하며, 무리지어 사는 선천적 습관이 필요하다. 이 조건은 매우 까다롭기에 실제 가축화에 성공한 동물은 유라시아 통틀어 단 13종뿐이다. 북미와 사하라 이남, 호주는 가축화에 실패했고 이로인한 문명의 뒤쳐짐은 훗날 해당지역에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가축의 사육은 부산물 혁명을 갖고 왔는데 애초 먹기 위해 기르던 가축이 뜻하지 않은 긍정적 효과르 주었기 때문이다. 우선 가축을 키우고 고기를 먹는대신 그 젖을 먹게 되자 얻는 총 열량이 4배나 증가하였다. 또한 양털 같은 털을 이용하게 되었고, 동물의 힘을 운송이나 경인, 농경, 전쟁에 사용하였고 이는 문명에 엄청난 영향을 가져다 주었다. 또한 먹지 못하는 식물을 먹을 수 있는 고기와 젖으로 바꿔주는 동물은 인류의 생존력을 더욱 높여주었다. 

 재미난 것은 가축화에 실패한 북미지역이다. 인간이 가축화한 동물중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말과 낙타의 본래고장이 바로 북미이기 때문이다. 말과 낙타는 북미에서 진화했고 빙하기에 베링육교를 통해 유라시아로 진출한다. 하지만 정작 북미지역에서는 전멸했다. 말이 전쟁과 스텝지역에서의 교역과 문명의 전파에 한 역할, 그리고 낙타가 건조지역에서 교역을 이은 역할을 생각한다면 이는 역사의 큰 아이러니다.


6. 지구의 재미난 지역들

판의 운동에 의한 다양한 세계 지형의 형성은 그 지역에 사는 인간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일종의 지리적 환원론이라고나 할까. 

 우선 티베트다. 중국은 국공내전후 빠르게 이 지역을 점령했다. 얼핏 넓기만 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이 땅의 가치는 매우 높다. 우선 군사적 가치다. 지역이 높다보니 이 지역을 점령하면 인도나 중국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상대국에 관찰당하기 싫어하는 중국으로선 점령해야만 하는 지역이다. 다음은 급수탑으로서의 역할이다. 티베트는 양극을 제외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얼음이 많은 곳이다. 이 지역에서 출원하는 강만 10개에 달하고 중국의 황하와 양쯔강도 여기서 발원한다. 매우 중요할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미션임파서블 시리즈에서 빌런이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해 티베트에서 핵탄두를 터뜨려 식수를 방사능에 오염시키려 한것도 이런 점을 파악해서였다.

 네덜란드도 재밌다. 네덜란드는 빙하기 시대체 퇴적한 도거랜드에 위치한다. 이 도거랜드는 날이 따뜻해지며 침수되었는데 도거랜드와 연결한 네덜란드 지역은 그래서 저지대가 많다. 네덜란드는 저지대 개척을 위해 풍차를 많이 건설하였고, 많은 비용이 드는 이 사업을 위해 전체 비용을 작은 비용으로 쪼개 위험을 분산하는 관행이 생겨났다. 이것은 훗날 항해시대에 적용되었다. 그들은 선물거래도 시작하였고, 중앙은행도 최초로 설립했는데 이는 산업혁명시대 필요한 금융제도의 근간이 된다. 

 지중해는 판의 활동이 매우 잦은 곳이다. 아프리카 판이 북으로 이동하며 유라시아 판밑으로 섭입이 생겨났다. 이로 인해 북쪽은 산이 많고 해안성이 복잡하고 선이 많아졌다. 반면 남은 해안선이 매우 단순해졌다. 이 지형적 차이는 큰 결과를 불러왔는데 북쪽은 자연히 섬이 많고 산이 많아 기착과 관찰이 편해 항해에 매우 유리했다. 때문에 교역이 많아졌고, 해상활동에 매우 유리했다. 반면 남은 이 모든 것이 없어 항해에 불리하고 교역도 적었다. 거기에 남쪽의 배후지는 사하라 사막으로 이렇다할 경제적 토대로 부족했다. 지중해 북쪽에 그리스 로마라는 거대한 문명이 발달하고 남쪽은 그 피지배리로 전락한 것도 이런 결과와 무관치 않다. 어쩌면 카르타고가 로마에 패해하게 된 것은 지형적 환경차이 때문은 아닐런지.

 지중해에서도 그리스 지역은 매우 특별하다. 해안선에 작은 수로와 만이 많고 산이 많다. 언급한 것처름 이는 해상교역엔 매우 유리하지만 도시들이 물리적으로 분리된다. 충적평야도 적어 농경에도 불리해 늘 식량부족에 고민하고 교역에 힘써야 했다. 그리스 나라들은 이런 분리로 큰 제국을 형성하지 못하고 반면 민주주의가 생겨났다. 그리고 식량 확보를 위해 농토가 좋은 흑해연안과 이탈리아에 많은 식민지를 건설한다. 훗날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농토가 상대적으로 넓은 내륙국가 스파르타가 승리한 것은 해외에 식량을 의존하는 아테네의 선단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지협을 막은 결과였다. 

 미국 동남부는 전통적 공화당 강세지역이다.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지역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띠가 있으니 이 띠는 무려 8600-6600백만년전 형성된 지역이다. 이 시기는 백악기로 당시 이 지역들은 침수지역이었다. 애팔래치아 산맥에서의 퇴적물이 오래 바다로 들어서 이 지역에 쌓였고 그결과 이 지역은 농경에 매우 적합한 토양을 갖게 되었다. 훗날 미국이 생기고 이 지역은 목화재배지역이 된다. 노동집약적 성격의 목화는 많은 흑인 노동력을 필요로 했고, 남북전쟁과 흑인 해방 이후에도 이 지역의 인구구성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즉, 이 지역의 흑인 인구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고 이들이 민주당의 지지층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랜 지형이 만들어낸 정치적 결과물이다. 

 비슷한 사례가 영국에도 있다. 영국엔 산업혁명때 큰 역할을 한 석탄이 풍부하다. 지금은 석탄광이 모두 폐광되었고 이 지역의 노동자들은 좌파를 지지하게 되었다. 때문에 영국의 석탄층 퇴적 지역은 영국 노동당 지지 지역과 거의 일치한다. 


7. 석탄과 석유다.

책에 정리할게 더 많지만 여기까지다. 오늘날 문명을 탄생시킨 석탄과 석유를 마지막으로 살펴본다. 인류의 역사는 부침은 있었지만 결국 그 생산성을 광합성에 의존했다. 즉, 문명의 생산성은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땅에서 식물이 생산한 식량과 연료(나무)를 생산하는 속도에 제약되었다. 때문에 석탄과 석유를 본격하는 산업혁명 이전 세계의 인구와 생산성의 거의 늘지 않았다.

 이 한계를 돌파하는 방법을 18세기 무렵 찾아내었는데 바로 태양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내는 것이었다.(물론 이는 엄밀히 말하면 틀리다. 석탄과 석유도 결국 과거 태양에너지에 의존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과거 지구가 저장해놓은 태양에너지를 지금쓰는 셈이다.) 석탄 이전 인류는 연료를 나무에 의존했고 이는 저림작업에 달렸다. 저림작업은 나무의 줄기를 베어내고 다시 그 줄기가 새로 자라나는 겉씨식물의 특성에 의존하는 방법이었다. 시간이 오래 걸려 제약이 많은 방법이었다. 석탄의 사용과 더불어 증기기관도 같이 발명되었다. 증기기관으로 석탄을 더 많이 채굴할 수 있었고 석탄의 사용으로 더 좋은 철을 생산할 수 있었다. 증기기관, 철, 석탄의 선순환 관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증기기관은 처음으로 인류를 인간과 동물의 근육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그렇다면 이 석탄은 어떻게 탄생한 걸까?

 3억 6천만년에서 3억년전의 시기를 석탄기라 한다. 당시에 균류가 없어 나무가 썩지 않아 석탄이 되었다는 설이있지만 당시 균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대규모로 나무가 지하에 매장되어 이탄이 된 이유는 당시 판게아 때문이다. 판게아는 거대한 대귝으로 해류를 막아 열순환을 막았다. 거기에 당시 숲이 무성해져 이산화 탄소가 줄어들었고 지구는 냉각화되게 된다. 냉각기의 특성상 지구는 작은 변화에 기온이 요동쳤고, 해수면이 자주 변하해 많은 숲이 일거에 침수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결과 대규모의 이탄층이 형성되어 지금의 석탄층이 된 것이다. 

 다음은 석유다. 1876년 독일에서 내연기관이 발명되며 석유소비가 크게 늘게 되었다. 석유는 석탄보다 장점이 많았는데 추출 및 정제에 드는 에너지가 매우 적었고, 그에 비해 얻는 에너지는 매우 컸다. 또한 석탄에 비해 운송 및 수송이 쉬웠다. 거기에 석유는 연료 이외에도 유기화학 분야의 원료가 되고, 의약품, 플라스틱, 살충제, 무엇보다 비료의 원료가 된다. 석유는 석탄기 이후 2억년이 지나 형성되었다. 석유는 해양플랑크톤에서 생성되었는데 플랑크톤은 죽으면 광물과 섞여 해저라 가라앉게 된다. 지금은 해수순환이 원활하여 해저에도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다. 때문에 해저에 쌓인 플랑크톤의 사체는 썩지 못하고 진흙과 섞여 계속 쌓여 검은 색으 셰일층을 형성했다. 이 암시이 지구 내부로 깊이 내려가면 열을 받게 되는데 이 때 죽은 해양생물의 복잡한 유기화합물이 석유의 구성성분인 긴 사슬의 탄화수소 화합물 분자로 변화한다. 당시 백악기는 따뜻한 기후와 해저 확장으로 해수면이 지금보다 300미터나 높았고 광범위한 지각활동에로 해저 퇴적물이 많아 플랑크톤이 대규모로 서식했다. 거기에 해저 열염순환을 판게아가 막고 따뜻한 기후로 바다 용존 산소량도 부족해져 해저에서의 사체분해가 없었다. 그래서 대량의 석유가 생겨날 수 있었떤 것이다. 결국 지금의 현대 문명을 만든 석탄이나 석유 모두 지구 환경에 의해 우연적으로 생겨난 것이고 지금 환경에서는 도무지 생겨날 수 없는 것들이다. 인간의 진화와 문명의 발달도 엄청난 지구적 환경변화와 지질학적 변화에 의존한 셈이다. 


이 책은 제목만큼 인간사의 다양한 기원을 매우 과학적이고 지질학적이고 환경적인 측면에서 설명해준다. 교역의 발달에 관한 부분도 제법 많이 다루었는데 이 역시 지금의 지구 대기와 해류순환에 철저히 의존한다. 읽은 것이 만큼 배울 것이 무척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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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31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2021년 새해 복주머니 하나 놓고 가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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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 福마뉘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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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20-12-31 12:52   좋아요 1 | URL
스캇님도. 복많이 받으십시오
 
침입종 인간
팻 시프먼 지음, 조은영 옮김, 진주현 감수 / 푸른숲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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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블루길, 베스,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종류와 서식지가 다른 이들을 일컫는 공통의 단어는 외래 침입종이다. 침입종이란 한 생태계 내에 난데없이 완전히 새로운 생물체가 등장함으로써 전체시스템을 망가뜨릴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종을 말한다. 한 생태계는 오랜 기간 각 개체와 종간 균형이 이루어진 상태인데 이러한 곳에 생존력이 높은 새로운 종이 등장하면 기존의 질서를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이런 침입은 보통 해당종의 이동과 지리적 영역 확대로 이루어지는데 인간은 전세계 곳곳을 누비며 여러 종을 같이 데리고 다녀 기존 생태계는 물론 본인도 해결못할 침입종을 양산해왔다. 호주대륙에 자리잡은 토끼가 지금도 해결이 안되고 있는 것이나 고기로 먹으려다 업체가 망해 전국에 풀려버린 한국의 뉴트리아가 그런 예다.

 하지만 지구역사상 다른 종들이 보기에 혹은 제3자가 될 수 있는 외계생명체가 판단하기에 최악의 침입종으로 판명될 만한 것은 단연 인간이다. 인간은 20만년전 등장해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세계로 침입하며 각지의 생태계를 경천동지하게 바꾸어놓았고, 경쟁 최상위 포식자나 거대 포유류를 상당수 절멸시켰다. 이 대상엔 같은 호모속도 예외가 아니어서 전세계 동식물중 같은 속중 단 하나의 종만 남아 있는 것은 인간이 유일하다.

 그리고 아마도 우리가 가장 최근에 절멸시킨 것으로 생각되는 호미닌이 인간과 마지막으로 공존했던 네안데르탈이다. 네안데르탈은 과거엔 인간과 공존한 적이 없던 것으로 여겨졌고, 공존했던 것으로 밝혀진 이후에는 서로간에 이종교배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되었고, 이종교배가 일어났던 것으로 밝혀진 다음엔 문화나, 언어, 도구, 협력능력이 뒤쳐진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인간과 네안데르탈은 상당시간을 공존했고, 네안데르탈과 인간은 특히, 유럽 동아시아인을 중심으로 1-4%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그리고 네안데르탈은 인간보다 덩치와 두뇌크기가 크고, 매장이나 약간의 언어사용, 도구, 의복, 예술활동을 영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간못지 않은 능력을 갖춘 네안데르탈은 인간이 자신들의 본고장인 유럽에 침입하자 불과 수천년안에 절멸했는데 인간의 지리적 영역확대가 오랜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것을 감안하면 거의 지역마다 인간과 조우하여 얼마 되지 않아 사라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네안데르탈은 어떤 면에서 현생인류와 달랐기에 경쟁에서 밀려난 것일까

 우선 네안데르탈의 크기다. 네안데르탈은 현생인류보다 12-15%정도 체중이 더 나갔고 근육질의 몸이었다. 때문에 기초대사량이 높았는데 네안데르탈과 인간이 만나던 시기는 M3기로 춥고 건조한 기후와 온난하고 습윤한 기후가 반복되며 빙하기로 치닫는 시기였다. 아무래도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생물이 불리한 시기다. 다음은 그들의 사냥방식이다. 유적조사결과 네안데르탈은 인간처럼 협업하기는 했지만 강한 힘때문이었는지 창등의 근거리 무기로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서 기습사냥하는 방식을 즐겼다. 이는 위험부담이 큰 사냥방식이고 사실 초대형 초식동물이나 대형육식동물을 압도할수 없는 사냥방식이다. 또한 원거리 무기가 없기에 사냥한 사체를 오래 지키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네안데르탈은 의복은 있었지만 뼈바늘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엉성한 가죽옷을 입었을 것으로 생각되며 화덕은 열효율구조나 은신처의 형태도 현생인류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 생존을 위한 문화적 보완재가 약했던 것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강력한 경쟁압력이 등장했으니 그것이 현생인류다. 절멸의 결정타가 된 것이다. 

 반면 현생인류는 네안데르탈에 비해 장정이 많았다. 기초대사량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육식을 고집한 네안데르탈에 비해 수생식물이나 채식, 작은 동물등 가리지 않고 먹어 더 영양균형적이고 식량수급이 안정적이었다. 또한 힘이 약한 대신 활이나 투창, 투석기등의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여 안전하게 대형동물을 사냥할수 있었고, 압도할수 있었다. 그리고 뼈바늘과 효율이 높은 화덕, 메머디 뼈와 가죽등을 활용한 움집, 동굴등의 은신처사용으로 추위에 잘 견뎌낼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주장하는 네안데르 탈과 현생인류강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가축화능력이다. 사실상 이것이 둘의 운명을 갈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가축화한 개의 등장은 대충 3만2천년에서 1만8천년 사이인데, 정확히 현생인류와의 조우로 네안데르탈이 절멸한 시기와 일치한다. 개는 사냥용가축으로 쓰임새가 많았는데 우선 무리생활을 하기에 인간을 우두머리로 삼고 같은 개들끼리 협력이 가능했다. 그리고 번식이 빠르고 성장속도가 높았으며 인간이 좋아하지 않거나 식량으로 삼을 수 없는 것들도 먹을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사냥하는 방법을 알고 무리사냥으로 그 형식이 인간과 유사한 것도 큰 장점이었다. 

 이런 늑대-개의 등장과 동시에 당대 가장 사냥하기 어려웠던 생물인 메머드의 사체가 대량으로 인간 유적지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늑대-개는 사냥할때 인간에게 매우 큰 장점을 주었는데 연구결과 인간이 개와 함께 사냥할때 사냥하는 고기의 양이 무려 56%나 증가하였다. 그리고 개는 같이 사냥하면 뛰어난 후각과 추격능력으로 사냥하는 시간을 줄여주고 사냥하는 동물의 양은 크게 늘려주었다. 또한 개는 이동할때 무거운 짐 혹은 사냥한 고기를 운반하는 것도 가능하며 썰매를 이용한다면 인간을 수송하는 것도 가능했다. 과거 개는 막 사냥한 사체를 인간이 해체하는 동안 경계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되며 남성 인간들이 사냥을 나갔을때 다른 포식자나 네안데르탈, 혹은 다른 인간으로부터 촌락의 여자와 아이를 보호하는 역할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가축화는 우위관계는 분명하지만 기본적으로 상호호혜적인 것인만큼 개가 얻은 것도 적지 않다. 야생을 포기한 대가로 개는 인간에게 붙어 매우 안정적인 식량 수급을 기대할수 있게 되었다. 또한 다른 육식 경쟁 길드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으며 인간의 주거지는 개에게 매우 안락한 서식지가 되어주었다. 

 결국 현생인류는 침입종으로서 네안데르탈과 다른 대형육식동물이 최고 포식자로 자리잡던 아시아와 유럽인로 침투해 그들을 절멸시켰다. 당시는 기후 변화로 네안데르탈과 다른 상위포식자들이 고통받던 시기였으므로 강력한 최상위 포식경쟁자로서의 인간의 등장은 다른 육식길드종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실제 과거 미국서부에서 농장주들이 늑대를 전멸시키자, 코요테가 크게 번성했는데, 엘크무리의 과다번식으로 초지가 황폐화하자 늑대를 다시 도입한 일이 있었다. 육식길드의 경쟁자로 늑대가 가장 먼저 한일은 코요테를 공격하고 죽이고, 먹이를 뺏는 일이었다. 비슷한 일이 인간에 의해 네안데르탈과 최상위 포식자들에게 일어났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개라는 강력한 첨단 도구가 더해지자 그 효과는 극대화되었을 것이다. 물론 인간이 네안데르탈 자체를 공격하고 죽이거나 혹은 먹이로 삼는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고 실제로 그런 유적은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이 네안데르탈의 먹이가 되는 메머드나 다른 대형초식동물을 어려운 기후환경에서 보다 빠르게 독식하기 시작한 것은 환경의 악화로 어려움에 처한 네안데르탈에게 결정타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결국 최고의 침입종은 인간자신이었음을 부인하기란 어려운 일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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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 -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전병근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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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10년만에 나온 매리언 울프의 신작이지만 전작 '책읽는 뇌'와 겨우 몇 달간의 시간차로 읽어서인지 오랜만이란 느낌이 거의 없었다. 이 부분은 책의 내용도 그런데, 아마 10년전의 책이 시대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 듯 하다. 이번 책은 '책 읽는 뇌'와 비교한다면 훨씬 더 읽기 쉬워졌으며 디지털 매체가 더욱 본격화한 지금의 세태에 더 어울린다. 전작 '책 읽는 뇌'는 책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밝히고자, 문자의 발명과 그 영향, 문자를 읽어내는 인간 뇌의 생물학적 과정, 그리고 문자가 변화시키는 인간의 뇌의 회로와 그것을 가능케 하는 뇌의 가소성, 난독증 등을 다루었다. 때문에 과학적 내용도 많고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책은 편지형식을 띄고 있고, 저자의 독서에 대한 감정과 옹호, 디지털 매체에 대한 걱정이 어우러져 보다 구어적 느낌이 든다.


1. 어릴적부터 깊이 읽기가 중요한 이유

 전작에서 강조한 것처럼 매리언 울프는 읽기란 인간의 생득적 능력이 아님을 다시금 강조한다. 말하기 능력에는 분명 해당하는 유전자가 있지만 읽기는 그렇지 않다. 때문에 읽기를 위해서 인간은 기존에 다른 용도를 위해 진화한 뇌의 회로와 조직들을 사용하게 된다. 인간의 뇌는 주변 환경을 빠르게 포착하기 위해 물체나 얼굴의 작은 특징을 잘 식별하기 위해 조직화한 부분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작은 변화의 포착은 읽기를 시작하면서 단어의 작은 특징을 파악하는데 사용된다. 게다가 인간의 뇌는 한문장을 읽으면서 새로운 인지 영역에 들어서는데 이 때는 인간의 예측 능력이 사용된다. 인간은 어떤 문장을 읽을때 그 문장을 완전히 읽기도 전에 예측하여 미리 대비한다. 여기에는 기존에 습득한 사전지식이 사용되며 개별단어를 빠르게 식별하여 문장이 새로운 문맥에 사용되어도 그 의미를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한다. 

 이런 전향적 예측으로 인간은 다음에 내가 무엇을 읽을지의 가능성을 좁힘으로써 지각의 속도를 빠르게 상승시킨다. 그래서 유능하고 숙련된 독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깊이 읽기를 위한 뇌 회로 형성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어릴적부터 할애했느냐가 중요해진다. 때문에 사회적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어릴때부터 깊이 읽기 과정의 발달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노력이 중요해진다.  


2. 깊이 읽기

깊이 읽기는 이 책 내내 강조하는데 보면서 저자는 사실 깊이 읽기를 명확히 정의해주진 않는다. 책의 파편들로 종합해보면 깊이읽기는 형식적으로는 느린 템포로 책 내용에 깊에 빠져드는 정독이라 할 수 있다. 깊이 읽기로 인간은 타인의 관점과 느낌으로 이동하는 옮겨가기나 공감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 옮겨가기와 공감을 통해 세계에 대해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관점에서 타인의 관점으로 옮겨갔다고 돌아오게 되고 이땐 더욱 확장된 상태가 된다. 즉, 공감과 더불어 자신의 내면 지식이 더욱 넓어지게 되는것이다. 

 이런 깊이 읽기는 언제나 연결과 관련한다. 우리가 아는 것을 읽는 것에 연결하고, 읽는 것을 느끼는 것에 연결하고, 느끼는 것을 생각하는 것에 연결하고, 그리고 생각하는 것을 삶의 방식에 연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깊이 읽기의 연결과정을 통해 인간은 유추를 하게 되고, 그 유추를 통해 추론과 연역, 분석하고 이전의 가정들을 평가하는 능력을 습득하게 된다. 텍스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하게 되면서 배경지식과 공감이 통합되고 추론을 통해 비판적 분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가장 깊이 읽기는 통찰인데 읽기는 통해서 얻은 정보를 최선의 사고와 느낌으로 연결하고 비판적 결론을 도출하여 완전히 새로운 생각에 도달하는 것이다. 아마 책을 읽으며 '유레카'라는 느낌이 들거나 '영혼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는게 이런 경지가 아닐까 싶다. 


3. 디지털 매체가 깊이 읽기를 방해한다.

 그런데 지난 20년간 디지털 매체가 인간의 삶에 깊숙히 자리한다. 인간에게는 생존을 위한 환경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으로 모든 새로운 자극에 즉각 반응하는 '새것 편향' 이 있다. 원시적 인간은 디지털 환경도 이런 자극으로 여기고 반응하는데 수백개의 TV 채널을 쉬지 않고 돌리거나 스마트폰의 SNS를 계속 관철하고 끊임없이 검색하고 반응하는게 디지털 버전의 '새것 편향'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20대들의 미디어 습관 조사결과 디지털 매체의 전환빈도는 무려 시간당 27회였으며 휴대전화 확인 횟수는 하루 평균 150-190회에 달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중독수준이다. 

 디지털 버전의 새것 편향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보 과잉도 문제다. 최근 한 사람이 매일 다양한 기기를 통해 소비하는 정보의 양은 데이터로 평균 34GB에 이른다. 영단어 10만개의 분량인데 물론 이것들이 다 텍스트나 글은 아니고 대부분 이미지나 동영상이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상당한 분량의 정보라 할 수 있다.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뇌는 배경지식을 이용해 새로 접한 정보에 대한 예측을 실행하는데 너무 많은 정보는 필연적으로 인지적 과부하를 불러온다. 인간은 이 과부하에 대해 모든걸 단순화하거나 최대한 대충 빨리 처리하고, 그것도 안되면 외부 프로그램이나 일부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선별하는걸 맡겨 버린다. 실제 우리는 포털이나 인공지능이 분류해준 정보에 빠져 그것만 보는 경향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정보는 지식 내면화를 통한 배경지식의 구축을 오히려 어렵게 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도덕적 공감능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디지털 매체로 글을 보는 경우 인쇄매체를 본 경우보다 이야기의 시간적 재구성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글쓰기 능력 또한 감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깊이 읽기도 당연히 어려워지는데 이는 깊이 읽기가 인간에게 부여하는 주의 깊은 지식습득과 귀납적인 분석능력, 비판적 사고, 상상과 반추와 통찰의 고등사고능력의 습득도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이런 고등사고능력이 결여된 인간으로 가득찬 사회는 정보과잉과 더불어 정보편향으로 잘못된 정보와 의견으로 끌릴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그 사회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수도 있다는게 저자의 걱정이다. 실제 인쇄매체를 통한 학습이 가장 부족하다고 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노년층과 20대가 극단주의적 주장에 다른 세대에 비해 유독 취약한 것은 이런 사실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4. 양손잡이 뇌를 만들자.

 그럼 해결책은 뭘까. 저자는 양손잡의 뇌를 주장한다. 이는 오른손 왼손의 자유자재 사용이 가능한 사람이 아닌 인쇄매체와 디지털 매체의 특성과 장점을 잘 파악하고 언제든 나의 뇌를 그 매체의 특성에 맞게 전환하여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즉, 인쇄매체를 읽을땐 느린 템포로 깊게 읽어나갈 수 있으며 디지털 매체를 사용할 때는 빠르게 멀티태스킹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나가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선 당연히 교육이 중요하다. 매리언 울프는 적어도 읽기를 배우기전인 5세까지는 디지털 매체를 배제하는걸 요구한다. 그리구 입학 후 첫 몇년은 종이책과 인쇄물로 읽기를 주로 가르쳐야한다고 한다. 5세에서 10세에는 인쇄기반 매체와 디지털 기반 읽기를 함께 실행하는 것을 제안한다. 물론 이 경우 디지털 매체는 학습의 다양한 형식을 알려주는 비교적 단순한 형태여야 한다. 이와 같이 양자를 이용하는 방법을 같이 발달시키는 것을 동반발달이라 하는데 이는 매체에 상관없이 깊이 읽기 기술에 시간과 주의를 할당하는 능력을 갖춘 진정한 양손잡이 뇌를 발달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동반발달을 통해 깊이 읽기 기술이 습득되면 주의 분산이나 공감력 약화 같은 디지털 문화의 부정적인 영향이 최소화되고 디지털의 긍정적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아직 동반발달 교육과 양손잡이 뇌에 대한 연구는 크게 부족한 편인데 저자는 이를 위해 세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과학적 관점에서 인쇄물과 디지털 매체게 모든 아이들에 어떤 인지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다. 다음은 교육적 관점에서 학령기 인쇄매체를 통한 아이들의 읽기 양태가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이에 대처할 교사에 대한 훈련과 투자의 필요성이다. 마지막은 시민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세계에 존재하는 디지털 격차를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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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9-18 1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아이들이 휴대폰을 읽을 때 읽는 방식을 듣고 놀란적 있어요. 한줄 한줄씩 차례대로 안 읽는대요. 굳이 말하면 지그재그? 대충 건너뛰어보면서 필요한 부분만 읽는다는거죠. 요즘 아이들의 독해력이 정말 형편없는데 아마 이런 읽기습관이 영향을 많이 끼치지싶어요

닷슈 2020-09-18 20:27   좋아요 0 | URL
그런지적이 책에도 나오더군요. 맞는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어릴 적 부모님도 서울태생이고 나 역시 서울태생이며 그래서 마땅히 친가와 외가가 모두 서울인 나는 서울 이외 지역을 상상만 하고 살았다. 국딩땐 서울이 되게 크다고 생각했었고(대한민국에서 마땅히 가장 클 것이라 생각했다. 나중에 경기도가 더 크다는걸 알았을땐 충격이었다) 서울 이외 지역은 시골이라는 이름으로 퉁치고 살곤 했다. 그랬던 사람이 지방을 군생활 중 처음 경험한 이후 직장이 경기 지역에 자리하여 지방에서 가정을 꾸려 살고 있으니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다.

 서울태생임에도 지금에 비하면 많이 저렴한 2천년대 초중반의 서울 집값이 난 당시 무척 비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기다 얼마 안되는 내 종잣돈과 급여를 매몰해가며 십수년을 대출과 이자를 감당하며 살아가느니 당시 부동산 값이 싼 지방에 자리 잡아 사는게 어떨까란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처음 읽은 지방에 관련한 책이 강준만의 '지방은 식민지다' 였다. 모든 것이 수도권에 몰린 한국의 현실을 잘 지적하고, 지방 삶의 쾌적함과 지방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책이었다. 다음책은 '재정은 어떻게 내 삶을 바꾸는가'로 지방민의 입장에서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지방재정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책이었다. '지방소멸'은 일본 책으로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로 지방소멸 위기를 겪는 일본의 현 주소를 제시한 책이다. 텅 빈 집 문제와 소멸 대상 도시로 65세 이상 인구와 20-39세의 가임기 여성수를 비교해 노인 인구가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지역을 소멸 대상 지역으로 꼽았다. 지방의 생존전략으로 거점도시 개발과 주변 지역의 연계를 꼽은게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본 책이 제목조차 살벌한 마강래 교수의 지방도시 살생부다.

 최근의 지방과 수도권의 상황은 더욱 극변하고 있다. 서울로의 집중은 더욱 심화되어 몇년 전 마침내 서울과 인천, 경기를 합친 수도권 인구가 그 좁은 면적에도 전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고 말았다. 산업구조도 2천년대 이후 재편되어 단순 제조업 중심의 지방기업은 경쟁력이 쇠퇴했고, 글로벌 기업 본사가 위치한 수도권 지역의 일자리가 더욱 고급화되고 집중되었다. 이로 인해 인재는 더욱 서울로 몰렸고 양 지역의 일자리 급여차도 커짐에 따라 집값도 더욱 양극화되었다. 

 그래서인지 부동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현 여당대표가 갑작스레 세종시로의 행정수도의 완전한 이전을 주장하며 갑작스레 지방분권에 대한 관심이 화두가 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으로의 분권에 대한 생각은 무척 오래되었다. 그만큼 한국사회의 수도권 과밀화는 오래된 그리고 갈수록 답이 없이 심각해지는 문제다. 언급한 것처럼 사실 정부의 지방활성화에 대한 고민과 대책 및 재정투입은 저출산 문제만큼 오래되었다. 무려 2000년대 초중반부터 지방중소도시의 인구이탈이 본격화되며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이 지속되었고, 저출산문제만큼 진단을 잘못하여 그간 5조에 달하는 재정이 투입되었음에도 효과는 미미하다. 

 책 '지방도시 살생부'는 향후 20년후 위기에 빠질 지방중소도시를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15만 인구 이하의 지역으로 정의한다. 이 지역들은 2천년대 이후 인구가 꾸준히 빠지고 있는데 몇몇 지역은 최근 인구감소가 정체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희망적인게 아니며 이미 이동가능한 인구인 젊은 층이 모두 빠져나간 상태이기에 일시적 정체를 겪는 것이며 노년 인구가 사망하는 시점이 되면 본격적으로 다시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지방중소도시의 위기는 거대한 4가지 메가트렌드 때문인데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그리고 4차산업혁명때문이다. 지방도시는 세계화 이후 지방제조업이 쇠퇴하고 글로벌 대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면서 서울등 수도권에 비해 일자리의 양과 질을 크게 줄어들었다. 때문에 젊은 층이 떠나가니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화되어 인구가 줄어들었다. 거기에 저성장 기조로 인해 나라의 투자와 자원이 경쟁력있는데 집중된다. 즉, 집적효과가 큰 수도권에 더 큰투자가 된다는 셈으로 지방은 소외된다. 4차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로봇등을 활용한 자동화로 어려 직종의 인간대체 효과를 크게 가져온다. 창의성있는 고급직종이 대체를 피할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런 직종 역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단순제조형태와 서비스업이 집중된 지방중소도시일수록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상실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설상가상인셈이다. 

 우리나라 지방도시의 쇠퇴원인으로 저자는 크게 4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제조업 경재력의 쇠퇴다. 대부분의 지역이 해당하며 거제나 울산, 포항, 아산, 당진, 구미, 여수, 광양등 한 산업에 특화된 지역일수록 외부 환경에 의해 더욱 취약하다. 이런 쇠퇴지역의 생존전략으로는 아예 다른 사업으로 도시의 산업을 전환하는 손떼기 전략과 급여나 후생복지등의 감소로 비용을 절감시켜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는 절감 전략,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역 고유의 특수성을 살려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보존 전략이 있다. 하지만 이중 어느것도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저자는 말한다. 두 번째 쇠퇴요인은 지역의 자연자원이 고갈되거나 수요가 사라진 경우다. 강원도의 탄광도시들이다. 세 번째는 미군부대가 이전하는 경우로 동두천이나 의정부가 그러하다. 한국군부대의 해체 또는 이전도 요인이 될 것이다. 네 번째 요인은 교통망의 변화가 도시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과거 육상교통이 미비할 때 수로 교통의 이점을 노렸던 나주가 그렇다. 

 하여튼 지방의 이런 여러 문제의 핵심에는 결국 일자리 문제가 자리한다. 건물이 부실해서도 인구가 적어서도 아니다. 문제는 일자리다. 양질의 일자리만 생긴다면 인구는 늘어나고, 서비스업도 활성화되고 기업도 알아서오며 재투자가 이루어지는 건물도 새것들이 들어서고 교통망도 확충된다. 세수도 많이 걷히니 공공인프라도 우수해진다. 양적 되먹임인 것이다.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기에 95년 지방자치가 시작된 후 지방은 일자리를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건다.

 일자리유치를 위한 지방의 첫 번째 해결책이 산업단지 육성이다. 산단은 국가산단, 일반산단, 도시첨단산단, 농공단지 4개로 구분되며 국가산업단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시군 차원에서 얼마든지 지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렇다보니 경쟁력없이 마구잡이로 산업단지를 지자체별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상당수의 산업단지가 미분양으로 신음하고 있으며 이에 지자체들은 지자체가 미분양을 모두 떠안는다던지 그외 파격적 경제조건으로 분양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며 이런 무리한 정책으로 인해 지방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다음은 축제다. 지방자치제의 실행이후 지방은 온통 축제판이다. 다만 주객이 전도되어 행사관계자가 항상 손님보다 더 많을 뿐이다. 지방의 행사는 총 361개 정도의 큰 행사 그리고 작은 것까지 하면 무려 1만 5천개 정도에 달한다. 상당한 재정이 투입되는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자 축제는 화천의 산천이 축제가 유일하다. 그 유명한 보령 머드 축제도 적자다. 그런데 축제는 성공해도 일자리 창출효과가 미미하다. 축제의 특성상 일년 내내 이루어지지 않으니 일자리도 일시적으로 창출되는 편이며 교통의 발달과 축제 콘텐츠와 관광 인프라 부족으로 당일치기 관광이 대개 이루어져 숙박업에도 기여가 없기 때문이다. 함평의 나비축제도 크게 성공한 편인데 그럼에도 지역의 이미지는 개선되었지만 지역 인구는 꾸준히 줄어든다고 한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축제는 효과가 없는 셈이다. 아이러니한건 지방의 대부분 축제는 그 지역의 특색 문화와 관련 없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며 가장 성공한 화천엔 정작 산천어가 없고 함평엔 본래 나비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런 지방을 대체 어떻게 살려야할까? 가까운 시일내에 지방을 살리지 못하면 지방은 향후 세금을 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도시에는 도로나 상하수도, 전기, 가스, 도서관, 소방서, 경찰서, 학교등 많은 공공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는 서울이나 지방이나 마찬가진데 문제는 인구가 좁은 지역에 모여 집적도가 높을 수록 인당 세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2016년 대도시는 주민 1인당 공공서비스를 위한 세금이 1619만원이 필요했지만 중소도시는 무려 4822만원, 군지역은 7369만원이 필요했다. 이것이 2027년엔 각각 2467만, 7568만, 1억 1739만으로 상승 예정이다. 그야말로 지방은 돈먹는 하마이지 밑빠진 독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걸 막기 위해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3가지다. 우선 고밀도 압축 개발이다. 현재의 도심재생이나 지방회생전략은 쇠퇴를 모두 막아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이미 실패한 정책이며 불가능한 것이다. 어떻게 모든 지역이 인구가 늘어나고 산업지역이 될 수 있을까? 각 지자체는 모두 인구증가를 목표로 내세우는데 그들의 공약이 모두 실현되려면 남한 전역에 1600만명의 인구가 필요하다. 어불성설인셈이다. 때문에 저자는 현실을 인정하고 쇠퇴하는 지역은 과감히 쇠퇴시키되 거점지역을 고밀도로 개발하고 여기에 서비스를 집중시키고 다른 지역도 이 지역과 교통망을 통해 연결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원도심을 쇠퇴시키는 도시 외곽지역의 무분별한 아파트 공급및 개발을 막고 대형마트등의 입점도 막을 것을 제시한다. 또한 원도심으로 사람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해당지역으로 이주시 이사비나 빈집 리모델링, 임대주택등을 활용하고 공공서비스 기능을 집중시키는 것을 제안한다. 

 두 번째 회생전략은 일자리 창출이다. 많은 지역이 외부기업이나 대형마트 유치를 희망하지만 설사 그들이 들어와도 지역의 고용효과는 미비했고, 지역의 부만 외부로 유출되어왔다. 따라서 지역의 문화와 특색, 특산물을 활용한 마을 기업을 제시한다. 마을 기업은 수익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대부분 지역민을 고용하며, 지역의 교류를 활성화시켜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마을 기업에 지원금을 공급하고 판로 및 경영지원을 통해 지원할 필요가 있으며 대규모 체인점등이 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 이들 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지역의 마지막 회생전략은 대중교통결절점 위주의 교통재편이다. 지방중소도시의 경우는 서울이나 대도시 같은 환심형 교통체계는 적합하지 않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지역이 너무 광범위하고 사람들이 흩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비용을 초래한다. 때문에 저자는 선형으로 교통을 재편하고 사람들도 그에 맞게 집중배치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선형 교통에 겹치는 결절점을 중심으로 주거, 상업을 집중해야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20년 한국의 생산인구와 인구절대수는 감소하고 세계화와 경제침체로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 자명하다. 물론 통일이라는 변수와 4차산업혁명 역시 큰 변수로 다가올 가능성은 있다. 통일이 된다면 적어도 북한 전지역은 과거 남한처럼 양적성장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으며 4차산업혁명은 의외로 큰 경제성장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방에 대한 회생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도시파산제도가 없기에 텅빈 비역을 버릴수 없고 안그래도 좁은 땅에 인구가 부족하다고 하여 지역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방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다. 미리 경각심을 갖고 마을기업등의 설립으로 일자리 위주로 접근하고 지방문제를 풀기위해 지역을 스마트하게 압축 거점화하고 교통결절점을 선형강화한다면 저자의 생각처럼 지방은 살아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방이 이렇게 살아난다면 이는 출산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가능성이 높다. 결국 일자리 문제가 어느정도 지역수준에서도 해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얼마 없고 해결해야할 숙제는 많다. 정치권에 기대를 갖고 지켜봐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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