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바버라 J. 킹 지음, 정아영 옮김 / 서해문집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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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상 감정은 주변 세계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생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긍정적인 감정은 주변 세계가 나의 생존과 적응에 유리한 것이기에 부여되며 부정적인 감정은 그 반대다. 슬픔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무언가를 상실하거나 잃었을 때 나타난다. 책'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에서 다루는 슬픔은 발로 주변 개체를 상실하였을 때의 슬픔이다. 나와 늘 친하게 지내던 형제나, 자매, 부모, 또는 항상 같이 지내던 친구 같은 개체의 상실에서 나오는 슬픔이다. 그리고 이런 류의 슬픔은 인간에겐 매우 당연시 되지만 동물에게선 의문시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동물과 가까운 삶을 산 사람들은 동물이 이런 종류의 슬픔을 마땅히 느낀다고 생각하며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경험적, 과학적 증거 모두 없음을 말하며 이에 반대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자는 이런 종류의 슬픔을 많은 수의 동물도 마땅히 느낄수 있음을 주장한다. 다양한 경험적 증거를 대는데 우리가 이런 동물의 슬픔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는 동물들이 이런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 인간의 그것과 상당히 다르며 인간은 주변에 동물을 가까이 하지 않고 따라서 이런 감정을 잘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물같은 경우는 사별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며 자의식도 부족한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상실에 의한 슬픔을 못느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 오랫동안 함께한 친구 개가 죽어서 사라졌는데 다른 개가 그 사라짐을 죽음으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슬픔을 느낀다는 사실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의견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데 이는 동물 역시 인간처럼 서로 협력하고 장기간 그 관계를 유지하는 집단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슬픔과 그 애도는 진화상 하나의 적응적 감정이다. 동물이 집단을 형성하는 것은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되는데 같이 지내던 개체가 사라지는 것은 이 집단의 해체를 의미하며 이는 곧 해당 개체의 적응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되는 만큼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슬픔이라는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적응에 유리한 일이 된다. 부정적 감정을 통해 스트레스를 받은 개체는 해당 상황을 빠르게 해쳐나가려고 노력할 것인 만큼 이는 진화상 충분히 나타날만한 적응행동이된다. 때문에 집단을 형성하는 동물에게 상실에 따른 슬픔이 나타날수 있다는 논리는 매우 타당하다. 

 책에서 저자는 고양이와 개, 말, 닭, 토끼, 돌고래, 염소, 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이 오랫동안 함께한 동료나 가족이 상실되었을 때 보이는 다양한 슬픔을 일화로 제시한다. 물론 이는 과학적으로 잘 설계된 실험은 아니며 저자의 직접 경험이나 들은 일화들에 불과하다. 이것이 이 책의 약점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설득력이 떨어지진 않는다. 이들은 일상에서 우리가 충분히 경험해온 내용이기 때문이다. 

 재밌는 점은 원숭이들이 고도의 협력성에도 불구하고 새끼나 동료의 죽음에 마땅한 슬픔이나 애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미 원숭이들은 새끼가 사망한 경우 상당 기간을 죽은 새끼를 업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동과 행위에 상당한 위험성과 에너지 소모가 생기는 만큼 이는 새끼를 상실한 것에 대한 깊은 슬픔 반응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미원숭이들은 사망한 새끼를 앉고 교미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평소 새끼를 안전하게 안는 방법과 죽은 새끼를 들고 다니는 방법이 다른 것으로 보아 죽은 것은 인식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거기에 죽은새끼를 결국 버리는 시점은 수유기의 종료와 일치하지 않았다. 여러모로 예상과는 다른 셈이다. 다만 이들은 겉으로 보이는 무던함과는 다르게 막상 주변 개체가 포식자에 의해 희생되거나 사고로 죽으면 호르몬상 큰 스트레스 수치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상 표현은 안하더라도 큰 슬픔을 생리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셈이다. 원숭이들이 이렇게 겉으로 슬픔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들의 높은 사망률과 관련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원숭이 집단은 성체가 되어서도 12%정도의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데 이는 이 집단이 항상 생존의 압박을 느끼며 이것은 슬픔과 애도에 쓸만한 에너지와 시간이 충분치 않음을 의미할수도 있다. 즉, 슬픔을 표현할만한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실제 인간도 전쟁이나 극한 상황에선 슬픔을 좀처럼 표현하지 않는다. 그만한 여유와 시간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슬픔이 삭혀지진 않는다. 이후 돌이켜 생각나며 곱씹게 되고 오히려 충분히 애도하고 슬퍼하지 못한 것에 향후 더큰 부정적 감정을 갖는 경우도 생겨난다. 원숭이 사회는 이런 상황과 비슷하지 모른다.

 책을 진화론적으로 살피긴 했지만 무척 인상적인 애도와 슬픔에 잠긴 동물의 이야기가 책엔 많이 실려있다. 이들이 회복하는데는 공통적으로 자신보다 어리숙하고 약한 새끼와의 만남 혹은 다른 개체와의 만남이 주요 계기가 된다. 어떻게 보면 집단의 회복이 슬픔의 감소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말이 죽어서 묻히자 다른 말들이 이상스럽게도 그 주변이 원형대형으로 자주 모여 있으며 심지어 좋아하는 먹이임에도 헌화한 꽃을 먹지 않은 사연, 함께 지내던 고양이나 토끼가 죽자 무척 슬퍼하는 모습, 심지어 다른 종간에도 상실에 의한 아픔을 느끼는 일화들은 아름답고 가슴을 먹먹히 한다. 여러면에서 의미있는 책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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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물리학 -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물리학의 대답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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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한 카를로 로벨리의 책으로 그의 책들 중 가장 얇기에 처음으로 골라봤다. 집에 몇 권이 더 있는데 정독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책이 매우 쉽다. 칼 세이건 처럼 물리학의 과학의 어려운 현상이나 법칙들을 매우 인문학적으로 썼단 느낌이 든다. 그래도 테마별로 과학적 사실을 다루는데 가벼워 읽기가 좋았으나 사실 내용은 무거운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과학잡지사 '물리학 연보'에 논문 세 편을 게재한다. 하나는 원자가 실제로 존재함을 증명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양자역학의 장을 여는 내용, 그리고 상대성 이론에 관한 것이다. 상대성 이론에 관한 논문은 발표와 동시에 찬사를 받았으나 중력과 논리적으로 충돌하여 아인슈타인은 10년여의 보강 끝에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여 이 문제를 해결한다.

 상대성 이론이 위대한 이유는 매우 간단하기 때문이다. 이론이 등장하기 전 중력은 뉴턴에 의존했다. 뉴턴은 모든 물체는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당기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물체가 움직이는 공간이 텅빈 우주라 생각했고 어떤 힘이 가해져 이동 경로를 휘게 만들지 않는 한 그러한 공간에서 물체는 똑바로 직선으로 이동한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 중력이 왜 생기는지 그 공간은 무엇으로 이뤄지는지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패러데이와 맥스웰이 전자기 장 이론을 확립하며 차가운 뉴턴의 공간에 전자기 장이 추가되었고 아인슈타인은 이에 영향을 받아 중력의 범위가 미치는 중력장이란 개념을 생각해냈다. 다만 중력장은 전자기장처럼 전자기 파로 그 범위가 확산되는게 아니라 중력장 그 자체가 공간이란 생각이 매우 놀라웠다. 이로 인해 공간 자체도 물질 같은 개념이 되어버렸고 그래서 공간이 뒤틀리거나 수축 확장한다는 생각이 나올 수 있었다.

 실제로 질량이 많은 별 하나로 인해 공간이 휘게 되어 주변의 행성이 별 주위를 공전하는 것이고 빛은 직진하다가 방향을 틀게 된다. 시간도 곡선처럼 휘어져 중력이 약한 곳에서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양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량의 단위다. 광자는 빛의 단일 양자이다. 이처럼 물리량에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단위가 있다는 생각은 양자역학이 받아들여지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왜냐하면 양자역학의 초기만 해도 에너지를 연속적인 변화로 생각했기에 물체로 취급하는 것이 어려워 생각의 발전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닐스보어는 원자속 전자 에너지도 빛 에너지처럼 양자화된 일정한 값만 취할 수 있고, 무엇보다 전자들이 특정한 값만을 허용하는 원자궤도가 있는 한 다른 원자 궤도로 점프만 할 수 있으며, 점프를 하는 동안 광자를 흡수, 방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이젠베르크는 전자가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지 않으며 그저 다른 무언가가 전자를 봐줄 때, 무엇인가와 상호작용을 일으킬 때만 전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전자가 어디에서 나타날지는 우발적이고 예측이 불가능하며 그저 확률적으로 가능성만을 계산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양자물리학에서는 물리계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설명은 불가능하고 한 물리계가 다른 물리계에 어떻게 인지되는지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현실은 상호작용으로써만 설명이 된다는 것이다.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로 구성된다. 빛은 광자로 구성되고 양성자와 중성자를 강하게 붙어 있게 하는 것이 글루온이다. 즉, 우주는 전자, 광자, 글루온, 쿼크로 구성되는 셈이다. 표준모형은 우리가 세상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가장 작은 것들을 설명하는 표준모형은 매우 복잡하기에 아직 불완전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등장한 수십년간 많은 것을 설명하고 도전을 물리쳐왔다.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은 서로 모순되는 면이 많다.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계속되어왔는데 카를로 로벨리는 루프양자중력이론을 제시한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공간을 압축되거나 삐뚤어질 수 있는 역동적인 것으로 파악한다. 양자역학은 모든 종류의 장이 양자로 이뤄지고 미세한 과립구조라 물리적 공간 역시 양자로 구축되었다고 본다. 루프양자이론은 공간은 다른 것들처럼 역시 무한히 나누어지지 않으나 연속적이지 않고 공간 원자로 구성된다고 본다. 일반 원자핵보다도 수천억배는 작은 크기로 이들이 서로 고리로 연결되어 네트워크를 형성한다고 본다. 공간과 시간의 개념은 이로 인해 사실상 없는 것이며 시간의 흐름은 세상의 양자들간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양자들간의 관계로 생성되는 것이기에 열이 있을 때만 과거와 미래의 차이가 발생한다. 열의 이동으로 인해 관계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이 매우 강하게 아주 좁은 곳에 머물러 있다 전체적으로 퍼지고 요동치는 우주는 그 과정이 매우 역동적으로 일어났기에 지속적인 시간의 흐름이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는 기본적인 현상은 열이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그것은 법칙이 아니다. 열의 이동은 역시 확률적인 것으로 뜨거운 원자가 찬 원자에게 에너지를 줄 가능성이 현저히 높기에 거의 그런 일만 발생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찬 원자가 뜨거운 원자에게 에너지를 줄 가능성도 있다. 블랙홀은 플랑크 별 상태로 압축된다. 플랑크 별은 원자만한 크기로 태양은 수명을 다하면 1.5km정도 크기의 블랙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원자만한 크기의 플랑크별이 된다. 하지만 이후 다시 튕겨 올라 팽창하여 폭발하는데 이 과정이 재미있다. 블랙홀 내부는 매우 중력이 강하여 시간이 상당히 느리게 흐른다. 블랙홀이 폭발하여 되튀기는 과정은 내부에서는 엄청나게 빠를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매우 느리기에 블랙혹의 되튀기는 과정은 외부에서 보기엔 매우 느리게 진행된다. 어쩌면 블랙홀은 상당수가 이미 되튀기는 과정중임에도 바깥에서는 평안하게 보일런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우주의 빅뱅도 비슷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빅뱅 이전 매우 좁은 영역에 말도 못한 에너지가 요동쳤으니 말이다. 물론 이건 물질이 아니었으나 중력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면 그 또한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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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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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에게 유명한 정재승의 책이다. 워낙 잘 알려져서 책을 많이 쓴 느낌인데 과학콘서트, 그리고 진중권과 같이 쓴 크로스 시리즈, 이 책 열두발자국 정도가 전부라기에 좀 의외였다. 책은 강연을 엮은 책이라 가벼우면서도 인간의 성향에 대한 재밌고 유익한 사실이 많아서 아쉬우면서도 좋았다.

 인간은 90%이상의 확신이 들어야 선택하고 실행한다. 생존을 위해 실패하지 않으려는 당연한 성향때문인데 문제는 90%정도까지 확실할만한 일이 무척 드물다는 것이다. 정보가 지나치게 많고 부족한 현대사회엔 더할 것이다. 그래서 미해병대엔 70%룰이 있다고 한다. 일단 70%정도 확신이 들면 하라는 것이다. 실제 이것이 실패보단 성공사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가설도 이를 뒷받침하는데 심사숙고보다는 자신의 오랜 총체적 경험으로 빠르게 의사결정할때 의외로 맞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 사회적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매우 성실히 모은다는 것이고 이를 적절한 시기에 실행한다는 것이다. 결국 평소 많은 경험과 독서, 만남등으로 충분한 정보를 모아놔야 빠른 의사결정이 성공으로 이어질수 있다는 셈이다. 

 결핍은 용어자체가 부정적이지만 사람에게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결핍의 긍정적 효과로 우선 마감효과가 있다. 하기싫어 미루던 것이 마감이 다가오면 갑작스레 엄청난 효율과 집중력으로 해치워 결과가 좋아지는 효과다. 또한 결핍은 동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원하는 것을 얻는 과정이 힘겨울수록 그 결핍은 오래 지속되며 갈망도 강해져 사람을 열정적으로 만든다. 돈과 사랑, 부모에 대한 인정결핍이 그것을 추동하는 강한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면에서 요즘 청소년은 결핍이 적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자녀수가 적은 세대이다 보니 부모로부터 알아서 보호 및 여러 제공을 받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아도, 음악을 하고 싶지 않아도 부모는 알아서 미리 학원등을 보내준다. 때문에 청소년들은 어려서부터 뭔가를 스스로 하고 싶어 배우는 경우가 매우 적다. 젊은이들을 성취동기로 가득찬 이들로 성장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결핍을 느낄만한 자유로운 시간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결핍은 역시 어두운 면도 있다. 사람은 뭔가가 결핍되면 그것을 채우고 싶은 나머지 그 충족에만 급급하여 큰 것을 보지 못하는 터널 비전효과에 빠진다. 또한 결핍이 심하면 충동억제능력에 시달릴수도 있다. 돈이나 사랑에 대한 결핍이 그것을 강하게 추동하여 성추행을 하거나 절도성향으로 이어질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늘 새로고침을 갈망한다. 자신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끊어놓은 시간단위인 새해가 되면 굳이 의미부여를 해가며 누구나 새로고침을 시도한다. 바로 새해결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실패확률이 매우 높다. 77%가 새해결심을 1주일 유지하고, 19%만이 2년을 유지한다. 새로고침이 어려운 이유는 결국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야 하는데 그것의 중추인 뇌가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행동하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다. 

 판단을 할때 뇌는 두 영역을 사용한다. 목표지향영역과 습관 뇌영역이다. 목표지향영역은 목표를 생각하여 가장 큰 보상을 주는 선택지를 찾는 것이고 습관 뇌 영역은 일상과제반복 수행에 사용되고 큰 보상보다는 인지적 노력을 줄여 통상적 보상을 얻는 방식이다. 이중 뇌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것은 당연히 목표지향 영역으로 많은 에너지 소비가 뒤 따른다. 새로고침은 목표지향 영역에 해당하고 습관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실행이 어려운 것이다. 

 인간에게는 믿음 엔진이란게 있다. 무작위적 패턴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경향이다. 음모론에 대표적인데 사건과 사건 사이의 고리를 잘 짜여진 스토리로 연결하여 인과관계를 부여하는 것이다. 인간이 무작위에 패턴을 부여하려는 성향을 가진 것은 그래야 예측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생존확률을 높일수 있기 때문이다. 

 뇌의 도파민은 전대상피질 영역에서 무작위적 패턴에서 의미있는 패턴을 찾는 역할을 한다. 도파민이 부족하면 패턴 찾기 능력이 약해지며 반대로 과다하면 지나치게 패턴을 찾으려고 한다. 도파민이 과다하다면 음모론이나 미신, 징크스등을 믿기 쉬워진다는 말이다. 이처럼 미신과 징크스는 미래를 통제하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되나 미래를 통제하는 것은 결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회의주의적 삶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지능이 높으면 대개 창의성도 높다고 생각하지만 둘은 상당히 다른 편이다. 지능은 기존 지식과 절차를 빠르게 습득하는 것과 관련하지만 창의성은 기존 지식과 절차를 사용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창의성은 흔히 은유와 많이 관련하는데 은유가 전혀 상관이 없어보이거나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두 가지를 연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 질 때 평소 신경 신호를 주고 받지 않던 상당히 멀리 떨어진 뇌의 영역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 받는 것이 관찰된다. 이 과정에서 전두엽, 측두엽, 후두엽, 두정엽등이 서로 신호를 주고 받는데 이는 창의성이 뇌의 전 영역을 두루 사용해야 생성되는 것이며 전두엽같은 고등사고 영역에서만 산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창의적이 되려먼 문제를 굉장히 다양하고 이질적인 각도에서 바로보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지적인 대화를 하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지식을 섭취 흡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창의성을 생활에서도 길러지는데 운동과 수면, 독서, 여행, 사람만나기가 창의성에 필요하다. 운동을 하면 신경세포를 자극하여 뇌세포가 늘어나게 되며 독서는 평소의 경험과 학습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독서와 여행, 사람 만나기를 새로운 환경과 생각, 자극, 경험을 얻게 하는 것이다. 

 창의성은 교육환경과도 관련하는데 층고가 중요하다. 보통 교실이나 아파트는 층고가 낮은 편인데 창의성은 층고가 높은 환경에서 잘 양성된다. 층고가 2.4미터이면 통상적인 단순 문제를 풀이하는데 좋은 성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층고가 3.3미터에 달하면 창의적인 수행능력에 좋은 성과가 나타나게 된다. 

 창의성은 한 가지 문제에 천착하면 나타나기 쉽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창의적인 사람은 대부분 멀티태스킹에 능숙하며 순간적인 전환이 빠르다. 한 가지에 오래 집착하기 보다는 이일 저일을 다루면서 서로 간의 관련성이 나타나고 생각이 전환되며 창의적인 해결책이 떠오르게 된다. 여러모로 갖추기 힘든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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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4-09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닷슈 2022-04-11 15:0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힐링하면서.

이하라 2022-04-09 0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닷슈 2022-04-11 15:07   좋아요 1 | URL
매번 감사합니다.

꼬마요정 2022-04-09 0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잘나고 싶은(지능도 높고 창의성도 높고) 마음과 현실 사이에서 저는 그냥 생긴대로 살려구요. 꼭 다 잘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 이것 저것 해 봅니다. ㅎㅎㅎ 믿음 엔진을 잘 가동하면 삶이 더 풍족해질까요^^

닷슈 2022-04-11 15:08   좋아요 1 | URL
믿음 엔진 가동하면 풍족해지리라 믿습니다. 아무리 대단해도 자기가 만족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죠. 감사합니다.
 
암흑 물질과 공룡 - 우주를 지배하는 제5의 힘
리사 랜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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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어떤 책을 읽으며 재밌는 의견을 본 적이 있다. 지구 빙하기는 규칙적으로 찾아오는 편인데 이는 태양계가 은하계를 공전하며 태양 빛을 많이 산란시키는 짙은 가스층이나 성운주변에 주기적으로 들어가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런 층에 들어가게 되면 태양과 지구사이에 빛을 막는 물질의 농도가 짙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빛이 줄어 그 기간 빙하기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태양이 멈춰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태양계 전체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우리 은하를 공전하고 있다. 다만 태양계 전체가 태양에 딸려 다같이 움직이기에 태양은 우주 한 가운데 멈춰있고 지구 같은 행성들만 태양주위를 공전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기적인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지구와 소행성들의 충돌 빈도다. 내가 어릴적만 해도 공룡의 갑작스런 멸종 이유는 의문에 가까웠으며 그나마 유력한 이론은 갑작스레 찾아온 빙하기로 인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6600만년전 거대한 소행성이 유카탄 반도에 떨어져 궤멸적인 파괴현상이 일어났고 이로 인한 대멸종으로 공룡이 사라졌다는 것이 정설이 되었다. 책의 저자 리사 랜들은 지난 2억 5천만년동안 발생한 지구의 크레이터(소행성의 충돌 흔적이다)를 바탕으로 충돌의 빈도가 주기성을 갖고 있으며, 그 이유는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암흑물질이라는 이론을 내세웠다. 책 '암흑 물질과 공룡'은 그 과정하나하나를 밣아가는 책으로 우주의 기원부터 생명의 기원, 태양계,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우리 은하 등 관련 지식과 이론을 체계적으로 다룬다.  


1. 암흑 물질

 우주는 암흑에너지 69%, 암흑물질 26%, 물질 5%로 구성된다. 은하나 별, 그리고 우리 같은 생명을 구성하는 물질이 고작 5%에 불과하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하지만 암흑에너지나 암흑물질의 존재를 가정하지 않고서는 우주의 팽창과 팽창에도 불구하고 은하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그리고 우주의 총물질량과 에너지량이 이론과 도무지 맞지 않기에 이들은 실제 관측이 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된다. 

 이중 암흑물질은 사실상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며 심지어 우리 몸을 실시간으로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보통물질과는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아 감지조차 되지 않는다. 암흑물질은 빛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에 사실 전혀 보이지 않으며 관측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암흑물질도 물질이기에 자기들끼리 뭉쳐 한곳에 집중되며 그 결과 강력한 중력효과를 나타낸다. 이런 암흑물질의 성질덕에 우리 은하를 비롯한 우주 초기의 은하단이 생성될수 있었다. 

 암흑물질의 중력으로 인해 이들이 있음을 알아낼수 있기도 하다. 먼저 1970년대 루빈과 켄트 포드는 별들이 은하중심에서 멀리 떨어졌음에도 회전 공전 속도가 중심부와 거의 같음을 발견했다. 사실 이 정도 거리면 은하중심의 중력이 거의 미치지 않아 이 별들은 은하 바깥으로 튕겨야만 했다. 하지만 보통물질 이상의 물질이 은하내에 존재해 더 강한 중력이 작용한다면 이들이 이렇게 붙어 있는 이유가 설명된다. 때문에 이는 암흑물질의 존재를 입증하는 하나의 증거가 된다. 

 암흑물질의 존재를 설명하는 또 다른 증거는 중력렌즈다. 빛은 직진하지만 중력이 큰 부분을 지나게 되면 그것에 이끌려 휘게 된다. 지구와 일직선상에 놓은 별이 방출하는 빛은 가운데 커다른 은하가 있다면 그것에 가려 원래 보이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은하 위 아래로 지나가는 빛이 은하의 중력에 이끌려 아래로 휘게되고 그 결과 일직선상에 가려져있던 지구에도 별의 빛이 도달하게 된다. 다만 위 아래에서 오기에 그 별이 두개로 보이게 된다. 이 휘는 정도로 은하단이 갖는 질량의 계산이 가능해지는데 그 결과 은하단의 중력은 보통물질보다 훨씬더 강한 것으로 계산되며 이 역시 암흑물질이 은하내에 존재한다는 강한 증거가 된다.

  

2. 우주의 시작과 암흑물질

 우주의 나이가 십의 -43승 도 안되고 우주의 크기가 십의 -33승 cm도 에 불과한 시점에 빅뱅이 시작되었다. 초기 우주는 1조*1조배의 온도와 수많은 입자로 구성되어 있는 고밀도 에너지 덩어리였으며 이 입자들이 광속으로 날아다니며 서로 상호작용하고 소멸하여 엄청난 에너지를 형성하였다. 하지만 빅뱅으로 인한 팽창으로 우주가 식자 에너지 밀도가 큰 무거운 초기 입자가 더 이상 생성될수 없었다. 이 무거운 입자들은 반입자와 같이 소멸하여 에너지로 전환되었고, 이 에너지가 남아 있던 가벼운 입자에게 에너지를 주었다. 빅뱅 후 몇분이 지나자 양성자와 중성자는 온도가 충분히 떨어져 날아다니기를 멈추고 강한 핵력으로 뭉쳐 원자핵을 형성한다. 원래 양성자와 중성자는 수가 같았으나 중성자가 약한 핵력에 의해 붕괴하여 양성자가 되어 둘의 상대적 존재비가 달라지게 된다. 하지만 중성자는 매우 느리게 붕괴하므로 충분히 남아 양성자와 함께 원자핵에 흡수된다. 헬륨이나 중수소, 리튬의 원자핵이 형성되고 이 때 오늘날 우주에 남은 이 원소들의 양이 결정되었다. 

 우주가 더 식어 빅뱅후 38만년이 지나자 양전하의 원자핵과 음전하인 전자가 결합하여 중성원자를 이룬다. 마침내 우주는 전기적으로 거의 중성이 되어 전자기력을 전달하는 입자인 광자가 하전입자들에 더는 포섭되는 일 없이 우주를 산란없이 직진하게 되었다. 이 최초의 복사가 우주배경복사로 현재까지 관측이 가능하게 된 이유다. 초기의 빅뱅은 무거운 초기 물질을 파괴했지만 식으며 우주를 메울 물질들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우주는 초기에 급팽창했기에 매우 균일하고 평평하다. 현재 우주는 급팽창으로 1%수준으로 평평하다. 하지만 완전히 균일하지는 않았는데 이로 인해 은하의 별이 탄생하게 된다. 

 항성계는 우주의 밀도가 낮아지고 물질이 복사보다 에너지가 많아진 시점에야 생성되었다. 복사가 더 강한 시점엔 물질이 뭉치는 것을 마구잡이로 부딪히며 방해했기 때문이다. 우주는 평평하고 균일했지만 작은 밀도 요동은 있었고 여기서 부분의 밀도가 커지기 시작했다. 중력은 물질을 당기고 복사는 물질을 밀어내는데 질량이 어느정도 커지게 되면 밀어내는 힘을 능가하여 물질이 계속 뭉치게 된다. 암흑물질은 이 과정에서 복사의 영향을 받지 않기에 보다 수월하게 인력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암흑물질은 지금도 중력을 발휘하여 별이 날아가지 않도록 하게 하고 초신성에서 분출된 물질의 일부를 은하로 도로 끌어당기기도 한다. 그 결과 은하는 이후에 별형성 및 생명형성에 필요한 중원소들을 보유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우주에서는 저밀도 지역이 더 빨리 팽창하고, 고밀도 지역은 느리게 팽창한다. 그 결과 저밀도 지역이 더 팽창해 고밀도 지역을 부피로 압도하여 고밀도지역은 저밀도 지역의 가장자리에 실처럼 몰리게 된다. 그리고 고밀도 영역은 저밀도 지역의 부피에 눌려 섬유처럼 형성되고 이런 섬유들이 만나는 지역이 상당한 고밀도가 된다. 이 지역이 바로 은하형성의 시작점이다. 


3. 은하와 태양계의 형성

 이 고밀도 지점에서 보통물질은 뭉치는데 특이하게도 항성이나 행성처럼 공모양이 아닌 원반형태가 된다. 이는 회전때문인데 그 회전은 물질이 형성될때 모인 가스구름으로부터 물려 받은 성질이다. 물질이 식으면 붕괴에 대한 저항이 낮아져 한 방향으로 붕괴하는데 이는 나머지 방향으로의 붕괴가 가스의 회전에서 생기는 원심력으로 방지되거나 약화되기 때문이다. 일단 회전을 시작한 물질은 최초의 각운동량을 보존하므로 가스는 수직으로는 붕괴해도 방사상으로는 붕괴하지 않는다. 그래서 원반이 되어 납작해지는 것이다. 

 이 은하에서 형성된 태양은 초속 220km로 은하를 공전한다. 이런 엄청난 속도에도 은하자체가 상당히 크기에 한번 공전하는데 무려 2억 4천만년이 소요된다. 태양이 형성되자 태양의 강한 하전입자에 의해 수소와 헬륨이 바깥으로 날아가고 고온에서도 녹지 않는 철이나 니켈, 규산염, 알루미늄만이 가까이에 남아 응축되어 내행성의 재료가 되었다. 이런 태양의 하전입자로 날아간 풍부한 재료로 인해 외행성계는 중력이 낮아 물질이 부족했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풍성한 재료가 넘치는 지역이 되었다. 그래서 외행성들은 크기가 크고 수소를 잔뜩 축적하여 상당히 빠르게 형성되었다. 이들은 형성 직후 갑작스레 움직였는데 목성은 태양계 안쪽으로 나머지들은 바깥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들의 강력한 중력에 딸려 소행성들도 같이 움직이게 되었다. 이 갑작스러운 이동으로 상당히 많은 수의 소행성들이 궤도에서 벗어나 태양계 안쪽으로 향하게 되었는데 지구와 달, 수성등에 남아있는 후기 대충돌에 의한 크레이터들은 대부분 이때 형성된 것이다. 

 이는 상당히 파괴적이었지만 지구에 긍정적 역할도 남겼는데  생명과 물, 귀금속 자원의 형성이다. 초기의 하전입자로 인해 지구에는 내부에 약간정도의 물만 남아있는 것이 가능했는데 외부에서 날아온 소행성에 의해 상당량의 물을 축적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물의 양이 적당하여 행성 일부는 물에 잠기고 일부는 드러나 향후 다양한 생명의 분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인류문명에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된 무거운 금속원소들도 이 때 충돌로 축적된 것이다. 지구가 생성되며 무거운 원소들이 지구중력에 의해 핵근처로 말려들어갔는데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내외부의 금속들은 대부분 소행성충돌로 생성되 지구지각 내외부에 축적되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생명의 형성이다. 소행성에는 아미노산이 충분히 있는데 이 아미노산이 충돌과 더불어 역시 지구에 대규모로 쏟아져내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확실한 것이 아니며 그것만으로 생명의 기원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지구 최초의 생명이 35억년전에 발생한 것과 후기 대충돌이기가 40억년전으로 시기적으로 비교적 유사한 것은 묘한 여운을 남기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여튼 태양계는 형성되어 내행성과 소행성대, 외행성대 카이퍼대, 오르트구름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목성은 외행성계의 대장으로 소행성대를 강력한 중력으로 묶어두어 내행성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중 단주기 혜성과 소행성들은 카이퍼대에서 주로 공급되며 안정적 궤도를 갖는다. 하지만 장주기혜성은 오르트 구름대에서 공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르트 구름대는1000에서 5만 천문단위거리에 있다.


4. 은하 중심의 암흑물질과 소행성의 흔들림

 지구에서 생명은 35억년전에 처음 생겼지만 5억4천만년전 캄브리아기에 생명이 지금처럼 대폭발했다. 이후 생명은 환경의 급변에 의해 대규모로 혹은 부분적으로 멸종하였는데 환경의 급변은 크게 지구내부의 지각변동에 의해서 그리고 외부 소행성과의 충돌이라는 두 가지 방법에 의해서 발생했다. 지금까지 다섯번 정동의 대규모 멸종이 발생했는데 이중 3번은 지구내부의 지각 변동에 의해서 그리고 나머지 두번은 외부 소행성충돌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학자들은 이런 대규모 혹은 부분적 종의 감소나 멸종이 지질조사 결과 2700만년 정도의 주기 또는 6200만년 정도의 주기를 갖고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냈다. 지구 내부의 지각변동도 주기성을 어느정도 갖기는 하지만 이 책에선 소행성의 주기적 충돌에 주목한다. 그리고 지구 궤멸적 효과를 갖는 충돌은 소행성보다는 혜성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유는 두 가지로 우선 소행성 충돌은 주기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며, 무엇보다도 충돌 에너지가 혜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충돌에너지는 충돌체의 질량과 속도와 관련하는데 혜성은 속도가 최대 초속 70km까지 나오는 반면 소행성은 10-30km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기 역시 상대적으로 혜성이 더욱 큰 편이다. 

 혜성의 발생은 소행성의 무작위성에 비해 주기성을 가질 확률이 높은데 이는 혜성이 오르트 구름대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언급한 것처럼 오르크 구름대는 태양의 중력이 간신히 미치는 곳으로 아주 작은 다른 별이나 은하에 의한 섭동에 의해 소행성들이 충분히 교란되어 그 궤도가 바뀔수 있는 지역이다. 궤도가 바뀌면 태양계 바깥으로 벗어나거나 안쪽으로 향하게 되는데 태양계 안쪽으로 궤도를 향하여 안쪽까지 도달하는데 수천년이 걸리게 된다. 만약 이런 섭동에 주기성이 있다면 태양계 안쪽으로 혜성들이 떼를 지어 주기적으로 대규모 충돌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며 지구같은 별에는 주기적 멸종을 갖고 오게 된다. 

 태양계는 은하주위를 공전하는데 나선면을 따라 수평으로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수직으로도 요동친다. 태양은 은하주의를 2억4천만년간 공전하면서 3회에서 4회정도 수직으로도 수직 이동을 한다. 수직이동을 하게 되어 은하의 나선 위아래로 향하면 태양계는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은 지역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며 은하나선면 중심을 향하며 밀도가 높은 지역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밀도가 높은 지역을 만나게 될때 오르트 구름대의 천체를 흐트러뜨릴만한 섭동이 일어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은하의 보통물질의 밀도만을 생각한다면 태양계 외곽을 흐뜨러트릴만한 조력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 있고, 또 다른 문제는 보통물질 은하의 수직두께는 200광년정도의 크기인데 이 두께와 지구의 멸종주기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일치하려면 은하의 두께는 더 얇아야 한다. 

 리사랜들이 이 문제에 대해 제시한 해법은 바로 암흑물질이다. 리사랜들은 책에서 우리 은하에는 보통물질 은하보다 훨씬 얇은 원반형의 암흑물질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리사랜들은 암흑물질 전체가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만이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상호작용하는 이들만이 에너지를 방출할수 있어 보통물질처럼 같은 원리로 식어서 원반을 형성할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암흑물질은 보통물질보다 입자질량이 100배정도 클 것으로 추정되는데 보통물질과 암흑물질이 같은 온도로 식어있고 같은 속도로 은하로 회전하려면 은하의 두께 역시 100배 얇아야만 한다. 그러면 암흑원반의 두께는 2광년정도로 줄어들고 섭동을 일으킬만큼 강한 중력을 띠어 지구의 멸종주기와 일치하게 된다. 이 경우 태양계가 암흑원반을 통과하는 시기는 100만년에서 200만년정도가 되며 섭동에 의한 유성체의 흐트러짐과 이어지는 대충돌은 약 3200만년 정도의 주기를 띠게 된다. 그리고 태양이 은하평면을 왔다갔다 수직이동하는 주기는 3000만에서 3500만년정도로 모든 것이 대개 일치하게 된다.

 즉, 정리하면 지구의 멸종은 주기를 갖는데, 이는 유성체와의 충돌에 의한 것이다. 충돌유성체는 오르트 구름대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발생주기는 태양이 은하를 공전하며 암흑물질로 이뤄진 농도짙은 암흑원반을 지나는 시기다. 그러므로 우리 은하내의 암흑물질이 지구 생명을 멸종시키는 충돌유성체를 주기적으로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신비의 물질은 암흑물질과 지구의 생명기원과 멸종을 주기적으로 연결시킨 아이디어가 놀라운 책이었다. 더 나아가 은하들도 서로 움직이면서 충돌하곤 하는데 더 큰 스케일에서 은하들의 움직임이 발생시키는 무언가도 지구나 태양계의 역사에 주기적은 뭔가를 일으키지도 않을까란 생각이다. 아니면 이 스케일은 시간적으로 너무커서 지구나 태양계의 역사를 넘어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비교적 간단했지만 리사랜들은 이 과정을 하나하나 설득하듯 지난하게 그 과정과 이론적 배경을 설명한다. 아무래도 암흑물질이란 것 자체가 신비롭다보니 이론 자체게 학계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워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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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 - 5단계로 이해하는 생물학
폴 너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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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부터 방영하는 EBS 위대한 수업을 가끔 본다. 매일 감질나게 찔끔 보기보다는 토요일 오전에 하는 재방에서 한 학자 분을 모두 몰아주는걸 한 방에 보는 걸 선호한다. 아무래도 옛날 사람인듯 하다. 나에게 한 텀이란 5분 10분보다는 한 시간이다. 그래도 위대한 수업은 요즘 젊은 사람들 특색에 맞게 15분 분량 정도로 한 강씩 잘라서 방영한다. 그러고보니 알라딘에서도 관련 저자 책들을 모아놓은 이벤트가 있다. 

 지난 번 본 사람은 폴 너스였다. 그래서 그의 책을 찾았다. 생명이란 무엇인가가 책 제목이었다. 슈뢰딩거가 오래 전 같은 제목으로 책을 썼는데 폴 너스 역시 그를 기리고 자신이 생물학의 연구자인 만큼 평생 연구를 통해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책을 써나갔다. 그래서인지 책은 얇은데 읽는 것이 녹록치 않았다.

 생명이 역사가 겨우 50억년에 불과한 이 지구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자생설도 있고, 생명이 이렇게 고도로 발달하기엔 역사가 너무 짧아 외계에서 도입되는다는 설도 있다. 외계 도입도 거의 완전한 생명이 들어오거나 혹은 상당히 생명에 가까워진 유기물질이 들어온게 아닌가로 갈리는 듯 하다. 폴 너스는 책의 서론에서 생명의 요건으로 3가지를 주목한다. 번식이 가능하고, 유전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 유전체계가 다양성을 드러내고 이것이 대물림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경계를 지닌 물리적 실체로서 생명은 진화를 하며 화학적, 물리적, 정보적 기계로 작동한다. 때문에 생명이 위와 같은 작동을 하려면 경계로써의 세포막과 유전물질, 대사작용이 이뤄져야 한다. 

 하여튼 많은 학자들은 초기 생명이 발생한 곳으로 지구 심해의 열수공을 지목한다. 이곳은 지금도 고세균 같은 혐기성 생물이 많이 모여사는데 생명이 발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우선 열수공 암석 곳곳에 구멍이 있어 뭔가 물질들이 농축되어 모여들면서도 보호받기에 좋다. 세포막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즉, 폴 너스가 언급한 경계를 어느 정도 지니게 해준다. 세포막은 지질구조로 분자 두 개정도의 두께를 갖고 있지만 생명과 환경을 분리해준다. 세포막의 재료인 지질구조를 물속에 넣으면 놀랍게도 이들은 서로 모이고 뭉쳐 속이 빈 공모양, 즉 마치 세포같은 모습을 형성한다. 지질구조가 적당히 모여있으면 저절로 세포막 같은 걸 형성한다는 것이다. 세포막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생명의 발생에 매우 중요하다. 생명은 고도의 질서를 지닌 존재로 우주가 생성된 이래로 존재하는 열역학 제2법칙에 위배된다. 경계가 없는 곳에서는 항상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엔트로피가 점점 커지며 무질서해지므로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경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엔드 오브 타임에서 브라이언 그린이 말한 것처럼 생명체는 자신의 질서를 고도로 유지하는 대신에 열이나 다른 형태의 무질서한 에너지를 그 이상으로 방출해 엔트로피를 자신이 낮춘 것 이상으로 높이므로 열역학 제 2법칙을 국소적으로는 위배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위배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주목할만한 것은 RNA다. RNA를 초기생명에 주목하는 것은 이것이 정보저장 및 복제와 대사작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RNA는 아마도 열수공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이 뿜어져 나오고 이들이 인근 열수공에서 고농도로 농축되고 압력이 높고 열을 충분히 받으며 여러 화학작용이 이뤄지기 용이한 조건에서 우연히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RNA는 그 자체로 유전물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에선 세포핵에서 나온 RNA를 통해 리보솜이 유전물질을 읽고 그대로 단백질을 생성한다. 그리고 RNA는 효소만큼은 아니짐나 특정한 화학반응의 촉매역할을 한다. 즉, RNA는 대사와 유전을 동시에 진행한 셈이다. 그리고 이 RNA가 열수공 밖에 혹은 안에서 지질막이 형성된 막안에 들어가게 되면 최초의 원시세포가 탄생하게 된다. 생명의 탄생인 것이다. 폴 너스는 이런 생명의 개관 외에도 생명의 구성 요소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핀다. 

 

1. 세포

 세포는 생물의 구조적 기본 단위이자 생명의 기능적 기본 단위다. 이런 세포들이 조금씩 모여 다세포 생물을 이루고 이것들이 서로 따로 작동하는 것 같으면서도 놀랍게도 일사분란하게 생존과 번식을 위한 거대한 화학, 물리, 정보기계를 이루는 것이 생명이다. 때문에 세포가 늘어나는 것은 모든 생물의 성장과 발달의 토대다. 크기와 복잡성에 상관없이 모든 생물은 하나의 세포에서 나온다.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생물도 단 한번의 세포발생에서 시작했다. 이 말이 근거를 갖는 이유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막론하고 세포의 형태와 그 기능이 같기 때문이다. 

 모든 세포는 내면 상태와 주변 환경과 긴밀이 시통하고 생존과 번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내부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 없이 활동한다. 세포의 존재의 핵심에는 유전자가 있다. 유전자는 각 세포가 스스로를 만들고 조직할 때 사용하는 명령문을 담고 있다. 생물의 평생에 걸쳐 유전자는 세포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세포에 제공한다. 

 유전자는 세포에게 특정한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지시하는데 세포안의 일어나는 일을 모두 이 단백질이 수행하기에 이 정보는 대단히 중요하다. 단백질은 4개의 염기만을 사용하는 유전자에 비해 훨씬 복잡한 문자체계를 사용한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는 20가지 기본 구성단위들이 한 줄로 이어져서 만들어진다. DNA의 네 문자(ATCG)는 DNA사다리에 3개씩 모여 한 단어를 이루는 방식으로 배열된다. 그리고 이 짧은 3문자는 아미노산과 일대일 대응한다. 예를 들어 CGT는 알라닌, TGT는 시스테인이라는 아미노산을 이룬다. 그래서 메타글로빈이라는 인간 유전자는 147*3개로 147개의 아미노산을 번역한 것이 된다. 


2. 유전

 돌연변이는 유전자의 DNA서열이 바뀌거나 재배치되어 일어난다. 원인은 자외선이나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또는 세포분열과정에서의 오류산물이다. 세포는 이런 오류를 대개 수선하므로 한 번 분열할때 3개의 미세돌연변이만이 발생한다. 이는 DNA분자 10억개당 1개 정도의 오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미세돌연변이 중 일부는 개체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되어 혁신의 원천이 된다. 

 모든 생물은 부모에게는 없는 무작위로 생기는 소수의 유전체 변이를 갖고 태어난다. 유전자는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보전할 필요성과 변화하여 발전할 능력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오류율이 너무 높다면 유전체에 저장된 정보가 퇴화하여 애써 지금껏 쌓아온 것이 무의미해지며 오류율이 너무 낮다면 진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한 진행생물은 유성생식 과정에서 추가로 다양성을 획득한다. 생식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세포분열이 일어날 때 염색체의 일부가 뒤섞여 재편되기 때문이다. 같은 부모를 둔 형제자매가 모두 다른 이유다. 


3. 화학으로서의 생명

 우주는 생성된 이래로 물질이 퍼져나갔고 별이 핵융합을 하고 다시 폭발하고 모여 핵융합을 하고 다시 폭발하는 여러 과정을 거쳐 다양한 원소를 생성해냈다. 그리고 이 원소들은 왜 인지 서로 안정적이지 못해 안정을 찾을 때 까지 결합을 하거나 분해하기를 반복한다. 이것이 화학반응이며 사실상 생명 현상의 근원이다. 물질이 없으면 화학반응도 없었을 것이고 화학반응이 없었다면 무언가 모여 자신을 존속하고자 하는 행위를 하는 무언가가 아예 생성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물질과 에너지가 무질서하게 퍼지는 열역학 2법칙이 적용되는 우주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하여튼 이 화학반응엔 촉매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원소들은 항상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늘 쉽게 화학반응이 어디서나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질이 적잖이 모여 있어야 하고 온도가 높아야하거나 압력이 높아야 하거나 산성이거나 염기여야 하는 다양한 조건이 각각의 화학반응엔 필요하다. 하지만 촉매가 있어면 굳이 이러지 않아도 된다. 촉매는 평범한 조건에서도 화학반응을 놀랍게 촉진하며 우리몸의 세포에서 지금도 이런 화학반응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세포안의 화학반응은 대부분 낮은 온도와 온화한 조건에서도 발생하는데 촉매 작용을 하는 효소 때문이다 효소는 대부분 단백질로 이뤄지는데 단백질은 세포가 만들어내는 중합체라는 긴사슬을 가진 분자다. 중합체 구조는 지구의 생명에 매우 중요한데 대부분의 효소와 단백질, 세포막 지질,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DNA, RNA가 모두 중합체 구조이기 때문이다. 

 중합체는 5가지 원소인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으로만 구성된다. 이중 탄소가 중추적 역할을 하는데 탄소원자는 다른 원소와는 다르게 4개의 원자와 결합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합체는 탄소와 다른 원자 다시 탄소와 다른 원자 식의 결합을 이루며 이런 식으로 매우 긴 거대 분자가 생성이 가능하다. 이래서 지구의 생물이 탄소기반 생물로 불리는 것이다. 

 생명은 딱 20가지의 아미노산만 사용한다. 각 아미노산은 주된 중합체 사슬로부터 옆으로 뻗어나가는 곁가지를 지닌다. 이런 곁가지 때문에 각 단백질은 화학적으로 독특한 특성을 지니게 된다. 어떤 아미노산은 다른 분자와 쉽게 결합하고 어떤 건 그렇기 않게 도니다. 각각 다른 곁가지를 지닌 분자를 지닌 아미노산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사슬을 만듦으로써 세포는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 중합체 형성이 가능해진다. 이 선형 단백질 중합체는 일단 조립되면 접히고 꼬이며 자체 결합하여 3차원 구조를 형성하게 되는데 긴 투명테이프가 서로 엉겨붙어 3차원의 공모양을 형성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이 3차원 도약으로 각 단백질은 독특한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갖게 된다. 

 효소는 세포대사의 토대를 이루는 거의 모든 화학반응을 실행한다 다른 분자를 만들고 분해하며 품질을 유지하고 세포의 영역들 사이 성분과 메시지의 운반을 하기도 한다. 침입자가 있는지 감시하고 세포를 방어하고 몸을 질병에서 보호하는 단백질을 활성화한다. 효소라는 촉매 덕에 세포안의 화학반응은 환경에 무관하게 쉽게 일어난다. 세포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화학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반응들의 상당수가 당연히 서로 분리되어 일어나야하므로 구획화가 일어나며 세포는 여러 층위에 걸쳐 구획을 한다. 그리고 효소들은 서로 협력하여 한 반응의 산물이 곧바로 다음 반응의 기질이 일어나게 할수 있다. 

 리보솜은 단백질을 만드는 기구다. 새로운 단백질 분자를 만들려면 리보솜은 특정한 유전암호를 읽고서 그것을 단백질의 아미노산 문자 20개로 번역한다. RNA가 이를 위해 리보솜으로 이동하고 리보솜이 이것을 읽고 유전자의 저정 순서에 따라 아미노산을 한 줄로 이어 붙인다. 리보솜 1개가 1분에 무려 아미노산 300개 규모의 단백질을 합성한다. 

 모든 생물은 이 엄청난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동물에게 이 에너지를 생성하고 제공하는 기관은 세포내의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리아는 전자를 잃어 양전하를 띤 수소이온의 양성자를 미토콘드리아 중앙에서 자신을 감싸고 있는 이중막 사이로 이동시킨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내부보다 안쪽막 바깥에 양성자가 점점 쌓이고 지름이 1만분의 1mm에 불과한 통로로 양성자가 다시 쏟아져 들어온다. 그리고 들어오며 마치 댐의 물이 떨어지며 터빈을 돌리듯 미토콘드리아 내의 매우 작은 분자 회전 날개를 돌린다. 그리고 이 날개가 회전하면서 화학결합을 일으켜 ATP를 생성한다. 이 반응은 초당 150회의 속도이며 이 ATP가 생명의 보편적 에너지원이다. ATP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미세한 배터리 역할을 하는데 세포내 어떤 화학반응이 에너지를 요구하면 세포는 ATP의 고에너지 결합을 끊어 아데노신이인산으로 전환시킨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방출되고 그것을 이용해 세포가 화학반응이나 분자모터가 취하는 물리적 단계를 일으킨다. 


4. 정보로서의 생명

생물이 복잡하고 조직된 계로서 효과적으로 행동하려면 자신이 사는 바깥 세계와 자기 내면의 상태에 관한 정보를 끊임없이 모으고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세포의 모임으로서 생물은 자신의 안에서도 상당한 정보를 주고 받는다. 하지만 이를 분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는 진화때문인데 생물은 자연선택에서 살아남은 것으로 미리 이상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기에 가장 효율적이거나 가장 수월한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인간의 눈이나 어이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이상한 턱 부분의 신경구조를 보면 그렇다. 이 모든 복잡성과 중복성 때문에 생물학적 신호 전달망과 정보의 흐름의 분석은 매우 어렵다. 

 폴너스는 생명을 정보라고 보는 관점에 함축된 의미로 세포너머로까지의 확장, 분자상호작용, 효소활성, 물리적 매커니즘이 어떻게 정보를 생산, 전달, 수선하고 저장, 처리하는지를 이해할 방법을 찾아내면 생물학의 모든 분야는 진정으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세포가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조직을 만들고, 이 조직이 어떻게 기관을 만들고, 이 기관이 어떻게 작동하고 협력하여 온전한 기능을 하는 생물을 만드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종내, 종간, 생태계 전체까지 확장하는게 앞으로 생물학이 나가야 할 길이라고 보고 있다. 

 생물학은 물리나 화학처럼 전체를 설명하는 어떤 법칙같은 것이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정보로써의 생명관을 토대로 한 생물학은 장래에 생물학 내에서도 이런 깔끔하고 전체에 적용될 원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폴 너스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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