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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 2018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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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2회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품 7선을 모아놓은 책이다. 유명한 한강의 작품이 수상해서 가장 앞에 있고 나머지들이 차례로다. 색깔이 매우 다른 독특한 작품들을 모아 놓아 짧은 책임에도 생각보다 읽기가 쉽진 않았다.

 두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우선 한강의 작별, 주인공은 겨우 24살에 엄마가 되어 이젠 그 아이가 어느덧 중학생이 되어버린 여성이다. 그러니 나이가 30대 후반일 것이다. 요즘은 이나이에 연애를 하거나 결혼했어도 나이가 어린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인지 주인공도 연애를 하고 있다.

 연애를 하는 사람은 지독히도 가난하고 여기서 벗어날 마땅한 재주도 없는 남자다. 나이차이는 제법 나는데 이 남자는 주인공이 일하는 자그마한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왔다 결국 정규직이 되지 못한 사람이다. 그래도 독한 면은 있어 3-4일을 회사에 죽치고 찾아와 못받은 몇달치 마지막 급여를 받아갔다. 주인공이 다니는 회사의 사장은 한국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나쁜 사장이다.

 이런 주인공의 일상에서 그녀는 남자친구와 만나기로 하고 눈내리는 날 잠시 앉아서 졸다 눈사람이 되어 버린다. 몸이 쉽게 부서져버리고 녹기까지 한다. 어릴적 애써 만들었지만 잘 녹거나 망가지는 눈사람은 보관한다고 냉동실에 넣어본 기억이 있어 상황은 더 절망적이다. 눈에는 공기가 있어 기온이 유지되어도 눈사람은 쪼그라들었다. 자신도 그렇게 되고 말것이다.

 재밌게도 주인공도 생각보단 태연하고, 남자친구도, 심지어 아들녀석도 놀라지만 태연하다. 작가가 말하려는게 뭔지 모르겠다. 주인공의 고단한 삶에 대한 공감인지, 악덕기업들에 대한 비판인지 모호하다. 하지만 독특한 느낌이 있었다.

 다른 하나는 언니다. 이것도 우리의 무거운 갑질사회가 드리워져있다. 주인공은 서울 북부의 대학을 다닌다. 오래전 독서실에서 인회언니를 알게되는데 중어중문과에 진학해보니 그 언니가 그 과의 조교였다. 언니의 지도교수는 민교수로 여성이다. 한국의 교수 갑질은 유명한지라 민교수는 나이도 젊고 학생들에게 인기도 제법 좋지만 인회언니에게 프로젝트를 하나 던지고 무책임하게 외국의 가족에게로 떠나버린다.

 언니에게 던진 것은 한 중국어 책의 번역이었는데 초벌 번역이 워낙 형편없는 수준이라 처음부터 다시해야 하는 형국이었다. 그걸 인회언니가 주인공과 그 친구 성주에게 부탁하여 시작한다. 인회언니는 누구나 한번 쯤 만났을 법한 여느 대학의 생활력 강한 여선배를 생각나게 한다. 꾸미지 않고 성실하며 밥도 잘 사주고 헌신적이다. 그렇게 방학 수개월을 번역에 몰두하여 프로젝트를 해낸 언니에게 민교수는 외국에서 사온 백하나를 던져준다.

 그렇게 출간 된 책에는 버젓히 민교수와 역시 교수인 그녀의 남편의 추천사가 들어있었고 인회언니의 이름은 전혀없었다. 언니는 그 일에 대한 항의로 대학에서 멀어진다. 석사논문이 좌절되고 학교에서 밀려난다. 복수는 유치하지만 치명적이었다. 그래서 교수갑질이 가능한 것이겠지. 언니는 대학당국에 항의하지만 얻는건 없었다. 그렇게 인회언니와 주인공은 이별한다. 공감하고 유대하지만 헤어지며 다신 볼것 같지 않은 헤어지는 말이 더 무서웠다. 이 작품은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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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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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자주 즐겨 보지 않는 편이고(거의 독서가 어려운 상황에서 스트레스 해소용이다), 읽고나면 빠르게 소비하듯 중고로 판매하는 편이다. 뭔가 남지 않는다는 느낌에 그런 편인데 간혹 남기고 싶은 소설도 있곤 하다. 오래전 읽었던 천명관의 고래(책을 좀처럼 보지 않는 우리 아내도 이걸 한숨에 읽었으며 무려 3번을 봤다), 그리고 (작가는 기억나지 않지만) 과학소설이었던 '멀리가는 이야기', 2차원 세계를 재밌게 다룬 '플랫'이란 소설이 그랬다. 이번엔 '디디의 우산'을 읽었는데 이것도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소설엔 매력이 있다. 표현력이 부족한 내가 말하기 어려운 득톡한 분위기와 문체와 그에 따른 인물 표현력, 머릿속에 풍경을 나도 모르게 그리게하는 묘사력, 그리고 사회를 교묘히 다루는 솜씨다. 연작소설이라 표지에 써있기에 이전 작과 연결이 되나 싶어 처음엔 아차싶었다. 그런데 읽고 나니 책에 있는 두 개의 소설이 접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연작인듯하다. 접점은 사회적 사건들이다. 박근혜의 탄핵, 세월호 사건, 명박산성 등 지난 민주주의 파괴의 10년이 두 소설의 접점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티를 전혀 내지 않으며 실제로고 그렇지만 그냥 보면 이 책은 사회적 사건을 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면에서 더욱 매력이 있었다.

 디디의 우산은 제목이 좀 그랬다. 난 왠지 한국이나 일본 소설에서 자국인을 영어명칭으로 표현하는게 맘에 들지 않는다. 굳이 그럴필요가 있을까? 독특한 인물 표현과 다른 느낌을 주는 효과는 충분해 보이지만 정작 서구인들이 이런 방법을 좀처럼 쓰지 않는다는 면에서 그들 중심적으로 느껴지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이 워낙 매력적이라 이런 생각은 곧 사라졌고, dd는 정감있게 느껴졌다. 

 소설 dd의 우산엔 서툰 솜씨로 가족을 힘들게한 아버지를 둔 d라는 남자와 어려서 그와 학교에 남아 낙뢰가 떨어진 사건을 함께한 dd란 여자가 나온다. 둘은 동창회서 만나 끌리고 함께 동거한다. 결혼은 아니었다. d는 시끄러운 목공소에서 자랐고, 가난했으며 소음에 시달리며 살았다. 민감해져서인지 둔감해져서인지 자꾸 사물에서 온도가 느껴졌고, 그게 싫었다. 하지만 dd를 다시 만나고서 그런건 아무렇지 않아졌다. 

 둘다 돈이 없기에 강서구의 목2동 반지하 빌라에 자리잡았다. 서로의 직장과 동등한 거리. 창밖으론 주인집 할매가 키우는 화단과 양귀비가 보였고, 하필 그 창가가 응달인지라 동네 할매들이 연인의 창가에 상시 모여 수다를 떨었다. 그들은 그게 미안했는지 떡이며 식혜며 먹을걸 주곤했다. 달착지근한 연애소설을 기대했거만 불과 십여페이지만에 퇴근길에 dd는 죽어버린다. 버스사고였는데 하필 정말 운이 없어 창밖으로 dd는 튕겨나갔다. d는 폐인처럼 몇달을 월세도 내지 않은체 방안에만 칩거한다. 그리고 그토록 사랑했을터인데 dd의 짐도 모두 그녀의 가족에게 보낸다. 그리고 세운상가 인근에서 택배일을 시작한다.

 남들이 며칠이면 떨어져나가는 일을 하며 d는 생기를 찾아간다. 그리고 쇠락한 세운상가에 전축수리점에서 백만원자리 전축을 사 dd가 즐겨든던 LP판을 듣곤한다. 그것도 자기가 사는 고시원에서. 소설은 전반적으로 d가 일과 dd가 듣던 음반을 통해 치유되어가는 과정이 나온다. 인물의 심리묘사가 독특한데, 무척 만연체로 묘사하며 실제로 사람이 그렇듯이 심리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왔다갔다하며 모순된다. 이런 면에 소설을 좀 읽기 힘들게 만들면서도 재밌는 부분이었다.

 연작으로 나오는 다음 소설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다. 이번엔 서수경과 김소영, 김소리, 정진원이 나온다. 시점은 김소영이고 서수경과 김소영은 오래전 중학교부터 알던 사이로 육상대회서 만났다. 그리고 대학에서 운동권활동을 하며 둘은 서로 만나고 이끌려 동거인이 된다. 김소리는 김소영의 여동생이고 정진원은 김소리의 아들, 즉 김소영의 조카다.

 김소영의 시점이면서도 동생을 김소영, 다섯살 배기 조카를 진원이도 아닌 정진영, 연인을 서수경이라 표현하면서부터 독특함이 느껴진다. 인물 표현과 심리묘사는 디디의 우산과 매우 다르다. 순차적이며 쉽게 파악된다. 하지만 사회적 사건이 많고 둘은 이 사건에 항상 참여하고 공감하고 담백하게 분노하며 이를 다루는 점이 차이점이다. 

 공통점은 이들 역시 디디의 우산에서처럼 강서구에 거주한다는 점이고 세운상가라는 공간을 앞소설과 공유한다는 것과 박근혜 탄핵이라는 큰 사건을 다룬다는 점이다.

 분위기가 제법 다른 다 연작소설을 교묘하게 이은 점이 이 책의 재미였다. 둘다 분위기와 느낌이 무척 독특하다는 면도 재미다. 책의 굿즈로 책에도 잘 나오지 않는 d의 선곡음악 cd가 담겨있었는데 비오는 날 이 책과 더불어 다시 읽는다면 많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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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9-02-22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저는 최근에 a부터 h까지 등장하는 소설을 읽었는데 뭔가 몰입이 안되는 느낌이더라구요. 지금 읽고 있는데, d와 dd를 어떤 이름으로 치환할 수 있을까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카알벨루치 2019-02-22 14:27   좋아요 2 | URL
dd는 <아무도 아닌>에서 나왔죠 ~지금 읽는중인데 팍팍 진도가 안나가는군요 ㅎ

닷슈 2019-02-22 14:30   좋아요 2 | URL
저도 읽으며 같은 고민을 했죠

카알벨루치 2019-02-22 14:33   좋아요 2 | URL
작가가 몰입 안되게 만들어놓았네요 고얀 황정은님! 미워할 수 없는!!!ㅜㅜㅋ

닷슈 2019-02-22 14:39   좋아요 1 | URL
네 몰입이 안되는 면이 있어요

뒷북소녀 2019-02-22 14:41   좋아요 1 | URL
카알벨루치님, 어쩐지. 낯설지 않다 했어요. 저도 아무도 아닌 읽었는데 도통 기억이ㅠㅠ

카알벨루치 2019-02-22 14:46   좋아요 1 | URL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는 어쩔수 없는 부분이니 여기저기 산재할수도 있다 싶습니다 더군다나 이전의 쓴 소설을 토대로 한 소설이니 더 그러할듯 싶기도...암튼 작가들은 다들 대단한듯 합니다요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17년에 직장독서토론을 하면서 마지막 마무리로 선물 받은 책이다. 김영하 작가 책은 작년에 검은 꽃을 처음 보았는데 이 책 제목을 보고 아무래도 진득한 사랑을 하는 연애물이 아닐까 지레짐작을 했었다. 그런류의 소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책을 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이 육아로 책읽기가 힘든 시기가 아니라면 이 책은 더 오래묵었을지도 모른다.

 책은 의외로 단편 모음집이었다. 거기에 제목으로 달린 단편조차 연애물이 아니었다. 솔직히 하나도 없었다. 단편들은 소재도 다양하고 하나같이 재밌었다. '오직 두사람' '아이를 찾습니다' '인생의 원점' '옥수수와 나' '슈트' '최은지와 박은수' '신의 장난' 이 수록작품이다. 이중 아이를 찾습니다는 김유정 문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오직 두사람은 이상스레 자신을 편집증적인 애정으로 대한 아버지와 엃혀 인생이 꼬여버린 딸의 이야기, 아이를찾습니다는 제목처럼 아이를 잃어버린 부부의 가정 파탄과 아이를 되찾아서 더욱 꼬이게 되는 상황, 인생의 원점은 모처럼 만난 동창과 바람을 피우며 일어난 해프닝, 옥수수와 나는 글을 쓰는 법을 잃어버린 작가가 미녀와 밤을 보내며 다시 창작열에 불타는 이야기, 슈트는 인생에서 사라진 아버지의 장례를 치루기 위해 몰랐던 아버지의 모습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 최은지와 박은수는 출판사 사장 박은수가 미혼모가 된 최은지의 뒤를 본의아니게 봐주면서 겪는 소동과 오해들, 마지막 신의 장난은 마치 미국영화처럼 두 남녀가 한 공간에 감금되는 이야기다.

 모두 소재가 다르며 매우 다채롭다. 그리고 하나같이 재밌어 소설을 잡고 한두숨 걸려 두시간만에 달 읽었다. 가장 재미난 건 '아이를 찾습니다' 였다. 부부가 아이를 십여년 전에 잃어버린다. 마트에서였는데 아빠는 카트위에 아이를 놓고 핸드폰에 잠시 눈이 팔렸고, 엄마는 아빠만 믿고 말도 없이 화장품을 고르다 아이가 카트체 사라진다.

 아이는 이상스레 다른 사람이 카트체 자신을 데려가는데 아무 말이 없었고, 핸드폰 가게 직원도 마트직원도 심지어 감시카메라까지 누구도 그 상황을 보지 못했다. 설마 하던 일이 현실이 되며 부부는 무너져간다. 남편은 대기업 자동차회사원이고 아내는 서점에서 일했다. 서로 전단지를 만들며 시간을 보내는라 회사는 차례로 그만두고 서울에 있던 괜찮은 아파트다 사라졌다.

 거기에 아내는 조현병이 와서 미쳐버렸다. 부부에게 남은건 지저분한 단칸 방 하나와 쌓여있는 전단지와 더 이상은 그만둘 수 없게 되어버린 아이찾기 뿐이었다. 이상스레 이지경이 되어서도 아이만 찾으면 모든게 해결될 것 같았다. 문제는 예상치못하게 갑작스레 해결된다. 난데없이 대구에서 아이를 찾았다는 것이다. 아이를 납치한, 그리고 아이는 자신의 엄마라 믿던 사람이 우울증으로 자살했고 그 과정에서 경찰이 아이의 유전자 정보를 통해 사라진 아이임을 알아낸 것이다.

 빼박인 과학적 증거를 두고도 아이도 아버지도 심지어 미친 엄마도 자신들이 가족임을 실감하지 못한다. 아이는 아버지의 상상과 너무달랐고 예상해서 만든 성장 몽타주와도 너무 달랐다. 애초 전단지는 쓸모가 없었던 셈이다. 서로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친 엄마는 실족사해서 죽고 아버진 학교에서 문제만 일으키는 아들과 고향으로 향한다. 시골에서라면 뭔가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아들이 성인이 된 순간 아들은 동네 여자아이와 사라진다. 그리고 몇년후 사라진 여자아이가 아버지를 찾아온다. 그 댁의 아들이 내가 번 돈을 갖고 사라졌다. 오백이다. 돌려달라고, 아버진 농사지으며 벌어놓은 돈을 주려고 안으로 향한다. 그런데 돈을 꺼내오니 여자아인 사라지고 웬 아이가 남았다. 편지엔 아들이 사라졌고, 자신은 이 아이를 키울 수 없으니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기가 막힌 상황이지만 아버진 그다지 기분이 나빠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다시 시작할 기회를 맞이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삼대에 이르는 크면서도 작은 서사, 인생의 부조리와 기가막힘, 그리고 그걸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개인, 말도 안되는 새로운 희망이 적절히 얽혔다. 그래서 읽고서 재미라기 보단 먹먹함이 남았다. 그래서 모두 재밌는 단편중 가장 기억에 남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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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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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못난 아들의 육아를 도우러 아버지가 서울서 오셨다. 워낙 회사다니던 시절부터 무협지와 추리소설, 환타지 등의 소설을 섭렵하신 분이라 심심치 않게 이 책을 추천해 드렸다. 나도 보지 않은체. 심지어 난 그 때까지 그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단 한편도 보지 않고 있었다. 아버진 좀 보시더니 음 일본책은 별로, 거기에 여자가 쓴 건 문장이 취향에 안 맞는다. 하시는 거다. 히가시노가 여자였던가? 몰랐다. 아버지가 가신 후 책을 잡고 읽어보니 정말 여자였다.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로 명성이 자자하기에 그냥 남자라고 생각했다. 일본어는 잘 모르는데 히가시노란 성은 웬지 남자같은 느낌을 준 것 같았다. (여자라 생각했으나 댓글의 지적으로 찾아보니 히가시노 게이고는 남자였다. 역시나......)

 아버지와는 달리 난 책에 곧 빠져들었다. 후반부에 약간 지루해지긴 했지만 흡입력은 충분했다. 진구지 사부로 라는 일본 추리소설 게임을 플스로 몇 번 한적이 있는데 전개과정이나 느낌이 비슷했다. 일본추리소설이 전체적으로 이런 느낌을 갖는 것일까? 하여튼. 제목은 11문자 살인사건인데 왜 11문자 살인사건인지는 한참 후반부에나 나온다.

 주인공은 추리소설 작가로 여자다. 이혼의 아픔이 한번 있고 나이는 30대 초반인듯 한데 친구인 후유코를 통해 알게된 프리랜서 작가 가와즈 마사유키와 사귀게 된다. 두달 정도 서로의 집을 오가며 사랑을 나누던 둘. 어느날 데이트를 하며 가와즈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한다. 주인공이 불길함을 느끼고 불안해하자 아직 확신이 없던 가와즈는 대충 말을 덮는다. 그리고 며칠 후 살해된다.

 주인공은 그저 불운이라 여기며 가와즈의 장례식에 참여하고 프리랜서인 그의 짐을 가와즈의 동생으로부터 받기로 한다. 추리소설 작가로서 같은 프리랜서 작가인 가와즈가 다년간 취재한 자료는 분명 귀했기 때문이다. 이상한 일은 그 때부터 일어난다. 가와즈와 함께 일했던 니자토란 카메라 기자가 그의 짐중 일부를 원했고, 이상스레 그것을 사라진다. 그것도 주인공의 집에 누군가 들어와 훔쳐간 것이다. 거기에 니자토도 살해된다.

 주인공은 후유코의 도움을 받아 조사에 착수한다. 추리소설 작가의 감은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있었고, 여기에는 야마모리 스포츠플라자가 관련했다. 야마모리 사장은 중심으로 니자토, 가와즈가 모두 1년여전 한 섬으로 여행을 떠났고, 거기서 배가 조난을 당해 한 명이 죽는 사건이 벌어졌던 것이다. 사건의 공통점은 이곳이었고 주인공과 후유코는 조사를 해가며 위협과 의혹을 느낀다.

 사건 결과 범인을 좀처럼 짐작하기 어려웠는데 그것은 범인이 매우 의외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87년 작으로 히가시노의 초기작이라는데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히가시노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 겠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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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G.Chris 2019-01-16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는 남자 작가입니다^^

닷슈 2019-01-17 00:17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찾아보니 남성작가가 맞네요. 감사합니다.
 
버림받은 마녀 디즈니의 악당들 3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김지혜 옮김 / 라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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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악당 시리즈 세번째이며 이번 악당은 인어공주에 등장한 마녀다. 이름은 우르술라. 인어공주의 에리얼의 아버지인 바다의 제왕 트리톤의 동생이기도 하다. 즉, 이 마녀는 자신의 조카를 음해하는 셈이다.

 이 시리즈가 시리즈가 될 수 있는건 묘하게도 백설공주편과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편이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결은 느슨해 전작을 읽지 않아도 다음작을 읽고 이해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 백설공주의 새엄마는 세마녀와 관련이 있고, 그 세마녀는 미녀와 야수에 등장하는 키르케란 마녀의 언니들이다. 또한 인어공주편에서는 전작에서 야수에게 버림받은 튤립공주가 다시 등장하고, 세마녀는 전편에서 언니들에게 실망해서 사라진 키르케를 찾기위해 우르술라의 꾐에 빠져다시등장한다. 어찌보면 시리즈의 주인공은 세 마녀일지도 모른다.

 작품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마녀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네번째 작품인 말레피센트도 마녀니 그야말로 마녀판이다. 과거 서양에서 마녀에 대한 공포와 생각이 어떠했는지를 알수 있는 대목이다. 거기에 기존의 주인공들은 그야말로 곁가지다. 아주 잠깐 등장한다. 마치 원작에서의 악당과 역할이 바뀐듯하다. 그리고 마지막 공통점은 이 악당들이 모두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없는 악이란 없는 셈인데. 이번 편도 그렇다.

 우르술라는 왜 인지 바다의 지배자일족임에도 버림받았다. 부모가 버린 것인지 아니면 오빠인 트리톤이 그런건지는 모른다. 인간의 모습을 유지했던 우르술라는 한 어부의 손에 구출되어 자랐는데 어린시절만 해도 자신이 인간인줄 알았고, 사랑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나이가 들며 본능이 자리한다. 우르술라는 매일 같이 절벽에 다가가 퍼렇고 무서운 바다로 뛰어들고 싶어진다. 계속 참아내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어 결국엔 어느날 바다에 뛰어들고 만다.  

 바다에 들어간 우르술라는 흉측한 본 모습을 찾았고 이를 괴이하게 여긴 입스위치란 마을의 사람들은 그녀를 죽이려한다. 이를 막으려던 아버지 어부는 잔인하게 살해되고 바다로 돌아간 우르술라는 마을사람들에게 처절하게 복수한다. 트리톤은 이를 보다 못해 우르술라를 왕국으로 데려가지만 자신의 흉측한 동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두려워한다.

 어디에도 마음 붙일 곳이 없는 우르술라는 트리톤에게 복수를 하고 그의 왕국을 차지하기로 한다. 힘으로는 안되니 방법은 그의 철없는 딸 에리얼이다. 마침 어리석게도 인간과 사랑에 빠지기까지 했다. 인간은 바다의 친구들을 죽이는 살인자들에 불과한데 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세마녀의 힘을 얻기로 한다. 대가는 그녀들의 동생인 키르케를 찾아주는 것이다.

 사건은 뒤에서 반전을 맞이하며 결말은 또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악당이 주인공임에도 결국 악당은 다시금 실패하는 것이다. 이시리즈가 얼마나 계속될진 모르겠는데 마녀들의 결말이 어떻게 마무리될런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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