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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차일드 (리커버 에디션) 옥타비아 버틀러 리커버 컬렉션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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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을 보고 이번에 나온 이 강렬한 표지의 리커버 판에 낚였다. 제목도 블러드 차일드라는게 의미심장해보였다. 하지만 킨을 본 사람이라면 그와 비슷한 무언가를 이 책에서 기대하면 좀 곤란할 것이다. 이 책은 단편집이고 거기에 SF이기 때문이다. 하긴 킨도 어찌보면 SF 같은 느낌이 좀 들었다. 소재는 인종차별이지만 70년대의 사람이 갑작스레 수백년전으로 타임워프한다는거 자체가 SF이지 않은가.

 이 책엔 여러 단편집이 수록되어 있는데 번뜩이는 거도 그냥 그런것도 있었다. 우선 타이틀인 블러드차일드. 최근 본 단편집중 타이틀을 차지한 단편이 가장 맘에 드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이번엔 괜찮았다. 이유는 모르지만 인간은 외계인과 공존하고 있다. 물론 가축돼지와 인간의 관계를 공존이라고 인정할수 있을 경우만 그럴 것이다. 이 외계인들은 긴 촉수를 가진 표면이 매끈한 큰 생물들이고 지성적 존재로 인간과 대화하고 교감한다. 이 녀석들은 자신들의 알을 인간에게 제공하고, 촉수의 침으로 마약같은 효과도 누리게 해주는데 다 목적이 있다. 인간은 이 외계인이 가장 적합하게 번식하는데 훌륭한 숙주기 때문이다. 녀석들의 알은 왜인지 인간을 반쯤 맛이 간 황홀경에 빠지게 하고 수명마저 놀랍게 늘려준다. 

 이렇게 다 좋은데 문제가 있다. 숙주가 되서 이 외계인의 새끼를 낳는 과정이 죽음에도 이를 수 있는 무척이나 위험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무려 이 짓을 세번이나 했다. 물론 그 덕에 평균수명의 세배를 살긴 했다. 사실 숙주로 더 적합한 것은 남성보단 여성이다. 하지만 인간이 가축에게도 그러하듯, 여성은 숙주인 인간의 새끼를 재생산해야하기에 소모되는 것은 수컷인 남성이다. 인간이 키운 가축수컷의 운명도 대개 거세후 고기가 되지 않던가. 하여튼 외계인의 촉수로 남성이 숙주가 되거 알이 깨어나 애벌레가 되어 적절한 시기가 디면 이 외계인은 남자의 배를 가른후, 피흘리는 인간의 살속에 파고든 애벌레를 하나하나 꺼낸다. 그 후 치료를 받아 인간 남자는연명하게 되는데 이 것이 제목이 블러드 차일드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과거 인간은 항거한듯 하기도 한데. 어찌된 일이지 외계인에게 제압당해 공존의 길을 택하게 된듯 하다. 그래서 인간 가정에 라이플 같은 무기는 금지다. 

 다음 재미난 이야기는 신이 나타난 이야기다. 일상생활을 하던 작가인 나아게 어느날 신이 나타난다. 그리고 나에게 과거의 선지자들처럼 막강한 전권을 주겠단다. 내가 인간의 일정부분을 원하는데로 바꿀수 있는데 이를 통해서 공멸의 길로 나아가는 인간을 구원해보라는 것이다. 어찌해야 할까? 주인공은 일단 인구증가가 위험이라는 점에서 모든 사람이 둘만 아이를 낳으면 저절러 생식기능이 사라지는 생각을 한다. 신은 바로 반박한다. 강간 당하는 사람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은 사람은? 두 아이를 사고로 모두 잃은 사람은? 그리고 상식적으로 출산률이 2를 다소 넘어야 인구가 유지되는데 딱 2라면 장기적으로 인간 종은 생존이 어려운데? 

 주인공은 말문이 막힌다. 그외 여러 대안을 생각하는데 하나같이 어렵다. 인간종은 그만큼 복잡하고 고려해야할점이 많았다. 다른 동물이라면 이리도 어려울까나. 결국 생각해낸게 꿈이다. 꿈에서라도 행복하고 원하는 걸 하게 해준다면 실상에서의 많은 갈등과 폭력이 줄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다 꿈에서 깨어나길 원하지 않고 일상을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한다면? 신은 바로 반박한다. 어렵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 방법을 택한다. 물론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독자에게 맡긴걸까? 

 위 두 글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민을 하게 한다. 나라면 자유인으로 외계인을 거부하고 죽음을 각오하고 싸울까? 아니면 노예같지만 수십년에 한 번 오는 큰 고통을 참아내고 긴 수명과 가족의 안락함을 보장 받을까? 내게 인류를 변화시킬 전권이 주어진다면 무얼바꿀까? 일본을. 트럼프를. 일본을 바꿀까? 아니면 집안일부터 해서 문제 교회들을 바꿀까?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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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펭귄클래식 7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진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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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고전 문학을 보면 거울이나 그림자, 혹은 물속에 비친 모습이 자신의 또 다른 면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도리언 그레이에선 이것이 자신의 초상화인데 정신과 물질을 분리하는 서양의 이분법적 사고의 전통을 잘 드러내는 듯 하다. 하긴 그 덕에 과학기술과 물질문명을 발전시켰고, 무의식 같은 것도 생각해내지 않았을까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는 이전에 본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100년 전 서구 문명의 과학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맹신, 그리고 이성을 믿으면서도 무의식의 발견으로 인간 본성과 내면의 어둠에도 주목하는 시대적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이런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와 파멸적 결말을 세기말적 상황을 비추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용을 살피면 도리언 그레이는 10대 후반이고 혈색이 잘 도는 하얀 피부와 무척 어울리는 금발을 가진 아름다운 외모의 소년이다. 성격도 외모에 걸맞게 순수하다. 사실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것에 가깝긴 했다. 집안 배경도 좋다. 귀족이며 부모가 일찍 죽긴 했지만 외할아버지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다. 

 그레이는 화가 바질의 모델이 된다. 바질은 그레이의 아름다운 용모와 순수함을 담아낸 그림을 그린다. 바질은 웬지 죄책감을 느낄정도로 작업에 몰입했고, 그로 인해 작품은 순수하지 못해보였다. 바질에겐 친구 헨리가 있다. 순수한 예술가인 바질에 비해 헨리는 속세의 때가 묻을때로 묻었다. 세상을 관조하고 꿰뚫어보는 달변가 처럼 보이지만 본인의 실제 생활과 정신은 그렇지 못하다. 바질은 그런 헨리가 웬지 순수한 도리언을 물들일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예상을 들어 맞는다. 

 도리언을 만난 바질은 최고의 초상화를 남긴다. 그리고 헨리로부터 젊음의 허상함에 대해 듣고, 관련 책도 읽기 시작한 도리언은 헨리와 어울리며 조금씩 변해간다. 젊음의 허상함을 알게된 도리언은 자신의 초상화를 보며 자신의 젊음이 영원하고 늙음과 정신적 추함이 모두 초상화로 향하길 기원한다. 그리고 말도 안되게 이는 곧 실현된다. 도리언은 시빌이라는 아름다운 소녀의 연극을 관람하고 순식간에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시빌은 도리언을 얻게되자 연기력을 잃게 되고, 이 모습을 본 도리언은 그녀에게 실망에 이별을 통보한다. 실의에 빠진 시빌은 자살하고, 도리언은 이사실을 알게 되지만 헨리의 말에 금방 죄책감에서 벗어나 연회에 참석한다. 그리고 도리언의 아름다운 초상화엔 잔인한 미소가 남겨진다. 도리언은 두려움에 빠져 초상화를 감추기에 이른다.

 이후 나이가 들어도 도리언은 십대의 미모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의 악행에 초상화의 얼굴은 노화와 내면의 잔혹함을 반영하여 망가져간다. 도리언과 어울진 사람들은 남여를 불문하고 불운해졌고, 도리언은 사람을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의 초상화는 그런 거의 모습을 반영해나간다. 

 책은 과거 책 치곤 전체적으로 재밌는 편이다. 이 당시 소설이나 사람들은 인생사나, 여성, 남성, 예술, 시, 드라마, 철학, 종교 등등에 상당히 단정적인 정의내리기를 좋아하는데 포스트모던 시대를 지나온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좀 듣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이런게 크게 거슬리지 않다면 볼만한 책이란 생각이다. 나의 내면을 반영한 초상화가 있어 순수한 시점으로 계속 변해왔다면 그걸 관찰할 수 있다면 어떨까? 자신의 초상화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재밌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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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반양장) 펭귄클래식 3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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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하이드씨에 대해서 분명 잘못 알고 있었다. 영화나 만화, 그외 다른 매체에서 하이드씬 가끔 등장하곤 하는데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어벤져스 헐크의 흰색 버전이었다. 덩치도 크고 힘이 어마무시하며 성격은 포악하면서 피부는 흰색이며, 얼굴은 그에 걸맞게 당연히 괴물같은 그런 모습. 헐크와 다른 건 색뿐이랄까. 변신하며 옷이 찢어진 것도 비슷하다. 이상하게도 역시 하의만 무사한 것도 공통점......

 그런 하이드씨를 기대하며 책을 읽었는데 원전의 하이드는 변신전의 지킬박사보다도 작았다. 오히려 지킬이 훤칠한 외모다. 지킬에 비해 하이드는 키가 작아졌고, 나이는 오히려 젋어졌으며 다른 사람이 보기엔 아파보였지만 오히려 지킬이 느끼기엔 활력이 있었다. 외모는 매우 창백한 피부에 그리 못생기진 않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악을 연상시키고 지독한 불쾌감을 주는 그런 외모였다. 

 책의 배경은 영국, 시기는 100여년 정도 전, 런던이다. 의사이면서 화학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던 지킬, 부자에다, 의사이고 주변엔 명망있는 친구들로 가득한 그는 겉으로 보기엔 매우 신사적인 교양인이다. 하지만 내면엔 어려서부터 자리한 동물적 본능에 흔들리는 마음이 있었다. 늘 그것을 억누르고 감추던 지킬은 여러 화학물질을 연구한 끝에 자신의 악의 본성을 끌어내는 약물을 개발한다. 

 과감히 그것을 들이킨 지킬은 하이드가 된다. 기분은 의의로 좋았다. 자신을 억누르던 이성, 도덕, 규범등이 말끔히 사라지고 본능을 쫓는 욕망만이 남았다. 지킬은 하이드가 되어 마구 날뛴다. 다시 약물을 들이켜 지킬로 돌아오면 후회가 가득했지만 뭔가가 해소된 느낌이다. 그렇게 지킬은 자주 하이드가 된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지킬이 본 모습이고 하이드가 변신한 느낌이었는데, 변신이 잦아지면서 약물의 복용없이도 지킬의 모습에서 하이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젠 주객전도가 되어 하이드 상태에서 지킬이 되기 위해 약물을 복용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약물의 원료가 떨어지고 새로 주문한 원료는 예전과 다르다. 지킬이 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하인들도 그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하이드를 못마땅해하고 지킬을 걱정하는 변호사 친구 애터슨의 관심도 부담스럽다. 지킬은 어떻게 될까나. 

 대충 이런 내용이다. 산업혁명이 한창을 달리던 당시는 아무래도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류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더불어 프로이드의 무의식의 발견, 그리고 막강한 힘을 주던 이성에 대한 불신도 모순되게 자리잡았던 시기인듯 하다. 그래서인지 당시는 이런 괴물 소설이 많다. 프랑켄슈타인, 지칼박사와 하이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그리고 드라큘라 정도가 이런 범주에 들어갈듯 하다. 괴물의 탄생에 상당한 과학적 성과가 자리한다는 점에서 지금도 불가능한 과학기술의 가능성에 대한 맹신과 더불어 괴물들이 모두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는 점에서 인간의 또 다른 어두운 모습에 대한 고찰도 꽤나 사회적으로 자리잡았던 듯 하다. 그래서 이 시기 유독 이런 소설이 많은게 아닐런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과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의 원전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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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80일간의 세계 일주 펭귄클래식 81
쥘 베른 지음, 이효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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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쥘 베른은 100년전의 사람으로 당시 과학기술 문명의 발달을 소재로 여러가지 재미난 공상과학 소설을 쓴 사람이다. 80일간의 세계일주, 15소년 표류기, 해저2만리 같은게 그의 작품이다. 이런 재미난 제목 덕택에 어려서 그의 책이 눈에 띄었다. 15소년 표류기와 해저2만리는 아마 보았을 것 같다. 소년소녀 문고에 많았으니. 물론 내용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제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보며 물론 코로나와 날씨가 좋았어도 집콕을 하였겠지만 그럼에도 나가지 못하는 마음을 대신해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보았다. 

 배경은 당시 세계최첨단의 패권국이자 과학기술 강국 영국이고 주인공은 필리어스 포그다. 제법 재력가인 그는 이상하게도 신사이면서도 시간약속과 규칙적인 생활을 매우 중시한다. 최근 그는 하인을 하나 해고했는데 시간약속을 어겨서다. 대신 들어온 하인이 프랑스인 파스파르투다. 주인과는 다른 다소 감정적이고 힘이 센 이 하인은 들어오자마자 세계 여행을 떠나게 된다. 포그는 개혁클럽이라는 곳의 회원이었는데 회원들과 이야기하다 지구가 과거에 비해 좁아졌단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회원 일부는 그럼에도 세계는 넓다했고 포그와 일부는 교통의 발달로 그렇지 않다고 하며 이를 실증해보이겠다고 세계일주에 나선 것이다. 

 포그의 계산에 따르면 세계일주는 80일이면 충분했다. 일정은 다음과 같다.

 런던에서 수에즈까지 철도와 여객선으로 7일

 수에즈에서 인도 봄베이까지 여객선 13일

 봄베이에서 캘거타까지 인도를 관통하는 철도 3일

 캘거타에서 홍콩까지 여객선 13일

 홍콩에서 일본 요코하마까지 6일

 요코하마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2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미국 횡단철도 7일

 뉴욕에서 다시 런던까지 여객선 9일


이렇게 총 80일이었다. 거액의 내기가 붙었다. 그리고 포그는 차가우면서도 냉정하고 안정적이면서도 붙같은 성격으로 그날 저녁 바로 하인을 대동하고 출발한다. 이 소식이 영국에 알려지며 다른 사람들도 내기가 붙었다. 언론은 부정적이었다. 그럴만도 한게 포그의 계산은 재난이나 기후, 사람에 의한 문제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이상적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프그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포그는 거액의 사용과 인센티브로 속도를 높일 수있기에 그 정도는 극복가능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포그가 출발할 무렵 거액의 영국은행권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게 경찰 픽스는 거액의 영국은행권을 가방을 들고다니고 갑작스레 다른 나라로 떠난 포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생각하고 그를 쫓는다. 여행중 포그는 인도에서 남편의 사망으로 수티를 당하게될 미모의 여인 아우다를 구한다. 여행중 그들은 인도에서 여러 광신도를 만나기도하고 코끼로도 타며 작은 배에서 폭우를 겪는다. 미국의 기차에선 아메리카 토착민들의 공격을 받기도한다. 그리고 포그는 픽스, 파스파르투, 아우다와 함께 영국에 돌아온다.

 책은 과거 책 답지 않게 전개가 빠르고 지금 봐도 재밌다. 물론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오리엔틀리즘의 관점에서 중국이나 인도를 신비하게 그리고 그들의 종교를 미신이자 야만으로 그리는 부분은 아쉽다. 물론 그럴만한 부분도 있다. 수티같은 건 없어져야 하니. 그러면서도 일본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그리는데 당시 메이지 유신으로 떠오르는 일본의 위상이 서구의 눈에도 제법 그럴듯하게 보였음이다. 휴가철 100년전의 세계여행이 어땠을지 상상하며 읽으면 재밌다. 그 때의 사람들도 이렇게 하는걸 난 왜 못하고 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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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0-08-06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재밌는 책^^ 해가 지지 않았던 나라를 느끼게 해주는

닷슈 2020-08-06 10:15   좋아요 0 | URL
그렇죠 이집트 인도까지 영국이더군요 그이후로는 픽스에겐체포영장이아닌 범죄인인도서류가 필요했죠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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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영화시장을 지배하는게 미국인지라 전쟁영화는 주로 미국의 시각에서 만들어진다. 때문에 다른 전쟁도 마찬가지지만 2차대전에서 미국은 승리의 주요 원인자였고, 큰 피해를 입은 것 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2차대전에서 주요 승리의 원인자이자 가장 큰 피해자는 사실 소련이다. 소련은 동부전선에서 독일군을 막아내어 전력의 분산 및 연합군이 반격할 시간을 마련해주었고, 그 대가로 전 국토의 초토화와 2차대전중 가장 많은 천만에 달하는 전사자를 내었다. 

 전쟁중 여성은 민간인으로 주로 전쟁의 피해자이거나 남성들을 대신해 일상직업에 종사하거나, 전쟁물자를 생산하는데 참여하곤 했다. 하지만 소련은 달랐다. 아무리 넓은 국토와 인적자원을 자랑하는 나라지만 이런 인적 피해를 입었으니 자연스레 병력이 모자랐다. 이에 소련은 다른 나라와는 많이 다르게 전투병에도 여자들을 투입했다. 수는 무려 백만에 달했고, 전체병력의 10%수준이었다. 이렇게 참전을 많이 했고, 승리의 영광을 누렸는데 그들은 무려 50여년간 자신들의 자랑스런 전과에 대해 침묵했다. 왜 그랬을까? 

 이에 작가 스베틀라나는 저널리스트로 2차대전에 참전했던 소련 여군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정확한 시간과 분량은 나오지 않지만 십수년이 걸리고, 수백명, 아니 어쩌면 수천명의 목소리를 담았을 작업이었다. 이 결과물은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충분히 그럴만한 작품이었다. 스베틀라나의 이 작업은 처음에 공산당국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유는 여성을 다룬 점, 그리고 영광스러운 대조국 전쟁의 승리의 이면이 너무나도 참혹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게 실상이었다. 그리고 그 참혹한의 단상은 소련군 여성이 같이 있었다.

 다른 나라의 여군들이 대부분 간호병이나 취사쪽에 집중된 반면 소련여군들은 병과도 가리지 않았다. 저격병, 파르티잔, 공병, 항공부대원, 취사병, 위생병, 간호병, 군의관등, 무척 다양했다. 책에 목소리를 담은 여군들은 분명 자신들의 선택을 나중에 후회했겠지만 놀랍게도 대부분 무리를 해서라도 자원했다. 그들은 심지어 나이를 속이기도 했고, 자원하고자 고관을 직접 찾아가 강짜를 부리기도 했다. 이처럼 당시 침략자들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매우 강했던 것 같다. 스탈린의 대숙청으로 가족이 피해를 본 여성까지 군에 지원했으니 그들의 애국심이나 외부의 적이 내부를 단속하는 힘은 상당했다. 

 하지만 호기와는 다르게 전쟁의 참상은 참혹했다. 간호병이나 군의관으로 참전했던 이들은 하루종일 피바다에서 살아야 했다. 잘려진 팔과 다리는 통에 담아 한꺼번에 처리했고, 피냄새가 코와 머릿속에서 가시질 않았다. 죽어가는 이들은 하나 같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고, 자신의 죽음을 잘 믿지도 못했고, 죽음을 호기심있어 하기도 했다. 퇴각하며 때로는 수 많은 부상병들을 버리고 가야하기도 했다.

 전투병들의 참상은 더욱 끔찍했다. 지원병이나 간호병이 죽음을 간접적으로 느꼈다면 이들은 직접 죽음의 공포를 맞이했다. 자신들이 수없이 부상들 당하기도 했고 친구들이 죽어나갔다. 예뻤던 친구는 고향에서 가져온 붉은 색 머플러때문에 죽었다. 그것만큼 눈에 잘 띄는게 없었기 때문이다. 한 여군 병사는 밤새 경계를 서다 머리가 하얗게 새버렸다. 적이 언제올지 모른다는 공포가 밤에 온갖 것들을 공포의 대상을 만들어 버렸을 것이다. 게릴라전을 펼친 파르티잔들은 굶주림에 지치게도 했고 때론 잡혀서 엄청난 고문을 받곤 했다. 10개의 손톱밑을 파고들던 기계, 그리고 팔다리를 마구 꺽어버리던 잔혹한 고문도구들을 그녀들을 이겨냈다. 소련의 여병사들은 그들이 여자임에도 남성의 군복을 지급받았다. 여성병이 없었으니 애초에 그런 것도 없었을 것이고 물자가 모자란 소련이었다. 생리를 하게되어 하혈하면 바지가 흠뻑 젖었다. 피로 굳은 군복은 살을 벨만큼 날카로웠다. 적의 공격이나 공습이라도 받게 되면 그들을 위험하게도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피를 씻어낼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뷰에서 한 병사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은 전쟁의 소리를 기억한다고, 사방에서 으르렁, 쾅쾅, 불을 뿜어 대던 그 소리를, 전쟁터에서는 사람의 영혼마저 늙어버리고, 전쟁이 끝나도 다시는 젊음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전쟁은 그들의 인간성도 변화시켰다. 하지만 그래도 여자였다. 전쟁중에서도 다리가 예뻤던 병사는 다리를 다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전쟁통에 사람이 갈려나가면서도 애꿎은 동물들이 전쟁의 희생양이 되는 걸 가슴아파했다. 하루종일 치열하게 사람들이 죽어나간 전장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죽어가는 병사들에게 엄마같은 여자친구 같은 안식처가 되어주려고 했다. 적들을 죽을 만큼 증오하게 되어 그들이 자신들에게 한 것 만큼 해주고 싶었지만 막상 독일부상병을 간호해주고 그들에게 빵을 주었다. 그리고 적진에서 독일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어쩌면 그들은 이런 면에서 전쟁의 참상을 완화해주는 하나의 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남자병사들은 처음 여군을 무시하기도 도움이 안되는 존재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혹은 불편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전장에서 자신들 못지 않은 그들을 보면서 인정과 존중을 하기 시작했고 전쟁터임에도 반드시 지켜야하는 존재로 아꼈다, 그들의 공통적 증언이다. 때론 여군 병사와 사랑에 빠져 전시중임에도 결혼하거나 사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후의 반응은 이율배반적이었다. 남자 병사들은 승리의 영광을 여군들과 나눠갖지 않았다. 전장에서는 그토록 금지옥엽으로 여겼음에도 말이다. 여군들도 그랬다. 그녀들은 전쟁에서 받은 메달이나 각종 증명을 애써 숨기려했다. 전쟁에 다녀온 여군을 남자들이 가득한 그곳에 다녀온 여성을 사회가 받아주지 않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일상으로 돌아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과 무척이나 비슷한 지점이다. 우리도 냉전과 성장에 휩쓸려 그것들이 어느정도 해소된 이후에야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간접적이나마 전쟁의 참혹함과 수많은 죽음, 그리고 그 아픔을 어느정도 느낄수 있었다. 인간이, 시민이 이런걸 꾸준히 기억해 나간다면 전쟁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아직 2차대전, 베트남전쟁,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우리의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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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8-04 06: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천해 주신 <기억전쟁>애 딱 어울리는 좋은 책입니다. ^^

닷슈 2020-08-04 12:54   좋아요 0 | URL
저도 보며 그 책이 연상되더군요. 기억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기억을 남길 필요가 있습니다.

레삭매냐 2020-08-04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쟁영화에서는 미국이 혼자서
다 전쟁을 치른 것으로 되어 있으나
적어도 유럽 전선에서 미국이 참전
한 건 고작 1년 남짓이었죠.

지적해 주신 대로,
구 소련이 혼자서 대륙의 전쟁을
다 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닷슈 2020-08-04 12:55   좋아요 0 | URL
그렇죠. 구 소련이 버텨낸게 승리의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미약하지만 핀란드마져 공격을 했었고, 소련은 스탈린이 대숙청을 실시해 쓸만한 군관조차 없는 상태였죠. 소련민들의 승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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