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의 한국정치 (양장본) - 완역판
그레고리 헨더슨 지음, 박행웅.이종삼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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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에 비해 이제는 너무 낡아 버린 분석

 

1.

명성만큼 그리 흥미롭지도 않았고, 현재 시점에서 크게 도움이 되는 분석도 아닌 그저 그런, 그리 나쁘지는 않은 그런 느낌의 책이었다. 물론 이 책이 처음 출간된 것이 1968년이라는 점을 감안 하여야 한다(1988년 저자가 수정 보완한 것을 토대로 완역판이 발간됨).

 

2.

저자 그레고리 핸더슨과 이 책의 명성은 익히 듣고 있었다.

2005년 출간된 리영희 선생님의 <대화> 중에 저자와 선생과의 아픈 인연이 소개되어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핸더슨은 하버드 대학 출신의 외교관으로 주한미대사관의 문정관 등으로 일했던 사람이다. 다산 정약용에 관한 연구도 제법 깊고 한민족에 대한 학문적 이해도 상당했으며 국립박물관의 국보급에 버금가는 많은 한국도자기를 소장하고 있었다고 한다. 미국에 빌붙어 출세하려는 각 분야 야심가들이 갖다 바친 것이라고. (<대화> 256 ~ 257)

 

1963년 합동통신 기자였던 리영희 선생은 당시 예정되어있던 미국의 잉여 농산물이 2년이 넘도록 지원되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핸더슨을 찾아갔다가 특종을 하게 된다.


핸더슨의 박정희가 케네디와 약속했던 민정이양을 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정부가 잉여농산물을 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사화를 하게 된 것.

이 일로 핸더슨은 위 국보급 도자기를 챙길 시간도 없이 본국으로 즉시 소환되고 외교관직에서 떠나게 된다. (<대화> 290 ~ 292)

 

이러한 내용은 이 책 <소용돌이의 한국정치>에는 나오지 않는 에피소드이다.

 

3.

여하간 위 리영희 선생님의 책을 통해 오래전부터 흥미를 가지고 언제가는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으나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간 탓일까, 그리 흥미로운 독서시간이 아니었다.


한국정치 문화의 특징이 중앙권력을 향해 모든 것들이 휘몰아치는 상승기류처럼 소용돌이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인데,

책 말미의 김인영 교수의 서평 내용과 같이 일견 수긍할 점도 있으나 여러 비판도 가능한 그의 주장 때문에 썩 흔쾌히 마음에 다가오지는 않았다.

 

물론 조선시대부터 전두환 시기까지의 광대한 시간에 걸쳐 나름대로 근거와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그의 내공에는 살짝 놀랍기도 했다. 1960년대에 이 정도로 한국을 공부한 사람이 있었다고? 하는 심정!

 

4.

49,000원짜리 하드카버로 구입해두었던 것인데, 유명짜한 책을 일독했다는 정도의 의미를 두면서 이 책에 대한 짧은 독후감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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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락된 도시의 여자: 1945년 봄의 기록
익명의 여인 지음, 염정용 옮김 / 마티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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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1.

전쟁의 참혹함과 그로 인한 공포, 굶주림 무엇보다도 여성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깊은 상처를 남기는 전시 중 강간에 대한 묘사가 더없이 리얼하고 처절하게 그려지고 있다.

 

2.

이 책은 베를린이 소련군에 함락된 시기인 1945년 4. 20. ~ 6. 22.까지 한 이름 없는 여성이 겪은 20여일 간의 나날을 간결하면서도 진솔하게 기술한 일기이다.


작년 김태우의 신간 <냉전의 마녀들>을 읽으며 이 책을 알게 되어 구매해 둔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초반 너무 참혹한 모습에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다가 서서히 빨려 들어가 순식간에 다 읽게 되었다.

 

3.

책 내용 중 핵심 부분을 이루는 것은 전쟁 중 굶주림과 점령군 소련 군인에 의해 저질러지는 베를린 거주 여성들에 대한 강간이다. 또한 패전 후 독일 남성들의 무기력함도 빼놓을 수 없는 전쟁의 한 장면이다. 


소련군에 의한 강간 모습은 과장 없이 리얼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소련군인들을 단순히 악마화 하지 않는다. 독일군들도 소련에서 같은 혹은 더한 참혹한 만행을 저지른 사실을 소련군인의 입을 통해 공평하게 진술하고 있다. 


저자는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상황에 적응해 가게 되고, 개중에는 인품과 교양과 매너를 지닌 소련 장교들과도 교제하며 그들의 도움으로 굶주림을 견뎌나간다.

 

책을 읽으며 참혹한 전시 강간 장면 못지 않게 생과 사를 넘나드는 굶주림에 대한 상황묘사가 피부에 와 닿았다. 한 조각의 빵, 약간의 기름, 생선, 고기 등에 대한 소중함이 생생히 느껴진다.

 

4.

저자는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현실에 적응하며 힘차게 시간을 견디어 나간다. 그는 계속해서 나를 파멸시키지 못하는 시련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60쪽 및 259쪽)라는 문구를 상기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현실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실망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Homo homini lupus)"라는 라틴어 경구(홉스의 말이라고 함)를 되뇌이며 힘겹게 이겨낸다.(211쪽 및 236쪽)

 

5.

멀게만 느껴지는 전쟁의 참혹함과 그로 인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시간이었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여 8월 현재까지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미중간의 대만 문제는 전쟁위기를 고조시기고 있다.

 

영화 또는 드라마로 가볍고 영웅적인 스토리로 소비되고 있는 '전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독서 시간이었다.


핀다로스의 말이라고 하는데 에라스무스로 인해 유명해졌다는 다음 라틴어 경구로 글을 맺는다.

 

“ 격어보지 못한 자에게 전쟁은 달콤한 것이다”

(Dulce bellum inexper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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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천황의 나라에서 - 개정판, 한국어판 후기 및 해제 수록
노마 필드 지음, 박이엽 옮김 / 창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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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유효한 일본에 관한 책 !

 

1.

일본의 현실과 속내를 차가운 이성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진단하면서도 고향에 대한 따뜻한 내부자의 시선으로 세밀하게 살피고 있는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인 책이다.

 

2.

단순히 국외자의 시각으로 ‘일본’이라는 사회를 피상적으로 보는 것이 아닌 국외자이면서도 한편 일본인의 피가 섞인 혼혈인의 객관적 시각으로 일본의 현안을 거시적인 측면과 아울러 그 문제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미시적인 움직임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3.

이 책은 1988. 9. 19. 일본 ‘천황’ 히로히토가 병으로 쓰러져 1989. 1. 7. 사망할 무렵, 즉 ‘천황’이 죽어가던 즈음, 다음 세 명의 주요 등장인물들의 사건을 통해 일본의 당면문제를 진단하고 있다.


첫째, 1987년 자신의 고향인 오키나와 요미탄촌에서 개최된 운동기경기장에 게양되어 있던 일장기를 끌어내려 불태워버린 슈퍼마켓 주인 치바나 쇼오이찌, 둘째, 오래전 공무수행 중 사망한 자위대원 남편이 기독교인인 부인 자신의 동의 없이 신사에 합사하는 결정이 내려지자, 이에 불복하여 소송 중인 나까야 야스코, 셋째, ‘천황’ 와병중 천황에게 전쟁책임이 있다는 발언을 하여 우익의 총격을 받은 오키나와 시장(市長) 모또시마 히또시가 그들이다.

 

4.

저자는 이들을 찾아가 인터뷰하며 이들이 주장과 해당 문제의 본질에 대해 상세히 드러내고 공론화한다. 이들은 ‘일본’의 주류에 속하지 않는 방외인이고 일본이 주장하는 이데올로기에 순종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치바나 쇼오이찌를 통해 일본의 오키나와를 둘러싼 많은 문제들을 살펴보고, 나까야 야스코를 통해서는 야스쿠니신사를 비롯한 전국에 걸쳐 연계된 신사 문제, 정교분리원칙의 현실태 등을, 모또시마 히또시를 통해서는 ‘천황’의 전쟁책임 뿐 아니라 불가침적 존재에 대하여 다른 의견을 전혀 용납하지 않는 일본사회의 경직성과 파시즘적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5.

이 책의 저자 노마필드는 종전 후 일본여인을 엄마로, 미군의 문관으로 근무하던 미국인을 아빠로 하여 출생한 자로, 성장하여 미국으로 이주하여 대학교수를 하던 자이다. 책 저술 무렵 1년간 일본으로 돌아와 사랑이 넘치는 할머니와 이모를 재회하며 개인적인 유년기의 추억을 책 곳곳에 기술하고 있는데, 이 점이 다른 책들과 확인히 구분되는 눈부신 지점이다. 어릴적 상처받기 쉬운 그 당시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독립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저자를 격려하고 사랑을 베푸는 할머니와 나가사키에 거주하는 이모에 대한 저자의 추억과 회상은 아름답다.

 

6.

최근에 읽은 <일본의 굴레>(테가트 머피)는 일본에 관한 객관적이고 풍부한 정보로 가득한 뛰어난 책이었는데, 이 책 <죽어가는 천황의 나라에서>는 출간된지 30여년이 지난 오랜된 책임에도 여전히 현재성을 가진 책으로 위 책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책이다. 


일본의 근본 문제들을 다루는 무거운 주제의 책임에도 저자와 일본의 곳곳을 여행하는 듯한 따뜻함을 안겨주는 그런 온기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즐거운 독서였다.

 

사족 :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창비가 고집하는 그들 회사만의 일본어 표기방식은 예의 그 옹고집과 아집과 독선이 느껴져 어떨 때는 욕지기가 나오기까지 한다.


예를 들면 일본 전통방에 깔려 있는 ‘다다미’를 ‘타따미’로 표기하는 식이다(217쪽)


현지음 발음을 중시하여 장음과 된발음을 적용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이미 우리 일상에 관습으로 자리잡은 것은 그것대로 존중하여 예외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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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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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떻게 이 책을 구입하게 됐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도 알라딘 검색을 하다가 벚꽃 만발한 이 책 표지에 혹해서 산게 아닌가 한다.
책소개 글을 읽고 내용도 따뜻한 판타지인듯도 했고~~~

2.
시현씨가 등장하는 첫 두 개의 장까지는 생동감이 펄떡이고 따뜻하고 정감이 넘친다.
시현양이 '스카웃트' 되어 퇴장하고 독고씨가 줌심에 서서 펼처지는 나머지는 판타지에 당위적인 내용, 마지막엔 생뚱맞은 반전이 있지만 그리 설득력도 공감도 되지 않는 그저 평범한 진행, 심심한 결말이다.

3.
글이 초반과 달리 힘이 없는 것은 저자가 소설을 그저 이야기를 요리조리 잘 짜맞추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때문 아닐까?
우려되는바가 없지않다.

용두사미격의 소설이라 아쉽지만
그래도,
이 각박한 시절에 이 처럼 따뜻한 소설을 읽게되어
잠시나마 가슴이 훈훈했다.
그러면 된거 아닐까? 뭘 더 바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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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사기56 - 본기, 세가, 열전, 서의 명편들 현대지성 클래식 9
사마천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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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달여간 이 책에 흠뻑 빠져서 지냈다.
역시 불멸의 명저 史記 !

2.
학창시절부터 사기열전 등을 탐독하여 왔다.
처음 읽은 것은 동서문화사의 <사기열전> 1,2.(최인욱, 김영수 역)이었고,
다음으로는 정범진 교수등이 사기 전역을 하여 까치 출판사에서 출간한 사기본기, 사기표,서, 사기세가 상, 하, 사기열전 상 중 하 등 7권이고
또한 이성규 교수가 편역한 《사기》(서울대학교 출판부) 등을 읽었다.
물론 김원중 교수의 사기열전도 소장하고 있다.

동서문화사판은 여러차례 읽었고, 까치판은 처음 전체를 읽은 것이라 기억에 남는다.
이성규 편역판은 깊은 학문적 연찬을 바탕으로 편역한 것이라 신뢰가 갔다.

3.
그러나 이번 현대지성사 소준섭 편역판이 사기의 전체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결정판이 아닐까 한다.
통상 사기열전만을 읽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그 흥미진진한 항우 본기 및 소하 등을 놓치게 되니 아쉬울 수밖에 없다.

4.
이 책은 본기, 세가, 열전, 서 등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취합하여 사기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번역은 유려하여 가독성면에서 그간 출간된 것중에 최고라고 생각된다.

5.
개인적으로 이번 번역서를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문장은 사기 원문을 찾아 함께 읽어보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간혹 각주로 유명문구 중 원문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부족하다)

다시한번 사기의 맛에 흠뻑 젖을 수 있는 즐거운 독서시간이었다.

6.
단 이 책의 아쉬운 점도 몇가지 있다.

첫째, 춘추전국시대 및 진, 초, 한 시대의 상세한 지도가 없다.

둘째, 책속 그림도 네이버 등에서 대충 긁어서 붙인 듯, 화질이 허접하기 그지없다.

셋째, 춘추전국시대는 나라별, 왕들의 연표가 제각각이므로 서기연대를 병기한 별도의 연표가 있어야 했다.

7
오식, 오역 등

24쪽 각주 15) 중 불사토양(不辭土壤)으로 되어야 할것을 불양(壤)토양으로 오식

38쪽, 각주 311) 중 2.5m는 2.5km의 오식

108쪽 하단의 "높은 곳에 큰 도마를 설치하여~~"부분은 오역인듯!
원문 高俎(고조)는 "높은 대(臺)라는 뜻이다.
조(俎)는 도마라는 뜻도 있지만 높은 대라는 뜻도 있다.
항우가 높은 대를 설치하고 붙잡은 태공(유방의 부친)을 그 위에 세워놓고 유방을 협박하는 장면이다.
따라서 도마를 설치하여 부분은 높은 대를 설치하여 로 수정해야!

8.
뭐 이런 사소한 흠은 있지만 이 책을 읽는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죽기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두 권을 꼽는다면,
박경리 선생의《토지》와 사마천의 《사기》!

사기를 읽기원하는 분들에게 이 책 소준섭 편역의
《사마천 사기 56》을 강추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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