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색 여인에 관한 연구 레이디 셜록 시리즈 1
셰리 토머스 지음, 이경아 옮김 / 리드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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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은 남다른 추리와 관찰력으로 일찌감치

부모의 파탄난 서사와 권력 관계를 파악했다.

혼외자식을 들켜 약혼녀에게 채이자

결혼식 날짜에 다른 여자와 결혼하기로 한 아버지.

아버지의 재력만 보고 결혼을 결정한 어머니.

거듭 정부를 두는 남편을 말릴 재간이 없는

아내는 자식들에게 히스테리를 부리고

남편은 아내를 하찮아한다.

하인들조차 무시하는 어머니를

샬럿은 동정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다.

샬럿은 어머니를 보며 결혼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사랑은 정육점에 걸린 고기와 진배없다.

시간이 갈수록 신선도는 떨어지고 부패한다는 점에서.

남자라는 존재는 평생을 걸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여학교의 교장이 되는 건 어떨까?

교장의 수익이라면 유산 한 푼 없는 자신뿐 아니라

자매인 리비아의 삶도 책임질 수 있으리라.

말수가 적고 남다르게 영리한 막내딸을

유독 귀여워하는 아버지는 샬럿에게 약속한다.

25살이 될 때까지 결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정규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당연지사.

샬럿이 유부남 로저와 관계한 사건의 전모다.

샬럿은 자신의 상품성을 훼손하는 동시에

로저와의 관계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으로

아버지에게서 학비를 뜯어낼 생각이었지만

로저의 아내가 먼저 계획을 알게 됐다.

시어머니 레이디 슈루즈버리와

입이 가벼운 여성 무리를 이끌고

거사가 진행 중인 호텔에 들이닥친 로저의 아내.

노기천만인 그녀와는 달리

다소 인간미가 결여된 샬럿은 유유자적하다.

​샬럿의 여유와는 별개로 집안은 사교계에서

온갖 오욕과 추문을 당하게 되었으며

그녀 자신도 시골로 유배 당하게 생겼지만.

샬럿은 달아난다.

이대로 독립을 포기할 순 없다.

잡지에서 본 대로라면 하숙집을 구하는 일도

직장을 찾는 일도 쉬워야 하는데

생각대로 풀리는 게 하나도 없다.

리비아가 챙겨준 돈은 도둑질 당했고

스캔들이 알려지며 하숙집에서도 내쫓긴다.

적은 일자리, 넘쳐나는 인력들 사이에서

샬럿의 타자 실력은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샬럿의 스캔들이 터진 날 밤

로저의 어머니가 사망하며

그 원인이 리비아와의 말다툼 탓이라는 소문까지 나돈다.

독립 한번 해보려다 언니 인생까지 말아잡주신 거다.

로저가 겨우 아내 손에 두들겨 맞은 것과 비교하면

샬럿과 자매라는 이유로 한데 묶인 리비아에겐 가혹한 대가다.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각오에

빛나는 추리력과 지모가 더해지며

샬럿은 셜록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레이디 슈루즈버리의 죽음은 심장마비가 아닌 타살이며

그녀의 사망에 근래 있었던 다른 두 건의 죽음이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을 신문사에 제보한 홈스.

사교계 안팎이 시끌시끌해졌고

세상이 홈스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샬럿은 이번 사건의 해결로 기원하던 진정한 독립을 이룩할 수 있을까?

여성이란 사실을 숨기고 활약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명탐정 셜록 아니 샬럿 홈스.

샬럿을 말동무로 고용했다가

이제는 탐정 사업의 주요 투자자가 된

전직 연극 배우 현 부유한 미망인 왓슨 부인.

우울한 골방에서 삶은 양배추나 씹어먹을

노처녀로서의 삶을 걱정하다가

뜬금 동생의 사건일지를 쓰게 된 언니 리비아.

홈스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며

사회적 명예를 다지려는 애처가 트래들스 경사.

샬롯과 오랜 우정을 지켜왔으나

뒤늦게 사랑이란 걸 깨달아버린 잉그램경.

매력적인 온갖 요소들과 스토리가 담겨 있는 책이다.

리뷰들을 읽어 봐도 하나같이 평이 좋다.

로맨스 장르에서 일찍이 인정받은 작가인만큼

잉그램경과 샬럿의 긴장감 넘치는 관계성을

두근두근한 심정으로 지켜볼 여지도 충분히 남아있다.

다소 취향이 아닌 소재가 담겨 별점은 줄일 수 밖에 없었다는 거.

그러나 아직 1권인 걸 감안하면

샬럿에게 부여된 몇 몇 탐탁치 않은 설정들은

긴 스토리 진행에 꼭 필요한 고난 혹은 함정일지 모른다.

샬럿이 언젠가는 벗어나 탈출하게 될 그런 함정 말이다.


빅토리아 시대에 성별을 갈아입고 재탄생한 홈스에게

독자가 바라는 바가 남녀 관계의 긴장감이 아님을

작가님이 부디 알아주기를 바라며

샬럿의 더 눈부신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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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스
나가우라 교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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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엉?

 

2020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5위?

 

겨우????

 

고작??????

 

이 순위가 정말 최선이라고??

 

 

 

누가 2020년 경쟁작품 나 좀 알려주길.

 

이 책을 앞질러 1-4위를 차지할 정도라니;;

 

언더독스 재미에 두들겨 맞고 피곤한 목요일

 

뻗지도 못한 채 강제 철야했더니

 

지금 반좀비 다 된 것 같은데 5위라고?

 

이걸 믿어야 해 말아야 해?

 

 

 

어쨌거나 리뷰는 써야하니까

 

정신 차리고 스따뜨!

 

 

 

 

 

고바 게이타.

 

사회초년생다운 순진함으로

 

고위 관계자들의 비자금 조성에 가담했다.

 

농림수산성이 민영화가 되었을 때

 

이 비자금이 조직의 안녕에 기여할 거라는

 

상사의 말을 기계적으로 믿은 결과

 

고바는 검찰 수사를 받았고

 

언론에 얼굴과 이름이 팔렸으며

 

농림수산성에서도 자리를 잃는다.

 

 

 

자발적으로 나온 모양새지만

 

실은 비자금과 연관된 자유민진당 의원들에게

 

가족을 인질로 잡혀 입막음 당했다.

 

패배감에 1년 가까이 폐인 생활을 한 고바.

 

죽을 용기도 없고 언제까지고 집에 머무를 수도 없어

 

증권회사에 입사하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던 그를

 

이탈리아 거대 사업가 마시모가 호출한다.

 

 

 

"인생 역전을 하고 싶지 않습니까?"

 

"....안하고 싶은데요;;;"

 

 

 

마시모 말인즉슨 7월 1일 홍콩 반환을 앞두고

 

헝밍은행에 보관된 주요 인사들의 투자자산 장부가

 

버뮤다 그리고 몰타 공화국으로 옮겨간다는 거다.

 

그 안에는 고바를 협박한 일본 정치인들의 기록과

 

마시모 본인의 복수를 완성시킬 정보가 담겨있으니

 

고바가 이를 가로챌 수만 있다면 인생 해피엔딩?

 

 

 

그러나 고바는 바보가 아니다.

 

첩보원도 아니요 절도범도 아닌 그가

 

평생 책상물림한 허약한 직장인의 몸으로

 

어떻게 은행을 털겠는가.

 

게다가 권력 있는 것들의 뒤통수 치는 꼬라지를

 

뼛속 깊이 맛본 몸!!

 

고바는 고민도 안한다.

 

단칼에 거절하고 마시모와 헤어지며

 

독자 고구마 먹이기를 거부하는데,

 

 

 

 

 

그러면 이야기가 진행이 안되니까

 

여기서 상사의 사망 소식이 1차로 들려온다.

 

고바와 함께 옷벗었던 인물이

 

가족을 살해하고 본인도 목을 맸다는 거다.

 

언론사의 기자들이 영문을 모르는

 

고바의 집 앞에 벌떼처럼 몰려들어 취재경쟁을 벌인다.

 

꼭 1년 전 비자금이 발각됐을 때처럼.

 

 

 

2차, 내일 아침 기사의 탑을 장식하는 건

 

비자금 조성 사건의 내부고발자로 결정됐단다.

 

농림수산성과 얽힌 정치인들은

 

관계자의 자살이 끌어 올 이목을 원치 않는다.

 

그들은 언론사의 먹이감으로 고바를 선택했다.

 

고바가 살 길은 마시모의 손을 잡는 것 뿐.

 

살고 싶다.

 

설령 몇 시간 며칠 몇 달의 유예라 해도.

 

 

 

그렇게 고바는 홍콩으로 떠났고

 

도착한 당일 마시모와 재회한다.

 

안타깝게도 살아 숨쉬는 마시모는 아니었고

 

몸에 총알 구멍이 난 시체와의 조우였지만.

 

마시모를 죽인 이들은

 

고바도 모르는 마시모의 계획을 원한다.

 

 

 

영국, 미국, 러시아, 홍콩, 중국.

 

일본 전직 관료를 뒤쫓는 무리들이

 

등에 업은 나라들이 이 정도다.

 

미션 임파서블이야?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헝밍은행에 보관되어 있다는 자료가 정말로

 

각국 정치인들의 비자금 정도의 문제인 게 맞아?

 

 

 

대낮의 홍콩 거리에서 벌어지는

 

총기 난사, 폭발, 납치, 살해, 건물붕괴, 음모 또 배신.

 

아찔아찔한 롤러코스터 스릴러에

 

고바는 의심에 의심을 더한다.

 

 

 

너 아니면 안돼 라던 마시모조차

 

실은 주력으로 꾸려놓은 다른 팀이 세 팀이나 있었다.

 

이제 와 누구를 믿고 누구를 믿지 말아야할지

 

고바가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팀원들조차 저마다의 꿍꿍이로 눈이 벌건 상태인데..

 

 

 

생각하자.

 

살고 싶으면 생각해야 한다.

 

미국인에게 쫓기고

 

홍콩인에게 얻어터지고

 

러시아인에게 살해 협박 당하고

 

팀원에게 코가 베일 때에도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고바다를

 

증명하는 고바 게이타.

 

 

 

실패하고 개죽음 당하는 역할로

 

결성된 언더독스 팀의 리더가

 

어떻게 키맨이 되어 반전을 이룩하며

 

살아남는지 그 활약을 지켜보자.

 

더하여 1996년 목숨 걸고 홍콩을 누빈

 

아버지 고바 게이타의 과거를 쫓아

 

2018년의 홍콩을 관광(?)하는

 

딸 고바 에이미의 비밀도 확인해 보시길.

 

 

 

+

 

 

 

읽고 나면 책이 얇게 느껴진다.

 

읽는 중에도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금방 읽겠는 걸 착각하며 계속 읽다간

 

밤을 꼴딱 지새우는 함정에 빠지게 될 것.

 

 

 

속지말자.

 

페이지 523!!!!

 

 

 

잼난 책 끊어읽는거 질색하는

 

독자는 진심 뒤짐.

 

속이 울렁울렁

 

저 지금 피곤해 듁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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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어 1 - 신을 죽인 여자
알렉산드라 브래컨 지음, 최재은 옮김 / 이덴슬리벨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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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곤에는 용서 따위 없다.

오로지 생존,

그리고 반드시 완수해야 할

과업만 있을 뿐."

_p392

아곤.

신들의 목숨을 건 사냥제.

제우스는 고대 영웅의 피를 이은

아홉 가문의 전사들에게 명령한다.

"너희의 용맹한 검을 신의 피로 물들여라.

그러면 그 신의 지위와 불사의 능력을

너희에게 상으로 내릴 것이다."

더는 신화 속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제우스를 배신한 대가로

아테나, 아르테미스, 아폴론, 포세이돈, 아프로디테,

헤파이스토스, 디오니소스, 헤르메스, 아레스는

7년을 주기로 열리는 7일의 아곤 동안

불사의 능력을 잃은 채 지구에 현신하고

헌터들의 사냥감이 되어 갈가리 찢길 운명에 처한다.

아홉 가문은 신을 죽인 자,

뉴 신의 존재로 크게 번성하지만

가진 것에 만족할 수 있을 리가.

때로는 제우스가 내린 무구를 질투하고

때로는 다른 신의 힘을 질투하며

아곤이 아닌 때조차 암약을 벌인다.

페르세우스 가문 또한

메두사의 머리가 달린 제우스의 방패,

아이기스의 존재를 열망하는

아리스토스 카드모스 가에 의해 멸문 당했다.

단 한 명의 생존자, 로어만을 남긴 채로.

홀로 살아남아 인간 세계로 꽁꽁 숨어든 로어.

남아만이 아곤의 전사로 성장할 수 있기에

가문의 복수도 아곤도 모조리 잊으려 애쓰며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리라 결심했었다.

위기에 빠진 신들이

로어를 찾지 않았을 때의 얘기지만.

로어의 친구였던 카스토르는

뉴 아폴론이 되어 불치의 병을 씻어버렸다.

다만 신의 힘을 일부 밖에 사용하지 못하며

자신이 속한 아킬레우스가와 타가문의 타킷이 된다.

긴 세월 성좌를 지켜온 아테나는

아르테미스의 배신으로 위기에 빠졌다.

혼자 힘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걸 깨달은 그는

로어의 은신처를 찾아 권속의 맹세를 하고자 한다.

원수인 레스를 죽여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아이기스에 쓰여진 새로운 시에 관한 정보도 건낸다.

오직 가문의 혈통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무구인만큼 시를 해석할 수 있는 이도 로어뿐일터.

로어는 스스로 그 시를 찾아

부모와 자매들의 복수를 단행하고

이 지리멸렬한 신과의 전쟁을 끝낼 것을 다짐한다.

친우 카스토르를 아곤에서 해방할 것이며

또한 스스로 완전하게 자유로워지리라.

"뭐 어쩌겠어요.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대체로 그렇게 '참을 수 없는 것' 투성이인 걸요."

_p100

"날개에서 떨어진 깃털은

버려진 게 아니라

자유로워진 거야."

_p55

배틀로얄식의 생존게임.

불합리한 체제에 대한 반항아 혹은 생존자.

대책없이 단순하고 지극히 다혈질인

헤라클레스 스타일의

여주인공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강추.

비겁자, 겁쟁이 같은 류의 말만 들어도

좀 눈이 도는 어린애 스타일이라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걸로 예상된다.

1권에서는 아직 많이 좌충우돌 중이고

망설임이 길며 실수하는 순간이 많아

독자도 함께 조급해지고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는 거 ㅎㅎ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성으로

파격 막장을 찍던 그리스 신들이

인간 육체로 현신해 지구의 독자를

찾아온 것이 깜찍신박해서 맛있는 작품.

소제목이 신을 죽인 여자인데

1권에선 어떤 신에게도 손을 대지 않은 걸로 볼 때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안한 것 같다.

평범하게 살고자 애쓰던 십대 소녀가

헌터가 되고 신이 된 후

어떤 힘과 세상을 추구해나갈지

과연 인간의 삶으로 되돌아 올 수 있을지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로어 파이팅!!

꼭 살아남아서 자유를 획득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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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걷힌 자리엔
홍우림(젤리빈)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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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물에 빠진 아이

두겸은 동네의 우물이 싫다.

귀신 잡아먹는 우물이라며

마을 사람들은 온갖 성치않은 것들,

부정한 것들을 우물에 빠트렸다.

그게 사람일지라도 그랬다.

남편에게 매 맞아 죽은 정이 누님의 꽃신도

말더듬이 섭섭이를 죽인 주인집의 식칼도

몸이 허약했던 하나뿐인 동생과

마을 사람들과 반목하던 두겸 자신도

깊은 우물에 내던져졌다.

귀신들린 것들을 우물에 묻으며

사람들은 죄책감도 함께 묻었을까.

우물 속으로 쾅! 내던져졌으니

사지가 빠그라지고

영혼이 육신을 떠나야 마땅했으나

우물 속에는 그이가 살았다.

치조, 우물에 사는 괴물.

그가 어린 두겸을 살렸다.

"귀신이 정말 있었나..."

"그럼, 있고 말고."

2. 우물에 사는 괴물

'치조, 우물에서 살아주렴.'

비구니가 사정을 하였단다.

'너 하나가 수십수백수천의 목숨을 구할 것이다.'

'나를 용서해다오.'

억울하고 분하고 서러운 영혼들의 땅.

그 땅을 정화하기 위해 치조는

용이 될 운명을 포기했다.

자발적으로 우물에 몸을 웅크렸다.

시간이 얼마쯤 지나고 나면

자유의 몸이 되리라 생각한 탓이다.

인간을 너무 몰랐다.

원한과 원념으로 가득한

원혼과 물건은 없어지지를 않더라.

치조가 뱀 육신의 거대한 입으로

한도 끝도 없이 집어 삼켜도

매해 새로운 악덕이 태어났고

또 매해 고통받는 영혼들이 생겨났다.

치조는 곡소리 가득한 우물을 떠나고 싶지만

비구니의 강한 주박에 옴싹달싹 못한 채로

오늘도 또 한 영혼을 먹게 생겼다.

치조는 외친다.

누가 내 자유 좀 찾아다오!

어린 영혼의 불행이 어떻게

봉인을 푸는 열쇠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치조는 두겸 덕분에 우물에서 풀려난다.

은혜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은혜를 모르는 영물은 없어서

치조는 죽어가는 두겸의 영혼 자락에

제 조각을 심어 혼을 되살리고

보름의 달이 뜬 우물 위로

치조의 육신을 떠밀어준다.

아이가 잘 살아가기를 바라며.

"잘 살아 있겠지?"

"잘 사고 있는지 궁금한 걸?"

"... 그 아이를 어떻게 찾아낸담?"

3. 우물 밖 세상에서

두겸 ❤ 치조

아이고 우리 뱀신,

치조님을 어쩌면 좋아.

번개를 맞아 온몸이 조각조각난 치조.

육신의 힘이 떨어진 탓인지 뱀의 겉피가 떨어져

글쎄 인간 여자로 바뀌어버렸지 뭔가.

도마뱀, 방울뱀, 구렁이

그 많고 많은 좋은 모양새를 놔두고

지렁이보다 못난 인간이 되어

치조 억울해 죽겠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치조의 조각 중에 인격을 가진 무언가가

원혼들을 이끌어 세상사에 참견하려 한다.

치조가 불현듯 어릴 적 구해준

작은 소년을 떠올린 건

신.의.한.수.

그 쬐끄맣던게 벌써 서른 남짓한 어른이 되어

오월중개소의 중개인이 되어있다.

치조를 만나기 전까진 평범한 인간이었지만

치조의 조각을 품은 후론 산 것과 죽은 것을

모조리 볼 줄 알게 된 두겸은

도깨비 나라에서도 유명한 귀신 고민 해결사다.

치조는 두겸을 두겸은 치조를 한 눈에 알아본다.

폴인러브까지는 아니었어도 ㅎㅎ

======

1920년대의 경성 이야기라길래

빼앗긴 땅이 젤 억울할 줄 알았는데

온갖 불합리한 과거의 흔적들이 튀어나온다.

가난, 신분제, 남녀차별, 폭력, 살인.

사람이 사람 취급 받지 못하던 시절 속 어둑한 자리들.

억울함에 사람 아닌 것이 되어버린 자들의 항변.

두겸과 치조, 오월중개소의 사람들이

경성을 촛불처럼 밝히며 어둠을 물리쳐가는 이야기는

기이한 동시에 사랑스럽고 감동적이다.

드물게 소설이 아닌 웹툰쪽이 원작인 작품인데

돌탑처럼 쌓아올린 이야기의 구조가

다소 어설퍼도 감내가 될 정도다.

뭐라고 하면 좋을지...

장편소설에 동일 주인공인데도

어딘지 단편 모음집 같은 느낌이 강하달까?

억울한 원혼 하나씩 안고 가는 에피소드는

웹툰에서는 오히려 장점이었을거라 이해는 갔다.

작가님은 웹툰보다 소설 작업을 할 때 더 즐거우셨다는데

소설을 읽고 나니 독자는 웹툰의 진행도 넘 궁금해져서

꼭 찾아볼 예정!

부처 머리를 날려버리고

쨍알쨍알 울어대는 담비동자도,

재미삼아 인간의 육신에 들어갔다가

그 육신의 애인에게 반해버린 샘물신도,

여자 따위가 사냥을 했다며 돌팔매질 당한 어정도,

남편 살해범을 죽이고 계곡에 고꾸라져 사망한 고오도

부디 이 다음 생에선 좋은 세상 살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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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법 1~2 세트 - 전2권
야마다 무네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애플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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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제한법]

불로화 시술을 받은 국민은

시술 후 100년이 지난 시점부터

생존권을 비롯한 기본 인권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또다시 전쟁과 핵으로 초토화 된 일본.

불로화 시술의 도입으로 분연히 몸을 일으켜

재삼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서기 2048년의 일본이라는 설정은

중요하지 않으니까 패스하고 싶은데

"조국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적함에 돌진한 특공대"

식으로 이야기하는 일본작가를 보면

기분이 꽁기꽁기 해지는건 어쩔 수가 없다.

나 별로 애국자는 아닌데;;

내년으로 닥친 생존제한법의 시행이

일본에 불러일으킬지 모를 위협에 대비해

유사는 지난 5년 간 각종의 선전활동을 펼쳐왔다.

신문,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

아니 2048년인데 홍보수단이 이것 밖에 안된다고??

라는 독자의 놀라움은 내무성 차관 유사의

또렷한 분노 앞에선 스물스물 수그러들고 만다.

이거 암만해도 생존법이 무산될 것만 같은 분위기다.

나만 잘 살면 돼~ 라는

이기적인 인사들의 회피가 장난이 아닌거다.

유사는 백년법 시행 첫해 적용대상자로

일본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백년법은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파.

백년법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당장 죽어도 좋다고

한점 꺼리낌 없이 생각할 정도다.

다만 제 죽음으로는 국민들의 귀감이 될 수 없으니

유명 정치가, 재계의 인사들 중

어느 한 명이 타킷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국가 요직의 수장들부터가 백년법에서 몸을 빼려고 하니,

오호 통재라.

이십대에 불로화의 시술을 받고

여전히 젊음을 유지 중인데다

연륜으로 쌓은 노련함까지 갖춘 채

인생을 승승장구 중인

그들이 과연 죽고 싶겠냔 말이다.

나라도 싫겠다!!

출산을 허락받지 못한 채

젊은 몸으로 평생을 노동에 종사해야 하는

산업 노동자 혹은 최하층 계급 유니언들도

죽음에서 도망치고 싶은 건 매한가지.

게중에는 늙음을 선택해

자연사하는 희귀한 인물도 있지만

대다수는 평생토록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건강, 젊음, 긴 인생에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고 있다.

3개월에 한번씩 보직을 변경해야 한다는 불편함도

백년쯤 살면 거기서 거기라는데

연애가 시시해지는 건 그러려니 해도

이직이 일상이 된다는 건 상상이 안가 신기하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제는, 반드시, 누군가는 죽어줘야 한다.

한두명이 아니라 대대적으로.

민주사회니만큼 가급적 공평하게.

그래야만 이 사회가 무너지지 않을테고

또 그래야만 이 다음 세대의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다.

국가도 그런 받침 위에서 대국으로 커나갈테다.

여기서 소설 속 인물들의 가치관이 나누어진다.

내가 왜 나의 젊음과 인생을 후세대에 양보해야 하지?

나로 충분하잖아!!

라고 생각하는 인물은 계략과 음모를 꾸미고

또 한편에서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영혼과 육체를 불사른달까 ㅎㅎ

죽지 않을 기회를 가진 사람들의 선택을 지켜보며

나의 선택은 어떠할지를 궁리해보게 됐던 책이다.

투표권이 있다면 나는 과연 어디를 찍게 될런지.

백년쯤 살면 충분히 살았다고 생각할 것 같지만

인생이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백살쯤 살아보니 인생 이제 겨우 알겠다

깨닫게 될지도 모르잖는가.

내가 과연 자발적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을까.

그전에 불로화의 시술이 보편화 된 세상에서

내가 과연 늙음을 선택할 수는 있을런지..

그 모든 욕심을 떠올리면 어떤 결정에도 자신이 없다.

동일한 소재의 만화가 먼저 출간되는 바람에

야마다 무네키 작가의 작품은

하마터면 세상 빛을 보지 못할 뻔 했단다.

sf를 쓰면 어떻겠냐는 담당 편집자의 말에

백년법 이야기를 했다가 무조건 써보라는 말에 시작,

완성하기까지 장장 3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국에서도 한 차례 출간됐지만

인기가 시들시들했던 모양인데

일본에서는 일본서점대상을 비롯해

추리작가협회상 (sf지만 반전이 기가 막혀서?)

요코미조 세이지 미스터리 대상까지 수상한 인기 작품이다.

근래 한국 출판계도 sf물이 연속 히트 중이니

이번엔 시시하게 가라앉지 말기를.

+

일본 작가가 쓴 책을 읽으면서

배경이 일본이 아니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이러니한 함정에 순간순간 빠지기도 했던 작품.

다시 한번 나 그렇게 애국자는 아닌데 말이다.

일본 소설 엄청나게 읽는 독자라

이 방면에서는 매국노 급인데도 불구하고

일본을 조국으로 둔 애국심 투철한 인물을 만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진다.

곤란하다 곤란햇.

그치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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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북스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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