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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아파트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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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이어지는 밤의 밑바닥을 걸어, 빛 하나 없는 터널을 빠져나왔다.
영원히 밝아 오지 않을 것 같던 아침이 지금 밝았다.
아이는 우리에게 아침을 가져다 주었다. (아침이 온다, p142)

일본 소설 <아침이 온다> 속 사토코 부부는 오랜 불임으로 고통 받다 십대 미혼모의 아들인 아사토를 입양한다. 입양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으로 꽉 찼던 사토코의 마음이 갓난쟁이를 품에 안은 순간 변모하던 그 통렬한 환희가 채 잊혀지지도 않았건만 이번엔 죽음의 불길이 육체를 불사르는 동안에도 가슴을 꽉 채운 부성으로 아들을 찾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한 화가의 이야기를 만났다. 사토코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밤의 밑바닥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도 한 기욤 뮈소의 14번째 작품이자 내가 만난 첫 번째 그의 소설 <파리의 아파트>. 그속에서 빛나는 아침들을 만나보자.

극작가 가스파르와 전직 형사 매들린은 각기 다른 이유로 파리를 방문했다가 의도치 않게 죽은 화가의 집에서 이틀 간의 공동생활을 하게 된다. 아버지의 부재를 멍울처럼 달고서 비관과 회의로 가득한 삶을 술로 망각하려는 가스파르와 가볍기 그지없는 남자의 애정에 상처 받은 후 자살시도와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매들린은 운명처럼 집 주인이었던 천재 화가 숀 로렌츠의 삶과 그림에 매료된다. 숀 로렌츠의 잃어버린 그림 세 점과 천재 예술가의 삶을 증명하듯 거칠기 짝이 없는 인생 여로 일컨데 "여신 같이 아름다웠던 아내 페넬로페와의 사랑, 프랑스로의 도피, 불륜, 납치된 아이, 심장병, 허무한 죽음" 같은 것을 전해 듣는 순간 우울감 가득했던 두 사람의 삶 속에는 예기치 못한 미스터리가 끼어들게 된다. 그림을 찾겠다는 극작가와 전직 형사의 첫 번째 목표는 생각보다 손쉽게 완수되었지만 일차 목표 뒤에 숨겨져 있던 화가의 메시지가 더욱 그들의 발목을 붙든다. "줄리안은 살아있다. 줄리안은 살아있다. 줄리안은 살아있다. 줄리안은 살아있다. 줄리안은 살아있다. 줄리안은 살아있다. 줄리안은 살아있다." (p174) 죽은 화가의 전언처럼 생생한 화폭을 뒤로 한채 가스파르는 극본을 완결 짓고 매들린은 정자은행을 통한 임신을 마무리 지어보려 애쓰지만 망령처럼 들러붙은 숀의 목소리와 그의 아들 줄리안의 금빛 미소가 이들을 흐리고 추적추적한 날씨로 깨름칙했던 파리에서 뉴욕의 얼어붙은 거리 속으로 내몰아 간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불치의 병과 싸움하며 실체없는 아들의 생존을 굳건하게 믿었던 숀 로렌츠. 모두가 자신을 환각의 고통에 시달리는 불쌍한 정신병자로 볼 적에 스스로의 명성과 그림을 팔아 아동연쇄살인범 마왕의 증거를 모으고자 애썼을 적의 마음이 어땠을런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어떤 이는 예술이 삶보다 중요하다 했다지만 아이의 탄생 앞에 붓을 내던지고 젖병과 기저귀를 들고 유모차를 밀며 행복에 휩싸였을 젊은 남자의 기쁨이 어떻게 깨어지는지를 글로써 목격하는 것은 설령 그것이 사실이 아닌 줄을 알아도 가슴이 시려지는 아픔이었다. 그깟 예술 따위ㅜㅜ 책장을 넘기며 시종 눈시울이 뜨거워지다 기어이 울음이 터지는 결말 앞에 불행하게 죽은 예술가와 그의 불행한 삶으로 더욱 역동치는 힘을 얻었을 작품들을 생각해 본다. 그 작품들보다 더욱 귀하게 빛나며 아버지의 삶을 완성해나가는 아이의 인생까지도. 세상의 모든 아이들과 그들을 낳음으로서 행복해졌을 부모님들의 벅찬 마음까지도 감히 추측하게 만드는 책을 만나고 보니 여태껏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고 어쩌면 앞으로도 경험하지 못할 그 행복을 그들의 아침을 더욱 축복하고만 싶다.

"그 날 이후, 난 단 하루도 12월의 그 아침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단다. 내가 처음으로 너를 품에 안은 날, 그날 아침 뉴욕에서는 눈보라가 기승을 부렸고, 맹렬한 추위가 온몸을 파고들었지. 그날 아침, 너를 어둠에서 꺼내준 건 나였지만 실제로 나를 구해준 건 바로 너였다." (파리의 아파트, p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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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름을 부른다면
김보현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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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바이러스로 무너진 세상에 홀로 남은 소녀의 생존기라 쓸쓸할 것 같다고요? 좌절과 공포로 웃음 하나 없을 것 같다고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두수리의 소녀 가장이 되어 좀비가 된 엄마와 주민들을 지켜내는 원나의 세상 씩씩한 자립기와 첫사랑, 알알이 여문 웃음을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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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 도감 - 그림과 함께 보는 세계의 별미
가쿠 쇼타로 감수, 오카타 오카 그림, 김영진 옮김 / 성안당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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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가 너무너무 좋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전문서적 "카레도감"입니다. 카레에 심취하여 인도 유학까지 다녀온 가쿠 쇼타로와 카레일기를 매년 발행 중인 미야자키 기사, 카레 전문점에서 솜씨 발휘 중이라면 아무래도 요리사가 맞으시겠지요?? 아니면 말고 싶은 후루사토 오사무와 그 밖의 일러스트레이터 오카타오카 등이 참여하여 감수하고 편집하고 사진도 찍고 드디어 책까지 내었으니 유후, 열정이 대단하지 않습니까? 내가 알고 있는 그 맛과 내가 모르는 다양한 맛을 상상하며 읽을 수 있는 카레사전 때문에 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시간들이었어요. 무엇보다 재미있는건 말 그대로 도감인 탓에 국어사전과 똑!같!이! 가나다 순으로 카레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이 기입되어 있다는 건데요. 카레의 모든 것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게 되면 국어대사전 분량으로 도감이 만들어져야 했을지도 모르므로 안타까움은 고이 접어요 ㅎㅎ 만화 같은 삽화로 소개되어 있는 카레의 역사, 카레 지도, 카레 만드는 법, 먹는 법 등도 즐겁구요. 향신료와 관련한 색인을 뒤지며 카레에 관련해 내가 아는 지식들을 다시 한번 찾아보는 것도 아주아주 유쾌한 경험이었습니다. 카레에 관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예를 들어 혼합 향신료 마살랴가 궁금할 적에는 마! 부분으로 곧장 넘어가 찾아보면 되었거든요. 어디 보자보자 우리 책에는 p67에 마살라로 표기되어 소개되어 있군요. "인도의 기본적인 혼합 향신료"라 네네, 자알 알겠습니다~

 

 

 

 

 

카레에 혹시 고추는 들어가지 않을까? 나는 고추를 넣는데 하는 생각이 들 적에는 또 ㄱ! 쪽에 가서 찾아보면 되겠지요? 또 보자보자, 그럼 그렇지!!!!, p44에 카레에 들어갈 수도 있는 다양한 고추들이 소개 되어 있습니다. 할라피뇨, 하바네로 레드, 타바스코 페퍼, 하바네로, 세라노, 부트 졸로키아, 캐롤라이나 리퍼, 작은 건고추(다카노쯔메) 그리고 그냥 고추! 고추장도 잠깐 언급되어 있군요. 괴로울 고자를 써서 중국에서는 고초, 고추장인 것이 한국에서는 그냥 고추, 그냥 고추장이라구요.

 


 

 

 

색인이 아주 상세하게 첨부되어 있기 때문에 소설마냥 앞에서부터 쭉쭉쭉쭉 읽어나가면 오히려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인명사전을 보는 것과 차이가 없는 수준이지요 ㅋㅋㅋ 감수자의 소개대로 책을 보는 법을 살짝 익힌 후 식물도감을 이용할 때와 똑같이 카레를 먹거나 보거나 만들려고 할 때 내가 알고 싶은 지식을 찾아서 이용한다면 더욱 흥미롭고 더욱 맛나고 더욱 진지한 카레의 맛을 찾으실 수 있을 거에요. 그림도 보고 글자도 읽고 맛도 보며 읽는 싱기방기한 카레도감, 카레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 카레를 먹으면서 보려고 했는데 요며칠 너무 추워 장보기를 포기했어요 ㅋㅋ
     그림과 사진으로만 먹습니다. 냠냠냠냠. 카레 싸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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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나의 힘 : 사회 읽기 고전은 나의 힘
박현희.류대성 엮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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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과 함께 하는 유익한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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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사람들 - 미스 페레그린이 이상한 아이들을 만나기 전
랜섬 릭스 지음, 조동섭 옮김 / 윌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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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고 마법적인 기운이 가득한 판타지 소설을 좋아합니다.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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