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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는 24시
김초엽 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자이언트북스 지원 도서입니다.
김초엽, 배명훈, 편혜영, 장강명, 김금희, 박상영, 김중혁. 대한민국 문학계의 오늘을 책임지는 젊은 작가들이 다 모였다. "스타 작가 7인과 게임회사의 문학실험"이라 일컬어지는 소설집 <놀이터는 24시>가 그 주인공이다. 엔씨소프트의
브랜딩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라는데 이리 보고 저리 봐도 게임덕후 보다 문학덕후들에게 더 신나는 일이다. "즐거움"이라는 키워드로 일곱 작가가 꾸려놓은
놀이터라니!! 거기에 초판은 사인본!!!! 놀이터를 즐겨주세요(김초엽), 너는 너를 구해!(배명훈), 즐겁고 신나는 나날 보내시기를(편혜영), 일은 놀이처럼 놀이도 놀이처럼(장강명), 우리가 기억하는 '첫눈'으로
함께 걸어요(김금희), 함께 놀아요(박상영), 당신이 지금 어디에 있든 어떤 상황이든 춤추는 건 잊지
말아요(김중혁). 사인을 각 놀이터를 가리키는 안내문이라
생각하며 페이지를 연다. 어디 한번 신나게 놀아볼까나?
😍글로버리의 봄 : 김초엽
“언젠가 한날한시에 모든 놀이터가 문을 닫는 상상을 하면서. 저 바깥에서 승객들이 지루함에 몸서리를 칠 때 그것을 보며 까르륵 웃는 모습을 그리면서. 우리의 규칙이 글로버리를 지해하는 꿈을 꾸면서. 그날은 아무도 죽지
않고 아무도 파괴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그럭저럭 즐거울 것이다”.(p26)
판타지 소설에서 종종 만나는 소재다. 게임 속 캐릭터에게 자아가 있고
그가 총을 맞고 칼에 찔리고 죽고 되살아날 때마다 고통을 느끼더라 하는. 소재가 게임이 아니라 소설인
경우에도 비슷하게 적용 가능하겠다. 공간 설계자들의 파라다이스, 즐거움의
도시 "글로버리". 화성 궤도를 돌고 있는 130층의 인공 구조물 속에서 설계자들은 개성 넘치는 놀이터로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일종의 가상세계인데 지금 가장 인기있는 세계는 수사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한 나인 레인. 살해의 현장이 잔인할 수록, 블록(등장인물)의 죽음이 끔찍할수록 여행자들은 열광하고 세계는 더욱 인기를 얻는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블록이 고통을 느낀단다. 설계자의 손아귀, 여행자들의
쾌락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단다. 설계자로 글로버리를 찾았던 봄은 블록인 줄도 모르고 파틴과 우정을
쌓고 파틴의 죽음, 재생을 연이어 목격하며 세계의 진실 그리고 자신의 불가해함을 마주한다. 소프트한 SF + 약간의 반전있는 추리물이다. 즐거움을 위해 자극적인 소재만을 찾는 게이머 어쩌면 독자를 향하는 외침일까?
🤩수요 곡선의 수호자 : 배명훈
“나는 그거면 됐으니까
너는 너를 구해.”(p76)
“그러니까 '마음껏'은 마음의 끝에 닿을 때까지 가라는 말이야. 알겠니, 마사로? 원
없이 펑펑 쓰고 와야 해.”(p82)
“아, 돈 쓰고 싶다.”(p83)
“'나 이거 뭔지 알아.' 마사로는 내면의 우주로 퍼져 나가는 강렬한 기쁨을 마음으로 어루만졌다. 마음의
끝을 향해 뻗어 나가는 형언할 수 없이 활홀한 즐거움. '이건 돈이야.'
칠 년 반 만에 지불 수단이 갱신되어 있었다. '천국이 보인다니 참 인간적인 결말이네.'”(p84)
소비 요정님이 요기 계셨넹❤❤❤ 수요 곡선의
수호자, 일명 돈 쓰는 기계로 태어난 마사로. 과잉 생산을
상쇄하기 위해 오늘도 과소비에 여념이 없다. 댄서도 부르고 미술품도 매입하고 여행도 다니고 행복하게, 맑게, 자신있게 펑펑펑 돈을 써대는 마사로를 질투했음일까. 누군가의 음모로 수심 70미터 아래 해저 도시에서 마사로는 의식이
끊긴다. 영영 깨어나지 못할 줄만 알았는데 정혜쌍수 돈오점수의 경지에 올라 막 해탈에 이르려 하는 인간 "유희"(이름도 어쩜❤)가 자기 대신 집안일을 처리해줄 기계를 찾아 마사로를
꺼내게 되고 순간 찌릿찌릿 정신을 차린 마사로는 유희에게 소비요정으로써 과거에 벌였던 일들을 들려준다. 나
옛날에 돈 좀 썼다? 하는 그런 얘기에 우와우와 감탄하는 새 해저 도시의 껍데기에 구멍이 나고 (약간의 과장을 더해) 마사로는 해저 2만리에 수몰된다. 이대로 마사로는 끝인가요 박사님?? 모두가 불가능을 얘기할 때 빵빵하게 지불 수단이 갱신된 마사로는 지상으로 떠올라 다시금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는다. "바코드, QR코드, 홀로그램
신용카드"를 장착한 소비전사 마사로가 지구를 지킬 것이니! 마사로
그 김에 나도 좀 구해주면 안될까?
진짜! 엄청! 사랑스러웠던
단편. 돈돈돈 하는 이야기가 어쩜 이렇게 예쁘지?읽고 나면
마음이 마구마구 해피해진다. 배명훈 작가님의 <빙글빙글
우주군>도 재미나서 사방팔방 강추했는데 단편에도 강하셨구나. 나
이제 배명훈 작가님 팬, 신간 소식 들리면 재빠르게 서점 출동이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은 단편이라는 거? 마사로 못 보내겠다. 이렇게
귀여운 애를 어떻게 그냥 보내. 마사로 그 후 이야기나 그 전 이야기나 기타등등 이야기로 장편 써주셨으면.
(+ "다시" 가서 세상을 구하라니.... 이거 솔직히 예고편 아니냐구요 ㅋㅋㅋ)
(+식집사 생활 중이라 마사로 이름 부를 때마다 돌 "마사"가 떠올라 키득키득. 화분의 통풍과 흙마름을 돕는 마사랑 마사로는 역할도 비슷하다.)
“마사로, 다시 가서 세상을 구해.” (p86)
🤣일은 놀이처럼, 놀이는...... : 장강명
“넘어가자... 하지만 넘어가자.”_일은 놀이처럼 놀이는.... 에서 계속 반복되는 구절
카이스트의 한 연구팀에서 엠씨스퀘어 비스무리한 헤어 밴드를 개발한다. 이
헤어밴드는 톡소플라스마(뭔지는 책으로 확인하자😂)에 감염된 쥐 내지는 동물, 확장되어 인간에게 어떤 특수한 집중력을
부여한다. 주인공이자 작가인 "장강명"은 한창 우울증 및 슬럼프에 빠져있었으므로, 게다가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인간이었기에 긴가민가 하면서도 헤어 밴드의 성능을 테스트 한다. 그리고
경험한다. 마술 같은 에너지에 힘입은 두 번의 마감 완료를!!! 내용은
둘째 치고 문장이 술술 써진다는 사실에 감격한 그는 눈물을 뚝뚝 떨굴만큼 감격하는데 운수가 대통하려니 마감만 겨우 맞춰 넣은 소설이 상도 타고
좋은 평도 듣고 난리가 났다. 이대로 장강명은 헤어 밴드 앞에 무릎을 꿇고 말것인가!! 마감 끝에 찾아오는 자기 비하, 헤어 밴드의 도움 없이 글을 쓰고
싶다는 자주독립(?)의 열망, 열정을 상쇄하는 의지박약(?)의 콜라보가 심각한데 웃기고 살짝 뻘쭘하다 ㅋㅋ 다시는 헤어 밴드를 착용하지 않겠다는 장강명의 결심은 새로운
마감 앞에 지켜질까? 팬들은 얼른 빨리 페이지를 열어 확인하도록. 우리
모두 장강명의 비밀을 목격해야 한다!!!
착각하면 안된다. 이건 에세이가 아니라 SF 소설이다...... 소설인가?......소설
맞겠지?.............. 모르겠다. 이 부분은 빨리
넘어가자.
“생각하기 싫어하는 사람일수록
의미가 드러나야 좋은 이야기라고 여긴다.”
(우리가 가는 곳, 편혜영, p89)
나는 아무래도 생각하기 싫어하는 독자인가 보다. 제일 좋았던 단편들은
읽는 그 순간부터 재밌어!! 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위의 세 단편이었으니 말이다. 세 편이 다 장르적 기운이 물씬 풍겼다는 것도 공통점인 듯 하다. 그렇다고
나머지 소설들이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말 것. 저마다의 개성으로 똘똘 뭉친 단편들을 읽으며
보낸 즐거운 시간, 김중혁 작가님의 인사에 맞춰 우쭐우쭐 춤을 추며 책을 덮는다. (참고로 사인과는 달리 <춤추는 건 잊지 마>는 배경이 꽤 참담한 소설이다. 난민과 난민을 가로막는 철조망, 이를 지키는 초소 경계원 송서우, 송서우를 둘러싼 의문의 나무들의
이야기라서 좀 어렵다. 나만 어려웠다면..... 괜찮아. 나는 자주 부끄러운 독자니까 떳떳하게 읽어나가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