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는 법 - 인생에 극적인 전환점을 만드는 마인드셋 업그레이드
데릭 시버스 지음, 정지현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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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고른 책이다. 진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는 법, 그런 방법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배우고 싶으니까...

어쩌면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가장 창의적인 인물로 선정된 저자의 첫 책이라는 문구에 끌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보다 얇은 책이었다. 삶의 중요한 선택 앞에서 후회 없는 결정을 돕는 66가지 통찰이라는 책 뒷 표지의 문구처럼 책에는 66가지 저자의 통찰이 약 220쪽의 책에 담겨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짧은 내용이라고 해서 내용까지 빈약한 것은 아니었다. 66가지 중 모두가 와 닿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중에서 인상적인 것을 꼽으면 다음과 같다.

 

먼저 13번째 작은 행동이 자기 인식을 바꾼다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세상은 당신이 자신을 대하는 대로 당신을 대한다. 행동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세상에 보여준다. 자신을 다르게 생각해야만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그러니 자아 정체성을 바꿔줄 작은 행동 하나부터 시작하라. (56쪽)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중요하게 말하는 행동에 대해서 저자도 언급하고 있다. 그것도 작은 행동을 말이다. 그런 행동이 세상에 자신을 보셔준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다음으로 14번째 그럭저럭 좋은 것들에 빠져 위대한 것을 놓치지 마라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라고 말할 줄 알면 당신의 예스가 더 강력해진다. 어렵지 않은 결정이다. 거의 모든 것에 라고 하면 된다. 그러면 시간도 많아지고 머릿속도 맑아지기 시작한다. (59쪽)

 

살면서 우리는 많은 일을 처리한다. 어쩌면 하루에 사용해야 할 에너지 중 많은 부분을 잡무에 쏟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성공한 이들이 중요한 일을 먼저하라는 조언을 자주 하는 것 같다. 거의 모든 것에 거부의 의사를 밝히고 정말 중요한 일에 모든 것을 쏟아 부으라는 조언인데 어렵지 않은 결정이라고 쉬운 해결책을 내 놓는 것이 쉬워 보이면서도 어려운 것 같았다.

 

그리고 44번째 행복하고 똑똑하고 유용한 선택이다.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가?

무엇이 현명한 일인가? (장기적으로 이로운가?)

다른 사람들에게 유용한가? (149쪽)

 

그리고 저자는 세 가지 중 두 가지를 충족하는 선택을 했을 때 부작용의 예를 든다. 똑똑하고 유용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선택을 하면 기계처럼 살아가면서 결국 행복이란 기름이 없어 마찰이 일어나 엔진이 망가진다고 하고, 행복하고 유용하지만 똑똑하지 않은 선택에서는 흔히 자선 봉사자들에게 나타난다며 노력은 낭비되고 잠재력은 발휘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결국 세 가지 고려사항이 동시에 만족되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52번째 배운 것을 잊고 다시 배우는 능력에서는 빠른 시대 변화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해결책은 바로 의도적인 탈학습이다. 기존에 배운 것을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1 아는 것을 의심하라.

2 안다고 생각하는 습관을 버려라.

3 현재에도 여전히 사실이라는 증거를 찾아보라. 증거가 없으면 따라가지 마라. (177쪽)

 

이미 세상은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 살아가기에는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가 말하는 의도적인 탈학습이 중요해 보인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이 번장을 마무리한다. 지식을 계속 더하는 것만으로는 지혜로워지지 않는다. 빼기도 필요하다. (178)” 빼기도 중요하다는 말이 자꾸 기억에 남았다.

 

진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는 법의 또 다른 특징으로 각 장의 말미에는 QR코드를 들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QR코드를 따라 들어가 보니 그 장의 원문과 그 원문을 들을 수 있는 곳으로 안내되었다. 저자의 글을 원문으로 다시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어쩌면 많은 자기계발서에 말하는 이야기를 다시 보는 느낌도 들 수 있으나 누구든 66가지 중 영감을 얻을 수 있는 1가지는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일독을 권하고 싶은 진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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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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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신의 본 모습과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양한 끼를 표출하는 이른바 부캐가 유행하고 있다. 작가 특히 소설가에겐 자신이 그린 등장인물이 부캐라고 생각하면 히가시노 게이고만큼 부캐가 많은 작가도 드물다, 가가형사에서부터 탐정 갈릴레오, 호텔 매스커레이드의 콤비까지 그를 대표하는 작품에는 색감이 짙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신간소식이 들려오면 찾아보게 되는 작가 중 하나인 것 같다. 이런 히가시노 게이고가 최근 새로운 부캐를 등장시켰다. 단발성인 줄 알았는데 벌써 3번째 소설이다.

 

블랙쇼맨과 운명의 바퀴에는 천사의 선물피지 않는 나팔꽃’, ‘마지막 행운이란 제목의 3편의 중편이 실려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조금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책의 시작에는 작가의 사인과 함께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있어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곁에 두고 싶은 든든한 존재로 거듭난 블랙 쇼맨과 함께 이제 다시 쇼타임. 일생 최고의 즐거움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각각의 사건은 독립적이긴 하지만 전작과 비슷하게 건축사로 일하는 가미요 마요가 물어온(?) 사건을 트랩 핸드라는 작은 바 마스터이자 마요의 삼촌인 가미오 다케시가 해결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의 형식을 이렇게 짜여 있으니 이제 중요한 건 어떤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이다. 각각의 독립된 사건이라고 했지만 전작인 블랙쇼맨과 환상의 여자의 사건과 이어지는 편도 있었다. ‘피지 않는 나팔꽃편이 그렇고, ‘마지막 행운편도 그렇다.

 

그리고 마지막 행운을 제외한 두 편은 묵직한 주제를 그리고 있다. 먼저 이혼을 하고 죽은 남편의 부모에게 임신 중인 태아의 상속권을 주장한 천사의 선물에서는 '친생자 추정'에 대해 다룬다. 일본 민법에 따르면 친생자 추정은 출산을 하게 되면 출생신고를 위해 아버지를 등록해야 하는데 친모쪽에서 전남편으로 정한다면 전남편은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증명을 통해 친부가 아님이 인정되는 제도이다. 우리 민법에서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소설과 비슷한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도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소설 속에서는 다케시가 특유의 마술사적인 감각으로 사건을 해결하지만 사건 해결과는 별개로 많은 생각을 든 소설이었다,

 

다음으로 경증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자살을 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딸과의 관계를 그린 피지 않는 나팔꽃도 많은 생각이 드는 주제였다. 전작 블랙쇼맨과 환상의 여자에서 어머니의 집착과 강요를 벗어나 자살을 한 다른 이의 모습으로 살기로 한 나나에와 남편을 떠나보내고 자살한 이를 자신의 딸로 장례까지 치르고 실버타운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스에나가 히사코와의 평생선같은 관계가 다시 다케시와 마요의 도움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많은 것을 잊어버렸지만 딸을 찾는 스에나가씨의 모습에서 길어진 수명으로 인해 대두되고 있는 노인의 치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비교적 최신작인 블랙쇼맨 시리즈에서는 이야기의 첫 번째를 제외하고는 살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 소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순한 맛에 속하는 작품들이 많다. 어쩌면 미스터리의 숨 막히는 상황을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다소 밋밋한 전개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따뜻한 힐링소설 같은 내용을 기대한다면 만족스러운 소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난 용의자 X의 헌신과 같은 반전 있는 미스터리가 더 히가시노 게이고스럽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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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태도 - 꾸준히 잘 쓰기 위해 다져야 할 몸과 마음의 기본기
에릭 메이젤 지음, 노지양 옮김 / 심플라이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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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은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물 한 컵을 들고 작업실로 들어가 2000개의 단어를 쓰는 루틴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매일 같은 시간에 거의 비슷한 글을 쓰는 루틴은 비단 스티븐 킹 뿐 아니라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이름이 알려진 작가들의 공통된 하루이다. 하지만 글을 조금이라고 써본 이들은 안다. 매일 글을 쓴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럼에도 글쓰기가 주는 매력에 취하고픈 이들은 미국의 창의력 컨설턴트인 에릭 메이젤이 쓴 글쓰기의 태도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인 쓰는 삶을 선택한 당신에게에서 이 책의 주제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바쁜 일상에서 쓰는 행위를 선택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신경세포 하나하나를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가로 막는 무수한 이유로부터 당신의 글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비록 작가의 삶을 살아가려고 결심한 이들을 위한 글이긴 하나 글쓰기라는 것이 작가만이 쓰는 것이 아니기에 글쓰기에 조금이라고 관심이 있다면 도움이 될 만한 조언들이 적지 않았다. 먼저 글을 쓰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사고 실험하기로 유명한 이론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노트와 펜만 있다면 그곳이 자신의 연구실이라고 할 만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연구를 했다고 전해진다. 글을 쓴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노트와 펜만 있다면 또는 노트북만 있다면 어디든지 글은 쓸 수가 있다.

 

저자도 침대는 잠만 자는 곳이 아니다라는 장에서는 침대조차 작업실이 가능하다고 했다.

 

당신에게 침대가 있다면 작업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글쓰기란 결국 생각하고, 느끼고, 갈겨쓰는 일이므로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서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

 

하긴 자기 전에 노트북을 켜 이것저것을 쓴 경험이 있기에 그리 낯설지가 않은 말이다. 뿐만 아니라 숨기 좋은 최적의 장소를 찾아서에서는 장소를 탓하는 이들에 대한 직설적이 말도 서슴지 않는다.

 

글을 쓰기 위해 내게 허락된 자리가 어쩐지 만족스럽지가 않다. 이유가 뭘까? 간단하다. 그저 글을 쓰고 싶지 않은 것뿐이다.

 

글을 쓰는 장소가 해결이 되었으니 다음에는 글을 쓰려고 시도하면 늘 생기는 잡념과 다양한 감정들을 다스릴 차례이다. 이에 10초 안에 집중하는 법과 마음챙김의 여섯 가지 원칙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먼저 10초 안에 집중하는 법이다.

 

일단 5초간 숨을 들이마시고 5초간 숨을 내뱉을 수 있을 때까지 심호흡을 연습해야 한다. 그런 다음 호흡에 생각을 삽입한다. 숨을 들이마시면서 생각의 반 정도를 조용히 떠올리고 숨을 내뱉으면서 생각의 나머지 반 정도를 되뇌면 된다. 이게 다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숙면에 관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미국 군인들이 전쟁 중에서도 잠을 잘 수 있게 고안된 방법이라고 소개를 했었는데 긴장을 풀고 몸을 이완하면서 잠을 청하는 과정을 조금 세부적으로 다뤘던 것 같았다. 잠을 자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잠을 잘 자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마찬가지로 호흡은 누구나 하는 것이지만 호흡으로 집중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 다음으로 관찰하기, 거리두기, 평가하기, 다시 말하기, 비우기, 몰입하기의 여섯 단계인 창조적 마음챙김의 여섯 가지 원칙이다.

 

창조적 마음챙김의 여섯 가지 원칙

1. 두려움 없이 나의 생각을 관찰한다.

2.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에서 한 발 떨어져보자.

3. 생각을 찬찬히 뜯어보자

4. 자신이 내린 평가에 근거해 자신의 의지를 다시 말해보자.

5. 뇌 속 신경세포를 자유롭게 풀어주고, 마음을 비우고, 창작할 준비를 하자.

6. 작업에 몰두하자.

 

이 또한 특별한 것 없어 보이지만 따라 해보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가끔씩 찾아오는 창의력이 넘치는 날에는 이와 같은 과정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책의 말미에 저자는 의식적 선택이 없는 하루는 무의미한 하루와도 같다.’고 말한다. 비록 선택이 아무것도 안정시키지 못할지라도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며 의미는 언제나 변하기 마련이라는 말도 한다. ‘매 순간 불안을 선택하기에 있는 구절이다. 어쩌면 의식적 선택으로만 이루어진 행위가 글쓰기가 아닐까한다.

 

끝으로 글쓰기의 태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매 장을 마무리의 ‘Lesson’‘To do’는 유용해 보이는 것도 있고 동떨어져 보이는 것도 있긴 하지만 누구에게나 꼭 맞는 정답은 있을 수 없기에 취사선택을 하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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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리커버 특별판)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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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에 관심이 있다면 재미있는 넷플릭스 영화 <스피드 큐브의 천재들>은 두 명의 천재가 등장한다. 큐브 세계대회가 무대인 이 영화는 재미있는 것은 영화라 소개를 했지만 두 명의 주인공은 실제인물인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바로 맥스와 펠릭스인데 영화는 맥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바로 맥스는 자폐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세계에 큐브를 통해 사회로 나오는 과정을 담담히 그리고 있다. 시상식에서 맥스가 옆 수상자를 보고 따라하는 것에 자신들의 목표를 하나 이루었다고 인터뷰를 하는 맥스의 아버지는 주위를 보고 배우는 것과 실패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자폐인들에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준다.

 

맥스가 큐브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의 저자 카밀라 팡은 과학과 수학으로 세상과 만났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5살 때 엄마에게 사람들 사이의 매뉴얼에 대해 묻고는 세상에 나가도록 준비시켜주는 책이 없다는 것에 좌절한 경험을 풀어낸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자신을 소개한다.

 

나는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주의력결핍과잉활동장애(ADHD), 범불안장애(GAD)를 갖고 있다. 이 질병들을 모두 갖고 있으면 인간다운 삶을 살기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는 종종 그렇게 느낀다. 자폐증을 작고 산다는 것은 조종기 없이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팬이나 기구 없이 요리하거나, 악보 없이 연주하는 일과 비슷하다.

 

타인과의 공감이 어려웠던 저자는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로 과학을 선택한다. 다툼에서 나오는 방법을 단백질의 특성을 통해 이해하거나 의사결정을 인공지능의 머신러닝을 통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법을 진화와 확률을 통해 배운다. 양자물리학, 파동, 화학결합 등 과학에 대해 알고 있다면 저자의 이야기가 더 공감이 갈지도 모르겠지만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것을 통해 저자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면 되니까...

 

예를 들면 저자는 두려움을 느낄 때면 빛의 굴절을 통해 두려움을 분해한다고 설명한다.

 

정신적 굴절은 대응 기제이자 촉매이기도 하다. 눈을 멀게 하는 공포라는 빛을 경이로운 무지개색으로 분산한다. 같은 원리로,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 속에도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발상과 자극이 들어있다. 우리가 다룰 수 있는 방식으로 분리해보면 두려움은 우리 자신과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도와주는 풍부한 발상으로 가득 차있다. 우리를 시험하고 두렵게 하는 것과 맞서는 일은 우리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과 더 가까워지는 길이기도 하며 다음에는 무엇을 시도할지 알려주기도 한다. (4장 두려움을 다루는 법에서)

 

뿐만 아니라 이해가 쉽게 그림도 그려서 보여주고 있다. 과학책에서만 보던 그림들이 두려움이나 사람들과의 관계 등 주위의 다양한 문제와 접목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양한 파장을 가진 그래프로 타인과의 감정을 중첩하거나 상쇄하는 그림이 있는가하면 삼각함수인 탄젠트 그래프로 소설 속 인물의 감정에너지를 그린 것도 있었다.

 

무협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지만, 만류귀종이라는 말이 있다. 말이다. 저자가 과학과 수학을 통해 세상과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났던 말이다. 타인과의 관계는 심리학이나 인문학이 담당한다고 생각을 해왔지만 모두가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문학이든 수학이든 타인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사회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지금도 심리, 감정적으로 자주 무너지는 멜트다운을 자주 경험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 많이 있다고 하지만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가 아니라 현재를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도구를 통해 배우고 적응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놀라웠다, 한 쪽이 막힌다면 다른 쪽이 뚫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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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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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베이커의 6단계 법칙(Six Degrees of Kevin Bacon)이란 것이 있다.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최대 6단계 이내에 서로 아는 사람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AB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지만 AC를 알고 CD를 알고 DB를 알고 있다면 AB3단계 만에 연결되는 셈이다. 요컨대 지구의 어떤 사람도 최대 6단계를 거친다면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나의 지인들과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맞다면 거대한 지구가 엄청나게 작아 보인다. 게다가 요즘은 SNS의 발달로 인해 6명이 더 줄어들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따뜻한 편의점 이야기로 유명한 김호연 작가가 이번에는 비디오 대여점이란 지금은 사라진 추억의 소재로 다시 이야기를 펼친다. 나의 돈키호테는 방송국 피디를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온 주인공 진솔이 질풍노도의 중학교 시절을 무사히 보내게 도와준 돈키호테 비디오의 사장인 돈 아저씨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더 이상 감정이 소모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직장을 뛰쳐나온 진솔은 마음의 고향 대전으로 내려와 하릴 없이 일주일을 보내고 나서 이런 생각을 한다.

 

서른 살 인생 동안 이만한 쉼표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지 않으면 제구실하여 살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제구실하며 살려다 보니 어느새 망가져버렸고, 제구실 따위 못 하게 됐다. 스스로 멈춰버린 일주일, 그 시간은 쉼표가 아니라 마침표였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바쁘게 돌아갔다. 마치 길가의 쓸모없는 돌멩이가 된 기분이었다.

 

쉼표는 허락되지 않고 제구실을 하려면 어느새 망가져 제구실을 못하는 것...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매일 겪고 있을 수 도 있고...

 

그렇게 보내다 진솔이 선택한 일은 유튜버이다. 지금은 카페가 되어버려 자신이 머물렀던 비디오 대여점 공간이 같은 건물 지하실로 옮겨진 것을 알게 된 진솔은 그곳에서 자신의 추억과 돈 아저씨를 찾는다는 메시지와 함께 첫 방송을 시작한다. 대전에서 시작된 그녀의 여정은 서울과 통영을 거쳐 제주까지 가서 돈 아저씨를 만나면서 끝이 나지만 아저씨과 그녀의 여정은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이어진다.

 

진솔의 기억 속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아갔던 돈 아저씨는 스스로 산초가 되었다고 말한다. 우여곡절 끝이 만난 돈 아저씨는 진솔에게 이렇게 말한다.

 

돈키호테가 산초가 될 순 있어도 산초가 돈키호테가 될 순 없단다.”

왜죠?”

열정이 사라졌으니까. 열정이 광기를 만들고 광기가 현실을 박차고 나가는 인물을 만들거든, 나는 고갈된 열정 대신 현실에 발을 디딘 산초의 힘으로 돼지우리를 만들고 하몽을 염장할 거란다. 어른 진솔은 이제 아저씨를 이해해줄 거라고 믿는다.”

 

고갈된 열정 대신 현실에 발을 디딘 산초의 힘이라는 말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평생을 풍차를 향해 돌진하던 돈키호테처럼 살았던 돈 아저씨의 말을 들은 진솔은 그에게 받은 열정을 다시 돌려줄 차례가 된 것을 느끼고는 그가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전작인 불편한 편의점에서도 느꼈지만 김호연 작가의 소설에는 그 지방의 묘사가 뛰어난 것 같다. 진솔의 주무대가 된 대전 선화동의 묘사는 마치 응답하라 OOOO’의 시리즈를 보는 것 같이 2000년대 초반의 거리 묘사가 뛰어났다. 마치 소설을 읽고 그곳을 답사도 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우광훈 작가의 나의 슈퍼 히어로 뽑기맨이 뽑기 기계가 가득한 대구의 골목을 묘사하고 있다면 나의 돈키호테는 비디오와 소설 대여점이 자리한 대전의 한 골목을 정감있게 묘사하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옛 골목이 사라지는 요즘 사진과 영상도 좋지만 이런 서사로 그 곳을 기억해 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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