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경제학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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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때 숫자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는 일에 열광했던 적이 있다. 매출 그래프를 그리고 회귀분석을 하고 시장 점유율 변동 추이를 조사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뭔가 유의미한 것들을 찾아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내가 찾고자 했던 유의미한 결과들은 너무 많은 변수속에서 그 의미를 잃었다. 그 때 내게는 다양한 변수를 꽤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이 없었다.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의 [괴짜 경제학]을 읽으며 잠깐 그 시절을 생각해봤다. '모든 것의 숨겨진 이면'을 찾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한 이 책은 천재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의 놀라운 식견과 기자 출신 스티븐 더브너의 탄탄한 구성 덕분에 경제 관련 서적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냈다.

[괴짜 경제학]은 어쩌면 현재 사람들이 그토록 애타게 원하고 있는 창의성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나는 창의성이란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사건, 사물을 바라보고 이를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견해는 '창의성=freak'이라는 이상한 결론을 수반할 수도 있다. 일정 부분 맞는 이야기이지만 전부 맞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엉뚱한 것 만으로 창의성을 이야기한다면 다소 엉뚱한 결과 역시 창의성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의 이 책은 엉뚱함이 넘쳐 나지만 엉뚱한 결과를 도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진실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들의 허상을 이야기 한다.

비록 이 책의 제목은 '경제학'을 지칭하고 있지만 통계학을 공부하는 분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통계라는 것이 단순히 숫자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찾는 일 일테니.

그나저나 스티븐 레빗은 진짜 괴짜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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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쓴 징비록 류성룡의 재구성 - 난세에 진정한 영웅을 다시 만나다
박준호 지음 / 동아시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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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에 대한 기억은 대게 무능한 선조와 성웅 이순신의 강렬한 대조로 구성된다. 군사 정권이 의도적으로 이순신 장군을 정권의 옹호 수단으로 홍보하기 위해 집중조명했는지 여부와 관련없이 그는 난세를 치열하게 살아간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의 개인적인 기록물인 [난중일기]는 그의 그런 모습을 가감없이 잘 보여준다.

이 [난중일기]와 함께 임진왜란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이다. [난중일기]가 현실을 살아가는 자의 치열한 자기고백이라면 [징비록]은 살아남은 자의 처절한 자기 반성의 기록이다.

[징비록]이라는 이름은 시경(詩經)의 矛其懲而毖後患(내 지난 잘못을 반성하여, 후환이 없도록 삼가네)구절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책 제목에 류성룡의 집필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징비록]은 류성룡 개인의 기억에 의존해 저술된 책이 아니다. 안동 류성룡의 본가에서 보관하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그는 전란 중에 후에 책을 저술할 목적으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였다고 한다. 그 중에는 공문을 필사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그의 의지가 엿보인다.

기록의 힘은 대단하다. 생존에 필요한 정보가 아니면 우리의 뇌는 의도적으로 기억을 삭제한다. 불과 10년 전에 커다란 이슈였던 사실을 우리는 쉽게 망각한다. 때문에 기록은 기억보다 위대하다. 류성룡은 이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풀어 쓴 징비록, 류성룡의 재구성]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쉬운 역사 관련 서적의 전형이다. 많은 참고 사료와 풍부한 사진까지 독자들이 쉽게 [징비록]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특히 [징비록]과 함께 서애 류성룡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는 부분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박준호의 [풀어 쓴 징비록, 류성룡의 재구성]을 읽으며 오늘날 우리의 기록에 대해 생각해본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블로그다. 당시의 기록이 주로 지식인의 몫이었다면 현재의 기록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문제는 이러한 블로그를 통해 블로그스피어를 구성할 수 있냐는 부분이다. 한국의 상황만을 이야기한다면 상당히 부정적이다. 스마트몹의 꿈은 대형 포털의 폐쇄성에 짓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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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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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에세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내가 기대하던 지식소매상 유시민의 글과는 살짝 차이가 있다. 그의 책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너무 인상깊게 읽었던 20대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후불제 민주주의]를 온전한 책으로 만들려면 1부와 에필로그 만을 묶어서 한 권의 책으로 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1부와 2부를 읽으며 내내 '내가 지금 다른 책을 읽고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은 효과적이지만 이것을 일반화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MB가 '내가 어릴 때 가난해봐서 가난한 사람들의 상황에 대해 아주 잘 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 책의 에필로그는 어떻게든 한 번 꼭 읽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근래에 읽었던 글 가운데 가장 좋은 글이었다.

사은품으로 제공된 출판 기념 강연 동영상에서 말한 그의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가타부타 이야기할 입장은 못되지만 어쨌든 지식소매상으로 돌아온 그를 나는 열렬히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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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철 3집 - 순간의 기록
이한철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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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철 만큼 오랫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말해온 음악작가는 많지 않다. 음료광고 CF 덕분에 '슈퍼스타'로 대박을 터뜨리긴 했지만 그게 그의 전부는 아니다. 솔직히 '슈퍼스타'라는 노래도 흔히 말하는 뜨기 위해 만든 노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organic] EP에서 타이틀 곡은 'fall in love'였다.

이한철이 주식회사 활동을 접고 새앨범을 출시했는데 대중의 반응은 썰렁하다. 네이버 '이 주의 국내앨범'에도 소개되기도 했지만 라디오나 공중파 TV를 통해 그의 노래를 접하기는 너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의 기록]은 지금까지 그의 앨범처럼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음악은 여전히 신나고 노랫말도 여전히 반짝인다.

음악의 유통방식이 바뀌면서 우리나라도 digital single 이라는 표현으로 single 활동을 하는 가수들이 점점 늘어난다. 앞으로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되지만 가끔은 이한철의 [순간의 기록]같은 앨범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가수들도 존재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차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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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이 오면 - O.S.T.
조성우 작곡 / 스톰프뮤직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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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영화음악 작곡가이다. 그가 참여한 필모그래피를 대충 살펴봐도 내가 아는 영화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그의 화려한 필모그래피 속에 [꽃피는 봄이 오면]이 내 애청음반에 속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가 뛰어난 영화음악 감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도계중학교는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태백의 옆동네이고 영화 속의 현실이 너무도 내가 살았던 그 시절의 상황과 닮았다. 거기에 내 친구들처럼 학교에서 열심히 연습하는 산골아이들의 밴드부 연습은 내 기억 속의 어딘가 무언가를 건드리고 그 느낌들을 끄집어 냈다.

영화배우 최민수가 연주하는 '옛 사랑을 위한 Trumpet'은 노련한 연주자의 그것은 없지만 음악이 꼭 탄탄한 연주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 곡을 연주하기 위해 그는 얼마나 입술터지게 연습을 했겠는가?

그리고 도계중학교 밴드부가 연주하는 'Emblem of Unity'와 'Pomp and Circumstances'도 내가 사랑하는 트랙이다.

삶의 힘든 어느 시점을 지나고 있다면 이 영화를 아니면 이 영화음악을 보고 듣길 권한다. 스펙타클한 액션이 없어도 화려한 음악이 없어도 마음 어딘가를 치유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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