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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의 법적지위
정인섭 / 서울대학교출판부 / 199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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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법학쪽 책을 읽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재일 디아스포라에 대해 연구(?)하던 중에 <재일교포의 법적 지위>를 빌려다 읽게 되었다. 역시 법학서적답게 한자어들이 꽤나 나오지만, 한자를 싫어하지 않는 나로써는 별로 공포스럽지는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지극히 무미건조한 어투로 쓰여진 판례,예화 등을 읽으며 일본 내에서 지금까지 재일교포들이 얼마나 고생을 해왔는지를 알 수 있었고 일본 내에서도 재일교포가 민단과 조총련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여러 가지 판례들을 통해 재일교포들이 직면해왔던 현실의 차가운 벽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그나마 좀 덜한데, 10년 전까지만 해도 재일교포가 외국인등록증을 상시 휴대하지 않으면 경찰에 끌려가 구금되거나 온갖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이 상시 휴대라는 것은, 집 근처 자판기에 음료수를 뽑으러 갈때나, 자식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올때 등도 포함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외국인등록증 휴대 의무를, 유학생이나 기타 잠시 체류하는 사람들도 아닌 일본에서 태어나 앞으로도 계속 일본에서 살아갈 재일교포에게까지 그렇게 빡빡하게 적용하는 점이 굉장히 씁쓸했다. 이러한 내용들을 읽으면, 점점 약자나 소외된 사람들, 디아스포라, 마이너리티, 아웃사이더 등에 대한 연민이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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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의 집
현월 지음, 신은주 외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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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3세 현월의 <그늘의 집>,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재일작가들의 이런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을 참 좋아한다. 가상의 공간인, 오사카에 있는 재일한국인 집단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어두움과 분노, 뒷골목 인물들의 쓸쓸한 삶, 곗돈 떼어먹은 숙자의 린치 사건이나 역시 돈과 관련된, 중국인 노동자들을 펜치로 살점을 떼어내며 린치한 사건 등, 온갖 폭력이 난무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종 우울하기만 한것은 아니고 익살스러운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현월의 작품이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것은 이 <그늘의 집>과 또 한권, <나쁜 소문>이 전부다. 그마저도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아닌 듯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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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니치在日, 당신은 어느 쪽이냐는 물음에 대하여 - 재일동포 3세 신숙옥이 말하는 나의 가족 나의 조국
신숙옥 지음, 강혜정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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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었던 재일교포 관련서적 중에서 가장 비참하고 슬픈 내용이라 생각되는, 신숙옥의 <자이니치, 당신은 어느 쪽이냐는 물음에 대하여>다. 저자는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살아가면서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차별과 이지메를 당하고 민족학교(조선학교)에서도 수많은 폭력에 시달린다. 특히 어린 시절 병원에 갔을때 일본인 의사가 못된 짓을 한 이야기를 읽을 때 굉장히 분노가 올라왔다. 저자의 가족중 일본에서 너무 살기가 힘들어 북송선을 탄 사람이 있는데, 북송선을 탄 자이니치들의 운명은 참으로 비참하다. (테사 모리스-스즈키의 <북한행 엑소더스> 리뷰 참조) 일본에 있는 가족이나 친지가 가난한 살림에서 돈을 떼어 어렵게 보내주지 않으면, 굶어죽게 되는 일이 허다했고, 실제로 탈북자나 북한에서 굶어죽은 사람들 중에 재일교포 출신이 꽤 된다고 한다.

이런 책을 읽으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웬지 모를 분노가 올라오며 그저 슬퍼할 뿐이다. 약자로써, 국외자로써, 아웃사이더로써, 디아스포라로써 사는 일은 이렇게도 험난한 것이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차별을 당하지 않는 세상은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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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경계를 허무는 두 자이니치의 망향가 - 재인한인 100년의 사진기록
서경식 외 지음 / 현실문화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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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집이라 다른 책에 비해 가격이 좀 나가서 선뜻 구입하기를 망설였던 <분단의 경계를 허무는 두 자이니치의 망향가 : 재일동포 100년의 사진기록>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글은 별로 많지 않고 대부분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조선인이 도일하기 시작한 초기의 사진들부터 해서 비교적 오래 되지 않은 사진들도 있다. 사진집의 특성상 모두 올컬러로 구성되어 있다. 재외동포재단에서 기획하고, 여러 저자가 함께 글을 쓴 책인데 서경식 선생님의 글도 있어서 참 마음에 들었다. 

조만간 구입할 리스트에 올려뒀고,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건 오사카에 있는 이카이노였는데 일종의 코리아타운 같은 곳인데 한국어와 일본어가 병기되어 있고 마치 명동을 보는 듯 하였다. 오사카에 재일한국인 거주지가 있는 이유는, 일제시대 혹은 그 이후에 제주도와 오사카를 연결하는 선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재일동포들 중에 제주도 출신이 많다고 한다.(오사카를 배경으로 한 재일문학에는 현월의 <그늘의 집>, <나쁜 소문>, 양석일의 <피와 뼈> 등이 있다.) 

또한 이 책을 읽고 '재일교포'와 '재일동포'라는 단어의 중요한 차이점을 알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재일교포, 재일동포, 자이니치, 재일 디아스포라, 재일한국인, 재일조선인, 재일코리안 등의 용어를 별다른 의도 없이 혼용해 왔었다. 하지만 스스로 자발적으로 자기가 원해서 조국을 떠난 이들을 '교포'라고 부르고, 타의에 의해 강압적으로 조국을 떠난 이들은 '동포'라고 불러야 마땅하다고 한다. 우리가 재미교포를 재미동포라고 부르지 않듯이, 재일동포를 재일교포라고 불러서는 안된다고 한다. 재일동포들은 대부분 재미교포들처럼 자발적으로 스스로 떠나간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대부분 나라가 힘을 잃어버린 일제강점기 시기에 징병 또는 징용에 의해 강제적으로 고향 땅을 떠나 일본으로 끌려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일동포 관련 책들을 읽고 리뷰를 쓰면서 재일교포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는데 앞으로는 모두 재일동포로 통일하고 원저자의 의도에 따라서 자이니치나 재일조선인 등을 혼용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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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모래알
이양지 / 다모아 / 199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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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재일동포 작가들 중 이양지를 제일 좋아한다. 학부 시절 '일본문학의 이해'라는 교양과목에서 이양지의 소설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그냥 무덤덤하게 넘겼었지만 한참 지난 지금 이양지의 소설들을 새삼스레 구해 읽게 되었다. 여러 소설들 중에서 <유희>나 <각(却)>은 자전적인 요소가 강한 소설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각>은 우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될때 <꿈꾸는 모래알>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서 나왔다. 

<각>의 주인공인 재일동포 순이는 나이가 대략 26살 정도로 한국에 와서 공부하고 있고, 한국에 온 목적이 조국의 언어와 문화를 알기 위해서라고 한다. 어학원인지 대학교인지 모르겠지만 아침 9시까지 학교에 가서 재일동포들끼리 모여있는 반에서 오후 4시까지 열심히 한국어 수업을 듣는다. 그리고 나서 택시를 타고 가야금 레슨을 받으러 가고, 그것이 끝나면 또 살풀이춤 레슨을 받으러 간다. 끝나고 하숙집에 돌아와서 학교에서 배운것을 복습하고 한 새벽 3시쯤에 잔다.

그런데 작품을 전반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이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이다. 그 소리를 들으며 초조해하며 꽤 자주 화장을 지웠다가 새로 하고, 밖에 있을 때 틈만 나면 손을 씻는 등의 일종의 결벽증을 그는 갖고 있다. 완전히 만취해서 평소에 시끄럽게 짖던 하숙집 개를 두들겨 패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한밤중에 공부하다가 갑자기 가야금의 줄을 전부 쥐어뜯어버리기도 하고 참 알 수 없는 캐릭이다.

이 작품은 자전적인 요소가 강해서 작가 이양지의 경험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실제로 이양지는 와세다대학을 중퇴하고 한국으로 유학와서 서울대 국문과를 다녔으며 오빠의 사망, 휴학 등 우여곡절 끝에 졸업하고 이화여대 고전무용과 대학원을 다녔다. 또한 명인에게 살풀이와 가야금 등을 지도받았다고 한다. <각>에서의 주인공의 모습은 곧 작가 본인의 체험인 것이다. 조국이라는 것을 알고 느끼기 위해서, 자기 안의 채워지지 않은 그 무엇을 채우기 위해서 한국에 와서 한국어와 살풀이춤을 배우는데 살풀이라는 것은 '한의 승화'의 의미가 강하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진정으로 속하지 못하는 자이니치로써의 한을, 살풀이로써 승화시키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볼 뿐이다. 또한 조국의 문화와 언어를 접하려면 한국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며 한국어를 사용할 기회를 갖고 또 한국의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녀보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데 계속 학교와 레슨장소, 하숙집만 왔다갔다하는 빡빡한 일정을 주인공은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며 살고 있어도 한국에서 순이는 '말투에서 일본어의 느낌이 나는'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 결국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그러한 것에 대한 절망들이 마음에 쌓여서 한밤중에 공부하다 말고 가야금 줄을 전부 뜯은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웬지 내 자신의 모습이, 주인공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확실히 자이니치 관련 작품을 읽으면 동질감을 많이 느끼게 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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