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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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읽게 된 <디아스포라 기행>을 시작으로, 재일교포 에세이스트 서경식의 책을 하나씩 읽어가며 재일교포에 대한 실상을 알게 되었고, 이는 나의 독서와 사색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이 책 <소년의 눈물>로 그는 일본 에세이스트클럽상을 수상하였는데, '빼어난 일본어 표현'이 수상의 주된 이유로 꼽혔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그저 기뻐할수만은 없었다고 한다. 민족의 언어를 잃어버리고, 일본어를 모어로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에게 그러한 '빼어난 일본어 표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언어의 감옥'에 갇힌 수인이라고 그는 표현한다.

<소년의 눈물>은 서경식의 소년시절부터 청년시절까지, 약 10년에 걸친 그의 성장과 독서에 대한 책이다. 형들이 읽던 데라다 도리히코 작품집부터, 에리히 케스트너의 <하늘을 나는 교실>, 다자이 오사무의 <추억>, 토마스 만의 <마의 산>, 김소운의 <조선시집> 등 그의 독서의 폭은 꽤 넓다. 어린 시절부터 밖에 나가 놀기보다는 방안에서 책을 읽기를 더 좋아했다는 그의 모습에, 역시 그러했던 나의 모습이 겹쳐진다. 민족이나 국가 같은 거창한 것을 모를 소년 시절부터 자신이 주위의 아이들과는 다른 소수자라는 것을 깨닫고 '막연히 불행을 느껴왔다'는 것에서도 웬지 모를 동지의식이 느껴졌다. 

또한 이 책에는 독서에 관한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가족들과의 에피소드나 형들과의 관계 등 그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정신적 지주였던 둘째형 서승, 셋째형 서준식이 서울대로 유학을 갔다가 간첩의 누명을 쓰고 잡혀가서 19년 뒤에야 출옥했다는 것을, 그는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서준식 옥중서한>과 함께 보면 더욱 좋을듯 하다.)  

재일교포에 대해서, 또 소수자와 디아스포라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 여러 책들을 읽고 있는데, 그 중 서경식의 책들은 꼭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의 책들은 나로 하여금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또한 그가 어린 시절에 읽었던 작품들도 한번 찾아서 읽어볼 생각이다. 재일조선인 소년의 그 마음을, 나는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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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행 엑서더스 - 그들은 왜 '북송선'을 타야만 했는가?
테사 모리스-스즈키 지음, 한철호 옮김 / 책과함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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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형 서점에 갔다가, 이 책 <북한행 엑서더스>를 발견했다. 다른 책들을 사러 간거라 그때는 사오지 않았는데, 자꾸 눈에 밟혀서 결국 인터넷으로 구입하게 되었다. 요즘에 디아스포라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디아스포라는 離散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의 혹은 타의로 고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정착하거나 혹은 유랑하며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 책은 '왜 1950년대 말에 재일동포들 수만명을 북한으로 보냈는가?'라는 질문에 그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배경 등을 설명하며 답하고 있다. 지금은 그 당시 재일동포들을 북한으로 보냈다는 것조차도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때는 교실마다 반공선전물, 도서들이 책꽂이에 꽤 많이 꽂혀 있었다. 그때 '북송선'과 같은 단어들을 보면서 대규모 송환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사실들에 대해 좀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 당시 일본에서 재일교포들은 힘든 삶을 살고 있었다. 일본인이 받는 복지 혜택에서도 제외되고 취업에서도 차별이 많아서 대부분 하층민의 삶을 살고 있었다. 일본 정부로써는 일본 국민들을 챙기기에도 벅찬데 그 많은 조선인을 모두 감당할 수가 없었던 것 같고, 그때 우리나라는 전쟁 끝난지 얼마 안되어 나라꼴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이 귀국한다고 해도 받아줄만한 형편은 못 되었을 것이다. 그때 북한과 일본 정부, 그리고 비정부기구인 적십자사가 모종의 협정을 해서(이 부분은 어려워서 기억에 잘 남지 않은거 같다.) 북한에서 일정한 수만큼 재일교포를 받기로 하고, 당시 북한에서 대외적으로 북한이 꽤 발전되어 있고 좋은 곳이라는 식으로 선전하여 그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믿었던 것이다. 

그 당시 재일교포들은 일본에서 어렵게 살고 있었고, 차별 때문에 좋은 직장을 갖거나 출세할 미래도 없었기 때문에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곳에서 삶을 개척하자는 생각으로 북송선을 타게 되었다. 청진항에 내리는 순간, 북한 주민들의 남루한 모습을 보고 속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중엔 모두 재일교포들만 있었던게 아니라 재일교포와 결혼한 일본인 여자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일본에서 가져온 옷이나 화장품을 북한의 암시장에서 팔아서 그 돈으로 자식들을 먹이고 입혔는데, 일본에 친지나 가족이 있으면 그들에게 지원받기도 했겠지만 그게 그렇게 오래 가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일본에서 온 재일교포, 혹은 재일교포와 결혼한 일본인 중에 나중에 뭔가 트집을 잡혀서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간 사람들도 제법 있는것 같다.(강철환의 <평양의 어항>인가?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북송선을 탄 사람들은 북한으로 가기로 선택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자식들에게 미안해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한다. 정말 불쌍한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근현대사의 숨겨진 부분에 대해 알게 되었고, 정치적,사회적인 이유로 난민이나 다름없게 된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며 거대한 힘 앞에서의 무력함과 한곳에 정주하지 못하고 떠도는 삶의 무서움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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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과 국민 사이 - 재일조선인 서경식의 사유와 성찰
서경식 지음, 이규수.임성모 옮김 / 돌베개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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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 자신이 디아스포라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고국을 떠나서 사는 것도, 남의 나라 말을 쓰고 사는 것도 아닌데 공연히 그런 생각이 든다. 그 이후로 디아스포라에 대해 알기 위하여 관련 서적을 많이 읽게 되었다. 그 중에 재일교포 2세 서경식의 <디아스포라 기행>, 그리고 <난민과 국민 사이>도 있다.

이 책 <난민과 국민 사이>는, 수많은 디아스포라의 삶의 현실과 그들이 왜 디아스포라가 되었는가(이 책의 경우에는 재일 디아스포라를 주로 다루고 있다.), 역사적 혹은 정치적 배경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재일 디아스포라를 '반난민'의 위치로 규정한다. 일본 내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취업이나 여러가지 면에서도 차별을 많이 당해왔다고 한다. 세금 등의 의무는 다하고 있지만 국민으로써의 권리는 누리지 못한다고 한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그러한 암묵적인 차별이 굉장히 심해서, 재일동포가 범죄라도 저지르면 신문 등에서는 그가 일본인이 아니고 재일동포라는 것을 강조하곤 했다.

그는 재일교포(재일조선인)의 입장에서, 남북이 통일되고 민단과 조총련으로 갈라졌던 재일교포들도 다시 하나가 되어서 한국의 재외국민으로서 재일교포의 참여가 가능해지고, 또 일본의 정주외국인으로서 재일교포의 권리 역시 실현하는 다원주의적 네이션으로써의 구상을 도식으로 표현하였다. 이상적이지만 과연 언제쯤에나 실현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본국을 떠나, 다른 언어를 쓰는 타민족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일은 굉장히 고달픈 일이라 생각된다. 특히 그것이 자의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된 것이라면 더하다. 그것은 마치 유랑하는 삶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딘가에 마음 편히 정주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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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춤추다 - 서울-베를린, 언어의 집을 부수고 떠난 유랑자들
서경식 & 타와다 요오꼬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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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디아스포라 기행>을 읽게 됨으로서 서경식을 알게 되었다. 그가 재일조선인이며 그의 두 형들이 한국에서 20년에 가까운 옥살이를 한 것 역시 알게 되었다. 그 뒤로 그들 형제의 책들을 찾아 하나씩 읽었다. <난민과 국민 사이>,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서준식 옥중서한>, <서승의 옥중 19년> 등...

재일조선인(재일교포)이라는 불안정한 위치, 항상 경계인, 국외자의 자리에 있는 느낌, 그는 그것을 수많은 책들에서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 <경계에서 춤추다>는 당시 서울에 와있던 서경식과 독일에 체류 중이던 일본인 작가 타와다 요오꼬가 주고받은 서한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서 낸 것으로서, 그러한 경계인으로서의 서경식과 타와다 요오꼬, 그들이 생각하는 여러 가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드러나 있다. 그가 말한 것처럼 두 사람이 언어로 된 당구(고토다마?)를 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야기의 테마는 다양하다. 집, 이름, 여행, 놀이, 빛, 목소리, 번역, 순교, 고향, 동물... 이러한 테마로 주고받는 대화들, 참 흥미롭다. 타와다 요오꼬의 작품은 지금까지 국내에 번역 소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처음 접하지만, 서경식의 책들은 많이 읽었기 때문에 '아아, 이 이야기는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에서, 혹은 <시대를 건너는 법>에서 다루었던 이야기군!' 하고 낯익은 느낌이 드는 부분들이 있었다. 여전히 느끼는 것이지만 그의 사상에는 깊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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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7-22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승 선생의 책은 <서승의 옥중 19년>이에요.
1년을 더하시면 서승 선생이 너무 슬퍼하시겠네요^^;

교고쿠 2010-07-22 10:29   좋아요 0 | URL
앗, 그러네요! 책을 갖고 있으면서도 왜 그렇게 썼는지...
본의아니게 징역살이를 늘려드려 죄송합니다.
 
재일 동포 문학과 디아스포라 1 - 재일동포 연구총서 1 재일동포 연구총서 1
전북대학교 재일동포연구소 엮음 / 제이앤씨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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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내 자신이 재일교포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여러가지 면에서 그렇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살고 있지만 스스로 한국인과 너무나 다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재일교포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살며 일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일본인과는 다른 그 어떤 것을 느끼고, 방황하며 때로는 그것을 문학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대표적인 작가가 이양지, 현월, 유미리, 양석일, 가네시로 가즈키 등이 있다. 언급하고 보니 위에 언급한 작가들은 모두 재일 2~3세인것 같다.

재일교포문학, 혹은 디아스포라 문학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활발히 진행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국문학계에서는 재일교포문학은 주로 일본어로 쓰여져 있으므로 일본문학에 속한다고 간주하고 있고, 일문학계에서도 재일교포 문학은 일종의 마이너리티에 속한다. 나는 그러한 마이너리티를 좋아한다. 

이 책 <재일동포 문학과 디아스포라 1~3>은, 그러한 재일 문학에 대해 연구되고 쓰여진 논문들을 모아서 3권의 책으로 펴낸 것이다. 구입해야 되는데 요즘에 하도 이것저것 산 책들이 많아서, 구입은 다음으로 보류하고 우선 빌려서 읽게 되었다. 우리가 잘 아는 재일교포 작가들 외에도 초창기의 재일1세 문학인들에 대한 내용들도 많이 나와있고, 그 외에 작품론이나 작가론, 혹은 통시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논문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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