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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悟道頌(오도송)

                                                 曉峰(효봉) 선사
 
                   海底燕巢鹿抱卵 (해저연소록포란)
                   바다밑 제비집에 사슴이 알을 품고


                   火中蛛室魚煎茶 (화중주실어전다)
                   불 속 거미집에 물고기가 차를 달이네
    

                   此家消息誰能識 (차가소식수능식)
                   이 집안 소식을 뉘라서 알꼬


                   白雲西飛月東走 (백운서비월동주)
                   흰 구름은 서쪽으로 달은 동쪽으로
   


효봉 선사의 오도송을 기록했다고 해서
효봉 선사의 그것을 알아들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다만, 
여러 선사님들이 계셨고
저마다 오도송을 남겼다.

그 중,
사적으로 효봉선사께 특히 마음이 더 가고, 
그래서인지 효봉선사의 오도송을 특히 더 좋아한다는 뜻일 뿐이다.


또, 그래서인가?
효봉선사께서 구산의 상좌 현호께 남긴 말씀도 참으로 아름답고 귀하게 들린다.


'관세음보살을 부를 때에는,
그 마음이 관세음보살과 같아야하고
그 행동이 관세음보살과 같아야한다.'


오세암의 전설이 눈 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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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閑中自慶 (한중자경)
       
                                                                沖止 충지



                   日日看山看不足 (일일간산간부족)
                   산을 보고 또 보아도 더 보고싶고


                   時時聽水聽無厭 (시시청수청무염)
                   물소리는 듣고 또 들어도 싫지 않구나


                   自然耳目皆淸快 (자연이목개청쾌)
                   이러구러 눈귀가 모두 맑아지고


                   聲色中間好養恬 (성색중간호양념)
                   물소리 바람소리에 마음 평온하구나






이 詩는 언젠가 仲秋에 庚金으로 태어난 者가 내게 보내온 것이다. 

仲秋의 庚金은 내게 전설과도 같은데, 
어떤 이는 이를  陽刃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이를 羊刃이라고도 한다. 
어느 쪽이 되었든 중추의 경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며, 
그 특별함에는 변함이 없다.

어째든 이 시를 그 者가 보내왔을 때,
나는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者가 이 시를 알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 추후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 者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했다)
또 내게 보내주었다는 점이 나를 놀라게했다.

그런 그 者를 그만 내가 잘못 건드렸다.
중추의 庚金이 한번 어긋나면
그 얼마나 상대하기 까다롭고 힘이드는지 모르지 않으면서 말이다. 
물론 나의 본의는 그렇지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중추의 庚은 돌이킬 수 없는 존재이다.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견디다 못하면 차라리 부러지고 만다.


나는 부평초와도 같은 사람이지만
그 者는 결코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다.
나와는 대척점에 있는 者  라고나 할까....

그 者는 그러나 내가 그 者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듯 하다.

그 者가 내게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하염없는 신뢰와 공감력을 
사실 나는 그 者에게 가지고 있음을....

그리고 
한 백년쯤,
그 者 곁어서 함께 가부좌를 틀고 싶은 이 마음을 그 者는 알고 있을리가 없다.



일곱 글자로 리듬을 타기가 좋은 이 시를,
늘 가슴 속에 담아 두었던 이 시를,
오늘은 꺼내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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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弔樵夫文 조초부문

                                                      呂春永 여춘영



                黃壚亦樵夫 (황로역초부)
                여보게, 저승가서도 나무하는가



                霜葉雨空汀 (상엽우공정)
                진 서리 배인 낙엽이 텅빈 물가에 떨어지고 있다네



                三韓多氏族 (삼한다씨족)
                삼한 땅에는 명문가 많다하니



                 來世托寧馨 (래세탁령형)
                 다음 생에서는 그런 집에 태어나시게





초부여,
그대의 무덤위에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
여춘영의 심정일지도 모른다.


이 역시 딱히 시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정황상 제목을 그렇게 붙인 것 일뿐....

아...
여춘영이여, 
참으로 아름답고 
참으로 그리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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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東湖泛舟 ㅡ동호에 배 띄우고

                                         ㅡ 정초부 鄭焦夫


            東湖春水碧於藍 (동호춘수벽어람)
            동호의 봄 물결은 쪽빛보다 더 푸르른데


            白鳥分明見兩三 (백조분명견양삼)
            흰 새 두 세마리 저기 보이네
 

            柔櫓一聲飛去盡 (유로일성비거진)
            살짝 노 저었건만 새는 날아가 버리고


            夕陽山色滿空潭 (석양산색만공담)
            지는 노을에 비친 山빛만 물속 가득하네



해석은 맘대로,

제목은 東湖 라고 하는 이도 있고, 
또 어떤 이는 東湖泛舟 라고도 한다.

사적으로는 '동호에 배 띄우고' 가 더 마음에든다....

그리고
정초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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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가 커다란 음악 소리에 뭍혀있고, 
문을 닫고 있었던 터라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소방대원과 경찰들이 오가더니 
폴리스라인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니 무슨 일이지?

무슨일인지 알아보려고 문을 밀어 제쳤다. 
순간, 쓰러져있는 외국인 여자애가 그곳에 있고
구급대원은 그 소녀의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아니 이럴수가....
주위를 둘러보니 쓰러져있는 젊은이들이 하나 둘이 아니잖은가
여기, 저기 그리고 또 저기,
그리고 또....

모두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패닉, 그야말로 패닉이었다.
그들의 처절한 절규를 나는 듣지 못했던 것이다.

차도에 차량이 통제되지 않고 있었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갔다.

나는 가장 가까이 있던 그 외국인 소녀에게 소리쳤다.
숨을 쉬어!!
숨을 쉬란 말이야!!
숨을 쉬어야해!!!

나는 울부짖으며 다시 소리쳤다.
얘야, 이러면 안돼! 
제발 숨을 쉬어봐!!


아, 어찌 이다지도 불길한 생각이 든단 말이더냐.....


대원은 최선을 다했고,
소녀는 끝내 숨을 되찾지 못했다.
하.... 이럴 수가....
눈 앞의 현실은 너무나도 참담하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 중에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지극히 순간적인 일의 발생,
그리고 상상도 하지못했던 또래들이 누워있는 모습...


몇해 전 한 젊은이의 소식은 
너무나도 나를  슬프게 했다. 
나의 자식을 잃은듯 시퍼렇게 가슴은 멍이들고 사무치며 
슬픔이 미어터졌다.
하염없이 울었다.
이 날도 그랬다.

이럴수가......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의 사망을 겪었지만 
현실을 받아들일 시간이 있었다.

그러니 지금은 아니다.
조금 전까지 그토록 활발히 움직이던 젊은 이들이 아니던가
물고기가 물을 지치며 
수면 위로 번쩍 뛰어오르듯 활기찬 그들이 아니던가.
그들이 숨을 되찾지 못하다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참혹한 현실,
나에겐 슬프고 또 슬픈 전쟁같은 밤이었다.


하루 종일 행녀애사를 읽고 또 읽었다.

오늘 늦은 밤, 
이태원역 1번 출구,
꽃다발이 수북히 쌓여있다.
자리를 잡고 앉아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긴 수염의 도인은
하루 종일 그렇게 있었나보다.


수많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소주 잔을 부어놓고 엎드려 하염없이 울었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청춘...
그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느냐...

그 무엇보다 더 소중한 우리들의 사랑스런 자식들.....
그 얼마나 힘들고 아팠느냐...
너의 마지막 절규를 듣지 못해 너무나도 미안하구나...

결코 잃어서는 안되는 많은 젊은이들을 우리는 그렇게 잃었다.


그 늦은 시간에,
술잔 앞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흐느끼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서로를 부등켜 앉고 의지하며 
숨죽여 어깨를 떠는 젊은 그들은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염곡동 종점으로 향하는 421번 버스, 
저기, 막차가 이태원역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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