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진의 동양화 읽는법
그림은 메시지를 읽어내는 일이다. 즉,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어내는 '독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점을 무시할 때 그림과는 영원히 친교하기란 용이하지 않다. 조용진의 동양화 읽는 법은 동양화가 주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식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모든 동양화가 상징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징성을 이해하는 것은 동양화 이해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을 나처럼 잘 모르지만 앞으로 동양화에 관심을 가져볼 계획이라면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들을 알차게 소개하고 있다.
우측의 그림은 우리의 민화도로 임금의 물고기라고 하는 쏘가리이다. 쏘가리의 한자음은 '궐어'이다. '궐'은 임금이 살고있는 '궁궐'과 통하는 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 민화에서처럼 두마리 이상의 궐어를 그린다면 어떻게 될까...반역죄이다. 아마도 이 민화를 그린 사람이 조선시대의 민초라면 궐어는 한마리만 그려야 하며 두마리부터는 역모죄로 몰려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조용진이 설명하는 그림에 대한 한가지 예를 차용하여 작성한 내용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흥미 진진한 그림읽기가 펼쳐진다. 물론 그림의 메시지 안에는 화가의 마음이 담겨있다. 화가의 마음을 느끼고 공감하려한다면 반드시 알아야할 것이 가득하다..
파리스의 심판
이 그림은 그 이름도 유명한 루벤스가 그린 것으로 '파리스의 심판'이다. 흔히 '파리스의 사과'로도 잘 알려져있다. 그리스 신화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린 화가는 매우 많아서 같은 주제를 가진 다른 그림들을 일일이 거론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그리스신화를 읽어본 초등학생들도 잘 알고있을 '파리스의 사과'는 대략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펠리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 잔치에 여신 '에리스'는 초대를 받지 못했다. 그녀가 초대를 받지 못한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했다. 그녀는 불화의 여신이었기 때문이었다. 결혼식에서 불화의 여신이라니...그러나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이에 단단히 화가났다. 나를 초대하지 않다나...앙심을 품은 에리스는 이에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써있는 황금 사과를 연회장에 던져놓고 사라진다. 과연 어느 누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 되어 황금 사과를 차지하느냐하는 것은 내노라하는 여신들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문제이기도했다. 많은 여신들이 경쟁을 한 끝에 마침내 지혜의 여신 아테나, 미의 여신 비너스, 제우스의 아내 헤라가 결선에 올라와 있었다. 이제 신의 왕좌에 있는 제우스의 심판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우스는 영리했다. 여자들을 자극해봐야 이로울게 하나도 없다고 판단한 제우스는 당시 트로이의 왕자였던 '파리스'에게 이 짐을 떠 넘겼다.
이제 결선의 순간이 욌다. 헤라는 파리스에게 부와 권력을 약속했고, 아테나는 지혜와 모든 전쟁의 승리를, 비너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게 해주겠노라고 약속했다. 파리스는 여자를 선택했다. 비너스의 약속을 믿노라 말하며 그녀의 손을 들어주었다...비너스는 보답으로 스파르타의 메넬라우스왕의 여자인 '헬레네'를 점지해주었다. 그러나 이것이 파리스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줄이야.... 영화 트로이를 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파리스의 선택이 그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이었는지를... 이럴 땐 제우스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 트로이는 스파르타의 연합군과 전쟁을 치루게 되고, 하지 않아도 될 전쟁을 벌여 결국 트로이를 멸망에 이르게하면서 자신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아름다운 여인을 얻는 대신 질투의 화신 헤라와 전쟁의 신 아테나에게 굴욕감을 준 댓가치고는 너무나 가혹한 결과를 가져왔다. 이 그림은 바로 파리스가 심판을 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이 그림이 주는 교훈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서양화 읽는 법
그러나 이 그림의 화가와 그림의 배경이 되고 있는 신화의 내용을 아는 것 외에도 관객의 입장에서 알고있어야 중요한 한가지가 더 있다. 바로 '독화'이다.
위 그림의 맨 왼쪽 여성은 그 뒤에 방패와 갑옷을 벗어놓았고, 가운데 여성은 귀금속 장식과 더불어 어린아이가 딸려있다. 오른 쪽의 여인은 모피코트를 걸치고 있으며 공작새의 깃털도 보인다. 이쯤하면 저 여성들 각각의 신분을 알아볼 수 있는 시점이다. 방패와 갑옷은 당연히 전쟁의 여신인 아테나의 것일 것이고, 가운데 여성은 미의 여신 비너스 일것이다. 비너스는 그 아들 큐피드와 늘 함께다닌다. 그녀가 치장한 보석들은 그녀가 역시 미의 여신임을 방증하고 있다. 다른 그림에서는 사과를 들고있는 여신이 비너스임을 암시해주고 있다. 오른 쪽의 여신은 이제 '헤라'일수 밖에 없다. 공작새의 깃털은 헤라를 상징하고 있다. 모피 코트 역시 제우스의 아내로서 그녀의 지위를 상징하는 상징물인 것이다. 사과를 들고있는 사람은 보나마나 파리스일 것이다. 심판자이기도 하거니와 루벤스는 파리스를 양치기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 앞의 개는 양을 치는데 도움을 주는 개(dog)인 것이다. 모자를 쓴 인물은 제우스신의 젼령인 헤르메스일 것이다. 그리고 이 그림은 이미 승자가 누구인지 결정하기 바로 직전의 그림이라는 점을 알수가 있다. 물론 이는 서양화 읽는법으로 알 수 있는 내용의 한 예이다. 지물이 상징하는 의미를 읽어내는 독화가 그림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데 그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깨우쳐 주는 좋은 도서이다.
'그림 보는 만큼 안다' 또한 이러한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수고 있는 도서이다. 특히 그림과의 만남과도 같은 책이다. 여러 가지 옛 그림; 심사정의 '선유도'. 김홍도의 '병진년 화첩', 김두량의 '월야산수도', 신윤복의 '풍속화첩' '아이 업은 여인', 사시상춘' , 채용신의 '운낭자상', 윤두서의 '자화상', 작자미상의 '송시열의 초상' 등등...아주아주 흥미로운 그림들을 만나게 한다. 그 과정에서 그 흥미로움의 매력은 정녕 거부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림에 관심을 가진 독자를 흠뻑 취해 그림 속에서 노닐도록 장을 주선하는 편안하고도 즐거운 자리를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면 바로 이 책을 적절한 시각으로 바라보았다고 하겠다. 읽는 동안 어느 사이엔가 독자는 더 깊은 그림 속으로 들어서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된다. 필독서 중의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세계 명화 비밀 시리즈..
신화상징 성서상징
그림이 가지고 있는 독화의 기본적인 상징성을 일고나면 다음 단계로 적합한 책들이 있다. 바로 위의 세가지 일 것이다. 서양의 그림들이 주는 특성을 매우 잘 전달해주고 있는 이 책들은 그 그림에 대한 독자의 안목을 훨썬 더 높여줄 것이다. 이 책이 독자에게 주는 가치는 돈으로 살 수없는 그 무엇을 우리에게 준다. 상징물 이외의 그림 속에 스며든 사상과 철학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그림에는 자구적인 사상이 깔려있다. 이 사상의 이해와 상징물의 결합은 한층 더 깊은 그름의 이해로 가는 길이라고 본다.
왜 피카소를 그림을 이렇게 그렸고, 뭉크는 왜 이런 그림을 그리게되었는지...피카소와 뭉크의 머리와 가슴속에는 그 어떤 생각과 심정이 담겨있었는지를 읽어내는 코드를 공부하게 해주는 책이 바로 "세계 명화의 비밀"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 책은 그림을 알고 싶은 독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다루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림은 그 안에 살아있는 역사를 담고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음악도 마찬가지이지만 역사와 함께하지 않는 그림은 거의 없으며 그렇지 않은 그림은 생명력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그림을 단순한 그림으로만 이해하려 했던 나 자신에게 던져준 메시지는 그러하다.
성서 상징은 비록 기독교를 신앙으로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그 가치를 몇 배로 보상 받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서양의 문화는 기독교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가 없으며 역사 또한 기독교를 제외하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림에도 역시 기독교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있으며 그 성서의 상징성을 이하하게 된다면 독자의 안목이 훨씬 더 높아져 있는 것을 스스로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시 동양화 속으로...
한국의 그림이 그 얼마나 심오하고 흥미로우며 자랑스러운지는 오주석과 관련한 도서들을 읽는 것으로 깨우침이 많다. 독자에게 정녕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긍지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인물이 바로 오주석이다. 일생을 김홍도로 살아가고 싶었던 오주석...그의 저서들은 한국의 미술계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한국의 정체성을 더욱 빛나게 해줄 수 있는 그의 생각과 한국 미술계에 끼친 공로만으로도 못다이룬 일들이 많겠지만 그러기에 더욱 빛나는 인물일 것이다.
오주석은 동양사학으로 출발하여 조선의 미술사학에 있어 혁신적인 발견을 일궈낸 장본인이다. 그는 시대의 정신이 어떻게 조선의 회화에 투영되어 있는지와 당시의 회화에 학문과 정신이 표현된 비밀들을 풀어냈다. 회화에 무슨 비밀이 숨어있는가 의구심이 들만도 하겠지만 오주석이 회화속에 담긴 코드풀이를 들어보면 정녕 비밀의 문 안으로 들어서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인문학의 절정이 무엇인지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김홍도의 '선상 관매도', 정선의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 임금의 뒤에 치는 '일월오봉병', 윤두서의 '진단타려도'등에는 비밀과도 같은 코드들이 숨어있다. 아마 오주석의 저술들을 읽어보신 분들은 그 감동적인 결과물로 인해 오주석이 왜 한국 미술사학의 보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진경시대는 일생을 한국 미술을 연구하며 보내다가 안타까운 나이에 타계한 오주석선생의 역작이다. 오주석의 생각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물론 기성세대들에게도 커다란 깨우침을 주기에 충분하다. 오주석의 정체성은 청소년들에게도 큰 감동을 줄 수 있을것이다. 청소년기는 자아의 성장기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노도의 시기이므로 올바른 정체성을 갖추도록 하는 일은 기성 세대의 몫일 것이다. 자녀의 교육은 부모의 정체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에 오주석은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 감동의 도가니 속에서 한국의 예술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정말 유익한 도서들이다.. 그러나 한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주의사항: 진경시대의 공저자이자 박물관장인 최완수의 글은 역사를 너무 왜곡시키는 외골수인지라 크게 유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책의 가치를 가장 많이 떨어트리는 사관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 사적인 판단이다. 전체적으로 유익한 책이지만 사관을 조심하여 읽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막다른 골목에 서서 딜레마에 빠져버린 것은 관찰자인가 예술가들인가...
이렇게 나름대로 그림의 상징성을 이해하고 그 배경이 되는 사상을 이해하려면 좀더 공부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느 시점에가서는 갑자기 미로속을 헤매는 듯한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며 지금껏 공부한 것이 만사 헛된 것이었는가...하는 자괴감에 빠져 버리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럴 때 꼭 과정을 거쳐야 하는 책이 하나 있다. 바로 진중권님의 미학 오딧세이이다.
진중권의 '미학 오딧세이'는 그렇게 미로속을 헤매다가 만난 결정적인 탈출구를 나에게 제공해주었다. 마치 낙소스 섬의 미로속에 갖혀있다가 아리아드네의 재치있는 실로인하여 그 탈출구를 발견한 느낌이 비로 이런 느낌일 것이다.
어느 순간 난해해지는 그림의 상징세계를 만나게된다. 짐작하시겠지만 현대미술에서 만나는 난해함이 그것이다. 과거의 미술사에서 현대의 미술로 내려오면서 수많은 유파들이 오고갔다. 이제는 거의 모든 미술적인 가치들이 세상에 드러난 시점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은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오던 나와 같은 관찰자가 아니라 현대 예술가들 스스로의 딜레마에 봉착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지도 모르겠다.
미술적 사고의 고갈이라는 딜레마에 빠져버린 예술가 자신들이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그 이름도 유명한 달리, 마그리트, 작금으로는 앤디워홀이 그 장본인들이다. 한마디로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마그리트...본격적인 술래잡기가 시작된 것이다. 남과 다르고 싶은 갈망돠 욕구가 더해져 이들의 예술은 이해불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독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모습을 꼭꼭 숨기려는 듯하다. 아니 징신 세계의 고갈을 느끼고 있는 지도 모른다. 대중들이 쉽게 자신을 발견해주기를 바라는 대신 혼자만의 세계속으로 파고들어가 이곳까지 관객들이 찾아와주기를 갈망하는 듯한 조금은 이율배반적인 딜레마를 뒤집어 쓴 예술가들의 모습... 이것이 관찰자인 우리들을 한없는 미로속을 헤매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처럼 보이던 현대 예술은 진중권의 미학 오딧세이를 만나면서 실마리를 찾게된다. 아리아드네...진중권을 통하여 우리는 바로 아리아드네를 만난 것이다. 예술을 이해하는 필독서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진중권의 미학오딧세이를 독파하고 나면 서서히 겁을 상실하게된다. 마치 미로속을 벗어난 테세우스가 그얼마나 간덩어리가 부었을지..짐작이 간다...간이 부은 관찰자는 다음과 같은 도서들에 도전하게 되어있다. 도전 할수록 유익하고 흥미로운 미술의 세계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간이 부은 사람들이 더욱 흥미롭게 탐독하는 관련 서책들...
그 어느 책을 선택해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책들이다... 세한도는 정녕 감동적인 책이리라...
더욱 깊이 들어갈 차례...
동양의 미술을 이정도 공부했으면 이제는 서양의 미술속으로 더욱 깊이 들어갈 차례이다.
곰브리치 진중권 W.H 잰슨
곰브리치와 잰슨의 서양미술사는 그 어느 책들보다도 호평을 받고있는 서양미술사들이다. 두사람의 저술을 빼놓고는 우리나라에서도 서양미술사를 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지도가 높은 만큼 널리 읽히고 있으며 흔히들 필독서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 책들이니만큼 눈여겨 봐둘 필요가 있다. 진중권의 미술사는 저자가 진중권이 아니던가..진중권의 책은 그냥 사서 읽으면 된다. 진중권이 쓴 책은 따로 생각해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신뢰를 준다.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다 진중권은...
이상으로 동서양의 미술을 공부하는 대략적인 노선을 따라봤다. 물론 이 방법이 최선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방법에는 각자의 방식이 있고 그 즐거움이 있으니 말이다. 다만 이는 그동안 미술에 관심을 가진 한 사람의 관찰자로서 그림을 이해하고 싶은 열망으로 서적들을 탐독한 결과이고 이러한 질서를 잡아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게되었고, 행여나 미술에 관심이 있지만 시작하기를 망설이는 분들에게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페이퍼를 이용하여 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