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보면 리제 마이트너와 아인슈타인에 대해 눈을 휘둥그레 뜰 만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 때문에 동료들 사이에서 소외되었다. 동료 대다수는 민족주의적 환희에 동조했다. 그의 새 애인이자 오스트리아 물리학자인 리제 마이트너조차 1916년 공동 만찬 후, 이렇게 기록했다... (88~89 페이지, 밑줄 추가)


나중에 핵분열의 이해에 큰 공을 세운 리제 마이트너가 아인슈타인의 새 "애인"이었다니?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다. 궁금해서 인터넷을 찾아봐도 이런 내용은 없었다. 영역본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찾아보았다. 


  However, Einstein is rather alone in his anti-war stance. Many of his colleagues are swept up in the nationalistic euphoria. Even his friend the Austrian physicist Lise Meitner is surprised, writing after spending an evening with him in 1916... (p. 57, 밑줄 추가)


영문판에서는 "his friend"라고만 언급되어 있다. 왜 "새 애인"이라고 번역됐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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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4-02-01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엥? 친구가 애인이 되는 마법.....😱

blueyonder 2024-02-01 22:49   좋아요 1 | URL
정말 마법이네요 ㅎㅎㅎㅎ

cyrus 2024-02-03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인슈타인: 😯 ????

blueyonder 2024-02-03 12:04   좋아요 0 | URL
마이트너: 😂 ㅋㅋㅋㅋ
 
AI 슈퍼파워 - 중국, 실리콘밸리 그리고 새로운 세계 질서
리카이푸 지음, 박세정 외 옮김 / 이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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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리카이푸는 타이완 태생으로 미국에서 교육 받은 AI 전문가이자 벤처투자자이다. 이 책은 크게 2가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책 제목이 나타내듯 AI 분야에서 초강국이 될 두 나라가 미국과 중국이며 특히 중국의 강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도입부에 전세계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던 알파고와 바둑기사의 대결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세돌과의 대결이 아니라 이후의 후일담일뿐인 중국기사 커제와의 대결이어서 이 사람 중화주의자 아니야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저자는 지금이 '발견의 시대'가 아니라 발견된 지식을 이용하는 '실행의 시대'이며, 최근 급격한 발전을 가져온 기계학습에 기반한 AI는 특히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의 공장으로 자본을 쌓은 중국은 엄청난 인구를 기반으로 한 풍부한 데이터와 함께 정부의 강력한 비호를 받아 AI 초강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 이야기이다. 


두 번째 부분은 AI로 인해 달라질 미래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다. 먼저, 저자 역시 범용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은 앞으로 상당 기간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현재 우리에게 위기로 다가오는 AI는 영화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AGI가 아니라 알파고를 통해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던 인공신경망과 기계학습을 통해 특정 업무에 전문화된 AI(좁은 AI)이다. 


이러한 AI는 미래에 대규모 실업과 부의 극단적 불균형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 수공업에 종사하던 전문인이 기계를 이용하는 비전문인으로 대체되는 이전의 산업혁명과 달리, AI의 시대에는 결국 소수의 전문가와 기업가는 부를 독점하고 AI가 대체하는 많은 직종에서는 실업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I로 인해 직업이 사라질 부분은 반복적 최적화를 주요 업무로 하는 직군이다. 의사와 법률가도 이러한 업무를 많이 하지만, 사람들이 기계에 자신의 질병 치료나 판결을 맡기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AI를 잘 이용하면 반복적 작업은 기계에게 맡기고 인간은 타인의 감정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오히려 더 좋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반복적 최적화 업무를 하는 직군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은행원을 예로 들면 대출 업무는 상당 부분 AI가 맡고 인간은 오히려 보조 역할만을 하게 되어 많은 인력 감축이 일어날 수 있다. 한편 AI나 기계가 아직 하기 힘든 부분은 저임금 노동이다. 호텔에서 방 청소를 하고 침대보를 교체하는 일 등은 현재 로봇이 하기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이러한 직군의 급여는 높지 않다. 


종합해 보면, 아주 높은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직군, 이 중에서 특히 사회성이 필요한 직군은 어떻게든 살아남겠지만, 중간의 화이트컬러 직종 중 상당수는 사라지고 대신 저임금 노동이 남아있을 것이다. 이러한 미래 전망 앞에서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은 재교육, 근무시간 감축을 통한 일자리 나눔, 기본소득 등을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것들이 충격을 줄이는 데 도움은 되겠지만 AI로 인한 인간소외에 대한 궁국적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인간의 평가기준이 재화의 생산이 아니라 다른 인간에게 베푸는 돌봄과 사랑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AI가 증대시키는 생산성으로 인해 재화의 생산에 인간이 덜 필요한 만큼 이 재화를 통해 걷은 세금을 다른 인간들에게 돌봄과 사랑을 주는 사람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저자는 사회적 투자 급여(social investment stipend)라고 부른다. 지금은 돌봄 노동 역시 저임금 일자리이지만, 생각과 정책의 전환을 통해 세상을 훨씬 살맛 나는 곳으로 바꾸어 AI로 인해 생기는 실업 및 인간소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첫 번째 부분은 사실 중국 자랑처럼 느껴져서 별로 재미가 없었다. 하지만 개인의 경험이 담긴 두 번째 부분은 훨씬 흥미롭게 읽었으며 곱씹어 볼 만 했다. AI로 인한 세상의 변화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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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lativity and Classical Field Theory: The Theoretical Minimum (Paperback) - 『물리의 정석: 특수 상대성 이론과 고전 장론 편』원서
레너드 서스킨드 / Basic Books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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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포드 대학의 이론물리학 교수인 레너드 서스킨드의 강의록인 셈인데, 비교적 쉽게 쓴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교과서는 교과서이므로(물리 교과서!), 수식이 마구 나온다.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에 이은 그의 'The Theoretical Minimum'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이 책의 이해를 위해서는 고전역학 책을 읽은 후 보는 것이 좋겠다(다행히 양자역학은 필요 없다). 


특수상대성이론과 고전 장이론에 관심이 있어서 읽었는데, 처음에 나오는 특수상대성이론 이후 고전 장이론에 도달하기까지 중간에 수학과 물리 이론이 너무 많이 나온다. 끝까지 읽었다는데 일단 의의를 둔다. 필요하면 나중에 다시 읽어야지. 언제?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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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Paperback)
밀란 쿤데라 지음 / HarperPerennial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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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인 토마시와 그 주변 인물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대적으로는 1968년 '프라하의 봄'과 소련의 체코 침공이 배경으로 그려진다. 두 번째로 읽었다. 처음 읽었던 대학생 시절에는 큰 감흥이 없었던 것 같은데, 다시 읽어보니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예전에 프라하를 방문했을 때는 아름다운 도시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런 역사적 아픔이 있었음도 다시 상기하게 된다. 


역시 주인공은 토마시와 테레자라고 할 수 있겠다. 평생의 사랑. 이들은 서로에게 과연 무엇이었을까. 어긋나다가도 행복하게 끝나는 것 같아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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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4-01-28 18: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라하에 직접 가 보셨군요 ㅎㅎㅎ 영어판을 읽으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저는 어릴 때 체코 출신 작가면 이 책 원어가 체코어야?했는데 사실상 프랑스문학이더라구요 ㅎㅎㅎ

blueyonder 2024-01-29 09:02   좋아요 2 | URL
예전에는 우리말로 읽었는데 다시 읽어보려고 찾으니 없더라고요. 그래서 한 권 사려고 찾아보다가 영어판이 싸길래 사서 읽었습니다. 100퍼센트 이해했다고는 말씀 못 드립니다 ㅎㅎ 그래도 읽으면서 좋았다는 말씀은 드릴 수 있습니다. ^^
 















인생과 추억을 공유한다는 것의 의미. 


  While people are fairly young and the musical composition of their lives is still in its opening bars, they can go about writing it together and exchange motifs (the way Tomas and Sabina exchanged the motif of the bowler hat), but if they meet when they are older, like Franz and Sabina, their musical compositions are more or less complete, and every motif, every object, every word means something different to each of them. (pp. 88-89)


"젊으며 삶이란 음악곡이 아직 도입부일 때, 사람들은 곡을 함께 쓰고 주제를 교환하기도 한다(토마시와 사비나가 보울러 햇이란 주제를 교환했듯이). 하지만 프란츠와 사비나 같이, 더 나이가 들어 만나면 작곡은 이제 거의 끝나 있어서, 모든 주제, 모든 대상, 모든 말은 이들에게 서로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어떤 음악을 들으면 비슷한 감정을 떠올리는 같은 세대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오래된 나무가 서로 바라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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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4-01-18 0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 저 부분 너무 좋죠!! 🥹 저도 두 번 읽은 부분....

blueyonder 2024-01-18 10:36   좋아요 1 | URL
많은 분들이 이 소설을 좋아하시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