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시 기행 2 -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 편 유럽 도시 기행 2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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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은 유시민의 유럽도시 기행이다. 2편에서는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을 돌아본다. 돌아보며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거기에 더하는 그의 감상을 듣는다. 간략한 내용이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 배경으로는 충분하여 내겐 장점으로 여겨진다. 2편을 읽으면서도 도시를 직접 방문하기 전에 읽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유시민과는 다른 관심을 가지고 도시를 방문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작가가 말하듯 이 책의 내용은 하나의 관점일 뿐, 정답은 아니다. 


읽으면서 특별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도시는 독일 드레스덴이다. 1945년 초, 유럽에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몇 달 전 드레스덴은 잿더미가 됐다. 연합국의 초토화 폭격 때문이었다. 난 이 폭격이 전쟁범죄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도 처벌 받지 않은 것은 이것이 승자에 의해 저질러졌기 때문이다. 독일은 이보다 더한 일을 했다는 것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을까. 


드레스덴은 독일에서도 가장 번화한 도시는 아니지만, 이런 역사와 이를 극복하고 빚어낸 도시 풍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폭격으로 인한 파괴의 상징이었지만 훌륭하게 복원해냈다는 성모교회를 보고 싶다. 사진으로 볼 수 있음에도 직접 가 보고 싶은 것은 욕심일까. 하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공기를 마시는 것이 삶 아닐까. 


[인터넷에서 가져온 드레스덴 성모 교회(Dresdner Frauenkirche)의 모습. 중간중간의 검은 벽돌은 원래 건물의 잔해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현실의 장벽에 봉착하면 선택지가 둘 있다. 그 사회를 탈출하거나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는 것이다. 나폴레옹의 몰락은 군주정의 부활로 이어졌고 유럽 사회는 진보의 희망이 사라진 시기를 맞았다. 봉건적 신분제도와 낡은 특권이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던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민중은 현실을 외면하고 사소하지만 확실한 일상사의 즐거움을 맛보면서 그 시대를 견뎠다. 비더마이어 시대 전시실의 실내장식·가구·공예품·그림을 보면서 그것을 만든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반동(反動)의 시간도 예외가 아니다. 좌절감이 옅어지고,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분노가 쌓이고, 대중의 이성이 눈 뜨고, 보통 사람들의 마음에 용기가 번지면, 어느 날 갑자기 역사의 물결이 밀려와 진보의 모든 배를 한꺼번에 띄워 올린다. 그런 때가 오기까지 작고 확실한 즐거움에 몸을 맡기고 삶을 이어가는 것이 무슨 잘못이겠는가. 비더마이어 시대 전시실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퇴행과 압제의 어둠 속에서도 빛이 완전히 꺼지는 법은 없다. 그렇게 믿으며 삶을 이어가면 새로운 시대를 볼 수 있다.' 내가 거기서 본 것은 좌절과 도피가 아니었다. 질긴 희망과 포기하지 않는 기다림이었다. (58~59 페이지)

  성모교회는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을 믿지 마. 너희는 완전한 진리를 알 수 없어. 너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관용뿐이야.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지. 그러면 모두가 자유로워질 거야.' 다시 가면 또 촛불 하나 켜고 기도하고 싶다. 인간의 부족 본능이 과학과 손잡고 저질렀던 야만의 상처가 다 아물기를. 관용의 정신이 더욱 널리 퍼져 인간은 더 자유롭고 세상은 더 평화로워지기를! (313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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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이해가 잘 안 되거나 오역이라고 생각됐던 부분을 모았다가 영문판과 대조해봤다. 인용문의 밑줄은 모두 내가 추가한 것이다. 


- 번잡함 속에서 인파 대다수는 기이하게 생긴 피라미드 형태의 목탑을 거의 인식하지 못했다. 그들은 오빌 라이트Orville Wright가 미국에서 분해하여 상자에 넣어 배에 싣고 유럽으로 가져온 후 베를린에서 재조립한 ‘비행 기계’를 보지 못했다. 오빌 라이트는 자신의 기계로 피라미드 목탑을 공중으로 날려버리고, 1909년 9월 베를린 시민의 우레와 같은 환호 속에 지상 172미터까지 날아오르는 기록을 달성했다. (54 페이지, ‘1909년 베를린 비행선의 종말’ 중에서) 


비행기임이 분명한 “자신의 기계”로 오빌 라이트가 “피라미드 목탑을 공중으로 날려버”린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영문: In the jostling crowd, few spectators take note of a pyramid-shaped wooden tower supporting a weird contraption. They don’t see the flying machine that Orville Wright had dismantled, packed into crates, shipped from America to Europe, and reassembled in Berlin. The contraption on top of the wooden tower propels Wright and his flying machine into the sky, and he sets a new world record for flight altitude, of 172 meters above the ground, to the clamorous delight of the people of Berlin. (p. 31) 


인터넷을 찾아보면 목탑 꼭대기에서 추가 떨어지면서 비행기를 잡아당겨 가속시키는 일종의 ‘캐터펄트’를 오빌 라이트가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아래 그림 참조[*]). 그러므로 “피라미드 목탑을 공중으로 날려버리고”는 전혀 의미가 통하지 않는 엉뚱한 번역이다. “목탑 꼭대기의 장치가 오빌 라이트와 그의 나는 기계를 하늘로 날려 보내고”라고 하는 것이 올바르겠다. 



- 다만 중력은 전자기력과 달리 항상 끌어당기는 작용을 하되 절대 충돌하지 않는다. (86 페이지, ‘1915년 베를린 완벽한 이론, 미숙한 관계’) 


중력이 “절대 충돌하지 않는다”라니?


영문: The only difference from an electromagnetic field would be that gravity always attracts and never repels, ... (p. 55) 


중력은 “결코 밀쳐내지는 않는다”, 즉 척력을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못 번역했다. 


-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자를 두 유형으로 나눈다. ‘원칙현학자’와 ‘거장’으로. 아인슈타인은 자신과 보어를 원칙현학자로, 보른과 조머펠트를 거장으로 분류한다. 거장들은 공식을 만들지만 철학적 사색은 하지 않는다. 조머펠트가 아인슈타인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나는 그저 양자의 기술을 지원할 수 있을 뿐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철학을 실천하세요.” (117 페이지, ‘1920년 베를린 거장들의 만남’) 


“원칙현학자”와 “거장”의 의미는? 영문판에서 사용한 단어는? 


영문: Einstein recognises two kinds of physicists: ‘principle-pedants’ and ‘virtuosos’. He considers himself and Bohr to be principle-pedants — that is, thinkers who delve deeply into a question in search of its basic principles. Max Born and Arnold Sommerfeld are virtuosos; they compose equations, but have no interest in philosophising about them. ‘I can only further the mechanics of quanta,’ writes Sommerfeld to Einstein. ‘You must do the philosophising.’ (p. 79) 


“principle-pedants”와 “virtuoso”가 영문판에서 사용한 단어이다. 역자는 그냥 직역한 셈인데, 의미를 좀 더 살리자면 “원리추구가”와 “장인”으로 번역하면 어떨까 싶다. 아인슈타인, 보어는 철학과 원리에 집착했고 보른과 조머펠트는 철학에는 관심 없이 방정식을 만들어서 계산하는 것에만 신경 썼다. 


-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독일을 짓눌렀고, 볼셰비키 혁명이 러시아를 넘어 독일까지 덮쳐 농민을 착취하고 공장주의 재산을 몰수하면 어쩌나 하는 공산주의에 대한 우려가 퍼졌다. (139 페이지, ‘1923년 뮌헨 하이젠베르크, 시험을 뚫고 날아오르다’) 


공산주의가 농민을 “착취”한다는 부분이 좀 이상하다. 적어도 겉으로는 이렇게 내세우지 않았을 텐데, 독일인들이 본질을 꿰뚫었다는 말인가? 


영문: The economy is buckling under rampant hyperinflation. Fear of a communist takeover is also rampant. Many people are afraid that Russia’s Bolshevik revolution will spread to Germany, and that farmers will be squeezed dry and factory owners’ properties seized. (p. 95)


괜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그냥 영문판에서 얘기하듯 “squeezed dry”, 즉 빨래를 짜듯 농민을  “쥐어짜고”로 하면 어땠을까 싶다. 


- “양자역학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인슈타인이 보른에게 편지를 썼다. “그러나 그것이 진짜 야곱일 리가 없다고, 내면의 목소리가 내게 말합니다. 이 이론은 많은 것을 제공하지만, 과거의 비밀로 우리를 데려가지는 못합니다. 아무튼 나는, 자비로우신 신이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209 페이지, ‘1926년 베를린 물리학의 신들을 만나다’) 


영문판과 함께 국문판을 살펴보다가 이상한 번역을 만났다. “과거의 비밀”의 원어가 뭔지 짐작이 가시는지? 


영문: ‘Quantum mechanics is very awe-inspiring,’ he writes to Max Born, ‘but an inner voice tells me that it is not yet the real thing. The theory says a lot, but does not really bring us any closer to the secret of the Old One. I, at any rate, am convinced that He does not play dice.’ (p. 144) 


“the secret of the Old One”이다. “Old One”은 아인슈타인이 ‘조물주’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유대인이었지만 전통적 신을 믿지는 않았으며 스피노자의 범신론을 받아들였다. 이 표현은 종종 자연법칙을 의인화한 것으로 이해된다. “진짜 야곱일 리가 없다고”를 영문판은 “it is not yet the real thing”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 4년 전에 라이프치히 물리학 학회에서 아인슈타인을 만나기를 희망했지만, 당시 아인슈타인은 외무장관 발터 라테나우가 암살당한 사건 때문에 집에 머무르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했었다. 또한 그때 하이젠베르크는 학회 참석 직전에 조머펠트에 이끌려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보어 축제’에 가야만 했다. (210 페이지, ‘1926년 베를린 물리학의 신들을 만나다’) 


1922년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보어 축제? 1922년 “보어 축제”로 책에서 언급된 사건은 괴팅겐에서 열렸다. 영문판도 코펜하겐에서 열렸다고 하나? 


영문: Heisenberg had hoped to meet Einstein during a physicists’ congress in Leipzig four years earlier, but Einstein had chosen to stay home due to the murder of the foreign minister, Walther Rathenau, while Heisenberg was unable to travel as he had recently been robbed and could not afford the fare. (p. 145) 


영문판은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하이젠베르크는 강도를 만나 돈을 털리는 바람에 차비를 마련할 수 없어서 학회에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머펠트는 언급도 없다. 


- “... 선생은 정지된 상태분산된 에너지값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선생의 이론은, 계속해서 하나로 합쳐지지 않고 어느 수준까지 계속해서 분산되고 형성될 수 있는 특정 형태의 안정성을 설명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빛의 방출 때 무슨 일이 생길까요? 선생도 알고 있듯이 나는, 원자가 에너지 차이를 에너지 덩어리로, 이른바 광양자로 방출함으로써, 정적인 에너지값에서 다른 에너지값으로 다소 급작스럽게 이동한다고 상상하려고 애썼습니다. 그것은 비항상성에 대한, 특히 빈약한 예일 것입니다. 이런 상상이 옳다고 보십니까? 한 정적인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동하는 것을 어떤 식으로든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218~219 페이지, ‘1926년 베를린 물리학의 신들을 만나다’) 


아인슈타인이 하이젠베르크와 만났을 때 한 질문이다. <부분과 전체>에도 나오는 유명한 대목이다. “정지된 상태”의 영어는 “stationary states”이다. 밑에 “정적인 상태”로 또 언급된다. 이전 글에서 양자역학에서 이 단어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올바른 번역은 “정상 상태”이다. 그 다음 “분산된 에너지값”에서 “분산된”의 의미는 뭘까? ‘분산’이란 단어는 원래 흩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아래의 영문번역을 보면 대응하는 단어는 “discrete”, 즉, “띄엄띄엄 떨어진” 또는 “불연속적인”임을 알 수 있다. ‘불연속’이란 양자역학의 중요한 속성 중 하나이다. 그 다음 “계속해서 하나로 합쳐지지 않고 어느 수준까지 계속해서 분산되고 형성될 수 있는”은 잘 이해가 안 되고 영문판을 봐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한 번 살펴보시기를. 


영문: ‘... You can calculate the discrete energy values of the stationary states. Your theory can thus account for the stability of certain forms that cannot merge continuously into one another, but must differ by finite amounts and seem capable of permanent re-formation. But what happens during the emission of light? As you know, I suggested that, when an atom drops suddenly from one stationary energy value to the next, it emits the energy difference as an energy packet, a so-called light quantum. In that case, we have a particularly clear example of discontinuity. Do you think that this conception is correct? Or can you describe the transition from one state to another in a more precise way?’ (p. 151)


- 하이젠베르크가 말한다. “인식된 통계적 세계 뒤에 인과법칙이 통하는 ‘실재’ 세계가 있기를 바라는 희망은 이루어질 수 없고 무의미하다. 물리학은 인식들의 연관성만을 공식으로 기술해야 한다.” (287~288 페이지, ‘1927년 코펜하겐 불확실해진 세계’) 


영문: The hope ‘that behind the perceived statistical world there still hides a “real” world in which causality holds’ is ‘fruitless and senseless’, Heisenberg writes. ‘Physics ought to describe only the correlation of observations.’ (p. 198)


“인식의 연관성”에 대응되는 영어 단어는 “correlation of observations”이다. “인식의 연관성”보다 “관찰의 연관성”이 좋겠다. 


- 불운은 어떤 식으로든 파울리를 따라다녔다. 동료들 사이에, 특히 실험물리학자들 사이에, ‘파울리 효과’라는 말이 유행했다. 물리학자들이 공통으로 인정하는 이론이 하나 있다. 이론물리학자와 실험물리학자 사이에 ‘천재 보존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이론이다. 천재 이론가가 한 명 있으면, 멍청한 실험가가 한 명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파울리는 이 이론의 살아 있는 증거이다. (353 페이지, ‘1931년 취리히 파울리의 꿈’) 


영문: Bad luck seems to follow Pauli around. His colleagues, especially the experimental physicists among them, speak of the ‘Pauli effect’. Physicists have a theory about their kind, which says that there is a ‘law of the conservation of genius’ separating theoreticians and experimentalists. All brilliant theoreticians are terrible at experiments, and vice versa. Wolfgang Pauli is living proof of this theory. (p. 244-245) 


“천재 이론가가 한 명 있으면, 멍청한 실험가가 한 명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는 잘못된 번역이다. 영문을 보면 “뛰어난 이론가는 실험에는 형편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천재 보존의 법칙이다. 그러므로 이론에는 뛰어나지만 실험에는 형편없는 파울리가 살아있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 공개적인 고백은 아무 효과도 없었다. 슈뢰딩거가 힐데와 함께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로마이트로 돌아왔을 때, 자신의 자리가 다시 없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정치적 불신”을 이유로 무기한 해임되었다. (405 페이지, ‘1935년 옥스퍼드 존재하지 않는 고양이’) 


돌로마이트라고 영어식으로 읽었지만 돌로미티는 이탈리아 북동부의 산맥으로 휴양지이다. 인터넷에서 사진 하나를 아래에 가져왔다. 알프스 산맥의 일부라고 한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로마이트로 돌아왔”다는 말은 다시 휴가를 갔다는 말이니 이상하다. 당시 슈뢰딩거는 오스트리아 그라츠대학교의 교수였으니 그라츠로 돌아갔어야 한다. 



영문: That doesn’t work. When he returns from a summer holiday with Hilde in the Dolomite Mountains, he discovers his own job is being advertised. He is dismissed without notice, for ‘political unreliability’. (p. 281) 


영문판은 “돌로미티 산맥에서 보낸 여름휴가로부터 돌아왔을 때”라고 제대로 적고 있다. 


-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고등연구소의 새 건물로 옮기기 전까지 아인슈타인이 이곳에서 일치된 장이론을 홀로 찾고 있었다. (441 페이지, ‘1939년 대서양 충격적 소식’) 


영문: This was where Albert Einstein had pursued his lonely quest for a unified field theory, before moving into the newly built premises of the Institute for Advanced Study just a few weeks before. (p. 307) 


아인슈타인이 연구한 이론은 “일치된 장이론”이 아니다. “unified field theory”는 “통일장 이론”으로 번역된다. 


- 우라늄-235의 ‘임계 질량’에서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중성자 연속 폭발이 생긴다. (442 페이지, ‘1939년 대서양 충격적 소식’) 


중성자는 폭발하지 않는다. “중성자 연속 폭발”은 이상한 번역이다. 


영문: If the amount of uranium-235 is large enough — if it reaches ‘critical mass’ — a collision cascade will ensue, leading to a chain reaction. (p. 307) 


영문을 보면 어디에도 중성자가 “연속 폭발” 한다는 내용은 없다. 


- 동료인 바이츠제커가 기록한 내용에 따르면, [한스] 오일러는 우울증을 앓았고 마치 “죽을 기회를 찾는 사람처럼” 기상학자 및 항해사로 복무하기 위해 공군 기상관측대에 자원했다. 1941년 7월 23일에 소련을 공격한 직후, 오일러의 비행기 엔진이 고장 났다. 그는 아조프해에 비상착수 후 어부들에게 사로잡혔다. (450 페이지, ‘1941년 코펜하겐 서먹해진 관계’) 


기상관측대가 공격부대는 아니므로 “소련을 공격한 직후” 비행기가 고장났다는 것이 이상하다. 


영문: Following a personal crisis, Euler volunteered for military service, and worked as a meteorologist and navigator for the air force’s weather reconnaissance unit. His colleague Carl Friedrich von Weizsäcker wrote that it was ‘as if he basically sought death’. Shortly after Germany invaded Soviet Union on 23 April 1941, the engine of Euler’s plane was damaged by gunfire. After ditching into the Sea of Azov, the crew were taken captive by local fishermen. (p. 313) 


영문판은 “독일이 소련을 침공한 직후”라고 얘기한다. 국문판과 달리 주어가 독일이니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날짜가 이상하다. 독일은 소련을 1941년 6월 22일에 침공했다. 국문판이나 영문판이나 날짜가 잘못된 것 같다. 


- 보어는 모기처럼 생긴 노르웨이 전투기를 타고 탈출했다. (459 페이지, ‘1943년 스톡홀름 탈출’) 


영문: Niels Bohr leaves on a BOAC-operated Mosquito bomber plane, ... (p. 320) 


“모기처럼 생긴 노르웨이 전투기”는 영국 공군의 모스키토 경폭격기를 의미한다(아래 사진 참조). 항공기 모델 이름은 고유명사이므로 보통 원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영문판에 나오는 BOAC는 영국해외항공의 약자로 모스키토 폭격기를 노르웨이가 운용했던 것도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 1945년 3월 16일, 전쟁 종료까지 아직 일주일이 남았던 때, 영국 전투기가 하이젠베르크의 고향 뷔르츠부르크에 폭탄을 투하했다. 몇 분 안에 랭커스터와 모기 폭격기가 고성능 폭탄과 소이탄으로 도시 전역에 1,000도가 넘는 화염 폭풍을 일으켰다. (469 페이지, ‘1945년 영국 폭발의 힘’) 


또 “모기”로 번역했다. 


영문: Würzburg, the city of Heisenberg’s birth, is bombed by the Royal Air Force on 16 March 1945, in the final weeks of the war. Within the space of a few minutes, Lancaster and Mosquito bombers release a firestorm of demolition and incendiary bombs on the city. The inferno burns hotter than a thousand degrees Celsius. (p. 327) 


함께 언급된 랭커스터 중폭격기의 사진을 올리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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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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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4-02-03 2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에 전달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판 수정해야 전 원서부터 읽었는데 목차 순서와 년도 부터 달라서 충격을 ㅎㅎ
독일어 원본으로 번역 한 것 같은데 (저자가 독일에서 수학했다는 이력이)
저는 영어로 읽었지만 역사적 사실과 년도를 찾고 확인 하지 않은 출판사측도 문제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blueyonder 2024-02-04 11:56   좋아요 0 | URL
1장과 2장 순서 바뀐 것은 국문판만 그렇습니다. 제가 독일어판도 찾아봤는데 영문판과 같더라고요. 국문판 편집자가 장의 순서를 연대순으로 맞추고 싶었나 봅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무엇보다 전 좋은 책에 부정확한 번역이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조금만 더 신경 쓰면 그만큼 더 좋아질 텐데, 조금만이 어려운 것이겠지요.
scott 님,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 방문 감사드려요!
 















읽다 보면 리제 마이트너와 아인슈타인에 대해 눈을 휘둥그레 뜰 만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 때문에 동료들 사이에서 소외되었다. 동료 대다수는 민족주의적 환희에 동조했다. 그의 새 애인이자 오스트리아 물리학자인 리제 마이트너조차 1916년 공동 만찬 후, 이렇게 기록했다... (88~89 페이지, 밑줄 추가)


나중에 핵분열의 이해에 큰 공을 세운 리제 마이트너가 아인슈타인의 새 "애인"이었다니?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다. 궁금해서 인터넷을 찾아봐도 이런 내용은 없었다. 영역본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찾아보았다. 


  However, Einstein is rather alone in his anti-war stance. Many of his colleagues are swept up in the nationalistic euphoria. Even his friend the Austrian physicist Lise Meitner is surprised, writing after spending an evening with him in 1916... (p. 57, 밑줄 추가)


영문판에서는 "his friend"라고만 언급되어 있다. 왜 "새 애인"이라고 번역됐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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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4-02-01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엥? 친구가 애인이 되는 마법.....😱

blueyonder 2024-02-01 22:49   좋아요 1 | URL
정말 마법이네요 ㅎㅎㅎㅎ

cyrus 2024-02-03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인슈타인: 😯 ????

blueyonder 2024-02-03 12:04   좋아요 0 | URL
마이트너: 😂 ㅋㅋㅋㅋ
 
AI 슈퍼파워 - 중국, 실리콘밸리 그리고 새로운 세계 질서
리카이푸 지음, 박세정 외 옮김 / 이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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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리카이푸는 타이완 태생으로 미국에서 교육 받은 AI 전문가이자 벤처투자자이다. 이 책은 크게 2가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책 제목이 나타내듯 AI 분야에서 초강국이 될 두 나라가 미국과 중국이며 특히 중국의 강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도입부에 전세계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던 알파고와 바둑기사의 대결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세돌과의 대결이 아니라 이후의 후일담일뿐인 중국기사 커제와의 대결이어서 이 사람 중화주의자 아니야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저자는 지금이 '발견의 시대'가 아니라 발견된 지식을 이용하는 '실행의 시대'이며, 최근 급격한 발전을 가져온 기계학습에 기반한 AI는 특히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의 공장으로 자본을 쌓은 중국은 엄청난 인구를 기반으로 한 풍부한 데이터와 함께 정부의 강력한 비호를 받아 AI 초강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 이야기이다. 


두 번째 부분은 AI로 인해 달라질 미래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다. 먼저, 저자 역시 범용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은 앞으로 상당 기간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현재 우리에게 위기로 다가오는 AI는 영화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AGI가 아니라 알파고를 통해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던 인공신경망과 기계학습을 통해 특정 업무에 전문화된 AI(좁은 AI)이다. 


이러한 AI는 미래에 대규모 실업과 부의 극단적 불균형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 수공업에 종사하던 전문인이 기계를 이용하는 비전문인으로 대체되는 이전의 산업혁명과 달리, AI의 시대에는 결국 소수의 전문가와 기업가는 부를 독점하고 AI가 대체하는 많은 직종에서는 실업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I로 인해 직업이 사라질 부분은 반복적 최적화를 주요 업무로 하는 직군이다. 의사와 법률가도 이러한 업무를 많이 하지만, 사람들이 기계에 자신의 질병 치료나 판결을 맡기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AI를 잘 이용하면 반복적 작업은 기계에게 맡기고 인간은 타인의 감정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오히려 더 좋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반복적 최적화 업무를 하는 직군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은행원을 예로 들면 대출 업무는 상당 부분 AI가 맡고 인간은 오히려 보조 역할만을 하게 되어 많은 인력 감축이 일어날 수 있다. 한편 AI나 기계가 아직 하기 힘든 부분은 저임금 노동이다. 호텔에서 방 청소를 하고 침대보를 교체하는 일 등은 현재 로봇이 하기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이러한 직군의 급여는 높지 않다. 


종합해 보면, 아주 높은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직군, 이 중에서 특히 사회성이 필요한 직군은 어떻게든 살아남겠지만, 중간의 화이트컬러 직종 중 상당수는 사라지고 대신 저임금 노동이 남아있을 것이다. 이러한 미래 전망 앞에서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은 재교육, 근무시간 감축을 통한 일자리 나눔, 기본소득 등을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것들이 충격을 줄이는 데 도움은 되겠지만 AI로 인한 인간소외에 대한 궁국적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인간의 평가기준이 재화의 생산이 아니라 다른 인간에게 베푸는 돌봄과 사랑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AI가 증대시키는 생산성으로 인해 재화의 생산에 인간이 덜 필요한 만큼 이 재화를 통해 걷은 세금을 다른 인간들에게 돌봄과 사랑을 주는 사람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저자는 사회적 투자 급여(social investment stipend)라고 부른다. 지금은 돌봄 노동 역시 저임금 일자리이지만, 생각과 정책의 전환을 통해 세상을 훨씬 살맛 나는 곳으로 바꾸어 AI로 인해 생기는 실업 및 인간소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첫 번째 부분은 사실 중국 자랑처럼 느껴져서 별로 재미가 없었다. 하지만 개인의 경험이 담긴 두 번째 부분은 훨씬 흥미롭게 읽었으며 곱씹어 볼 만 했다. AI로 인한 세상의 변화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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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lativity and Classical Field Theory: The Theoretical Minimum (Paperback) - 『물리의 정석: 특수 상대성 이론과 고전 장론 편』원서
레너드 서스킨드 / Basic Books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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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포드 대학의 이론물리학 교수인 레너드 서스킨드의 강의록인 셈인데, 비교적 쉽게 쓴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교과서는 교과서이므로(물리 교과서!), 수식이 마구 나온다.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에 이은 그의 'The Theoretical Minimum'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이 책의 이해를 위해서는 고전역학 책을 읽은 후 보는 것이 좋겠다(다행히 양자역학은 필요 없다). 


특수상대성이론과 고전 장이론에 관심이 있어서 읽었는데, 처음에 나오는 특수상대성이론 이후 고전 장이론에 도달하기까지 중간에 수학과 물리 이론이 너무 많이 나온다. 끝까지 읽었다는데 일단 의의를 둔다. 필요하면 나중에 다시 읽어야지. 언제?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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