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를 취미라고 얘기하는 많은 분들은 아마 읽지 않은 책들이 상당수 책장에 꽂혀 있을 것 같다. 읽은 책을 뭐하러 책장에 꽂아 놓느냐는 움베르토 에코의 너스레나 책을 읽지 않고 서평 쓰는 법에 대해 얘기하는 직업적 독서가의 고충[1] 등등이 이런 상황을 위로해 주지만, 그래도 읽지 않은 책들이 책장에 쌓여있는 상황이 편하지만은 않다.
그래서 요새 종종 취하는 방법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먼저 읽어 보는 것이다. 읽고 나서 정말 마음에 들면 그 책을 사곤 한다. 물론 사서 책장에 꽂아 둔다고 다시 읽으리란 법은 없다.^^ 그래도 안 읽은 책들로 쌓여가는 책장을 보는 괴로움은 덜 수 있다.
문제는 이전에 사서 안 읽고 쌓아둔 책이나 정말 유혹을 참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빌려 볼 겨를 없이 바로 주문하는 책이다. 요새는 물리적인 제약으로 바로 사는 책이 많지 않지만, 이제는 정말 책장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좋은' 책들을 바라만 보기가 괴로워, 드디어 칼을 뽑는 심정으로 인터넷이나 알라딘 서평('북플') 보는 시간을 줄여 새 책에 대한 유혹을 줄이고, 나의 예전 독서 리스트에 올라 있던 책들을 보는데 시간을 쏟으려 노력하고 있다.
책장에 자리 잡고 있던 책을 꺼내 먼지를 털며, 책머리가 바랜 책을 펼쳐보니 어느덧 흘러간 세월을 실감한다. 이제 살아갈 날도 많이 남지 않았는데 사 놓은 책이라도 마저 읽어야지...
내가 사 놓고 읽지 못한 '좋은' 책들의 일부이다. 빨리 읽고 싶다... 문제는 시간(또는 게으름).
까뮈의 책은 거의 30년 쯤 전에 읽었던 '페스트'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사 두었던 것인데 역시 먼지만 쌓이고 있다. 세부 내용은 다 잊었지만, 두 남자가 밤 바다로 수영을 하러 나가는 장면만은 머리에 깊이 각인이 되어 있다. 어려울수록, 그 어려움 속에서 피어나는 동료애가 또 있지 않나? ^^
팬데믹 시대, 다들 잘 버티시고, 건강하시길... 이 시대를 역사는 또 어떻게 기록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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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정연의 '서서비행'에 나오는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