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Einstein Walked with G?el: Excursions to the Edge of Thought (Hardcover)
Jim Holt / Farrar Straus & Giroux / 201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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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진지한 주제는 다 다루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은 ‘헛소리bullshit’에 대한 얘기로 시작해서 ‘진리truth’에 대한 논의로 끝난다. 이런 세상—철학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엿보게 해 주었다. 고담준론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인간 세상이 물질만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비판적 시각과 재치와 명석함을 아끼며 읽었다.


책 속 몇 구절:

... What is truth? The most obvious answer, that truth is correspondence to the facts, founders on the difficulty of saying just what form this “correspondence” is supposed to take and what “facts” could possibly be other than truths themselves. (p. 343)

... much of what we call poetry consists of trite or false ideas dressed up in sublime language—ideas like “beauty is truth, truth beauty,” which is beautiful but untrue. (Oscar Wilde, in his dialogue, “The Decay of Lying,” suggests that the proper aim of arts is “the telling of beautiful untrue things.” (p.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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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된 명제를 받아들이면, 이 세상 모든 명제가 참이 된다는 결론이 논리학에 있다(‘논리는 강압적인가?’라는 짧은 에세이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형식 논리학적 증명이 있음에도, 이 결론이 실제 잘 와 닿지는 않는다. 관련하여 다음의 재미있는 일화를 저자는 알려준다. 버트런드 러셀이 논리학 대중강연을 했을 때에도 이러한 결론을 납득하지 못한 청중이 다음과 같이 끼어들었다. “그럼 2 더하기 2가 5라면 내가 교황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세요.” 러셀은 이렇게 답했다. “매우 좋습니다. 2 더하기 2는 5로부터 양변에서 3을 빼면 2는 1과 같다는 결론을 얻습니다. 당신과 교황이 둘이고요, 그러므로 당신들은 하나입니다.” 감탄이 나오는 순발력이다. 또는 러셀 자신이 이미 이런 문제를 생각해 봤었는지도...


논리학은 위대하다. 논리학에서 수학이 나오고 과학이 나온다. 수학이—계산이—잘못되면 로켓이 제대로 발사되지 않거나, 발사되어도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다. 추상적 수학이 인간 세계를 지배한다.


다음은 러셀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수학과 논리에 관한 책이다. 만화이지만 매우 수준이 높고 내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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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1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오늘 포스팅은 차분히 생각해볼 명제들이 많네요

만화! 러셀이 주인공이라면 무조껀 장바구니로 ~@@@^^

blueyonder 2021-12-21 10:05   좋아요 1 | URL
러셀은 보면 볼수록 대단한 분입니다. 즐거운 독서와 함께 따뜻한 겨울 보내시기 바랍니다~ ^^
 














저자는 ‘우주는 어떻게 끝날까’라는 제목이 붙은 장에서, 영원한 우주의 의의에 대해 다음과 같은 논지를 펼친다. 사실, 현재 가속팽창하고 있는 우주가 영원히 팽창하며 서서히 열적인 죽음(얼음 속에서 끝나는 우주)을 맞이할지, 아니면 팽창이 멈추고 다시 수축해서 파국(불 속에서 끝나는 우주)으로 끝날지는 아직 모른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다음의 다른 책이 나와 있기도 하다.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영원한 우주에는 목적이 있거나 없을 수 있다. 만약 아무런 목적이 없다면 이 우주는 부조리absurd하다. 왜 이 모든 것이 아무런 목적 없이 존재한단 말인가? 만약 목적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경우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이 목적이 이루어지거나 또는 이루어지지 않거나이다. 만약 목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우주는 헛되다futile. 만약 목적이 이루어진다면 목적이 이루어진 이후의 우주는 의미가 없다pointless. 요약하자면, 영원한 우주는 (a) 부조리하거나, (b) 헛되거나, (c) 결국 무의미하다.


저자는 이 논지가 완벽하다고 말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목적이 왜 한 번으로 성취되고 끝나는지에 대한 반론이 있을 수 있겠다. 어쨌든 이러한 논지를 영원한 '삶'에 대해 적용해보고 싶어졌는데, 마찬가지의 논리를 따른다면, 영원한 삶은 (a) 부조리하거나, (b) 헛되거나, (c) 결국 무의미하다. 하지만 실존주의는 인간의 삶이 부조리하다고 진작 얘기하지 않았던가? 목적 없이 태어나는 것이 인간이므로.


원래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영원한 삶이 주어진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어차피 부조리한 인간의 삶, 영원하던 영원하지 않던 별 차이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 같다. 목적 없이 태어났지만 삶에서 목적을 찾았다고 할 경우는 뒤의 두 가능성에 해당될 수 있겠다.


위의 논지를 살펴보면 유한한 인생에서도 한 번에 이루어버리는 목적을 위해 사는 것은 매우 무의미한 일임을 알 수 있다. 계속 완성해 가는 삶이 좋은 삶이다. 이것이 결론! 날마다 불완전한 삶을 사는 사람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결론이다.


---

[*] 여기서 '끝나는'은 생명(또는 사물)의 관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우주 자체는 어찌 됐든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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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0 0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날마다 불완전한 나날을 ㅎㅎㅎ
블루 욘더님 남은 2021년 꽉차게 알차게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blueyonder 2021-12-20 08:4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scott님도 연말 건강히 잘 마무리하시기 바래요~ ^^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를 읽고 있는데, 저자의 "칵테일파티용 잡답"이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 관련 없는 내용들을 모아 두었는데, 전체적 느낌은 저자가 이해하고 소화한 수학과 물리와 천재들에 대한 감상이다. 내용은 물론 상당히 지적이다. 읽으며 공감이 많이 가는데, 수학, 특히 수학적 사실--진리--가 물질적 실체를 넘어서 존재한다는 플라톤주의에 대한 냉소가 살짝 느껴진다. '불완전성 정리'를 괴델은 자신의 신념이었던 플라톤주의에 대한 일종의 '증명'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나('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백만 년 후에도 살아남을 것이 수학과 웃음일 것이라 예측할 수 있지만, 수학은 일종의 동어반복tautology이어서 백만 년 후의 인류에게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리만 제타 가설...')가 그렇다.


과학은 어떤가? 시간은 환상이라는 생각이 물리학의 주류라는 말이나('시간은 거대한 환상에 불과한 것일까'), 우생학이라는 과학이 있었다는 논의('프랜시스 골턴 경...')에서도 과학에 대한 비판적 생각이 느껴진다. 현대 생물학에서 가능해진 유전자 조작이 새로운 우생학이라는 관점에도 공감이 간다.


나이를 먹으면 젊었을 때의 열정이나 순수함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이게 자연스러운 것인가, 아니면 말 그대로 퇴락인가?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면 모든 일에 어느 정도 시니컬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해봤더니 별거 아니야'가 되는 것이다. 수학 때문에 자살을 포기했다는 버트런드 러셀조차도 그렇다('리만 제타 가설...'). 난 이 모든 것이 욕심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학자들은 하나의 체계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싶어하지만, 평생의 정진 이후 깨닫는 것은 이러한 꿈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는 것이고, 어찌 보면 큰 의미가 없는 욕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한 평생,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다. 여기서 <듄>의 한 구절: "The mystery of life isn't a problem to solve, but a reality to experie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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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2021-12-01 1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lueyonder 님이 쓰신 글 내용 뿐 아니라
끝맺음으로 인용하신 구절과 일맥상통하는
“Dune” 의 또 다른 유명한 구절을 적어 봅니다.

“Deep in the human unconscious is a pervasive need
for a logical universe that makes sense.
But the real universe is always one step beyond logic.”




blueyonder 2021-12-01 13:49   좋아요 1 | URL
Jeremy 님, 멋진 구절 감사합니다~~ 두고두고 곱씹어 보겠습니다.^^

blueyonder 2022-08-08 10:55   좋아요 0 | URL
˝one step beyond logic˝이라는 것은 결국 우주의 우연성을 얘기한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blanca 2021-12-01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lueyonder님, 이 책 추천하세요? 관심 가졌다 그냥 지나쳤는데...흥미로울 것 같아요.

blueyonder 2021-12-01 13:52   좋아요 1 | URL
네 저는 추천합니다. 저도 원래는 다른 종류의 책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쳤다가 최근 읽기 시작했는데요, 마음에 듭니다.

라로 2021-12-01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짧지만 멋진 글이에요! 저도 읽고 싶다는 생각 했다가, 흠 어렵겠구나,, 싶은데 어떤가요??

scott 2021-12-01 17:00   좋아요 1 | URL
블루욘더님이 언급하시는 과학책은 믿고 읽습니다 제킨들에 블루욘더님 포스팅하신 책들 가득^^

blueyonder 2021-12-01 18:01   좋아요 0 | URL
라로 님, 댓글 감사합니다. 어려운 내용도 조금 나오지만 이러한 주제에 관심 있으시면 나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blueyonder 2021-12-01 18:03   좋아요 0 | URL
scott 님의 말씀은 과찬...^^;;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구요.

페크pek0501 2021-12-02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의미 없는 일에 의미를 두고 즐거운 착각 속에서 살고 싶어요.
그런데 어느날 문득, 이러한들 어떠하리 저러한들 어떠하리...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나이가 들어도 저는 열정과 생기가 넘치는 사람이고 싶어용^^

blueyonder 2021-12-02 14:02   좋아요 1 | URL
즐겁게 일하며 열심히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지요. ^^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난 이 책이 아인슈타인과 괴델의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시절에 대한 얘기인 줄만 알았다. 이제야 저자인 짐 홀트가 지난 20년 동안 여러 잡지, 신문 등에 기고했던 물리, 수학, 그리고 철학에 관한 에세이들의 모음집인 것을 알게 됐다. 서문에서 저자는 "칵테일파티용 잡답"을 의도한다고 말하는데, 언급된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읽어볼 마음이 생겼다. (파티용 잡답이 참 고급하다. 우리에게는 술자리용 잡담? 난 머리 싸매고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짐 홀트는 2012년 7월 <Why Does the World Exist?세상은 왜 존재하는가>란 책을 출간한 바 있다. <Why Does the World Exist?>는 2013년 1분기 뉴욕 타임즈 선정 베스트셀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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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11-20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민형님이 알릴레오 북스에서 극찬한 어려울것 같은 그 책이군요!ㅎ

blueyonder 2021-11-20 21:45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유시민 작가가 추천한 그 책입니다. ^^